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49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91화
보안관, 김래빈이 ‘박문대’를 저격한다고 선언한 직후.
지잉!
“왁!”
“뭐, 뭐야?!”
관에서 플래시가 터지듯이 불빛이 터졌다.
그 빛은 마치 손전등이나 스포트라이트처럼 빙글빙글 멤버들을 따라 돌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우우웅-
그러다가, 이윽고 룰렛처럼 한 사람에게 멈췄다.
-보안관은 참가자 박문대를 저격합니다!
박문대.
바로 자신이 저격한 당사자에게!
“…….”
김래빈은 침을 삼켰다.
박문대는 무표정하게 관에서 쏘아져 나온 빛을 보았다.
숨 막히는 침묵이 방 안을 채웠다.
그리고.
[탕!]
“헉!”
거친 총소리가 울리고, 몇몇 멤버들이 움찔거렸다.
그리고 스피커가 터졌다.
기계음이 선고한다.
[정답.]
[범인은 장의사.]
“…!!”
“와아악!!”
박문대를 쏘던 불빛이 빨갛게 물들었다.
[보안관은 범인을 쏘았습니다.]
숨 쉬는 것도 잊어버렸다.
성공이었다…!
‘그러니까…….’
박문대 형은 범인이 맞았다!
“허억.”
김래빈은 발에 힘이 풀려서 넘어질 뻔했다.
“김래빈!”
“래빈아 방금 뭐한 거야? 보안관 능력이야?”
“예…….”
“대, 대단해…!”
순식간에 분위기가 흥분으로 밝아졌다.
“그! 이런 게 있었으면 그냥 게임 시작할 때 하나씩 쏴버리지!”
‘그러다 실패하면 두 사람이 죽습니다만….’
얼굴이 벌게진 배세진에게 김래빈이 그렇게 설명하려던 찰나였다.
그보다 먼저 박문대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예. 졌습니다. 래빈이 대단하네요.”
“…!!”
“우리 중에 누구나 혼자서 카드 두 장 가지고 현관 가는 트릭 쓸 수 있는 건 맞는데요. 그걸 청우 형한테 부탁한 게 바로 저라서요. 추리 다 맞아요.”
“허어어억!”
“저 형도 학자 맞을 거고요.”
“이야, 대박!”
맙소사.
김래빈은 류청우를 돌아보았다. 류청우는 빙긋 웃고 있었다.
‘대체 언제?’
그때였다.
박문대가 손을 들어서 래빈이의 뒷머리 근처를 툭툭 도닥였다.
“증거도 없었는데 용케 알았다, 잘했어.”
“가, 감사합니다….”
“그러게, 이거 증거가 없어서 래빈이 직업 역할이 중요했네~ 대박이다.”
몇몇 멤버는 일어난 일을 복기해 보다가 혀를 내둘렀다.
그러니까, 박문대는 사실상 아무 직업 능력을 쓰지 않고 머리만을 써서 증명 못 할 트릭을 만든 것이다.
그걸 정확히 잡아낸 선아현도 놀라울 뿐이었다.
“아현이가 탐정 역할을 잘했죠.”
“아, 아냐….”
선아현은 칭찬에 잠시 기쁜 표정이 될 듯했으나, 곧 얼굴이 가라앉았다.
“저기, 문대야. 미안해… 내가, 문대에게 제물 징표를 넘겨서.”
“너도 몰랐을 텐데 뭐.”
“그렇지만. 이유는 있었어….”
“…?”
선아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탐정은… 카드를 교환하면, 상대의 직업을 알 수 있거든.”
“…!”
“그래서, 문대에게 내 직업을 알려주기 전에,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확인해 보려고 했어…….”
‘아아!’
그렇구나! 아현 형께서는 문대 형과 동맹을 맺고 싶은 마음에 사전 점검을 하셨던 것이다.
김래빈은 깨달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당사자, 박문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갑자기 장의사가 떴구나.”
“…….”
“……으응.”
거기서부터 난장판이 됐던 것이다.
박문대는 짧게 논평했다.
“나라도 나부터 의심했겠어.”
“으하하!”
멤버들이 빵 터졌다.
분위기가 한결 더 가벼워졌다. 마치 게임이 끝나기라도 한 듯이 이래저래 말이 오갔다.
“형 멋졌어요!”
“그런데 너희… 대체 언제 교환한 건데??”
“그건 방송으로 확인해 주세요.”
“하하.”
류청우가 겸연쩍게 웃었다. 배세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아니, 그리고 넌 대체 왜 박문대랑 교환을 한 거야! 몰래 해달라니, 누가 봐도 수상쩍은 요구였는데!”
“그것도 방송으로 부탁할게.”
“윽.”
“저희도 형이랑 이세진 중에 누가 변호사가 맞는지 방송으로 볼게요.”
“아니, 뭘 기다려… 나야!”
“이야~ 형님, 끝까지 버티시는 거예요?”
“야!”
배세진은 씩씩거렸지만, 그렇게 기분이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결국 헛웃음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래, 어쨌든… 성공했으니까!”
“예.”
잡은 범인 앞에서 그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분위기가 더욱 부드러워지며, 긴장감이 누그러지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방의 조명이 꺼졌다.
“…!”
그리고 촛불들이 하나둘 다시 켜졌다.
검붉은색 불빛.
그리고 사정없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뭐야?!”
“아 분위기 정말!”
스피커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범인, 검은 양인 장의사를 번제하세요.]
“……!”
검붉게 변한 LED 촛불의 불빛이 오싹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가운데, 스피커에서도 음질 낮은 현악기 합주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놀이공원의 테마곡 같은 오케스트라 소리.
[범인, 검은 양인 장의사를 번제하세요.]
[범인, 검은 양인 장의사를 번제하세요.]
[100초 남았습니다.]
김래빈은 심장이 덜컥했다.
* * *
이야, 분위기 한번 죽인다.
‘아트팀 고생했겠어.’
자본 맛이 느껴졌다.
나는 제대로 공포 분위기 조성하는 방안을 둘러봤다. 다들 표정이 별로군.
‘난 퇴근한다.’
다들 고생하시고.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여러분, 끝까지 잘 살아남으시고요.”
“그, 그게…….”
류청우가 손을 들었다.
“아, 그럼 나도?”
“아, 아닙니다!”
“…?”
왜 아니냐?
“제가 문대 형을 저격한 이유는 제물이신 분을 살리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김래빈은 보안관이 범인을 맞추면 제물은 살아난다는 소리를 열심히 말하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제물 대신 범인을 이 사이비 제단에다 때려 넣는 거네.’
보안관, 정말 가성비가 죽여주는 직업이었다.
밸런스 붕괴 아닌가 싶었는데, 설명 계속 들어보니 이거 범인 잘못 지목하면 김래빈도 터질 뻔했더라.
뭐, 양심적으로는 그 꼴 안 나서 다행이긴 했다만….
‘추리 실패해서 다른 놈 쏴도 재밌었겠는데.’
아니, 예능으론 그렇다.
게임 초반에 갑자기 영문도 모르고 둘 다 죽은 걸 발견하면 그런 꿀잼이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럼 추리고 나발이고 완전 대혼란 개판 예능이 됐긴 했겠다만, 그것도 대중적인 수요가 있지.
‘더 과감한 놈을 줘도 됐겠는데.’
나는 배세진에게 보안관이 가도록 조작하지 않은 제작진에게 혀를 찼다.
뭐, 덕분에 이렇게 되긴 했지만 말이다.
‘흐음.’
나는 붉은 불빛이 불길하게 흐르는 관짝을 손으로 몇 번 두드렸다.
탕탕!
“그럼 저 어떻게 제물이 되는 건가요.”
“어우 섬뜩해.”
그러자 그 추임새에 맞추듯이… 관이 자동으로 열렸다.
끼이이익.
“악!”
안은….
“엄마야.”
“아니… 여기에 사람을 넣으라고?”
피가 말라붙은 것처럼 처참한 몰골의 목재다.
[60초 남았습니다.]
그 소리와 함께 BGM이 더 기괴해졌다.
원래 둘이 들어가야 하니 시시덕거리며 별로 무서울 것도 없었겠다만, 일이 이렇게 돼서 나 혼자 들어가게 됐군.
그래서인지 주변 반응이 좀 달라졌다.
“아… 이거 생각보다 너무 리얼한데요?”
“으응, 문대, 무서운 거 힘들어할 텐데….”
“됐어. 이거 가지고 무슨.”
진짜 시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뭘 호들갑을 떠냐.
‘식용 색소 몸에 다 묻겠군.’
“들어가 보겠습니다.”
나는 관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그렇게 찐득거리진 않았다.
‘저기 적외선 카메라도 보이고.’
뭐, 이 정도라면야.
“이거 이제 닫힐 것 같은데… 문대문대 진짜 괜찮겠어?”
“오냐.”
대체 사람은 무슨 쫄보로 보는 거냐.
이 좁은 공간에서 뭐가 튀어나올 리도 없다. 눈 뜨고 그냥 있어도 되겠지.
나는 주먹을 쥔 채로 고개를 끄덕였고, 곧 관 뚜껑이 닫혔다.
투툭-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주변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밖의 소리는 잘만 들렸다.
‘방음 안 되는 건 차라리 좋군.’
나는 꼭 그 자리에서 눈만 감고 있는 것처럼 바깥의 상황을 파악했다.
일단 스피커에서 나오는 그 괴상한 기계음.
[제단 위에 촛불을 올리십시오.]
“뭐??”
“여기 촛불들을 가져가면 되는 것 같습니다! 앗!”
우왕좌왕하는 소리와 함께, 관이 살짝 울렸다. 아무래도 멤버들이 그 괴상하고 시뻘건 LED 촛불들을 관 뚜껑 위에 올리는 모양이었다.
‘가지가지 시키는군.’
나는 팔짱을 꼈다.
“뭐야. 그냥 올리면 되는 거야?”
“아, 여기 동그라미 무늬들이 촛불 받침대 모양이랑 똑같은데요?”
“음, 그럼 거기다가 올려보자.”
“OK! 우리 촛불 7개 필요해요!”
곧 몇 번의 진동과 옮기는 소리, 발소리가 관 밖에서 들렸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그리고 짧은 정적 후.
[번제!]
“으악.”
갑자기 스피커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말하는 것 같은 음울한 외침이 들리고, 바람 소리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이 더 소란스러워졌다.
“악!”
“Oh my…! What the!”
‘화장실 귀신이 탈출이라도 했냐.’
차라리 이 관짝에 들어온 게 꿀이었군. 내가 고개를 끄덕일 순간이었다.
위잉-
“…?”
가까운 곳에서 진동과 함께 작은 소리가 울렸다.
흡사 엔진이나 장치가 작동하는 소리.
…바로 내 머리맡이다.
“…….”
뭐야.
나는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새카만 어둠 속에서 보이는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손을 뻗어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손끝에서 진득한 색소와 목재의 느낌이 더듬더듬 느껴지고, 옆으로 슬슬 이동하는 그때.
달칵.
“…!!”
잠깐.
‘버튼 같은 걸 누른 것 같….’
그 순간이었다.
“으아아악!”
“이거 뭐야!?”
밖에서 또 격한 반응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이를 악물었다.
‘이 미친 제작진이!’
관이 흔들리고 있었다!
‘뭐야.’
그리고, 2초 후.
내가 누워 있던 관짝의 바닥이 엘리베이터처럼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어디로 가는 거지?
* * *
테스타의 데스 서바이벌 게임.
-돌았다
예고편이 나오자마자 팬들은 흥분했다.
무차별 추리 생존 예능!
누가 봐도 공포 분위기가 서늘해서 더욱 사람들의 상상력을 부추기는 것이다.
-와 무슨 내용이지 사이비 종교? 느낌인데
-응응 아직 날씨 개더움 무서운 거 보기 딱 좋아ㅋㅋㅋㅋ
-투표 결과 본방에서야 볼 수 있는 거야?ㅠㅠ 2주 어떻게 기다려…
그리고 그 반응에 호응하듯, 한나절이 채 지나기도 전에 새로운 영상이 떴다.
-새 예고편 떴다 (링크)
바로 멤버들의 놀란 표정과 당황한 리액션, 그리고 미친 듯이 난무하는 온갖 효과가 짧은 컷신들로 지나가는 예고편이었다.
컨셉이 확실한 흥미진진함, 스릴!
[여러분이 받은 첫 제물 징표는 후원자들의 투표로 결정된 것입니다.]
[배세진 : 후원자…?]
[여러분을 사랑하는 팬분들의 투표 결과,]
게다가 바로 한나절 전에 자신들이 투표한 내용이 예고편에 나오기까지 하는 것 아닌가!
-아 미치겠어
-진짜 우리가 투표한 애가 죽나 봐 헐ㅠㅠ
그렇게 몰입한 사람들이 손에 땀을 쥐었고, 급하게 초과 근무를 하며 만든 짧은 예고편은 거대한 자막과 함께 끝났다.
[Coming soon]
본방송 시간 알림과 함께 뜬 그 자막에 팬들은 다시 비명을 질렀다.
[본격 데스 서바이벌]
[테스타 멤버들은 과연 몇 명이나 살아남을 것인가!]
-아악
-와 스케일 봐
-애들 표정 진짜 찐으로 과몰입한 듯 벌써 꿀잼임
이런 것을 좋아하는 팬들은 도파민 자극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댓글을 미친 듯이 달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문대 선공개 왔어!!
테스타 멤버별로 하나씩 공개되던 티저가 드디어 박문대의 차례까지 왔다.
-아 나 이 비지엠 외우겠음
-심장 뛴다
-ㅠㅠㅠㅠ문대 머리 쓰는 거 보고 싶었어 아 너무 좋아
지금까지 긴장감 넘치는 장르 예능의 모습을 소개하는 전략적 이미지의 티저가 나왔기에, 박문대의 팬들 역시 그런 모습을 기대하며 영상을 클릭했으나….
3초 만에 갑자기 웅장한 영상 BGM이 사라지며 화면이 뿅 바뀐다.
-??
어딘가 뚱땅거리는, 어설퍼서 웃기지만 소울풀한 단독 리코더 BGM과 함께 등장한 인물.
바로 침대에서 자신의 프로필을 열어보는 박문대였다.
내레이션이 깔렸다.
[박문대 : 의사는 좋은 직업이죠.]
[박문대 : 멤버들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문대 의사인가보다
-어 잠깐만 유진이도 의사라며?
└?? 뭐임? 찐임?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진지한 얼굴로 프로필을 정독하던 박문대는, 다다음쯤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멈칫했다.
[?]
그는 뒷장을 보다가, 곧 맨 앞장으로 다시 훌쩍 넘기며 서류를 다급히 휙휙 앞뒤로 확인했다.
그리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허…….]
그 박문대의 위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느낌표가 뜨더니, 프로필을 비춰준다.
맨 앞장.
[당신의 직업은 의사입니다.]
그리고 뒷장.
[이제 앞에 수식어를 하나 붙여주세요.]
[장]
-???
[당신은 장의사입니다.]
갑작스러운 개드립이었다.
화면 속 박문대가 이마를 짚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박문대만 확신의 예능임
-아니 문댕댕ㅋㅋㅋㅋ또 티벳됨ㅋㅋ
-사기 아님 테스타도 스타니까 장의사도 의사네 말 되네
└미친놈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문대 : 그때 알았습니다.]
[박문대 : 믿었는데, 내가 이렇게 또 속았구나.]
인터뷰 컷이 삽입되었다.
허공을 보는 박문대의 뒤로 지금까지 테스타 자체 예능에서 속은 박문대의 모습이 반투명하게 지나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능 캐릭터라서 더 웃겼다.
애절한 리코더가 심금을 울렸다.
그리고.
[박문대 : 이렇게 또 낚이다니.]
[박문대 : 억울해서 안 되겠어요.]
[박문대 : 저도 낚아야겠습니다.]
박문대는 급발진을 선택했다.
-….???
-이게 뭐임
그리고 첫 소개의 장면.
박문대는 당당히 말했다.
[저는 의사입니다.]
[박문대 : 그렇게 됐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놈아
그렇게 박문대의 대환장 의사 트롤이 시작되었다.
적어도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혼자 확신의 개그 캐릭터로 포지셔닝한 박문대가 막판에 범인으로 밝혀지며 시청자들이 배신감에 비명을 지르기까지 딱 일주일이 남은 때였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91화
보안관, 김래빈이 ‘박문대’를 저격한다고 선언한 직후.
지잉!
“왁!”
“뭐, 뭐야?!”
관에서 플래시가 터지듯이 불빛이 터졌다.
그 빛은 마치 손전등이나 스포트라이트처럼 빙글빙글 멤버들을 따라 돌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우우웅-
그러다가, 이윽고 룰렛처럼 한 사람에게 멈췄다.
-보안관은 참가자 박문대를 저격합니다!
박문대.
바로 자신이 저격한 당사자에게!
“…….”
김래빈은 침을 삼켰다.
박문대는 무표정하게 관에서 쏘아져 나온 빛을 보았다.
숨 막히는 침묵이 방 안을 채웠다.
그리고.
“헉!”
거친 총소리가 울리고, 몇몇 멤버들이 움찔거렸다.
그리고 스피커가 터졌다.
기계음이 선고한다.
“…!!”
“와아악!!”
박문대를 쏘던 불빛이 빨갛게 물들었다.
숨 쉬는 것도 잊어버렸다.
성공이었다…!
‘그러니까…….’
박문대 형은 범인이 맞았다!
“허억.”
김래빈은 발에 힘이 풀려서 넘어질 뻔했다.
“김래빈!”
“래빈아 방금 뭐한 거야? 보안관 능력이야?”
“예…….”
“대, 대단해…!”
순식간에 분위기가 흥분으로 밝아졌다.
“그! 이런 게 있었으면 그냥 게임 시작할 때 하나씩 쏴버리지!”
‘그러다 실패하면 두 사람이 죽습니다만….’
얼굴이 벌게진 배세진에게 김래빈이 그렇게 설명하려던 찰나였다.
그보다 먼저 박문대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예. 졌습니다. 래빈이 대단하네요.”
“…!!”
“우리 중에 누구나 혼자서 카드 두 장 가지고 현관 가는 트릭 쓸 수 있는 건 맞는데요. 그걸 청우 형한테 부탁한 게 바로 저라서요. 추리 다 맞아요.”
“허어어억!”
“저 형도 학자 맞을 거고요.”
“이야, 대박!”
맙소사.
김래빈은 류청우를 돌아보았다. 류청우는 빙긋 웃고 있었다.
‘대체 언제?’
그때였다.
박문대가 손을 들어서 래빈이의 뒷머리 근처를 툭툭 도닥였다.
“증거도 없었는데 용케 알았다, 잘했어.”
“가, 감사합니다….”
“그러게, 이거 증거가 없어서 래빈이 직업 역할이 중요했네~ 대박이다.”
몇몇 멤버는 일어난 일을 복기해 보다가 혀를 내둘렀다.
그러니까, 박문대는 사실상 아무 직업 능력을 쓰지 않고 머리만을 써서 증명 못 할 트릭을 만든 것이다.
그걸 정확히 잡아낸 선아현도 놀라울 뿐이었다.
“아현이가 탐정 역할을 잘했죠.”
“아, 아냐….”
선아현은 칭찬에 잠시 기쁜 표정이 될 듯했으나, 곧 얼굴이 가라앉았다.
“저기, 문대야. 미안해… 내가, 문대에게 제물 징표를 넘겨서.”
“너도 몰랐을 텐데 뭐.”
“그렇지만. 이유는 있었어….”
“…?”
선아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탐정은… 카드를 교환하면, 상대의 직업을 알 수 있거든.”
“…!”
“그래서, 문대에게 내 직업을 알려주기 전에,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확인해 보려고 했어…….”
‘아아!’
그렇구나! 아현 형께서는 문대 형과 동맹을 맺고 싶은 마음에 사전 점검을 하셨던 것이다.
김래빈은 깨달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당사자, 박문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갑자기 장의사가 떴구나.”
“…….”
“……으응.”
거기서부터 난장판이 됐던 것이다.
박문대는 짧게 논평했다.
“나라도 나부터 의심했겠어.”
“으하하!”
멤버들이 빵 터졌다.
분위기가 한결 더 가벼워졌다. 마치 게임이 끝나기라도 한 듯이 이래저래 말이 오갔다.
“형 멋졌어요!”
“그런데 너희… 대체 언제 교환한 건데??”
“그건 방송으로 확인해 주세요.”
“하하.”
류청우가 겸연쩍게 웃었다. 배세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아니, 그리고 넌 대체 왜 박문대랑 교환을 한 거야! 몰래 해달라니, 누가 봐도 수상쩍은 요구였는데!”
“그것도 방송으로 부탁할게.”
“윽.”
“저희도 형이랑 이세진 중에 누가 변호사가 맞는지 방송으로 볼게요.”
“아니, 뭘 기다려… 나야!”
“이야~ 형님, 끝까지 버티시는 거예요?”
“야!”
배세진은 씩씩거렸지만, 그렇게 기분이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결국 헛웃음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래, 어쨌든… 성공했으니까!”
“예.”
잡은 범인 앞에서 그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분위기가 더욱 부드러워지며, 긴장감이 누그러지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방의 조명이 꺼졌다.
“…!”
그리고 촛불들이 하나둘 다시 켜졌다.
검붉은색 불빛.
그리고 사정없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뭐야?!”
“아 분위기 정말!”
스피커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검붉게 변한 LED 촛불의 불빛이 오싹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가운데, 스피커에서도 음질 낮은 현악기 합주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놀이공원의 테마곡 같은 오케스트라 소리.
김래빈은 심장이 덜컥했다.
* * *
이야, 분위기 한번 죽인다.
‘아트팀 고생했겠어.’
자본 맛이 느껴졌다.
나는 제대로 공포 분위기 조성하는 방안을 둘러봤다. 다들 표정이 별로군.
‘난 퇴근한다.’
다들 고생하시고.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여러분, 끝까지 잘 살아남으시고요.”
“그, 그게…….”
류청우가 손을 들었다.
“아, 그럼 나도?”
“아, 아닙니다!”
“…?”
왜 아니냐?
“제가 문대 형을 저격한 이유는 제물이신 분을 살리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김래빈은 보안관이 범인을 맞추면 제물은 살아난다는 소리를 열심히 말하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제물 대신 범인을 이 사이비 제단에다 때려 넣는 거네.’
보안관, 정말 가성비가 죽여주는 직업이었다.
밸런스 붕괴 아닌가 싶었는데, 설명 계속 들어보니 이거 범인 잘못 지목하면 김래빈도 터질 뻔했더라.
뭐, 양심적으로는 그 꼴 안 나서 다행이긴 했다만….
‘추리 실패해서 다른 놈 쏴도 재밌었겠는데.’
아니, 예능으론 그렇다.
게임 초반에 갑자기 영문도 모르고 둘 다 죽은 걸 발견하면 그런 꿀잼이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럼 추리고 나발이고 완전 대혼란 개판 예능이 됐긴 했겠다만, 그것도 대중적인 수요가 있지.
‘더 과감한 놈을 줘도 됐겠는데.’
나는 배세진에게 보안관이 가도록 조작하지 않은 제작진에게 혀를 찼다.
뭐, 덕분에 이렇게 되긴 했지만 말이다.
‘흐음.’
나는 붉은 불빛이 불길하게 흐르는 관짝을 손으로 몇 번 두드렸다.
탕탕!
“그럼 저 어떻게 제물이 되는 건가요.”
“어우 섬뜩해.”
그러자 그 추임새에 맞추듯이… 관이 자동으로 열렸다.
끼이이익.
“악!”
안은….
“엄마야.”
“아니… 여기에 사람을 넣으라고?”
피가 말라붙은 것처럼 처참한 몰골의 목재다.
그 소리와 함께 BGM이 더 기괴해졌다.
원래 둘이 들어가야 하니 시시덕거리며 별로 무서울 것도 없었겠다만, 일이 이렇게 돼서 나 혼자 들어가게 됐군.
그래서인지 주변 반응이 좀 달라졌다.
“아… 이거 생각보다 너무 리얼한데요?”
“으응, 문대, 무서운 거 힘들어할 텐데….”
“됐어. 이거 가지고 무슨.”
진짜 시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뭘 호들갑을 떠냐.
‘식용 색소 몸에 다 묻겠군.’
“들어가 보겠습니다.”
나는 관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그렇게 찐득거리진 않았다.
‘저기 적외선 카메라도 보이고.’
뭐, 이 정도라면야.
“이거 이제 닫힐 것 같은데… 문대문대 진짜 괜찮겠어?”
“오냐.”
대체 사람은 무슨 쫄보로 보는 거냐.
이 좁은 공간에서 뭐가 튀어나올 리도 없다. 눈 뜨고 그냥 있어도 되겠지.
나는 주먹을 쥔 채로 고개를 끄덕였고, 곧 관 뚜껑이 닫혔다.
투툭-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주변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밖의 소리는 잘만 들렸다.
‘방음 안 되는 건 차라리 좋군.’
나는 꼭 그 자리에서 눈만 감고 있는 것처럼 바깥의 상황을 파악했다.
일단 스피커에서 나오는 그 괴상한 기계음.
“뭐??”
“여기 촛불들을 가져가면 되는 것 같습니다! 앗!”
우왕좌왕하는 소리와 함께, 관이 살짝 울렸다. 아무래도 멤버들이 그 괴상하고 시뻘건 LED 촛불들을 관 뚜껑 위에 올리는 모양이었다.
‘가지가지 시키는군.’
나는 팔짱을 꼈다.
“뭐야. 그냥 올리면 되는 거야?”
“아, 여기 동그라미 무늬들이 촛불 받침대 모양이랑 똑같은데요?”
“음, 그럼 거기다가 올려보자.”
“OK! 우리 촛불 7개 필요해요!”
곧 몇 번의 진동과 옮기는 소리, 발소리가 관 밖에서 들렸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그리고 짧은 정적 후.
“으악.”
갑자기 스피커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말하는 것 같은 음울한 외침이 들리고, 바람 소리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이 더 소란스러워졌다.
“악!”
“Oh my…! What the!”
‘화장실 귀신이 탈출이라도 했냐.’
차라리 이 관짝에 들어온 게 꿀이었군. 내가 고개를 끄덕일 순간이었다.
위잉-
“…?”
가까운 곳에서 진동과 함께 작은 소리가 울렸다.
흡사 엔진이나 장치가 작동하는 소리.
…바로 내 머리맡이다.
“…….”
뭐야.
나는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새카만 어둠 속에서 보이는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손을 뻗어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손끝에서 진득한 색소와 목재의 느낌이 더듬더듬 느껴지고, 옆으로 슬슬 이동하는 그때.
달칵.
“…!!”
잠깐.
‘버튼 같은 걸 누른 것 같….’
그 순간이었다.
“으아아악!”
“이거 뭐야!?”
밖에서 또 격한 반응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이를 악물었다.
‘이 미친 제작진이!’
관이 흔들리고 있었다!
‘뭐야.’
그리고, 2초 후.
내가 누워 있던 관짝의 바닥이 엘리베이터처럼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어디로 가는 거지?
* * *
테스타의 데스 서바이벌 게임.
-돌았다
예고편이 나오자마자 팬들은 흥분했다.
무차별 추리 생존 예능!
누가 봐도 공포 분위기가 서늘해서 더욱 사람들의 상상력을 부추기는 것이다.
-와 무슨 내용이지 사이비 종교? 느낌인데
-응응 아직 날씨 개더움 무서운 거 보기 딱 좋아ㅋㅋㅋㅋ
-투표 결과 본방에서야 볼 수 있는 거야?ㅠㅠ 2주 어떻게 기다려…
그리고 그 반응에 호응하듯, 한나절이 채 지나기도 전에 새로운 영상이 떴다.
-새 예고편 떴다 (링크)
바로 멤버들의 놀란 표정과 당황한 리액션, 그리고 미친 듯이 난무하는 온갖 효과가 짧은 컷신들로 지나가는 예고편이었다.
컨셉이 확실한 흥미진진함, 스릴!
게다가 바로 한나절 전에 자신들이 투표한 내용이 예고편에 나오기까지 하는 것 아닌가!
-아 미치겠어
-진짜 우리가 투표한 애가 죽나 봐 헐ㅠㅠ
그렇게 몰입한 사람들이 손에 땀을 쥐었고, 급하게 초과 근무를 하며 만든 짧은 예고편은 거대한 자막과 함께 끝났다.
본방송 시간 알림과 함께 뜬 그 자막에 팬들은 다시 비명을 질렀다.
-아악
-와 스케일 봐
-애들 표정 진짜 찐으로 과몰입한 듯 벌써 꿀잼임
이런 것을 좋아하는 팬들은 도파민 자극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댓글을 미친 듯이 달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문대 선공개 왔어!!
테스타 멤버별로 하나씩 공개되던 티저가 드디어 박문대의 차례까지 왔다.
-아 나 이 비지엠 외우겠음
-심장 뛴다
-ㅠㅠㅠㅠ문대 머리 쓰는 거 보고 싶었어 아 너무 좋아
지금까지 긴장감 넘치는 장르 예능의 모습을 소개하는 전략적 이미지의 티저가 나왔기에, 박문대의 팬들 역시 그런 모습을 기대하며 영상을 클릭했으나….
3초 만에 갑자기 웅장한 영상 BGM이 사라지며 화면이 뿅 바뀐다.
-??
어딘가 뚱땅거리는, 어설퍼서 웃기지만 소울풀한 단독 리코더 BGM과 함께 등장한 인물.
바로 침대에서 자신의 프로필을 열어보는 박문대였다.
내레이션이 깔렸다.
-아 문대 의사인가보다
-어 잠깐만 유진이도 의사라며?
└?? 뭐임? 찐임?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진지한 얼굴로 프로필을 정독하던 박문대는, 다다음쯤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멈칫했다.
그는 뒷장을 보다가, 곧 맨 앞장으로 다시 훌쩍 넘기며 서류를 다급히 휙휙 앞뒤로 확인했다.
그리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 박문대의 위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느낌표가 뜨더니, 프로필을 비춰준다.
맨 앞장.
그리고 뒷장.
-???
갑작스러운 개드립이었다.
화면 속 박문대가 이마를 짚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박문대만 확신의 예능임
-아니 문댕댕ㅋㅋㅋㅋ또 티벳됨ㅋㅋ
-사기 아님 테스타도 스타니까 장의사도 의사네 말 되네
└미친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터뷰 컷이 삽입되었다.
허공을 보는 박문대의 뒤로 지금까지 테스타 자체 예능에서 속은 박문대의 모습이 반투명하게 지나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능 캐릭터라서 더 웃겼다.
애절한 리코더가 심금을 울렸다.
그리고.
박문대는 급발진을 선택했다.
-….???
-이게 뭐임
그리고 첫 소개의 장면.
박문대는 당당히 말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놈아
그렇게 박문대의 대환장 의사 트롤이 시작되었다.
적어도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혼자 확신의 개그 캐릭터로 포지셔닝한 박문대가 막판에 범인으로 밝혀지며 시청자들이 배신감에 비명을 지르기까지 딱 일주일이 남은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