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500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00화
박문대가 진두지휘한 스페이서의 컴백.
처음에는 그저 체급이 천상계인 남자 아이돌들의 공백기를 절묘하게 노리고 진행되는 것 같았다.
청려의 컴백 활동이 딱 끝날 시즌, 테스타의 컴백 활동은 아직 계획만 있을 즈음.
그렇기에 몇 달 전, 기사로 ‘스페이서 컴백 예고’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큰 반향이 없었다.
당연하니까.
[스페이서, 올가을 가요계 출격… “강렬한 컴백 준비 中]
-드디어ㅠㅠ
-기대됩니다 화이팅~
-얘넨 누구임?ㅋ
-강렬ㅋㅋ
무작위 악플을 제외하면 기존 스페이서 팬들의 반응이 절대다수였다. 정확한 공고가 뜬 것도 아니니 일반 대중의 기대치는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그땐 그게 끝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며, 스페이서의 컴백 예정은 팬들만 기억하는 일이 됐을 때.
한 그룹이 대대적인 컴백 홍보를 시작했다.
[이테르(?ter), 10월 컴백 예고! 괴물 신인의 진격]
바로 이테르.
데뷔 활동으로 화려한 인상을 남겼으니,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 내로 한 번 더 활동하는 것이다.
이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신인상 굳히기지.’
곡과 컨셉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마 예전에 이미 데뷔곡과 같이 준비하지 않았을까, 박문대는 추측했다.
‘연말까지 시간 좀 있어야 성적이 반영될 테니, 가을에 나올 줄도 알았다.’
여기서 이테르가 출연한 썸머풀이 테스타의 워터밤에 완전히 묻혔다는 것도 어떤 의미로는 호재였다.
처절히 비교당할 것도 없이 이테르의 팬들도 눈치껏 거의 언급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형 신인의 위상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이테르의 소속사 원더홀은 그들의 컴백 날짜를 점 찍고 예약 판매 예고까지 언론에 공표했다.
바로 10월 셋째 주!
‘좋아.’
박문대는 만족스럽게 그것을 체크했다.
그리고 얼마 후.
기다렸다는 듯이, 갑작스럽게 기사가 연달아 떴다.
[오르빗 스타즈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서 컴백은 10월 초”]
[10월 가요계, 남자 아이돌 대전이 온다… “스페이서부터 이테르까지”]
[‘월드투어 KPOP’ 스페이서 컴백, 10월 가요계 남자 아이돌 매치 성사되나]
스페이서의 구체적인 컴백 일정이 발표된 것이다.
그리고 이테르가 비슷한 시기에 컴백한다는 사실이 은근히 강조되어 있었다.
시기는 단 2주 차이!
그것도 스페이서가 먼저였다.
즉,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이테르의 후반 성적을 치고 들어가서 이기는 이미지 전략도 통하지 않았다.
도리어 이테르가 스페이서를 손쉽게 누르기 딱 좋은 상황.
-2군 대격돌임?
-이테르가 제대로 도장 깨기 할듯 존잼 팝콘각
-ㅋㅋㅋ오르빗 무슨 배짱이지 중소라서 그런가
└테스타 키우다 감 없어진 듯ㅉㅉ
물론 아이돌에 관심 있는 네티즌의 다수는 이테르에 훨씬 더 관심 있었다.
스페이서는 이미 신인이 아닌 연차였다.
게다가 출신과 능력치 면에서 완벽한 상위 호환인 테스타의 존재는 스페이서가 결성되는 순간부터 그들의 버즈량과 이미지에 악영향을 줬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테르 또 무슨 갓 컨셉 가져올지 벌써 기대됨 케팝 외길 이런 신인을 기다렸다
-오 이테르 이번에 곡만 잘 뽑으면 1군 확정일 듯ㅋ 퇴물 전담 일진ㅋㅋ
-ㅋㅋ스페이서도 허겁지겁 컨셉충 노선 타려다가 이테르한테 밀리면 진짜 웃기겠다 나름 테스타 후밴데
저급한 어그로 수준의 관심이 버즈량을 유지해 줄 뿐이었다.
게다가 이쯤 아이돌에 관심 있는 커뮤니티와 SNS들은 이미 다른 화제로 핫하기도 했다.
바로 청려와 박문대의 콜라보 무대!
1군 남자 아이돌 둘의 예상치 못한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팬들의 반응!
참고로 이런 느낌이었다.
-개같다
-머글 X새끼들 비교질 오지게 해대네 이게 다 브이틱으로 번 돈 셤별 회사에 투자랍시고 꼴박한 김태인 미친 새끼 때문임 죽어
-엮지마 ㅅㅂ
“…….”
무겁게 핫했다…….
그래도 대중 반응 자체는 좋았다.
청려와 박문대 모두를 칭찬하며 의외의 친목이라면서 재밌어하는 통에, 가뜩이나 잘 뽑은 무대는 큰 흥미를 끌며 대단히 흥행했다.
특히 다른 그룹의 두 사람이 완전히 다른 컨셉의 두 곡을 조화롭게 부른다는 점에서 메타적으로 더 인상 깊게, 재밌게 다가온 것이다.
오죽하면 해외 위튜브 인기 동영상 순위에도 오를 정도였다.
-내가 원하는지도 몰랐던 소원이 이루어진 순간
-마아아압소사 그들은 너무 멋져! (눈 하트 이모티콘)
-신이시여 대체 언제 이런 무대를 한 거지? 맞아, 내가 이유를 알 필요는 없어. 난 그저 이런 무대를 더 보고 싶어! (불타는 이모티콘)
-브이티스타. 그게 나의 꿈의 그룹이야 ?
그러나 그럴수록 양측의 골수팬들은 기분이 나락으로 치닫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몇 년이나 온갖 사건 때문에 적대시하던 사이다. 감정의 골이 깊은 경쟁 그룹과 하하호호하는 내 그룹 멤버라니!
-제발 여기까지만 하자 뭐 합동 여행 이딴 거 기획하면 죽일 거임
-오르빗 그렇게 안 봤는데 역시 X소는 X소다 왜 하필 레티한테 투자를 받아 돌았어?
물론 물 위에서 대놓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순 없었다. 어쨌든 무대 반응이 좋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으니까.
그래서 서로서로 한 명의 무대만을 크롭한 버전의 GIF와 동영상만 SNS에 돌며,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합리화하며 좋게 좋게 넘기려는 시도가 대세였다.
한 마디로 자극과 파란의 시기!
그 마당에 이테르와 스페이서의 컴백?
테스타 팬덤에겐 좀 짜증스럽고, 대중에겐 그렇게 큰일은 아니던 것이다.
-카피캣 때문에 위통이 올 것 같다면 워터밤 보고 보양하자
-또 언플로 애들 X나 후려치겠지 빡치긴 함
-셤별만 보고 간다ㅇㅇ
이번 앨범 의 대흥행과 워터밤에서 빵 터진 대중성 덕에 팬들도 그리 불안해하진 않았다.
그렇게 그저 그런 밋밋한 분위기 속에서 스페이서와 이테르가 컴백할 줄만 알았다.
스페이서의 티저가 뜨기 전까지는 말이다.
[스페이서(Spacer) ‘안녕’ Teaser]
티저 자체는 엄청난 파란을 불러일으키진 않았다.
그냥 좋은 노래 위에 기분 좋게 일상생활을 하는 스페이서 멤버들의 모습이 짧은 컷으로 지나갔을 뿐이다.
-잘생겼어ㅠㅠ
-Their voise… OMG
-THIS SONG WILL BE AMAZING
곡은 한 번 스치듯 듣기에도 중독적이었다.
스페이서의 작곡 멤버가 탑노트를 만들고, 김래빈이 편곡에 참여하며 박문대가 자신의 특성 ‘잡아채는 귀’로 검증한 덕에 매끈하게 잘 빠진 것이다.
야심찬 기획!
하지만 굳이 관심 없는 남자 아이돌의 티저까지 들어와서 곡을 듣는 대중은 없었고, 언제나처럼 국내외 팬들이 댓글을 다는 평범한 광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스페이서의 이번 타이틀은 티저에서만 먼저 접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며칠 후.
-이거 우리 애들 곡임?;; (링크)
팬들의 SNS에 한 링크가 올라왔다.
‘뭐야?’
아무 생각 없이 해당 링크를 클릭해 본 사람들은 곧 경악한다.
“…!”
이미 티저로 들어본 멜로디와 낯익은 스페이서 멤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기획사인 오르빗 스타즈가 올린 영상이 아니었다.
[나만의 수분 충전, 꿀맛 스포츠드링크!]
[허니쉐이크워터]
여러 사람이 번갈아 나와서 힘든 하루를 보낸 후 특정 음료를 시원하게 마시는 광경.
15초로 편집된 그것은 바로… 신상 음료를 광고하는 위튜브 광고용 영상이었다.
스페이서의 타이틀은 그 백그라운드 음악으로 쓰인 것이다.
-??
-이거 뭐임?
바로 CM 송이다.
스페이서는 자신들의 타이틀곡에서 가사만 살짝 변형한 곡을, 아주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는 모 회사의 제품 CM에 쓸 수 있도록 제공했다.
무료로!
당연하지만 비공개 합의였다.
스페이서의 컴백 예정 때와 비슷한 시기에 광고 예정이 있으며, 공격적 마케팅을 하는 이 회사를 찾아내느라 박문대는 하마터면 시스템을 도로 쓸 뻔했다.
‘망할 정보력.’
어쨌든 수당이 걸린 실무진들의 노력은 빛을 발했고, 결국 성공적으로 계약은 체결되었다.
사실 오르빗 스타즈 엔터테인먼트측의 일방적인 기부나 다름없는 형태로!
그래도 곡에 대한 기대치가 없었다면 체결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편곡자에 적힌 김래빈의 이름값은 대단했다.
‘이미 OST로 성공한 곡을 작곡한 녀석이니까.’
이번 워터밤 공연에서도 울려 퍼진 ‘Black hole’의 작곡자가 편곡에 메인으로 참여했다는 말에 상대 회사는 결국 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지금.
[Hi, Hi, Hello
이 목소리가 들리니
들린다면 이젠 대답해줘]
스페이서의 노래는 전국의 스마트폰 이용자들에게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박문대는 일부러 위튜브 계정에서 로그아웃해서 그 광고의 노출 빈도까지 확인했다.
‘상당하군.’
거의 일주일은 이렇게 송출된다는 것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어차피 지금 우리 회사가 공격적으로 TV 노출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이 소속사는 T1과 척을 지며 방송이 많이 끊긴 상태다.
작년 대상 아이돌인 테스타, 그리고 대중성 좋은 여자 아이돌인 미리내까지는 그렇다 쳐도 스페이서가 당장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은 정말로 적었다.
‘그렇다면, 다른 쪽으로 대중에게 노출시킨다.’
그렇게 위튜브에는 해당 회사의 음료 광고가 온갖 버전으로 송출되었다.
즉 스페이서의 이번 타이틀에서 가장 대중적이며 캐치한, 머리에 콱 박히는 후렴구 파트가 이용자들의 머릿속을 떠다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거 무슨 곡이에요?
└찾았다 이거임 (링크)
└ㄱㅅㄱㅅ
1군은 못 쓰는 전략이었다.
자신의 타이틀을 발매와 동시에 광고 음악으로 넘겨주는 것은 자칫하면 앨범 이미지, 혹은 이름값과 결부될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곡만 좋다면, 노출도를 늘리는 것만큼 확실한 프로모션도 없었다.
게다가 편견 없는 노출이다.
‘남자 아이돌 곡은 일단 거르는 사람들도 일단 CM송이라는 이미지로 박고 들어가면 좀 다르지.’
스페이서 멤버들도 이야기를 듣자마자 무조건 시도하자고 합의한 사항이었다.
특히 이번 앨범은 멤버들이 지금까지 중에 가장 많이 참여한 앨범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단적으로 정리하자면 스페이서 멤버들도 이런 상태였다.
-스페이서 권희승 : 한 분이라도 더 많이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정말ㅠㅠ
그러니 거칠 것이 없었다.
대중성.
무조건 그것에 맞춰서 모든 것이 세팅된 상태!
게다가 여기서 결정적인 작업이 있다.
-보기 편하네ㅋㅋ
-노래 좋네요 잘 보고 갑니다
스페이서는 MV를 담백하게 뺐다.
과한 컨셉, 세계관, 픽션적인 요소 없이 깔끔한 스토리.
날 좋은 날 야외 농구 코트에서 찍은 스포티한 안무 씬과 자신의 SNS에 그 영상을 올리는 소년들의 이야기가 깔끔히 빠진 MV는 부담이 없었다.
영상미와 기분 좋음만을 극대화한 것이다.
진입 장벽을 최소화했기에 뮤직비디오에서 튕겨 나가는 사람이 적었다.
그렇게 스페이서의 이번 곡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내가 선정한 올해의 광고 CM (주관적, 내가 틀렸을 수도 있음, 반박 시 님이 맞음)]
[이거 스페이서 곡인 거 알았어?]
[허니쉑? 이거 광고 노래 뭐라고 검색하면 나오냐]
* * *
그리고 닷새 후.
스페이서의 곡은 슬금슬금 음원 차트를 올라가더니, 40위 안으로 들어갔다.
를 막 끝낸 직후 데뷔 앨범을 뺀다면 최고 등수!
-스페이서 권희승 : 으아아아악
-스페이서 권희승 : ㅠㅠㅠㅠㅠ더 올라갈까요? 아니 더 못 올라가도 만족하지만 아니 그래도 욕심을 가져야 하나?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정해라
권희승이 보낸 괴성 카톡을 보며 박문대는 피식 웃었으나, 사실 이 전략의 한계를 떠올리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음원이 더 오르긴 힘들지.’
CM송으로 만드는 것에 단점이 하나 더 있기 때문이다.
피로도가 쌓인다.
강제 노출되는 광고를 계속 보다 보면 반감도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슬슬 아이돌 곡인 걸 아는 시점부터 효과가 떨어지기도 하고.’
이제 음원 차트 역주행은 반쯤 운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상대 소속사도 다 알고 있다.
‘원더홀.’
이테르의 소속사.
지난번 차유진 사태 때도 실시간으로 가출 소식을 알아내서 일을 꾸몄던 놈들이었다.
이 회사 안에 그쪽으로 말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는 걸 박문대도 알았다.
하지만 일부러 지금은 잡지 않았다.
‘역으로 한 번만 이용하자.’
그는 공을 들여서 함정을 만들었다.
스페이서의 컴백도 일부러 이테르 2주 전으로 잡았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도록.
그리고 일부러 이 프로모션의 단점도 감추지 않았다. 원더홀이 관련 정보를 얻어갈 수 있도록 일부러 방치한 것이다. 약점이 분명해 보이도록.
“그렇지.”
[이테르 티저 공개 임박… 괴물 신인의 가요계 접수]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테르는 컴백 일정을 굳이 조절하지 않게 된다.
‘스페이서 정도는 이길 게 보인다 이거야.’
단점이 분명해 보였고, 어차피 컴백하면 자신들의 화제성으로 밀 수 있을 거란 계산이 선 것이다.
‘어차피 남자 아이돌은 대중성보다 팬덤 구축이 우선이다, 이거지.’
오히려 스페이서가 적당히 주목을 받아서 먹어 치우기 딱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다만 이테르 측이 간과한 점이 있었다.
“좋아.”
박문대 쪽에서 몇 달 전부터 이 시나리오를 이를 갈며 구상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날 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슬그머니 이런 글이 올라왔다.
====================
[스페이서 음원 잘 나가네]
근데 이번 타이틀 컨셉도 그렇고 괜히 티홀릭 생각나는 건 나뿐인가ㅋㅋ
====================
-헐 나만 그런 줄!ㅋㅋ 약간 티홀릭 초기? 한참 고정 예능 나올 때 곡들 ㅋㅋ
└맞아 좀 상쾌하고 안 복잡하고.. 후드티 무대 의상 같은 거 하진태 갈발 일 때 괜히 떠오르고ㅠㅠ
-무슨 소린진 알겠음ㅋㅋ
-엥 전혀 안 비슷한데 모를
└아 막 외모가 비슷하고 이런 게 아니라 느낌이 비슷하다는 뜻이었음 부담 없고 이런 점이
스페이서 뮤직비디오가 티홀릭 전성기 모습들과 은근히 겹쳐 보인다는 이야기였다.
이 의견은 큰 거부감이나 비아냥을 듣진 않았다.
티홀릭은 그룹 전성기가 지난 지 꽤 되었고, 스페이서가 대단히 견제받을 만한 이미지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냥 마니아의 안목을 자랑하는 논조였을 뿐이다.
-근데 좀 재밌네 이테르는 컨셉충 테스타 라인이고 이번 스페이서는 또 반대로 티홀릭 라인 같은 게ㅋㅋ
└ㅋㅋㅋ케이팝 흥미진진
그렇게 소소하게 커뮤니티에서 관심을 받으며 몇몇 골수 아이돌 팬들이 이야기하는 식으로 하루 이틀이 지났을 때.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티홀릭을 닮은 스페이서, 테스타를 닮은 이테르… 엇갈린 소속사의 전경]
[스페이서는 제2의 티홀릭이 될까]
하지만 이번에는 이테르 측에서 낸 게 아니었다.
‘너희만 언플할 줄 아냐.’
박문대, 오르빗 스타즈 엔터테인먼트에서 낸 것이다.
스페이서를 티홀릭과, 이테르와 테스타를 엮는 기사.
바로 프레이밍이다.
구도와 서사 짜맞추기!
그렇게 박문대는 데뷔 때 이테르가 했던 그룹 포지셔닝을 역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00화
박문대가 진두지휘한 스페이서의 컴백.
처음에는 그저 체급이 천상계인 남자 아이돌들의 공백기를 절묘하게 노리고 진행되는 것 같았다.
청려의 컴백 활동이 딱 끝날 시즌, 테스타의 컴백 활동은 아직 계획만 있을 즈음.
그렇기에 몇 달 전, 기사로 ‘스페이서 컴백 예고’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큰 반향이 없었다.
당연하니까.
-드디어ㅠㅠ
-기대됩니다 화이팅~
-얘넨 누구임?ㅋ
-강렬ㅋㅋ
무작위 악플을 제외하면 기존 스페이서 팬들의 반응이 절대다수였다. 정확한 공고가 뜬 것도 아니니 일반 대중의 기대치는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그땐 그게 끝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며, 스페이서의 컴백 예정은 팬들만 기억하는 일이 됐을 때.
한 그룹이 대대적인 컴백 홍보를 시작했다.
바로 이테르.
데뷔 활동으로 화려한 인상을 남겼으니,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 내로 한 번 더 활동하는 것이다.
이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신인상 굳히기지.’
곡과 컨셉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마 예전에 이미 데뷔곡과 같이 준비하지 않았을까, 박문대는 추측했다.
‘연말까지 시간 좀 있어야 성적이 반영될 테니, 가을에 나올 줄도 알았다.’
여기서 이테르가 출연한 썸머풀이 테스타의 워터밤에 완전히 묻혔다는 것도 어떤 의미로는 호재였다.
처절히 비교당할 것도 없이 이테르의 팬들도 눈치껏 거의 언급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형 신인의 위상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이테르의 소속사 원더홀은 그들의 컴백 날짜를 점 찍고 예약 판매 예고까지 언론에 공표했다.
바로 10월 셋째 주!
‘좋아.’
박문대는 만족스럽게 그것을 체크했다.
그리고 얼마 후.
기다렸다는 듯이, 갑작스럽게 기사가 연달아 떴다.
스페이서의 구체적인 컴백 일정이 발표된 것이다.
그리고 이테르가 비슷한 시기에 컴백한다는 사실이 은근히 강조되어 있었다.
시기는 단 2주 차이!
그것도 스페이서가 먼저였다.
즉,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이테르의 후반 성적을 치고 들어가서 이기는 이미지 전략도 통하지 않았다.
도리어 이테르가 스페이서를 손쉽게 누르기 딱 좋은 상황.
-2군 대격돌임?
-이테르가 제대로 도장 깨기 할듯 존잼 팝콘각
-ㅋㅋㅋ오르빗 무슨 배짱이지 중소라서 그런가
└테스타 키우다 감 없어진 듯ㅉㅉ
물론 아이돌에 관심 있는 네티즌의 다수는 이테르에 훨씬 더 관심 있었다.
스페이서는 이미 신인이 아닌 연차였다.
게다가 출신과 능력치 면에서 완벽한 상위 호환인 테스타의 존재는 스페이서가 결성되는 순간부터 그들의 버즈량과 이미지에 악영향을 줬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테르 또 무슨 갓 컨셉 가져올지 벌써 기대됨 케팝 외길 이런 신인을 기다렸다
-오 이테르 이번에 곡만 잘 뽑으면 1군 확정일 듯ㅋ 퇴물 전담 일진ㅋㅋ
-ㅋㅋ스페이서도 허겁지겁 컨셉충 노선 타려다가 이테르한테 밀리면 진짜 웃기겠다 나름 테스타 후밴데
저급한 어그로 수준의 관심이 버즈량을 유지해 줄 뿐이었다.
게다가 이쯤 아이돌에 관심 있는 커뮤니티와 SNS들은 이미 다른 화제로 핫하기도 했다.
바로 청려와 박문대의 콜라보 무대!
1군 남자 아이돌 둘의 예상치 못한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팬들의 반응!
참고로 이런 느낌이었다.
-개같다
-머글 X새끼들 비교질 오지게 해대네 이게 다 브이틱으로 번 돈 셤별 회사에 투자랍시고 꼴박한 김태인 미친 새끼 때문임 죽어
-엮지마 ㅅㅂ
“…….”
무겁게 핫했다…….
그래도 대중 반응 자체는 좋았다.
청려와 박문대 모두를 칭찬하며 의외의 친목이라면서 재밌어하는 통에, 가뜩이나 잘 뽑은 무대는 큰 흥미를 끌며 대단히 흥행했다.
특히 다른 그룹의 두 사람이 완전히 다른 컨셉의 두 곡을 조화롭게 부른다는 점에서 메타적으로 더 인상 깊게, 재밌게 다가온 것이다.
오죽하면 해외 위튜브 인기 동영상 순위에도 오를 정도였다.
-내가 원하는지도 몰랐던 소원이 이루어진 순간
-마아아압소사 그들은 너무 멋져! (눈 하트 이모티콘)
-신이시여 대체 언제 이런 무대를 한 거지? 맞아, 내가 이유를 알 필요는 없어. 난 그저 이런 무대를 더 보고 싶어! (불타는 이모티콘)
-브이티스타. 그게 나의 꿈의 그룹이야 ?
그러나 그럴수록 양측의 골수팬들은 기분이 나락으로 치닫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몇 년이나 온갖 사건 때문에 적대시하던 사이다. 감정의 골이 깊은 경쟁 그룹과 하하호호하는 내 그룹 멤버라니!
-제발 여기까지만 하자 뭐 합동 여행 이딴 거 기획하면 죽일 거임
-오르빗 그렇게 안 봤는데 역시 X소는 X소다 왜 하필 레티한테 투자를 받아 돌았어?
물론 물 위에서 대놓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순 없었다. 어쨌든 무대 반응이 좋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으니까.
그래서 서로서로 한 명의 무대만을 크롭한 버전의 GIF와 동영상만 SNS에 돌며,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합리화하며 좋게 좋게 넘기려는 시도가 대세였다.
한 마디로 자극과 파란의 시기!
그 마당에 이테르와 스페이서의 컴백?
테스타 팬덤에겐 좀 짜증스럽고, 대중에겐 그렇게 큰일은 아니던 것이다.
-카피캣 때문에 위통이 올 것 같다면 워터밤 보고 보양하자
-또 언플로 애들 X나 후려치겠지 빡치긴 함
-셤별만 보고 간다ㅇㅇ
이번 앨범 의 대흥행과 워터밤에서 빵 터진 대중성 덕에 팬들도 그리 불안해하진 않았다.
그렇게 그저 그런 밋밋한 분위기 속에서 스페이서와 이테르가 컴백할 줄만 알았다.
스페이서의 티저가 뜨기 전까지는 말이다.
티저 자체는 엄청난 파란을 불러일으키진 않았다.
그냥 좋은 노래 위에 기분 좋게 일상생활을 하는 스페이서 멤버들의 모습이 짧은 컷으로 지나갔을 뿐이다.
-잘생겼어ㅠㅠ
-Their voise… OMG
-THIS SONG WILL BE AMAZING
곡은 한 번 스치듯 듣기에도 중독적이었다.
스페이서의 작곡 멤버가 탑노트를 만들고, 김래빈이 편곡에 참여하며 박문대가 자신의 특성 ‘잡아채는 귀’로 검증한 덕에 매끈하게 잘 빠진 것이다.
야심찬 기획!
하지만 굳이 관심 없는 남자 아이돌의 티저까지 들어와서 곡을 듣는 대중은 없었고, 언제나처럼 국내외 팬들이 댓글을 다는 평범한 광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스페이서의 이번 타이틀은 티저에서만 먼저 접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며칠 후.
-이거 우리 애들 곡임?;; (링크)
팬들의 SNS에 한 링크가 올라왔다.
‘뭐야?’
아무 생각 없이 해당 링크를 클릭해 본 사람들은 곧 경악한다.
“…!”
이미 티저로 들어본 멜로디와 낯익은 스페이서 멤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기획사인 오르빗 스타즈가 올린 영상이 아니었다.
여러 사람이 번갈아 나와서 힘든 하루를 보낸 후 특정 음료를 시원하게 마시는 광경.
15초로 편집된 그것은 바로… 신상 음료를 광고하는 위튜브 광고용 영상이었다.
스페이서의 타이틀은 그 백그라운드 음악으로 쓰인 것이다.
-??
-이거 뭐임?
바로 CM 송이다.
스페이서는 자신들의 타이틀곡에서 가사만 살짝 변형한 곡을, 아주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는 모 회사의 제품 CM에 쓸 수 있도록 제공했다.
무료로!
당연하지만 비공개 합의였다.
스페이서의 컴백 예정 때와 비슷한 시기에 광고 예정이 있으며, 공격적 마케팅을 하는 이 회사를 찾아내느라 박문대는 하마터면 시스템을 도로 쓸 뻔했다.
‘망할 정보력.’
어쨌든 수당이 걸린 실무진들의 노력은 빛을 발했고, 결국 성공적으로 계약은 체결되었다.
사실 오르빗 스타즈 엔터테인먼트측의 일방적인 기부나 다름없는 형태로!
그래도 곡에 대한 기대치가 없었다면 체결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편곡자에 적힌 김래빈의 이름값은 대단했다.
‘이미 OST로 성공한 곡을 작곡한 녀석이니까.’
이번 워터밤 공연에서도 울려 퍼진 ‘Black hole’의 작곡자가 편곡에 메인으로 참여했다는 말에 상대 회사는 결국 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지금.
이 목소리가 들리니
들린다면 이젠 대답해줘]
스페이서의 노래는 전국의 스마트폰 이용자들에게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박문대는 일부러 위튜브 계정에서 로그아웃해서 그 광고의 노출 빈도까지 확인했다.
‘상당하군.’
거의 일주일은 이렇게 송출된다는 것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어차피 지금 우리 회사가 공격적으로 TV 노출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이 소속사는 T1과 척을 지며 방송이 많이 끊긴 상태다.
작년 대상 아이돌인 테스타, 그리고 대중성 좋은 여자 아이돌인 미리내까지는 그렇다 쳐도 스페이서가 당장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은 정말로 적었다.
‘그렇다면, 다른 쪽으로 대중에게 노출시킨다.’
그렇게 위튜브에는 해당 회사의 음료 광고가 온갖 버전으로 송출되었다.
즉 스페이서의 이번 타이틀에서 가장 대중적이며 캐치한, 머리에 콱 박히는 후렴구 파트가 이용자들의 머릿속을 떠다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거 무슨 곡이에요?
└찾았다 이거임 (링크)
└ㄱㅅㄱㅅ
1군은 못 쓰는 전략이었다.
자신의 타이틀을 발매와 동시에 광고 음악으로 넘겨주는 것은 자칫하면 앨범 이미지, 혹은 이름값과 결부될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곡만 좋다면, 노출도를 늘리는 것만큼 확실한 프로모션도 없었다.
게다가 편견 없는 노출이다.
‘남자 아이돌 곡은 일단 거르는 사람들도 일단 CM송이라는 이미지로 박고 들어가면 좀 다르지.’
스페이서 멤버들도 이야기를 듣자마자 무조건 시도하자고 합의한 사항이었다.
특히 이번 앨범은 멤버들이 지금까지 중에 가장 많이 참여한 앨범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단적으로 정리하자면 스페이서 멤버들도 이런 상태였다.
-스페이서 권희승 : 한 분이라도 더 많이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정말ㅠㅠ
그러니 거칠 것이 없었다.
대중성.
무조건 그것에 맞춰서 모든 것이 세팅된 상태!
게다가 여기서 결정적인 작업이 있다.
-보기 편하네ㅋㅋ
-노래 좋네요 잘 보고 갑니다
스페이서는 MV를 담백하게 뺐다.
과한 컨셉, 세계관, 픽션적인 요소 없이 깔끔한 스토리.
날 좋은 날 야외 농구 코트에서 찍은 스포티한 안무 씬과 자신의 SNS에 그 영상을 올리는 소년들의 이야기가 깔끔히 빠진 MV는 부담이 없었다.
영상미와 기분 좋음만을 극대화한 것이다.
진입 장벽을 최소화했기에 뮤직비디오에서 튕겨 나가는 사람이 적었다.
그렇게 스페이서의 이번 곡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 * *
그리고 닷새 후.
스페이서의 곡은 슬금슬금 음원 차트를 올라가더니, 40위 안으로 들어갔다.
를 막 끝낸 직후 데뷔 앨범을 뺀다면 최고 등수!
-스페이서 권희승 : 으아아아악
-스페이서 권희승 : ㅠㅠㅠㅠㅠ더 올라갈까요? 아니 더 못 올라가도 만족하지만 아니 그래도 욕심을 가져야 하나?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정해라
권희승이 보낸 괴성 카톡을 보며 박문대는 피식 웃었으나, 사실 이 전략의 한계를 떠올리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음원이 더 오르긴 힘들지.’
CM송으로 만드는 것에 단점이 하나 더 있기 때문이다.
피로도가 쌓인다.
강제 노출되는 광고를 계속 보다 보면 반감도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슬슬 아이돌 곡인 걸 아는 시점부터 효과가 떨어지기도 하고.’
이제 음원 차트 역주행은 반쯤 운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상대 소속사도 다 알고 있다.
‘원더홀.’
이테르의 소속사.
지난번 차유진 사태 때도 실시간으로 가출 소식을 알아내서 일을 꾸몄던 놈들이었다.
이 회사 안에 그쪽으로 말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는 걸 박문대도 알았다.
하지만 일부러 지금은 잡지 않았다.
‘역으로 한 번만 이용하자.’
그는 공을 들여서 함정을 만들었다.
스페이서의 컴백도 일부러 이테르 2주 전으로 잡았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도록.
그리고 일부러 이 프로모션의 단점도 감추지 않았다. 원더홀이 관련 정보를 얻어갈 수 있도록 일부러 방치한 것이다. 약점이 분명해 보이도록.
“그렇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테르는 컴백 일정을 굳이 조절하지 않게 된다.
‘스페이서 정도는 이길 게 보인다 이거야.’
단점이 분명해 보였고, 어차피 컴백하면 자신들의 화제성으로 밀 수 있을 거란 계산이 선 것이다.
‘어차피 남자 아이돌은 대중성보다 팬덤 구축이 우선이다, 이거지.’
오히려 스페이서가 적당히 주목을 받아서 먹어 치우기 딱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다만 이테르 측이 간과한 점이 있었다.
“좋아.”
박문대 쪽에서 몇 달 전부터 이 시나리오를 이를 갈며 구상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날 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슬그머니 이런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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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번 타이틀 컨셉도 그렇고 괜히 티홀릭 생각나는 건 나뿐인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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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나만 그런 줄!ㅋㅋ 약간 티홀릭 초기? 한참 고정 예능 나올 때 곡들 ㅋㅋ
└맞아 좀 상쾌하고 안 복잡하고.. 후드티 무대 의상 같은 거 하진태 갈발 일 때 괜히 떠오르고ㅠㅠ
-무슨 소린진 알겠음ㅋㅋ
-엥 전혀 안 비슷한데 모를
└아 막 외모가 비슷하고 이런 게 아니라 느낌이 비슷하다는 뜻이었음 부담 없고 이런 점이
스페이서 뮤직비디오가 티홀릭 전성기 모습들과 은근히 겹쳐 보인다는 이야기였다.
이 의견은 큰 거부감이나 비아냥을 듣진 않았다.
티홀릭은 그룹 전성기가 지난 지 꽤 되었고, 스페이서가 대단히 견제받을 만한 이미지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냥 마니아의 안목을 자랑하는 논조였을 뿐이다.
-근데 좀 재밌네 이테르는 컨셉충 테스타 라인이고 이번 스페이서는 또 반대로 티홀릭 라인 같은 게ㅋㅋ
└ㅋㅋㅋ케이팝 흥미진진
그렇게 소소하게 커뮤니티에서 관심을 받으며 몇몇 골수 아이돌 팬들이 이야기하는 식으로 하루 이틀이 지났을 때.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테르 측에서 낸 게 아니었다.
‘너희만 언플할 줄 아냐.’
박문대, 오르빗 스타즈 엔터테인먼트에서 낸 것이다.
스페이서를 티홀릭과, 이테르와 테스타를 엮는 기사.
바로 프레이밍이다.
구도와 서사 짜맞추기!
그렇게 박문대는 데뷔 때 이테르가 했던 그룹 포지셔닝을 역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