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556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56화
영화, 는 구설수와 함께 시작되었다.
조연 중 하나가 성추문으로 개봉 목전에서 하차하며 영화 공개 자체가 미뤄진 난장판.
심지어 그 자리를 채운 건 웬 아이돌로 유명한 LeTi 소속사의 신인이라는 것도 암암리에 말이 돌았다.
-ㅉㅉ망조가 들었네 안 됐어요
-그 배우 분량 다 삭제하고 추가 촬영했다는데ㄷㄷㄷ 과연 어떨지
└전체적인 완성도에 이슈가 생길 것 같네요 흠 어차피 명절용 영화라 큰 차이는 없을 것 같기도ㅎ
-이.못된.잡것들…대작이라고.그렇게.난리요동을부리고선.주가가.이게무어냐!
결국 개봉 일자가 다시 잡힌 것도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뜸을 들여서라도 제대로 된 알맞은 시기에 개봉하는 것이 아니라, 허겁지겁 빠른 시기가 잡혔다.
4월.
방학도 명절도 다 끝난 영화관 비수기!
-아 갔네
-나름 배급사에서 기대작으로 찍어뒀던 것 같은데… 관계자들 속 탈 듯하네요
누가 봐도 대충 일정 빈자리에 때워 넣고 가려는 구성이었다.
모두가 기대치를 버렸다.
게다가 LeTi가 이 영화의 제작사라는 이야기까지 나오자 야유는 더 심해졌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우리 사람 끼워 넣어서 필모그래피나 채워주자’식 갈라 먹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햔국 영화판의 해악이죠
-이래서 국산 영화가 안 되는 것..
-저래서 다 만든 영화 완성도 말아먹는 거 아니겠습니까
여론은 더없이 나빴고, 안 그래도 대중만을 공략하는 명절형 영화를 저평가하는 영화 커뮤니티는 완전히 흥이 식었다.
남은 건 ‘얼마나 별로인지’ 떠들며 즐거워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뿐이었다.
-제가 총대 메고 보고 오겠습니다ㅋㅎ
└희생에..감사..ㅎㅎ
시들시들한 분위기 속에서 날짜가 다가왔다.
그러나 개봉 당일.
-맙소사
-이게 무슨 일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이걸 해네네
-웰메이드 영화 추가
-당혹스럽습니다
– 후기 : 기가 막힙니다! (스포일러 포함^^)
뚜껑을 여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 * *
는 전형적인 괴도 스토리에 한국 영화적 감성이 가미된 시나리오였다.
우선, 시골의 순박한 부부가 웬 기업의 소유지에 떨어진 운석을 발견한다.
비록 그 운석이 떨어지며 생긴 폭발적 사고에 휘말려 그들은 중환자실로 실려 가지만, 회복만 하면 큰돈으로 남 부러울 것 없이 살 수 있었다.
운석은 최초 발견자의 소유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운석은 어마어마한 예상 감정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발견된 적 없는 대형 희귀 운석으로, 그 감정가는 무려 3억 달러, 한화로 3000억이 넘는…….]
그러나 그들은 운석을 탐낸 대기업에 의해 교묘히 의료 사고로 죽었다.
최초 발견자는 그들 대신 자신의 부지에 감찰을 온 대기업의 재벌로 바꿔치기 된다.
그리고 죽은 부부에게 남은 건 명석한 아들 하나뿐.
[이건 말도 안 돼….]
그러나 고등학생의 주장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고, 그는 특목고를 자퇴 후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나 유명한 사기꾼이 되었다.
그런 그가 본래 자기 부모님이 가졌어야 할 운석을 되찾아온다는 구성.
그것을 위해 각 분야의 범죄 스페셜리스트들을 모으는 것이다.
[그놈들은 운석을 아직도 팔지 않았어. 지구에 없는 물질이 들어 있어서 부르는 게 값이 된다는 걸 알았거든.]
[그 말은?]
[그래. 훔치기만 하면 어떻게든 팔 구석은 나온다는 거야.]
감동과 코미디, 그리고 사이다를 주는 짜릿함이 적절히 섞인 구성이었다.
놀라운 것은, 여기서 추가 촬영이 나름대로 기여하기까지 했단 점이다.
제작사는 기왕 추가 촬영을 하는 김에 마음에 걸리던 몇몇 부분을 대체하기 위한 촬영도 진행했다.
그렇게 내부 비공개 시사회에서 나온 피드백이 많이 수용되며 스토리의 핍진성은 더욱 탄탄해졌다.
덕분에 사람들은 더욱 물 흐르듯 매끄럽게, 걸리는 것 없이 쭉 초중반 영화에 집중했다.
운석을 훔치기 위해 모인 멤버들의 사연은 딱 알맞게 소개되었다.
[해커, 사기꾼, 위조범, 도박사, 경찰, 용병… 또 누가 필요하지?]
[손 빠른 녀석.]
그리고 이 개성 강하고 말 많은 파티에 마지막으로 합류하는, 과묵한 조연 하나.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어두운 인상의 어린 남성.
[얘가 서울에서 유일하게 전과 없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
[…….]
바로 소매치기다.
극도로 말이 없고 침착하지만, 순식간에 누구의 소지품이든 탈탈 털 수 있어서 장면 사이에 개연성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개그의 감초 역할까지!
[새끼야 어? 잘 들어. 우리 지금 이동 수단도 없지, 위장할 도구도 없지, 여기 길도 모르지? 그런데 무슨 작전 속행이야. 개소리하지 말고 철수…….]
후두둑. 소매치기가 소매에서 차 키와 변장 도구를 쏟아냈다.
[…….]
[…….]
[야 납치도 넓은 의미로 보면 소매치기 맞지? 저기서 길 아는 직원 하나만 좀…….]
[그만.]
게다가 후반부에서 대단한 컷을 하나 받는다.
바로 죽음.
[가.]
소매치기는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큰돈을 벌면 하고 싶은 일도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450억 받아다가 그거 다 고아원에 기부할 거라고?]
[…….]
[야 이 멍청아. 차라리 네가 재단을 하나 세워. 어? 국제 구호재단 같은 거.]
[응.]
중후반을 거치며 그 사실이 드러나며, 그는 주인공과 묘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그 점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X발!]
운석을 훔치고 달아나다가, 멤버 하나의 배신 탓에 발각되어 쫓기게 된 일행.
뒤가 구린 대기업은 아예 정보를 은폐하기 위해 그들을 싹 죽이려 든다.
여기서 소매치기가 나선 것이다.
그는 주인공이 죽지 않고 탈출할 수 있도록, 헬기에 올라탄 적에게 수갑을 채우고 함께 헬기에서 떨어졌다.
[야!!]
[이 밑에 물이야! 쟤 살 수 있어! 일단 헬기 몰아!]
그리고 그 말대로, 소매치기는 물에 빠졌다.
부글부글….
그러나 예상 외의 일이 발생한다.
떨어지면서 적과 붙어 있던 탓에, 적의 수갑 사이에 손이 껴서 소매치기도 빠져나올 수 없게 된 것이다.
몇 번에 걸쳐서 손을 빼기 위해 시도하던 소매치기는 점점 움직임이 느려지고, 결국….
목전에서 힘이 풀린다.
[…….]
클로즈업샷.
물에 잠겨 고요한 중에 수면 위에서 비치는 빛을 받으며, 소매치기는 눈을 깜박인다.
표정은 서서히 없어진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수색의 푸른 빛으로, 마치 그가 지금까지 저지른 죄를 용서받는 듯한 연출과 함께 페이드 아웃.
[우우우우-]
그렇게, 소매치기는 극에서 퇴장한다.
“…….”
자, 정리해 보자.
캐릭터 특성상 비중이 적은 데다가 대사도 적다. 그래서 연기자의 부담은 덜한 역할이다.
그런데 임팩트 있는 장면은 알뜰히 챙기고 최후가 강렬하기까지 하다?
‘신인이 목숨 걸고 하고 싶은 역 나오는 거지.’
잘 받아먹을 수만 있다면 이만한 게 없었다.
그리고 나는 배세진과 큰세진의 가호 덕에 꿀을 쪽쪽 빨아 먹었고 말이다.
이렇게.
-투입된 신인배우 잘하던데 성희롱 그분보다 역량 좋은 듯ㅋ
-악재가 호재로~ 놀랍습니다
-물속 씬은 확실히 인상적이었죠 다음 작 기대되네요
썩 잘했다는 거다.
전작이 없는 뉴페이스가 해서 겹치는 인물이 없다 보니 몰입에도 도움이 됐다는 호평이 다수였다.
여기까지가 영화마니아, 시네필들의 대중 영화에 대한 이성적인 반응이다.
그리고 대중은.
-으아아아아아
-소매치기 배우 알려줘 제발 누구야
-ㅠㅠㅠㅠㅠㅠ소매 왜 죽였어
-소매치기 400억 다 기부하고 갱생할 예정 아니었냐고
-강력범들 사이에서 혼자 경범죄자였는데 죽여버리기…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박이 났다.
개봉 1주 만에 350만 명을 동원했고, 2주째에 접어들자 500만 명을 넘는 기염을 토했다.
‘본래도 800만을 넘겼지.’
이 영화가 성수기에 나왔으면 분명 천만을 넘겼을 거라고 떠드는 걸 전에 대학 다닐 때도 봤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내 주가도 미친 듯이 올랐고.
지금 이걸 하고 있는 거지.
“배우님 지금 올라가세요!”
나는 스탭을 향해 고개를 꾸벅거린 뒤 계단을 올라서 단상 위로 올라갔다.
와아아아-!
바로 무대인사다.
본래는 주연 배우 셋이서 단촐하게 했는데, 개봉 나흘 만에 추가 일정이 잡히더니 아예 홍보 스케줄이 쭉 붙었다.
‘예상대로군.’
나는 새삼스럽게 객석을 보았다.
본래라면 대형을 갖추고 무대를 시작해야겠지만, 지금은 얌전히 마이크를 받아들고 의자에 앉는다.
“! 운석을 훔치기 위해 뭉친 괴도 7인이 전부 무대인사를 위해 올라오셨는데요!”
플래시가 터지고 환호가 들리며 카메라가 사방에서 보인다. 그럼에도 본래 내가 알던 것들보다 좀 더 얌전히 진행된다.
요청과 질문도 더 점잖고.
“그럼 우리 출연진분들께 감사의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내 눈앞에서 돌아가고 있는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내심 웃었다.
‘홍보용 출연이라.’
이걸 못하면 아이돌이 아니지.
* * *
대작 영화에 소매치기라는 임팩트 넘치는 조연으로 출연해 단번에 이름을 알린 LeTi의 신인배우!
바로 ‘류문’.
박문대가 기어코 받게 된 예명이었다.
-레티답다..
이름이 지나치게 LeTi 아이돌스럽다며 오묘해 한 사람이 다수였으나 소속사는 끝까지 본명 공개를 거절하며 꿋꿋이 나온 것도 소소히 화제였다.
그래서 영화팬들은 결국 그 이름을 약간 떨떠름해하면서 받아들였다.
-아이돌한테나 이런 예명 주라고ㅡㅡ
-나름대로 한류 노린 것 같음ㅋㅋ
-배우 본인도 말하면서 쑥스러워하는 거 아닐까요?ㅎ
-소매치기 본체 배우가 숙연해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음 원래 잘생김이 모든 걸 이기는 거임 당당해져라!!
그리고 다들 영화 속 소매치기의 캐릭터성을 무의식중에 배우의 성격으로 생각하며, 막연히 머릿속에서 확신한 것이다.
왠지 좀 뻣뻣하고, 조용하며, 숙맥인 부류의 배우일 것이라고.
그러나 무대인사가 시작된 순간.
[ 무대인사 류문, “천재 소매치기가 관객의 마음을 훔치러 왔어요♡” (포토HD)]
-대체 뭐임
신인배우는 완벽한 하트와 카메라 컨택을 자랑했다.
쑥스러워하지도 않는다.
-얘 뭐냐
조용하고 침착한 성격은 맞았다.
하지만 한 10년쯤 카메라 앞에서 먹고 잔 것 같은 류의 침착함과 뻔뻔함이었다.
[ 500만 공약, “다 함께 팝콘을 춰요!”]
심지어 다른 배우들이 건 500만 공약도 즉석에서 MC의 부추김에 합류해선 뻔뻔하게 잘 해냈다.
쭉쭉 뻗은 팔다리로 팝콘을 기가 막히게 잘 췄다는 뜻이다.
-대체 왜 잘하는건데
-아이돌과 배우 비교짤 수준인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 원래 아이돌 연습생인데 데뷔조랑 이미지 안 맞아서 배우로 왔나?
└뒷구르기 하면서 봐도 레티 아이돌상인데 대체 왜
└노래가 존못인가…?
사람들은 혼란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들이 혼란해 했다는 것 자체를 재밌어 하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혼란이지 않은가!
-아 간만에 잘 웃었음ㅋㅋ
-근데 또 신인답게 열심히 하는 것 같기도 해서 좋다
-간만에 20대 남배우 수혈이네 굿굿
본래도 잘 된 영화에서의 임팩트 있는 역할을 맡은 덕에 좋았던 이미지는 휼륭한 화제성 토대가 되었다.
그렇게 소매치기 역할의 류문은 그 당시 유행하던 SNS와 커뮤니티를 타고 바이럴되기 시작했다.
[소매치기 잔망 보고가실 분ㅋㅋ]
[요새 과연 아이돌 소속사 출신이라고 감탄 나오는 신인 배우]
[별을 훔쳐라 배우들 인터뷰 보는 중인데ㅋㅋㅋ 소매치기 물건이다…]
아직 바이럴이 완전히 사업으로 자리잡지 않았던 시기.
그러나 박문대는 다년의 경험으로 기가 막힌 수준으로 그 수위를 맞출 줄 알았다.
“건우… 아니, 류문 씨! 요새 반응 너무 좋아요, 아시죠?”
그리고 그것은 먹혔다.
‘이거야.’
박문대는 천천히 기다렸다.
이렇게 언론 노출 중에 밑밥을 좀 깔면서 좋은 반응을 얻어내면….
“안녕하세요. 선배님.”
“아, 우리 문이~ 어서 와!”
이럴 줄 알았다.
홍보 스케줄 닷새 차. 박문대는 이제 대놓고 살가워진 주연 배우의 인사를 받으며 내심 웃었다.
‘그래. 이득 되는 놈이랑은 안면 트고 지내야지.’
역시 사람 사는 곳은 아이돌 판이든 배우 판이든 다 비슷했다.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선배님, 혹시 위스키 관심 있으십니까.”
박문대는 빠르게 계획을 진행했다.
그리고 배우의 약점을 알아내기까지 그가 소요한 시간은, 단 2주였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56화
영화, 는 구설수와 함께 시작되었다.
조연 중 하나가 성추문으로 개봉 목전에서 하차하며 영화 공개 자체가 미뤄진 난장판.
심지어 그 자리를 채운 건 웬 아이돌로 유명한 LeTi 소속사의 신인이라는 것도 암암리에 말이 돌았다.
-ㅉㅉ망조가 들었네 안 됐어요
-그 배우 분량 다 삭제하고 추가 촬영했다는데ㄷㄷㄷ 과연 어떨지
└전체적인 완성도에 이슈가 생길 것 같네요 흠 어차피 명절용 영화라 큰 차이는 없을 것 같기도ㅎ
-이.못된.잡것들…대작이라고.그렇게.난리요동을부리고선.주가가.이게무어냐!
결국 개봉 일자가 다시 잡힌 것도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뜸을 들여서라도 제대로 된 알맞은 시기에 개봉하는 것이 아니라, 허겁지겁 빠른 시기가 잡혔다.
4월.
방학도 명절도 다 끝난 영화관 비수기!
-아 갔네
-나름 배급사에서 기대작으로 찍어뒀던 것 같은데… 관계자들 속 탈 듯하네요
누가 봐도 대충 일정 빈자리에 때워 넣고 가려는 구성이었다.
모두가 기대치를 버렸다.
게다가 LeTi가 이 영화의 제작사라는 이야기까지 나오자 야유는 더 심해졌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우리 사람 끼워 넣어서 필모그래피나 채워주자’식 갈라 먹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햔국 영화판의 해악이죠
-이래서 국산 영화가 안 되는 것..
-저래서 다 만든 영화 완성도 말아먹는 거 아니겠습니까
여론은 더없이 나빴고, 안 그래도 대중만을 공략하는 명절형 영화를 저평가하는 영화 커뮤니티는 완전히 흥이 식었다.
남은 건 ‘얼마나 별로인지’ 떠들며 즐거워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뿐이었다.
-제가 총대 메고 보고 오겠습니다ㅋㅎ
└희생에..감사..ㅎㅎ
시들시들한 분위기 속에서 날짜가 다가왔다.
그러나 개봉 당일.
-맙소사
-이게 무슨 일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이걸 해네네
-웰메이드 영화 추가
-당혹스럽습니다
– 후기 : 기가 막힙니다! (스포일러 포함^^)
뚜껑을 여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 * *
는 전형적인 괴도 스토리에 한국 영화적 감성이 가미된 시나리오였다.
우선, 시골의 순박한 부부가 웬 기업의 소유지에 떨어진 운석을 발견한다.
비록 그 운석이 떨어지며 생긴 폭발적 사고에 휘말려 그들은 중환자실로 실려 가지만, 회복만 하면 큰돈으로 남 부러울 것 없이 살 수 있었다.
운석은 최초 발견자의 소유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운석은 어마어마한 예상 감정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들은 운석을 탐낸 대기업에 의해 교묘히 의료 사고로 죽었다.
최초 발견자는 그들 대신 자신의 부지에 감찰을 온 대기업의 재벌로 바꿔치기 된다.
그리고 죽은 부부에게 남은 건 명석한 아들 하나뿐.
그러나 고등학생의 주장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고, 그는 특목고를 자퇴 후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나 유명한 사기꾼이 되었다.
그런 그가 본래 자기 부모님이 가졌어야 할 운석을 되찾아온다는 구성.
그것을 위해 각 분야의 범죄 스페셜리스트들을 모으는 것이다.
감동과 코미디, 그리고 사이다를 주는 짜릿함이 적절히 섞인 구성이었다.
놀라운 것은, 여기서 추가 촬영이 나름대로 기여하기까지 했단 점이다.
제작사는 기왕 추가 촬영을 하는 김에 마음에 걸리던 몇몇 부분을 대체하기 위한 촬영도 진행했다.
그렇게 내부 비공개 시사회에서 나온 피드백이 많이 수용되며 스토리의 핍진성은 더욱 탄탄해졌다.
덕분에 사람들은 더욱 물 흐르듯 매끄럽게, 걸리는 것 없이 쭉 초중반 영화에 집중했다.
운석을 훔치기 위해 모인 멤버들의 사연은 딱 알맞게 소개되었다.
그리고 이 개성 강하고 말 많은 파티에 마지막으로 합류하는, 과묵한 조연 하나.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어두운 인상의 어린 남성.
바로 소매치기다.
극도로 말이 없고 침착하지만, 순식간에 누구의 소지품이든 탈탈 털 수 있어서 장면 사이에 개연성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개그의 감초 역할까지!
후두둑. 소매치기가 소매에서 차 키와 변장 도구를 쏟아냈다.
게다가 후반부에서 대단한 컷을 하나 받는다.
바로 죽음.
소매치기는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큰돈을 벌면 하고 싶은 일도 정해져 있었다.
중후반을 거치며 그 사실이 드러나며, 그는 주인공과 묘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그 점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운석을 훔치고 달아나다가, 멤버 하나의 배신 탓에 발각되어 쫓기게 된 일행.
뒤가 구린 대기업은 아예 정보를 은폐하기 위해 그들을 싹 죽이려 든다.
여기서 소매치기가 나선 것이다.
그는 주인공이 죽지 않고 탈출할 수 있도록, 헬기에 올라탄 적에게 수갑을 채우고 함께 헬기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그 말대로, 소매치기는 물에 빠졌다.
부글부글….
그러나 예상 외의 일이 발생한다.
떨어지면서 적과 붙어 있던 탓에, 적의 수갑 사이에 손이 껴서 소매치기도 빠져나올 수 없게 된 것이다.
몇 번에 걸쳐서 손을 빼기 위해 시도하던 소매치기는 점점 움직임이 느려지고, 결국….
목전에서 힘이 풀린다.
클로즈업샷.
물에 잠겨 고요한 중에 수면 위에서 비치는 빛을 받으며, 소매치기는 눈을 깜박인다.
표정은 서서히 없어진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수색의 푸른 빛으로, 마치 그가 지금까지 저지른 죄를 용서받는 듯한 연출과 함께 페이드 아웃.
그렇게, 소매치기는 극에서 퇴장한다.
“…….”
자, 정리해 보자.
캐릭터 특성상 비중이 적은 데다가 대사도 적다. 그래서 연기자의 부담은 덜한 역할이다.
그런데 임팩트 있는 장면은 알뜰히 챙기고 최후가 강렬하기까지 하다?
‘신인이 목숨 걸고 하고 싶은 역 나오는 거지.’
잘 받아먹을 수만 있다면 이만한 게 없었다.
그리고 나는 배세진과 큰세진의 가호 덕에 꿀을 쪽쪽 빨아 먹었고 말이다.
이렇게.
-투입된 신인배우 잘하던데 성희롱 그분보다 역량 좋은 듯ㅋ
-악재가 호재로~ 놀랍습니다
-물속 씬은 확실히 인상적이었죠 다음 작 기대되네요
썩 잘했다는 거다.
전작이 없는 뉴페이스가 해서 겹치는 인물이 없다 보니 몰입에도 도움이 됐다는 호평이 다수였다.
여기까지가 영화마니아, 시네필들의 대중 영화에 대한 이성적인 반응이다.
그리고 대중은.
-으아아아아아
-소매치기 배우 알려줘 제발 누구야
-ㅠㅠㅠㅠㅠㅠ소매 왜 죽였어
-소매치기 400억 다 기부하고 갱생할 예정 아니었냐고
-강력범들 사이에서 혼자 경범죄자였는데 죽여버리기…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박이 났다.
개봉 1주 만에 350만 명을 동원했고, 2주째에 접어들자 500만 명을 넘는 기염을 토했다.
‘본래도 800만을 넘겼지.’
이 영화가 성수기에 나왔으면 분명 천만을 넘겼을 거라고 떠드는 걸 전에 대학 다닐 때도 봤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내 주가도 미친 듯이 올랐고.
지금 이걸 하고 있는 거지.
“배우님 지금 올라가세요!”
나는 스탭을 향해 고개를 꾸벅거린 뒤 계단을 올라서 단상 위로 올라갔다.
와아아아-!
바로 무대인사다.
본래는 주연 배우 셋이서 단촐하게 했는데, 개봉 나흘 만에 추가 일정이 잡히더니 아예 홍보 스케줄이 쭉 붙었다.
‘예상대로군.’
나는 새삼스럽게 객석을 보았다.
본래라면 대형을 갖추고 무대를 시작해야겠지만, 지금은 얌전히 마이크를 받아들고 의자에 앉는다.
“! 운석을 훔치기 위해 뭉친 괴도 7인이 전부 무대인사를 위해 올라오셨는데요!”
플래시가 터지고 환호가 들리며 카메라가 사방에서 보인다. 그럼에도 본래 내가 알던 것들보다 좀 더 얌전히 진행된다.
요청과 질문도 더 점잖고.
“그럼 우리 출연진분들께 감사의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내 눈앞에서 돌아가고 있는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내심 웃었다.
‘홍보용 출연이라.’
이걸 못하면 아이돌이 아니지.
* * *
대작 영화에 소매치기라는 임팩트 넘치는 조연으로 출연해 단번에 이름을 알린 LeTi의 신인배우!
바로 ‘류문’.
박문대가 기어코 받게 된 예명이었다.
-레티답다..
이름이 지나치게 LeTi 아이돌스럽다며 오묘해 한 사람이 다수였으나 소속사는 끝까지 본명 공개를 거절하며 꿋꿋이 나온 것도 소소히 화제였다.
그래서 영화팬들은 결국 그 이름을 약간 떨떠름해하면서 받아들였다.
-아이돌한테나 이런 예명 주라고ㅡㅡ
-나름대로 한류 노린 것 같음ㅋㅋ
-배우 본인도 말하면서 쑥스러워하는 거 아닐까요?ㅎ
-소매치기 본체 배우가 숙연해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음 원래 잘생김이 모든 걸 이기는 거임 당당해져라!!
그리고 다들 영화 속 소매치기의 캐릭터성을 무의식중에 배우의 성격으로 생각하며, 막연히 머릿속에서 확신한 것이다.
왠지 좀 뻣뻣하고, 조용하며, 숙맥인 부류의 배우일 것이라고.
그러나 무대인사가 시작된 순간.
-대체 뭐임
신인배우는 완벽한 하트와 카메라 컨택을 자랑했다.
쑥스러워하지도 않는다.
-얘 뭐냐
조용하고 침착한 성격은 맞았다.
하지만 한 10년쯤 카메라 앞에서 먹고 잔 것 같은 류의 침착함과 뻔뻔함이었다.
심지어 다른 배우들이 건 500만 공약도 즉석에서 MC의 부추김에 합류해선 뻔뻔하게 잘 해냈다.
쭉쭉 뻗은 팔다리로 팝콘을 기가 막히게 잘 췄다는 뜻이다.
-대체 왜 잘하는건데
-아이돌과 배우 비교짤 수준인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 원래 아이돌 연습생인데 데뷔조랑 이미지 안 맞아서 배우로 왔나?
└뒷구르기 하면서 봐도 레티 아이돌상인데 대체 왜
└노래가 존못인가…?
사람들은 혼란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들이 혼란해 했다는 것 자체를 재밌어 하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혼란이지 않은가!
-아 간만에 잘 웃었음ㅋㅋ
-근데 또 신인답게 열심히 하는 것 같기도 해서 좋다
-간만에 20대 남배우 수혈이네 굿굿
본래도 잘 된 영화에서의 임팩트 있는 역할을 맡은 덕에 좋았던 이미지는 휼륭한 화제성 토대가 되었다.
그렇게 소매치기 역할의 류문은 그 당시 유행하던 SNS와 커뮤니티를 타고 바이럴되기 시작했다.
아직 바이럴이 완전히 사업으로 자리잡지 않았던 시기.
그러나 박문대는 다년의 경험으로 기가 막힌 수준으로 그 수위를 맞출 줄 알았다.
“건우… 아니, 류문 씨! 요새 반응 너무 좋아요, 아시죠?”
그리고 그것은 먹혔다.
‘이거야.’
박문대는 천천히 기다렸다.
이렇게 언론 노출 중에 밑밥을 좀 깔면서 좋은 반응을 얻어내면….
“안녕하세요. 선배님.”
“아, 우리 문이~ 어서 와!”
이럴 줄 알았다.
홍보 스케줄 닷새 차. 박문대는 이제 대놓고 살가워진 주연 배우의 인사를 받으며 내심 웃었다.
‘그래. 이득 되는 놈이랑은 안면 트고 지내야지.’
역시 사람 사는 곳은 아이돌 판이든 배우 판이든 다 비슷했다.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선배님, 혹시 위스키 관심 있으십니까.”
박문대는 빠르게 계획을 진행했다.
그리고 배우의 약점을 알아내기까지 그가 소요한 시간은, 단 2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