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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531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31화
“헐.”
박문대의 첫 홈마, 대학생 때부터 그를 응원해 온 이 팬은 이직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 지금 넘치는 테스타 컴백 컨텐츠로 보상을 받는 중이다.
-와 애들 단체 예능 예고 또 뜸ㅠㅠ
SNS 소식만 보고 있어도 가슴이 뜨듯해졌다.
‘역시 활동기가 최고야….’
자고로 아이돌이라 하면 무대 떡밥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홈마였으나, 이번에 쏟아지는 예능 예고는 감회가 새로운 것이 있었다.
테스타도 올해 T1 탈출로 다사다난하지 않았는가.
‘T1 개자식들 치사하게 자기들 계열사 다 동원해서 보복하기는!’
게다가 큰 손 T1의 눈치를 보는 업계 분위기 때문에, 계열사가 아니더라도 테스타는 암묵적으로 섭외 라인에 없는 것처럼 묵살당했다.
‘근데 그것도 이제 많이 벗어났나 봐.’
지난 앨범, T1 예능이 막히면서 그렇게 고생하더니 이제야 좀 경직된 분위기가 풀리는 모양이었다.
‘우리 문대 고생 많았다 진짜….’
어쩐지 눈이 시큰해질 것 같았다.
‘대기업 보복도 이 악물고 버텨서, 독립해서 더 승승장구하는… 내 아이돌……. 킹갓케이팝엠페러스타….’
그룹 서사에 깊이 과몰입한 부작용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테스타 동갑즈의 예능을 각 잡고 보기 위해 대학원생 친구의 원룸을 찾았다!
“연주야 맥주! 꺼냈어!”
“오케이!”
두 사람은 흡사 대작 영화라도 관람할 것 같은 기대에 찬 모습으로 TV 앞에 앉았다!
최초공개 카운트다운이 끝난 순간.
[한잔만 하고 가세요]
[(제발)]
“오오오.”
비장한 로고가 뜨자 둘은 열심히 박수를 쳤다.
유명인의 진솔한 모습을 원하는 대중의 수요는 점점 발전하다가 결국 대 위튜브 시대에서 끝판왕을 만났다.
바로 술방!
술을 마시며 노래도 부르고, 밥도 먹고, 인터뷰도 부르는 별별 프로그램이 흥행했다.
그리고 그중 이 프로그램으로 말할 것 같으면… 술로 사기를 치는 프로그램이었다.
[선아현 : 와, 안녕하세요…!]
[프로진행자 : 끄아아아아아아!]
[선아현 : ]
일단 사람의 혼을 빼놓은 다음.
[프로진행자 : 오늘의 술입니다.]
[박문대 : …….]
[선아현 : ……?!]
[이세진 : 하하하.]
도수와 잔 크기로 마법을 부리는 것이다.
[박문대 : 한잔이라고 하셨는데….]
[프로진행자 : 한잔이잖아요??]
잔을 들어 올리며 박문대가 침묵했다.
코끼리 밥그릇만 한 도자기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로진행자 : 저희 작가님이 가져오신 건데….]
[박문대 : 예…. 정중히 사양하겠,]
[프로진행자 : 어머님께서 직접 구우신 잔이래요. 테스타 분들 오신다고 가져온 건데… 혹시 마음에 안 드세요? 작가님 어머니께 불만이 있으신….]
[박문대 : 절대 아닙니다.]
아이돌 탈룰라시키는 방법을 일타 강사에게 듣고 온 듯한 능수능란한 진행!
[프로진행자 : 한잔 따라 드릴게요.]
[박문대 : (얌전)]
[콸콸콸코랄콸코라콸]
[박문대 : ]
-가지고 노네
실시간 채팅 말대로였다.
‘아이고 문대야!’
홈마는 웃다가 맥주잔을 엎을 뻔했다.
화면에서는 동갑즈가 자신의 앞에 콸콸콸 쏟아지는 안동소주를 넋이 나간 듯이 쳐다보았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그래도 이세진이었다.
[이세진 : 진행자님! 그거 아세요? 이 친구 별명이 사과떡인데~]
[프로진행자 : 당연히… 알죠!]
[이세진 : 역시 진행자님 프로시네! 아, 그런 의미에서 이 사과 그림 있는 술 어때요? 좋아 보이는데!]
[프로진행자 : 아, 지금 잔에 있는 건 별로다? 취향이 아니다?]
[이세진 : 에이, 이 사과 술부터 마시고 가면 좋겠다~ 그런 거죠!]
이세진은 걸려들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진행자 : 그러니까 지금 한국 명인이 만든 국산 전통 소주를 거절하고, 미국의 애플 사이다를 선택하시는….]
[이세진 :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탈룰라는 끝이 없다!
동갑즈는 이후로도 이 굴레에서 사정없이 놀림당한다.
[프로진행자 : 여러분 즐거우시죠?]
근사한 안주와 진행자의 쥐락펴락하는 술 권하기 스킬은 화려하게 어우러져서 긴장할 틈도 없이 술이 들어간다.
-혼이 없어지는데요
-박문대 속 타나 봄 소주 정말 깡소주처럼 들이키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은 못하고 그저 드링킹…
└너희는 소주가 쓰냐? 난 그냥 달달한 음료수 같다
└테스타 많은 일 있었지 암암
그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 술을 쭉쭉 들이켠 끝에, 취기가 돌고 분위기가 이완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촬영은 본격적인 컨텐츠에 들어갔다.
[프로진행자 : 저희가! 과 콜라보 했던 그 기업의 닭발을! PPL로 가져왔어요.]
[오오오오]
[프로진행자 : 예. 문대 씨 드셔야 해요.]
[박문대 : 제가요?]
-ㅇㅇ
-응 네가요
박문대가 숙련된 조교의 자세로 닭발 PPL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이세진이 폭소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프로진행자 : 세진 씨는, 그 필라테스 기구에 거꾸로 매달리실 수 있다면서요.]
[이세진 : 아~ 네네. 그게 생각보다 힘이 더 중요한 동작인데.]
[프로진행자 : 저도 할 줄 알아요.]
[이세진 : 예?]
[프로진행자 : 보여드릴게요.]
진행자는 냅다 기둥에 매달렸다!
[이세진 : ]
천하의 이세진도 말문이 막히게 하는 술 방송.
“으하하하학!”
“으학, 으어허헉!”
박문대는 결국 오랜만에 닭발을 잡았고, 이세진은 졸지에 프로진행자의 기구 필라테스 자세를 교정해 주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선아현은.
[이 사람… 군말 없이 마신다….]
열심히 잔을 비우고 있었다.
멤버들이 탈룰라에 걸릴 때마다 본인도 반박 없이 열심히 따라 마신 것이다!
-천사다
-우리 아현이 좌세진 우문대여서 사기 안 당하고 살았지
그것은 프로진행자의 마음까지 움직였다.
[프로진행자 : 아현 씨?]
[선아현 : 네…!]
[프로진행자 : 그… 힘들지 않으세요? 안주 없이?]
[선아현 : 괜찮, 괜찮아요…!]
-취했네
-얘 벌써 갔어
[희대의 쓰레기가 된 기분…!]
[프로진행자 : ]
[프로진행자 : 괜찮아! 나 쓰레기 하지 뭐!]
[선아현 : …??]
진행자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리고 슬슬 사전에 합의되어 있던 질문도 이어졌다.
이번 컴백 소감, 각자 맡은 파트가 마음에 드는지.
선아현의 멋진 수공예 작품 소개, 이세진의 예능 명장면, 그리고 박문대의 그림 솜씨는 왜 그 꼴인지.
-마지막은 공격하는 거 아니냐
-박문대 대체 여기 왜 나왔냐곸ㅋㅋㅋㅋ
술을 마시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박문대도 만만치 않았다.
[프로진행자 : 혹시 다년간 아이돌 생활하시면서, 아 이 애교는 프로아이돌인 나한테도 조금 힘들었다 하는 흑역사가 있으시다면?]
[박문대 : 저는 강아지라 괜찮아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뻔뻔함!
[프로진행자 : (할 말 잃음)]
[프로진행자 : ㅋㅎ… 굉장히 뻔뻔하시네요.]
[박문대 : 감사합니다.]
“문대 정신 차렸네.”
“그러게.”
드디어 박문대가 진행자에게 안 밀리고 기 센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할 때였다.
프로진행자는 능숙하게 서로 반말을 터서 분위기를 더 편하게 만든 후, 술 게임을 꺼냈다.
그 종류가 뭐였냐면….
[프로진행자 : 내가 공포 게임을 가져왔어, 얘들아.]
[박문대 : 나 가볼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몇 번의 대공개 방송으로 자신이 썩 귀신에 강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박문대는 촬영장을 탈주할 각을 잡았다.
[프로진행자 : 아임 프로진행자 유어… 유어 프로 아이돌! 프로답게 방송해야지!]
[박문대 : 네.]
[선아현 : 저, 혹시, 그냥 다른 게임을 하면….]
[프로진행자 : 놉.]
[안 됨]
“안 봐주네.”
“어 너무 좋다.”
박문대의 팬 두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박문대가 강심장 셋과 함께 괴담 술 게임을 하는 걸 지켜보았다.
[프로진행자 : 이게 어떤 거냐면, 돌아가면서 괴담 이야기를 해. 그러다가 무슨 이유든지 놀라서 움찔! 하면 마시는 거야.]
[선아현 : 응…!]
[프로진행자 : 아, 자기 얘기에 아무도 움찔하지 않아도 마셔. 마시는 거야.]
[선아현 : (긴장)]
‘오.’
홈마는 그 순간 미래를 보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난장판이 벌어졌다.
-꽐라다
-이건 꽐라 각이다
취한 사람이 말하는 괴담은 엉망진창이었다.
그러나 이세진은 일부러 기를 쓰고 놀라지 않으려고 하는 대신 적절히 크게 반응해 줬고, 박문대는 그럴 때마다 어깨를 움찔거리는 바람에 벌주를 마셨다.
몇 번 기가 막히게 웃긴 장면이 지나간 후.
[프로진행자 : 이거 술 한 잔을 다 드셨네?!]
[경악]
결국 박문대는 코끼리 술잔을 비웠다!
[박문대 : 한 잔 더 마시면….]
[프로진행자 : 에헤이.]
[프로진행자 : 저희가 한 잔만 마시기로 했잖아요.]
그러나 이 방송도 정도를 알았다.
[프로진행자 : 정말 정말 드시고 싶다면 다음 출연 계약서에 사인해 주시면 그날 먹을 술을 당겨올 수 있는데….]
아니, 사실 그냥 출연진을 괴롭히고 싶었던 것뿐일지도….
[이세진 : 어어 그거 저희 문대 안주로 대신하는 건 어떨까요? 문대가 또 요리를 진짜 잘하는데!]
[프로진행자 : 진짜요? 빨리, 빨리 요리해 주세요!]
[박문대: 예…….]
그리고 군말 없이 느적느적 일어난 박문대는 주방에서 열심히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취기가 독기를 누그러트린 듯했다.
이세진은 결국 웃음을 참다가 쓰러졌다. 옆에서 태연한 척하던 MC도 같이 쓰러졌다.
그리고 선아현은….
[선아현 : (앗… 나 움찔한 것 같아!)
[선아현 : (셀프 벌주)]
술을 마셨다.
-얘가 제일 광기야
-대체 선아현 왜 이렇게 술 잘 마심 아기 밤비 아니냐고
└밤비 그만두고 엘크한대요
그 와중에 박문대는 (취한 것을 고려해 비치해둔) 불을 쓰지 않는 오징어 무침 밀키트를 신중히 보며 요리를 진행했다.
-콧노래 하는데요
-행복한가벼
참고로 박문대가 AMA에서 헌정 무대를 거칠게 찢은 게 바로 당일이었다.
화면 속의 하찮음과 강렬히 대비됐다는 뜻이다.
-ㅋㅋㅋㅋㅋㅅㅂ
-범상치 않음
-서바이벌로 1위는 역시 달라!
그래도 박문대가 음식을 다 조리하고 도로 거실 탁자에 둘러앉았을 때는 제법 진솔한 대화도 오가긴 했다.
흡사 술에 취한 채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앉아 온갖 마음의 소리를 다 꺼내놓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박문대 : 테스타는….]
[프로진행자 : 테스타는?]
[박문대 : 정말 열심히 하는 그룹이에요.]
[프로진행자 : 얼마나요?]
[박문대 : 술을 못 마셔요.]
[프로진행자 : …?]
-뭔 소리임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뎈ㅋㅋㅋ
-님이 지금 마시는 건 무알콜임?
누가 봐도 술 취한 사람인 게 단점이었다.
그래도 맥락을 맞추면 나름대로 감동적인 분위기로 흘러가기도 했다.
[이세진 : 아아, 저희가 혼술도 되도록 안 하려고 하거든요. 특히 힘들거나 할 때는 술 마시면 괜히 의존하게 될 수도 있고… 그치 아현아?]
[선아현 : 으응. 네, 맞아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활동하는 게 목표니까…!]
[프로진행자 : 그거! 정말 리스펙해야하는 태도세요.]
여기서 끝났다면 좋았을 것이다.
[박문대 : 야식도 못 먹어요.]
[프로진행자 : …?]
[박문대 : 얘네랑 못 먹어요.]
[프로진행자 : (해석 중)]
[프로진행자 : 그러니까… 저 두 분은 야식을 안 먹는다는 거죠?]
[박문대 : …….]
[박문대 : 예.]
진행자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야식 같이 안 먹어주면 아무리 아이돌이라도 서운하지!
[프로진행자 : 아, 그건 좀….]
[박문대 : 잘했어요.]
[프로진행자 : ]
[박문대 : 프로다운 일이에요.]
예?
[선아현 : 고마워, 문대야…!]
[프로진행자 : 아니 뭐 자기들끼리만 훈훈해하고 있….]
[편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식의 흐름 박문대 선생
-선아현 냅다 호응하네
박문대는 평소라면 절대 안 했을 맥락 없는 말을 툭툭 던졌고, 선아현도 평소방송에서 보여주는 신중한 태도와 달리 적극적으로 막 대화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게 프로그램 취지에 맞게 귀여운 느낌으로 편집되었다.
평소에 허술한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는 이 사람들이 순순히 후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묘한 즐거움이 있었다.
[박문대 : 저희가 사실 이제 비슷한 자컨을….]
[이세진 : 그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칼같네
-아니 근데 잠깐만 테스타 또 무슨 자컨하는데
심지어 자체 컨텐츠 떡밥까지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슬슬 출연진들이 탁자에서 안주나 깔짝대는 침묵의 타이밍이 왔다.
마무리를 위한 시간이었다.
어느덧 술자리 파장 분위기가 된 촬영장 탁자 위.
[박문대 : 그럼 저희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선아현 : 감사, 감사합니다…!]
테스타 동갑즈는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서 정중히 인사했다.
딱 기분 좋게,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을 정도로 풀어진 분위기 끝난 촬영은 제법 훈훈했다.
[이세진 :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프로진행자 : 세진 씨.]
[이세진 : 넹?]
[프로진행자 : 혹시 안 취하셨어요?]
이세진이 씩 웃었다.
[이세진 : 한 잔만 마시는데 뭐 취하겠습니까~]
[!!!!]
이세진은 둘을 데리고 멋지게 소탈한 촬영장을 떠났다. 정각으로 사방의 스탭들에게 인사를 남긴 채.
[프로진행자 : …??]
그리고 당황한 진행자에게 스탭들은 진실을 알려주었다.
[세진 씨 술 드실 때마다 물을 두 세배 더 마셨어!ㅋㅋㅋㅋ]
화면에서 편집본이 지나갔다.
이세진이 연거푸 눈에 안 띄게 물을 마시는 컷이었다.
진행자마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타이밍!
이세진은 술 마시는 템포를 조절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렇게 조져지지 않고 탈출했다….
[프로진행자 : …….]
[프로진행자 : 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세진 씨를 위해 한국 위스키를 준비해두겠습니다. by 프로진행자]
다음에는 반드시 이세진을 꽐라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끝으로,
그렇게 술방은 끝났다.
“으아아아!”
“재밌었다 진짜!”
맥주를 마시면서 보던 두 사람은 진심으로 시원하게 외쳤다.
대학원생은 홈마에게 묻기까지 했다.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
“잠깐만.”
그리고 홈마가 이번 출연의 반응을 보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했을 때였다.
상단 인기글에 이미 테스타 글이 하나 보였다.
다만 이 예능에 대한 반응도, 이번 타이틀 곡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실시간 명예 미국 네티즌 된 테스타]
원해본 적도 없는 단어의 조합이었다.
“…?”
왜… 그냥 명예 미국인도 아니고 네티즌이죠?
그녀는 얼떨떨하게 본문을 클릭했다.
=====================
테스타 미국에서 만든 밈 다 발굴되면서 미국 커뮤니티에서 혼란해짐ㅋㅋㅋ
(캡쳐)
케이팝 아이돌이 갑분 밈 창시자로 예우받는 상황.jpg
=====================
‘…아!’
호떡 예능, 넷플리스 드라마, 라임스톤 영화의 외계인 밴드와 게임들까지.
글 속 캡처에는 테스타의 컨텐츠가 지금까지 영미권에서 만든 밈들이 총체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헐.’
박문대가 무대로 바이럴을 탄 덕에 그의 소속 밴드가 어느 정도 관심을 받으며 이 상황이 된 것 같았다.
이 밈도 저 밈도 아직 미국에 정식 진출도 안 한 이 밴드의 것이라니, 네티즌이라면 흥미를 안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와, 이렇게 되면….’
홈마는 이게 조금만 더 커지면 테스타의 그쪽 인지도 떡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두근거리는 예감을 했다.
인터넷 생리를 잘 아는 사람 특유의 직감이었다.
해외 유입의 물꼬!
다만….
‘…외국 팬들이라.’
정서가 다른 대규모 집단이 부딪히면 흔히 발생하는 아비규환을 잠깐 떠올린 홈마는 눈빛이 흐릿해질 뻔했으나, 곧 극복했다.
지금은 테스타 체급이 더 커지는 게 훨씬 우선이었으니까.
‘군백기 버티려면 필요해!’
목표가 뚜렷하니 부작용도 각오할 수 있었다.
회사로부터 그룹 단체로 독립하면서 부터 유명했던 악성 개인 팬덤의 기조도 많이 누그러들었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썩 괜찮았다.
‘가보자고.’
그래서 그녀는 씩씩하게 페이지를 뒤로 돌렸다. 국내 커뮤니티에서 예능뿐만 아니라 해당 화제에 대한 댓글들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새롭게 갱신된 것은… 댓글뿐만이 아니었다.
‘…어?’
새롭게 올라온 최신 글.
타이틀이 그녀의 눈에 박히듯 들어온 것이다.
[이테르 관계자 녹취록 터짐]
이것만으로도 테스타 멤버의 홈마인 그녀의 이목을 끌기엔 충분했다.
데뷔 때부터 테스타를 물고 늘어진 ‘그’ 이테르니까.
문제는 그다음에 붙은 문구였다.
[(테스타 언급 有)]
“…!!”
그녀는 당장 글을 클릭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31화

“헐.”

박문대의 첫 홈마, 대학생 때부터 그를 응원해 온 이 팬은 이직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 지금 넘치는 테스타 컴백 컨텐츠로 보상을 받는 중이다.

-와 애들 단체 예능 예고 또 뜸ㅠㅠ

SNS 소식만 보고 있어도 가슴이 뜨듯해졌다.

‘역시 활동기가 최고야….’

자고로 아이돌이라 하면 무대 떡밥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홈마였으나, 이번에 쏟아지는 예능 예고는 감회가 새로운 것이 있었다.

테스타도 올해 T1 탈출로 다사다난하지 않았는가.

‘T1 개자식들 치사하게 자기들 계열사 다 동원해서 보복하기는!’

게다가 큰 손 T1의 눈치를 보는 업계 분위기 때문에, 계열사가 아니더라도 테스타는 암묵적으로 섭외 라인에 없는 것처럼 묵살당했다.

‘근데 그것도 이제 많이 벗어났나 봐.’

지난 앨범, T1 예능이 막히면서 그렇게 고생하더니 이제야 좀 경직된 분위기가 풀리는 모양이었다.

‘우리 문대 고생 많았다 진짜….’

어쩐지 눈이 시큰해질 것 같았다.

‘대기업 보복도 이 악물고 버텨서, 독립해서 더 승승장구하는… 내 아이돌……. 킹갓케이팝엠페러스타….’

그룹 서사에 깊이 과몰입한 부작용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테스타 동갑즈의 예능을 각 잡고 보기 위해 대학원생 친구의 원룸을 찾았다!

“연주야 맥주! 꺼냈어!”

“오케이!”

두 사람은 흡사 대작 영화라도 관람할 것 같은 기대에 찬 모습으로 TV 앞에 앉았다!

최초공개 카운트다운이 끝난 순간.

“오오오.”

비장한 로고가 뜨자 둘은 열심히 박수를 쳤다.

유명인의 진솔한 모습을 원하는 대중의 수요는 점점 발전하다가 결국 대 위튜브 시대에서 끝판왕을 만났다.

바로 술방!

술을 마시며 노래도 부르고, 밥도 먹고, 인터뷰도 부르는 별별 프로그램이 흥행했다.

그리고 그중 이 프로그램으로 말할 것 같으면… 술로 사기를 치는 프로그램이었다.

일단 사람의 혼을 빼놓은 다음.

도수와 잔 크기로 마법을 부리는 것이다.

잔을 들어 올리며 박문대가 침묵했다.

코끼리 밥그릇만 한 도자기였다.

아이돌 탈룰라시키는 방법을 일타 강사에게 듣고 온 듯한 능수능란한 진행!

-가지고 노네

실시간 채팅 말대로였다.

‘아이고 문대야!’

홈마는 웃다가 맥주잔을 엎을 뻔했다.

화면에서는 동갑즈가 자신의 앞에 콸콸콸 쏟아지는 안동소주를 넋이 나간 듯이 쳐다보았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그래도 이세진이었다.

이세진은 걸려들지 않았다.

그러나.

탈룰라는 끝이 없다!

동갑즈는 이후로도 이 굴레에서 사정없이 놀림당한다.

근사한 안주와 진행자의 쥐락펴락하는 술 권하기 스킬은 화려하게 어우러져서 긴장할 틈도 없이 술이 들어간다.

-혼이 없어지는데요

-박문대 속 타나 봄 소주 정말 깡소주처럼 들이키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은 못하고 그저 드링킹…

└너희는 소주가 쓰냐? 난 그냥 달달한 음료수 같다

└테스타 많은 일 있었지 암암

그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 술을 쭉쭉 들이켠 끝에, 취기가 돌고 분위기가 이완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촬영은 본격적인 컨텐츠에 들어갔다.

-ㅇㅇ

-응 네가요

박문대가 숙련된 조교의 자세로 닭발 PPL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이세진이 폭소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진행자는 냅다 기둥에 매달렸다!

천하의 이세진도 말문이 막히게 하는 술 방송.

“으하하하학!”

“으학, 으어허헉!”

박문대는 결국 오랜만에 닭발을 잡았고, 이세진은 졸지에 프로진행자의 기구 필라테스 자세를 교정해 주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선아현은.

열심히 잔을 비우고 있었다.

멤버들이 탈룰라에 걸릴 때마다 본인도 반박 없이 열심히 따라 마신 것이다!

-천사다

-우리 아현이 좌세진 우문대여서 사기 안 당하고 살았지

그것은 프로진행자의 마음까지 움직였다.

-취했네

-얘 벌써 갔어

진행자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리고 슬슬 사전에 합의되어 있던 질문도 이어졌다.

이번 컴백 소감, 각자 맡은 파트가 마음에 드는지.

선아현의 멋진 수공예 작품 소개, 이세진의 예능 명장면, 그리고 박문대의 그림 솜씨는 왜 그 꼴인지.

-마지막은 공격하는 거 아니냐

-박문대 대체 여기 왜 나왔냐곸ㅋㅋㅋㅋ

술을 마시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박문대도 만만치 않았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뻔뻔함!

“문대 정신 차렸네.”

“그러게.”

드디어 박문대가 진행자에게 안 밀리고 기 센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할 때였다.

프로진행자는 능숙하게 서로 반말을 터서 분위기를 더 편하게 만든 후, 술 게임을 꺼냈다.

그 종류가 뭐였냐면….

몇 번의 대공개 방송으로 자신이 썩 귀신에 강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박문대는 촬영장을 탈주할 각을 잡았다.

“안 봐주네.”

“어 너무 좋다.”

박문대의 팬 두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박문대가 강심장 셋과 함께 괴담 술 게임을 하는 걸 지켜보았다.

‘오.’

홈마는 그 순간 미래를 보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난장판이 벌어졌다.

-꽐라다

-이건 꽐라 각이다

취한 사람이 말하는 괴담은 엉망진창이었다.

그러나 이세진은 일부러 기를 쓰고 놀라지 않으려고 하는 대신 적절히 크게 반응해 줬고, 박문대는 그럴 때마다 어깨를 움찔거리는 바람에 벌주를 마셨다.

몇 번 기가 막히게 웃긴 장면이 지나간 후.

결국 박문대는 코끼리 술잔을 비웠다!

그러나 이 방송도 정도를 알았다.

아니, 사실 그냥 출연진을 괴롭히고 싶었던 것뿐일지도….

그리고 군말 없이 느적느적 일어난 박문대는 주방에서 열심히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취기가 독기를 누그러트린 듯했다.

이세진은 결국 웃음을 참다가 쓰러졌다. 옆에서 태연한 척하던 MC도 같이 쓰러졌다.

그리고 선아현은….

술을 마셨다.

-얘가 제일 광기야

-대체 선아현 왜 이렇게 술 잘 마심 아기 밤비 아니냐고

└밤비 그만두고 엘크한대요

그 와중에 박문대는 (취한 것을 고려해 비치해둔) 불을 쓰지 않는 오징어 무침 밀키트를 신중히 보며 요리를 진행했다.

-콧노래 하는데요

-행복한가벼

참고로 박문대가 AMA에서 헌정 무대를 거칠게 찢은 게 바로 당일이었다.

화면 속의 하찮음과 강렬히 대비됐다는 뜻이다.

-ㅋㅋㅋㅋㅋㅅㅂ

-범상치 않음

-서바이벌로 1위는 역시 달라!

그래도 박문대가 음식을 다 조리하고 도로 거실 탁자에 둘러앉았을 때는 제법 진솔한 대화도 오가긴 했다.

흡사 술에 취한 채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앉아 온갖 마음의 소리를 다 꺼내놓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뭔 소리임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뎈ㅋㅋㅋ

-님이 지금 마시는 건 무알콜임?

누가 봐도 술 취한 사람인 게 단점이었다.

그래도 맥락을 맞추면 나름대로 감동적인 분위기로 흘러가기도 했다.

여기서 끝났다면 좋았을 것이다.

진행자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야식 같이 안 먹어주면 아무리 아이돌이라도 서운하지!

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식의 흐름 박문대 선생

-선아현 냅다 호응하네

박문대는 평소라면 절대 안 했을 맥락 없는 말을 툭툭 던졌고, 선아현도 평소방송에서 보여주는 신중한 태도와 달리 적극적으로 막 대화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게 프로그램 취지에 맞게 귀여운 느낌으로 편집되었다.

평소에 허술한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는 이 사람들이 순순히 후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묘한 즐거움이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칼같네

-아니 근데 잠깐만 테스타 또 무슨 자컨하는데

심지어 자체 컨텐츠 떡밥까지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슬슬 출연진들이 탁자에서 안주나 깔짝대는 침묵의 타이밍이 왔다.

마무리를 위한 시간이었다.

어느덧 술자리 파장 분위기가 된 촬영장 탁자 위.

테스타 동갑즈는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서 정중히 인사했다.

딱 기분 좋게,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을 정도로 풀어진 분위기 끝난 촬영은 제법 훈훈했다.

그러나.

이세진이 씩 웃었다.

이세진은 둘을 데리고 멋지게 소탈한 촬영장을 떠났다. 정각으로 사방의 스탭들에게 인사를 남긴 채.

그리고 당황한 진행자에게 스탭들은 진실을 알려주었다.

화면에서 편집본이 지나갔다.

이세진이 연거푸 눈에 안 띄게 물을 마시는 컷이었다.

진행자마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타이밍!

이세진은 술 마시는 템포를 조절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렇게 조져지지 않고 탈출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에는 반드시 이세진을 꽐라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끝으로,

그렇게 술방은 끝났다.

“으아아아!”

“재밌었다 진짜!”

맥주를 마시면서 보던 두 사람은 진심으로 시원하게 외쳤다.

대학원생은 홈마에게 묻기까지 했다.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

“잠깐만.”

그리고 홈마가 이번 출연의 반응을 보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했을 때였다.

상단 인기글에 이미 테스타 글이 하나 보였다.

다만 이 예능에 대한 반응도, 이번 타이틀 곡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원해본 적도 없는 단어의 조합이었다.

“…?”

왜… 그냥 명예 미국인도 아니고 네티즌이죠?

그녀는 얼떨떨하게 본문을 클릭했다.

=====================

테스타 미국에서 만든 밈 다 발굴되면서 미국 커뮤니티에서 혼란해짐ㅋㅋㅋ

(캡쳐)

케이팝 아이돌이 갑분 밈 창시자로 예우받는 상황.jpg

=====================

‘…아!’

호떡 예능, 넷플리스 드라마, 라임스톤 영화의 외계인 밴드와 게임들까지.

글 속 캡처에는 테스타의 컨텐츠가 지금까지 영미권에서 만든 밈들이 총체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헐.’

박문대가 무대로 바이럴을 탄 덕에 그의 소속 밴드가 어느 정도 관심을 받으며 이 상황이 된 것 같았다.

이 밈도 저 밈도 아직 미국에 정식 진출도 안 한 이 밴드의 것이라니, 네티즌이라면 흥미를 안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와, 이렇게 되면….’

홈마는 이게 조금만 더 커지면 테스타의 그쪽 인지도 떡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두근거리는 예감을 했다.

인터넷 생리를 잘 아는 사람 특유의 직감이었다.

해외 유입의 물꼬!

다만….

‘…외국 팬들이라.’

정서가 다른 대규모 집단이 부딪히면 흔히 발생하는 아비규환을 잠깐 떠올린 홈마는 눈빛이 흐릿해질 뻔했으나, 곧 극복했다.

지금은 테스타 체급이 더 커지는 게 훨씬 우선이었으니까.

‘군백기 버티려면 필요해!’

목표가 뚜렷하니 부작용도 각오할 수 있었다.

회사로부터 그룹 단체로 독립하면서 부터 유명했던 악성 개인 팬덤의 기조도 많이 누그러들었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썩 괜찮았다.

‘가보자고.’

그래서 그녀는 씩씩하게 페이지를 뒤로 돌렸다. 국내 커뮤니티에서 예능뿐만 아니라 해당 화제에 대한 댓글들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새롭게 갱신된 것은… 댓글뿐만이 아니었다.

‘…어?’

새롭게 올라온 최신 글.

타이틀이 그녀의 눈에 박히듯 들어온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테스타 멤버의 홈마인 그녀의 이목을 끌기엔 충분했다.

데뷔 때부터 테스타를 물고 늘어진 ‘그’ 이테르니까.

문제는 그다음에 붙은 문구였다.

“…!!”

그녀는 당장 글을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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