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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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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06화
스티어 류청우의 발언 이후, 연습실에는 짧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기억을 되찾을 필요가 있냐고?’
멤버들도 이게 무슨 뜻인지 서서히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본래 테스타였던 류청우 대신, 본인이 계속 여기에 있겠다는 발언이라는 점을.
그 와중에 스티어 류청우는 다른 대꾸 없이 고요히 우리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판결이라도 기다리는 것처럼.
“…….”
그리고 잠시 후.
“형님, 무슨 말씀이세요~ 기억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에이, 걱정 마세요!”
큰세진이 먼저 웃으며 대응했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 게, 지금이라도 부드럽게 말을 넘기거나 취소할 기회를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류청우는 취소하지 않았다.
“음, 내가 그런 걸 걱정한다는 뜻은 아니었는데. 혹시 세진이 네가 걱정한다는 뜻이야? 내가 기억이 없어서 불안하니?”
“……!”
그래.
‘저 소리에 흔들려서 취소할 말이었으면 아예 하지를 않았을 놈이지.’
하지만 이렇게까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 줄은 몰랐다.
본래 테스타 류청우보다 자신이 부족해서 불안한 거냐는 소리를, 그것도 저렇게 태연하게 말이다.
“걱정되는 게 있다면 말해줘. 금방 보완할게.”
“어우, 아뇨, 지금도 너무 감사하죠! 그런데 이대로는 형한테 너무 낯설고 불편하잖아요.”
“그다지 불편하진 않아.”
스티어 류청우는 희미하게 웃었다.
“즐겁거든. 무대도 좋고, 새롭게 배우는 것도 많아서 말이야. 낯설어서 좋지.”
“…….”
“기억을 되찾으면 이런 느낌이 안 들까 봐 그래.”
“에이, 오히려 더 좋을 거예요.”
큰세진은 제법 따듯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나.
“어떻게 확신해?”
“예?”
류청우는 동요하지 않고 말했다.
“지금 일어난 일이 쉽게 확신할 수 있을 만큼 평범한 상황은 아니잖아. 그리고 내가 어떻게 느낄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것 같은데.”
“……음,”
큰세진까지 순간 말문이 막힌다는 표정이 되었다.
뭐라고 반박할 표현이야 있겠다만, 그 과정에서 괜히 상대의 심기를 건드려 폭탄이 터질까 봐 잠깐 멈칫한 것이다.
자기가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이건 정면으로 반박하는 순간 네가 틀렸다는 뜻 아닌가.
‘X발.’
꼬였군. 당장 분위기 환기부터 간다.
내가 할 말을 빠르게 정하고 끼어들려던 순간이었다.
“연습!”
“…!”
뜬금없이 누군가 우렁차게 외쳤다.
놀랍게도, 구석에 처박혀서 E북을 보던 배세진이었다.
“우리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잖아! 쉬는 시간 끝났어. 뭐든 일단 연습부터 하고 말해!”
“아.”
목에 핏대가 서도록 외치는 모습이 아주 절박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무슨 물벼락이라도 때린 것처럼, 분위기가 확 변했다. 당장 시급한 우선순위를 다시 상기한 것이다.
내가 하려던 방식은 아니었지만, 대단히 효과적이었다.
배세진은 계속 외쳤다.
“더 늦어지면 김래빈이 편곡 작업할 시간도 없다고!”
그렇지.
“마감 지킨다고 쟤 또 밤새워도 룸메이트가 잘도 말리겠다. 룸메이트 박문대잖아!”
“앗.”
야, 그건 좀.
“…! 아닙니다! 그런 야간작업을 하지 않아도 기간 내로 끝내보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으응, 믿어…!”
“래빈이면 당연히 할 수 있지!”
일상적인 대화에 순간 긴장감이 풀렸다.
“그래. 열심히 하자.”
“네, 화, 화이팅…!”
그렇게 화제는 부드럽게 전환되었다.
류청우도 아까의 발언이 거짓말처럼 다시 온화하고 협조적인 평소의 태도 그대로 연습에 적극 참여했다.
시간이 좀 흐르자 아까의 긴장감은 이런 특수 상황에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을 정도였다.
‘혼란스러우실 테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차유진은 가출까지 했는데.’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나는 아까 스티어 류청우의 태도를 잊지 않았다.
‘혼란스러워하는 게 아니야.’
그건 확신하는 거였다.
녀석은 이미 머릿속에서 결론을 내려놨던 것이다.
여기에 스티어 류청우로서 남는 것.
그러면 지금까지 녀석이 했던 모든 노력이 다 퍼즐처럼 잘 맞아들어 간다.
알려주는 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물어봐 가면서 테스타의 대표곡들과 최신곡의 퍼포먼스를 다 익히고, 테스타라는 그룹의 히스토리와 이곳 ‘류청우’ 개인의 이야기도 다 습득해둔 것.
훈련을 하듯이 말이다.
테스타로서의 기억을 되찾지 않고 그대로, 스티어 류청우로서 남아 있어도 되도록.
‘그게 목적이었나.’
그리고 쉬는 시간.
나는 연습실 구석에 선 배세진이 작게 한숨을 쉬는 것을 보았다.
“형.”
“…박문대.”
배세진은 힐끗 날 보더니, 다시 시선을 돌렸다.
바로 김래빈과 선아현에게 곡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던 류청우였다.
“…전부터 생각한 건데.”
배세진이 작게 읊조렸다.
“쟤도 날 불편해했어. 이전에 차유진 때처럼.”
“…….”
“그런데… 기를 쓰고 그렇게 안 보이려고 하는 거야. 그러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눈치채고 있었군.
아무래도 며칠 전, 물병을 받아드는 스티어 류청우에게 반색했던 것은 단순히 호의가 받아들여졌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걸 ‘잘 지내보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신호로 알아들었던 거야.’
저놈 말대로 이유는 몰라도, 그 자체로 희망을 봤던 모양이다.
게다가 배세진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왜 둘 다 날 불편해하는 건지도, 이유는 모르지만.”
망할.
“그건,”
“됐어.”
배세진이 한숨을 쉬었다.
“뻔하잖아. 그룹에 민폐 끼치다가 결국 전 소속사로 끌려갔든가 하겠지.”
“…….”
“내가 그때랑 많이 달라졌다는 걸 보여주면 괜찮을 거야.”
그리고 녀석은 꽤 굳센 표정을 지었으나, 곧 안색이 침침해졌다.
“그것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그걸 모르겠어.”
“…….”
우리는 나란히 스티어 류청우를 쳐다보았다.
멤버들에게 말을 거는 모습은, 본래의 테스타 류청우와 얼핏 헷갈릴 정도로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쟤가 기억을 되찾지 않으면, 원래 우리가 알던 청우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 * *
한 주 후.
의 첫 경연 무대 날이 왔다.
[테스타의 무대, 지금 만나보시겠습니다.]
MC의 소개 문구와 6번째 순서로 시작될 무대 위로 입장하면서, 나는 인이어를 고쳐 끼웠다.
아무리 자신이 있다고 해도 이건 서바이벌이다. 자칫 실수해서 미끄러졌다간 쌓은 경력과 명성을 다 꼴아박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불안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당연히 제대로 준비한 덕분이겠지만, 지금은 그것 때문이 아니다.
‘거기까지 신경이 안 가.’
다른 불안 요소가 더 컸기 때문에.
“…….”
와아아아!
환성과 박수.
그 속에서 테스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리는 빗방울 소리
창가를 두드려
내 머리로 쏟아지는 Blue
우리가 고른 뮤디의 히트곡은 이라는 발라드였다.
애절한 새벽 감성으로, 당시 유행하던 SNS에서 ‘인싸픽’이라며 유명해진 곡이었다. 후렴구를 반복하는 구성 덕에 한 번 들으면 귀에 탁 박히도록 중독적이며 대중적이었으나….
김래빈은 그걸 훨씬 우울하고 무겁게 편곡해 놨다.
-지겨운 Love and Sick
알림이 울리길 아직도 기다려
도입부는 말하듯 잔잔하게 흐르던 원곡과 똑같이 가다가, 파트가 바뀌는 순간.
느리고 낮은 베이스가 스피커를 울렸다.
-넌 모르겠지만
그리고 본격적으로 무게감 있는 퍼포먼스가 이어지는 것이다.
컨셉은 내면의 우울함.
곡은 클래식 피스를 넣어서 전개될수록 점점 더 우아하고 웅장하게 만들고, 그 위로 제법 예술적인 퍼포먼스가 들어간다.
그리고 간주의 선아현의 독무까지.
오프닝 퍼포먼스에서 KPOP의 상징성에서 노선을 한번 꺾어서, 이번에는 교양 있는 입맛에 최대한 맞는 무대를 뽑아내려고 해봤다.
그리고 마지막.
-잠이 오지 않아
한번 말해 보는 거야
Goodbye, goodbye
반주를 죽이고, 목소리만 들어가는 이 파트는… 사심 없이 음색만으로 김래빈이 평가하여 적임자를 뽑아냈다.
류청우.
-넌 모르겠지만
깔끔하게 소화했다.
그리고 베이스 소리와 함께 다시 반주가 돌아왔다.
-Umm… umm.
침체한 듯 먹먹하게 잦아드는 그 연주 소리 속에서 엔딩까지.
…….
무대는 어중간한 장악력으로는 망할 만큼 어둡고 분위기 있는 컨셉을 선택했다.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임팩트가 들어갔을 때, 카타르시스와 매력이 더욱 커지도록.
그리고 그 전략은 성공했다.
와아악!!
불이 꺼지자.
어두웠던 무대 분위기와 대조적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환성과 박수가 객석을 메웠다.
키잉-
무대 위로 밝은 조명이 다시 들어오고, 퇴장 전 멤버들은 땀에 젖어 심호흡하면서도 무대의 흥분으로 밝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건 스티어 류청우도 마찬가지였다.
“감사합니다!”
류청우는 잘했다.
그리고 행복해 보였다.
‘망할.’
그게 더 사람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기에, 나는 한숨을 참았다.
하지만 더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건 현실도피지.’
업데이트가 끝나기 전에, 이야기를 해야 했다.
잠시 후.
경연 마무리 컷을 찍기 전, 무대를 정리하는 대기시간.
“드릴 말이 있는데요.”
“…….”
나는 대기실 안쪽에 있는 작은 취침실로 스티어 류청우를 불러냈다.
녀석은 딱히 반발하지 않고 따라왔다. 그리고 물었다.
“혹시 며칠 전에 내가 한 말 때문이야?”
나는 놀라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숙소에 돌아가면 또 일한답시고 흐지부지될 테니, 차라리 지금이 나았다.
‘그리고 이건… 팀 동생보다는 친척으로 접근하는 게 낫겠지.’
그쪽이 서로 더 편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놈의 옆에 앉으면서 말을 놨다.
“이유를 물어봐도 되냐.”
“…….”
“뭐라고 하려는 건 아니고. 그때 연습하느라 네가 ‘기억을 되찾으면 별로 안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이유가 뭔지 제대로 못 들었으니 물어보는 거지.”
스티어 류청우는 이번에도 비협조적으로 나오진 않았다.
오히려 잠깐 생각을 하듯이, 혹은 말을 고르듯이 말이 없었다.
그리고 천천히 대답한다.
“그 사람이 나일 것 같지는 않아서.”
“…….”
“차유진, 음, 유진이를 보고 생각했거든.”
녀석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알던 차유진과 많이 다르다고 말이야.”
“…….”
“분명 내가 알던 차유진으로 살던 기억은 있는 것 같았는데도 그랬어.”
‘그거였나.’
그렇다.
지금 차유진은 스티어 시절 기억을 되찾았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테스타로 살아온 자신의 기억을 더 중점으로 두고 있다.
당연하다. 스티어는 한참 과거의 일이니까.
그 위화감을, 스티어 차유진과 같은 그룹이었던 이놈이 못 느꼈을 리가 없다.
즉, 이놈도… 기억을 되찾으면, 현재 자신이 그대로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는 게 자연스럽다.
‘젠장.’
“내가 기억을 찾아도 그렇게 다른 사람처럼 될 것 같아서. 그러고 싶지는 않거든.”
스티어 류청우는 아예 대놓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놈의 말은 심지어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알아. 하지만 음, 형은 그것도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거겠지.”
“…….”
“그렇다면 기억이 없는 지금의 나도 같은 멤버잖아. 그렇지?”
잠깐.
‘이건… 준비한 말 같은데.’
묘하게 매끄럽다.
‘같은 멤버라고?’
아니,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이놈을 대하지 않았어.’
나는 그 순간, 스티어 류청우를 대하는 우리 태도에서 모순점을 깨달았다.
아무리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보통 주변인들은 무의식중에 이전처럼 상대를 대하게 된다. 버릇이 그러니까.
이전에 스티어 차유진 때 무심코 몇 번이나 그랬듯이.
‘그런데 우리가 지금 이놈을… 테스타 류청우와 동일인으로 대하고 있나?’
스티어 차유진은 우리가 알던 테스타 차유진과 같은 사람 취급을 했다고 도리어 대판 싸우고 탈출했다.
‘나는 너희가 아는 사람과 다른 사람이다’라는 걸 가열 차게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 ‘본래의 류청우’와 이 ‘스티어 류청우’를 은연중에 다른 사람처럼 대하게 된 것이다.
말은 넌 기억만 잃어버린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망할.’
조졌다.
그 위화감을 이놈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녀석은 그것을 지적하는 대신, 내 논리에 맞춰서 설득하듯 차분히 이야기한다.
어느 쪽이라도 설득만 되면 상관없다는 듯이.
“그리고 앞으로 한두 달, 아니, 몇 주만 있으면, 도움이 없어도 내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마지막엔 담담한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그러니까 그냥… 이대로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
그날.
테스타의 무대는 어마어마한 호평을 받으며 현장 관객투표 1위를 했다.
인터넷에서는 때 이른 방청객 후기가 범람하며,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치를 올리고 팬들에게 안도와 흥분을 줬다.
계획대로였다.
하지만 계획대로 된 것은 딱 그거 하나뿐이었다.
…나는 업데이트 완료 팝업을 받았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06화

스티어 류청우의 발언 이후, 연습실에는 짧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기억을 되찾을 필요가 있냐고?’

멤버들도 이게 무슨 뜻인지 서서히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본래 테스타였던 류청우 대신, 본인이 계속 여기에 있겠다는 발언이라는 점을.

그 와중에 스티어 류청우는 다른 대꾸 없이 고요히 우리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판결이라도 기다리는 것처럼.

“…….”

그리고 잠시 후.

“형님, 무슨 말씀이세요~ 기억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에이, 걱정 마세요!”

큰세진이 먼저 웃으며 대응했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 게, 지금이라도 부드럽게 말을 넘기거나 취소할 기회를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류청우는 취소하지 않았다.

“음, 내가 그런 걸 걱정한다는 뜻은 아니었는데. 혹시 세진이 네가 걱정한다는 뜻이야? 내가 기억이 없어서 불안하니?”

“……!”

그래.

‘저 소리에 흔들려서 취소할 말이었으면 아예 하지를 않았을 놈이지.’

하지만 이렇게까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 줄은 몰랐다.

본래 테스타 류청우보다 자신이 부족해서 불안한 거냐는 소리를, 그것도 저렇게 태연하게 말이다.

“걱정되는 게 있다면 말해줘. 금방 보완할게.”

“어우, 아뇨, 지금도 너무 감사하죠! 그런데 이대로는 형한테 너무 낯설고 불편하잖아요.”

“그다지 불편하진 않아.”

스티어 류청우는 희미하게 웃었다.

“즐겁거든. 무대도 좋고, 새롭게 배우는 것도 많아서 말이야. 낯설어서 좋지.”

“…….”

“기억을 되찾으면 이런 느낌이 안 들까 봐 그래.”

“에이, 오히려 더 좋을 거예요.”

큰세진은 제법 따듯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나.

“어떻게 확신해?”

“예?”

류청우는 동요하지 않고 말했다.

“지금 일어난 일이 쉽게 확신할 수 있을 만큼 평범한 상황은 아니잖아. 그리고 내가 어떻게 느낄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것 같은데.”

“……음,”

큰세진까지 순간 말문이 막힌다는 표정이 되었다.

뭐라고 반박할 표현이야 있겠다만, 그 과정에서 괜히 상대의 심기를 건드려 폭탄이 터질까 봐 잠깐 멈칫한 것이다.

자기가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이건 정면으로 반박하는 순간 네가 틀렸다는 뜻 아닌가.

‘X발.’

꼬였군. 당장 분위기 환기부터 간다.

내가 할 말을 빠르게 정하고 끼어들려던 순간이었다.

“연습!”

“…!”

뜬금없이 누군가 우렁차게 외쳤다.

놀랍게도, 구석에 처박혀서 E북을 보던 배세진이었다.

“우리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잖아! 쉬는 시간 끝났어. 뭐든 일단 연습부터 하고 말해!”

“아.”

목에 핏대가 서도록 외치는 모습이 아주 절박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무슨 물벼락이라도 때린 것처럼, 분위기가 확 변했다. 당장 시급한 우선순위를 다시 상기한 것이다.

내가 하려던 방식은 아니었지만, 대단히 효과적이었다.

배세진은 계속 외쳤다.

“더 늦어지면 김래빈이 편곡 작업할 시간도 없다고!”

그렇지.

“마감 지킨다고 쟤 또 밤새워도 룸메이트가 잘도 말리겠다. 룸메이트 박문대잖아!”

“앗.”

야, 그건 좀.

“…! 아닙니다! 그런 야간작업을 하지 않아도 기간 내로 끝내보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으응, 믿어…!”

“래빈이면 당연히 할 수 있지!”

일상적인 대화에 순간 긴장감이 풀렸다.

“그래. 열심히 하자.”

“네, 화, 화이팅…!”

그렇게 화제는 부드럽게 전환되었다.

류청우도 아까의 발언이 거짓말처럼 다시 온화하고 협조적인 평소의 태도 그대로 연습에 적극 참여했다.

시간이 좀 흐르자 아까의 긴장감은 이런 특수 상황에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을 정도였다.

‘혼란스러우실 테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차유진은 가출까지 했는데.’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나는 아까 스티어 류청우의 태도를 잊지 않았다.

‘혼란스러워하는 게 아니야.’

그건 확신하는 거였다.

녀석은 이미 머릿속에서 결론을 내려놨던 것이다.

여기에 스티어 류청우로서 남는 것.

그러면 지금까지 녀석이 했던 모든 노력이 다 퍼즐처럼 잘 맞아들어 간다.

알려주는 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물어봐 가면서 테스타의 대표곡들과 최신곡의 퍼포먼스를 다 익히고, 테스타라는 그룹의 히스토리와 이곳 ‘류청우’ 개인의 이야기도 다 습득해둔 것.

훈련을 하듯이 말이다.

테스타로서의 기억을 되찾지 않고 그대로, 스티어 류청우로서 남아 있어도 되도록.

‘그게 목적이었나.’

그리고 쉬는 시간.

나는 연습실 구석에 선 배세진이 작게 한숨을 쉬는 것을 보았다.

“형.”

“…박문대.”

배세진은 힐끗 날 보더니, 다시 시선을 돌렸다.

바로 김래빈과 선아현에게 곡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던 류청우였다.

“…전부터 생각한 건데.”

배세진이 작게 읊조렸다.

“쟤도 날 불편해했어. 이전에 차유진 때처럼.”

“…….”

“그런데… 기를 쓰고 그렇게 안 보이려고 하는 거야. 그러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눈치채고 있었군.

아무래도 며칠 전, 물병을 받아드는 스티어 류청우에게 반색했던 것은 단순히 호의가 받아들여졌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걸 ‘잘 지내보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신호로 알아들었던 거야.’

저놈 말대로 이유는 몰라도, 그 자체로 희망을 봤던 모양이다.

게다가 배세진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왜 둘 다 날 불편해하는 건지도, 이유는 모르지만.”

망할.

“그건,”

“됐어.”

배세진이 한숨을 쉬었다.

“뻔하잖아. 그룹에 민폐 끼치다가 결국 전 소속사로 끌려갔든가 하겠지.”

“…….”

“내가 그때랑 많이 달라졌다는 걸 보여주면 괜찮을 거야.”

그리고 녀석은 꽤 굳센 표정을 지었으나, 곧 안색이 침침해졌다.

“그것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그걸 모르겠어.”

“…….”

우리는 나란히 스티어 류청우를 쳐다보았다.

멤버들에게 말을 거는 모습은, 본래의 테스타 류청우와 얼핏 헷갈릴 정도로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쟤가 기억을 되찾지 않으면, 원래 우리가 알던 청우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 * *

한 주 후.

의 첫 경연 무대 날이 왔다.

MC의 소개 문구와 6번째 순서로 시작될 무대 위로 입장하면서, 나는 인이어를 고쳐 끼웠다.

아무리 자신이 있다고 해도 이건 서바이벌이다. 자칫 실수해서 미끄러졌다간 쌓은 경력과 명성을 다 꼴아박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불안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당연히 제대로 준비한 덕분이겠지만, 지금은 그것 때문이 아니다.

‘거기까지 신경이 안 가.’

다른 불안 요소가 더 컸기 때문에.

“…….”

와아아아!

환성과 박수.

그 속에서 테스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리는 빗방울 소리

창가를 두드려

내 머리로 쏟아지는 Blue

우리가 고른 뮤디의 히트곡은 이라는 발라드였다.

애절한 새벽 감성으로, 당시 유행하던 SNS에서 ‘인싸픽’이라며 유명해진 곡이었다. 후렴구를 반복하는 구성 덕에 한 번 들으면 귀에 탁 박히도록 중독적이며 대중적이었으나….

김래빈은 그걸 훨씬 우울하고 무겁게 편곡해 놨다.

-지겨운 Love and Sick

알림이 울리길 아직도 기다려

도입부는 말하듯 잔잔하게 흐르던 원곡과 똑같이 가다가, 파트가 바뀌는 순간.

느리고 낮은 베이스가 스피커를 울렸다.

-넌 모르겠지만

그리고 본격적으로 무게감 있는 퍼포먼스가 이어지는 것이다.

컨셉은 내면의 우울함.

곡은 클래식 피스를 넣어서 전개될수록 점점 더 우아하고 웅장하게 만들고, 그 위로 제법 예술적인 퍼포먼스가 들어간다.

그리고 간주의 선아현의 독무까지.

오프닝 퍼포먼스에서 KPOP의 상징성에서 노선을 한번 꺾어서, 이번에는 교양 있는 입맛에 최대한 맞는 무대를 뽑아내려고 해봤다.

그리고 마지막.

-잠이 오지 않아

한번 말해 보는 거야

Goodbye, goodbye

반주를 죽이고, 목소리만 들어가는 이 파트는… 사심 없이 음색만으로 김래빈이 평가하여 적임자를 뽑아냈다.

류청우.

-넌 모르겠지만

깔끔하게 소화했다.

그리고 베이스 소리와 함께 다시 반주가 돌아왔다.

-Umm… umm.

침체한 듯 먹먹하게 잦아드는 그 연주 소리 속에서 엔딩까지.

…….

무대는 어중간한 장악력으로는 망할 만큼 어둡고 분위기 있는 컨셉을 선택했다.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임팩트가 들어갔을 때, 카타르시스와 매력이 더욱 커지도록.

그리고 그 전략은 성공했다.

와아악!!

불이 꺼지자.

어두웠던 무대 분위기와 대조적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환성과 박수가 객석을 메웠다.

키잉-

무대 위로 밝은 조명이 다시 들어오고, 퇴장 전 멤버들은 땀에 젖어 심호흡하면서도 무대의 흥분으로 밝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건 스티어 류청우도 마찬가지였다.

“감사합니다!”

류청우는 잘했다.

그리고 행복해 보였다.

‘망할.’

그게 더 사람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기에, 나는 한숨을 참았다.

하지만 더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건 현실도피지.’

업데이트가 끝나기 전에, 이야기를 해야 했다.

잠시 후.

경연 마무리 컷을 찍기 전, 무대를 정리하는 대기시간.

“드릴 말이 있는데요.”

“…….”

나는 대기실 안쪽에 있는 작은 취침실로 스티어 류청우를 불러냈다.

녀석은 딱히 반발하지 않고 따라왔다. 그리고 물었다.

“혹시 며칠 전에 내가 한 말 때문이야?”

나는 놀라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숙소에 돌아가면 또 일한답시고 흐지부지될 테니, 차라리 지금이 나았다.

‘그리고 이건… 팀 동생보다는 친척으로 접근하는 게 낫겠지.’

그쪽이 서로 더 편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놈의 옆에 앉으면서 말을 놨다.

“이유를 물어봐도 되냐.”

“…….”

“뭐라고 하려는 건 아니고. 그때 연습하느라 네가 ‘기억을 되찾으면 별로 안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이유가 뭔지 제대로 못 들었으니 물어보는 거지.”

스티어 류청우는 이번에도 비협조적으로 나오진 않았다.

오히려 잠깐 생각을 하듯이, 혹은 말을 고르듯이 말이 없었다.

그리고 천천히 대답한다.

“그 사람이 나일 것 같지는 않아서.”

“…….”

“차유진, 음, 유진이를 보고 생각했거든.”

녀석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알던 차유진과 많이 다르다고 말이야.”

“…….”

“분명 내가 알던 차유진으로 살던 기억은 있는 것 같았는데도 그랬어.”

‘그거였나.’

그렇다.

지금 차유진은 스티어 시절 기억을 되찾았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테스타로 살아온 자신의 기억을 더 중점으로 두고 있다.

당연하다. 스티어는 한참 과거의 일이니까.

그 위화감을, 스티어 차유진과 같은 그룹이었던 이놈이 못 느꼈을 리가 없다.

즉, 이놈도… 기억을 되찾으면, 현재 자신이 그대로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는 게 자연스럽다.

‘젠장.’

“내가 기억을 찾아도 그렇게 다른 사람처럼 될 것 같아서. 그러고 싶지는 않거든.”

스티어 류청우는 아예 대놓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놈의 말은 심지어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알아. 하지만 음, 형은 그것도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거겠지.”

“…….”

“그렇다면 기억이 없는 지금의 나도 같은 멤버잖아. 그렇지?”

잠깐.

‘이건… 준비한 말 같은데.’

묘하게 매끄럽다.

‘같은 멤버라고?’

아니,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이놈을 대하지 않았어.’

나는 그 순간, 스티어 류청우를 대하는 우리 태도에서 모순점을 깨달았다.

아무리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보통 주변인들은 무의식중에 이전처럼 상대를 대하게 된다. 버릇이 그러니까.

이전에 스티어 차유진 때 무심코 몇 번이나 그랬듯이.

‘그런데 우리가 지금 이놈을… 테스타 류청우와 동일인으로 대하고 있나?’

스티어 차유진은 우리가 알던 테스타 차유진과 같은 사람 취급을 했다고 도리어 대판 싸우고 탈출했다.

‘나는 너희가 아는 사람과 다른 사람이다’라는 걸 가열 차게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 ‘본래의 류청우’와 이 ‘스티어 류청우’를 은연중에 다른 사람처럼 대하게 된 것이다.

말은 넌 기억만 잃어버린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망할.’

조졌다.

그 위화감을 이놈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녀석은 그것을 지적하는 대신, 내 논리에 맞춰서 설득하듯 차분히 이야기한다.

어느 쪽이라도 설득만 되면 상관없다는 듯이.

“그리고 앞으로 한두 달, 아니, 몇 주만 있으면, 도움이 없어도 내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마지막엔 담담한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그러니까 그냥… 이대로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

그날.

테스타의 무대는 어마어마한 호평을 받으며 현장 관객투표 1위를 했다.

인터넷에서는 때 이른 방청객 후기가 범람하며,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치를 올리고 팬들에게 안도와 흥분을 줬다.

계획대로였다.

하지만 계획대로 된 것은 딱 그거 하나뿐이었다.

…나는 업데이트 완료 팝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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