Ra Mắt Hay Ra Đi Raw - C567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67화
뮤직비디오는 원테이크처럼 쭉 끊김 없이 빨려들 듯 전개되었다.
천막을 나선 의 류청우가 개척지의 베이스캠프를 둘러보고, 카메라가 그것을 신난 듯이 쫓아가며 이곳저곳의 캠프 멤버들을 소개하듯 보여주는 간단한 스토리 라인이다.
신세계를 탐험하는 모험가들의 캠프!
‘인디아나 X스…?’
어딘가 고전적인 모험 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복장과 소품들이 분위기를 잡는 것이다.
-어릴 적 할아버지께서 자주 보여주셨습니다! 상업성이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한 번쯤 사용해 보고 싶은 요소가 있습니다.
김래빈의 희망 사항이었다.
그는 가스 등불, 낡은 지도, 회중시계, 만년필 등 온갖 종류의 고전적인 모험 장르 사료를 목록화했다.
덕분에 과하지 않을 절묘한 수준으로 고전적인 모험의 요소가 복장에도 가미된 것이다.
길이 잘 든 가죽 워커, 린넨 셔츠, 보머 재킷, 금속 휘장 등을 걸친 멤버들이 연달아 카메라에 잡혔다.
망원경을 들고 무료하게 앉아 있다가 카메라를 보고 살짝 웃는 박문대, 만년필로 지도를 그리다가 구겨서 던지는 김래빈, 총기를 점검하는 류청우…….
그리고 하얀 새를 손에 얹는, 전서구를 돌보는 역할의 선아현까지.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는 어떨까…?
선아현의 그 바람대로, 영상은 날이 밝고 아름다운 날을 배경으로 그려졌다.
화면 속에서 활기차고 희망과 야망과 모험심이 풋풋하게 넘쳤다.
그리고 점점 노래가 흐를수록 멤버들은 더욱 역동적으로 변했다.
가령 코러스 파트.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고풍스러운 안경을 쓴 채 일지를 들여다보던 배세진이 천천히 걸어 나와서는 합류한 댄서들과 자연스레 노래에 맞춰 안무까지 수행한다.
[I turn the page
다음 장으로 가
지침이 빛나
통증이 길잡이가 돼]
그러나 그가 넣은 요소는 눈이 아닌 귀로 전달되었다.
바로 이 가사.
-가사가, 미래로 나아간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지나치게 낙관적이지 않아서 현실적인 느낌이면 좋겠는데…….
-그러니까, 무작정 삶은 멋지다는 게 아니라 힘들지만 가보겠다는 느낌이면 어떨까 해서. …그렇게 적어볼게.
덕분에 노래는 과거를 깊게 돌아보면서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고통도 인정한다.
[Let me tempt fate
이정표와 갈림길 너머로
발버둥 치며
한 뼘만 더 나아가]
그래서 전체적으로 어딘가 단단한 정서가 살짝 묻어났다.
[한계를 향해서]
배세진이 하늘로 던진 일지의 페이지들이 팔랑이며 떨어지는 사이로 다시 카메라가 질주하며 하이파이브하듯 내민 손 사이를 지나간다.
그리고 시야가 넓어지며, 황야와 산, 들판과 숲, 파란 하늘과 구름이 떠다니는 자연이 뒷배경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좁은 화면비 속에서 넘치듯 멤버들이 자신의 파트를 소화한다.
거대한 바위 위에 걸터앉아서, 때론 나무 사이에 걸린 색색의 해먹 사이를 해치고 나오며….
“어?”
묘한 기시감을 홈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이유도 곧 알아차렸다.
멤버들이 각자 자신의 유명한 무대나 클로즈업 컷을 오마주하는 구도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
그러고 보니, 가사가 과거를 돌아보는 내용이었다.
‘노린 거겠지.’
홈마는 어쩐지 약간 찡해졌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후렴.
이번엔 아예 화려한 물건이 가득 쌓인 채 열려 있는 천막을 카메라가 잡았다.
그사이에 느슨히 앉아 있는 장신의 인영.
[I turn the page
다음 장으로 가
목표가 빛나
통증은 증거가 돼]
그는 들고 있던 황금 유물 같은 것을 아무렇지 않게 툭 내려놓고 부드럽게 천막 밖으로 나왔다.
이세진이었다.
-음, 워낙 좋은 의견이 많잖아요. 저는 꼭 넣고 싶은 게 있다기보단… 결과물에 적당히 만족하지 말고 정말 멋지게 뽑는 걸 목표로 하는 걸로!
그 말대로, 지금까지 중 가장 화려하고 많은 인원을 동원한 채로 눈을 잡는 동작이 펼쳐진다.
[Let me tempt fate
이정표와 갈림길 너머로
발버둥 치며
한 뼘만 더 나아가]
안무의 클래이막스가 지나자, 이세진은 꽃가루 사이에서 약간 장난스럽게 정중히 인사했다.
그리고 그 제스처에 따라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다음 멤버의 파트를 보여줄 것처럼 다시 움직였으나….
잡은 곳에는 아무도 없다.
“…?”
클로즈업되는 것은 누군가의 시민권.
스마일 마크와 ‘MAKE IT HAPPEN!’이라는 문구가 휘갈기듯 힘차게 써넣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찰나.
갑자기, 처음으로 영상이 끊긴다.
그리고 반주가 잦아들며, 다시 또렷하게 울리는 목소리.
[Let me tempt fate
그래,
이정표와 갈림길 너머
오늘의 끝까지]
다시 돌아온 영상.
광활한 들판의 끝, 차유진 본인이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말과 함께.
그가 말고삐를 풀어 잡는다.
[한계를 넘어서]
동시에 화면이 열린다.
4:3의 레트로 비율에서 21:9의 와이드 화면으로 시야가 넓어지는 순간, 숨통이 트이는 듯 개방감이 든다.
“아…….”
그리고 색감과 해상도가 모두 선명해지는 가운데.
[멈출 수 없어 내일로]
말에 탄 차유진이 초원을 가로질러 뛰쳐나오듯 화면 속에서 질주한다.
그의 요구는 간단명료했다.
-말 타고 싶어요!
덕분에 그는 옛날 서부 시대처럼, 강렬한 정적 속에서 숨소리와 함께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몰아치듯 돌아오는 드럼.
[Yeaaaaaaahhhhhhh!]
발을 구르는 듯한 반주를 배경으로 시점은 잠시 창공으로 향한다.
달리는 말들을 내려다보는 조감도.
그리고 다시 빨려들 듯이, 기수를 클로즈업한다.
이를 드러낸 채로 웃고 있는 차유진이다.
[숨 차게 달려
도심을 발아래로
더 하늘 향해 손을 뻗어]
클래식한 밴드 반주 위로 쭉쭉, 박문대의 고음이 질주하듯이 시원하게 울린다.
[(Over and over)
별은 닿지 않아도
오늘을 살래]
[Woo-]
코러스가 울리며, 말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세차게 땅을 박차고 달렸다.
그러다 차유진이 고삐를 당기는 순간 발걸음을 멈춘다.
그의 시야로 석양이 지고 있었다.
광활한 석양빛 하늘.
[Don’t sleep
Just- dream]
긴 호흡의 짜릿한 마지막 음과 함께, 말에서 내린 차유진이 모자를 옆으로 던졌다.
모자는 가뿐히 화면 너머로 사라지는 순간, 차유진이 카메라를 돌아보며 씩 웃는다.
다시 고개를 돌려 걸어가는 차유진의 등 뒤로 엔딩 크레딧이 뜬다.
[제작 / 테스타(TeSTAR)
감독 / 이세진, 김래빈
촬영 / 박문대, 류청우
조명 / 류청우, 이세진, 선아현
각본 / 배세진, 선아현
의상 / 김래빈
음악 / 테스타(TeSTAR)
…….]
온통 테스타의 이름으로 뒤덮인 하얀 문장들.
그것이 석양이 지는 풍경 위로 주륵 올라가는 광경은 어쩐지 사람 마음을 뒤흔들었다.
‘아…….’
저 멀리, 뛰어간 차유진이 석양에 역광으로 잠긴 여섯 명의 검은 실루엣과 만나는 것이 작게 잡혔다.
그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모습이 끊기지 않고 화면에 흘렀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 이 문구만 남을 때까지.
-Loviewer
“…….”
그 문구는 모든 것이 다 사라질 때까지, 영상 마지막까지 홀로 화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홈마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팬송이었어.’
이건 콜라보도 광고도, 세계관용 연결 영상도 아니었다.
새로운 팬송이 분명했다!
* * *
“다들 팬송이라고 생각하시네.”
“그러게요. 완전히 정설이 됐어요.”
“…….”
“…….”
“팬송이었던 걸로 할까?”
“옙.”
아무런 반발 없이 안건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다시 모니터링이 계속된다.
-얘들아 에픽 기사 떴다
‘데뷔 이후의 족적을 여러 감상 속에서 돌아보며,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다짐하는 이야기’…래…
└ㅅㅂ간지 오졌고
-미친 얘네 뮤직비디오도 직접 찍었나 봐 촬영 편집에 왜 멤버 이름이 들어가냐고 (엔딩 크레딧 캡처)
-뮤비 촬영 자문역 해주셨다는 감독님 SNS에 등판했다 롤더다 게임 찍어주신 분이네ㅠㅠㅠ
팬분들이 신나서 감상을 올리거나 비하인드를 찾아보는 것들이 주로 나왔으나, 이런 것도 심상치 않게 나왔다.
-딱 새해 시작하면서 들으니까 X나 벅참 머글 친구에게 추천했는데 이미 알고 있대(?) 뭐뭐임
└머글도 좋은 건 다 알고 있음ㅋㅋㅋ
-테스타 신곡 완전 신년용이다 작심삼일 퇴마하는 노동요로 사용 중
-활동 안 하는 거 맞아? 반응 너무 좋은데
“…….”
배세진이 식은땀이라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게… 왜 이렇게 잘 되는 거지?”
그렇다.
공개 초부터 팬들의 반응은 꽤 괜찮았다.
‘곡이 너무 좋아서 활동을 안 할 게 아쉽다’ 같은 반응도 심상치 않게 보여서 콘서트 클라이맥스에 이걸 딱 꺼내 드는 그림도 그렸지.
‘팬송이라는 것도 사실 틀린 말은 아니고.’
그때까진 그냥 다 행복해했다.
-우리가 함께 지내 온 시간을 간직하면서 새해에도 열심히 달리겠다잖아 우리 테스타가!
-(지나가세요 과몰입 오타쿠입니다)
-대단원의 에필로그 같은 곡이었음…
다만, 좋은 쪽으로 왜곡된 이 스토리가 인하트 SNS 쪽으로 바이럴을 타더니…….
[이중 당신이 아는 장면은 몇 개? (테스타 레전드 컷과 뮤직비디오 컷 비교)]
여기까지… 왔다.
“음원 사이트 다음 시간대에 예측 1위라는데요.”
“……??”
-와 테스타 예측 1위 ㅊㅋㅊㅋ
이 악물고 각 잡고 앨범 내도 하기 힘든 음원차트 일간 1위가 목전이었다.
“진짜?”
“진짜.”
[새해 다짐용으로 간택된 것 같은 남돌 곡]
‘실화냐.’
노림수도 없는데 이상하게 운과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음원 1위 잭팟이 터져 버린 것이다.
웃기는 건 이게 실물 앨범도 없는 디지털 싱글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2주 만에 자체 제작해서 출시한 저예산 비디오가… 하필 이렇게 된다고?
“……좀 더 준비해서 정규 앨범 타이틀로 할 걸 그랬나?”
“이미 있는 타이틀은요.”
“더블 타이틀 하면 되잖아.”
그러냐.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이미 공개된 곡이다.
예상치 못했지만 우연한 대박을 낸 것에 만족하고 즐거워하면 될 일…….
“오 역시~ 우연은 아닌 것 같죠? 우리 그룹 멤버들이 다 감각이 좋아서 사람들이 알아준 것 같아요. 그렇지?”
“으응…!”
“…….”
“물론 타이밍도 좋았죠! 그래도 이런 타이밍이 언제 또 올지도 모르니까,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봅시다~!”
“예,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
이걸 도핑용으로 쓰네.
성과를 팀 사기 올리는 것까지 알차게 뚝딱 써먹으려는 큰세진을 보며 참 여전한 놈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참고로 옆에서는 류청우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방송 쪽에서 출연 요청이 좀 많이 들어오나 봐. 괜찮은 곳은 나가보는 게 어떻냐고 하네.”
“와…….”
사실 그럴 만도 했다.
‘홍보 없이 팬송을 냈는데 자연발생 바이럴이 돼서 1위’? 일단 스토리가 잘 빠졌지 않은가.
무명 가수인 쪽이 더 임팩트가 있었겠다만, 1군 아이돌이라서 더 어그로가 잘 끌리는 부분도 있었을 테고.
‘나라도 부른다.’
나는 목 뒤를 만지작거렸다.
가수 이름값과 팬들이 지원해 주는 인지도 덕이 아니라, 곡 자체가 대중적으로 핫해지는 경험은 꽤 오랜만이었다.
충분히 설레고 기뻐해야 할 상황이긴 하다만…….
“근데 우리 이게 끝이잖아요.”
“그…렇지.”
이게 다다.
다른 컨텐츠… 없다고.
‘2주간 벼락치기로 만들었는데 뭘 바라냐.’
안무도 안 만들었다. 다 현장에서 알아서 춘 프리스타일이었단 말이다.
하지만 모두가 추가 컨텐츠가 있을 거라 당연히 기대하는 이 상황.
큰 그림이 있을 거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까지.
-분명 이거 빌드업임 봐봐 음습댕 취향 확고하다고ㅋㅋ
└ㅇㅈㅋㅋㅋㅋㅋ
‘없는데요.’
그러나 이 팀에는… 굴러들어온 기회를 무시할 수 있는 녀석이 없다.
“…….”
“…….”
“우리 뭐라도… 해야 하나?”
야근 확정.
김래빈의 에너지 드링크가 그룹 배급품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67화
뮤직비디오는 원테이크처럼 쭉 끊김 없이 빨려들 듯 전개되었다.
천막을 나선 의 류청우가 개척지의 베이스캠프를 둘러보고, 카메라가 그것을 신난 듯이 쫓아가며 이곳저곳의 캠프 멤버들을 소개하듯 보여주는 간단한 스토리 라인이다.
신세계를 탐험하는 모험가들의 캠프!
‘인디아나 X스…?’
어딘가 고전적인 모험 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복장과 소품들이 분위기를 잡는 것이다.
-어릴 적 할아버지께서 자주 보여주셨습니다! 상업성이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한 번쯤 사용해 보고 싶은 요소가 있습니다.
김래빈의 희망 사항이었다.
그는 가스 등불, 낡은 지도, 회중시계, 만년필 등 온갖 종류의 고전적인 모험 장르 사료를 목록화했다.
덕분에 과하지 않을 절묘한 수준으로 고전적인 모험의 요소가 복장에도 가미된 것이다.
길이 잘 든 가죽 워커, 린넨 셔츠, 보머 재킷, 금속 휘장 등을 걸친 멤버들이 연달아 카메라에 잡혔다.
망원경을 들고 무료하게 앉아 있다가 카메라를 보고 살짝 웃는 박문대, 만년필로 지도를 그리다가 구겨서 던지는 김래빈, 총기를 점검하는 류청우…….
그리고 하얀 새를 손에 얹는, 전서구를 돌보는 역할의 선아현까지.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는 어떨까…?
선아현의 그 바람대로, 영상은 날이 밝고 아름다운 날을 배경으로 그려졌다.
화면 속에서 활기차고 희망과 야망과 모험심이 풋풋하게 넘쳤다.
그리고 점점 노래가 흐를수록 멤버들은 더욱 역동적으로 변했다.
가령 코러스 파트.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고풍스러운 안경을 쓴 채 일지를 들여다보던 배세진이 천천히 걸어 나와서는 합류한 댄서들과 자연스레 노래에 맞춰 안무까지 수행한다.
다음 장으로 가
지침이 빛나
통증이 길잡이가 돼]
그러나 그가 넣은 요소는 눈이 아닌 귀로 전달되었다.
바로 이 가사.
-가사가, 미래로 나아간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지나치게 낙관적이지 않아서 현실적인 느낌이면 좋겠는데…….
-그러니까, 무작정 삶은 멋지다는 게 아니라 힘들지만 가보겠다는 느낌이면 어떨까 해서. …그렇게 적어볼게.
덕분에 노래는 과거를 깊게 돌아보면서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고통도 인정한다.
이정표와 갈림길 너머로
발버둥 치며
한 뼘만 더 나아가]
그래서 전체적으로 어딘가 단단한 정서가 살짝 묻어났다.
배세진이 하늘로 던진 일지의 페이지들이 팔랑이며 떨어지는 사이로 다시 카메라가 질주하며 하이파이브하듯 내민 손 사이를 지나간다.
그리고 시야가 넓어지며, 황야와 산, 들판과 숲, 파란 하늘과 구름이 떠다니는 자연이 뒷배경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좁은 화면비 속에서 넘치듯 멤버들이 자신의 파트를 소화한다.
거대한 바위 위에 걸터앉아서, 때론 나무 사이에 걸린 색색의 해먹 사이를 해치고 나오며….
“어?”
묘한 기시감을 홈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이유도 곧 알아차렸다.
멤버들이 각자 자신의 유명한 무대나 클로즈업 컷을 오마주하는 구도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
그러고 보니, 가사가 과거를 돌아보는 내용이었다.
‘노린 거겠지.’
홈마는 어쩐지 약간 찡해졌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후렴.
이번엔 아예 화려한 물건이 가득 쌓인 채 열려 있는 천막을 카메라가 잡았다.
그사이에 느슨히 앉아 있는 장신의 인영.
다음 장으로 가
목표가 빛나
통증은 증거가 돼]
그는 들고 있던 황금 유물 같은 것을 아무렇지 않게 툭 내려놓고 부드럽게 천막 밖으로 나왔다.
이세진이었다.
-음, 워낙 좋은 의견이 많잖아요. 저는 꼭 넣고 싶은 게 있다기보단… 결과물에 적당히 만족하지 말고 정말 멋지게 뽑는 걸 목표로 하는 걸로!
그 말대로, 지금까지 중 가장 화려하고 많은 인원을 동원한 채로 눈을 잡는 동작이 펼쳐진다.
이정표와 갈림길 너머로
발버둥 치며
한 뼘만 더 나아가]
안무의 클래이막스가 지나자, 이세진은 꽃가루 사이에서 약간 장난스럽게 정중히 인사했다.
그리고 그 제스처에 따라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다음 멤버의 파트를 보여줄 것처럼 다시 움직였으나….
잡은 곳에는 아무도 없다.
“…?”
클로즈업되는 것은 누군가의 시민권.
스마일 마크와 ‘MAKE IT HAPPEN!’이라는 문구가 휘갈기듯 힘차게 써넣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찰나.
갑자기, 처음으로 영상이 끊긴다.
그리고 반주가 잦아들며, 다시 또렷하게 울리는 목소리.
그래,
이정표와 갈림길 너머
오늘의 끝까지]
다시 돌아온 영상.
광활한 들판의 끝, 차유진 본인이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말과 함께.
그가 말고삐를 풀어 잡는다.
동시에 화면이 열린다.
4:3의 레트로 비율에서 21:9의 와이드 화면으로 시야가 넓어지는 순간, 숨통이 트이는 듯 개방감이 든다.
“아…….”
그리고 색감과 해상도가 모두 선명해지는 가운데.
말에 탄 차유진이 초원을 가로질러 뛰쳐나오듯 화면 속에서 질주한다.
그의 요구는 간단명료했다.
-말 타고 싶어요!
덕분에 그는 옛날 서부 시대처럼, 강렬한 정적 속에서 숨소리와 함께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몰아치듯 돌아오는 드럼.
발을 구르는 듯한 반주를 배경으로 시점은 잠시 창공으로 향한다.
달리는 말들을 내려다보는 조감도.
그리고 다시 빨려들 듯이, 기수를 클로즈업한다.
이를 드러낸 채로 웃고 있는 차유진이다.
도심을 발아래로
더 하늘 향해 손을 뻗어]
클래식한 밴드 반주 위로 쭉쭉, 박문대의 고음이 질주하듯이 시원하게 울린다.
별은 닿지 않아도
오늘을 살래]
[Woo-]
코러스가 울리며, 말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세차게 땅을 박차고 달렸다.
그러다 차유진이 고삐를 당기는 순간 발걸음을 멈춘다.
그의 시야로 석양이 지고 있었다.
광활한 석양빛 하늘.
Just- dream]
긴 호흡의 짜릿한 마지막 음과 함께, 말에서 내린 차유진이 모자를 옆으로 던졌다.
모자는 가뿐히 화면 너머로 사라지는 순간, 차유진이 카메라를 돌아보며 씩 웃는다.
다시 고개를 돌려 걸어가는 차유진의 등 뒤로 엔딩 크레딧이 뜬다.
감독 / 이세진, 김래빈
촬영 / 박문대, 류청우
조명 / 류청우, 이세진, 선아현
각본 / 배세진, 선아현
의상 / 김래빈
음악 / 테스타(TeSTAR)
…….]
온통 테스타의 이름으로 뒤덮인 하얀 문장들.
그것이 석양이 지는 풍경 위로 주륵 올라가는 광경은 어쩐지 사람 마음을 뒤흔들었다.
‘아…….’
저 멀리, 뛰어간 차유진이 석양에 역광으로 잠긴 여섯 명의 검은 실루엣과 만나는 것이 작게 잡혔다.
그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모습이 끊기지 않고 화면에 흘렀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 이 문구만 남을 때까지.
-Loviewer
“…….”
그 문구는 모든 것이 다 사라질 때까지, 영상 마지막까지 홀로 화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홈마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팬송이었어.’
이건 콜라보도 광고도, 세계관용 연결 영상도 아니었다.
새로운 팬송이 분명했다!
* * *
“다들 팬송이라고 생각하시네.”
“그러게요. 완전히 정설이 됐어요.”
“…….”
“…….”
“팬송이었던 걸로 할까?”
“옙.”
아무런 반발 없이 안건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다시 모니터링이 계속된다.
-얘들아 에픽 기사 떴다
‘데뷔 이후의 족적을 여러 감상 속에서 돌아보며,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다짐하는 이야기’…래…
└ㅅㅂ간지 오졌고
-미친 얘네 뮤직비디오도 직접 찍었나 봐 촬영 편집에 왜 멤버 이름이 들어가냐고 (엔딩 크레딧 캡처)
-뮤비 촬영 자문역 해주셨다는 감독님 SNS에 등판했다 롤더다 게임 찍어주신 분이네ㅠㅠㅠ
팬분들이 신나서 감상을 올리거나 비하인드를 찾아보는 것들이 주로 나왔으나, 이런 것도 심상치 않게 나왔다.
-딱 새해 시작하면서 들으니까 X나 벅참 머글 친구에게 추천했는데 이미 알고 있대(?) 뭐뭐임
└머글도 좋은 건 다 알고 있음ㅋㅋㅋ
-테스타 신곡 완전 신년용이다 작심삼일 퇴마하는 노동요로 사용 중
-활동 안 하는 거 맞아? 반응 너무 좋은데
“…….”
배세진이 식은땀이라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게… 왜 이렇게 잘 되는 거지?”
그렇다.
공개 초부터 팬들의 반응은 꽤 괜찮았다.
‘곡이 너무 좋아서 활동을 안 할 게 아쉽다’ 같은 반응도 심상치 않게 보여서 콘서트 클라이맥스에 이걸 딱 꺼내 드는 그림도 그렸지.
‘팬송이라는 것도 사실 틀린 말은 아니고.’
그때까진 그냥 다 행복해했다.
-우리가 함께 지내 온 시간을 간직하면서 새해에도 열심히 달리겠다잖아 우리 테스타가!
-(지나가세요 과몰입 오타쿠입니다)
-대단원의 에필로그 같은 곡이었음…
다만, 좋은 쪽으로 왜곡된 이 스토리가 인하트 SNS 쪽으로 바이럴을 타더니…….
여기까지… 왔다.
“음원 사이트 다음 시간대에 예측 1위라는데요.”
“……??”
-와 테스타 예측 1위 ㅊㅋㅊㅋ
이 악물고 각 잡고 앨범 내도 하기 힘든 음원차트 일간 1위가 목전이었다.
“진짜?”
“진짜.”
‘실화냐.’
노림수도 없는데 이상하게 운과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음원 1위 잭팟이 터져 버린 것이다.
웃기는 건 이게 실물 앨범도 없는 디지털 싱글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2주 만에 자체 제작해서 출시한 저예산 비디오가… 하필 이렇게 된다고?
“……좀 더 준비해서 정규 앨범 타이틀로 할 걸 그랬나?”
“이미 있는 타이틀은요.”
“더블 타이틀 하면 되잖아.”
그러냐.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이미 공개된 곡이다.
예상치 못했지만 우연한 대박을 낸 것에 만족하고 즐거워하면 될 일…….
“오 역시~ 우연은 아닌 것 같죠? 우리 그룹 멤버들이 다 감각이 좋아서 사람들이 알아준 것 같아요. 그렇지?”
“으응…!”
“…….”
“물론 타이밍도 좋았죠! 그래도 이런 타이밍이 언제 또 올지도 모르니까,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봅시다~!”
“예,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
이걸 도핑용으로 쓰네.
성과를 팀 사기 올리는 것까지 알차게 뚝딱 써먹으려는 큰세진을 보며 참 여전한 놈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참고로 옆에서는 류청우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방송 쪽에서 출연 요청이 좀 많이 들어오나 봐. 괜찮은 곳은 나가보는 게 어떻냐고 하네.”
“와…….”
사실 그럴 만도 했다.
‘홍보 없이 팬송을 냈는데 자연발생 바이럴이 돼서 1위’? 일단 스토리가 잘 빠졌지 않은가.
무명 가수인 쪽이 더 임팩트가 있었겠다만, 1군 아이돌이라서 더 어그로가 잘 끌리는 부분도 있었을 테고.
‘나라도 부른다.’
나는 목 뒤를 만지작거렸다.
가수 이름값과 팬들이 지원해 주는 인지도 덕이 아니라, 곡 자체가 대중적으로 핫해지는 경험은 꽤 오랜만이었다.
충분히 설레고 기뻐해야 할 상황이긴 하다만…….
“근데 우리 이게 끝이잖아요.”
“그…렇지.”
이게 다다.
다른 컨텐츠… 없다고.
‘2주간 벼락치기로 만들었는데 뭘 바라냐.’
안무도 안 만들었다. 다 현장에서 알아서 춘 프리스타일이었단 말이다.
하지만 모두가 추가 컨텐츠가 있을 거라 당연히 기대하는 이 상황.
큰 그림이 있을 거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까지.
-분명 이거 빌드업임 봐봐 음습댕 취향 확고하다고ㅋㅋ
└ㅇㅈㅋㅋㅋㅋㅋ
‘없는데요.’
그러나 이 팀에는… 굴러들어온 기회를 무시할 수 있는 녀석이 없다.
“…….”
“…….”
“우리 뭐라도… 해야 하나?”
야근 확정.
김래빈의 에너지 드링크가 그룹 배급품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