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53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3화
“문대 형이 리더요?”
“예.”
골드 2의 되물음에 김래빈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이없어하는 얼굴이 딱 2차 팀전 당시 팀원들의 반응이 떠오른다.
‘그만해라.’
이 이상 개그 분량을 받고 싶지 않다.
하지만 김래빈은 말릴 새도 없이 꿋꿋이 말을 이었다.
“우선 침착하고, 안목이 좋고, 주변을 잘 챙기십니다.”
“오.”
큰세진은 턱을 긁적이고 있었다.
옆에서 선아현이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맞아!”
반응에 흥이 올랐는지 김래빈이 속사포처럼 와다다 말을 풀어놓았다. 자기 논리에 자기가 감화된 것 같았다.
“무엇보다 순간 판단력이 좋으시다는 점이 리더로서 가장 뛰어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면모들로 볼 때 종합적인 창작이 필요한 상황에서 좋은 역량을 발휘하실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네요.”
분위기에 휩쓸렸는지, 골드 2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세진도 의외로 별 말없이 얌전하다.
‘이게 먹혔냐.’
나는 떨떠름하게 상황을 살피다가, 문득 괜찮은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다.
‘리더면 간절해 보이는 분량 뽑기 좋지 않나?’
어차피 막판인데 모 아니면 도다.
좀 고생한다고 생각하고 리더 한번 해보는 것도 괜찮겠지.
“난 해도 상관은 없는데. 너희 괜찮겠어?”
“그, 그럼요!”
골드 2가 지레 찔려서 왁 대답하자, 팀원들이 화기애애하게 웃었다.
나도 피식 웃고 상황을 정리했다.
“그럼 제가 해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오~!”
“축하해~”
박수받고 리더 배지를 찼다. 싸구려 금속 배지에서 ‘L’이 반짝였다.
‘나쁘지 않다.’
작사는 김래빈이 하고 안무는 선아현이 짤 테니 큰 부담도 없었다.
‘이세진만 좀 주의하면 되겠어.’
지난 팀전에서 몇 번 써먹고 잊은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 특성이 이번에는 등급값을 해주길 바랄 뿐이다.
아, 특성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 드디어 레벨업했다.
지난 팀전 연습하며 1,000번째 연습 포인트들을 모은 덕분이다.
‘노래하고 춤 둘 다 해서 겨우 레벨 올렸지.’
나는 혀를 차며 오랜만에 상태창을 불렀다.
[이름 : 박문대 (류건우)]
Level : 13
칭호 : 없음
가창 : A
춤 : C+
외모 : B+
끼 : B-
특성 : 잠재력 무한,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C), 센터가 되고 싶어(C), 바쿠스500(B)
!상태이상 : 데뷔가 아니면 죽음을
남은 포인트 : 1
‘춤에 찍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C+ 능력치로 선아현, 큰세진 듀오가 수정한 안무를 따라가는 건 지옥이었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여분 포인트 하나는 남겨두려는 계획이 박살 나기 직전까지 갔었다는 것만 확실히 해두고 싶다.
그리고 하나 더 남겨둔 것이 있다.
[명성의 농익음!]
1,000,000명의 사람들이 당신의 존재를 기억했습니다!
: 영웅 특성 뽑기 ☜ Click!
‘100만명이라니.’
살 떨리는 수치다.
‘박문대’의 이름과 얼굴, 특징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천문학적인 숫자로 불었다는 게 실감이 난다.
사실 이 뽑기를 남겨두고 싶어서 남겨둔 건 아니다. 순위 발표 도중에 달성해서 지금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뿐이다.
어쨌든 이건 지금 돌려보겠다.
상태창에 능숙하게 눈짓하자, 슬롯 머신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빛 칸에 멈췄다.
[특성 : ‘부동심(B)’ 획득!]
마음이 외부의 충동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 정신적 충격 ?50%
‘나쁘지 않군.’
리더가 된 상황에 필요한 특성이었다. 빡치지 않게 도와주겠군. 나는 적당히 만족했다.
그러나 또 팝업이 떴다.
[특성은 총 3가지만 보유할 수 있습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C)] ◀ 삭제
[센터가 되고 싶어(C)]
[바쿠스500(B)]
[부동심(B) new!]
뭐?
‘이런 식으로 밸런스를 맞추냐.’
하기야 게임 시스템이라면 무한정 특성을 계속 가질 수 있는 것도 이상했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특성 목록을 훑었다.
일단 ‘잠재력 무한’은 없다.
‘삭제 불가, 그리고 아예 카운트되지 않는 것 같군.’
지금 팝업에 따르면 보유 가능 특성은 3가지였다. 그런데 ‘잠재력 무한’을 포함해 지금까지 4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었으니 아마 이게 맞을 것이다.
‘흠.’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삭제할 것을 골랐다.
[특성 : 부동심(B)이 삭제되었습니다!]
방금 얻어서 아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른 건 이미 쓸 데가 있다.’
‘센터가 되고 싶어(C)’는 끼 스탯을 보정해 주기 때문에 버리기 아까웠다. ‘부동심(B)’보다 등급은 낮지만, 눈에 보이는 수치로 효과가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리더인 시점에서, 선아현과 또 팀이 된 이상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C)’도 버리고 가기 위험하다.
게다가 ‘바쿠스500(B)’는 웬만한 게 나와도 버릴 생각이 없다. 이건 RPG에서 체력 포션이나 다름없었다. 끝까지 가지고 가야 한다.
‘그럼 남는 게 부동심뿐이지.’
좀 아깝지만 별수 있나.
애초에 내가 그렇게 감성이 충만한 편도 아니니 큰 타격도 아니다.
‘이대로 간다.’
그렇게 상태창을 끄자마자 주변에서 신난 목소리가 들렸다.
“문대장님! 그래서 우리 뭐부터 하나요!”
“박리더! 문대장!”
“…….”
와, 벌써 별명이 생겼네.
부동심을 버린 게 옳은 판단이긴 한데, 왠지 이번 연습 내내 후회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나는 올라오는 회의감을 무시하고 회의를 진행했다.
“일단, 컨셉부터 잡을까 합니다.”
파이널 연습은 그렇게 시작됐다.
* * *
박문대가 팔자에 없던 리더 노릇을 하며 파이널 무대 연습에 매진하던 며칠 뒤, 바깥에서는 순위 발표식이 포함된 11화가 방영되었다.
박문대의 팬들은 물론 문대가 VTIC과 만난 분량에 재밌어했다.
특히 청려가 인터뷰에서 대놓고 ‘자신과 박문대의 모든 문답이 일치했다’고 대답한 것을 보고 몇몇 VTIC의 팬들까지 섞여서 신나게 방송을 즐겼다.
-청려님 만나고 수줍어진 멍댕 [동영상]
-VTIC 분 들어오실 때 문댕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거 봤냐고ㅠㅠ 오구구 우리 댕댕 놀랐어요?
-아니 문대 하나 찍을 때마다 코멘트 하는 거 너무 귀여운데 청려도 똑같이 하고 있엌ㅋㅋ
└심지어 코멘트 내용도 비슷해… 하… 둘이 케미 좋다 나중에 예능이라도 같이 해주지 않을까ㅠㅠ
└응 아냐 어디서 VTIC에 느그 빻대를 비벼ㅎ
└청려팬인데 무시하세요 하급 어그로입니다. 문대군 너무 귀여웠어요~
└넵 고맙습니다ㅠㅠ
프로그램이 후반에 접어들며 어느새 관록이 붙은 팬들은 이제 웬만한 어그로에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방금 우리 리더님이랑 아이돌 심리테스트 완전히 일치하는 참가자분 누구임?
└박문대(21, 메인보컬) 별명 문댕댕, 닭발을 좋아합니다. 귀엽고 항상 열심히 하는 참가자예요ㅠㅠ [사진 여러 장]
└앗 감사합니다. 주식 살게요~ㅎㅎ
└허억 고맙습니다 저희 한 주는 무료거든요. 구매 후 인증해주시면 치킨 기프티콘 이벤트 중입니다ㅠㅠ [링크]
훈훈한 나눔이 오가던 그 분위기가 깨진 것은 박문대의 순위가 발표된 순간이었다.
-?
-방금 문대 부름?
-6위
-미친
-떨어졌네
-실화임?
현재 박문대의 기세면 당연히 3위 이상은 할 줄 알았던 것이다.
잠시 혼란 속에서 현실을 부정하던 팬들은 곧 분노에 찼다.
스스로에 대한 분노였다.
-ㅋㅋㅋ어처구니가 없네 문대가 이럴 상황이냐?
-매번 무대마다 레전드 찍고 유입이 넘치는데 하락ㅋㅋㅋ 하….
-아니 주식 본인은 매번 온갖 호재만 올리는데 시발 순위가 떨어져?ㅋㅋ이건 팬이 게으른 탓이다 문대는 잘못이 없다
-애가 초반 악편 말고 무슨 논란이 있냐 실력이 부족하냐 얼굴이 별로냐… 다 아니잖아. 진짜 뭐든 잘하고 신경쓰는게 눈에 보이는데 이러면 안 되잖아.
-가뜩이나 간절감별사들이 개소리하는 것도 열받는데ㅋㅋㅋ 미치겠다
방송이 끝난 뒤 새벽에도 이 분위기는 잦아들지 않았다. 대신 좀 더 침착해졌다.
-잠이 안 온다.
-사실상 큰세1진이 역전한 거임 루머 때문에 주식 매도 잠깐 확 늘었는데 그거 빼면 순위 바뀐다?
-그러니까 문대 원래 7위라는 거지?
-아 정말 할 말을 잃어버림
-솔직히 이번 무대가 순위 떨어질 무대는 아니었잖아. 떡상하면 모를까.
-문대 메인보컬 포지션인데도 직캠 조회수하고 좋아요 합산 4위였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맞아.
-다른 참가자 주주들 하는 거 봄? 우리만 주식믿고 어지간히 몸 사리면서 해온 거임
그리고 이 모든 의견은 하나로 수렴되었다.
-이렇게 가면 문대 떨어질 수도 있어. 정신 차리자.
그리하여 해 뜨기 직전의 새벽.
박문대의 팬사이트들은 온통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의 뇌리에 꽂힌 것은 하나였다.
‘뭔가 보여주겠다!’
* * *
“바깥 공기가 맑구나.”
오랜만에 촬영장 밖으로 나왔다. 옆에서 큰세진이 드물게 우중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일주일 만인가.’
갑작스러운 숙소와 촬영 세트장 정비 문제로, 참가자들은 예기치 못하게 짧은 이틀의 휴식 기간을 얻었다.
파이널까지 열흘, 다음 방송까지는 사흘 남은 시점이었다.
는 파이널 전주에 본방송 대신 토크쇼 같은 형태로 생존 참가자들과 함께하는 방송을 한 화 진행했다.
물론 그것도 생방이었다.
그전에 짧게라도 쉴 시간이 생긴 건 다행이긴 했다. 연습량이 좀 걱정되긴 했지만, 그건 사흘 뒤 내가 알아서 죽도록 하겠지.
“문대는 이번에도 아현이 집?”
“으, 응!”
휴식 동안 선아현에게 짧게 더 신세를 지게 됐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리더 노릇은… 생각보다 칼로리 소모가 심했다.
나는 곧바로 선아현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또 부모님이 데리러 오셨다고 한다.
“형!”
뒤에서 이 며칠간 매일 들은 목소리가 또 들렸다.
“응, 왜.”
“혹시 이틀간 특별히 스케줄 없으시면 이번에야말로 팬분들께서 걸어주신 광고 보러 가실 생각 없으십니까?”
“음.”
없다고 즉답하고 싶다. 하지만 도리상 말문이 막혔다.
‘한번 보러 갈 타이밍이긴 한데.’
기껏 돈 써서 걸어줬는데 본인이 인증도 안 하면 기운 빠질 테니까.
근데 혼자 가고 싶다.
하지만 거절하고 혼자 가면 김래빈과 사이가 나빠지겠지.
‘이게 무슨 미연시도 아니고…….’
좀 황당했지만, 별수 없었다.
“그래. 가자.”
“…! 네!”
김래빈은 신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꺼내서 뭔가를 열심히 작업하기 시작했다.
“가장 효과적으로 많은 광고를 볼 수 있는 루트가… 이런 식이면 어떨까요?”
나는 김래빈이 내미는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지하철 노선 위로 줄을 그어 놓은 그림 하나가 떴다.
아무래도 내 광고가 걸린 역을 표시해 놓은 맵 위로 이동 위치를 덧그린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하단에 관련 문구가…….
[박문대 지하철 광고 최신 ver (27개 역)]
“…….”
27개?
하나같이 유동인구 많은 곳만 알차게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게… 가능한가?’
무슨 VTIC 글로벌 모금 생일광고도 아니고, 혼자 27개 역에 걸리는 게 가능한 일이었나.
옆에서 자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큰세진이 내 등을 쳤다.
“야, 너 차유진보다 하나 더 걸렸어! 지하철 광고! 네가 1등이야!”
“오… 형, 축하드립니다.”
“…….”
대체 연습하는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3화
“문대 형이 리더요?”
“예.”
골드 2의 되물음에 김래빈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이없어하는 얼굴이 딱 2차 팀전 당시 팀원들의 반응이 떠오른다.
‘그만해라.’
이 이상 개그 분량을 받고 싶지 않다.
하지만 김래빈은 말릴 새도 없이 꿋꿋이 말을 이었다.
“우선 침착하고, 안목이 좋고, 주변을 잘 챙기십니다.”
“오.”
큰세진은 턱을 긁적이고 있었다.
옆에서 선아현이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맞아!”
반응에 흥이 올랐는지 김래빈이 속사포처럼 와다다 말을 풀어놓았다. 자기 논리에 자기가 감화된 것 같았다.
“무엇보다 순간 판단력이 좋으시다는 점이 리더로서 가장 뛰어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면모들로 볼 때 종합적인 창작이 필요한 상황에서 좋은 역량을 발휘하실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네요.”
분위기에 휩쓸렸는지, 골드 2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세진도 의외로 별 말없이 얌전하다.
‘이게 먹혔냐.’
나는 떨떠름하게 상황을 살피다가, 문득 괜찮은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다.
‘리더면 간절해 보이는 분량 뽑기 좋지 않나?’
어차피 막판인데 모 아니면 도다.
좀 고생한다고 생각하고 리더 한번 해보는 것도 괜찮겠지.
“난 해도 상관은 없는데. 너희 괜찮겠어?”
“그, 그럼요!”
골드 2가 지레 찔려서 왁 대답하자, 팀원들이 화기애애하게 웃었다.
나도 피식 웃고 상황을 정리했다.
“그럼 제가 해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오~!”
“축하해~”
박수받고 리더 배지를 찼다. 싸구려 금속 배지에서 ‘L’이 반짝였다.
‘나쁘지 않다.’
작사는 김래빈이 하고 안무는 선아현이 짤 테니 큰 부담도 없었다.
‘이세진만 좀 주의하면 되겠어.’
지난 팀전에서 몇 번 써먹고 잊은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 특성이 이번에는 등급값을 해주길 바랄 뿐이다.
아, 특성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 드디어 레벨업했다.
지난 팀전 연습하며 1,000번째 연습 포인트들을 모은 덕분이다.
‘노래하고 춤 둘 다 해서 겨우 레벨 올렸지.’
나는 혀를 차며 오랜만에 상태창을 불렀다.
Level : 13
칭호 : 없음
가창 : A
춤 : C+
외모 : B+
끼 : B-
특성 : 잠재력 무한,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C), 센터가 되고 싶어(C), 바쿠스500(B)
!상태이상 : 데뷔가 아니면 죽음을
남은 포인트 : 1
‘춤에 찍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C+ 능력치로 선아현, 큰세진 듀오가 수정한 안무를 따라가는 건 지옥이었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여분 포인트 하나는 남겨두려는 계획이 박살 나기 직전까지 갔었다는 것만 확실히 해두고 싶다.
그리고 하나 더 남겨둔 것이 있다.
1,000,000명의 사람들이 당신의 존재를 기억했습니다!
: 영웅 특성 뽑기 ☜ Click!
‘100만명이라니.’
살 떨리는 수치다.
‘박문대’의 이름과 얼굴, 특징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천문학적인 숫자로 불었다는 게 실감이 난다.
사실 이 뽑기를 남겨두고 싶어서 남겨둔 건 아니다. 순위 발표 도중에 달성해서 지금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뿐이다.
어쨌든 이건 지금 돌려보겠다.
상태창에 능숙하게 눈짓하자, 슬롯 머신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빛 칸에 멈췄다.
마음이 외부의 충동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 정신적 충격 ?50%
‘나쁘지 않군.’
리더가 된 상황에 필요한 특성이었다. 빡치지 않게 도와주겠군. 나는 적당히 만족했다.
그러나 또 팝업이 떴다.
뭐?
‘이런 식으로 밸런스를 맞추냐.’
하기야 게임 시스템이라면 무한정 특성을 계속 가질 수 있는 것도 이상했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특성 목록을 훑었다.
일단 ‘잠재력 무한’은 없다.
‘삭제 불가, 그리고 아예 카운트되지 않는 것 같군.’
지금 팝업에 따르면 보유 가능 특성은 3가지였다. 그런데 ‘잠재력 무한’을 포함해 지금까지 4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었으니 아마 이게 맞을 것이다.
‘흠.’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삭제할 것을 골랐다.
방금 얻어서 아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른 건 이미 쓸 데가 있다.’
‘센터가 되고 싶어(C)’는 끼 스탯을 보정해 주기 때문에 버리기 아까웠다. ‘부동심(B)’보다 등급은 낮지만, 눈에 보이는 수치로 효과가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리더인 시점에서, 선아현과 또 팀이 된 이상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C)’도 버리고 가기 위험하다.
게다가 ‘바쿠스500(B)’는 웬만한 게 나와도 버릴 생각이 없다. 이건 RPG에서 체력 포션이나 다름없었다. 끝까지 가지고 가야 한다.
‘그럼 남는 게 부동심뿐이지.’
좀 아깝지만 별수 있나.
애초에 내가 그렇게 감성이 충만한 편도 아니니 큰 타격도 아니다.
‘이대로 간다.’
그렇게 상태창을 끄자마자 주변에서 신난 목소리가 들렸다.
“문대장님! 그래서 우리 뭐부터 하나요!”
“박리더! 문대장!”
“…….”
와, 벌써 별명이 생겼네.
부동심을 버린 게 옳은 판단이긴 한데, 왠지 이번 연습 내내 후회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나는 올라오는 회의감을 무시하고 회의를 진행했다.
“일단, 컨셉부터 잡을까 합니다.”
파이널 연습은 그렇게 시작됐다.
* * *
박문대가 팔자에 없던 리더 노릇을 하며 파이널 무대 연습에 매진하던 며칠 뒤, 바깥에서는 순위 발표식이 포함된 11화가 방영되었다.
박문대의 팬들은 물론 문대가 VTIC과 만난 분량에 재밌어했다.
특히 청려가 인터뷰에서 대놓고 ‘자신과 박문대의 모든 문답이 일치했다’고 대답한 것을 보고 몇몇 VTIC의 팬들까지 섞여서 신나게 방송을 즐겼다.
-청려님 만나고 수줍어진 멍댕 [동영상]
-VTIC 분 들어오실 때 문댕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거 봤냐고ㅠㅠ 오구구 우리 댕댕 놀랐어요?
-아니 문대 하나 찍을 때마다 코멘트 하는 거 너무 귀여운데 청려도 똑같이 하고 있엌ㅋㅋ
└심지어 코멘트 내용도 비슷해… 하… 둘이 케미 좋다 나중에 예능이라도 같이 해주지 않을까ㅠㅠ
└응 아냐 어디서 VTIC에 느그 빻대를 비벼ㅎ
└청려팬인데 무시하세요 하급 어그로입니다. 문대군 너무 귀여웠어요~
└넵 고맙습니다ㅠㅠ
프로그램이 후반에 접어들며 어느새 관록이 붙은 팬들은 이제 웬만한 어그로에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방금 우리 리더님이랑 아이돌 심리테스트 완전히 일치하는 참가자분 누구임?
└박문대(21, 메인보컬) 별명 문댕댕, 닭발을 좋아합니다. 귀엽고 항상 열심히 하는 참가자예요ㅠㅠ [사진 여러 장]
└앗 감사합니다. 주식 살게요~ㅎㅎ
└허억 고맙습니다 저희 한 주는 무료거든요. 구매 후 인증해주시면 치킨 기프티콘 이벤트 중입니다ㅠㅠ [링크]
훈훈한 나눔이 오가던 그 분위기가 깨진 것은 박문대의 순위가 발표된 순간이었다.
-?
-방금 문대 부름?
-6위
-미친
-떨어졌네
-실화임?
현재 박문대의 기세면 당연히 3위 이상은 할 줄 알았던 것이다.
잠시 혼란 속에서 현실을 부정하던 팬들은 곧 분노에 찼다.
스스로에 대한 분노였다.
-ㅋㅋㅋ어처구니가 없네 문대가 이럴 상황이냐?
-매번 무대마다 레전드 찍고 유입이 넘치는데 하락ㅋㅋㅋ 하….
-아니 주식 본인은 매번 온갖 호재만 올리는데 시발 순위가 떨어져?ㅋㅋ이건 팬이 게으른 탓이다 문대는 잘못이 없다
-애가 초반 악편 말고 무슨 논란이 있냐 실력이 부족하냐 얼굴이 별로냐… 다 아니잖아. 진짜 뭐든 잘하고 신경쓰는게 눈에 보이는데 이러면 안 되잖아.
-가뜩이나 간절감별사들이 개소리하는 것도 열받는데ㅋㅋㅋ 미치겠다
방송이 끝난 뒤 새벽에도 이 분위기는 잦아들지 않았다. 대신 좀 더 침착해졌다.
-잠이 안 온다.
-사실상 큰세1진이 역전한 거임 루머 때문에 주식 매도 잠깐 확 늘었는데 그거 빼면 순위 바뀐다?
-그러니까 문대 원래 7위라는 거지?
-아 정말 할 말을 잃어버림
-솔직히 이번 무대가 순위 떨어질 무대는 아니었잖아. 떡상하면 모를까.
-문대 메인보컬 포지션인데도 직캠 조회수하고 좋아요 합산 4위였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맞아.
-다른 참가자 주주들 하는 거 봄? 우리만 주식믿고 어지간히 몸 사리면서 해온 거임
그리고 이 모든 의견은 하나로 수렴되었다.
-이렇게 가면 문대 떨어질 수도 있어. 정신 차리자.
그리하여 해 뜨기 직전의 새벽.
박문대의 팬사이트들은 온통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의 뇌리에 꽂힌 것은 하나였다.
‘뭔가 보여주겠다!’
* * *
“바깥 공기가 맑구나.”
오랜만에 촬영장 밖으로 나왔다. 옆에서 큰세진이 드물게 우중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일주일 만인가.’
갑작스러운 숙소와 촬영 세트장 정비 문제로, 참가자들은 예기치 못하게 짧은 이틀의 휴식 기간을 얻었다.
파이널까지 열흘, 다음 방송까지는 사흘 남은 시점이었다.
는 파이널 전주에 본방송 대신 토크쇼 같은 형태로 생존 참가자들과 함께하는 방송을 한 화 진행했다.
물론 그것도 생방이었다.
그전에 짧게라도 쉴 시간이 생긴 건 다행이긴 했다. 연습량이 좀 걱정되긴 했지만, 그건 사흘 뒤 내가 알아서 죽도록 하겠지.
“문대는 이번에도 아현이 집?”
“으, 응!”
휴식 동안 선아현에게 짧게 더 신세를 지게 됐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리더 노릇은… 생각보다 칼로리 소모가 심했다.
나는 곧바로 선아현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또 부모님이 데리러 오셨다고 한다.
“형!”
뒤에서 이 며칠간 매일 들은 목소리가 또 들렸다.
“응, 왜.”
“혹시 이틀간 특별히 스케줄 없으시면 이번에야말로 팬분들께서 걸어주신 광고 보러 가실 생각 없으십니까?”
“음.”
없다고 즉답하고 싶다. 하지만 도리상 말문이 막혔다.
‘한번 보러 갈 타이밍이긴 한데.’
기껏 돈 써서 걸어줬는데 본인이 인증도 안 하면 기운 빠질 테니까.
근데 혼자 가고 싶다.
하지만 거절하고 혼자 가면 김래빈과 사이가 나빠지겠지.
‘이게 무슨 미연시도 아니고…….’
좀 황당했지만, 별수 없었다.
“그래. 가자.”
“…! 네!”
김래빈은 신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꺼내서 뭔가를 열심히 작업하기 시작했다.
“가장 효과적으로 많은 광고를 볼 수 있는 루트가… 이런 식이면 어떨까요?”
나는 김래빈이 내미는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지하철 노선 위로 줄을 그어 놓은 그림 하나가 떴다.
아무래도 내 광고가 걸린 역을 표시해 놓은 맵 위로 이동 위치를 덧그린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하단에 관련 문구가…….
“…….”
27개?
하나같이 유동인구 많은 곳만 알차게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게… 가능한가?’
무슨 VTIC 글로벌 모금 생일광고도 아니고, 혼자 27개 역에 걸리는 게 가능한 일이었나.
옆에서 자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큰세진이 내 등을 쳤다.
“야, 너 차유진보다 하나 더 걸렸어! 지하철 광고! 네가 1등이야!”
“오… 형, 축하드립니다.”
“…….”
대체 연습하는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