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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52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2화
탈락자들이 다 방 빼고 나간 뒤, 남은 참가자들은 숙소에서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고 재집합했다.
눈물 콧물 짜며 배웅할 때는 언제고, 이젠 다들 이상한 선민의식에 차 있는 분위기다.
‘어쩔 수 없지.’
불특정 다수의 응원을 받으며 파이널까지 왔으니 자아가 비대해질 만도 했다.
웬만큼 멘탈 강한 놈이 아니면 분위기에 취할 만도 했다. 나이도 어리고.
MC는 퇴근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영린이 촬영을 진행했다.
“, 그 마지막 무대를 완성할 20명의 참가자분들. 축하드립니다. 우리 박수칠까요?”
“네!”
짝짝짝. 박수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이런 인사치레가 아니다.
‘왜 아무것도 없냐.’
분명 마지막 팀 가르기를 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촬영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기 중인 소품 하나 보이지 않는다.
있는 건 전광판뿐이었다. 어쩌려는 거지.
“우선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여러분이 공연할 곡을 공개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글러입니다.]
“헉.”
전광판에서 작곡가 팀이 나와 인사했다. 유명 아이돌 타이틀 몇 곡 작업했던 이름 있는 팀이었다. 익숙한 뮤비들이 몇 컷 지나가자 참가자들이 흥분했다.
[저희 이글러가 참가자분들께 드리는 곡을… 바로 공개하겠습니다!]
‘새 곡이군.’
파이널까지 와서야 데뷔 팀 앨범에 넣을 수 있는 곡을 줬다. 시즌 시작 전 예산 규모가 짐작이 간다.
[Lalu~ La Li~]
어쨌든 곡은 좋았다. 귀에 잘 붙고, 음원 차트에서 프로그램빨로 반짝 진입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질 곡은 아니었다.
문제는 가이드 보컬이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이거 그냥 되는 대로 부르는 것 같은데.’
잠깐, 설마?
“이 곡의 제목은 입니다. 그리고 가사는… 없습니다!”
“예?”
“가사가 없어요?”
영린의 말에 참가자들의 리액션이 쏟아졌다. 곧 전광판의 작곡 팀 중 하나가 어색하게 화이팅 포즈를 잡으며 대본을 읽었다.
[여러분의 창의력을 발휘해서, 데모 버전을 완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파이팅!]
영린이 영상의 소리를 이어받듯 말했다.
“그렇습니다. 은 미완성 곡입니다.”
“…!”
“참가자분들께서 직접 가사를 짓고, 안무를 완성해 이 곡에 어울리는 부제를 붙여주셔야 합니다. 또한, 편곡도 가능합니다.”
이럴 줄 알았다.
‘자체제작 망령이라도 붙었나.’
아무리 셀프 프로듀싱하는 아이돌이 잘나간다고 해도 파이널에서까지 이럴 줄은 몰랐다.
3차 팀전에서 팀 빼고는 사실상 제작 파트 다 죽 쑨 거 못 봤나?
팀 1등은 차유진빨이었지. 거기도 음원만 들으면 별로였다.
‘심지어 결승은 생방송인데 어쩌려는 거냐.’
나는 떨떠름한 채로, 전광판에서 흘러나오는 마지막 무대 곡을 마저 들었다.
확실한 건 일단 김래빈이랑 같은 팀이 되어야 한다. 작사에다 편곡? 더 볼 것도 없고 이놈부터 무조건 잡고 가자.
‘그러니까 대체 어떻게 팀을 짜는데.’
마치 그 생각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영린이 발표했다.
“그리고 함께 무대를 만들어갈 팀 구성은… 완전히 자유입니다.”
“…!!”
“누구와 어떤 팀을 구성하든 제작진은 전혀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최대 인원 7명 안으로 팀을 구성해, 연습을 진행해 주시면 됩니다.”
아이고.
‘개판 났군.’
이거 누구든 처신 잘못하면 막판에 논란글 생성기 되겠는데.
내가 알기론 결승 당일 생방송에도 만만치 않게 지뢰를 깔아놨었다. 설마 아직 결승 무대 준비 파트에서도 지뢰밭일 줄은 몰랐다만.
“그리고 파이널 무대 우승 혜택은… 천만 원입니다.”
“허억!”
여기저기서 이상한 소리가 터졌다.
갑작스러운 상금에 다들 당황한 모양새였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제작진은 참가자들의 최종 데뷔 여부는 온전히 주주님들의 손에 맡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마음에도 없을 소리는 됐고, 천만 원이면… 세금 떼면 대충 780만 원쯤 받을 것 같다.
‘어떻게 되든 저건 타가고 싶은데.’
참고로 장기자랑에서 탄 냉장고는 아직도 못 받았다. 설마 이놈들 상금도 미루다 입 싹 닦는 건 아니겠지.
계산하면서 영린의 남은 말을 들었다.
“그럼 함께 파이널 스테이지를 만들어나갈 팀원 구성, 지금… 시작하세요!”
그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참가자들이 우르르 행동을 계시했다.
“문대야.”
“형.”
양옆에서 곧바로 말을 걸어왔다. 7위 큰세진, 5위 김래빈이다.
큰세진이 김래빈을 확인하고 빙긋 웃었다.
겹치는 포지션 없다 이건가.
“일단 우리 셋은 같이 갈래?”
“좋습니다.”
“그래.”
순식간에 합의가 끝났다. 그 와중에 저쪽에서 2위 자리에 서 있던 선아현이 우물쭈물 다가왔다.
뭐, 선아현이야… 끼워도 손해는 안 보는 놈이니까 괜찮겠지.
“같이할까?”
“으, 으응!”
선아현의 얼굴이 환해졌다. 다른 팀원들도 별 반발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4명.
나는 눈썹을 찌푸렸다.
2위, 5위, 6위, 7위.
‘좀 과한가.’
자칫하면 상위권이 친목으로 자기들끼리만 했다고 적폐로 욕먹을 것 같은데.
슬슬 실력은 괜찮고 순위가 비교적 낮으며, 친분 없는 참가자를 넣어야 할 것 같았다.
“형. 차유진은….”
“음.”
김래빈이 운을 띄웠다.
나는 저쪽에서 이미 이야기를 나누는 차유진과 류청우를 확인했다.
1위, 4위.
아, 이건 안 되겠는데.
“그냥 여기서 마감하는 건 어때.”
“예?”
‘어차피 이걸 거절하고 안 친한 낮은 순위 넣자고 하면 안 통한다.’
나는 깔끔히 추가모집을 포기했다.
큰세진이 곧바로 지원사격으로 들어왔다. 이놈도 벌써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다.
“우리 무대에서 비중도 생각해야 하잖아~ 마지막이니까 많이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지금 각자 포지션도 딱 좋고!”
“…….”
부정 못 할 것이다. 차유진 들어오면 편집이나 분량에 무슨 왜곡이 나타날지 모른다.
김래빈은 고민하는 얼굴로 잠시 말이 없더니, 곧 평안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표가 걸린 것도 아니고 상금일 뿐이니까.’
아직 투표 방식은 모르겠지만, 혹시 개인투표라 승리에 불리하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최종적으로 무대 분량이 더 중요했다.
4명이면 충분하다.
정리된 상황에 큰세진이 활기차게 발을 돌렸다.
“그럼 이대로 보고…….”
“저기. 형님들!”
그때, 큰세진의 말을 끊고 누군가 들어왔다.
골드 2였다.
“아, 저희… 같이할 수 있을까요?”
골드 2는 놀랍게도 11위 이세진과 함께 우리에게 다가왔다.
‘무슨 수로 꼬셨냐.’
골드 2는 초조하고 긴장한 것을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지만, 솔직히 뻔히 보였다.
“…….”
저걸 어떻게 거절해야 욕을 안 먹을 수 있을까.
힐끔 큰세진을 쳐다봤다. 안쓰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거절 문구를 쥐어짜 내고 있는 게 분명했다.
기껏 괜찮은 소수정예로 맞춰놨는데 귀찮다고 생각하고 있겠군.
하지만 골드 2는 씩씩했다. 좀 서글픈 의미로 그랬다는 뜻이다.
“저 진짜! 열심히 할 자신 있습니다! 어느 파트 맡아도 딴소리 없이 잘할 수 있구요!”
이거 그림이 이상해지는데.
차라리 차유진이 와서 끼워달라고 하면 거절해도 괜찮았다. 적당히 유머 좀 섞어서 라이벌 기믹으로 가르면 되니까.
근데 18위인 고1이 이러는데 거른다? 심지어 이 팀 과반수가 첫 번째 팀전에서 쟤랑 같은 조였다.
‘편집거리 주게 생겼군.’
나는 한숨을 참았다.
차라리 말 걸자마자 ‘미안, 넷이 하기로 했어.’ 같은 말로 빠르게 끝내고 갔어야 했다. 다만 아무도 그걸 총대 메고 싶진 않았겠지.
이러면 그냥 받아주는 게 낫긴 한데, 이미 직전에 분량 핑계로 차유진을 쳐냈다. 발언한 나나 큰세진 입으로 받자고 하기도 이상했다.
“가, 같이하면 안 되나……?”
다행히 여기서 제일 마음 약한 놈이 먼저 항복 선언을 해줬다. 선아현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입을 연 것이다.
‘잘했다.’
이제 김래빈 설득이 관건인데…….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어?
‘이걸 쉽게 받아줬다?’
김래빈이 의외로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한번 편집 매운맛을 봐서 기민하게 반응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으음, 문대는 어때?”
“괜찮아.”
“그래. 그럼 우리 같이할까?”
“허업! 감사합니다!”
골드 2가 양손을 들어 올리며 만세 포즈를 취했다. 뒤에서 이세진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가 폈다.
저건 아직도 뻣뻣하게 굴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감사는 무슨, 잘해보자.”
큰세진은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고 영린에게 향했다. 그리고 몇 마디 주고받는가 싶더니, 금방 전광판에 글자가 떴다.
[1조 확정!]
[선아현(2), 김래빈(5), 박문대(6), 이세진B(7), 이세진A(11), 권희승(18)]
확정됐다.
생각보다 얼렁뚱땅 만든 꼴이 돼서 좀 떨떠름하긴 했다. 이세진 같은 요주의 폭탄을 끼우고 싶지도 않았고.
하지만 우리끼리 하겠다고 설치는 밉상으로 찍히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때, 뒤에서 아쉬움 가득한 차유진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 놓쳤어요!”
“…….”
아무래도 저 팀에서 메인보컬로 ‘박문대’를 거론하고 있었나 보다. 1조가 너무 빠르게 만들어져서 타이밍도 오지 않았던 것이다.
“형! 다음에 같이해요!”
“그러면 좋지.”
나는 참가자들 틈에서 손을 붕붕 흔드는 차유진에게 대답하며 생각했다.
‘이게 마지막인데 다음이 어디 있냐.’
차유진은 끝까지 해맑은 뇌의 소유자였다.
* * *
“이야, 우리팀 빨리 만들어서 연습 시간이 확 늘었네요!”
큰세진이 싱글벙글 웃으며 대화를 진행했다. 4차까지 왔다 보니 슬슬 쓸데없는 ‘서로 알아가는 과정’의 시간 소비가 없어서 좋았다.
“일단 리더를 뽑고, 바로 진행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오~”
사람들은 감탄사와 함께 큰세진을 계속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모든 팀전에서 리더를 맡았으니 이번에도 하겠거니 생각하는 기색이었다.
큰세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 저는 리더 입후보 안 하겠습니다!”
“…!?”
“왜, 왜?”
충격에 휩싸인 팀원들에게, 큰세진이 일부러 부끄러운 것처럼 과장되게 눈을 깜박였다.
눈알 찌르고 싶네 저거.
“저… 메인 댄서 하고 싶어요!”
“…….”
두 가지가 무슨 겸직 불가 포지션도 아니고 이제 와서 웬 개소린지 모르겠다.
‘너 2차 때 둘 다 해 먹었잖냐.’
설마 저 발언을 메인 댄서 노릴 때 써먹을 생각인가. ‘리더도 포기했어요!’ 같은 구린 멘트랑 함께 말이다.
의외로 배우 출신 이세진이 툭 말을 던졌다.
“둘 다 할 수 있잖아.”
“아~ 그쵸. 근데 이번에는 좀 더 혼신을 다해서 도전해 보려구요.”
큰세진이 웃으며 손을 모았다.
“게다가 이번에는 짤 게 많으니까, 음, 3차 때도 생각했던 건데요. 창작에 재능 있는 사람이 리더를 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 말에 김래빈에게 눈을 돌렸다.
김래빈은 멀뚱멀뚱 큰세진을 보다가, 내 시선을 눈치채고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입을 열었다.
“저는 박문대 형 추천하고 싶습니다.”
“…….”
그거 아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2화

탈락자들이 다 방 빼고 나간 뒤, 남은 참가자들은 숙소에서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고 재집합했다.

눈물 콧물 짜며 배웅할 때는 언제고, 이젠 다들 이상한 선민의식에 차 있는 분위기다.

‘어쩔 수 없지.’

불특정 다수의 응원을 받으며 파이널까지 왔으니 자아가 비대해질 만도 했다.

웬만큼 멘탈 강한 놈이 아니면 분위기에 취할 만도 했다. 나이도 어리고.

MC는 퇴근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영린이 촬영을 진행했다.

“, 그 마지막 무대를 완성할 20명의 참가자분들. 축하드립니다. 우리 박수칠까요?”

“네!”

짝짝짝. 박수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이런 인사치레가 아니다.

‘왜 아무것도 없냐.’

분명 마지막 팀 가르기를 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촬영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기 중인 소품 하나 보이지 않는다.

있는 건 전광판뿐이었다. 어쩌려는 거지.

“우선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여러분이 공연할 곡을 공개하겠습니다.”

“헉.”

전광판에서 작곡가 팀이 나와 인사했다. 유명 아이돌 타이틀 몇 곡 작업했던 이름 있는 팀이었다. 익숙한 뮤비들이 몇 컷 지나가자 참가자들이 흥분했다.

‘새 곡이군.’

파이널까지 와서야 데뷔 팀 앨범에 넣을 수 있는 곡을 줬다. 시즌 시작 전 예산 규모가 짐작이 간다.

어쨌든 곡은 좋았다. 귀에 잘 붙고, 음원 차트에서 프로그램빨로 반짝 진입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질 곡은 아니었다.

문제는 가이드 보컬이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이거 그냥 되는 대로 부르는 것 같은데.’

잠깐, 설마?

“이 곡의 제목은 입니다. 그리고 가사는… 없습니다!”

“예?”

“가사가 없어요?”

영린의 말에 참가자들의 리액션이 쏟아졌다. 곧 전광판의 작곡 팀 중 하나가 어색하게 화이팅 포즈를 잡으며 대본을 읽었다.

영린이 영상의 소리를 이어받듯 말했다.

“그렇습니다. 은 미완성 곡입니다.”

“…!”

“참가자분들께서 직접 가사를 짓고, 안무를 완성해 이 곡에 어울리는 부제를 붙여주셔야 합니다. 또한, 편곡도 가능합니다.”

이럴 줄 알았다.

‘자체제작 망령이라도 붙었나.’

아무리 셀프 프로듀싱하는 아이돌이 잘나간다고 해도 파이널에서까지 이럴 줄은 몰랐다.

3차 팀전에서 팀 빼고는 사실상 제작 파트 다 죽 쑨 거 못 봤나?

팀 1등은 차유진빨이었지. 거기도 음원만 들으면 별로였다.

‘심지어 결승은 생방송인데 어쩌려는 거냐.’

나는 떨떠름한 채로, 전광판에서 흘러나오는 마지막 무대 곡을 마저 들었다.

확실한 건 일단 김래빈이랑 같은 팀이 되어야 한다. 작사에다 편곡? 더 볼 것도 없고 이놈부터 무조건 잡고 가자.

‘그러니까 대체 어떻게 팀을 짜는데.’

마치 그 생각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영린이 발표했다.

“그리고 함께 무대를 만들어갈 팀 구성은… 완전히 자유입니다.”

“…!!”

“누구와 어떤 팀을 구성하든 제작진은 전혀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최대 인원 7명 안으로 팀을 구성해, 연습을 진행해 주시면 됩니다.”

아이고.

‘개판 났군.’

이거 누구든 처신 잘못하면 막판에 논란글 생성기 되겠는데.

내가 알기론 결승 당일 생방송에도 만만치 않게 지뢰를 깔아놨었다. 설마 아직 결승 무대 준비 파트에서도 지뢰밭일 줄은 몰랐다만.

“그리고 파이널 무대 우승 혜택은… 천만 원입니다.”

“허억!”

여기저기서 이상한 소리가 터졌다.

갑작스러운 상금에 다들 당황한 모양새였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제작진은 참가자들의 최종 데뷔 여부는 온전히 주주님들의 손에 맡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마음에도 없을 소리는 됐고, 천만 원이면… 세금 떼면 대충 780만 원쯤 받을 것 같다.

‘어떻게 되든 저건 타가고 싶은데.’

참고로 장기자랑에서 탄 냉장고는 아직도 못 받았다. 설마 이놈들 상금도 미루다 입 싹 닦는 건 아니겠지.

계산하면서 영린의 남은 말을 들었다.

“그럼 함께 파이널 스테이지를 만들어나갈 팀원 구성, 지금… 시작하세요!”

그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참가자들이 우르르 행동을 계시했다.

“문대야.”

“형.”

양옆에서 곧바로 말을 걸어왔다. 7위 큰세진, 5위 김래빈이다.

큰세진이 김래빈을 확인하고 빙긋 웃었다.

겹치는 포지션 없다 이건가.

“일단 우리 셋은 같이 갈래?”

“좋습니다.”

“그래.”

순식간에 합의가 끝났다. 그 와중에 저쪽에서 2위 자리에 서 있던 선아현이 우물쭈물 다가왔다.

뭐, 선아현이야… 끼워도 손해는 안 보는 놈이니까 괜찮겠지.

“같이할까?”

“으, 으응!”

선아현의 얼굴이 환해졌다. 다른 팀원들도 별 반발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4명.

나는 눈썹을 찌푸렸다.

2위, 5위, 6위, 7위.

‘좀 과한가.’

자칫하면 상위권이 친목으로 자기들끼리만 했다고 적폐로 욕먹을 것 같은데.

슬슬 실력은 괜찮고 순위가 비교적 낮으며, 친분 없는 참가자를 넣어야 할 것 같았다.

“형. 차유진은….”

“음.”

김래빈이 운을 띄웠다.

나는 저쪽에서 이미 이야기를 나누는 차유진과 류청우를 확인했다.

1위, 4위.

아, 이건 안 되겠는데.

“그냥 여기서 마감하는 건 어때.”

“예?”

‘어차피 이걸 거절하고 안 친한 낮은 순위 넣자고 하면 안 통한다.’

나는 깔끔히 추가모집을 포기했다.

큰세진이 곧바로 지원사격으로 들어왔다. 이놈도 벌써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다.

“우리 무대에서 비중도 생각해야 하잖아~ 마지막이니까 많이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지금 각자 포지션도 딱 좋고!”

“…….”

부정 못 할 것이다. 차유진 들어오면 편집이나 분량에 무슨 왜곡이 나타날지 모른다.

김래빈은 고민하는 얼굴로 잠시 말이 없더니, 곧 평안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표가 걸린 것도 아니고 상금일 뿐이니까.’

아직 투표 방식은 모르겠지만, 혹시 개인투표라 승리에 불리하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최종적으로 무대 분량이 더 중요했다.

4명이면 충분하다.

정리된 상황에 큰세진이 활기차게 발을 돌렸다.

“그럼 이대로 보고…….”

“저기. 형님들!”

그때, 큰세진의 말을 끊고 누군가 들어왔다.

골드 2였다.

“아, 저희… 같이할 수 있을까요?”

골드 2는 놀랍게도 11위 이세진과 함께 우리에게 다가왔다.

‘무슨 수로 꼬셨냐.’

골드 2는 초조하고 긴장한 것을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지만, 솔직히 뻔히 보였다.

“…….”

저걸 어떻게 거절해야 욕을 안 먹을 수 있을까.

힐끔 큰세진을 쳐다봤다. 안쓰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거절 문구를 쥐어짜 내고 있는 게 분명했다.

기껏 괜찮은 소수정예로 맞춰놨는데 귀찮다고 생각하고 있겠군.

하지만 골드 2는 씩씩했다. 좀 서글픈 의미로 그랬다는 뜻이다.

“저 진짜! 열심히 할 자신 있습니다! 어느 파트 맡아도 딴소리 없이 잘할 수 있구요!”

이거 그림이 이상해지는데.

차라리 차유진이 와서 끼워달라고 하면 거절해도 괜찮았다. 적당히 유머 좀 섞어서 라이벌 기믹으로 가르면 되니까.

근데 18위인 고1이 이러는데 거른다? 심지어 이 팀 과반수가 첫 번째 팀전에서 쟤랑 같은 조였다.

‘편집거리 주게 생겼군.’

나는 한숨을 참았다.

차라리 말 걸자마자 ‘미안, 넷이 하기로 했어.’ 같은 말로 빠르게 끝내고 갔어야 했다. 다만 아무도 그걸 총대 메고 싶진 않았겠지.

이러면 그냥 받아주는 게 낫긴 한데, 이미 직전에 분량 핑계로 차유진을 쳐냈다. 발언한 나나 큰세진 입으로 받자고 하기도 이상했다.

“가, 같이하면 안 되나……?”

다행히 여기서 제일 마음 약한 놈이 먼저 항복 선언을 해줬다. 선아현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입을 연 것이다.

‘잘했다.’

이제 김래빈 설득이 관건인데…….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어?

‘이걸 쉽게 받아줬다?’

김래빈이 의외로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한번 편집 매운맛을 봐서 기민하게 반응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으음, 문대는 어때?”

“괜찮아.”

“그래. 그럼 우리 같이할까?”

“허업! 감사합니다!”

골드 2가 양손을 들어 올리며 만세 포즈를 취했다. 뒤에서 이세진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가 폈다.

저건 아직도 뻣뻣하게 굴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감사는 무슨, 잘해보자.”

큰세진은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고 영린에게 향했다. 그리고 몇 마디 주고받는가 싶더니, 금방 전광판에 글자가 떴다.

확정됐다.

생각보다 얼렁뚱땅 만든 꼴이 돼서 좀 떨떠름하긴 했다. 이세진 같은 요주의 폭탄을 끼우고 싶지도 않았고.

하지만 우리끼리 하겠다고 설치는 밉상으로 찍히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때, 뒤에서 아쉬움 가득한 차유진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 놓쳤어요!”

“…….”

아무래도 저 팀에서 메인보컬로 ‘박문대’를 거론하고 있었나 보다. 1조가 너무 빠르게 만들어져서 타이밍도 오지 않았던 것이다.

“형! 다음에 같이해요!”

“그러면 좋지.”

나는 참가자들 틈에서 손을 붕붕 흔드는 차유진에게 대답하며 생각했다.

‘이게 마지막인데 다음이 어디 있냐.’

차유진은 끝까지 해맑은 뇌의 소유자였다.

* * *

“이야, 우리팀 빨리 만들어서 연습 시간이 확 늘었네요!”

큰세진이 싱글벙글 웃으며 대화를 진행했다. 4차까지 왔다 보니 슬슬 쓸데없는 ‘서로 알아가는 과정’의 시간 소비가 없어서 좋았다.

“일단 리더를 뽑고, 바로 진행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오~”

사람들은 감탄사와 함께 큰세진을 계속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모든 팀전에서 리더를 맡았으니 이번에도 하겠거니 생각하는 기색이었다.

큰세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 저는 리더 입후보 안 하겠습니다!”

“…!?”

“왜, 왜?”

충격에 휩싸인 팀원들에게, 큰세진이 일부러 부끄러운 것처럼 과장되게 눈을 깜박였다.

눈알 찌르고 싶네 저거.

“저… 메인 댄서 하고 싶어요!”

“…….”

두 가지가 무슨 겸직 불가 포지션도 아니고 이제 와서 웬 개소린지 모르겠다.

‘너 2차 때 둘 다 해 먹었잖냐.’

설마 저 발언을 메인 댄서 노릴 때 써먹을 생각인가. ‘리더도 포기했어요!’ 같은 구린 멘트랑 함께 말이다.

의외로 배우 출신 이세진이 툭 말을 던졌다.

“둘 다 할 수 있잖아.”

“아~ 그쵸. 근데 이번에는 좀 더 혼신을 다해서 도전해 보려구요.”

큰세진이 웃으며 손을 모았다.

“게다가 이번에는 짤 게 많으니까, 음, 3차 때도 생각했던 건데요. 창작에 재능 있는 사람이 리더를 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 말에 김래빈에게 눈을 돌렸다.

김래빈은 멀뚱멀뚱 큰세진을 보다가, 내 시선을 눈치채고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입을 열었다.

“저는 박문대 형 추천하고 싶습니다.”

“…….”

그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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