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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512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12화
“…….”
침묵이 내려앉은 박문대와 김래빈의 방안.
우뚝 서 있는 류건우의 입을 빌어, 스티어의 전 멤버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승소했어.
그러니까 스티어는 마약 그룹이 아니야.
“…….”
말 없는 충격이 공기를 울렸다.
스티어 류청우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승소.”
“그래.”
답변하는 류건우의 너머로, 이미 탈퇴한 멤버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배우 출신 이세진A.
류청우는 무심코 입을 열었다.
“어떻게?”
그는 그 재판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알고 있었다.
스티어 배세진이 마약 유통 혐의로 검거된 그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확인했고 기억했기 때문이다.
울분과 억울함, 두려움으로 시허옇게 질린 얼굴로 했던 말을.
-아니야!
그는 그 말이 진실이라고 믿었다.
그건 들켜서 당황했던 게 아니라, 억울해서 나온 날카로움이었다고.
‘오해거나 누명이구나.’
그러니 혐의가 풀릴 때까지 이 그룹이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를 새벽마다 고민하던 시간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차라리 그때가 좋았다.
계획과 달리, 이세진A의 혐의가 풀리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불타는 여론에 힘입어 판결은 무섭도록 빠르게 나왔다. 그리고.
[ 데뷔 그룹 스티어 이세진, 1심 징역 선고…“죄질 나빠”]
징역이 선고되었다.
하지만 이세진A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항소할수록 인터넷 여론은 나빠졌다. 더 나빠질 곳이 남았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지겹다 약쟁아
-하여간 마약 파는 새끼들은 뇌랑 양심도 팔아먹은 듯
-빠순이 돈 빠는 게 어지간히 개꿀이었나봄 포기를 못 하네ㅋ
-와 가족 사업으로 그렇게 본격적으로 해먹고선 이렇게 철면피 깔 줄은 몰랐다; 친한 사람들도 조사해 봐야 할 듯
그런 날들이 이어졌다.
기사가 뜨면 신난 사람들이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사라졌다.
그렇게 한참 후.
기어코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자, 이제 여론에서 이 화제는 뜨거운 감자조차 되지 못했다.
논란의 여지조차 없어 싸늘하게 식었기 때문이다.
-ㅋㅋ추하다
“…….”
그리고 마지막 3심, 대법원에 가서 갑자기 이 결과가 무죄로 바뀔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을, 류청우도 모를 수가 없었다.
이미 기사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사실 기사가 거론하는 법률심과 사실심 등 복잡한 재판 절차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아도, 그냥 댓글 하나로 설명될 수 있는 상식이었다.
-이미 증거 다 나왔는데 왜 저럼
돈이 오고 간 통장, 증언, 공범까지.
“…….”
그때서야 류청우는 재판 결과를 굳이 찾아보는 것을 포기했다.
이미 그는 충분히 피로했다.
‘안 되겠어.’
무너지는 그룹을 윽박지르고 얼러가며 어떻게든 지탱하는 와중에 이런 희망 고문에 쓸 여력은 없었다.
그는 현실적으로 판단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여기, 그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뒤집혀서… 끝의 끝에서는 결국 무죄를 받았다는 설명을.
지금 당사자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의식으로 타인의 입을 빌어 하고 있는 것이다.
‘스티어였던 이세진A는 마약을 유통하지 않았다.’
그 문장 하나가 가지는 압도적인 의미.
“…….”
류건우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세진A의 말이 나왔다.
“못 믿겠다는 마음도 알겠어.”
갑자기 3심에서만 무죄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이세진A : 하지만 정당한 상소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이세진A : 나 같은 경우는 증인의 거짓 진술이었지.
이세진A는 감형을 받기 위해 자신을 걸고넘어진, 생물학적 아버지의 진술에서 모순을 발견해 뒤집었다.
집념과 포기하지 않는 끈질김, 세심함, 그리고 약간의 악운이 만든 결과였다.
“오래 걸렸지만, 결국 파기환송으로 원심선고를 파기하고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었고.”
류건우가 담담히 메시지를 읽었다.
수많은 고뇌와 몇 년에 거친 재판, 그리고 또 재판의 끝.
“이겼어.”
“…….”
무죄.
“이런 걸로 거짓말 안 해. 그럴 필요도 없고.”
류건우는 여전히 담담했다.
그리고 그 담담함은 정말로 이세진A가 거리낌 없이 진실을 말하는 것을 담보하는 것 같았다.
그 자리의 모두가 그것을 느꼈다.
“…….”
그리고 정적을 깨듯이,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You fXXking did it!”
차유진이었다.
방안에 갑자기 소음과 열기가 들어찬다.
그는 류건우를 거칠게 포옹하며, 마치 막 승리한 복싱 선수에게 달려든 감독처럼 뜨겁게 반응했다.
물론 류건우는 거부했다.
“나 아니다.”
“알아요. 전달해 주세요!”
차유진이 약간 격동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끝까지 찾아보지 않아서 미안하다고요.]
“…….”
류건우는 미미한 미소를 띤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는데.”
“Oh….”
굳은 분위기가 일순 녹아내렸다.
하지만 남은 두 사람은 여전히 망부석처럼 자리에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충격의 차이였다.
이미 스티어로서의 내적 갈등을 완결시킨 차유진과는 달리, 이 둘에게는 이 모든 사건이 현재 진행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군.’
그래서 류건우는 차유진을 대충 떼어놓은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음 말을 전달하기 위해서.
-이세진A : 하지만 나도 알아.
-이세진A : 내가 승소한 건 나한테만 의미가 큰일이지.
“너희에겐, 어차피 지금 와서 이런 이야기 들어봤자 이미 겪어온 일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스티어는 데뷔 초 멤버의 마약 혐의로 큰 타격을 입었고, 그걸 시발점으로 와르르 무너지며 해체했다.
변하지 않을 명제였다.
지금 와서 그것이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혀져도 대중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허망하게도.
“…그리고, 내가 겪은 부당한 일이 너희에게까지 큰 피해를 줬다는 것도 부정할 생각은 없어. 그럴 수도 없고.”
하지만.
-이세진A : 하지만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을 때 어떤 마음이 드는지, 그 느낌은 바꿀 수 있잖아.
스티어는 망할 만해서 망한 게 아니었다.
그렇게 스스로 반박할 이유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법적으로 증명하고 인정받았다는 걸 꼭 알려주고 싶었어.”
-이세진A : 그게 다야.
“…….”
그 말을 끝으로 류건우는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메시지 팝업은 뜨지 않았다.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다 끝냈고, 미련 없다는 듯이.
그때였다.
“저.”
침대 한편에서 손이 올라왔다.
눈이 약간 붉어진 김래빈이었다.
“그…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까….”
류건우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스티어 김래빈은 다소 혼란한 것 같았으나, 마음을 정리하는 듯이 한 자 한 자 고민하며 천천히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다만, ‘과거를 떠올렸을 때 드는 생각을 바꿀 수 있다’라는 말씀은 구체적으로 어떤 뜻입니까?”
이세진A는 고민했으나, 결국 이렇게 답변했다.
-이세진A : 그건 스스로 느껴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 남이 말해주면 남의 생각이고, 또 의무나 강요가 되잖아.
“그렇군요.”
김래빈은 다시 생각에 잠겼고, 그렇게 스티어는 한 명만이 남았다. 그걸 본인도 알고 있었다.
스티어 류청우.
‘…….’
그도 적당한 대답은 알았다.
‘그러게, 정말 고생 많았다’, ‘네 결백이 증명되어서 다행이다’, ‘소식을 미리 알아보지 못해 미안하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잘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탈력감 때문이었다.
그런 말을 반드시 진심을 담아서 하는 사람이었던 본래의 성향이, 충격으로 날아간 머릿속에서 되살아났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이세진A를 원망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어쩐지, 머리가 압도적인 사실에 싹 휩쓸린 느낌이었다.
“…그렇구나.”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의 단편적인 말이었다. 그는 건조하고 피로한 표정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때였다.
“류청우.”
-이세진A : 너는… 여기서 그룹을 계속할 것 같던데.
“…….”
류건우는 허공에서 눈을 떼지 않고 전달했다.
“네가 여기서 잘해보고 싶다면 응원할게. …그간 고생 많았어. 믿어줘서 고마웠고, 미안해.”
류건우는 그 말도 검열 없이 전달했다.
분명 테스타 박문대인 본인의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말일 텐데도.
“…….”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이세진A : 나는 타협하지 않고 이겼어.
-이세진A : 네 덕도 있을 거야.
류청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부정하지도, 말을 돌리지도, 적당히 긍정하지도 않았다.
그냥 말없이 고개를 들고 있다가, 이윽고 살짝 내렸다.
마치 고개를 끄덕이듯이.
-이세진A : 들어줘서 고마워.
그렇게 이세진A와의 대화는 끝났다.
차유진은 그와 몇 마디 더 해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으나, 큰달이 난입하며 상황은 종료될 수밖에 없었다.
“형! 이러다 쓰러져요…!”
“아니, 난….”
그리고 류건우가 무리하고 있다는 것이 짧게 간접 브리핑되며, 자리가 마무리되어 버린 것이다.
덕분에 전 스티어 멤버들은 서로 다른 상념에 빠진 채 제각각 흩어져 다시 자신의 침대로 돌아갔다.
“…….”
사실 스티어 시절, 이세진A는 암묵적으로 그룹 내에서 언급 금지 상태였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이었다. 반발은 없었다.
고작 반년 정도 공적인 대화만 나누며 지낸 멤버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당시 스티어 이세진A는 굉장히 방어적이며 예민하게 또래에게 반응했으니까.
그래도 지금 일어난 일이 의미 없는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령 여기 김래빈.
“잘 자라.”
“예….”
그는 다른 멤버의 권유에 따라 얌전히 침대에 누웠으나, 곧장 잠들진 않았다.
스티어 김래빈은 고민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는 타고난 성정과 유년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성실한 성격답게, 이세진A의 권유대로 우직하게 생각을 계속했다.
‘과거를 떠올릴 때 다른 마음가짐을 지니게 된다…라.’
그는 스티어 활동을 떠올리며, 그 베이스가 되는 사실을 바꾸어보았다. 편곡 중 비트를 수정하듯이.
-스티어에는 마약 혐의로 구속된 멤버가 있다.
-스티어의 마약 혐의는 정당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건 부당한 누명이었을 뿐이다.
‘그럼… 나의 부족함도.’
재능과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존재했을 수도 있는 걸까.
무대를 포기한 전 아이돌 김래빈은 무심코 생각했다.
하지만 곧 쏟아지는 잠에 의식이 흩어졌다.
고요한 잠이었다.
* * *
그리고 같은 시각.
자신의 안락한 독방에서 잠에 빠져 있던 배세진은 어느새 자신이 의식을 되찾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깨어난 것은 아니었다.
-안녕.
‘……?’
그의 앞에는 어느새 침착한 표정을 한 검은 머리의 남성이 서 있었다.
아는 얼굴이었다.
-너와 대화할 시간은 남았다고 해서 왔어.
바로 배세진,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잠자던 배세진으로서는 류건우와 합의 후 돌아가던 ‘이세진A’가 시스템을 타고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것을 알 리가 없었고, 이런 반응을 보였다.
“…??”
이게 무슨 개꿈이지?
-지금 삶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뭐? 너 대체 누구야.”
-…잘 사는 것 같긴 한데, 역시 성격은 똑같잖아. 내가 맞네.
동문서답이었다. 하지만 배세진도 인상을 찌푸리며 마찬가지로 동문서답했으니 억울하진 않을 것이다.
순간 번개 같은 깨달음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너, 너 혹시 옛날 나야? 그, 스티어였던가. 그 그룹.”
-…….
배세진은 상대의 반응을 보고, 자신이 정답을 맞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맙소사.’
그는 존재하지도 않는 육신으로 침을 삼켰다.
하지만 팀에게 지대한 민폐를 끼친 인물이라고 보기에는… 눈앞의 자신은 굉장히 단단하고 성숙해 보였다.
‘뭐지?’
어쨌든 그는 당장 급하게 물을 말이 있었다.
“혹시… 지금 나도 다른 애들처럼 네가 되는 거야? 기억을 잃어버리고.”
다행히 이세진A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일은 없을걸. 그런데 네가 이 기억을 가지게 될 수는 있어.
“…그래.”
배세진은 잠깐 표정을 굳혔으나, 곧 생각을 마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건 괜찮아.”
오히려 필요할지도 몰랐다.
차유진부터 류청우, 그리고 김래빈까지.
과거 ‘스티어’라는 그룹으로 데뷔했던 기억을 찾은 멤버들이 하나같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이상했던 이유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는 주먹을 쥐고 침착하게 말했다.
“기억 받을 준비는 됐어.”
이세진A는 즉각 거절했다.
-안 그럴 거야.
“…뭐?”
배세진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미안하지만, 내가 내 상태를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서 온 것뿐이야.
‘전 스티어 이세진A’는 어차피 잠자는 배세진의 의식 본인이었고, 거기에 기억이 바뀐 것뿐이었다.
즉, 그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한번 보고 나면 미련 없이 기억을 반납할 예정이었다.
-모든 과거를 꼭 기억하고 알아야 할 필요는 없어. 성장은 다른 방향으로도 할 수 있잖아.
고통만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 테스타 배세진은 잘 성장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이세진A는 인정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배세진은 정색했다.
“왜 그걸 너 혼자 판단해?”
-…!
“내 상태는 내가 더 잘 알아.”
기억 내놔.
…그렇게 의식만 둘이 된 동명일인은 아닌 밤중에 격렬한 자문자답을 시작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12화

“…….”

침묵이 내려앉은 박문대와 김래빈의 방안.

우뚝 서 있는 류건우의 입을 빌어, 스티어의 전 멤버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승소했어.

그러니까 스티어는 마약 그룹이 아니야.

“…….”

말 없는 충격이 공기를 울렸다.

스티어 류청우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승소.”

“그래.”

답변하는 류건우의 너머로, 이미 탈퇴한 멤버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배우 출신 이세진A.

류청우는 무심코 입을 열었다.

“어떻게?”

그는 그 재판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알고 있었다.

스티어 배세진이 마약 유통 혐의로 검거된 그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확인했고 기억했기 때문이다.

울분과 억울함, 두려움으로 시허옇게 질린 얼굴로 했던 말을.

-아니야!

그는 그 말이 진실이라고 믿었다.

그건 들켜서 당황했던 게 아니라, 억울해서 나온 날카로움이었다고.

‘오해거나 누명이구나.’

그러니 혐의가 풀릴 때까지 이 그룹이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를 새벽마다 고민하던 시간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차라리 그때가 좋았다.

계획과 달리, 이세진A의 혐의가 풀리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불타는 여론에 힘입어 판결은 무섭도록 빠르게 나왔다. 그리고.

징역이 선고되었다.

하지만 이세진A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항소할수록 인터넷 여론은 나빠졌다. 더 나빠질 곳이 남았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지겹다 약쟁아

-하여간 마약 파는 새끼들은 뇌랑 양심도 팔아먹은 듯

-빠순이 돈 빠는 게 어지간히 개꿀이었나봄 포기를 못 하네ㅋ

-와 가족 사업으로 그렇게 본격적으로 해먹고선 이렇게 철면피 깔 줄은 몰랐다; 친한 사람들도 조사해 봐야 할 듯

그런 날들이 이어졌다.

기사가 뜨면 신난 사람들이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사라졌다.

그렇게 한참 후.

기어코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자, 이제 여론에서 이 화제는 뜨거운 감자조차 되지 못했다.

논란의 여지조차 없어 싸늘하게 식었기 때문이다.

-ㅋㅋ추하다

“…….”

그리고 마지막 3심, 대법원에 가서 갑자기 이 결과가 무죄로 바뀔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을, 류청우도 모를 수가 없었다.

이미 기사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사실 기사가 거론하는 법률심과 사실심 등 복잡한 재판 절차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아도, 그냥 댓글 하나로 설명될 수 있는 상식이었다.

-이미 증거 다 나왔는데 왜 저럼

돈이 오고 간 통장, 증언, 공범까지.

“…….”

그때서야 류청우는 재판 결과를 굳이 찾아보는 것을 포기했다.

이미 그는 충분히 피로했다.

‘안 되겠어.’

무너지는 그룹을 윽박지르고 얼러가며 어떻게든 지탱하는 와중에 이런 희망 고문에 쓸 여력은 없었다.

그는 현실적으로 판단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여기, 그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뒤집혀서… 끝의 끝에서는 결국 무죄를 받았다는 설명을.

지금 당사자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의식으로 타인의 입을 빌어 하고 있는 것이다.

‘스티어였던 이세진A는 마약을 유통하지 않았다.’

그 문장 하나가 가지는 압도적인 의미.

“…….”

류건우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세진A의 말이 나왔다.

“못 믿겠다는 마음도 알겠어.”

갑자기 3심에서만 무죄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이세진A : 하지만 정당한 상소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이세진A : 나 같은 경우는 증인의 거짓 진술이었지.

이세진A는 감형을 받기 위해 자신을 걸고넘어진, 생물학적 아버지의 진술에서 모순을 발견해 뒤집었다.

집념과 포기하지 않는 끈질김, 세심함, 그리고 약간의 악운이 만든 결과였다.

“오래 걸렸지만, 결국 파기환송으로 원심선고를 파기하고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었고.”

류건우가 담담히 메시지를 읽었다.

수많은 고뇌와 몇 년에 거친 재판, 그리고 또 재판의 끝.

“이겼어.”

“…….”

무죄.

“이런 걸로 거짓말 안 해. 그럴 필요도 없고.”

류건우는 여전히 담담했다.

그리고 그 담담함은 정말로 이세진A가 거리낌 없이 진실을 말하는 것을 담보하는 것 같았다.

그 자리의 모두가 그것을 느꼈다.

“…….”

그리고 정적을 깨듯이,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You fXXking did it!”

차유진이었다.

방안에 갑자기 소음과 열기가 들어찬다.

그는 류건우를 거칠게 포옹하며, 마치 막 승리한 복싱 선수에게 달려든 감독처럼 뜨겁게 반응했다.

물론 류건우는 거부했다.

“나 아니다.”

“알아요. 전달해 주세요!”

차유진이 약간 격동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류건우는 미미한 미소를 띤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는데.”

“Oh….”

굳은 분위기가 일순 녹아내렸다.

하지만 남은 두 사람은 여전히 망부석처럼 자리에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충격의 차이였다.

이미 스티어로서의 내적 갈등을 완결시킨 차유진과는 달리, 이 둘에게는 이 모든 사건이 현재 진행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군.’

그래서 류건우는 차유진을 대충 떼어놓은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음 말을 전달하기 위해서.

-이세진A : 하지만 나도 알아.

-이세진A : 내가 승소한 건 나한테만 의미가 큰일이지.

“너희에겐, 어차피 지금 와서 이런 이야기 들어봤자 이미 겪어온 일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스티어는 데뷔 초 멤버의 마약 혐의로 큰 타격을 입었고, 그걸 시발점으로 와르르 무너지며 해체했다.

변하지 않을 명제였다.

지금 와서 그것이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혀져도 대중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허망하게도.

“…그리고, 내가 겪은 부당한 일이 너희에게까지 큰 피해를 줬다는 것도 부정할 생각은 없어. 그럴 수도 없고.”

하지만.

-이세진A : 하지만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을 때 어떤 마음이 드는지, 그 느낌은 바꿀 수 있잖아.

스티어는 망할 만해서 망한 게 아니었다.

그렇게 스스로 반박할 이유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법적으로 증명하고 인정받았다는 걸 꼭 알려주고 싶었어.”

-이세진A : 그게 다야.

“…….”

그 말을 끝으로 류건우는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메시지 팝업은 뜨지 않았다.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다 끝냈고, 미련 없다는 듯이.

그때였다.

“저.”

침대 한편에서 손이 올라왔다.

눈이 약간 붉어진 김래빈이었다.

“그…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까….”

류건우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스티어 김래빈은 다소 혼란한 것 같았으나, 마음을 정리하는 듯이 한 자 한 자 고민하며 천천히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다만, ‘과거를 떠올렸을 때 드는 생각을 바꿀 수 있다’라는 말씀은 구체적으로 어떤 뜻입니까?”

이세진A는 고민했으나, 결국 이렇게 답변했다.

-이세진A : 그건 스스로 느껴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 남이 말해주면 남의 생각이고, 또 의무나 강요가 되잖아.

“그렇군요.”

김래빈은 다시 생각에 잠겼고, 그렇게 스티어는 한 명만이 남았다. 그걸 본인도 알고 있었다.

스티어 류청우.

‘…….’

그도 적당한 대답은 알았다.

‘그러게, 정말 고생 많았다’, ‘네 결백이 증명되어서 다행이다’, ‘소식을 미리 알아보지 못해 미안하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잘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탈력감 때문이었다.

그런 말을 반드시 진심을 담아서 하는 사람이었던 본래의 성향이, 충격으로 날아간 머릿속에서 되살아났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이세진A를 원망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어쩐지, 머리가 압도적인 사실에 싹 휩쓸린 느낌이었다.

“…그렇구나.”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의 단편적인 말이었다. 그는 건조하고 피로한 표정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때였다.

“류청우.”

-이세진A : 너는… 여기서 그룹을 계속할 것 같던데.

“…….”

류건우는 허공에서 눈을 떼지 않고 전달했다.

“네가 여기서 잘해보고 싶다면 응원할게. …그간 고생 많았어. 믿어줘서 고마웠고, 미안해.”

류건우는 그 말도 검열 없이 전달했다.

분명 테스타 박문대인 본인의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말일 텐데도.

“…….”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이세진A : 나는 타협하지 않고 이겼어.

-이세진A : 네 덕도 있을 거야.

류청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부정하지도, 말을 돌리지도, 적당히 긍정하지도 않았다.

그냥 말없이 고개를 들고 있다가, 이윽고 살짝 내렸다.

마치 고개를 끄덕이듯이.

-이세진A : 들어줘서 고마워.

그렇게 이세진A와의 대화는 끝났다.

차유진은 그와 몇 마디 더 해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으나, 큰달이 난입하며 상황은 종료될 수밖에 없었다.

“형! 이러다 쓰러져요…!”

“아니, 난….”

그리고 류건우가 무리하고 있다는 것이 짧게 간접 브리핑되며, 자리가 마무리되어 버린 것이다.

덕분에 전 스티어 멤버들은 서로 다른 상념에 빠진 채 제각각 흩어져 다시 자신의 침대로 돌아갔다.

“…….”

사실 스티어 시절, 이세진A는 암묵적으로 그룹 내에서 언급 금지 상태였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이었다. 반발은 없었다.

고작 반년 정도 공적인 대화만 나누며 지낸 멤버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당시 스티어 이세진A는 굉장히 방어적이며 예민하게 또래에게 반응했으니까.

그래도 지금 일어난 일이 의미 없는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령 여기 김래빈.

“잘 자라.”

“예….”

그는 다른 멤버의 권유에 따라 얌전히 침대에 누웠으나, 곧장 잠들진 않았다.

스티어 김래빈은 고민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는 타고난 성정과 유년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성실한 성격답게, 이세진A의 권유대로 우직하게 생각을 계속했다.

‘과거를 떠올릴 때 다른 마음가짐을 지니게 된다…라.’

그는 스티어 활동을 떠올리며, 그 베이스가 되는 사실을 바꾸어보았다. 편곡 중 비트를 수정하듯이.

-스티어에는 마약 혐의로 구속된 멤버가 있다.

-스티어의 마약 혐의는 정당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건 부당한 누명이었을 뿐이다.

‘그럼… 나의 부족함도.’

재능과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존재했을 수도 있는 걸까.

무대를 포기한 전 아이돌 김래빈은 무심코 생각했다.

하지만 곧 쏟아지는 잠에 의식이 흩어졌다.

고요한 잠이었다.

* * *

그리고 같은 시각.

자신의 안락한 독방에서 잠에 빠져 있던 배세진은 어느새 자신이 의식을 되찾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깨어난 것은 아니었다.

-안녕.

‘……?’

그의 앞에는 어느새 침착한 표정을 한 검은 머리의 남성이 서 있었다.

아는 얼굴이었다.

-너와 대화할 시간은 남았다고 해서 왔어.

바로 배세진,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잠자던 배세진으로서는 류건우와 합의 후 돌아가던 ‘이세진A’가 시스템을 타고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것을 알 리가 없었고, 이런 반응을 보였다.

“…??”

이게 무슨 개꿈이지?

-지금 삶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뭐? 너 대체 누구야.”

-…잘 사는 것 같긴 한데, 역시 성격은 똑같잖아. 내가 맞네.

동문서답이었다. 하지만 배세진도 인상을 찌푸리며 마찬가지로 동문서답했으니 억울하진 않을 것이다.

순간 번개 같은 깨달음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너, 너 혹시 옛날 나야? 그, 스티어였던가. 그 그룹.”

-…….

배세진은 상대의 반응을 보고, 자신이 정답을 맞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맙소사.’

그는 존재하지도 않는 육신으로 침을 삼켰다.

하지만 팀에게 지대한 민폐를 끼친 인물이라고 보기에는… 눈앞의 자신은 굉장히 단단하고 성숙해 보였다.

‘뭐지?’

어쨌든 그는 당장 급하게 물을 말이 있었다.

“혹시… 지금 나도 다른 애들처럼 네가 되는 거야? 기억을 잃어버리고.”

다행히 이세진A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일은 없을걸. 그런데 네가 이 기억을 가지게 될 수는 있어.

“…그래.”

배세진은 잠깐 표정을 굳혔으나, 곧 생각을 마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건 괜찮아.”

오히려 필요할지도 몰랐다.

차유진부터 류청우, 그리고 김래빈까지.

과거 ‘스티어’라는 그룹으로 데뷔했던 기억을 찾은 멤버들이 하나같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이상했던 이유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는 주먹을 쥐고 침착하게 말했다.

“기억 받을 준비는 됐어.”

이세진A는 즉각 거절했다.

-안 그럴 거야.

“…뭐?”

배세진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미안하지만, 내가 내 상태를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서 온 것뿐이야.

‘전 스티어 이세진A’는 어차피 잠자는 배세진의 의식 본인이었고, 거기에 기억이 바뀐 것뿐이었다.

즉, 그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한번 보고 나면 미련 없이 기억을 반납할 예정이었다.

-모든 과거를 꼭 기억하고 알아야 할 필요는 없어. 성장은 다른 방향으로도 할 수 있잖아.

고통만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 테스타 배세진은 잘 성장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이세진A는 인정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배세진은 정색했다.

“왜 그걸 너 혼자 판단해?”

-…!

“내 상태는 내가 더 잘 알아.”

기억 내놔.

…그렇게 의식만 둘이 된 동명일인은 아닌 밤중에 격렬한 자문자답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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