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49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92화
테스타의 데스 게임 서바이벌.
대망의 본방송.
[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 제품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밝힙니다.]
굉장히 의미심장한 문구로 일단 분위기를 조성하며,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배세진 : 여긴 대체… 우리 숙소 맞아?]
테스타의 이전 숙소와 똑같은 게임장에서 멤버들이 하나씩 눈을 떴다.
당연하지만, 비록 세트장이 스산하긴 해도 1군 아이돌의 숙소를 지극히 유사하게 재현했다는 것 또한 셀링 포인트다.
-오
-미친 진짜 테스타 숙소임?
-신기하다
-공포 예능으로 집 공개 실화냐ㅋㅋ
이미 테스타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상태여서 사생활 침해의 부담도 없는 만큼 팬들의 흥미는 거리낌 없이 치솟았다.
그리고 이 배경은 멤버들의 입장이 되어 몰입하기도 좋은 장치였다.
[김래빈 :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아 벌써 무서워
-갑자기 이전 숙소에서 눈 뜨면 진짜 놀라긴 할 듯
-애들 찐으로 섬뜩해하는 것 같은데?
메인 작가인 류서린의 계획이었다.
‘이런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프로그램 등장인물들의 심정을 딱 알게 만들면서 시작해야 해.’
이토록 서사와 몰입할 인물 시점을 중요시하는 류서린이 메인 작가인 만큼, 편집점도 비슷했다.
우선 세 사람의 사정을 대놓고 보여준 것이다.
‘여기에 몰입하라는 신호야.’
첫 번째는 변호사가 걸린 배세진.
[배세진 : ‘당신의 직업은 변호사입니다.’]
[배세진 : 그리고 직업 미션… ‘3인 이상이 내 직업과 능력을 믿게 만든다.’]
여기서 배세진은 주인공의 역할처럼 나왔다.
애초에 변호사라는 캐릭터가 어떤 직업이 있는지 다 알고 있는 만큼, 시청자들도 배세진만큼의 정보량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세진 : 나는 변호사고… 어떤 직업이 있는지 알고 있어.]
[선아현 : !!]
시청자들은 미션을 수행하는 배세진의 입장에서 멤버들을 믿거나 의심했다.
-헐 김래빈 왜 기자라고 해? 직업 목록에 기자 없잖아
-찜찜하다;
-지금 몇 명한테 말했지? 문대 다음에 아현이하고 지금 청우?
└아현이는 좀 쎄하다…
그렇게 시청자들의 의심 방향을 자연스럽게 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세진의 시점 사이, 지루할 때쯤 두 번째 인물의 시점이 등장한다.?
바로 의사, 차유진이다.
[배세진 : 얘들아!]
다른 숙소 팀과 현관에서 극적으로 조우한 직후, 그 숙소에서 4명이 어떻게 진행했는지를 차유진을 통해 서술했다.?
-와 현관 여니까 탈출이 아니라 똑같은 숙소 나오는 거 개무서움…이라고 쓰고 있는데 잠깐 이쪽 숙소 폭격 맞음? 왜 이랰ㅋㅋㅋ
-아주 숙소를 갈아 엎어놨네
-유진이 의사라는 게 혹시 적을 분쇄해서 환자를 안 만든다는 뜻임?
└ㅋㅋㅋㅋㅋ쿼터백 유진 차의 진기명기 문 부수기!
-야 어떻게 팀을 짜도 이렇게 나누냐 배문랩을 묶어놓고 얘네 넷을 묶으면 밸붕이자나 탐색력 실화냐곸ㅋㅋㅋ
그리고 차유진의 역할은 하나 더 있었다.
-유진이 가짜 의사 만났을 때 반응 궁금ㅋㅋㅋ
그렇다.?
제작진이 시청자들에게 그의 직업을 처음부터 알려준 마지막 멤버.
[박문대(장의사) ← 의사 사칭 중]
…장의사가 걸렸으면서 의사로 사기 치고 다니는 박문대.
의사 차유진을 대놓고 드러냄으로써 가짜와 진짜의 관계성도 한번 선명히 조명한 것이다.
물론 철저히 유머 편집을 받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트롤링 미쳤냐
박문대가 온갖 사람들에게 의사 드립을 쳐놓고는, 진짜 의사인 차유진은 운도 좋게 절묘히 말 안 하고 넘어가는 것은 사람들의 폭소를 불러일으켰다.
마치 무겁고 집요한 분위기를 훅 환기하는 역할처럼 보였다.
[박문대 : 저는 의사인데요.]
[류청우 : 음, 그렇구나.]
[차유진 ← 못 들었다!]
대화를 나누는 둘의 옆을 쓱 지나가는 차유진에게 ‘← 못 들었다!’ 자막이 붙어서 둥둥 떠다니는 것은 긴장감 넘치는 장르 예능의 한줄기 개그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차유진한테 언제 걸릴지 궁금ㅋㅋ
-아 이걸 피하네ㅋㅋㅋ
‘문대 귀여워!’
여기, 동시 공개된 1, 2화를 시청하지 못하고 위튜브로 간신히 진도를 따라잡는 중인 대학원생도 그렇게 보고 있었다.
물론 본방을 못 본 것은, 척척석사가 아닌 척척박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랩실에서 썩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 내년에는 논문 심사 통과해서 꼭 취직해야지!’
그래서 그 돈으로 테스타의 월드 투어를 따라다니며 세계 여행을 해보는 것이 그녀의 목표였다.
하지만 일단은 지금, 이 꿀 같은 주말에 테스타의 컨텐츠를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그녀는 침대를 한 번 뒹굴었다.
‘이런 장르…? 예능은 또 처음 보긴 하는데.’
그나마 제작진이 직업과 교환을 딱딱 그림으로 표기해줘서 이해하기가 좀 수월했다.
…시뻘건 양 두개골이 뜨는 게 좀 무섭긴 했지만 말이다.
[※현관문 기기로 ‘카드 교환’ 시※]
[※각자의 직업은 그대로, 제물 징표만 상대에게 이동※]
‘아, 그러니까 시청자가 뽑은 사람이 바로 탈락하는 게 아니라, 카드 교환? 저걸 통해서 서로 넘길 수 있는 거네.’
그녀는 대충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교환하면서 제물이 막 바뀌다가, 마지막에 걸리는 사람이 죽는 거였다.
물론 궁금한 건 이거였다.
‘그래서 대체 시청자들은 어떤 직업을 뽑은 걸까?’?
놀랍게도 그 질문을 하기가 무섭게, 컷이 삽입되었다.
[여기서 잠깐]
“…??”
[시청자분들에게만 특별 사전 공개!]
[여러분이 사전 투표한 제물의 직업은 바로…….]
“어어어?”
화면에 거대한 글씨가 쿵 떴다.
[탐정 ? 20,347표]
“헉!”
대학원생은 순간 당황했다.
‘이렇게 알려줘도 되나?’
아니, 그보다 탐정이 대체 누구지?
“어, 일단 문대는 장의사, 유진이는 의사, 배세진이는 변호사니까 제외하면….”
다른 네 멤버 중에 하나였다!?
[탐정 후보 : 류청우, 선아현, 이세진, 김래빈]?
[과연 누가 탐정인가?]
거기까지 아예 사분할 얼굴컷을 만들어서 보여준 제작진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이었다.
“…?”
화면은 또 전환되었다.
[※정답발표※]
어어?
[류청우 : 그렇구나. 아현이가 탐정이네.]
[류청우 : 그리고 시청자분들은 탐정을 뽑았고.]
“…??”
바로 중간 점검 시기.
자신의 태블릿을 읽고 있는 류청우의 장면으로.
[탐정 : 선아현 / ※투표 1위※]
그리고 류청우의 프로필 서류가 교차편집으로 들어온다.
“…!”
[학자]
[학자는 제물로 뽑힌 첫 직업과 그 직업을 가진 참가자의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단, 학자는 자신의 직업과 능력에 대하여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
학자 류청우.
그는 직업 능력으로 중간 점검 때 이미 선아현이 탐정인 것과, 그가 제물로 뽑힌 것을 알고 있던 것이다.
[류청우 : 그럼 아현이랑 카드 교환한 문대가 지금 제물이구나.]
그리고 박문대에게 그 제물 징표가 넘어간 것까지!
류청우는 전부 아는 것이다.
그 화끈한 루트에 사람들이 흥분했다!
-와 미쳤다.
-류청우 다 아는데 말을 못 하네 와씨ㅋㅋㅋ
-이러면 청우가 무조건 재판에서 캐리해야하는데 청우 말을 애들이 믿어줄지가 관건이다?
└그치 어떻게 알았는지는 말 못 하니까ㅋㅋ
-아무튼 추리임 내가 추리해냄 무조건 내가 맞음 이러고 우겨야 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들은 류청우의 고난과 하드 캐리를 예상하며 흥미진진하게 팝콘을 씹었다.
그리고 중간 점검이 끝난 이후.
[박문대 : 유진아 너 골드 또 찾았냐.]
[차유진 : Yeap!]
[박문대 : 음… 종료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혹시 안 쓰면 없어지는 건가.]
[차유진 : 우우….]
박문대가 나오며 또 묘한 개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는 차유진을 ‘골드 지금 안 쓰면 없어질 듯’이라는 추측을 기정사실화 하여 살살 구슬려, 그에게서 카드 교환 제안을 이끌어 낸 것이다.
[차유진 : 그럼 형 저랑 교환해요?]
[박문대 : 음… 너 아닌 거 확실하냐.]
[차유진 : Yes!]
[박문대 : …좋아. 그럼 믿고 하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짜 의사가 진짜 의사를 낚았다!
폭탄 떠넘기기 성공!
-ㅋㅋㅋㅋㅋ
-잘 가라 차유진!
-장의사가 진짜 의사한테까지 사기를 치고 있네
-아 박문대 이 치사한 댕댕이가 카드 교환에 차유진 돈까지 썼엌ㅋㅋㅋㅋ
그러나.
[교환 종료]
[현재 제물 징표를 가진 직업]?
[※학자※]
-???
-뭐임 이게
-왜 청우가 제물;;;
학자, 류청우가 제물인 것이 밝혀지고 다시 시청자 불판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뭐냐고?
-잠깐 마지막에 청우랑 교환한 거 누구였지?
└배세진
└…? 배세진 변호사잖아 뭐야
└ㅇㅇ청우랑만 교환했을텐데;;;
그리고 그 대혼란 속에서 멤버들은 제물을 마지막으로 떠넘긴 사람, ‘검은 양’을 찾아내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며 본격적인 추리 양상에 접어들었다.
시청자들도 추리 중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럼 배세진이 검은 양인가? 마지막에 청우가 배세진이랑 교환했잖아
└확신ㄴㄴ 그냥 교환 몇 개 우리 안 보여준 걸 수도 있음 테스타 예능에서 반전 한두 번 보나
-아니 애초에 박문대가 차유진한테 넘겼는데 왜 그게 갑자기 류청우한테 있냐고 뭐야
그때였다.?
[배세진 : 잠깐! 먼저 말할 게 있는데.]
제단을 둘러싸고 추리를 시작하려던 멤버들 사이, 배세진이 자신의 직업을 밝히며 열심히 서론을 풀기 시작했다.
-그렇지 지금 다 알려주자
-미션 잘하네ㅋㅋ
-세진이 변호사 직업 미션 추리에 도움 됨ㅇㅇ 굿보이 굿보이
시청자들도 몇 번이나 봤던 일이기에, 확 조이던 긴장감을 약간 풀며 마음을 가다듬을 때였다.
이세진이 난입했다.
[이세진 : 이상하다. 제가 변호사거든요?]
-예??
-이제 나도 모르겠다 테스타 놈들아
-박문대만 속이는 게 아니네 이세진도 속이네
-세진앜ㅋㅋㅋㅋㅋㅋㅋ
이세진의 트롤링이라고 믿은 사람들이 다 뒤집어졌을 때였다.
진지한 얼굴의 배세진이 돌연 클로즈업되었다.
그리고 인터뷰가 삽입된다.
[배세진 : 이세진이 자기가 변호사라고 했을 때.]
[배세진 : 그때 알았어요.]
-?
-뭐뭘 알아
-세진아?
[배세진 : 제가 제 직업을 착각했을 수도 있겠구나.]
-??
[배세진 : 제가 직업별로 어떤 특징이 있는지도 약간 알고 있었거든요. 근데….]
자신 프로필 서류를 유심히 읽는 배세진의 모습이 회상 처리된다.
그리고 서류가 클로즈업되었다.
직업별 정보 파트에서, 한 직업에 스포트라이트 편집.
-광대 : 타인의 직업을 흉내냄
[배세진 : 이거 나다.]
“…!”
[배세진 : 이세진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생각하니까, 제 능력이 변호사라기엔… 좀 과한 것 같아서.]
[배세진 : 내가… 지금 변호사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배세진 : 그러면, 착각했으니까 자동으로 변호사를 흉내 내는 거죠.]
현장에서는 배세진이 이세진에게 발끈해서 반박하며 ‘자신이 변호사’라고 답답해하는 컷이 자연스럽게 지나갔지만.
그 뒤로 내레이션이 겹쳤다.
[배세진 : 증거는 없지만, 예. 제가 광대인 것 같긴 했어요.]
-미미미미친
-으악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다.
-이게 바로 천재 아역 배우 출신의 연기력ㅋㅋㅋ
-지렸다 진짜
-아 미친 거 아니야?? 배세진 미쳤나 봐
그 와중에도 배세진은 화면 속에서 신들린 듯이 결백한 변호사임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럼 이세진이 찐 변호사임?
└일단 배세진은 그렇게 믿으면서도 저러고 있는 거임ㅋㅋㅋ
└돌았네
-와 다 아는 데도 배세진 진짜 억울해보여ㅋㅋ
연기자의 저력이었다.
그 충격 속에서 방송은 새로운 동력을 얻고 쭉쭉 나갔다.
‘또 누가 뒤통수를 때릴지도 모른다!’라는 심리!
그리고 추리와 추리 끝에, 마침내 범인의 트릭이 드러나는 순간이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제일 아프게 만들었다.
바로… 그게 박문대였기 때문이다.
[예. 졌습니다. 래빈이 대단하네요.]
시종일관 유머성 트롤링을 하는 것 같던 장의사가!
-미치겠다…
-이러려고 웃겼구나
-우릴 방심시키고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기력을 다 소모한 시청자들은 이제 웃지도 못했다.
-막판에 문대가 유진하고 교환한 것도 페이크였나봐 추리할 때 제물 왔다갔다 하는 동선 더 헷갈리게 하려고
└ㅋㅋ대박이다 진짜
-와 그럼 류청우도 일부러 헷갈리게 하려고 배세진이랑 먼저 교환하고, 그 다음에 박문대한테 제물 폭탄 받은 건가?
└아니 뭐하러 자기가 제물이 되려고 하겠어ㅋㅋㅋ 이쪽은 그냥 속은 거 아닐까?
└어떻게 속으면 자기가 직접 혼자서 카드 두 장 다 가져간다는 트릭까지 해주냐 협조한 건 맞는 것 같은데…
그리고 과몰입한 팬들은 미친 듯이 또 장문의 추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내레이션이 깔렸다.
[박문대 : 잘 된 것 같아요.]
-??
-들켰는데 무슨 소리임
박문대의 인터뷰가 삽입되더니, 갑자기 장면이 멈췄다.
그리고, 필름이 돌아가는 효과와 함께 갑자기 화면이 바뀐다.
[◀◀◀]
[촬영 시작 시점, 박문대의 방]
되돌아간 장면에서는, 자신의 프로필을 읽고 있는 박문대의 모습이 보였다.
박문대는 고개를 기웃했다.
[박문대 : 범인?]
그리고, 시청자에게 보여주지 않은 프로필의 장의사 백스토리가 클로즈업되었다.
[장의사는 이 사건의 ‘범인’입니다.]
-범인?
-범인이 그 검은 양 아님? 마지막에 제물 폭탄 넘긴 사람?
└그건 게임하면서 정해지는 거잖아 왜 시작할 때 장의사가 범인이라고 하는 거야
시청자의 멘붕 속에서 또 컷이 바뀐다.
이번에는 중간 점검 당시.
[당신의 카드는 ‘제물 징표’입니다.]
[현재 어린 양 : 박문대]
자신이 선아현으로부터 제물 폭탄을 받았다는 것을 깨달은 박문대에게, 태블릿은 새로운 설명문을 더 보여줬었다.
더 원활한 게임을 위해, 중간 점검 당시에 제물 폭탄을 떠맡고 있는 직업에게만 보여주는 경고문.
[주의점]
[무고한 사람을 제물로 만든 자는 ‘검은 양’이 된다.]
[검은 양은 죗값을 치를 수도 있다.]
인터뷰가 교차했다.
[박문대 : 그때 깨달았죠.]
[박문대 : 제물을 폭탄 돌리기 하다가 마지막에는… 그거 받은 사람이 아니라 준 사람이 망할 수도 있구나.]
박문대 : 그리고 하나 더.]
인터뷰하는 박문대의 내레이션이, 그가 태블릿을 넘기는 촬영분 위에 겹쳐진다.
화면 속 박문대가 작게 웃었다.
[박문대 : 아 이거 범인이랑 검은 양이랑 따로따로 있네.]
그렇다.
그러니까 보안관이 쏘아야 하는 범인과, 검은 양은 원래 별개의 인물이었다…!
[박문대 : 그런데 이 둘이 같은 사람이면… 그 사람만 죽으면 되는 거잖아요.]
[박문대 : 추리도 쉽고.]
-헐
그래서 박문대의 작전이 시작되었다.
[박문대 : 내가 검은 양이 돼야겠다.]
미친 공리주의 사상이었다.
대학원생은 입을 틀어막았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92화
테스타의 데스 게임 서바이벌.
대망의 본방송.
굉장히 의미심장한 문구로 일단 분위기를 조성하며,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테스타의 이전 숙소와 똑같은 게임장에서 멤버들이 하나씩 눈을 떴다.
당연하지만, 비록 세트장이 스산하긴 해도 1군 아이돌의 숙소를 지극히 유사하게 재현했다는 것 또한 셀링 포인트다.
-오
-미친 진짜 테스타 숙소임?
-신기하다
-공포 예능으로 집 공개 실화냐ㅋㅋ
이미 테스타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상태여서 사생활 침해의 부담도 없는 만큼 팬들의 흥미는 거리낌 없이 치솟았다.
그리고 이 배경은 멤버들의 입장이 되어 몰입하기도 좋은 장치였다.
-아 벌써 무서워
-갑자기 이전 숙소에서 눈 뜨면 진짜 놀라긴 할 듯
-애들 찐으로 섬뜩해하는 것 같은데?
메인 작가인 류서린의 계획이었다.
‘이런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프로그램 등장인물들의 심정을 딱 알게 만들면서 시작해야 해.’
이토록 서사와 몰입할 인물 시점을 중요시하는 류서린이 메인 작가인 만큼, 편집점도 비슷했다.
우선 세 사람의 사정을 대놓고 보여준 것이다.
‘여기에 몰입하라는 신호야.’
첫 번째는 변호사가 걸린 배세진.
여기서 배세진은 주인공의 역할처럼 나왔다.
애초에 변호사라는 캐릭터가 어떤 직업이 있는지 다 알고 있는 만큼, 시청자들도 배세진만큼의 정보량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미션을 수행하는 배세진의 입장에서 멤버들을 믿거나 의심했다.
-헐 김래빈 왜 기자라고 해? 직업 목록에 기자 없잖아
-찜찜하다;
-지금 몇 명한테 말했지? 문대 다음에 아현이하고 지금 청우?
└아현이는 좀 쎄하다…
그렇게 시청자들의 의심 방향을 자연스럽게 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세진의 시점 사이, 지루할 때쯤 두 번째 인물의 시점이 등장한다.?
바로 의사, 차유진이다.
다른 숙소 팀과 현관에서 극적으로 조우한 직후, 그 숙소에서 4명이 어떻게 진행했는지를 차유진을 통해 서술했다.?
-와 현관 여니까 탈출이 아니라 똑같은 숙소 나오는 거 개무서움…이라고 쓰고 있는데 잠깐 이쪽 숙소 폭격 맞음? 왜 이랰ㅋㅋㅋ
-아주 숙소를 갈아 엎어놨네
-유진이 의사라는 게 혹시 적을 분쇄해서 환자를 안 만든다는 뜻임?
└ㅋㅋㅋㅋㅋ쿼터백 유진 차의 진기명기 문 부수기!
-야 어떻게 팀을 짜도 이렇게 나누냐 배문랩을 묶어놓고 얘네 넷을 묶으면 밸붕이자나 탐색력 실화냐곸ㅋㅋㅋ
그리고 차유진의 역할은 하나 더 있었다.
-유진이 가짜 의사 만났을 때 반응 궁금ㅋㅋㅋ
그렇다.?
제작진이 시청자들에게 그의 직업을 처음부터 알려준 마지막 멤버.
…장의사가 걸렸으면서 의사로 사기 치고 다니는 박문대.
의사 차유진을 대놓고 드러냄으로써 가짜와 진짜의 관계성도 한번 선명히 조명한 것이다.
물론 철저히 유머 편집을 받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트롤링 미쳤냐
박문대가 온갖 사람들에게 의사 드립을 쳐놓고는, 진짜 의사인 차유진은 운도 좋게 절묘히 말 안 하고 넘어가는 것은 사람들의 폭소를 불러일으켰다.
마치 무겁고 집요한 분위기를 훅 환기하는 역할처럼 보였다.
대화를 나누는 둘의 옆을 쓱 지나가는 차유진에게 ‘← 못 들었다!’ 자막이 붙어서 둥둥 떠다니는 것은 긴장감 넘치는 장르 예능의 한줄기 개그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차유진한테 언제 걸릴지 궁금ㅋㅋ
-아 이걸 피하네ㅋㅋㅋ
‘문대 귀여워!’
여기, 동시 공개된 1, 2화를 시청하지 못하고 위튜브로 간신히 진도를 따라잡는 중인 대학원생도 그렇게 보고 있었다.
물론 본방을 못 본 것은, 척척석사가 아닌 척척박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랩실에서 썩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 내년에는 논문 심사 통과해서 꼭 취직해야지!’
그래서 그 돈으로 테스타의 월드 투어를 따라다니며 세계 여행을 해보는 것이 그녀의 목표였다.
하지만 일단은 지금, 이 꿀 같은 주말에 테스타의 컨텐츠를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그녀는 침대를 한 번 뒹굴었다.
‘이런 장르…? 예능은 또 처음 보긴 하는데.’
그나마 제작진이 직업과 교환을 딱딱 그림으로 표기해줘서 이해하기가 좀 수월했다.
…시뻘건 양 두개골이 뜨는 게 좀 무섭긴 했지만 말이다.
‘아, 그러니까 시청자가 뽑은 사람이 바로 탈락하는 게 아니라, 카드 교환? 저걸 통해서 서로 넘길 수 있는 거네.’
그녀는 대충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교환하면서 제물이 막 바뀌다가, 마지막에 걸리는 사람이 죽는 거였다.
물론 궁금한 건 이거였다.
‘그래서 대체 시청자들은 어떤 직업을 뽑은 걸까?’?
놀랍게도 그 질문을 하기가 무섭게, 컷이 삽입되었다.
“…??”
“어어어?”
화면에 거대한 글씨가 쿵 떴다.
“헉!”
대학원생은 순간 당황했다.
‘이렇게 알려줘도 되나?’
아니, 그보다 탐정이 대체 누구지?
“어, 일단 문대는 장의사, 유진이는 의사, 배세진이는 변호사니까 제외하면….”
다른 네 멤버 중에 하나였다!?
거기까지 아예 사분할 얼굴컷을 만들어서 보여준 제작진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이었다.
“…?”
화면은 또 전환되었다.
어어?
“…??”
바로 중간 점검 시기.
자신의 태블릿을 읽고 있는 류청우의 장면으로.
그리고 류청우의 프로필 서류가 교차편집으로 들어온다.
“…!”
그렇다.
학자 류청우.
그는 직업 능력으로 중간 점검 때 이미 선아현이 탐정인 것과, 그가 제물로 뽑힌 것을 알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박문대에게 그 제물 징표가 넘어간 것까지!
류청우는 전부 아는 것이다.
그 화끈한 루트에 사람들이 흥분했다!
-와 미쳤다.
-류청우 다 아는데 말을 못 하네 와씨ㅋㅋㅋ
-이러면 청우가 무조건 재판에서 캐리해야하는데 청우 말을 애들이 믿어줄지가 관건이다?
└그치 어떻게 알았는지는 말 못 하니까ㅋㅋ
-아무튼 추리임 내가 추리해냄 무조건 내가 맞음 이러고 우겨야 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들은 류청우의 고난과 하드 캐리를 예상하며 흥미진진하게 팝콘을 씹었다.
그리고 중간 점검이 끝난 이후.
박문대가 나오며 또 묘한 개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는 차유진을 ‘골드 지금 안 쓰면 없어질 듯’이라는 추측을 기정사실화 하여 살살 구슬려, 그에게서 카드 교환 제안을 이끌어 낸 것이다.
가짜 의사가 진짜 의사를 낚았다!
폭탄 떠넘기기 성공!
-ㅋㅋㅋㅋㅋ
-잘 가라 차유진!
-장의사가 진짜 의사한테까지 사기를 치고 있네
-아 박문대 이 치사한 댕댕이가 카드 교환에 차유진 돈까지 썼엌ㅋㅋㅋㅋ
그러나.
-???
-뭐임 이게
-왜 청우가 제물;;;
학자, 류청우가 제물인 것이 밝혀지고 다시 시청자 불판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뭐냐고?
-잠깐 마지막에 청우랑 교환한 거 누구였지?
└배세진
└…? 배세진 변호사잖아 뭐야
└ㅇㅇ청우랑만 교환했을텐데;;;
그리고 그 대혼란 속에서 멤버들은 제물을 마지막으로 떠넘긴 사람, ‘검은 양’을 찾아내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며 본격적인 추리 양상에 접어들었다.
시청자들도 추리 중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럼 배세진이 검은 양인가? 마지막에 청우가 배세진이랑 교환했잖아
└확신ㄴㄴ 그냥 교환 몇 개 우리 안 보여준 걸 수도 있음 테스타 예능에서 반전 한두 번 보나
-아니 애초에 박문대가 차유진한테 넘겼는데 왜 그게 갑자기 류청우한테 있냐고 뭐야
그때였다.?
제단을 둘러싸고 추리를 시작하려던 멤버들 사이, 배세진이 자신의 직업을 밝히며 열심히 서론을 풀기 시작했다.
-그렇지 지금 다 알려주자
-미션 잘하네ㅋㅋ
-세진이 변호사 직업 미션 추리에 도움 됨ㅇㅇ 굿보이 굿보이
시청자들도 몇 번이나 봤던 일이기에, 확 조이던 긴장감을 약간 풀며 마음을 가다듬을 때였다.
이세진이 난입했다.
-예??
-이제 나도 모르겠다 테스타 놈들아
-박문대만 속이는 게 아니네 이세진도 속이네
-세진앜ㅋㅋㅋㅋㅋㅋㅋ
이세진의 트롤링이라고 믿은 사람들이 다 뒤집어졌을 때였다.
진지한 얼굴의 배세진이 돌연 클로즈업되었다.
그리고 인터뷰가 삽입된다.
-?
-뭐뭘 알아
-세진아?
-??
자신 프로필 서류를 유심히 읽는 배세진의 모습이 회상 처리된다.
그리고 서류가 클로즈업되었다.
직업별 정보 파트에서, 한 직업에 스포트라이트 편집.
-광대 : 타인의 직업을 흉내냄
“…!”
현장에서는 배세진이 이세진에게 발끈해서 반박하며 ‘자신이 변호사’라고 답답해하는 컷이 자연스럽게 지나갔지만.
그 뒤로 내레이션이 겹쳤다.
-미미미미친
-으악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다.
-이게 바로 천재 아역 배우 출신의 연기력ㅋㅋㅋ
-지렸다 진짜
-아 미친 거 아니야?? 배세진 미쳤나 봐
그 와중에도 배세진은 화면 속에서 신들린 듯이 결백한 변호사임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럼 이세진이 찐 변호사임?
└일단 배세진은 그렇게 믿으면서도 저러고 있는 거임ㅋㅋㅋ
└돌았네
-와 다 아는 데도 배세진 진짜 억울해보여ㅋㅋ
연기자의 저력이었다.
그 충격 속에서 방송은 새로운 동력을 얻고 쭉쭉 나갔다.
‘또 누가 뒤통수를 때릴지도 모른다!’라는 심리!
그리고 추리와 추리 끝에, 마침내 범인의 트릭이 드러나는 순간이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제일 아프게 만들었다.
바로… 그게 박문대였기 때문이다.
시종일관 유머성 트롤링을 하는 것 같던 장의사가!
-미치겠다…
-이러려고 웃겼구나
-우릴 방심시키고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기력을 다 소모한 시청자들은 이제 웃지도 못했다.
-막판에 문대가 유진하고 교환한 것도 페이크였나봐 추리할 때 제물 왔다갔다 하는 동선 더 헷갈리게 하려고
└ㅋㅋ대박이다 진짜
-와 그럼 류청우도 일부러 헷갈리게 하려고 배세진이랑 먼저 교환하고, 그 다음에 박문대한테 제물 폭탄 받은 건가?
└아니 뭐하러 자기가 제물이 되려고 하겠어ㅋㅋㅋ 이쪽은 그냥 속은 거 아닐까?
└어떻게 속으면 자기가 직접 혼자서 카드 두 장 다 가져간다는 트릭까지 해주냐 협조한 건 맞는 것 같은데…
그리고 과몰입한 팬들은 미친 듯이 또 장문의 추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내레이션이 깔렸다.
-??
-들켰는데 무슨 소리임
박문대의 인터뷰가 삽입되더니, 갑자기 장면이 멈췄다.
그리고, 필름이 돌아가는 효과와 함께 갑자기 화면이 바뀐다.
되돌아간 장면에서는, 자신의 프로필을 읽고 있는 박문대의 모습이 보였다.
박문대는 고개를 기웃했다.
그리고, 시청자에게 보여주지 않은 프로필의 장의사 백스토리가 클로즈업되었다.
-범인?
-범인이 그 검은 양 아님? 마지막에 제물 폭탄 넘긴 사람?
└그건 게임하면서 정해지는 거잖아 왜 시작할 때 장의사가 범인이라고 하는 거야
시청자의 멘붕 속에서 또 컷이 바뀐다.
이번에는 중간 점검 당시.
자신이 선아현으로부터 제물 폭탄을 받았다는 것을 깨달은 박문대에게, 태블릿은 새로운 설명문을 더 보여줬었다.
더 원활한 게임을 위해, 중간 점검 당시에 제물 폭탄을 떠맡고 있는 직업에게만 보여주는 경고문.
인터뷰가 교차했다.
박문대 : 그리고 하나 더.]
인터뷰하는 박문대의 내레이션이, 그가 태블릿을 넘기는 촬영분 위에 겹쳐진다.
화면 속 박문대가 작게 웃었다.
그렇다.
그러니까 보안관이 쏘아야 하는 범인과, 검은 양은 원래 별개의 인물이었다…!
-헐
그래서 박문대의 작전이 시작되었다.
미친 공리주의 사상이었다.
대학원생은 입을 틀어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