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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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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20화
게임을… 또 만들자고?
나는 게임 회사, 폐허공단 사장들이 보낸 장문의 문자를 다시 읽었다.
아무래도 이번에 배세진이 출연한 ‘인형 사냥꾼’을 보고 상당히 감명을 받은 모양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만.’
나는 대단히 좋은 반응을 얻었던 지난 앨범, 의 게임을 떠올리며 답장을 성심성의껏 작성했다.
성공적인 첫 게임 제작에 이은 야심 넘치는 후속작.
[죄송합니다. 저희가 시간적 여유가 없네요.]
응. 당연히 안 된다.
사유는 지난번과 동일하다.
‘한 번까지는 괜찮지만, 더 가면 슬슬 논란 만들려는 놈들이 나온다.’
일단 우리가 지난 앨범에 새롭게 시도한 컨텐츠를 정의해 보자.
-앨범에 게임을 넣는다.
이건 한 번까지는 새로운 이벤트성 시도지만, 두 번을 넘어가면 사업이 된다.
패턴이 생기는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논란이 있다.
-게임 때문에 앨범 사면 그건 노래 앨범이 아니라 그냥 게임 아님?ㅋㅋㅋ
바로 편법 논란이다.
분명 독특한 인터렉티브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앨범을 사는 고정 소비자층이 생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잘 만들었기 때문에 도리어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거지.’
가뜩이나 테스타는 지금 적이 많은 판국이다. 전 소속사인 T1부터 새롭게 나타난 원더홀 개자식들까지, 꼬투리를 주면 안 되는 이유가 무궁무진하다는 소리지.
이걸 친절히 설명해 줄까 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본인들 게임 기존 유저들도 별로 안 좋아할 거란 걸 눈치를 못 챘을 거다.’
폐허공단 입장에서는 그냥 게임 재밌게 만들고, 평가도 좋고, 앞으로 나올 본인들의 신작 게임에 대한 홍보도 되니 개이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해외에서 반응이 꽤 왔다고 들었지.’
하지만 테스타가 누군지 잘 알고 있는 이 나라 게이머들은 한 번까진 그렇다 쳐도 계속 가면 뇌절이라고 생각하거나 반감을 가질 확률이 높았다.
인기 아이돌로 게임을 만든다는 게 아이돌의 유명세에 편승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하려면 더 조심스럽게 치밀한 계획을 짜서 접근해야지.’
이렇게 대놓고 야심 넘치는 후속작 느낌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폐허공단 사람들이 ‘언제든 사정이 되면 협력할 수도’라는 애매한 뉘앙스를 느끼도록, 거절 수위를 잘 조절하여 답장을 보냈다.
“이거면 됐다.”
모든 게 잘 통제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세상에는 개인이 통제하지 못하는 변수도 있는 법이다.
가령, 사회현상 수준의 히트 같은 것.
그렇다.
은 플랫폼 기록을 갈아치우는 수준으로 히트해 버린다.
* * *
발단은 의 해외 성적이었다.
-미친 넷플 글로벌 점유율 1위
-실시간 돌아버린 인형 사냥꾼 시청 추이
은 일단 보기 시작하면 공개된 모든 화를 보게 만드는 흡입력으로, 중간 탈주자가 거의 없다는 통계로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입소문과 순위 진입이 부른 새로운 시청자들로 인해 계속 순위가 상승하더니….
-시청 시간 순위 1위.. ㄷㄷ
기어코 그 주 글로벌 1위를 찍으며 언론 보도가 터졌다.
‘난리 났군.’
간만의 호성적으로 신난 제작 스튜디오와 넷플러스는 언론 플레이에 거의 목숨을 건 것처럼 기사를 뿌려댔다.
그래도 욕을 안 먹을 만큼 드라마 평이 좋았다는 게 더 놀랍긴 했지만 말이다.
-대박ㅋㅋ
최신 댓글이 한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온갖 외국 매체와 언론에까지 보도되며, 출연한 주연 배우들에게도 관심이 쏟아졌다.
특히 주인공에게 첫 각성과 첫 죽음을 선물한, 미친 사이코패스 배역을 맡은 배우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오 신이시여
당장 배세진의 사이코패스 반전 씬에 대한 해외 위튜버들의 리액션 모음집이 국내 위튜브 인기 동영상 순위에 들었을 정도였다.
-나는 이런 것을 절대 기대하지 않았지만 즐겼다 (대문자)
-그가 이 쇼를 10배는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줬어
-주인공처럼 비명을 지르는 시청자
그야말로 천만 아역배우의 강렬한 정극 컴백이었다.
숙소에선 차유진이 신나게 열광적인 반응을 들이대면, 일부러 인터넷 모니터링을 피하던 배세진도 덩달아 슬쩍 확인하는 모습이 간간이 목격됐다.
“형! 이 사람 형과 사랑에 빠졌대요!”
“…사이코패스랑?”
녀석은 다소 떨떠름해 보였지만,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당연하지.’
성공은 언제나 좋은 맛 아닌가. 비록 그게 4연속 사이코패스 배역에서 온 것이어도 말이다.
이젠 간혹 녀석이 은근한 기대를 담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소리도 들렸다.
“그, 이번에 출연배우진들 홍보 위튜브 출연이 하나 잡혔거든. 큼, 타이밍이 맞으면 다음 앨범 홍보를 좀 하려고 하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있을 거예요…!”
뭐, 그것까지는 나쁠 건 없다. 자기 활동 재밌어하면 좋지.
다만 당사자가 아닌 새끼들이 문제였다.
배세진의 캐릭터, 의대생 ‘정이솔’의 이름값이 커질수록 인터넷에서 꿈틀거리는 여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
[배세진 왜 아이돌 계속하는 걸까?]
솔직히 테스타에서 좀 무능력 멤 취급했잖아 나 같으면 억울해서라도 재계약 안 했을 텐데 멤버들이 아득바득 ㅈㄴ 극성맞게 붙잡았나 봄
———————–
바로 아이돌 배세진 무용론이다.
배우 배세진의 압도적인 작품 내 퍼포먼스 때문에, 테스타로서의 배세진은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그럴 시간에 작품 하나 더 찍어달란 소리지.’
물론 그간 배세진이 무대에서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며, 아이돌로서 탄탄한 팬층을 쌓았기 때문에 갈등은 어마어마했다.
-이 미친놈은 또 뭐야
└글쓴 애가 욕 쓴 것도 아닌데 다짜고짜 욕..
└아가리 올팬들 발작 버튼인가ㅋㅋ
└아가리 같은 단어 쓰면서 남이 욕했다고 지적하기 부끄럽지 않아?
-솔직히 배세진 파트도 적은 편이고 무대에서 인상 별로 안 남긴 하지
└아주사에서 등급 외 폐급 받았을 때도 무대 끼는 있어 보였는데 뭔 개소리
└그러게 테스타 개인팬들 무섭네 이때다 싶어서 배세진 후려치기;
└??? 왜 갑자기 테스타 팬 타령.. 누가 봐도 어그론데
-팀에 애착 있는 것 같긴 한데 자연스럽게 보이진 않아 훨씬 잘하는 게 있는데 아이돌 고집하는 거.. 흠
└헐 맞아 나도 이렇게 느꼈는데… 약간 가스라이팅 당한 것 같아 보여ㅠ
└가스라이팅 단어 함부로 쓰는 사람들 왜 이렇게 많냐 정신 차려
음. 개판이군.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발언은 찬반이 비슷하게 갈린다.
‘일부러 이러는 거지.’
여기서 격렬한 논쟁으로 어그로를 끌고 나면 좀 더 부드러워진 의견이 쓱 나오는데.
그게 문제였다.
-배세 드라마나 영화에서 더 자주 보고 싶다ㅠㅠ 아무래도 연차 있으니까 이제 개인활동 위주로 나가겠지?
당연히 앞으론 배세진이 연기 활동을 더 중요시할 것이며, 자연스럽게 테스타 활동에서 빠지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는 추측 말이다.
이런 건 아무렇지 않게 적는 사람이 꽤 많았다.
-재계약까지 해줬으면 솔직히 멤버들도 이건 배려해야지 진짜 이기적으로 굴지 말고
-아이돌 그룹 수명 문제도 있고 내가 배세진이었으면 말은 안 해도 무조건 연기 우선임ㅇㅇ
어. 테스타 멤버 배세진 이용해서 테스타 이름값 깎아내리기 잘 봤다.
나는 인터넷 커뮤니티 꼴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지표가 하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컴백하자.’
이건 테스타 활동 약발이 떨어져서 발생하는 일이다. 임팩트가 너무 커서, 테스타가 순간 밀린 것이다.
빠른 시일 내로 테스타가 컴백해서 성적으로 대가리를 후려쳐서 화제를 돌려 버려야 한다.
‘마침 배세진이 다음 앨범 홍보를 하고 싶다니 마음껏 할 수 있겠어.’
게다가 이건 배세진이 배우로서의 스케줄을 수행하기에도 좋은 방법이었다.
지금 의 전개상 배세진은 시즌 2에도 출연할 확률이 높다. 그럼 몇 개월 내로 새 촬영에 들어갈 테니, 그전에 팀 활동을 넣는 게 좋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컴백을 한 번 더 할 생각이었으니… 회사 설립하면서 세운 연간 계획에도 딱 맞아.’
물론, 정말 배세진이 팀 활동보다는 연기 활동에 훨씬 큰 비중을 두고 싶다면야 지금부터 슬쩍 티 내기 시작하는 것도 타이밍상 나쁘진 않긴 했다.
‘중요한 스케줄만 참여하면서 행사는 몇 가지 빠지고 배우 스케줄을 간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지.’
솔직히 재계약할 때까지 했으면 슬슬 좀 빠져도 도의적 문제가 없긴 하지.
그래서 대놓고 한 번 물어보기도 했는데 말이다.
-…굳이?
갈 수 있는 스케줄 왜 취소하냐는 떨떠름한 반응이 돌아왔다. 음, 그래.
-아이돌 활동과 배우 활동을 모두 잡고 가시겠다는 야망, 잘 알겠습니다.
-어? 그, 아니, 그 정도까지는….
-오오오오!
확실히 이놈도 배짱이 생겼군. 데뷔 초 때와 비교하면 괄목할 성장이었다.
나는 동생들의 박수를 받으며 자기 방으로 도망치듯 사라지는 놈의 뒤통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배세진이 이 작품에 들어갈 때는 농담 삼아 말했던 거지만, 녀석의 드라마 성공은 실제로 테스타라는 그룹에게 새로운 루트를 터주긴 했다.
가령 에 나온 즉석밥과 통조림 햄 PPL.
그거 아는가? 넷플러스는 PPL을 돈으로 잘 안 받는다. 기업 간 쌍방향 프로모션으로 처리해버리는 경우가 다수다.
-ㅋㅋㅋ인형사냥꾼 보고 뜨끈한 밥에 햄 땡겨서 마트 왔는데 햄 포장지에도 걔네 있음ㅋㅋ (사진)
이런 식으로 말이다.
요 며칠 사이 의 이미지가 붙은 햄 통조림 포장지가 마트에서 목격되기 시작했다.
즉석밥과 햄 회사에서 자신들이 PPL을 넣은 프로그램을 자기들 쪽에서도 홍보해 준 것이다.
그리고 재밌는 건 이 회사가 바로 T1 냉동식품과 박빙을 다투는 경쟁자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테스타 티원 노예였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라이벌 광고해주네ㅋㅋㅋㅋ개웃겨
└이게 군자의 복수인가 하는 그거임?
그렇다. 본의 아니게 T1을 엿 먹이면서 라이벌 사와 인맥이 생겼다.
“오~ 이거 봐 문대문대. 이 회사가 자기네 닭발도 문대가 좀 먹어줬으면 좋겠다는데?”
“좋지.”
저 회사 SNS 담당자가 간 보는 게 예사 솜씨가 아니군. 참고로 광고 넣으면 진짜 먹어줄 의향이 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T1의 ‘테스타 안 쓸 거야’ 영향권에서 슬슬 벗어날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간 T1에 의해 편중되어 있던 기존 테스타의 커넥션을 탈피해 다른 기업들로부터 입질이 오게 되었다.
‘순조롭군.’
자신의 연기 활동이 팀에 방해가 될까 봐 전전긍긍하던 배세진에게는 나름대로 희소식이었는지, 이 일을 설명해 주자 얼굴이 밝아졌다.
‘좀 기합이 너무 들어간 것 같긴 하다만… 뭐 잘한 놈은 그래도 되고.’
솔직히 말하자면. 차라리 잘해놓고 자기도 모르는 케이스가 더 문제였다.
가령… 곧 컴백하려는 다음 앨범. 여기서 절반 이상의 곡에 프로듀싱 참여한 녀석 말이다.
“제가… 이 곡을 작곡했단 말입니까?!”
“…….”
“심지어 상세 정보에서 확인 시 작업 시간이 21시간밖에 표기되어 있지 않은데 따로 프로그램을 옮기지 않고 정말 21시간 만에 작업을 끝낸 겁니까?”
“…그렇겠지.”
“세상에!”
김래빈.
스티어 김래빈….
‘빨리 돌려주자.’
나는 김래빈에게 열어준 ‘내 곡 내가 듣기’ 청음회를 마친 후, 되도록 빨리 이 녀석의 기억을 돌려주고 무대 재활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본인도 별 거부감이 없으며 타이밍만 기다리는 중이었으니 꺼릴 건 없었다.
-제가 어떤 깨달음을 통해 부족한 재능과 성향을 극복하고 무대에 오른 것인지 기대가 큽니다!
스티어 김래빈은 본래 자신은 퍼포머, 아이돌로서의 능력이 없다고 완전히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그래도 테스타의 기억이 있는 자신은 엄청난 기연을 통해 무대 능력치를 확보한 상태일 것이라는 기묘한 믿음을 가진 듯했다.
아마 멤버들이 워낙 ‘넌 원래 무대를 잘했다’라고 말하는 것을 경청하다 보니, 녀석의 머릿속 논리가 이상하게 흘러 그렇게 성립된 것 같았다.
좀 왜곡된 생각이긴 했으나, 이거야 찬찬히 이야기하면서 바로 잡아보도록 하고.
중요한 건 무대 재활인가.
‘기억을 되찾은 직후에는 좀 가볍게 가자.’
나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지나치게 공식적이지 않으며 소소할 것.
관객이 있지만, 혹시 변수가 발생해도 논란으로 번질 확률이 낮은 것.
관객 모두가 호의적이며 너그러운 태도로 무대를 봐줄 것.
마지막으로….
-기존 무대보다 형식이 자유로울 것.
이렇게 넣어보니, 정답은 꽤 빨리 나왔다.
‘마침 후보도 바로 있어.’
이건 폐허공단 쪽과 며칠 전에 연락이 닿아서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폐허 공단 연락처로 뜬 카카오톡 프로필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웃으며 문자를 넣었다.
[축하합니다. 결혼하신다면서요.]
그들의 프로필은 바로 웨딩사진이었다.
폐허 공단, 사장 부부가 곧 결혼식을 하는 것 같더라고.
[혹시 축가 필요하시지 않나요.]
테스타의 축가 서비스.
돈 안 받고 해주겠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20화

게임을… 또 만들자고?

나는 게임 회사, 폐허공단 사장들이 보낸 장문의 문자를 다시 읽었다.

아무래도 이번에 배세진이 출연한 ‘인형 사냥꾼’을 보고 상당히 감명을 받은 모양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만.’

나는 대단히 좋은 반응을 얻었던 지난 앨범, 의 게임을 떠올리며 답장을 성심성의껏 작성했다.

성공적인 첫 게임 제작에 이은 야심 넘치는 후속작.

응. 당연히 안 된다.

사유는 지난번과 동일하다.

‘한 번까지는 괜찮지만, 더 가면 슬슬 논란 만들려는 놈들이 나온다.’

일단 우리가 지난 앨범에 새롭게 시도한 컨텐츠를 정의해 보자.

-앨범에 게임을 넣는다.

이건 한 번까지는 새로운 이벤트성 시도지만, 두 번을 넘어가면 사업이 된다.

패턴이 생기는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논란이 있다.

-게임 때문에 앨범 사면 그건 노래 앨범이 아니라 그냥 게임 아님?ㅋㅋㅋ

바로 편법 논란이다.

분명 독특한 인터렉티브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앨범을 사는 고정 소비자층이 생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잘 만들었기 때문에 도리어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거지.’

가뜩이나 테스타는 지금 적이 많은 판국이다. 전 소속사인 T1부터 새롭게 나타난 원더홀 개자식들까지, 꼬투리를 주면 안 되는 이유가 무궁무진하다는 소리지.

이걸 친절히 설명해 줄까 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본인들 게임 기존 유저들도 별로 안 좋아할 거란 걸 눈치를 못 챘을 거다.’

폐허공단 입장에서는 그냥 게임 재밌게 만들고, 평가도 좋고, 앞으로 나올 본인들의 신작 게임에 대한 홍보도 되니 개이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해외에서 반응이 꽤 왔다고 들었지.’

하지만 테스타가 누군지 잘 알고 있는 이 나라 게이머들은 한 번까진 그렇다 쳐도 계속 가면 뇌절이라고 생각하거나 반감을 가질 확률이 높았다.

인기 아이돌로 게임을 만든다는 게 아이돌의 유명세에 편승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하려면 더 조심스럽게 치밀한 계획을 짜서 접근해야지.’

이렇게 대놓고 야심 넘치는 후속작 느낌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폐허공단 사람들이 ‘언제든 사정이 되면 협력할 수도’라는 애매한 뉘앙스를 느끼도록, 거절 수위를 잘 조절하여 답장을 보냈다.

“이거면 됐다.”

모든 게 잘 통제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세상에는 개인이 통제하지 못하는 변수도 있는 법이다.

가령, 사회현상 수준의 히트 같은 것.

그렇다.

은 플랫폼 기록을 갈아치우는 수준으로 히트해 버린다.

* * *

발단은 의 해외 성적이었다.

-미친 넷플 글로벌 점유율 1위

-실시간 돌아버린 인형 사냥꾼 시청 추이

은 일단 보기 시작하면 공개된 모든 화를 보게 만드는 흡입력으로, 중간 탈주자가 거의 없다는 통계로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입소문과 순위 진입이 부른 새로운 시청자들로 인해 계속 순위가 상승하더니….

-시청 시간 순위 1위.. ㄷㄷ

기어코 그 주 글로벌 1위를 찍으며 언론 보도가 터졌다.

‘난리 났군.’

간만의 호성적으로 신난 제작 스튜디오와 넷플러스는 언론 플레이에 거의 목숨을 건 것처럼 기사를 뿌려댔다.

그래도 욕을 안 먹을 만큼 드라마 평이 좋았다는 게 더 놀랍긴 했지만 말이다.

-대박ㅋㅋ

최신 댓글이 한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온갖 외국 매체와 언론에까지 보도되며, 출연한 주연 배우들에게도 관심이 쏟아졌다.

특히 주인공에게 첫 각성과 첫 죽음을 선물한, 미친 사이코패스 배역을 맡은 배우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오 신이시여

당장 배세진의 사이코패스 반전 씬에 대한 해외 위튜버들의 리액션 모음집이 국내 위튜브 인기 동영상 순위에 들었을 정도였다.

-나는 이런 것을 절대 기대하지 않았지만 즐겼다 (대문자)

-그가 이 쇼를 10배는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줬어

-주인공처럼 비명을 지르는 시청자

그야말로 천만 아역배우의 강렬한 정극 컴백이었다.

숙소에선 차유진이 신나게 열광적인 반응을 들이대면, 일부러 인터넷 모니터링을 피하던 배세진도 덩달아 슬쩍 확인하는 모습이 간간이 목격됐다.

“형! 이 사람 형과 사랑에 빠졌대요!”

“…사이코패스랑?”

녀석은 다소 떨떠름해 보였지만,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당연하지.’

성공은 언제나 좋은 맛 아닌가. 비록 그게 4연속 사이코패스 배역에서 온 것이어도 말이다.

이젠 간혹 녀석이 은근한 기대를 담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소리도 들렸다.

“그, 이번에 출연배우진들 홍보 위튜브 출연이 하나 잡혔거든. 큼, 타이밍이 맞으면 다음 앨범 홍보를 좀 하려고 하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있을 거예요…!”

뭐, 그것까지는 나쁠 건 없다. 자기 활동 재밌어하면 좋지.

다만 당사자가 아닌 새끼들이 문제였다.

배세진의 캐릭터, 의대생 ‘정이솔’의 이름값이 커질수록 인터넷에서 꿈틀거리는 여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

솔직히 테스타에서 좀 무능력 멤 취급했잖아 나 같으면 억울해서라도 재계약 안 했을 텐데 멤버들이 아득바득 ㅈㄴ 극성맞게 붙잡았나 봄

———————–

바로 아이돌 배세진 무용론이다.

배우 배세진의 압도적인 작품 내 퍼포먼스 때문에, 테스타로서의 배세진은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그럴 시간에 작품 하나 더 찍어달란 소리지.’

물론 그간 배세진이 무대에서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며, 아이돌로서 탄탄한 팬층을 쌓았기 때문에 갈등은 어마어마했다.

-이 미친놈은 또 뭐야

└글쓴 애가 욕 쓴 것도 아닌데 다짜고짜 욕..

└아가리 올팬들 발작 버튼인가ㅋㅋ

└아가리 같은 단어 쓰면서 남이 욕했다고 지적하기 부끄럽지 않아?

-솔직히 배세진 파트도 적은 편이고 무대에서 인상 별로 안 남긴 하지

└아주사에서 등급 외 폐급 받았을 때도 무대 끼는 있어 보였는데 뭔 개소리

└그러게 테스타 개인팬들 무섭네 이때다 싶어서 배세진 후려치기;

└??? 왜 갑자기 테스타 팬 타령.. 누가 봐도 어그론데

-팀에 애착 있는 것 같긴 한데 자연스럽게 보이진 않아 훨씬 잘하는 게 있는데 아이돌 고집하는 거.. 흠

└헐 맞아 나도 이렇게 느꼈는데… 약간 가스라이팅 당한 것 같아 보여ㅠ

└가스라이팅 단어 함부로 쓰는 사람들 왜 이렇게 많냐 정신 차려

음. 개판이군.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발언은 찬반이 비슷하게 갈린다.

‘일부러 이러는 거지.’

여기서 격렬한 논쟁으로 어그로를 끌고 나면 좀 더 부드러워진 의견이 쓱 나오는데.

그게 문제였다.

-배세 드라마나 영화에서 더 자주 보고 싶다ㅠㅠ 아무래도 연차 있으니까 이제 개인활동 위주로 나가겠지?

당연히 앞으론 배세진이 연기 활동을 더 중요시할 것이며, 자연스럽게 테스타 활동에서 빠지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는 추측 말이다.

이런 건 아무렇지 않게 적는 사람이 꽤 많았다.

-재계약까지 해줬으면 솔직히 멤버들도 이건 배려해야지 진짜 이기적으로 굴지 말고

-아이돌 그룹 수명 문제도 있고 내가 배세진이었으면 말은 안 해도 무조건 연기 우선임ㅇㅇ

어. 테스타 멤버 배세진 이용해서 테스타 이름값 깎아내리기 잘 봤다.

나는 인터넷 커뮤니티 꼴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지표가 하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컴백하자.’

이건 테스타 활동 약발이 떨어져서 발생하는 일이다. 임팩트가 너무 커서, 테스타가 순간 밀린 것이다.

빠른 시일 내로 테스타가 컴백해서 성적으로 대가리를 후려쳐서 화제를 돌려 버려야 한다.

‘마침 배세진이 다음 앨범 홍보를 하고 싶다니 마음껏 할 수 있겠어.’

게다가 이건 배세진이 배우로서의 스케줄을 수행하기에도 좋은 방법이었다.

지금 의 전개상 배세진은 시즌 2에도 출연할 확률이 높다. 그럼 몇 개월 내로 새 촬영에 들어갈 테니, 그전에 팀 활동을 넣는 게 좋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컴백을 한 번 더 할 생각이었으니… 회사 설립하면서 세운 연간 계획에도 딱 맞아.’

물론, 정말 배세진이 팀 활동보다는 연기 활동에 훨씬 큰 비중을 두고 싶다면야 지금부터 슬쩍 티 내기 시작하는 것도 타이밍상 나쁘진 않긴 했다.

‘중요한 스케줄만 참여하면서 행사는 몇 가지 빠지고 배우 스케줄을 간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지.’

솔직히 재계약할 때까지 했으면 슬슬 좀 빠져도 도의적 문제가 없긴 하지.

그래서 대놓고 한 번 물어보기도 했는데 말이다.

-…굳이?

갈 수 있는 스케줄 왜 취소하냐는 떨떠름한 반응이 돌아왔다. 음, 그래.

-아이돌 활동과 배우 활동을 모두 잡고 가시겠다는 야망, 잘 알겠습니다.

-어? 그, 아니, 그 정도까지는….

-오오오오!

확실히 이놈도 배짱이 생겼군. 데뷔 초 때와 비교하면 괄목할 성장이었다.

나는 동생들의 박수를 받으며 자기 방으로 도망치듯 사라지는 놈의 뒤통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배세진이 이 작품에 들어갈 때는 농담 삼아 말했던 거지만, 녀석의 드라마 성공은 실제로 테스타라는 그룹에게 새로운 루트를 터주긴 했다.

가령 에 나온 즉석밥과 통조림 햄 PPL.

그거 아는가? 넷플러스는 PPL을 돈으로 잘 안 받는다. 기업 간 쌍방향 프로모션으로 처리해버리는 경우가 다수다.

-ㅋㅋㅋ인형사냥꾼 보고 뜨끈한 밥에 햄 땡겨서 마트 왔는데 햄 포장지에도 걔네 있음ㅋㅋ (사진)

이런 식으로 말이다.

요 며칠 사이 의 이미지가 붙은 햄 통조림 포장지가 마트에서 목격되기 시작했다.

즉석밥과 햄 회사에서 자신들이 PPL을 넣은 프로그램을 자기들 쪽에서도 홍보해 준 것이다.

그리고 재밌는 건 이 회사가 바로 T1 냉동식품과 박빙을 다투는 경쟁자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테스타 티원 노예였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라이벌 광고해주네ㅋㅋㅋㅋ개웃겨

└이게 군자의 복수인가 하는 그거임?

그렇다. 본의 아니게 T1을 엿 먹이면서 라이벌 사와 인맥이 생겼다.

“오~ 이거 봐 문대문대. 이 회사가 자기네 닭발도 문대가 좀 먹어줬으면 좋겠다는데?”

“좋지.”

저 회사 SNS 담당자가 간 보는 게 예사 솜씨가 아니군. 참고로 광고 넣으면 진짜 먹어줄 의향이 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T1의 ‘테스타 안 쓸 거야’ 영향권에서 슬슬 벗어날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간 T1에 의해 편중되어 있던 기존 테스타의 커넥션을 탈피해 다른 기업들로부터 입질이 오게 되었다.

‘순조롭군.’

자신의 연기 활동이 팀에 방해가 될까 봐 전전긍긍하던 배세진에게는 나름대로 희소식이었는지, 이 일을 설명해 주자 얼굴이 밝아졌다.

‘좀 기합이 너무 들어간 것 같긴 하다만… 뭐 잘한 놈은 그래도 되고.’

솔직히 말하자면. 차라리 잘해놓고 자기도 모르는 케이스가 더 문제였다.

가령… 곧 컴백하려는 다음 앨범. 여기서 절반 이상의 곡에 프로듀싱 참여한 녀석 말이다.

“제가… 이 곡을 작곡했단 말입니까?!”

“…….”

“심지어 상세 정보에서 확인 시 작업 시간이 21시간밖에 표기되어 있지 않은데 따로 프로그램을 옮기지 않고 정말 21시간 만에 작업을 끝낸 겁니까?”

“…그렇겠지.”

“세상에!”

김래빈.

스티어 김래빈….

‘빨리 돌려주자.’

나는 김래빈에게 열어준 ‘내 곡 내가 듣기’ 청음회를 마친 후, 되도록 빨리 이 녀석의 기억을 돌려주고 무대 재활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본인도 별 거부감이 없으며 타이밍만 기다리는 중이었으니 꺼릴 건 없었다.

-제가 어떤 깨달음을 통해 부족한 재능과 성향을 극복하고 무대에 오른 것인지 기대가 큽니다!

스티어 김래빈은 본래 자신은 퍼포머, 아이돌로서의 능력이 없다고 완전히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그래도 테스타의 기억이 있는 자신은 엄청난 기연을 통해 무대 능력치를 확보한 상태일 것이라는 기묘한 믿음을 가진 듯했다.

아마 멤버들이 워낙 ‘넌 원래 무대를 잘했다’라고 말하는 것을 경청하다 보니, 녀석의 머릿속 논리가 이상하게 흘러 그렇게 성립된 것 같았다.

좀 왜곡된 생각이긴 했으나, 이거야 찬찬히 이야기하면서 바로 잡아보도록 하고.

중요한 건 무대 재활인가.

‘기억을 되찾은 직후에는 좀 가볍게 가자.’

나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지나치게 공식적이지 않으며 소소할 것.

관객이 있지만, 혹시 변수가 발생해도 논란으로 번질 확률이 낮은 것.

관객 모두가 호의적이며 너그러운 태도로 무대를 봐줄 것.

마지막으로….

-기존 무대보다 형식이 자유로울 것.

이렇게 넣어보니, 정답은 꽤 빨리 나왔다.

‘마침 후보도 바로 있어.’

이건 폐허공단 쪽과 며칠 전에 연락이 닿아서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폐허 공단 연락처로 뜬 카카오톡 프로필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웃으며 문자를 넣었다.

그들의 프로필은 바로 웨딩사진이었다.

폐허 공단, 사장 부부가 곧 결혼식을 하는 것 같더라고.

테스타의 축가 서비스.

돈 안 받고 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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