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55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52화
“에너지 회복! 이거 우리가 해준 거 맞지?”
배세진이 홀로그램 화면을 손가락질했다.
[박문대(ㅁvㅁ) : 연기 코치와 담소를 나누는 중.]
화면 속에선 여전히 낡고 지쳐 보이는 도트 박문대가 움직이고 있었으나, 전보다는 상태가 괜찮아 보였다.
실제로 표기되는 에너지도 이제 도트 한 점이 간신히 찍히는 얇고 간당간당한 눈금이 아니었다. 조금은 도톰해져 있었다!
그래봤자 위험을 알리는 듯한 시뻘건 색이었지만, 그래도 성과는 성과였다. 큰달도 흥분해서 외쳤다.
“네! 특성을 이용해서 에너지를 전달하는 건 확실히 성공이에요!”
“좋았어!”
사람들은 공식을 되새겼다.
박문대가 자신들의 특성을 쓸 수 있는 연관 타이밍이 오면 그때 맞춰서 가호라는 것을 내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에너지를 보상으로 줄 수 있었다.
[에너지 추가 개방!]
게다가 늘어난 박문대의 에너지바 덕에, 추가 접속이 가능해졌다!
“이제 두 명이 정원이에요!”
“오케이.”
“좋아, 좋아.”
“이대로 돌아가면서 한 번씩 특성을 쓰게 하면… 음?”
그런데, 연기자가 된 줄 알았던 박문대의 환경이 또 변했다.
[박문대(ㅁㅅㅠ) : 도넛을 제조하는 중.]
박문대는 이제 웬 초라한 가게에서 열심히 반죽을 만지고 있었다.
“…도넛?”
“음, 아르바이트 같은데요.”
이세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배속된 듯 빠른 화면 속에서 박문대는 열심히 도넛을 튀기면서도 힘겨워했다.
“…이런 건 못 도와줄까요?”
“그러게.”
류청우가 중얼거렸다.
“체력 때문에 능률이 너무 떨어진 것 같은데….”
능률.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한 곳에 꽂혔다.
계량 없이 손가락만으로 황금비율의 호떡을 만들 수 있는 남자를 향해.
“…??”
김래빈이 당혹스럽게 사방을 둘러보았다!
“래, 래빈이.”
“그래. 그거다.”
웅성웅성 이야기를 나눈 후, 모여 있던 사람들은 위치를 바꿨다.
그리고.
[]
[심야의 마에스트로가 당신에게 가호를 내립니다!]
[특성 : 창작 속도 증가]
그리고 화면 속 박문대는 한결 빠른 속도로 도넛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오오!”
김래빈은 상기된 표정으로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순식간에 아름다운 악상을 떠올리는 극한의 예술 능력을 겨우 도넛 제조에 썼다는 아쉬움은 한 점 찾아볼 수 없었다.
‘그게 또 매력이시긴 하지!’
큰달은 이제야 약간 긴장 수위를 낮추며, 벅찬 눈으로 팝업을 조절했다.
[심야의 마에스트로가 흡족해합니다.]
[심야의 마에스트로가 당신을 후원했습니다! : 에너지 +]
김래빈이 환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잘 된 것 같습니다!”
“으응!”
선아현은 이제 주홍색으로 변한, 조금 길어진 박문대의 에너지 막대 표시를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러기도 잠시.
“그런데 문대가 왜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지?”
“예?”
류청우가 의아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내가 아는 건우 형이라면… 과외를 해도 될 텐데.”
아니면 데이터 팔이를 해도 되고 말이다.
어느 쪽이든 이보단 몸이 편할 것 같은데, 왜 저러고 있단 말인가.
“잠시만요.”
우여곡절 끝에, 큰달은 백스토리 정보까지 수신에 성공했다.
[미국에 불시착한 박문대! 여권도 신분도 없이 불법 체류자로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잇고 있다…….
과연 그의 운명은?]
“…….”
“…….”
“보, 복권 같은 건, 당첨시켜 줄 수 없을까요.”
“제발.”
[저기요! 저 안 보이긴 한데, 그, 딸 키우는 게임이면 돈 복사 같은 게 국룰 아닌가?]
“안 돼요….”
[아흐흑.]
가관이었다.
청려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 * *
[집중하는 천재 배우가 도박장을 추천합니다!]
얘네 왜 이래.
나는 일단 떨떠름하게 도넛을 계속 튀겼다.
그렇다. 지금은 알바 중이다. 그리고 전보다 이런 노동이 견딜 만했다.
놀랍게도 몸 상태가 좀 괜찮아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무슨 밤새고 마라톤 뛰고 온 것처럼 뒈질 것 같았는데, 이젠 몸살이 제대로 걸려서 맛 간 정도라는 뜻이지.
경험상 대충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아마 그건 이거 덕이고.’
[집중하는 천재 배우가 고뇌 중입니다….]
[집중하는 천재 배우가 후원을 원합니다.]
나는 채팅 팝업을 떨떠름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이 후원이라는 걸 통해서 에너지를 받은 순간부터 체력이 늘었다.
‘대체 무슨 수로 한 거냐.’
고마운데 어디서 난 건지 물어보고는 싶군. 분명 이 모든 소통의 출처가 큰달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위험한 짓을 하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무리수 뒀다가 나 같은 꼴 된다.
주의하라고 몇 번 말로 전달했지만, 팝업이 계속 혼자 저러는 걸 보니 별 소용은 없는 것 같다.
[체리 도넛 둘!]
[옙.]
나는 주인장의 요청에 바로 대답한 후, 도넛을 포장했다.
참고로 여기가 근무환경은 썩 좋지 않다. 불법 체류자인지 확인도 안 하고 고용할 정도니… 뭐, 감지덕지다.
돈 떼어먹히면 이민국에 자진 신고해서 가게 조지겠다고 협박이나 해야겠군.
“후.”
포장 완료.
나는 다시 도넛 생산라인으로 복귀해, 다 튀긴 도넛에 초콜릿 코팅을 입혔다.
피곤한 몸뚱어리에 비해서 속도가 놀라울 만큼 잘 붙었는데, 이것도 이 채팅 팝업에서 받은… 무슨 가호 덕이었다.
‘창작 속도 증가였던가?’
그렇다면 뻔했다.
아마 이걸 준 ‘심야의 마에스트로’라는 녀석은… 김래빈이겠지.
‘작곡 속도를 높여주는 미친 사기 특성을 뭘 이딴 도넛 튀기는 거에 낭비하려고…….’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편안했다.
‘젠장.’
나는 홀린 듯이 도넛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정확히 들어맞아서 마치 퍼즐을 조립하듯 딱딱 붙는 느낌!
[심야의 마에스트로가 보람을 느낍니다.]
고맙다. 망할.
나는 다시 회복되는 체력에 한숨을 참았다.
내 말을 듣고 있는지는 알 수 없고, 체력 가호니 뭐니 헛웃음이 나오는 짓이지만….
‘…있다는 게 중요한 거긴 하지.’
인정하기 민망하지만, 정신적으로도 기운이 났다.
이 망할 상황을 탈출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보이니까.
나는 계속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진열장에 도넛을 정렬해서 일을 끝낸 후, 잠깐 자체 휴식에 들어갔다.
빨리 보고해 봤자 일감만 더 떨어지거든.
“휴우.”
그렇게 카운터에 걸쳐서는 순간이었다.
주머니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지이이잉!
문자였다.
LeTi에서 온.
[건우씨~ 잘 지내셨어요?*^^* 뮤직비디오 티저 공개됐어요!]
“…….”
벌써?
* * *
청려는 감흥 없이 링크를 보았다.
연결되는 건 흔한 이별 노래다.
-이젠 알아
작은 속삭임도 조심스러운 손길도
사랑이었단 걸
헤어질 때는 몰랐던 것들에 대해서 쓸쓸히, 가슴 아프게 중얼거리듯 부르는 곡.
그때 내가 돌아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에 대한 가사는 사람들의 공통 정서를 자극했다.
그래서 팬덤보다 대중성을 노리는 여성 솔로에게 할당하기 좋은 곡이었다.
‘매번 그렇지.’
청려는 비스듬히 스마트폰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이건 이 시기쯤에 거의 항상 발매되는 싱글 앨범.
그리고 이 요청도 반반의 확률로 받았다.
“계열사 분이거든? SNS에 공유만 한 번 해드려.”
“네.”
40대 솔로 발라드 여가수, 그것도 기혼자를 SNS에 업로드해도 리스크랄 것도 없었다.
멤버 중 하나가 열애설로 대형 사고를 친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SNS 업로드 주기를 복구한 지도 한 달째였다. 이건 누가 봐도 소속사에서 부탁을 받았구나 할 것이다.
게다가 이 곡은 변수가 생길 정도의 화제성도 없다.
‘그럭저럭 체면치레한 정도.’
30위권에서 놀다가 사라진다.
냉정히 평가한 청려는 스트리밍 캡처를 위해 잠깐 음원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눈썹을 약간 치켜올렸다.
-29. 안 좋은 밤 (New!)
해당 음원의 등수가 아주 소폭 상승해 있었다.
‘흠.’
청려는 턱에 손을 댔다.
이 정도 상승은 그냥, 순간 지나가는 우연일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혀 관계없던 요인들이 이번 재시작에만 유독 거미줄처럼 엮여서 파장을 주고받는 것일 뿐일, 미미한 변동.
다시 시작하면 아마도 없어질 흔적이다.
그러나….
‘원인을 알아내서 손해 볼 건 없지.’
음원은 언제나 그가 신경 쓰는 요소니까.
그는 가볍게 페이지를 넘기며 거미줄을 역으로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뭐 하냐.]
하루 만에 도움말이 툭 튀어나왔다. 청려는 약간 유쾌한 기분으로 대꾸했다.
“분석.”
도움말은 잠시 대답이 없더니, 곧 약간 유순한 투로 대답했다.
[괜찮은 것 같은데. 분위기도 많이 진정됐고.]
“…….”
청려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도움말은 ‘분석’이란 자신의 대답을 오해하여, VTIC의 현재 평판에 대해 떠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마침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에 VTIC 관련 SNS 게시글들이 지나가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저놈은 건강 문제로 핑계라도 대서 좀 제외하고 컴백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저 열애설 터진 놈.]
맞군.
청려는 ‘열애설 터진 놈’을 힐끗 본 후,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다음에는 제외해야겠지.”
재시작 이후에 말이다.
뒷말을 이해했는지 도움말은 잠깐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이젠 재시작을 말리지도 않았다.
그냥 이렇게 물어봤을 뿐이다.
[그럼 지금 있는 멤버 중에 남길 녀석은?]
“글쎄.”
모호한 답변에도 도움말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진채율은 개근이겠지.]
추측이 제법.
청려는 희미하게 웃었다.
“적절하니까.”
[능력치 좋고 인성 괜찮고 성격이 무난한데 멘탈은 세서 어지간한 상황에서도 1인분 한다는 말이지.]
청려는 부정하지 않고 빙긋 웃었다.
“그래.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특수한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없다는 것. 그게 가장 유용한 점이지.”
마치 ‘기르기 무난하고 튼튼한 화초’ 같은 걸 설명하는 것처럼 들렸다.
박문대는 떨떠름하게 생각하면서도, 이 청려가 전보다는 살짝 허들을 낮추고 도움말을 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처음과 달리 자신에게 설명이란 걸 해주고 있지 않은가.
‘하여간 시스템 새끼한테 잠식당하면 좋은 게 없다니까.’
이렇게 자신이 제정신 차리고 있으니 오히려 대화가 잘 돌아가는 편이지 않나.
박문대는 그 김에 아예 대놓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설마, 어차피 재시작할 거니까 지금은 리스크 심한 시도를 해볼 생각은?]
청려는 화면에 눈을 내린 채, 간단히 대답했다.
“없는데.”
그런 짓으로 ‘의외의’ 정보를 얻을 시기는 이미 초반 재시작 때 지났다.
이젠 ‘청려가 청려답게 행동한다’라는 통제 변수를 유지해야 신뢰도 있는 정보값을 얻을 수 있었다.
박문대에겐 오히려 좋았다.
‘다음 앨범은 제대로 내겠어.’
지금 완전히 던지는 판이라고 개짓거리 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박문대는 단말에 접근할 시간을 번 것에 만족하며, 도로 단말 탐색을 위해 시스템 심층부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그렇군.’
청려가 여기서도 ‘대상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라는 스탠스를 유지할 생각이었다.
그걸 다시 말하자면 여기서도, VTIC의 후배 남자 아이돌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언제나와 같이.
[……그래.]
박문대는 잠깐 떠올렸다.
자신을 만나면서 자신의 데뷔에 대하여 거의 확신까지 가지게 된 녀석을.
-정기적으로 연락하겠습니다.
지금은 한국에 돌아간, 이곳의 주단 말이다.
LeTi의 차기 남자 그룹이 이미 끝장났다는 건 모르겠지.
‘…….’
박문대는 약간 입이 썼다.
그사이, 청려는 기어코 음원 순위가 상승한 이유를 찾아낸 상태였다.
“이거구나.”
뜬금없는 댓글들이 화면으로 지나갔다.
-제 미래의 남편 다시 보러왔습니다
-신인 배우신 것 같은데 분위기 너무 좋네요^^
‘…??’
박문대는 없는 눈을 비빌 뻔했다.
청려가 보고 있던 것은… 바로 뮤직비디오의 티저였다.
자신이 출연한.
‘미친.’
-…….
바닷가에 서 있는 남성이 애수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 보였다.
묘한 분위기와 절묘한 카메라 각도, 역광이 어우러져서 이상하게 매력이 있었다.
-이분 레티 소속이래!
바이럴이랄 것도 없지만, 소소하게 커뮤니티에서 말이 나오며 음원 등수에 살짝 긍정적인 영향을 준 모양이었다.
‘이게 원인.’
이번 재시작에서만 새롭게 있는 특이점이었다. 별건 없지만.
청려는 잡담의 연장선으로 입을 열었다.
“처음 보는 인력인데.”
[…….]
“음, 우리 회사 소속이라.”
청려는 빠르게 분석했다.
아이돌 라인으로 빠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20대 중후반 이상.
변칙적으로 스카웃된 인재, 연습 기간 거의 없음.
‘그렇다면….’
만일 몇 년 전이라고 가정한다면 자원으로서 효용가치가 있나?
쓸 수 있는 옵션은 많을수록 안전했다. 확률은 희박하지만, 이번에도 정보를 수집해 볼까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도움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너희 그룹에 들어가기엔 너무 늙어 보이는데.]
[아무튼, 난 이제 가본다.]
이렇게 툭 남기고 팝업은 멈췄다.
“도움말?”
자기 멋대로 하겠다던 예고처럼, 녀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라진 건 아니라는 것을 청려는 알았다. 새빨간 오류 삭제창이 잘 남아 있었으니까.
“하.”
그는 피식 웃으며 스마트폰에서 손을 뗐다.
도움말의 이런 행동까진 통제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새로운 인물의 프로필을 보는 게 아닌 이상, 어차피 글자일 뿐인 도움말이 있든 말든 손해도 이득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삭제해도 돌아온 걸 보면, 아마 다음 재시작에서도 그대로 붙어 있지 않을까.
‘그러면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는 건가.’
변동 없이 항상 거기 있는 것.
‘음.’
청려는 희미하게,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 * *
나는 생각했다.
이게 바로 천만 아역 배우의 특성빨이냐?
-뮤직비디오 티저 반응 굉장히 좋아요 건우 씨!
LeTi에서는 연락이 계속 온다.
이 단계에서는 일단 대중 반응이 눈꼽만큼이라도 있으면 관계자들이 ‘굉장히 좋다’라고 과장하던데 다 그 꼴이다.
태도도 아주 적극적이 됐다.
-미국 여행 2주 남으셨죠? 저희 공항에 마중 나가려는데 혹시 비행기편이 어떻게 되나요?
‘X 됐다.’
나는 눈을 눌렀다.
그럴싸한 핑계라도 대서 미루려고 했는데.
‘다리라도 부러졌다고 해야 하나.’
아니, 그러면 아주 친히 모시러 나올 것 같군.
이게 다 지나치게 영상이 잘 뽑힌 부작용이다.
결국 여권 없어서 불법 입국으로 체포당하는 엔딩이 떠오르자 눈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았다.
입국까지 D-14.
그리고 방법은… 없다!
* * *
[박문대 (ㅁ_ㅁ;) : 입국 방법을 찾는 중….]
[박문대 (ㅁ_ㅠ;) : 좌절하는 중!]
홀로그램 팝업 속, 도트 박문대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세상에.”
“……여권 없이 한국 오는 방법?”
그리고 놀랍게도 잠시 후.
“알았어요!”
작전 팀원들은 해결 방식을 찾아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52화
“에너지 회복! 이거 우리가 해준 거 맞지?”
배세진이 홀로그램 화면을 손가락질했다.
화면 속에선 여전히 낡고 지쳐 보이는 도트 박문대가 움직이고 있었으나, 전보다는 상태가 괜찮아 보였다.
실제로 표기되는 에너지도 이제 도트 한 점이 간신히 찍히는 얇고 간당간당한 눈금이 아니었다. 조금은 도톰해져 있었다!
그래봤자 위험을 알리는 듯한 시뻘건 색이었지만, 그래도 성과는 성과였다. 큰달도 흥분해서 외쳤다.
“네! 특성을 이용해서 에너지를 전달하는 건 확실히 성공이에요!”
“좋았어!”
사람들은 공식을 되새겼다.
박문대가 자신들의 특성을 쓸 수 있는 연관 타이밍이 오면 그때 맞춰서 가호라는 것을 내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에너지를 보상으로 줄 수 있었다.
게다가 늘어난 박문대의 에너지바 덕에, 추가 접속이 가능해졌다!
“이제 두 명이 정원이에요!”
“오케이.”
“좋아, 좋아.”
“이대로 돌아가면서 한 번씩 특성을 쓰게 하면… 음?”
그런데, 연기자가 된 줄 알았던 박문대의 환경이 또 변했다.
박문대는 이제 웬 초라한 가게에서 열심히 반죽을 만지고 있었다.
“…도넛?”
“음, 아르바이트 같은데요.”
이세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배속된 듯 빠른 화면 속에서 박문대는 열심히 도넛을 튀기면서도 힘겨워했다.
“…이런 건 못 도와줄까요?”
“그러게.”
류청우가 중얼거렸다.
“체력 때문에 능률이 너무 떨어진 것 같은데….”
능률.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한 곳에 꽂혔다.
계량 없이 손가락만으로 황금비율의 호떡을 만들 수 있는 남자를 향해.
“…??”
김래빈이 당혹스럽게 사방을 둘러보았다!
“래, 래빈이.”
“그래. 그거다.”
웅성웅성 이야기를 나눈 후, 모여 있던 사람들은 위치를 바꿨다.
그리고.
그리고 화면 속 박문대는 한결 빠른 속도로 도넛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오오!”
김래빈은 상기된 표정으로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순식간에 아름다운 악상을 떠올리는 극한의 예술 능력을 겨우 도넛 제조에 썼다는 아쉬움은 한 점 찾아볼 수 없었다.
‘그게 또 매력이시긴 하지!’
큰달은 이제야 약간 긴장 수위를 낮추며, 벅찬 눈으로 팝업을 조절했다.
김래빈이 환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잘 된 것 같습니다!”
“으응!”
선아현은 이제 주홍색으로 변한, 조금 길어진 박문대의 에너지 막대 표시를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러기도 잠시.
“그런데 문대가 왜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지?”
“예?”
류청우가 의아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내가 아는 건우 형이라면… 과외를 해도 될 텐데.”
아니면 데이터 팔이를 해도 되고 말이다.
어느 쪽이든 이보단 몸이 편할 것 같은데, 왜 저러고 있단 말인가.
“잠시만요.”
우여곡절 끝에, 큰달은 백스토리 정보까지 수신에 성공했다.
과연 그의 운명은?]
“…….”
“…….”
“보, 복권 같은 건, 당첨시켜 줄 수 없을까요.”
“제발.”
“안 돼요….”
가관이었다.
청려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 * *
얘네 왜 이래.
나는 일단 떨떠름하게 도넛을 계속 튀겼다.
그렇다. 지금은 알바 중이다. 그리고 전보다 이런 노동이 견딜 만했다.
놀랍게도 몸 상태가 좀 괜찮아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무슨 밤새고 마라톤 뛰고 온 것처럼 뒈질 것 같았는데, 이젠 몸살이 제대로 걸려서 맛 간 정도라는 뜻이지.
경험상 대충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아마 그건 이거 덕이고.’
나는 채팅 팝업을 떨떠름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이 후원이라는 걸 통해서 에너지를 받은 순간부터 체력이 늘었다.
‘대체 무슨 수로 한 거냐.’
고마운데 어디서 난 건지 물어보고는 싶군. 분명 이 모든 소통의 출처가 큰달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위험한 짓을 하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무리수 뒀다가 나 같은 꼴 된다.
주의하라고 몇 번 말로 전달했지만, 팝업이 계속 혼자 저러는 걸 보니 별 소용은 없는 것 같다.
나는 주인장의 요청에 바로 대답한 후, 도넛을 포장했다.
참고로 여기가 근무환경은 썩 좋지 않다. 불법 체류자인지 확인도 안 하고 고용할 정도니… 뭐, 감지덕지다.
돈 떼어먹히면 이민국에 자진 신고해서 가게 조지겠다고 협박이나 해야겠군.
“후.”
포장 완료.
나는 다시 도넛 생산라인으로 복귀해, 다 튀긴 도넛에 초콜릿 코팅을 입혔다.
피곤한 몸뚱어리에 비해서 속도가 놀라울 만큼 잘 붙었는데, 이것도 이 채팅 팝업에서 받은… 무슨 가호 덕이었다.
‘창작 속도 증가였던가?’
그렇다면 뻔했다.
아마 이걸 준 ‘심야의 마에스트로’라는 녀석은… 김래빈이겠지.
‘작곡 속도를 높여주는 미친 사기 특성을 뭘 이딴 도넛 튀기는 거에 낭비하려고…….’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편안했다.
‘젠장.’
나는 홀린 듯이 도넛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정확히 들어맞아서 마치 퍼즐을 조립하듯 딱딱 붙는 느낌!
고맙다. 망할.
나는 다시 회복되는 체력에 한숨을 참았다.
내 말을 듣고 있는지는 알 수 없고, 체력 가호니 뭐니 헛웃음이 나오는 짓이지만….
‘…있다는 게 중요한 거긴 하지.’
인정하기 민망하지만, 정신적으로도 기운이 났다.
이 망할 상황을 탈출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보이니까.
나는 계속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진열장에 도넛을 정렬해서 일을 끝낸 후, 잠깐 자체 휴식에 들어갔다.
빨리 보고해 봤자 일감만 더 떨어지거든.
“휴우.”
그렇게 카운터에 걸쳐서는 순간이었다.
주머니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지이이잉!
문자였다.
LeTi에서 온.
“…….”
벌써?
* * *
청려는 감흥 없이 링크를 보았다.
연결되는 건 흔한 이별 노래다.
-이젠 알아
작은 속삭임도 조심스러운 손길도
사랑이었단 걸
헤어질 때는 몰랐던 것들에 대해서 쓸쓸히, 가슴 아프게 중얼거리듯 부르는 곡.
그때 내가 돌아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에 대한 가사는 사람들의 공통 정서를 자극했다.
그래서 팬덤보다 대중성을 노리는 여성 솔로에게 할당하기 좋은 곡이었다.
‘매번 그렇지.’
청려는 비스듬히 스마트폰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이건 이 시기쯤에 거의 항상 발매되는 싱글 앨범.
그리고 이 요청도 반반의 확률로 받았다.
“계열사 분이거든? SNS에 공유만 한 번 해드려.”
“네.”
40대 솔로 발라드 여가수, 그것도 기혼자를 SNS에 업로드해도 리스크랄 것도 없었다.
멤버 중 하나가 열애설로 대형 사고를 친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SNS 업로드 주기를 복구한 지도 한 달째였다. 이건 누가 봐도 소속사에서 부탁을 받았구나 할 것이다.
게다가 이 곡은 변수가 생길 정도의 화제성도 없다.
‘그럭저럭 체면치레한 정도.’
30위권에서 놀다가 사라진다.
냉정히 평가한 청려는 스트리밍 캡처를 위해 잠깐 음원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눈썹을 약간 치켜올렸다.
-29. 안 좋은 밤 (New!)
해당 음원의 등수가 아주 소폭 상승해 있었다.
‘흠.’
청려는 턱에 손을 댔다.
이 정도 상승은 그냥, 순간 지나가는 우연일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혀 관계없던 요인들이 이번 재시작에만 유독 거미줄처럼 엮여서 파장을 주고받는 것일 뿐일, 미미한 변동.
다시 시작하면 아마도 없어질 흔적이다.
그러나….
‘원인을 알아내서 손해 볼 건 없지.’
음원은 언제나 그가 신경 쓰는 요소니까.
그는 가볍게 페이지를 넘기며 거미줄을 역으로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하루 만에 도움말이 툭 튀어나왔다. 청려는 약간 유쾌한 기분으로 대꾸했다.
“분석.”
도움말은 잠시 대답이 없더니, 곧 약간 유순한 투로 대답했다.
“…….”
청려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도움말은 ‘분석’이란 자신의 대답을 오해하여, VTIC의 현재 평판에 대해 떠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마침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에 VTIC 관련 SNS 게시글들이 지나가고 있었으니까.
맞군.
청려는 ‘열애설 터진 놈’을 힐끗 본 후,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다음에는 제외해야겠지.”
재시작 이후에 말이다.
뒷말을 이해했는지 도움말은 잠깐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이젠 재시작을 말리지도 않았다.
그냥 이렇게 물어봤을 뿐이다.
“글쎄.”
모호한 답변에도 도움말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추측이 제법.
청려는 희미하게 웃었다.
“적절하니까.”
청려는 부정하지 않고 빙긋 웃었다.
“그래.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특수한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없다는 것. 그게 가장 유용한 점이지.”
마치 ‘기르기 무난하고 튼튼한 화초’ 같은 걸 설명하는 것처럼 들렸다.
박문대는 떨떠름하게 생각하면서도, 이 청려가 전보다는 살짝 허들을 낮추고 도움말을 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처음과 달리 자신에게 설명이란 걸 해주고 있지 않은가.
‘하여간 시스템 새끼한테 잠식당하면 좋은 게 없다니까.’
이렇게 자신이 제정신 차리고 있으니 오히려 대화가 잘 돌아가는 편이지 않나.
박문대는 그 김에 아예 대놓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청려는 화면에 눈을 내린 채, 간단히 대답했다.
“없는데.”
그런 짓으로 ‘의외의’ 정보를 얻을 시기는 이미 초반 재시작 때 지났다.
이젠 ‘청려가 청려답게 행동한다’라는 통제 변수를 유지해야 신뢰도 있는 정보값을 얻을 수 있었다.
박문대에겐 오히려 좋았다.
‘다음 앨범은 제대로 내겠어.’
지금 완전히 던지는 판이라고 개짓거리 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박문대는 단말에 접근할 시간을 번 것에 만족하며, 도로 단말 탐색을 위해 시스템 심층부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그렇군.’
청려가 여기서도 ‘대상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라는 스탠스를 유지할 생각이었다.
그걸 다시 말하자면 여기서도, VTIC의 후배 남자 아이돌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언제나와 같이.
박문대는 잠깐 떠올렸다.
자신을 만나면서 자신의 데뷔에 대하여 거의 확신까지 가지게 된 녀석을.
-정기적으로 연락하겠습니다.
지금은 한국에 돌아간, 이곳의 주단 말이다.
LeTi의 차기 남자 그룹이 이미 끝장났다는 건 모르겠지.
‘…….’
박문대는 약간 입이 썼다.
그사이, 청려는 기어코 음원 순위가 상승한 이유를 찾아낸 상태였다.
“이거구나.”
뜬금없는 댓글들이 화면으로 지나갔다.
-제 미래의 남편 다시 보러왔습니다
-신인 배우신 것 같은데 분위기 너무 좋네요^^
‘…??’
박문대는 없는 눈을 비빌 뻔했다.
청려가 보고 있던 것은… 바로 뮤직비디오의 티저였다.
자신이 출연한.
‘미친.’
-…….
바닷가에 서 있는 남성이 애수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 보였다.
묘한 분위기와 절묘한 카메라 각도, 역광이 어우러져서 이상하게 매력이 있었다.
-이분 레티 소속이래!
바이럴이랄 것도 없지만, 소소하게 커뮤니티에서 말이 나오며 음원 등수에 살짝 긍정적인 영향을 준 모양이었다.
‘이게 원인.’
이번 재시작에서만 새롭게 있는 특이점이었다. 별건 없지만.
청려는 잡담의 연장선으로 입을 열었다.
“처음 보는 인력인데.”
“음, 우리 회사 소속이라.”
청려는 빠르게 분석했다.
아이돌 라인으로 빠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20대 중후반 이상.
변칙적으로 스카웃된 인재, 연습 기간 거의 없음.
‘그렇다면….’
만일 몇 년 전이라고 가정한다면 자원으로서 효용가치가 있나?
쓸 수 있는 옵션은 많을수록 안전했다. 확률은 희박하지만, 이번에도 정보를 수집해 볼까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도움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이렇게 툭 남기고 팝업은 멈췄다.
“도움말?”
자기 멋대로 하겠다던 예고처럼, 녀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라진 건 아니라는 것을 청려는 알았다. 새빨간 오류 삭제창이 잘 남아 있었으니까.
“하.”
그는 피식 웃으며 스마트폰에서 손을 뗐다.
도움말의 이런 행동까진 통제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새로운 인물의 프로필을 보는 게 아닌 이상, 어차피 글자일 뿐인 도움말이 있든 말든 손해도 이득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삭제해도 돌아온 걸 보면, 아마 다음 재시작에서도 그대로 붙어 있지 않을까.
‘그러면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는 건가.’
변동 없이 항상 거기 있는 것.
‘음.’
청려는 희미하게,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 * *
나는 생각했다.
이게 바로 천만 아역 배우의 특성빨이냐?
-뮤직비디오 티저 반응 굉장히 좋아요 건우 씨!
LeTi에서는 연락이 계속 온다.
이 단계에서는 일단 대중 반응이 눈꼽만큼이라도 있으면 관계자들이 ‘굉장히 좋다’라고 과장하던데 다 그 꼴이다.
태도도 아주 적극적이 됐다.
-미국 여행 2주 남으셨죠? 저희 공항에 마중 나가려는데 혹시 비행기편이 어떻게 되나요?
‘X 됐다.’
나는 눈을 눌렀다.
그럴싸한 핑계라도 대서 미루려고 했는데.
‘다리라도 부러졌다고 해야 하나.’
아니, 그러면 아주 친히 모시러 나올 것 같군.
이게 다 지나치게 영상이 잘 뽑힌 부작용이다.
결국 여권 없어서 불법 입국으로 체포당하는 엔딩이 떠오르자 눈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았다.
입국까지 D-14.
그리고 방법은… 없다!
* * *
홀로그램 팝업 속, 도트 박문대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세상에.”
“……여권 없이 한국 오는 방법?”
그리고 놀랍게도 잠시 후.
“알았어요!”
작전 팀원들은 해결 방식을 찾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