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529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29화
돌아온 박문대의 몸.
“테스타야 당연히 이번에도 잘 되겠지만! 나도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나는 테스타가 T1에 있을 때부터 다니던 샵에 앉아 있다. 오래전부터 얼굴 봐온 실장에게 마지막으로 머리 색 점검을 받고 있자니 컴백 축하도 덤으로 따라왔다.
그리고 덕담을 가장한 은근한 떠보기까지.
“이번에 어디 어디 나와요? 그 밥 먹는 위튜브도 나오나?”
“회사에서 잡아주시면요.”
“아이구, 그렇지, 회사에서 스케줄 잡아주시느냐가 중요하죠?”
못 캐낼 것 같으니 슬쩍 말 돌리는군.
나는 속으로 내심 웃었다.
“프로모션이 워낙 또 중요하게 됐잖아~ 그렇죠?”
“그렇죠.”
그래서 우리도 빡세게 신경 쓰긴 했지.
-이번 컴백 홍보는 좀 공격적으로 했으면 좋겠는데.
나는 몇 주 전 대화를 떠올리며 계획을 점검했다.
혹시 ‘아이돌의 공격적인 컴백 홍보’라고 하면 어떤 방법이 떠오르는가?
자본금을 왕창 투자해서 몇억, 몇십억 규모로 진행하는 거대 프로모션?
아니면 온갖 예능에 다 출연하면서 테스타 컴백 소식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기?
‘둘 다 틀린 말은 아니지.’
다만 지금의 테스타에겐 둘 다 해당 사항이 없다.
자본금을 쏟아부은 프로모션은 이미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상이라서 특이할 게 없고, 물불 안 가린 예능 출연은 이미지 소모를 가속화시켜서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이건 국내에 잘 정착한, 한창인 1군 아이돌의 공통 특성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 테스타가 밀려는 ‘공격적인 컴백 홍보’란 무엇인가.
-안전하게 말고 위험하게 가자.
논란과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목표를 향해서 좀 더 노골적으로 굴겠다는 의미.
‘그리고 지금 목표는 문화훈장이지.’
그래. 까놓고 말하겠다.
문화훈장을 받으려면 누구를 감명시키는 걸 노려야 하는가.
‘높으신 분들이지.’
정치권.
그러나 테스타의 글로벌 위상, 특히 윗분들이 좋아하는 서양권에서의 위상은 별거 없다.
지난 문화훈장 수상자인 VTIC에는 비비지도 못할 정도다.
‘그놈들 덕분에 기준선이 더럽게 높아졌다고.’
테스타가 가진 건 기껏해야 라임스톤의 영화 카메오 출연, 게임 콜라보, 넷플러스 드라마로 얻은 단편적인 인지도들뿐이다.
‘전부 우리 앨범이나 음원이 아니라 다른 컨텐츠라고.’
이 반짝 화제성은 그룹의 인기로까지는 거의 연결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마 저 컨텐츠를 즐긴 사람 중에서 테스타를 모르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자면, 아직 테스타는 글로벌적인 대표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계획을 세워서 노릴 수 있다는 거야.’
게임에서 후발주자들이 공략본을 보고 최고효율 루트를 짜내듯이, 테스타도 원하는 이미지를 노릴 수 있다.
그리고 테스타는 이미 한번 국내를 대상으로 이런 공략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룹이다.
이미 해본 가닥이 있기에 밑바닥부터 시작하지 않고 베이스가 있다는 뜻이다.
‘이 파편화된 인지도들을 끌어 묶어서 한 덩어리로 연결할 수만 있으면.’
그러면 그때부터는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쌓여온 테스타의 컨텐츠를 소비하게 만들 수 있다.
이미 재밌다고 검증된 것들을 말이다.
“그게 바로 자리 잡기지.”
그거야말로 테스타가 이번 활동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였다.
‘일단 첫 번째.’
[테스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첫 노미네이트]
머리 손질을 다 끝마친 후.
나는 이미 철 지난 기사를 하나 보면서 피식 웃었다.
그럼 이것부터 잘 써먹어 보자고.
* * *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일명 AMA.
미국의 정통성 있는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였다.
-테스타 AMA 노미됨 ㅊㅋㅊㅋ
-오 굿
그러나 박문대가 본 기사는 발간 당시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진 않았다.
-올해 노미 세 팀이나 된 거지? 케이팝 더 흥해라~
-ㅋㅋㅋ케이팝 따로 격리해서 먹고 떨어지라고 주는 상이잖아 이걸 좋아해? 사대주의 어쩔 거야
└얘는 어디서 얻어맞고 오기라도 했냐?
애초에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는 KPOP 부문이 신설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걸 ‘그들만의 리그 취급’이라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게다가 이제 글로벌 어워즈에 KPOP 가수가 수상 후보로 오른 것은 이제 그리 드문 일도 아니었다.
-그래미 아니면 안 쳐줌ㅋㅋ
-시상식이 한두 개냐고 탑 소셜 부분 이딴 걸로 그만 좀 호들갑ㄴㄴ
앨범 판매량과 소셜 미디어 언급량이 많은 KPOP 가수들이다 보니, 매년 서너 팀은 각종 유명 시상식에 꼭 이름을 올리는 편이었다.
자본주의의 총본산인 미국에서 돈 되는 종목을 놓칠 리 없기 때문이다.
비록 중요한 상이 아닐지라도 언급 한 번 정도는 해주면서, KPOP 팬덤의 버즈량을 잘 써먹었다.
그래서 KPOP 골수 리스너들은 이 상황에 시큰둥할 지경이었다.
-ㄹㅇ 노미된 팀이 한두 팀도 아니고 베스트 그룹 뭐 이런 상 타는 거 아니면 아무 의미 없음ㅇㅇ
└ㅇㅈㅋㅋㅋ
-테스타 해외에선 좀 약한 편이지? 일본에서 그래도 클라스 유지 중임?
└이테르한테도 역전당할 것 같던데ㅋ
└어그로 돌았네 아직 ㅅㅌㅊ임
이 노미네이트 소식도 그렇게 테스타 팬들이 반응하여 언급량이 좀 느는 정도로 끝나는 싱거운 화제일 예정이었다.
-혹시 퍼포머로 나올 수도 있지 않나?
└티원 걷어차고 나온 셤별이 무슨 AMA야 정신차려ㅋㅋ
테스타가 이 시상식에서 엄청난 컴백 무대를 할 수 있을 가능성? 대부분은 고려해 본 적도 없었다.
현지 인지도, 회사 체급, 인맥까지 모든 면에서 굳이 테스타를 퍼포머로 고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퍼포머로 현지에서 명성을 날리는 것에 성공한 KPOP 아이돌 그룹도 거의 없었다.
최초의 단 한 건 빼고는.
-브이틱 제외하고 AMA 공연으로 바이럴 탄 그룹 없음 이걸로 서열 정리됨 ㅇㅈ?
-ㅋㅋ브이틱 괜히 군백기 리스크에도 주가 방어했겠냐고
-아ㅋㅋㅋ천조국은 1년 공백기는 공백기도 아니라구요 다들 기다려준대
굳건한 글로벌 팬베이스를 기어코 구축한 전성기 초입의 VTIC.
그 이후로 몇 년간 해외 시상식 퍼포머로서 눈에 띄는 이득을 본 KPOP 그룹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만약에 한다고 해도 반응 안 좋으면 X망 테크 순간임
└테스타 무대 잘하지 않냐
└응 그래봤자 케이팝은 마이너야~ 씹덕 서브컬쳐ㅋㅋ
└댓글 쓴 사람 말투는 교양 없지만 대충 방향성은 맞긴 합니다. 케이팝 미국에서 아직 마이너하죠.
하지만 앞으로도 수십배는 더 엔터사 수익이 성장할 포텐셜 있는 마켓이라는 뜻이기도 하죠.
└주식충 왔냐
그리고 바이럴을 타기 위해서는 단순히 무대를 잘하는 게 아니라 현지 반응까지 좋아야 하는데, 정서가 다른 만큼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었다.
그날만은 곡, 의상, 안무까지 어딘가 그쪽 정서와 맞아 들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기존 KPOP 팬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기까지.
-테스타가 이번엔 뭔 게임 낼지나 기대해라 그게 현실성 있음ㅋㅋㅋ ㅅㄱ
이게 관심 있는 사람들의 공통 결론이나 다름없었다.
테스타와 같은 소속사인 덕에 매니저로부터 내부정보를 하나 얻어들은 이 아이돌도 마찬가지였다.
“미, 민하야! 테스타 선배님 AMA 출연한대?”
미리내의 메인 댄서, 성하린은 경악에 차서 이 그룹의 실질적인 리더에게 달려갔고, 이런 대답을 얻었다.
“어, 그… 아마도.”
“…?!”
긍정!
충격받은 성하린은 테스타가 기어코 미국까지 노린다며 이를 갈기 전에 의문부터 머릿속에 떠올렸다.
‘무슨 수로?’
미국 거대 레코드 음반사와 계약한 것도 아니고, 회사가 미친 듯이 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하다못해 테스타 지난 앨범이 미국에서 대히트했던 것도 아니었지 않은가.
그 질문을 우다다다 던지고 싶었지만, 성하린은 참았다.
앞에 서 있는 리더 박민하의 얼굴이 거의 해탈한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허허, 허허…. 음,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리고 그, 대외비라서.”
“아, 아아! 당연히 조심할게!”
“응.”
당연히 믿는다는 듯이 박민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리고 율기 언니한테도 언급하지 말자….”
“…응.”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숙연함이 흘렀다.
최종 순위 1위, 미리내의 명실상부 얼굴마담인 정율기.
‘좋은 언니지만….’
사람이… 너무 해맑았다. 괜히 오해를 받을까 봐 걱정될 정도였다.
특유의 캐릭터 덕에 아직 크게 욕먹지는 않았지만, 혹시라도 그럴까 봐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테스타에도 비슷한 선배가 있잖아.’
성하린은 빨간 머리가 시그니처인 한 아이돌을 떠올렸다.
차유진!
그 선배는 대체 몇 년 동안 어떻게 논란은 기가 막히게 피하면서 캐릭터를 어필했는지 조언이라도 구하고 싶을 정도였다.
몇 번 생겼던 루머나 문제들도 타이밍 맞혀서 잘 처리했지 않은가.
역시 대상 탄 아이돌은 뭐가 다른….
‘…아니야. 율기 언니가 더 순수하고 좋은 사람이라 그래!’
미리내 성하린은 빠르게 테스타 우상화에서 벗어났다!
고개를 휘휘 저으며, 그녀는 다시 침착하게 현 상황을 분석했다.
“그럼, 그, 테스타 선배님들도 미국 진출을 본격적으로 노리시는 걸까?”
“회사 회의에서는 그런 느낌이긴 했어.”
흐으음.
성하린은 턱을 문질렀다.
미리내도 데뷔 초, 미국병에 걸린 본부장에 의해 미국 진출을 강력히 노린 적이 있었다.
그때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말문이 트이긴 했지만, 막상 그룹 성적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녀는 약간 시무룩하게 생각했다.
‘…역시 현지화 전략 같은 건 별로라구.’
절박함은 때론 비굴하게 보일 수 있는 법이다.
도리어 그때 국내 팬분들을 제법 잃어버린 것 같아, 성하린은 데뷔 초를 생각만 해도 입이 좀 썼다.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가수들이니까 그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진출하면 좋잖아….’
성하린은 복잡한 심경이 되었으나, 곧 한숨을 푹 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테스타 선배님의 시도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긴 했다.
한배를 탄 처지다 보니까 말이다.
회사에 여윳돈이 충분해야 미리내에게도 투자가 돌아올 것 아닌가.
‘하지만 제발 회사에 이상한 바람 불어 넣지 말아주세요….’
성하린은 소중한 미리내를 도로 미국 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잘 되셨으면 좋겠네.”
“그렇지.”
그렇게 미리내 두 사람의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그녀는 가끔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열심히 스케줄을 처리하며, 틈틈이 테스타의 컴백 예고 컨텐츠들을 매의 눈으로 살폈다.
그러던 중.
[이번 AMA 출연진]
‘드디어!’
성하린은 마침내 기다리던 소식을 발견하고, 침을 삼킨 채 그것을 클릭했다.
그리고 당황했다.
“어어?”
발표된 퍼포머 중에 테스타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KPOP 가수 자체가 없었다.
‘뭐야, 나온다며?’
하지만 하다못해 관련 기사 하나 안 떠 있는 상황.
‘혹시 그냥 루머였나? 아니면 역시 검토해 보고 취소했을지도 몰라.’
성하린은 일단 그렇게 생각하며 화면을 껐다.
그러나 얼마 후.
여기, 박문대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공연을 위해 시상식에 참석했다.
“…….”
그는 자신의 차림을 점검했다.
하얀 면 티셔츠에 청바지, 얼굴 주변 액세서리도 최소화했다.
막 컴백한 아이돌이 선택할 만한 무대 의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박문대는 만족했다.
‘좋아.’
애초에 그는 테스타의 컴백 무대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선택과 집중의 결과였다.
‘원하는 건 오로지 임팩트뿐!’
현실적인 조건 아래에서 최대한 어그로를 끌겠다.
그걸 기준으로 고른 무대였다.
-정석적으로, 그냥 우리 앨범이 명반이라고 홍보하는 방식은 안 통해.
그래서 그는 이 시상식에서 타인의 곡을 커버하기로 했다.
유명한 옛 가수에 대한 헌정 무대.
심지어 홀로 하는 것도 아니다. 여럿이 파트를 나눠서 한 곡을 이어 부르는 구성이었다.
사실상 인지도 없는 누군가를 ‘초대’해 준 수준의 푸대접.
그에 대한 박문대의 태도는.
‘오히려 좋아.’
기꺼움이었다.
‘딱 맞는 조건이다.’
현지 인지도가 없다면 유명한 남의 곡으로 그 인지도를 빌려 쓰면 된다.
그리고.
‘스탯은 배신하지 않지.’
[가창 : S+]
여럿이 나눠서 부르면 도리어 비교할 후보군이 있어서 좋다.
박문대는 씩 웃으며,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공연이 시작되고 있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29화
돌아온 박문대의 몸.
“테스타야 당연히 이번에도 잘 되겠지만! 나도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나는 테스타가 T1에 있을 때부터 다니던 샵에 앉아 있다. 오래전부터 얼굴 봐온 실장에게 마지막으로 머리 색 점검을 받고 있자니 컴백 축하도 덤으로 따라왔다.
그리고 덕담을 가장한 은근한 떠보기까지.
“이번에 어디 어디 나와요? 그 밥 먹는 위튜브도 나오나?”
“회사에서 잡아주시면요.”
“아이구, 그렇지, 회사에서 스케줄 잡아주시느냐가 중요하죠?”
못 캐낼 것 같으니 슬쩍 말 돌리는군.
나는 속으로 내심 웃었다.
“프로모션이 워낙 또 중요하게 됐잖아~ 그렇죠?”
“그렇죠.”
그래서 우리도 빡세게 신경 쓰긴 했지.
-이번 컴백 홍보는 좀 공격적으로 했으면 좋겠는데.
나는 몇 주 전 대화를 떠올리며 계획을 점검했다.
혹시 ‘아이돌의 공격적인 컴백 홍보’라고 하면 어떤 방법이 떠오르는가?
자본금을 왕창 투자해서 몇억, 몇십억 규모로 진행하는 거대 프로모션?
아니면 온갖 예능에 다 출연하면서 테스타 컴백 소식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기?
‘둘 다 틀린 말은 아니지.’
다만 지금의 테스타에겐 둘 다 해당 사항이 없다.
자본금을 쏟아부은 프로모션은 이미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상이라서 특이할 게 없고, 물불 안 가린 예능 출연은 이미지 소모를 가속화시켜서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이건 국내에 잘 정착한, 한창인 1군 아이돌의 공통 특성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 테스타가 밀려는 ‘공격적인 컴백 홍보’란 무엇인가.
-안전하게 말고 위험하게 가자.
논란과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목표를 향해서 좀 더 노골적으로 굴겠다는 의미.
‘그리고 지금 목표는 문화훈장이지.’
그래. 까놓고 말하겠다.
문화훈장을 받으려면 누구를 감명시키는 걸 노려야 하는가.
‘높으신 분들이지.’
정치권.
그러나 테스타의 글로벌 위상, 특히 윗분들이 좋아하는 서양권에서의 위상은 별거 없다.
지난 문화훈장 수상자인 VTIC에는 비비지도 못할 정도다.
‘그놈들 덕분에 기준선이 더럽게 높아졌다고.’
테스타가 가진 건 기껏해야 라임스톤의 영화 카메오 출연, 게임 콜라보, 넷플러스 드라마로 얻은 단편적인 인지도들뿐이다.
‘전부 우리 앨범이나 음원이 아니라 다른 컨텐츠라고.’
이 반짝 화제성은 그룹의 인기로까지는 거의 연결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마 저 컨텐츠를 즐긴 사람 중에서 테스타를 모르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자면, 아직 테스타는 글로벌적인 대표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계획을 세워서 노릴 수 있다는 거야.’
게임에서 후발주자들이 공략본을 보고 최고효율 루트를 짜내듯이, 테스타도 원하는 이미지를 노릴 수 있다.
그리고 테스타는 이미 한번 국내를 대상으로 이런 공략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룹이다.
이미 해본 가닥이 있기에 밑바닥부터 시작하지 않고 베이스가 있다는 뜻이다.
‘이 파편화된 인지도들을 끌어 묶어서 한 덩어리로 연결할 수만 있으면.’
그러면 그때부터는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쌓여온 테스타의 컨텐츠를 소비하게 만들 수 있다.
이미 재밌다고 검증된 것들을 말이다.
“그게 바로 자리 잡기지.”
그거야말로 테스타가 이번 활동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였다.
‘일단 첫 번째.’
머리 손질을 다 끝마친 후.
나는 이미 철 지난 기사를 하나 보면서 피식 웃었다.
그럼 이것부터 잘 써먹어 보자고.
* * *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일명 AMA.
미국의 정통성 있는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였다.
-테스타 AMA 노미됨 ㅊㅋㅊㅋ
-오 굿
그러나 박문대가 본 기사는 발간 당시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진 않았다.
-올해 노미 세 팀이나 된 거지? 케이팝 더 흥해라~
-ㅋㅋㅋ케이팝 따로 격리해서 먹고 떨어지라고 주는 상이잖아 이걸 좋아해? 사대주의 어쩔 거야
└얘는 어디서 얻어맞고 오기라도 했냐?
애초에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는 KPOP 부문이 신설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걸 ‘그들만의 리그 취급’이라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게다가 이제 글로벌 어워즈에 KPOP 가수가 수상 후보로 오른 것은 이제 그리 드문 일도 아니었다.
-그래미 아니면 안 쳐줌ㅋㅋ
-시상식이 한두 개냐고 탑 소셜 부분 이딴 걸로 그만 좀 호들갑ㄴㄴ
앨범 판매량과 소셜 미디어 언급량이 많은 KPOP 가수들이다 보니, 매년 서너 팀은 각종 유명 시상식에 꼭 이름을 올리는 편이었다.
자본주의의 총본산인 미국에서 돈 되는 종목을 놓칠 리 없기 때문이다.
비록 중요한 상이 아닐지라도 언급 한 번 정도는 해주면서, KPOP 팬덤의 버즈량을 잘 써먹었다.
그래서 KPOP 골수 리스너들은 이 상황에 시큰둥할 지경이었다.
-ㄹㅇ 노미된 팀이 한두 팀도 아니고 베스트 그룹 뭐 이런 상 타는 거 아니면 아무 의미 없음ㅇㅇ
└ㅇㅈㅋㅋㅋ
-테스타 해외에선 좀 약한 편이지? 일본에서 그래도 클라스 유지 중임?
└이테르한테도 역전당할 것 같던데ㅋ
└어그로 돌았네 아직 ㅅㅌㅊ임
이 노미네이트 소식도 그렇게 테스타 팬들이 반응하여 언급량이 좀 느는 정도로 끝나는 싱거운 화제일 예정이었다.
-혹시 퍼포머로 나올 수도 있지 않나?
└티원 걷어차고 나온 셤별이 무슨 AMA야 정신차려ㅋㅋ
테스타가 이 시상식에서 엄청난 컴백 무대를 할 수 있을 가능성? 대부분은 고려해 본 적도 없었다.
현지 인지도, 회사 체급, 인맥까지 모든 면에서 굳이 테스타를 퍼포머로 고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퍼포머로 현지에서 명성을 날리는 것에 성공한 KPOP 아이돌 그룹도 거의 없었다.
최초의 단 한 건 빼고는.
-브이틱 제외하고 AMA 공연으로 바이럴 탄 그룹 없음 이걸로 서열 정리됨 ㅇㅈ?
-ㅋㅋ브이틱 괜히 군백기 리스크에도 주가 방어했겠냐고
-아ㅋㅋㅋ천조국은 1년 공백기는 공백기도 아니라구요 다들 기다려준대
굳건한 글로벌 팬베이스를 기어코 구축한 전성기 초입의 VTIC.
그 이후로 몇 년간 해외 시상식 퍼포머로서 눈에 띄는 이득을 본 KPOP 그룹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만약에 한다고 해도 반응 안 좋으면 X망 테크 순간임
└테스타 무대 잘하지 않냐
└응 그래봤자 케이팝은 마이너야~ 씹덕 서브컬쳐ㅋㅋ
└댓글 쓴 사람 말투는 교양 없지만 대충 방향성은 맞긴 합니다. 케이팝 미국에서 아직 마이너하죠.
하지만 앞으로도 수십배는 더 엔터사 수익이 성장할 포텐셜 있는 마켓이라는 뜻이기도 하죠.
└주식충 왔냐
그리고 바이럴을 타기 위해서는 단순히 무대를 잘하는 게 아니라 현지 반응까지 좋아야 하는데, 정서가 다른 만큼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었다.
그날만은 곡, 의상, 안무까지 어딘가 그쪽 정서와 맞아 들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기존 KPOP 팬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기까지.
-테스타가 이번엔 뭔 게임 낼지나 기대해라 그게 현실성 있음ㅋㅋㅋ ㅅㄱ
이게 관심 있는 사람들의 공통 결론이나 다름없었다.
테스타와 같은 소속사인 덕에 매니저로부터 내부정보를 하나 얻어들은 이 아이돌도 마찬가지였다.
“미, 민하야! 테스타 선배님 AMA 출연한대?”
미리내의 메인 댄서, 성하린은 경악에 차서 이 그룹의 실질적인 리더에게 달려갔고, 이런 대답을 얻었다.
“어, 그… 아마도.”
“…?!”
긍정!
충격받은 성하린은 테스타가 기어코 미국까지 노린다며 이를 갈기 전에 의문부터 머릿속에 떠올렸다.
‘무슨 수로?’
미국 거대 레코드 음반사와 계약한 것도 아니고, 회사가 미친 듯이 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하다못해 테스타 지난 앨범이 미국에서 대히트했던 것도 아니었지 않은가.
그 질문을 우다다다 던지고 싶었지만, 성하린은 참았다.
앞에 서 있는 리더 박민하의 얼굴이 거의 해탈한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허허, 허허…. 음,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리고 그, 대외비라서.”
“아, 아아! 당연히 조심할게!”
“응.”
당연히 믿는다는 듯이 박민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리고 율기 언니한테도 언급하지 말자….”
“…응.”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숙연함이 흘렀다.
최종 순위 1위, 미리내의 명실상부 얼굴마담인 정율기.
‘좋은 언니지만….’
사람이… 너무 해맑았다. 괜히 오해를 받을까 봐 걱정될 정도였다.
특유의 캐릭터 덕에 아직 크게 욕먹지는 않았지만, 혹시라도 그럴까 봐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테스타에도 비슷한 선배가 있잖아.’
성하린은 빨간 머리가 시그니처인 한 아이돌을 떠올렸다.
차유진!
그 선배는 대체 몇 년 동안 어떻게 논란은 기가 막히게 피하면서 캐릭터를 어필했는지 조언이라도 구하고 싶을 정도였다.
몇 번 생겼던 루머나 문제들도 타이밍 맞혀서 잘 처리했지 않은가.
역시 대상 탄 아이돌은 뭐가 다른….
‘…아니야. 율기 언니가 더 순수하고 좋은 사람이라 그래!’
미리내 성하린은 빠르게 테스타 우상화에서 벗어났다!
고개를 휘휘 저으며, 그녀는 다시 침착하게 현 상황을 분석했다.
“그럼, 그, 테스타 선배님들도 미국 진출을 본격적으로 노리시는 걸까?”
“회사 회의에서는 그런 느낌이긴 했어.”
흐으음.
성하린은 턱을 문질렀다.
미리내도 데뷔 초, 미국병에 걸린 본부장에 의해 미국 진출을 강력히 노린 적이 있었다.
그때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말문이 트이긴 했지만, 막상 그룹 성적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녀는 약간 시무룩하게 생각했다.
‘…역시 현지화 전략 같은 건 별로라구.’
절박함은 때론 비굴하게 보일 수 있는 법이다.
도리어 그때 국내 팬분들을 제법 잃어버린 것 같아, 성하린은 데뷔 초를 생각만 해도 입이 좀 썼다.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가수들이니까 그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진출하면 좋잖아….’
성하린은 복잡한 심경이 되었으나, 곧 한숨을 푹 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테스타 선배님의 시도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긴 했다.
한배를 탄 처지다 보니까 말이다.
회사에 여윳돈이 충분해야 미리내에게도 투자가 돌아올 것 아닌가.
‘하지만 제발 회사에 이상한 바람 불어 넣지 말아주세요….’
성하린은 소중한 미리내를 도로 미국 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잘 되셨으면 좋겠네.”
“그렇지.”
그렇게 미리내 두 사람의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그녀는 가끔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열심히 스케줄을 처리하며, 틈틈이 테스타의 컴백 예고 컨텐츠들을 매의 눈으로 살폈다.
그러던 중.
‘드디어!’
성하린은 마침내 기다리던 소식을 발견하고, 침을 삼킨 채 그것을 클릭했다.
그리고 당황했다.
“어어?”
발표된 퍼포머 중에 테스타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KPOP 가수 자체가 없었다.
‘뭐야, 나온다며?’
하지만 하다못해 관련 기사 하나 안 떠 있는 상황.
‘혹시 그냥 루머였나? 아니면 역시 검토해 보고 취소했을지도 몰라.’
성하린은 일단 그렇게 생각하며 화면을 껐다.
그러나 얼마 후.
여기, 박문대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공연을 위해 시상식에 참석했다.
“…….”
그는 자신의 차림을 점검했다.
하얀 면 티셔츠에 청바지, 얼굴 주변 액세서리도 최소화했다.
막 컴백한 아이돌이 선택할 만한 무대 의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박문대는 만족했다.
‘좋아.’
애초에 그는 테스타의 컴백 무대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선택과 집중의 결과였다.
‘원하는 건 오로지 임팩트뿐!’
현실적인 조건 아래에서 최대한 어그로를 끌겠다.
그걸 기준으로 고른 무대였다.
-정석적으로, 그냥 우리 앨범이 명반이라고 홍보하는 방식은 안 통해.
그래서 그는 이 시상식에서 타인의 곡을 커버하기로 했다.
유명한 옛 가수에 대한 헌정 무대.
심지어 홀로 하는 것도 아니다. 여럿이 파트를 나눠서 한 곡을 이어 부르는 구성이었다.
사실상 인지도 없는 누군가를 ‘초대’해 준 수준의 푸대접.
그에 대한 박문대의 태도는.
‘오히려 좋아.’
기꺼움이었다.
‘딱 맞는 조건이다.’
현지 인지도가 없다면 유명한 남의 곡으로 그 인지도를 빌려 쓰면 된다.
그리고.
‘스탯은 배신하지 않지.’
여럿이 나눠서 부르면 도리어 비교할 후보군이 있어서 좋다.
박문대는 씩 웃으며,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공연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