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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540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40화
여기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골목.
꺄하하!
애들 뛰어다니는 소리와 어른들이 바쁘게 걸어 다니는 소리가 가득한 외국의 풍경 속이다.
그리고 우리는 길을 잃었다.
“…….”
“…….”
당혹스러운가? 나도 그렇다.
왜… 나와 선아현이 갑자기 스페인 한복판에서 멀뚱히 서 있게 되었는지.
이 이야기를 하자면 스페인에 막 도착했을 때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오오오! 바르셀로나 진짜 멋진 도시….
-우리 츄러스 먹어야 해요!
-…….
그리하여 차유진의 강력한 주장하에 무슨 츄러스 맛집에 가려 했으나….
-……얘 어디 갔어?
-차유진!!
갑자기 골목에서 차유진이 증발하면서 당황한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가운데 우리도 제작진들과 헤어져 버린 것이다.
‘뭐 이런 일이 다 있냐.’
차유진을 찾으려다 우리도 증발 당하다니. 나는 머리를 헤집으려다 말았다.
머리털 나고 수십 년 만에 처음 겪어보는 미아 사태였다.
물론 다 큰 성인 둘인데 침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나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일단… 택시를.”
그리고 깨달았다.
‘못 타.’
돈이 없어.
지금 예능 컨셉상, 예산은 제작진이 다 들고 있고 우리는 버스킹 미션으로 용돈을 타내 쓴다.
그리고 그 용돈마저도 운용금-류청우, 비상금-배세진으로 나눠서 배분해 놨다.
즉, 우리에겐….
“…버스 한번은 탈 수 있다.”
“……그, 그렇구나.”
그럴 정도의 현금만 남아 있었다.
‘스마트폰 페이 서비스는 해외라 안 되겠고.’
잠깐만.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애초에 스마트폰도 없다는 치명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촬영 중에 괜히 쓰는 모습 잡히지 않게 매니저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아현은 애초에 스마트폰을 별로 안 써서 가방에 보관하고.
“…….”
그러니까 지금… 외국인 둘이서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 돈 없이 덜렁 떨어졌군.
‘미치겠네.’
버스를 갈아타는 순간 한 푼도 없어서 대사관에라도 연락해야 하는 기가 막힌 이 순간.
선아현도 상황을 깨달았는지, 새하얗게 얼굴색이 질렸다가 벌떡 일어섰다.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말해볼게…!”
“잠깐.”
이놈도 영어랑 불어밖에 못 하면서 무슨 자신감인가.
물론 영단어를 쓰면서 손짓발짓하다 보면 어느 정도는 통하겠지만, 그럼 이목을 끌뿐더러….
‘서로 소통 오해가 생기면 곤란해.’
우리가 연예인인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엉뚱한 곳으로 안내받아서 가다가 무슨 논란이 생길지 모른다….
그러니까 그보다 간단한 방법을 떠올려보자.
간단한 미아 수칙 말이다.
“앉아서 이야기 좀 하자.”
바로 일행을 기다리는 것이다. 괜히 엇갈리지 않도록.
“으응….”
나는 이곳, 광장의 옆 골목에 놓인 근처 벤치에 그냥 앉았다. 선아현도 따라서 얼른 옆에 앉았다.
그러니 조금 더 마음이 차분해졌다.
‘이런 시간도 오랜만이긴 하군.’
탁 트인 바깥 공간에서 해 밝은 낮에 사람 구경하면서 느긋하게 앉아 있는 건 거의 몇 년 만인 것 같았다.
비록 길을 잃어버려서 이러고 있는 거긴 하지만.
‘나쁘진 않다.’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광장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야외에서 돌아다니는 건, 오랜만인 것 같아….”
선아현도 얼굴이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곧 뭔가를 깨달은 듯이 당황해서 얼른 덧붙였다.
“물론, 열심히 활동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지만…!”
“그렇지.”
그냥… 뭐, 가끔은 이런 걸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선아현은 약간 안도한 듯했고, 그렇게 다시 사람 구경으로 분위기가 돌아갔다.
‘음.’
그러고 보니, 활동 이야기가 나와서 떠오르는 게 있긴 했다.
“선아현.”
“으응.”
“넌 솔로 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냐.”
선아현이 벤치에서 뛰어오르는 줄 알았다.
“내, 내가…?!”
“어.”
전성기 관리를 위해 문화훈장으로 최대한 입대를 미룬다고 해도 군대 자체를 안 갈 수는 없었다.
‘갈 놈은 가야지.’
한국에서 여론을 유지하려면 다른 옵션이 없는 선택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 시기 즈음에는 앞뒤로 솔로나 유닛을 해야 효율적일 것이다.
몇 년 안으로 올 현실이었다.
하지만 선아현 반응을 보니 이 녀석은 지금까지 솔로를 생각해 본 적도 없던 모양이었다.
녀석은 곰곰이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곧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멤버들이랑 같이 활동하는 게… 더 좋아.”
“그러냐.”
“응.”
김래빈이 선아현 솔로곡 데모 버전을 벌써 뽑았다는 걸 알면 기절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일단 진입장벽 낮추려면 이 녀석은 유닛부터 해야겠군.’
나는 피식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팀 활동이 더 내키긴 한다.”
“…응!”
선아현은 제법 기쁜 듯이 머리를 끄덕였다.
비록 직전에 했던 팀 활동이라는 게, 길거리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분장하고 우표를 파는 거였지만 말이다….
심지어 B급 분장이었다.
딸랑거리는 전구가 아카펠라 캐롤을 부르는데 성스럽기는커녕 우표를 팔기 위한 상술 같았다.
처참했지.
‘…하필 다 같이 미니게임에서 져가지고.’
7인… 아니 7그루의 번쩍이는 무빙 트리, 정말 대단한 꼴이라 그 어느 때보다 구경하는 사람이 많았다.
참고로 제작진이 준 미션은 ‘아이 3명 이상에게 환호받기’였고, 미성년자는 모두 아이라는 처절한 변론 끝에 테스타는 성공처리 받았다.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모두 아이다! 잠깐. 설마 PD님, 미성년자가 어른이라고 말씀하시는…?
-아니 이걸 이렇게 몰아가시네.
그렇게 벌어놓은 식비가 있어서 츄러스 사 먹자는 의견이 무리 없이 통과된 거였는데.
‘차유진….’
나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왜 뛰쳐나간 건지 이유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그놈은 잡히면 카메라 꺼지는 순간부터 투어 내내 건강한 저염분 식단만 섭취하며 살게 될 것이다.
‘야식은 꿈에서나 먹어라.’
그리고 우리까지 증발한 후 멤버들과 제작진들이 어쩌고 있을지에 대한 염려도 좀 치고 오긴 했으나, 남은 멤버들의 목록을 따져보니 괜찮아 보였다.
‘침착한 놈들만 남았군.’
우리를 찾아낼 만한 녀석들이었다.
나는 다리를 펴고 벤치에 다시 등을 기댔다.
사실 12월 날씨는 춥고, 길도 잃은 상태다.
미식 여행인데 하다못해 군것질거리라도 손에 쥐고 있는 건 없었지만, 정말로 썩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하도 이상한 분장을 많이 해서 그런가.’
비교하니 이게 선녀였다.
그렇게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
“얘들아!”
“…!!”
낯익은 한국어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서 달려오는 인영이 손을 흔들었다.
“형…!”
류청우였다.
드물게 숨을 몰아쉬던 녀석이 한걸음에 이쪽으로 뛰어왔다.
“둘 다 괜찮아?”
“예.”
“네!”
역시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게 정답이었군. 상황 종결이었다.
나는 기꺼이 벤치에서 일어나서 녀석을 맞이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데 형, 다른 사람들은요.”
“아.”
…‘아’?
불길한 소리에 놈의 얼굴을 들여다보자, 류청우가 아무도 없는 뒤를 둘러보다가 머쓱한 듯이 웃었다.
“너희 찾아다니느라… 아무래도 떨어진 것 같네.”
“…!!”
“그, 그럼….”
그냥 미아 +1 아니냐는 소리가 선아현의 입에서 튀어나오기 직전이었다.
나는 한숨을 참았다.
‘그래도 둘보단 셋이 낫겠지.’
심지어 이 녀석은 가장 중요한 걸 가지고 있다.
돈 말이다.
“…그래도 형 덕에 택시든 뭐든 탈 수 있겠는데요. 제작진이 우릴 못 찾으면요.”
“그래, 그러면 되겠다. 그 전에….”
류청우가 빙긋 웃었다.
“너희 뭐라도 좀 먹고 나서. 추운 곳에 오래 있었잖아.”
“아….”
선아현은 감동했지만, 그 순간 내 머리로 치고 지나간 발상이 있었다.
‘먹을 거?’
잠깐만.
설마 차유진 목적지가….
* * *
광장 옆.
“Gracias!”
츄러스 맛집.
시나몬 냄새가 진동하는 가게 앞에 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로 올 것 같은데요.”
우리와 다르게 스페인어 네이티브인 차유진 녀석은 잘만 길을 찾을 것이다.
그러니까 뭔진 몰라도 튀어 나간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원래 목적지에 자연스럽게 가 있을 확률이 높았다.
“좋은 추측이네. 마침 너희가 먹기에도 딱 좋고.”
“음.”
우릴 찾아다닐 사람들이 목격하려면 길거리에 있는 게 좋으니까. 어디 안에 들어가는 음식보다 이런 게 낫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류청우는 웃으며 가게로 다가갔다.
그러고 보니 이 날씨에 저놈 코트 차림은 좀.
“춥지 않으신가요.”
“괜찮아. 좀 뛰었기도 하고.”
가볍게 대꾸한 녀석은 제작진이 준 이라고 적힌 복주머니 같은 것에서 지폐를 꺼냈다.
그리고 주문을 넣는데.
“Esto, por favor.”
“…!!”
놀랍게도, 류청우는 스페인어를 했다.
‘뭐냐.’
시선을 느꼈는지, 녀석이 멋쩍은 듯이 말했다.
“잘하는 건 아닌데, 전에 약간 배웠던 게 기억나서.”
“…….”
스티어 시절을 의미하는 것일 터다.
“이렇게 도움이 되기도 하네.”
그렇게 말하는 녀석은 새삼스럽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었다.
당시를 회상하는 것 같은 녀석에게, 전에 느꼈던 ‘스티어의 자신’에 대한 묘한 거부감은 제법 많이 가라앉은 상태인 것 같았다.
심지어 녀석은 츄러스를 받기 위해 기다리면서 다시 입을 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가끔은, 유진이가 쉴 때 말없이 자리를 비울 때가 있긴 했는데.”
녀석이 증발한 지금 상황에 문득 겹쳐서 떠오른 모양이었다.
“……힘들어서 그랬던 모양이야.”
그 순간, 선아현이 대답했다.
“그렇지만, 지금 유진이는… 힘들면 직접, 말할 것 같아요.”
“…!”
류청우는 잠깐 놀랐으나, 곧 씩 웃었다.
“맞아. 지금은 그래서 갑자기 자리를 비울 것 같진 않아.”
기분 좋게 안정된 응답이었다.
선아현도 얼른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 년간 잘 굴러온 그룹과 그 구성원에 대한 신뢰가 대화에서 느껴졌다.
차유진에게 저염식이나 짜주던 내가 민망해지는군.
“문대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래.”
나는 벽에 살짝 기대었다.
뭐… 좀 너그러운 태도로 봐주자면, 일단 차유진에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거니 생각해 줄 순 있었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서 녀석의 미래를 생각해 줄 수도 있지.
“그런 의미에서 말인데요. 촬영 중에 일어난 일이라 제작진이 촬영하고 있을 텐데….”
어디 보자, 이게 촬영이 돼서 나간다면….
-차유진 진짜 단체 생활에서 보기 싫은 타입임
-아 벌써 빡치네
-솔직히 웃긴 편집해서 그렇지 심각한 일 아니야?
-응 차유진 돌발행동 자꾸 할 거면 재계약 취소해 (손 모으는 이모티콘)
불지옥이네.
“없던 일로 하죠.”
“그래.”
류청우과 선아현 모두 반발 없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촬영분 폐기를 전제로, 뜨끈뜨끈한 츄러스를 각자 하나씩 든 채 골목에서 군것질 타임을 즐기게 되었다.
그리고 츄러스를 반쯤 먹을 때 즈음.
“Ohhhh!!”
“야!”
놀랍게도 골목 모퉁이에서 차유진이 냄새라도 맡은 듯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 예측 샷이 맞은 것이다.
‘드디어.’
일단 츄러스 먹을 생각은 접으라고 말해줘야겠군.
하지만 시선을 집중하는 순간, 나는 차유진의 꼴이 헤어질 때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와 얼굴이 모두 꼬질꼬질하게 더러워진 놈은 웬 검붉은 털 뭉치까지 잡아들고 있었다.
‘뭐야.’
차유진이 품 안에 든 것을 고쳐 안았다.
그건… 고양이었다.
“저기 불났어요! 저 고양이 구출했어요.”
“…?!”
그리고 골목 뒤.
헉헉거리며 차유진을 쫓아온 제작진과 멤버들 사이에서, 배세진이 녀석을 손가락질했다.
“……쟤, 불 난 건물 보고 뛰어갔던 거야…….”
“…….”
[내 아기! 정말 고마워요!]
…그리하여 차유진은 고양이 주인의 감사를 받으며 공짜 츄러스를 먹게 되었다.
녀석은 ‘고양이 살린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타이틀로 지역신문에 실리는 기함할 성과를 거두었고, 이 모든 사건은 에피소드화 되어 예능에 성공적으로 편성되었다.
[테스타 호냥이는 맛집 가다가도 고양이를 구해… | EP. 4]
영상은 올라온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웃긴 부분이 캡쳐되어 요약본이 SNS와 커뮤니티 등지로 돌았다.
당연하지만, 일부러 구성하기도 힘든 극적인 에피소드라 주목도가 확 튀었다.
그 주목도를 이용해서 슬쩍 투어 매진 관련 기사도 적절한 타이밍이 터트리니.
[회사 등급(B+) → 회사 등급(A-)]
승급 성공!
드디어 회사의 등급이 올라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게 의미하는 바도 간단했다.
[미션 달성!]
미션 : A-등급 달성
-‘■■■의 파편’ 회수 가능
청려를 만나러 갈 때가 되었다.
시스템 파편을 회수하기 위해서.
단지, 특이점이 있다면….
[VTIC 청려, JSA 자대 배치 완료… “판문점 가면 볼 수 있나요?”]
JSA, 공동경비구역.
청려 놈은 우리나라 최북단 판문점으로 배치받았다.
휴전선 바로 앞으로.
“…….”
일단 개는… 못 데리고 가겠군.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40화

여기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골목.

꺄하하!

애들 뛰어다니는 소리와 어른들이 바쁘게 걸어 다니는 소리가 가득한 외국의 풍경 속이다.

그리고 우리는 길을 잃었다.

“…….”

“…….”

당혹스러운가? 나도 그렇다.

왜… 나와 선아현이 갑자기 스페인 한복판에서 멀뚱히 서 있게 되었는지.

이 이야기를 하자면 스페인에 막 도착했을 때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오오오! 바르셀로나 진짜 멋진 도시….

-우리 츄러스 먹어야 해요!

-…….

그리하여 차유진의 강력한 주장하에 무슨 츄러스 맛집에 가려 했으나….

-……얘 어디 갔어?

-차유진!!

갑자기 골목에서 차유진이 증발하면서 당황한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가운데 우리도 제작진들과 헤어져 버린 것이다.

‘뭐 이런 일이 다 있냐.’

차유진을 찾으려다 우리도 증발 당하다니. 나는 머리를 헤집으려다 말았다.

머리털 나고 수십 년 만에 처음 겪어보는 미아 사태였다.

물론 다 큰 성인 둘인데 침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나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일단… 택시를.”

그리고 깨달았다.

‘못 타.’

돈이 없어.

지금 예능 컨셉상, 예산은 제작진이 다 들고 있고 우리는 버스킹 미션으로 용돈을 타내 쓴다.

그리고 그 용돈마저도 운용금-류청우, 비상금-배세진으로 나눠서 배분해 놨다.

즉, 우리에겐….

“…버스 한번은 탈 수 있다.”

“……그, 그렇구나.”

그럴 정도의 현금만 남아 있었다.

‘스마트폰 페이 서비스는 해외라 안 되겠고.’

잠깐만.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애초에 스마트폰도 없다는 치명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촬영 중에 괜히 쓰는 모습 잡히지 않게 매니저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아현은 애초에 스마트폰을 별로 안 써서 가방에 보관하고.

“…….”

그러니까 지금… 외국인 둘이서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 돈 없이 덜렁 떨어졌군.

‘미치겠네.’

버스를 갈아타는 순간 한 푼도 없어서 대사관에라도 연락해야 하는 기가 막힌 이 순간.

선아현도 상황을 깨달았는지, 새하얗게 얼굴색이 질렸다가 벌떡 일어섰다.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말해볼게…!”

“잠깐.”

이놈도 영어랑 불어밖에 못 하면서 무슨 자신감인가.

물론 영단어를 쓰면서 손짓발짓하다 보면 어느 정도는 통하겠지만, 그럼 이목을 끌뿐더러….

‘서로 소통 오해가 생기면 곤란해.’

우리가 연예인인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엉뚱한 곳으로 안내받아서 가다가 무슨 논란이 생길지 모른다….

그러니까 그보다 간단한 방법을 떠올려보자.

간단한 미아 수칙 말이다.

“앉아서 이야기 좀 하자.”

바로 일행을 기다리는 것이다. 괜히 엇갈리지 않도록.

“으응….”

나는 이곳, 광장의 옆 골목에 놓인 근처 벤치에 그냥 앉았다. 선아현도 따라서 얼른 옆에 앉았다.

그러니 조금 더 마음이 차분해졌다.

‘이런 시간도 오랜만이긴 하군.’

탁 트인 바깥 공간에서 해 밝은 낮에 사람 구경하면서 느긋하게 앉아 있는 건 거의 몇 년 만인 것 같았다.

비록 길을 잃어버려서 이러고 있는 거긴 하지만.

‘나쁘진 않다.’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광장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야외에서 돌아다니는 건, 오랜만인 것 같아….”

선아현도 얼굴이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곧 뭔가를 깨달은 듯이 당황해서 얼른 덧붙였다.

“물론, 열심히 활동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지만…!”

“그렇지.”

그냥… 뭐, 가끔은 이런 걸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선아현은 약간 안도한 듯했고, 그렇게 다시 사람 구경으로 분위기가 돌아갔다.

‘음.’

그러고 보니, 활동 이야기가 나와서 떠오르는 게 있긴 했다.

“선아현.”

“으응.”

“넌 솔로 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냐.”

선아현이 벤치에서 뛰어오르는 줄 알았다.

“내, 내가…?!”

“어.”

전성기 관리를 위해 문화훈장으로 최대한 입대를 미룬다고 해도 군대 자체를 안 갈 수는 없었다.

‘갈 놈은 가야지.’

한국에서 여론을 유지하려면 다른 옵션이 없는 선택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 시기 즈음에는 앞뒤로 솔로나 유닛을 해야 효율적일 것이다.

몇 년 안으로 올 현실이었다.

하지만 선아현 반응을 보니 이 녀석은 지금까지 솔로를 생각해 본 적도 없던 모양이었다.

녀석은 곰곰이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곧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멤버들이랑 같이 활동하는 게… 더 좋아.”

“그러냐.”

“응.”

김래빈이 선아현 솔로곡 데모 버전을 벌써 뽑았다는 걸 알면 기절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일단 진입장벽 낮추려면 이 녀석은 유닛부터 해야겠군.’

나는 피식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팀 활동이 더 내키긴 한다.”

“…응!”

선아현은 제법 기쁜 듯이 머리를 끄덕였다.

비록 직전에 했던 팀 활동이라는 게, 길거리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분장하고 우표를 파는 거였지만 말이다….

심지어 B급 분장이었다.

딸랑거리는 전구가 아카펠라 캐롤을 부르는데 성스럽기는커녕 우표를 팔기 위한 상술 같았다.

처참했지.

‘…하필 다 같이 미니게임에서 져가지고.’

7인… 아니 7그루의 번쩍이는 무빙 트리, 정말 대단한 꼴이라 그 어느 때보다 구경하는 사람이 많았다.

참고로 제작진이 준 미션은 ‘아이 3명 이상에게 환호받기’였고, 미성년자는 모두 아이라는 처절한 변론 끝에 테스타는 성공처리 받았다.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모두 아이다! 잠깐. 설마 PD님, 미성년자가 어른이라고 말씀하시는…?

-아니 이걸 이렇게 몰아가시네.

그렇게 벌어놓은 식비가 있어서 츄러스 사 먹자는 의견이 무리 없이 통과된 거였는데.

‘차유진….’

나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왜 뛰쳐나간 건지 이유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그놈은 잡히면 카메라 꺼지는 순간부터 투어 내내 건강한 저염분 식단만 섭취하며 살게 될 것이다.

‘야식은 꿈에서나 먹어라.’

그리고 우리까지 증발한 후 멤버들과 제작진들이 어쩌고 있을지에 대한 염려도 좀 치고 오긴 했으나, 남은 멤버들의 목록을 따져보니 괜찮아 보였다.

‘침착한 놈들만 남았군.’

우리를 찾아낼 만한 녀석들이었다.

나는 다리를 펴고 벤치에 다시 등을 기댔다.

사실 12월 날씨는 춥고, 길도 잃은 상태다.

미식 여행인데 하다못해 군것질거리라도 손에 쥐고 있는 건 없었지만, 정말로 썩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하도 이상한 분장을 많이 해서 그런가.’

비교하니 이게 선녀였다.

그렇게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

“얘들아!”

“…!!”

낯익은 한국어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서 달려오는 인영이 손을 흔들었다.

“형…!”

류청우였다.

드물게 숨을 몰아쉬던 녀석이 한걸음에 이쪽으로 뛰어왔다.

“둘 다 괜찮아?”

“예.”

“네!”

역시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게 정답이었군. 상황 종결이었다.

나는 기꺼이 벤치에서 일어나서 녀석을 맞이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데 형, 다른 사람들은요.”

“아.”

…‘아’?

불길한 소리에 놈의 얼굴을 들여다보자, 류청우가 아무도 없는 뒤를 둘러보다가 머쓱한 듯이 웃었다.

“너희 찾아다니느라… 아무래도 떨어진 것 같네.”

“…!!”

“그, 그럼….”

그냥 미아 +1 아니냐는 소리가 선아현의 입에서 튀어나오기 직전이었다.

나는 한숨을 참았다.

‘그래도 둘보단 셋이 낫겠지.’

심지어 이 녀석은 가장 중요한 걸 가지고 있다.

돈 말이다.

“…그래도 형 덕에 택시든 뭐든 탈 수 있겠는데요. 제작진이 우릴 못 찾으면요.”

“그래, 그러면 되겠다. 그 전에….”

류청우가 빙긋 웃었다.

“너희 뭐라도 좀 먹고 나서. 추운 곳에 오래 있었잖아.”

“아….”

선아현은 감동했지만, 그 순간 내 머리로 치고 지나간 발상이 있었다.

‘먹을 거?’

잠깐만.

설마 차유진 목적지가….

* * *

광장 옆.

“Gracias!”

츄러스 맛집.

시나몬 냄새가 진동하는 가게 앞에 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로 올 것 같은데요.”

우리와 다르게 스페인어 네이티브인 차유진 녀석은 잘만 길을 찾을 것이다.

그러니까 뭔진 몰라도 튀어 나간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원래 목적지에 자연스럽게 가 있을 확률이 높았다.

“좋은 추측이네. 마침 너희가 먹기에도 딱 좋고.”

“음.”

우릴 찾아다닐 사람들이 목격하려면 길거리에 있는 게 좋으니까. 어디 안에 들어가는 음식보다 이런 게 낫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류청우는 웃으며 가게로 다가갔다.

그러고 보니 이 날씨에 저놈 코트 차림은 좀.

“춥지 않으신가요.”

“괜찮아. 좀 뛰었기도 하고.”

가볍게 대꾸한 녀석은 제작진이 준 이라고 적힌 복주머니 같은 것에서 지폐를 꺼냈다.

그리고 주문을 넣는데.

“Esto, por favor.”

“…!!”

놀랍게도, 류청우는 스페인어를 했다.

‘뭐냐.’

시선을 느꼈는지, 녀석이 멋쩍은 듯이 말했다.

“잘하는 건 아닌데, 전에 약간 배웠던 게 기억나서.”

“…….”

스티어 시절을 의미하는 것일 터다.

“이렇게 도움이 되기도 하네.”

그렇게 말하는 녀석은 새삼스럽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었다.

당시를 회상하는 것 같은 녀석에게, 전에 느꼈던 ‘스티어의 자신’에 대한 묘한 거부감은 제법 많이 가라앉은 상태인 것 같았다.

심지어 녀석은 츄러스를 받기 위해 기다리면서 다시 입을 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가끔은, 유진이가 쉴 때 말없이 자리를 비울 때가 있긴 했는데.”

녀석이 증발한 지금 상황에 문득 겹쳐서 떠오른 모양이었다.

“……힘들어서 그랬던 모양이야.”

그 순간, 선아현이 대답했다.

“그렇지만, 지금 유진이는… 힘들면 직접, 말할 것 같아요.”

“…!”

류청우는 잠깐 놀랐으나, 곧 씩 웃었다.

“맞아. 지금은 그래서 갑자기 자리를 비울 것 같진 않아.”

기분 좋게 안정된 응답이었다.

선아현도 얼른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 년간 잘 굴러온 그룹과 그 구성원에 대한 신뢰가 대화에서 느껴졌다.

차유진에게 저염식이나 짜주던 내가 민망해지는군.

“문대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래.”

나는 벽에 살짝 기대었다.

뭐… 좀 너그러운 태도로 봐주자면, 일단 차유진에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거니 생각해 줄 순 있었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서 녀석의 미래를 생각해 줄 수도 있지.

“그런 의미에서 말인데요. 촬영 중에 일어난 일이라 제작진이 촬영하고 있을 텐데….”

어디 보자, 이게 촬영이 돼서 나간다면….

-차유진 진짜 단체 생활에서 보기 싫은 타입임

-아 벌써 빡치네

-솔직히 웃긴 편집해서 그렇지 심각한 일 아니야?

-응 차유진 돌발행동 자꾸 할 거면 재계약 취소해 (손 모으는 이모티콘)

불지옥이네.

“없던 일로 하죠.”

“그래.”

류청우과 선아현 모두 반발 없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촬영분 폐기를 전제로, 뜨끈뜨끈한 츄러스를 각자 하나씩 든 채 골목에서 군것질 타임을 즐기게 되었다.

그리고 츄러스를 반쯤 먹을 때 즈음.

“Ohhhh!!”

“야!”

놀랍게도 골목 모퉁이에서 차유진이 냄새라도 맡은 듯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 예측 샷이 맞은 것이다.

‘드디어.’

일단 츄러스 먹을 생각은 접으라고 말해줘야겠군.

하지만 시선을 집중하는 순간, 나는 차유진의 꼴이 헤어질 때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와 얼굴이 모두 꼬질꼬질하게 더러워진 놈은 웬 검붉은 털 뭉치까지 잡아들고 있었다.

‘뭐야.’

차유진이 품 안에 든 것을 고쳐 안았다.

그건… 고양이었다.

“저기 불났어요! 저 고양이 구출했어요.”

“…?!”

그리고 골목 뒤.

헉헉거리며 차유진을 쫓아온 제작진과 멤버들 사이에서, 배세진이 녀석을 손가락질했다.

“……쟤, 불 난 건물 보고 뛰어갔던 거야…….”

“…….”

…그리하여 차유진은 고양이 주인의 감사를 받으며 공짜 츄러스를 먹게 되었다.

녀석은 ‘고양이 살린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타이틀로 지역신문에 실리는 기함할 성과를 거두었고, 이 모든 사건은 에피소드화 되어 예능에 성공적으로 편성되었다.

영상은 올라온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웃긴 부분이 캡쳐되어 요약본이 SNS와 커뮤니티 등지로 돌았다.

당연하지만, 일부러 구성하기도 힘든 극적인 에피소드라 주목도가 확 튀었다.

그 주목도를 이용해서 슬쩍 투어 매진 관련 기사도 적절한 타이밍이 터트리니.

승급 성공!

드디어 회사의 등급이 올라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게 의미하는 바도 간단했다.

미션 : A-등급 달성

-‘■■■의 파편’ 회수 가능

청려를 만나러 갈 때가 되었다.

시스템 파편을 회수하기 위해서.

단지, 특이점이 있다면….

JSA, 공동경비구역.

청려 놈은 우리나라 최북단 판문점으로 배치받았다.

휴전선 바로 앞으로.

“…….”

일단 개는… 못 데리고 가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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