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550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50화
내가 미국에 체류하기로 결정한 후.
‘흠.’
최저시급 간신히 맞춰주는 가게 하나에 취직한 나는 단서 탐색을 위해 다시 시스템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류건우 몸은 주단 녀석의 보조를 받아 렌트한 작은 원룸에 둔 채로.
나는 심호흡했다.
‘괜찮은데.’
버틸 만했다.
압력이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걸 봐서는 아직 시스템에 잠식되지 않고 안전했다.
게다가 내가 이 빌어먹을 시스템에 끌려오기 전의 현실이 계속 떠오르는 것을 보면 더더욱.
‘…다른 녀석들은 멀쩡하겠지.’
지난번처럼 이놈 저놈 끌어들이지 않은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나는 최대한 그 생각을 머릿속에 그대로 두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며, 계속 잠수했다.
단말이 있는 곳으로.
* * *
테스타가 JSA에 다짜고짜 진입하고 잠시 후.
“…….”
“…….”
“No way. But maybe…?”
“한국어 써, 차유진.”
큰달과 권희승의 합작으로 현재 일어난 모든 일?정말로 너희에게 7번째 멤버가 있었는데 증발했다!-을 전해 들은 테스타 멤버들은 잠깐 얼이 빠져 있었다.
본인들도 너무 수상쩍어서, 또 마침 휴일이라 거침없이 JSA에 찾아오는 미친 짓을 저지르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토록 대놓고 비현실적인 답을 얻을 거라고 기대하진 않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 7번째 멤버가…….”
“저기 누워 계세요…….”
배세진은 큰달의 손짓에 고개를 돌렸다.
그 소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배세진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잠깐. 설마 이 사람들 단체로 이상한 사이비 같은데 가입한 건…….’
하지만 VTIC 청려, 스페이서 권희승, 그리고 뜬금없이 잘생긴 7급 공무원의 조합은 너무 이상했다.
아니, 애초에 사이비라면 좀 더 그럴싸하고 현실적인 방식을 썼을 것 아닌가?
그리고 그 생각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는 듯이 큰달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새, 생각해 보세요. 세진 님은 절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예?”
배세진은 딱 굳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이 사람의 신상을 ‘당연한 것처럼’ 알고 있었다….
“그건, 그러니까… 아, 제 팬이라고 하셨어서,”
“아니요.”
큰달은 뭔가를 참아내듯, 약간 서글픈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것도 테스타 박문대 형이에요.”
“…….”
“저도 테스타 팬은 맞지만… 저희는 그 형 덕분에 알고 지낸 거예요.”
배세진은 결국 입을 다물었다.
큰달은 간절히 물었다.
“여러분 모두, 어떤 지식이나 기억은 있는데, 막상 그걸 만든 과정은 모호하지 않으세요…?”
“…….”
테스타는 각자 가지고 있던 몇 가지 위화감과 의구심들을 떠올렸다.
때로는 취미, 때로는 능력, 때로는 초현실적인 경험.
또는 성공하지 못한 채 끈질기게 아이돌 생활을 이어나간 사람만 가질 지식이었다.
자신의 현재 인식과 미묘하게 어긋나는 현실.
모두가 자각했다.
“…….”
아무도 큰달의 말을 부정하지 않고, 깊은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저, 저기.”
“예?”
선아현이 살짝 손을 들고,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
“그분이, 소파 위에… 계신다고 하셨죠?”
“…네.”
“잠깐… 가까이 가봐도, 될까요.”
“그럼요….”
선아현은 큰달의 즉답을 들은 후에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소파로 접근했다.
“잠깐.”
“…?”
청려는 박문대의 소파 바로 옆으로 이동한 후, 박문대의 경동맥 부근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제법 부드럽게 말했다.
“여기입니다.”
“아, 감사해요….”
선아현은 천천히 소파 위로 손을 뻗었다.
그가 인지하지 못하는 누군가가, 그 위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하면서.
선아현은 사려 깊게 손을 뻗었다.
‘알고 싶어.’
떨리는 손이, 천천히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닿았다.
촉감도 없이.
* * *
마침내 도착한 시스템의 중심부.
박문대는 단말에 손을 올렸다.
* * *
그 순간.
선아현은 정전기 같은 것이 손끝으로부터 터지는 것을 느꼈다.
머리끝까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
플래시백이 지나간다.
-첫 팀전에서 아이디어를 내던 말투, 담담한 1위 소감, 배짱 있는 PPT 발표, 첫 콘서트에서 펑펑 울던 인영, 강아지를 쓰다듬는 손, 투박한 위로….
그리고.
-눈앞에 있는 사람.
선아현은 손을 움찔거렸다.
손 밑에서부터, 무언가가 번뜩이며 실루엣이 스쳤다…….
투두둑.
[■■■■■■■■■■]
큰달은 박문대의 몸이 무수한 홀로그램으로 깨지듯 깜빡이는 것을 보았다.
선아현의 손 밑에서부터.
“…!!”
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동시에, 누군가 그의 가슴을 밀어 멈추게 했다.
청려였다.
여전히 박문대와 접촉 중인 그는 큰달을 말없이 응시했다.
“…….”
[뭐예요? 무슨 일 났어요?]
카메라를 통해서는 전달되지 않는 그 현상은 큰달과 청려의 눈을 찌르는 듯 날카롭게 번뜩였으나, 곧 잦아들었다.
찌르는 듯한 통증이 멎고, 테스타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억.”
큰달을 가로막던 손이 그제야 사라졌다.
그는 청려를 한번 노려본 후, 달려 나가 황급히 물었다.
“괜찮으세요?”
“그, 그러니까….”
“Oh my fxxking… Look! 저거 봐요!”
큰달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벌써 소파 앞으로 달려간 차유진이 박문대의 옆에서 기겁하고 있었다.
큰달의 머릿속이 희망으로 반짝였다.
“다, 다들…… 보이세요?”
“Of course, YES!! 일어나요!”
차유진이 다짜고짜 박문대를 잡고 짤짤 흔들었다. 사람들이 기겁했다.
“머리 조심, 머리 조심해!!”
“아이고, 문대문대 목 꺾이겠….”
이세진은 말을 멈췄다.
자연스럽게 나온 말에 비해 얼굴은 다소 경직되어있었다.
“기억이 나셨군…요?”
큰달은 아까보다 자신감 없게 말했다.
“……음.”
이세진은 약간 낯선 동작으로, 차유진 대신 자신이 박문대의 몸을 잡아 도로 소파에 조심스럽게 눕혀주었다.
그는 혼란스러움을 참는 것처럼 보였다.
대신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의 김래빈이 입을 열었다.
“기억은 납니다! 다만 금방이라도 잊어버릴 것 같습니다!”
“……!”
그렇다.
어떤 매커니즘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테스타는 박문대의 존재를 인지했다.
다만 임시방편처럼.
마치 아까 전, 박문대가 홀로그램처럼 깜박이던 것처럼 말이다.
“…….”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각기 다른 이유로 가라앉았다.
테스타는 슬슬 이 일이 섬뜩할 만큼 위험한 상황인지 파악했기 때문이고, 큰달과 권희승은 그걸 테스타가 깨달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로지 하나만이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효과가 있었네요. 비슷한 시도를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청려였다.
배세진이 인상을 확 찌푸렸다.
“…설명이 먼저 아니야? 박문대가 왜 저렇게 된 건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우리도 아이디어를 내고…….”
“내가 시간 절약의 중요성을 다시 이야기해야 할까요.”
“…….”
긴장감이 흐르려던 순간.
[자, 잠깐만요! 형님들 지금도 찝찝하실 텐데 진짜 나중에 ‘아 말싸움하지 말걸’ 하면서 후회하지 마시고 얼른 지금 뭐라도 해보죠!]
카메라 너머로 참여한 탓에 이 모든 꼴을 조금이라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던 권희승이 소리쳤다.
“…….”
류청우는 그 모든 것을 확인한 후, 쓴웃음과 함께 천천히 입을 열었다.
“희승이 말이 설득력이 있네요.”
“…!”
“당연하지만, 저희도 뭐라도 해볼겁니다.”
큰달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류청우는 차분히 물었다.
“문대를 다시 깨어나게 할 방법이 있나요? 아니면 거기서부터 생각해야 하는 건가요.”
“그게, 그러니까…….”
여기서부턴 구체적인 방법을 세우진 않았는데!
진땀을 흘리며 방법을 설명하려던 큰달은, 문득 청려가 일언반구도 없이 빤히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이 사람들이 이렇게 들어온 것도… 이 사람이 허락해준 거 아닌가!
청려는 미리 알고 있던 게 분명했다.
“저기요.”
청려가 살짝 눈만 돌렸다.
큰달이 씩씩거리며 물었다.
“테스타 분들과 진작 연락된 거였죠?”
“…….”
연락이 되다 못해 지휘통제실 근무에서 만든 인맥으로 거의 연예인 특혜 논란 수준의 날치기 면회를 통과시킨 장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왜 테스타분들께 연락하셨으면서 저한테는 귀띔도 안 하신 거예요?”
백업이 있다는 것을 알면 나태해지니까.
자신의 시도 밖에는 방도가 없다고 생각하고 필사적으로 매달려야 최고의 효율을 낼 테니까.
…라는 설명은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생략한 청려는 간단히 대꾸했다.
“시간이 없어서.”
“…….”
“설마 너도 설명을 들어야겠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행동이 우선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
[악! 네네, 그렇죠! 설명 말고 행동부터! 얼른 행동해요!]
“아, 알겠어요!”
고구마를 만 개쯤 처먹은 듯 답답해하는 권희승의 재촉에 큰달은 결국 빠르게 다시 청려와 접촉했다.
대충 팔을 잡아챘다는 뜻이다.
“그리고… 어, 그럼,”
“테스타 후배분들 중에 독특한 성질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청려가 칼같이 말을 끊고 명료하게 들어왔다.
“가상 세계에서도 써봤을 테니, 방식을 설명하진 않아도 되겠죠.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할 테니… 선아현 씨.”
“…예?”
“아까 박문대와 접촉할 때 무슨 생각을 했던 간에.”
그가 선아현을 응시했다.
“그대로 하세요.”
“…….”
선아현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조로 하라고요, 제발!’
큰달은 소리를 지르고 싶은 기분이 들었으나 참고 인내했다.
그 대신 깨달음도 얻었다.
‘그러고 보니, 선아현 님만 그런 게 아니잖아.’
그는 이세진이 특성을 발전시켜 시스템이 표기하는 잠재 스탯을 돌파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둘 모두 특성 덕에 시스템의 표기를 벗어난 행보를 보인 것이다.
‘어쩌면…….’
그 순간, 그의 머릿속이 반짝였다!
-이 ‘특성’이라는 사람의 힘은, 충분히 커지면 시스템도 파악할 수 없는 게 아닐까?
그리고 공교롭게도 테스타는 대부분 등급이 높은 특성을 보유 중이었다.
‘이거야!’
큰달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직접 접촉해서 ‘접속’하면 저 특성도 이용할 수 있을지도!
“다, 다 같이 손을 모으면 좀 낫지 않을까요?”
“God…, 이거 완전 Astrology 같아요. 당신들 Voodoo 믿어요?”
“…….”
그렇게 말하긴 했으나, 차유진은 놀라울 정도로 진지한 눈으로 빠르게 협조했다.
그가 큰달의 팔 위로 손을 턱 올려놓으며 뚱하게 물었다.
“이거 맞아요?”
“네네!”
큰달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간절한 눈으로 다른 멤버들을 쳐다보았다.
“음.”
대부분의 멤버들은 어깨를 으쓱이거나 절박한 얼굴로 일단 큰달의 말대로 그와 접촉해줬다.
그리고 마지막.
“…….”
큰달은 약간 두려운 눈으로, 테스타 최고의 현실주의자를 바라보았다.
바로 팔짱을 끼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세진이었다.
이세진은 큰달과 눈이 마주치자 실소했다.
“아~ 모르겠네요. 원래라면 여기서 화를 내야 정상인데. 아시죠?”
그는 먼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싶었다.
이 인간들과 엮이기만 하면 박문대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건에 휘말린다고 고함이라고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해명을 요구하고, 계획을 직접 세우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전문가는 아니야.’
“일단 이건 해보고 좀 이야기하죠.”
그는 그걸 인정하고 손을 뻗었다.
협조한 후에도 추궁은 할 수 있으니까.
“가, 감사합니다!”
큰달은 침을 삼킨 후, 최대한 힘 있게 말했다.
“그, 그럼… 합니다.”
그는 크게 심호흡을 한 후.
-퉁.
청려를 통해 시스템이 지나간 ‘통로’로 접속했다.
* * *
“…후욱!”
테스타 박문대는 류건우의 몸으로 낡은 원룸 안에서 길게 심호흡을 뱉었다.
단말에서 이상한 감각을 느끼고, 다른 변화가 없자 잠시 대기 후에 바로 시스템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뭐였던 거지?’
그는 주먹을 쥐었다 피면서, 그 찌릿거리던 교묘한 통증을 회상했다.
…어쩐지, 몸이 덜 아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서는 몸에 다시 익숙해졌기에, 박문대는 거의 기분 탓이라고 치부하게 되었다.
* * *
큰달은 눈을 깜박였다.
통로 너머는 여전히 너무나 빨랐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처럼 멀고, 압도적인 가속도가 그를 떨게 만들었다.
그때.
[‘특성 : 근성’ 활성화 중!]
: 정신계열 상태이상 상쇄.
끔찍하게 무겁던 저항력이 훅, 낮아지며 정신을 가볍게 한다.
‘휴우.’
큰달은 더 가뿐히 통로 근처에서 자리를 잡으며, 그 너머의 목표를 확인했다….
[‘특성 : 집중’ 활성화 중!]
: 집중력 +120%
마치 시야가 맑아지며 저 먼 곳이 또렷하게 보이듯, 목표가 선명해졌다.
큰달은 제자리에서 준비를 했다.
[‘특성 : 풀 드로(Full draw)’ 활성화 중!]
: 퍼포먼스 평정심 +150%
완벽한 위치에서 침착하게.
심호흡한 후에 루트를 확인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떨치고.
-휴우.
출발한다.
[‘특성 : 정숙하세요’ 활성화 중!]
: 추진력 +180%
가속이 붙는다.
[‘특성 : 마에스트로’ 활성화 중!]
: 영감을 받을 시, 창작 속도 +150%
점점 더 빠르게, 더 크게.
엔진 같은 힘이 하나의 점으로 빨려들 듯, 더 견고하고 강력해진다.
[‘특성 : 블랙홀’ 활성화 중!
: 무대 몰입도 +180%]
큰달은 숨을 몰아쉬었다.
특성들이 큰달의 안에서 이리저리 튀기며 서로 핑퐁이 오가듯이 부딪히며 번뜩인다.
[‘특성 : 집중’ 활성화 중!]
[‘특성 : 풀 드로(Full draw)’ 활성화 중!]
[‘특성 : 근성’ 활성화 중!]
[‘특성 : 블랙홀’ 활성화 중!]
큰달은 무아지경으로 그 점들을 연결해 점점 힘을 키웠다.
선으로, 도형으로, 입체로.
더 거대하게.
[‘특성 : 정숙하세요’ 활성화 중!]
[‘특성 : 마에스트로’ 활성화 중!]
[‘특성 : 풀 드로(Full draw)’ 활성화 중!]
더 신속하게.
가속도가 순식간에 치밀어오르고.
[‘특성 : 근성’ 활성화 중!]
[‘특성 : 정숙하세요’ 활성화 중!]
[‘특성 : 집중’ 활성화 중!]
섞이며 강력해진다.
[‘특성’ 활성화 중]
그렇게 미친 듯이 통로 너머로 향했다.
‘조금만!’
그는 내달리고, 쏘아져 나간 끝에, 간신히, 손끝에 뭔가가….
-툭.
닿았다.
‘잡았다…!’
큰달은 온 정신을 던져, 마침내 달리는 기차에 매달렸다.
* * *
박문대는 류건우의 몸으로 골골거리면서도 어떻게든 아르바이트를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이 악물고 몇 주를 보냈다.
다만 예상치 못한 일도 일어났다.
-건우 씨! 촬영 잡혔어요!
-……와.
기어코 LeTi가 그에게 첫 ‘배우’ 일감을 물어다 준 것이다.
‘지금은 손절 타이밍이 아닌데.’
결국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일단 그 일감을 받았고….
“…안녕하세요.”
“…….”
얼결에 들어간 첫 촬영 미팅에서, 낯익은 사람을 만났다.
바로 초췌한 인상의 배세진이다.
‘이건 또 무슨 일이냐.’
LeTi 소속사 사람들이 그에게 소개해준 일감은, 자신들의 산하 레이블의 모 솔로 여가수의 뮤직비디오 조연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걷고 웃고 딱 지시대로만 하면 돼요!
그거야 쉬웠다.
다만 자신에게 코치로 이 녀석이 붙을 줄은 몰랐던 거지.
‘복귀 준비 중인 건가.’
아직 전이니, 이런 식으로 재활 중인지도 몰랐다.
박문대는 그렇게 추측하며 손을 내밀었다.
…조금 반갑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예.”
그렇게 아직 ‘이세진’이란 이름을 쓰고 있을 그 사람과 악수했다.
그 순간이었다.
류건우는 뜬금없이 배세진의 위로 떠오른 글귀를 봤다.
[집중하는 천재 배우가 당신을 보고 경악합니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소리를 지릅니다.]
“……??”
이게 뭐야.
* * *
“이게 뭐야!!”
“지, 진정하세요! 소통하세요!”
배세진은 기겁하면서 자신 앞에 뜬 팝업을 보고 있었다.
[박문대 (ㅁ?ㅁ) :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중!]
그건… 다마고치 화면이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50화
내가 미국에 체류하기로 결정한 후.
‘흠.’
최저시급 간신히 맞춰주는 가게 하나에 취직한 나는 단서 탐색을 위해 다시 시스템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류건우 몸은 주단 녀석의 보조를 받아 렌트한 작은 원룸에 둔 채로.
나는 심호흡했다.
‘괜찮은데.’
버틸 만했다.
압력이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걸 봐서는 아직 시스템에 잠식되지 않고 안전했다.
게다가 내가 이 빌어먹을 시스템에 끌려오기 전의 현실이 계속 떠오르는 것을 보면 더더욱.
‘…다른 녀석들은 멀쩡하겠지.’
지난번처럼 이놈 저놈 끌어들이지 않은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나는 최대한 그 생각을 머릿속에 그대로 두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며, 계속 잠수했다.
단말이 있는 곳으로.
* * *
테스타가 JSA에 다짜고짜 진입하고 잠시 후.
“…….”
“…….”
“No way. But maybe…?”
“한국어 써, 차유진.”
큰달과 권희승의 합작으로 현재 일어난 모든 일?정말로 너희에게 7번째 멤버가 있었는데 증발했다!-을 전해 들은 테스타 멤버들은 잠깐 얼이 빠져 있었다.
본인들도 너무 수상쩍어서, 또 마침 휴일이라 거침없이 JSA에 찾아오는 미친 짓을 저지르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토록 대놓고 비현실적인 답을 얻을 거라고 기대하진 않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 7번째 멤버가…….”
“저기 누워 계세요…….”
배세진은 큰달의 손짓에 고개를 돌렸다.
그 소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배세진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잠깐. 설마 이 사람들 단체로 이상한 사이비 같은데 가입한 건…….’
하지만 VTIC 청려, 스페이서 권희승, 그리고 뜬금없이 잘생긴 7급 공무원의 조합은 너무 이상했다.
아니, 애초에 사이비라면 좀 더 그럴싸하고 현실적인 방식을 썼을 것 아닌가?
그리고 그 생각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는 듯이 큰달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새, 생각해 보세요. 세진 님은 절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예?”
배세진은 딱 굳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이 사람의 신상을 ‘당연한 것처럼’ 알고 있었다….
“그건, 그러니까… 아, 제 팬이라고 하셨어서,”
“아니요.”
큰달은 뭔가를 참아내듯, 약간 서글픈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것도 테스타 박문대 형이에요.”
“…….”
“저도 테스타 팬은 맞지만… 저희는 그 형 덕분에 알고 지낸 거예요.”
배세진은 결국 입을 다물었다.
큰달은 간절히 물었다.
“여러분 모두, 어떤 지식이나 기억은 있는데, 막상 그걸 만든 과정은 모호하지 않으세요…?”
“…….”
테스타는 각자 가지고 있던 몇 가지 위화감과 의구심들을 떠올렸다.
때로는 취미, 때로는 능력, 때로는 초현실적인 경험.
또는 성공하지 못한 채 끈질기게 아이돌 생활을 이어나간 사람만 가질 지식이었다.
자신의 현재 인식과 미묘하게 어긋나는 현실.
모두가 자각했다.
“…….”
아무도 큰달의 말을 부정하지 않고, 깊은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저, 저기.”
“예?”
선아현이 살짝 손을 들고,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
“그분이, 소파 위에… 계신다고 하셨죠?”
“…네.”
“잠깐… 가까이 가봐도, 될까요.”
“그럼요….”
선아현은 큰달의 즉답을 들은 후에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소파로 접근했다.
“잠깐.”
“…?”
청려는 박문대의 소파 바로 옆으로 이동한 후, 박문대의 경동맥 부근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제법 부드럽게 말했다.
“여기입니다.”
“아, 감사해요….”
선아현은 천천히 소파 위로 손을 뻗었다.
그가 인지하지 못하는 누군가가, 그 위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하면서.
선아현은 사려 깊게 손을 뻗었다.
‘알고 싶어.’
떨리는 손이, 천천히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닿았다.
촉감도 없이.
* * *
마침내 도착한 시스템의 중심부.
박문대는 단말에 손을 올렸다.
* * *
그 순간.
선아현은 정전기 같은 것이 손끝으로부터 터지는 것을 느꼈다.
머리끝까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플래시백이 지나간다.
-첫 팀전에서 아이디어를 내던 말투, 담담한 1위 소감, 배짱 있는 PPT 발표, 첫 콘서트에서 펑펑 울던 인영, 강아지를 쓰다듬는 손, 투박한 위로….
그리고.
-눈앞에 있는 사람.
선아현은 손을 움찔거렸다.
손 밑에서부터, 무언가가 번뜩이며 실루엣이 스쳤다…….
투두둑.
큰달은 박문대의 몸이 무수한 홀로그램으로 깨지듯 깜빡이는 것을 보았다.
선아현의 손 밑에서부터.
“…!!”
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동시에, 누군가 그의 가슴을 밀어 멈추게 했다.
청려였다.
여전히 박문대와 접촉 중인 그는 큰달을 말없이 응시했다.
“…….”
카메라를 통해서는 전달되지 않는 그 현상은 큰달과 청려의 눈을 찌르는 듯 날카롭게 번뜩였으나, 곧 잦아들었다.
찌르는 듯한 통증이 멎고, 테스타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억.”
큰달을 가로막던 손이 그제야 사라졌다.
그는 청려를 한번 노려본 후, 달려 나가 황급히 물었다.
“괜찮으세요?”
“그, 그러니까….”
“Oh my fxxking… Look! 저거 봐요!”
큰달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벌써 소파 앞으로 달려간 차유진이 박문대의 옆에서 기겁하고 있었다.
큰달의 머릿속이 희망으로 반짝였다.
“다, 다들…… 보이세요?”
“Of course, YES!! 일어나요!”
차유진이 다짜고짜 박문대를 잡고 짤짤 흔들었다. 사람들이 기겁했다.
“머리 조심, 머리 조심해!!”
“아이고, 문대문대 목 꺾이겠….”
이세진은 말을 멈췄다.
자연스럽게 나온 말에 비해 얼굴은 다소 경직되어있었다.
“기억이 나셨군…요?”
큰달은 아까보다 자신감 없게 말했다.
“……음.”
이세진은 약간 낯선 동작으로, 차유진 대신 자신이 박문대의 몸을 잡아 도로 소파에 조심스럽게 눕혀주었다.
그는 혼란스러움을 참는 것처럼 보였다.
대신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의 김래빈이 입을 열었다.
“기억은 납니다! 다만 금방이라도 잊어버릴 것 같습니다!”
“……!”
그렇다.
어떤 매커니즘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테스타는 박문대의 존재를 인지했다.
다만 임시방편처럼.
마치 아까 전, 박문대가 홀로그램처럼 깜박이던 것처럼 말이다.
“…….”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각기 다른 이유로 가라앉았다.
테스타는 슬슬 이 일이 섬뜩할 만큼 위험한 상황인지 파악했기 때문이고, 큰달과 권희승은 그걸 테스타가 깨달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로지 하나만이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효과가 있었네요. 비슷한 시도를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청려였다.
배세진이 인상을 확 찌푸렸다.
“…설명이 먼저 아니야? 박문대가 왜 저렇게 된 건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우리도 아이디어를 내고…….”
“내가 시간 절약의 중요성을 다시 이야기해야 할까요.”
“…….”
긴장감이 흐르려던 순간.
카메라 너머로 참여한 탓에 이 모든 꼴을 조금이라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던 권희승이 소리쳤다.
“…….”
류청우는 그 모든 것을 확인한 후, 쓴웃음과 함께 천천히 입을 열었다.
“희승이 말이 설득력이 있네요.”
“…!”
“당연하지만, 저희도 뭐라도 해볼겁니다.”
큰달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류청우는 차분히 물었다.
“문대를 다시 깨어나게 할 방법이 있나요? 아니면 거기서부터 생각해야 하는 건가요.”
“그게, 그러니까…….”
여기서부턴 구체적인 방법을 세우진 않았는데!
진땀을 흘리며 방법을 설명하려던 큰달은, 문득 청려가 일언반구도 없이 빤히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이 사람들이 이렇게 들어온 것도… 이 사람이 허락해준 거 아닌가!
청려는 미리 알고 있던 게 분명했다.
“저기요.”
청려가 살짝 눈만 돌렸다.
큰달이 씩씩거리며 물었다.
“테스타 분들과 진작 연락된 거였죠?”
“…….”
연락이 되다 못해 지휘통제실 근무에서 만든 인맥으로 거의 연예인 특혜 논란 수준의 날치기 면회를 통과시킨 장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왜 테스타분들께 연락하셨으면서 저한테는 귀띔도 안 하신 거예요?”
백업이 있다는 것을 알면 나태해지니까.
자신의 시도 밖에는 방도가 없다고 생각하고 필사적으로 매달려야 최고의 효율을 낼 테니까.
…라는 설명은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생략한 청려는 간단히 대꾸했다.
“시간이 없어서.”
“…….”
“설마 너도 설명을 들어야겠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행동이 우선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
“아, 알겠어요!”
고구마를 만 개쯤 처먹은 듯 답답해하는 권희승의 재촉에 큰달은 결국 빠르게 다시 청려와 접촉했다.
대충 팔을 잡아챘다는 뜻이다.
“그리고… 어, 그럼,”
“테스타 후배분들 중에 독특한 성질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청려가 칼같이 말을 끊고 명료하게 들어왔다.
“가상 세계에서도 써봤을 테니, 방식을 설명하진 않아도 되겠죠.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할 테니… 선아현 씨.”
“…예?”
“아까 박문대와 접촉할 때 무슨 생각을 했던 간에.”
그가 선아현을 응시했다.
“그대로 하세요.”
“…….”
선아현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조로 하라고요, 제발!’
큰달은 소리를 지르고 싶은 기분이 들었으나 참고 인내했다.
그 대신 깨달음도 얻었다.
‘그러고 보니, 선아현 님만 그런 게 아니잖아.’
그는 이세진이 특성을 발전시켜 시스템이 표기하는 잠재 스탯을 돌파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둘 모두 특성 덕에 시스템의 표기를 벗어난 행보를 보인 것이다.
‘어쩌면…….’
그 순간, 그의 머릿속이 반짝였다!
-이 ‘특성’이라는 사람의 힘은, 충분히 커지면 시스템도 파악할 수 없는 게 아닐까?
그리고 공교롭게도 테스타는 대부분 등급이 높은 특성을 보유 중이었다.
‘이거야!’
큰달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직접 접촉해서 ‘접속’하면 저 특성도 이용할 수 있을지도!
“다, 다 같이 손을 모으면 좀 낫지 않을까요?”
“God…, 이거 완전 Astrology 같아요. 당신들 Voodoo 믿어요?”
“…….”
그렇게 말하긴 했으나, 차유진은 놀라울 정도로 진지한 눈으로 빠르게 협조했다.
그가 큰달의 팔 위로 손을 턱 올려놓으며 뚱하게 물었다.
“이거 맞아요?”
“네네!”
큰달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간절한 눈으로 다른 멤버들을 쳐다보았다.
“음.”
대부분의 멤버들은 어깨를 으쓱이거나 절박한 얼굴로 일단 큰달의 말대로 그와 접촉해줬다.
그리고 마지막.
“…….”
큰달은 약간 두려운 눈으로, 테스타 최고의 현실주의자를 바라보았다.
바로 팔짱을 끼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세진이었다.
이세진은 큰달과 눈이 마주치자 실소했다.
“아~ 모르겠네요. 원래라면 여기서 화를 내야 정상인데. 아시죠?”
그는 먼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싶었다.
이 인간들과 엮이기만 하면 박문대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건에 휘말린다고 고함이라고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해명을 요구하고, 계획을 직접 세우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전문가는 아니야.’
“일단 이건 해보고 좀 이야기하죠.”
그는 그걸 인정하고 손을 뻗었다.
협조한 후에도 추궁은 할 수 있으니까.
“가, 감사합니다!”
큰달은 침을 삼킨 후, 최대한 힘 있게 말했다.
“그, 그럼… 합니다.”
그는 크게 심호흡을 한 후.
-퉁.
청려를 통해 시스템이 지나간 ‘통로’로 접속했다.
* * *
“…후욱!”
테스타 박문대는 류건우의 몸으로 낡은 원룸 안에서 길게 심호흡을 뱉었다.
단말에서 이상한 감각을 느끼고, 다른 변화가 없자 잠시 대기 후에 바로 시스템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뭐였던 거지?’
그는 주먹을 쥐었다 피면서, 그 찌릿거리던 교묘한 통증을 회상했다.
…어쩐지, 몸이 덜 아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서는 몸에 다시 익숙해졌기에, 박문대는 거의 기분 탓이라고 치부하게 되었다.
* * *
큰달은 눈을 깜박였다.
통로 너머는 여전히 너무나 빨랐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처럼 멀고, 압도적인 가속도가 그를 떨게 만들었다.
그때.
: 정신계열 상태이상 상쇄.
끔찍하게 무겁던 저항력이 훅, 낮아지며 정신을 가볍게 한다.
‘휴우.’
큰달은 더 가뿐히 통로 근처에서 자리를 잡으며, 그 너머의 목표를 확인했다….
: 집중력 +120%
마치 시야가 맑아지며 저 먼 곳이 또렷하게 보이듯, 목표가 선명해졌다.
큰달은 제자리에서 준비를 했다.
: 퍼포먼스 평정심 +150%
완벽한 위치에서 침착하게.
심호흡한 후에 루트를 확인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떨치고.
-휴우.
출발한다.
: 추진력 +180%
가속이 붙는다.
: 영감을 받을 시, 창작 속도 +150%
점점 더 빠르게, 더 크게.
엔진 같은 힘이 하나의 점으로 빨려들 듯, 더 견고하고 강력해진다.
: 무대 몰입도 +180%]
큰달은 숨을 몰아쉬었다.
특성들이 큰달의 안에서 이리저리 튀기며 서로 핑퐁이 오가듯이 부딪히며 번뜩인다.
큰달은 무아지경으로 그 점들을 연결해 점점 힘을 키웠다.
선으로, 도형으로, 입체로.
더 거대하게.
더 신속하게.
가속도가 순식간에 치밀어오르고.
섞이며 강력해진다.
그렇게 미친 듯이 통로 너머로 향했다.
‘조금만!’
그는 내달리고, 쏘아져 나간 끝에, 간신히, 손끝에 뭔가가….
-툭.
닿았다.
‘잡았다…!’
큰달은 온 정신을 던져, 마침내 달리는 기차에 매달렸다.
* * *
박문대는 류건우의 몸으로 골골거리면서도 어떻게든 아르바이트를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이 악물고 몇 주를 보냈다.
다만 예상치 못한 일도 일어났다.
-건우 씨! 촬영 잡혔어요!
-……와.
기어코 LeTi가 그에게 첫 ‘배우’ 일감을 물어다 준 것이다.
‘지금은 손절 타이밍이 아닌데.’
결국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일단 그 일감을 받았고….
“…안녕하세요.”
“…….”
얼결에 들어간 첫 촬영 미팅에서, 낯익은 사람을 만났다.
바로 초췌한 인상의 배세진이다.
‘이건 또 무슨 일이냐.’
LeTi 소속사 사람들이 그에게 소개해준 일감은, 자신들의 산하 레이블의 모 솔로 여가수의 뮤직비디오 조연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걷고 웃고 딱 지시대로만 하면 돼요!
그거야 쉬웠다.
다만 자신에게 코치로 이 녀석이 붙을 줄은 몰랐던 거지.
‘복귀 준비 중인 건가.’
아직 전이니, 이런 식으로 재활 중인지도 몰랐다.
박문대는 그렇게 추측하며 손을 내밀었다.
…조금 반갑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예.”
그렇게 아직 ‘이세진’이란 이름을 쓰고 있을 그 사람과 악수했다.
그 순간이었다.
류건우는 뜬금없이 배세진의 위로 떠오른 글귀를 봤다.
“……??”
이게 뭐야.
* * *
“이게 뭐야!!”
“지, 진정하세요! 소통하세요!”
배세진은 기겁하면서 자신 앞에 뜬 팝업을 보고 있었다.
그건… 다마고치 화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