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490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90화
김래빈의 자신의 직업 능력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보안관.
게임이 끝나기 전에 범인을 찾아내면, 그는 범인을 저격할 수 있었다…!
‘그러면 범인만 잡고, 제물이 된 멤버는 살릴 수 있어!’
본래 이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참가자들은 카드 교환을 통해 서로 제물 징표를 넘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물 징표를 넘긴 범인, 일명 검은 양이 누군지 올바르게 추리해 내면, 그 범인과 제물이 죽는다.
-추리해 내지 못하면 범인과 제물을 제외한 모두가 죽는다.
데스매치 팀전.
즉, 자동으로 범인과 제물 2명이 한 팀, 나머지 5명의 멤버들이 한 팀이 된다. 한쪽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안관이 범인 저격에 성공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범인과 제물, 둘 모두가 죽는 것이 아니라 범인만이 대신 제물로 바쳐지며 게임이 끝났다.
즉, 제물도 살 수 있다!
최소한의 사망!
최고의 루트라고 볼 수 있었다.
단, 조건이 있긴 했다.
-보안관이 잘못된 ‘범인’을 저격 시, 그 무고한 사람은 즉시 번제됩니다.
만일 김래빈이 실수로 범인이 아닌 사람을 저격해도, 저격당한 그 사람은 죽었다.
번제(燔祭), 즉, 저 관 모양 제단 위에서 불타 죽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 번에 올바른 범인을 잡아내야만 했다.
‘최선을 다하자!’
김래빈은 내심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그사이, 방 안의 상황은 충격과 혼란 속으로 더욱 빠져들고 있었다.
선아현의 폭로!
“네, 네가 탐정이라고?”
“…그리고 문대랑 카드 교환을 했을 때, 제물 징표가 넘어간 것 같다는 거지?”
“으응.”
동명이인 세진이들은 추리 시작 후 처음으로 싸우지 않고 선아현에게 일제히 되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둘 다 오묘한 표정이 되었다.
“그럼, 네 말이 맞다면….”
===================
1. 선아현 박문대
2. 차유진 류청우
[중간 점검]
3. 류청우 배세진
4. 차유진 박문대
===================
이 순서에 근거했을 때, 선아현과 교환한 이후, 박문대가 교환한 사람은….
마지막 4번.
4. 차유진 박문대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차유진.”
카드 교환 종료 1시간 전.
현관 근처에서 코인을 새롭게 찾아냈던 차유진은, 박문대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교환을 마쳤었다!
김래빈도 침을 삼켰다.
‘정말로…?’
그러나 당사자, 차유진은……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저 제물 아니에요. 왜냐하면 저 학자 아니에요.”
“…!?”
“맹세할 수 있어요. I swear.”
대단히 멀쩡했다.
멤버들은 약간 당황했다.
“그, 그럼 무슨 직업인데?”
“저는 의사예요.”
“…?!”
거침없는 차유진의 말에 멤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음, 문대가 의사가 아니라 장의사인 게 밝혀지자마자? 이거 타이밍이 좀 묘한데요~”
“문대 형 의사인지 몰랐어요! 저 그냥 조용하고 있었어요. 멤버들 말 관찰하고 답 알아내려고 했어요.”
배세진이 신중히 물었다.
“증명할 수 있어?”
“아무도 자기 직업 증명할 수 있는 사람 없어요. 하지만 전 의사 맞아요! 혹시 여기서 의사인 사람 있다면 나와서 말해요.”
“…….”
“아무도 안 말해요. 이유 알아요. 왜냐하면, 의사는 저예요!”
차유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 당당함은 확실히 진짜 같았다…….
‘정말인가?’
그렇다면 다시 추리해야 했다.
대체 누가 학자이며, 누가 범인이란 말인가. 김래빈이 어떻게든 다시 생각하려 했다.
그때였다.
박문대가 잠시 생각에 잠긴 것처럼 침묵하다가 곧 턱에 손을 대며 입을 열었다.
“…아현이 네가 탐정이라고 했잖아.”
“……으응.”
“그러면… 네가 탐정인 게 맞다고 봐도 다른 가능성도 있는데.”
“어떤, 게…?”
“시청자 투표로 첫 제물이 된 게. 탐정이 아니라 광대일 수도 있지.”
“…!!”
그렇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제물 징표의 첫 스타트 지점이, 탐정이 아니라 광대라면?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든단 말이지.”
박문대가 고개를 돌렸다.
“아직도 직업으로 거짓말하는 것 같은 수상한 사람 후보 중에, 카드 교환 기록이 있는 사람이 하나뿐이야.”
그리고 그는 자연스럽게 해당 사람을 쳐다보았다.
배세진.
“…!!”
“형. 중간 점검 이후에 청우 형과 교환했었죠.”
배세진이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직업 중에 기자가 없는데, 김래빈이 기자라고 주장한다고 했죠? 하지만 김래빈은 카드 교환 기록이 없어요.”
“…….”
“형이 이세진은 변호사가 아니라 광대라고 주장했지만, 그 이세진도 교환 기록이 없기는 마찬가지고요.”
그러니까, 지금 직업을 속 시원히 선점하지 못하고 논란이 있는 사람 중 카드를 교환한 기록이 있는 것은, 배세진뿐이었다!
‘그럴 수가!’
김래빈이 입을 벌리며 배세진을 보았다.
“잠깐.”
배세진은 최대한 침착한 어조로 대응했다.
“차유진이 자신감 있게 말할 뿐이지, 증거가 있는 건 아니잖아. 다른 사람이 의사인데 직업 미션 때문에 침묵 중일 수도 있어.”
“으음.”
“그리고… 그래! 차유진은 박문대 전에 류청우랑도 한번 카드를 교환했어. 그, 만약에 청우가 광대였고, 네 말대로 시청자 투표로 처음에 광대가 제물이었다면….”
류청우가 난감하단 표정으로 손을 들고 대답했다.
“음… 그래도 결국 마지막에 유진이가 문대와 카드를 교환했잖아. 그럼 제물 징표가 유진이에서 문대로 옮겨지는데?”
정확했다.
“그럼 문대가 제물이어야 하지만, 문대 직업은 학자가 아니라 장의사니까 불가능해.”
“아.”
결국 모순이었다. 최종 직업에서 불일치하니까.
‘불가능해.’
김래빈이 침을 삼켰다.
“만약에 유진이가 광대라 처음에 제물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이상해. 카드 교환을 한 나를 거쳐서, 너에게 징표가 넘어가거든.”
“…….”
“세진아, 네가 학자야? 최종 제물인.”
류청우의 물음에 배세진이 얼굴을 굳혔다.
“그럴 리가! 그리고 그 말대로면 네가 범인이라는 뜻이잖아! 마지막에 교환한 게 너니까!”
“응. 그러니까 그건 아니라는 거야. 그럼 같은 팀이니까, 우리가 서로를 이렇게 캐묻고 있을 리도 없지.”
류청우가 침착하게 계속 말했다.
“그리고 세진아. 아까는 이세진이가 광대라고 계속 주장하지 않았어?”
“…….”
맞는 말이었다.
배세진은 지금까지 변호사라는 직업을 두고, 서로가 광대라며 이세진과 박 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이제 와서 다른 사람을 광대라고 의심하긴 좀 그렇긴 했다.
결국 배세진은 침음했다.
“정말이지… 야 이세진! 직업을 솔직하게 밝혀! 추리가 안 되잖아!”
“…후! 형님 정말 연기 잘하시네요! 와~ 형이야말로 솔직히 말씀하시죠?”
“으이익!”
이세진 역시 이마에 핏줄이라도 솟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는 웃는 얼굴로 살벌하게 설명했다.
“애초에 형, 제가 광대라도 중간에 제물 징표를 넘기는 게 불가능하다니까요~ 저는 교환을 안 했잖아요.”
“…….”
그렇다. 카드 기록을 교환한 표에 없는 유이한 이름 중 하나가 바로 이세진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나….’
김래빈이 침을 삼켰다.
이세진의 친절한 설명은 계속되었다.
“근데 지금 최종 제물 직업이 ‘학자’잖아요?”
투표로 뽑힐 가능성이 높은 탐정도 광대도 아니었다.
최종 제물의 직업은, 학자!
“시청자들이 탐정을 투표했든 광대를 투표했든 간에, 그 직업 가진 사람은 지금 제물이 아니죠? 카드 교환으로 증표를 넘기긴 했다는 뜻이에요.”
“…….”
“어떻게 돌고 돈 건지는 모르지만… 최종적으로 학자한테 가도록요.”
이세진의 말은 논리적 허점이 하나도 없었다. 김래빈도 무심코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정말로, 교환 기록이 없는 이세진 형과 자신은 무고한 것이다!
“그럼… 차유진이 학자고, 박문대가 차유진한테 넘긴 게 맞다는 거잖아!”
“저 학자 아니에요. 분명히 다른 가능성 있어요.”
“그러니까 나도 범인 아니라고….”
“…….”
침묵이 흘렀다.
누구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심지어 박문대까지도 이렇게 말했다.
“……설마 처음부터 시청자분들이 학자를 뽑으셨나.”
“제작진들이 뭔가 수를 썼다?”
“으음.”
침음하는 멤버들은 이제 골이 다 아프다는 표정이었다.
직업이 엇갈려서 어떻게 해도 경우의 수가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래빈은 직업에 대한 정보를 하나 더 확실히 알고 있었다.
누구도 모르는 하나의 정보.
바로 자신.
‘내가 보안관이다!’
거기서부터 공백을 채우기 시작했다.
김래빈은 두 손을 모아쥐었다.
한 직업을 두고 싸운 동명이인, 그 두 사람은 각자 서로가 광대이며, 자신은 변호사라고 주장했다.
‘어느 분이든 올바른 추리와 진실을 말씀하신 거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표는 간단히 완성할 수 있다.
그는 천천히, 모두의 증언을 기억해 내며 사람과 직업을 매치시켰다.
그렇게 소거법으로 지워가다 보면….
“…….”
남은 것은 한 칸.
그는 깨달았다.
“…!”
김래빈은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남은 사람을.
“청우 형님.”
“응?”
김래빈은 그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자신이 만든 표를 떠올렸다.
멤버와 직업을 매치한 것이다.
===================
1. 류청우 – ?
2. 배세진 ? 변호사 (or 광대)
3. 선아현 – 탐정
4. 이세진 – 변호사 (or 광대)
5. 박문대 – 장의사
6. 김래빈 – 보안관
7. 차유진 ? 의사
===================
이렇게 채우면 결국 물음표는 하나.
그리고… 남는 직업도 하나.
거기에 넣으면, 이렇게 된다.
===================
1. 류청우 – 학자
===================
‘아.’
이러면, 직업 증언에 모순이 없다!
처음으로 나온 모순 없는 직업 정보.
‘여기서부터 추리를 시작해야 해!’
이제는 말해야 한다.
김래빈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보안관입니다.”
“…….”
“그러니까, 형께서 학자이십니다!”
“…!!”
“모든 직업 증언을 매치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것은 형님뿐입니다.”
김래빈은 자신이 만든 표를 열심히 설명했다. 멤버들이 대단히 집중해서 자신의 말을 듣는다는 것이 느껴졌다.
“…여기까지입니다!”
“…….”
김래빈은 숨을 골랐다.
‘믿어주실까?’
그가 간절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박문대는 손을 들었다.
“잠깐, 배세진 형이나 이세진이 광대가 아닐 확률은?”
“그건…….”
“나한테는 좀 부정확하게 느껴지는데. 증거가 없으니까.”
그럴 수가.
김래빈이 충격을 받아 침울해지려던 찰나였다.
“잠깐.”
“…!”
배세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끼어들었다.
“박문대, 너… 류청우를 감싸는 거 아니야? 그렇게 느껴지는데.”
“예? 무슨 말씀인지…….”
“마, 맞아.”
“…!”
선아현도 침착하게 끼어들었다.
“원래 문대라면, 그래도 한번 생각해 보자고… 말했을 것 같아. 래빈이가 용기를 내서, 한 말이니까.”
“음. 속이려는 걸 수도 있으니까.”
“래빈이가…?”
“…….”
모두가 침묵했다.
‘어?’
김래빈은 약간 당황했지만, 배세진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래빈이가 보안관이면, 무슨 미션이나 능력 때문에 직업을 기자로 속이려고 했던 거겠지. 오히려 이쪽이 나도 이해하기 편해.”
“세진 형….”
“보안관은 그냥 듣기에도 좋은 직업 같잖아. 아마 경찰 같은 역할이라 숨기려고 했을 거야.”
김래빈은 크게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박문대는 덤덤했다.
“예. 저도 그래서 이게 맞으면 좋겠는데… 청우 형이 학자면, 교환 기록으로 봤을 때 범인은 바로 나오는데요.”
“뭐…?”
“형이요.”
“…!!”
3. 류청우 배세진
“청우 형 마지막 교환 기록이 배세진 형이거든요.”
배세진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리고 김래빈도 깨달았다.
‘그러면 배세진 형께서 광대라고 가정한다면….’
광대 배세진이 처음에 제물이 됐고, 그것을 학자 류청우에게 넘겼다!
모든 것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마, 맙소사.’
그가 당혹스러움에 저격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던 순간이었다.
누군가 손을 들고 외쳤다.
“그거 이상해요!”
“…!”
차유진이었다.
녀석이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면 배세진 형이 김래빈 이야기 반대했을 거예요. 들키면 안 되니까.”
“…….”
“그런데 세진 형은 믿자고 먼저 말했어요. 하지만 문대 형이 반대했어요. 그러니까 문대 형 더 수상해요.”
“…….”
“혹시 문대 형이 비밀로 카드 교환한 거 아니에요?”
“…!!”
아아!
‘그래, 알리지 않고 몰래 숨어서 카드를 교환했다면….’
그렇게 생각해 보려던 김래빈은 곧 현실을 깨달았다.
‘…어?’
그리고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박문대였다.
“불가능해.”
“…!!”
“다들 아시겠지만, 현관문은 두 숙소의 정 가운데에 있습니다. 교환하려는 사람들이 안 들키면서 접근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뜻인데요.”
그렇다.
현관문은 딱 정중앙에 있었다.
거기에 둘 이상의 사람이 접근한다면 어떻게든 목격된다!
차유진을 돌아보며, 박문대는 친절히 말을 덧붙였다.
“거기서 교환을 시도하려고 하면 눈에 띄어. 실제로 둘 이상 움직이면 다들 감시했잖아.”
“…Umm.”
거기에 박문대는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
“게다가 전 아예 현관문 쪽으로 간 적이 없는데요.”
“뭐…?”
“중간 점검 이후로는 계속 제가 시작했던 숙소 쪽에 있었어요. 세진 형도 보셨잖아요.”
그렇다.
중간 점검 당시 각자 시작한 방에서 홀로 카드에 제물 징표가 있는지 확인한 이후.
-배세진, 박문대, 김래빈.
이 셋이 깨어났던 숙소.
박문대는 거기서 벗어나지 않고 계속 탐색을 진행한 것이다.
“…음, 왜 그랬는데?”
“혹시 화장실 귀신 없애는 방법 있나 해서.”
죽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의사 능력이 혹시 거기 쓰는 건가, 싶었다는 박문대의 설명은 매끄러웠다.
“내 직업이 장의사니까 혹시 귀신이랑 대화할 수 있나 했어.”
“헐.”
그러니까 결론은 이렇다.
-박문대는 중간 점검 이후 현관문에 접근한 적이 없으며, 코인도 없다.
그러니까….
‘문대 형님께서는, 교환을 시도한 적이 없다…!’
“결론적으로, 정황상 나는 카드 교환이 불가능한 사람이야.”
“…….”
“이걸로 제 결백은 다들 납득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심증뿐이었지만요. 박문대는 그렇게 덧붙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반박할 수 없다.’
김래빈은 옆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직업이 탐정이라고 밝힌 사람이 서 있었다.
충격을 받은 것처럼 눈을 크게 뜬 채였다.
‘이럴 수가.’
김래빈은 일부러 격려하기 위해 허둥지둥 말을 걸었다.
“저, 아현 형. 그렇다면 역시 교환을 시도한 다른 사람들을 의심해야 하는 건….”
“아, 아니.”
“…!!”
“가능해. 문대도…!”
선아현이 창백한 얼굴로 단호하게 중얼거렸다.
박문대는 동요 없이 되물었다.
“무슨 수로?”
“…….”
“설마 무전기를 썼다, 뭐 그런 이야기할 건 아니겠지. 제작진이 바보도 아니고, 그렇게 불공정한 걸 추리 하는 예능에 넣었을 리가 있냐.”
선아현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발언했다.
“문대는… 현관에 갈 필요가 없어.”
“…?”
“문대의 카드만 현관에 가면 돼…!”
“…아!!”
배세진이 순간 탄성을 내질렀다.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것이다.
그리고 선아현은 또박또박 설명했다.
“교환하려는 사람이, 박문대의 카드도 들고 현관으로 가면 되는 거야…!”
“…!!”
“그래! 그리고 현관을 지나가는 척하면서 혼자 두 카드를 다 사용해서 빨리 교환하면 되는 거잖아!”
“아아아!”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김래빈도 얼굴을 붉히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정확하신 말씀입니다!”
“고, 고마워…!”
두 사람이 직접 갈 필요가 없다, 그 허점을 찾아낸 선아현은 작게 미소지었다.
그러나 박문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럴 수도 있겠다.”
‘이렇게 시인을 하신다고?’
물론 그럴 리는 없었다.
“그럼 누구든 다 그럴 수 있었겠어요.”
“…!!”
“저 말고 아무나 상대에게 카드만 넘겨주면 가능한 방법 같은데요.”
맞았다.
“…….”
순간 다시 침묵이 흘렀다.
이세진이 한숨을 참으며 물었다.
“…혹시 현관 근처에서 어슬렁거렸던 멤버들 누구인지 기억나는 분?”
“…….”
여기서부터는 다시 오리무중이었다.
그리고, 사실 누군가의 증언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거짓 증언을 할 수 있었다.
다들 심정적으로는 박문대가 범인이라고 의심하면서도, 더 이야기할 거리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박문대는 반박에 아주 능했다.
‘그랬구나.’
그래서 김래빈은 깨달았다.
‘물적 증거가 없을 때는 더욱 보안관의 능력을 써야 해.’
그래야지만 범인 추리 중에 ‘나머지 5명 전멸’이라는, 혹시 모를 가장 큰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보안관의 능력으로 한번 검증하는 거야.’
물론, 리스크가 크긴 했다. 잘못된 범인을 저격하면 무고한 사람이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사실… 그 경우, 보안관도 죽는다.
김래빈은 룰 설명 다음 줄을 기억해 냈다.
-보안관이 잘못된 ‘범인’을 저격 시, 그 무고한 사람은 즉시 번제됩니다.
-그리고 보안관도 함께 번제됩니다.
즉, 보안관의 탄환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쏘는 것이었다.
그래도 잘못된 범인을 지목해서 모두 다 죽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것이다!
‘이제 시도해 볼 때야.’
김래빈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리고 손을 들었다.
“…?”
“김래빈?”
그는 외쳤다.
“보안관은 참가자 박문대를 저격합니다!”
“…!!”
그 순간, 가운데 놓인 거대한 관에서 눈부신 빛 효과가 튀어나왔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90화
김래빈의 자신의 직업 능력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보안관.
게임이 끝나기 전에 범인을 찾아내면, 그는 범인을 저격할 수 있었다…!
‘그러면 범인만 잡고, 제물이 된 멤버는 살릴 수 있어!’
본래 이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참가자들은 카드 교환을 통해 서로 제물 징표를 넘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물 징표를 넘긴 범인, 일명 검은 양이 누군지 올바르게 추리해 내면, 그 범인과 제물이 죽는다.
-추리해 내지 못하면 범인과 제물을 제외한 모두가 죽는다.
데스매치 팀전.
즉, 자동으로 범인과 제물 2명이 한 팀, 나머지 5명의 멤버들이 한 팀이 된다. 한쪽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안관이 범인 저격에 성공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범인과 제물, 둘 모두가 죽는 것이 아니라 범인만이 대신 제물로 바쳐지며 게임이 끝났다.
즉, 제물도 살 수 있다!
최소한의 사망!
최고의 루트라고 볼 수 있었다.
단, 조건이 있긴 했다.
-보안관이 잘못된 ‘범인’을 저격 시, 그 무고한 사람은 즉시 번제됩니다.
만일 김래빈이 실수로 범인이 아닌 사람을 저격해도, 저격당한 그 사람은 죽었다.
번제(燔祭), 즉, 저 관 모양 제단 위에서 불타 죽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 번에 올바른 범인을 잡아내야만 했다.
‘최선을 다하자!’
김래빈은 내심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그사이, 방 안의 상황은 충격과 혼란 속으로 더욱 빠져들고 있었다.
선아현의 폭로!
“네, 네가 탐정이라고?”
“…그리고 문대랑 카드 교환을 했을 때, 제물 징표가 넘어간 것 같다는 거지?”
“으응.”
동명이인 세진이들은 추리 시작 후 처음으로 싸우지 않고 선아현에게 일제히 되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둘 다 오묘한 표정이 되었다.
“그럼, 네 말이 맞다면….”
===================
1. 선아현 박문대
2. 차유진 류청우
3. 류청우 배세진
4. 차유진 박문대
===================
이 순서에 근거했을 때, 선아현과 교환한 이후, 박문대가 교환한 사람은….
마지막 4번.
4. 차유진 박문대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차유진.”
카드 교환 종료 1시간 전.
현관 근처에서 코인을 새롭게 찾아냈던 차유진은, 박문대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교환을 마쳤었다!
김래빈도 침을 삼켰다.
‘정말로…?’
그러나 당사자, 차유진은……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저 제물 아니에요. 왜냐하면 저 학자 아니에요.”
“…!?”
“맹세할 수 있어요. I swear.”
대단히 멀쩡했다.
멤버들은 약간 당황했다.
“그, 그럼 무슨 직업인데?”
“저는 의사예요.”
“…?!”
거침없는 차유진의 말에 멤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음, 문대가 의사가 아니라 장의사인 게 밝혀지자마자? 이거 타이밍이 좀 묘한데요~”
“문대 형 의사인지 몰랐어요! 저 그냥 조용하고 있었어요. 멤버들 말 관찰하고 답 알아내려고 했어요.”
배세진이 신중히 물었다.
“증명할 수 있어?”
“아무도 자기 직업 증명할 수 있는 사람 없어요. 하지만 전 의사 맞아요! 혹시 여기서 의사인 사람 있다면 나와서 말해요.”
“…….”
“아무도 안 말해요. 이유 알아요. 왜냐하면, 의사는 저예요!”
차유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 당당함은 확실히 진짜 같았다…….
‘정말인가?’
그렇다면 다시 추리해야 했다.
대체 누가 학자이며, 누가 범인이란 말인가. 김래빈이 어떻게든 다시 생각하려 했다.
그때였다.
박문대가 잠시 생각에 잠긴 것처럼 침묵하다가 곧 턱에 손을 대며 입을 열었다.
“…아현이 네가 탐정이라고 했잖아.”
“……으응.”
“그러면… 네가 탐정인 게 맞다고 봐도 다른 가능성도 있는데.”
“어떤, 게…?”
“시청자 투표로 첫 제물이 된 게. 탐정이 아니라 광대일 수도 있지.”
“…!!”
그렇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제물 징표의 첫 스타트 지점이, 탐정이 아니라 광대라면?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든단 말이지.”
박문대가 고개를 돌렸다.
“아직도 직업으로 거짓말하는 것 같은 수상한 사람 후보 중에, 카드 교환 기록이 있는 사람이 하나뿐이야.”
그리고 그는 자연스럽게 해당 사람을 쳐다보았다.
배세진.
“…!!”
“형. 중간 점검 이후에 청우 형과 교환했었죠.”
배세진이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직업 중에 기자가 없는데, 김래빈이 기자라고 주장한다고 했죠? 하지만 김래빈은 카드 교환 기록이 없어요.”
“…….”
“형이 이세진은 변호사가 아니라 광대라고 주장했지만, 그 이세진도 교환 기록이 없기는 마찬가지고요.”
그러니까, 지금 직업을 속 시원히 선점하지 못하고 논란이 있는 사람 중 카드를 교환한 기록이 있는 것은, 배세진뿐이었다!
‘그럴 수가!’
김래빈이 입을 벌리며 배세진을 보았다.
“잠깐.”
배세진은 최대한 침착한 어조로 대응했다.
“차유진이 자신감 있게 말할 뿐이지, 증거가 있는 건 아니잖아. 다른 사람이 의사인데 직업 미션 때문에 침묵 중일 수도 있어.”
“으음.”
“그리고… 그래! 차유진은 박문대 전에 류청우랑도 한번 카드를 교환했어. 그, 만약에 청우가 광대였고, 네 말대로 시청자 투표로 처음에 광대가 제물이었다면….”
류청우가 난감하단 표정으로 손을 들고 대답했다.
“음… 그래도 결국 마지막에 유진이가 문대와 카드를 교환했잖아. 그럼 제물 징표가 유진이에서 문대로 옮겨지는데?”
정확했다.
“그럼 문대가 제물이어야 하지만, 문대 직업은 학자가 아니라 장의사니까 불가능해.”
“아.”
결국 모순이었다. 최종 직업에서 불일치하니까.
‘불가능해.’
김래빈이 침을 삼켰다.
“만약에 유진이가 광대라 처음에 제물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이상해. 카드 교환을 한 나를 거쳐서, 너에게 징표가 넘어가거든.”
“…….”
“세진아, 네가 학자야? 최종 제물인.”
류청우의 물음에 배세진이 얼굴을 굳혔다.
“그럴 리가! 그리고 그 말대로면 네가 범인이라는 뜻이잖아! 마지막에 교환한 게 너니까!”
“응. 그러니까 그건 아니라는 거야. 그럼 같은 팀이니까, 우리가 서로를 이렇게 캐묻고 있을 리도 없지.”
류청우가 침착하게 계속 말했다.
“그리고 세진아. 아까는 이세진이가 광대라고 계속 주장하지 않았어?”
“…….”
맞는 말이었다.
배세진은 지금까지 변호사라는 직업을 두고, 서로가 광대라며 이세진과 박 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이제 와서 다른 사람을 광대라고 의심하긴 좀 그렇긴 했다.
결국 배세진은 침음했다.
“정말이지… 야 이세진! 직업을 솔직하게 밝혀! 추리가 안 되잖아!”
“…후! 형님 정말 연기 잘하시네요! 와~ 형이야말로 솔직히 말씀하시죠?”
“으이익!”
이세진 역시 이마에 핏줄이라도 솟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는 웃는 얼굴로 살벌하게 설명했다.
“애초에 형, 제가 광대라도 중간에 제물 징표를 넘기는 게 불가능하다니까요~ 저는 교환을 안 했잖아요.”
“…….”
그렇다. 카드 기록을 교환한 표에 없는 유이한 이름 중 하나가 바로 이세진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나….’
김래빈이 침을 삼켰다.
이세진의 친절한 설명은 계속되었다.
“근데 지금 최종 제물 직업이 ‘학자’잖아요?”
투표로 뽑힐 가능성이 높은 탐정도 광대도 아니었다.
최종 제물의 직업은, 학자!
“시청자들이 탐정을 투표했든 광대를 투표했든 간에, 그 직업 가진 사람은 지금 제물이 아니죠? 카드 교환으로 증표를 넘기긴 했다는 뜻이에요.”
“…….”
“어떻게 돌고 돈 건지는 모르지만… 최종적으로 학자한테 가도록요.”
이세진의 말은 논리적 허점이 하나도 없었다. 김래빈도 무심코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정말로, 교환 기록이 없는 이세진 형과 자신은 무고한 것이다!
“그럼… 차유진이 학자고, 박문대가 차유진한테 넘긴 게 맞다는 거잖아!”
“저 학자 아니에요. 분명히 다른 가능성 있어요.”
“그러니까 나도 범인 아니라고….”
“…….”
침묵이 흘렀다.
누구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심지어 박문대까지도 이렇게 말했다.
“……설마 처음부터 시청자분들이 학자를 뽑으셨나.”
“제작진들이 뭔가 수를 썼다?”
“으음.”
침음하는 멤버들은 이제 골이 다 아프다는 표정이었다.
직업이 엇갈려서 어떻게 해도 경우의 수가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래빈은 직업에 대한 정보를 하나 더 확실히 알고 있었다.
누구도 모르는 하나의 정보.
바로 자신.
‘내가 보안관이다!’
거기서부터 공백을 채우기 시작했다.
김래빈은 두 손을 모아쥐었다.
한 직업을 두고 싸운 동명이인, 그 두 사람은 각자 서로가 광대이며, 자신은 변호사라고 주장했다.
‘어느 분이든 올바른 추리와 진실을 말씀하신 거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표는 간단히 완성할 수 있다.
그는 천천히, 모두의 증언을 기억해 내며 사람과 직업을 매치시켰다.
그렇게 소거법으로 지워가다 보면….
“…….”
남은 것은 한 칸.
그는 깨달았다.
“…!”
김래빈은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남은 사람을.
“청우 형님.”
“응?”
김래빈은 그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자신이 만든 표를 떠올렸다.
멤버와 직업을 매치한 것이다.
===================
1. 류청우 – ?
2. 배세진 ? 변호사 (or 광대)
3. 선아현 – 탐정
4. 이세진 – 변호사 (or 광대)
5. 박문대 – 장의사
6. 김래빈 – 보안관
7. 차유진 ? 의사
===================
이렇게 채우면 결국 물음표는 하나.
그리고… 남는 직업도 하나.
거기에 넣으면, 이렇게 된다.
===================
1. 류청우 – 학자
===================
‘아.’
이러면, 직업 증언에 모순이 없다!
처음으로 나온 모순 없는 직업 정보.
‘여기서부터 추리를 시작해야 해!’
이제는 말해야 한다.
김래빈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보안관입니다.”
“…….”
“그러니까, 형께서 학자이십니다!”
“…!!”
“모든 직업 증언을 매치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것은 형님뿐입니다.”
김래빈은 자신이 만든 표를 열심히 설명했다. 멤버들이 대단히 집중해서 자신의 말을 듣는다는 것이 느껴졌다.
“…여기까지입니다!”
“…….”
김래빈은 숨을 골랐다.
‘믿어주실까?’
그가 간절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박문대는 손을 들었다.
“잠깐, 배세진 형이나 이세진이 광대가 아닐 확률은?”
“그건…….”
“나한테는 좀 부정확하게 느껴지는데. 증거가 없으니까.”
그럴 수가.
김래빈이 충격을 받아 침울해지려던 찰나였다.
“잠깐.”
“…!”
배세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끼어들었다.
“박문대, 너… 류청우를 감싸는 거 아니야? 그렇게 느껴지는데.”
“예? 무슨 말씀인지…….”
“마, 맞아.”
“…!”
선아현도 침착하게 끼어들었다.
“원래 문대라면, 그래도 한번 생각해 보자고… 말했을 것 같아. 래빈이가 용기를 내서, 한 말이니까.”
“음. 속이려는 걸 수도 있으니까.”
“래빈이가…?”
“…….”
모두가 침묵했다.
‘어?’
김래빈은 약간 당황했지만, 배세진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래빈이가 보안관이면, 무슨 미션이나 능력 때문에 직업을 기자로 속이려고 했던 거겠지. 오히려 이쪽이 나도 이해하기 편해.”
“세진 형….”
“보안관은 그냥 듣기에도 좋은 직업 같잖아. 아마 경찰 같은 역할이라 숨기려고 했을 거야.”
김래빈은 크게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박문대는 덤덤했다.
“예. 저도 그래서 이게 맞으면 좋겠는데… 청우 형이 학자면, 교환 기록으로 봤을 때 범인은 바로 나오는데요.”
“뭐…?”
“형이요.”
“…!!”
3. 류청우 배세진
“청우 형 마지막 교환 기록이 배세진 형이거든요.”
배세진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리고 김래빈도 깨달았다.
‘그러면 배세진 형께서 광대라고 가정한다면….’
광대 배세진이 처음에 제물이 됐고, 그것을 학자 류청우에게 넘겼다!
모든 것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마, 맙소사.’
그가 당혹스러움에 저격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던 순간이었다.
누군가 손을 들고 외쳤다.
“그거 이상해요!”
“…!”
차유진이었다.
녀석이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면 배세진 형이 김래빈 이야기 반대했을 거예요. 들키면 안 되니까.”
“…….”
“그런데 세진 형은 믿자고 먼저 말했어요. 하지만 문대 형이 반대했어요. 그러니까 문대 형 더 수상해요.”
“…….”
“혹시 문대 형이 비밀로 카드 교환한 거 아니에요?”
“…!!”
아아!
‘그래, 알리지 않고 몰래 숨어서 카드를 교환했다면….’
그렇게 생각해 보려던 김래빈은 곧 현실을 깨달았다.
‘…어?’
그리고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박문대였다.
“불가능해.”
“…!!”
“다들 아시겠지만, 현관문은 두 숙소의 정 가운데에 있습니다. 교환하려는 사람들이 안 들키면서 접근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뜻인데요.”
그렇다.
현관문은 딱 정중앙에 있었다.
거기에 둘 이상의 사람이 접근한다면 어떻게든 목격된다!
차유진을 돌아보며, 박문대는 친절히 말을 덧붙였다.
“거기서 교환을 시도하려고 하면 눈에 띄어. 실제로 둘 이상 움직이면 다들 감시했잖아.”
“…Umm.”
거기에 박문대는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
“게다가 전 아예 현관문 쪽으로 간 적이 없는데요.”
“뭐…?”
“중간 점검 이후로는 계속 제가 시작했던 숙소 쪽에 있었어요. 세진 형도 보셨잖아요.”
그렇다.
중간 점검 당시 각자 시작한 방에서 홀로 카드에 제물 징표가 있는지 확인한 이후.
-배세진, 박문대, 김래빈.
이 셋이 깨어났던 숙소.
박문대는 거기서 벗어나지 않고 계속 탐색을 진행한 것이다.
“…음, 왜 그랬는데?”
“혹시 화장실 귀신 없애는 방법 있나 해서.”
죽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의사 능력이 혹시 거기 쓰는 건가, 싶었다는 박문대의 설명은 매끄러웠다.
“내 직업이 장의사니까 혹시 귀신이랑 대화할 수 있나 했어.”
“헐.”
그러니까 결론은 이렇다.
-박문대는 중간 점검 이후 현관문에 접근한 적이 없으며, 코인도 없다.
그러니까….
‘문대 형님께서는, 교환을 시도한 적이 없다…!’
“결론적으로, 정황상 나는 카드 교환이 불가능한 사람이야.”
“…….”
“이걸로 제 결백은 다들 납득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심증뿐이었지만요. 박문대는 그렇게 덧붙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반박할 수 없다.’
김래빈은 옆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직업이 탐정이라고 밝힌 사람이 서 있었다.
충격을 받은 것처럼 눈을 크게 뜬 채였다.
‘이럴 수가.’
김래빈은 일부러 격려하기 위해 허둥지둥 말을 걸었다.
“저, 아현 형. 그렇다면 역시 교환을 시도한 다른 사람들을 의심해야 하는 건….”
“아, 아니.”
“…!!”
“가능해. 문대도…!”
선아현이 창백한 얼굴로 단호하게 중얼거렸다.
박문대는 동요 없이 되물었다.
“무슨 수로?”
“…….”
“설마 무전기를 썼다, 뭐 그런 이야기할 건 아니겠지. 제작진이 바보도 아니고, 그렇게 불공정한 걸 추리 하는 예능에 넣었을 리가 있냐.”
선아현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발언했다.
“문대는… 현관에 갈 필요가 없어.”
“…?”
“문대의 카드만 현관에 가면 돼…!”
“…아!!”
배세진이 순간 탄성을 내질렀다.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것이다.
그리고 선아현은 또박또박 설명했다.
“교환하려는 사람이, 박문대의 카드도 들고 현관으로 가면 되는 거야…!”
“…!!”
“그래! 그리고 현관을 지나가는 척하면서 혼자 두 카드를 다 사용해서 빨리 교환하면 되는 거잖아!”
“아아아!”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김래빈도 얼굴을 붉히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정확하신 말씀입니다!”
“고, 고마워…!”
두 사람이 직접 갈 필요가 없다, 그 허점을 찾아낸 선아현은 작게 미소지었다.
그러나 박문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럴 수도 있겠다.”
‘이렇게 시인을 하신다고?’
물론 그럴 리는 없었다.
“그럼 누구든 다 그럴 수 있었겠어요.”
“…!!”
“저 말고 아무나 상대에게 카드만 넘겨주면 가능한 방법 같은데요.”
맞았다.
“…….”
순간 다시 침묵이 흘렀다.
이세진이 한숨을 참으며 물었다.
“…혹시 현관 근처에서 어슬렁거렸던 멤버들 누구인지 기억나는 분?”
“…….”
여기서부터는 다시 오리무중이었다.
그리고, 사실 누군가의 증언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거짓 증언을 할 수 있었다.
다들 심정적으로는 박문대가 범인이라고 의심하면서도, 더 이야기할 거리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박문대는 반박에 아주 능했다.
‘그랬구나.’
그래서 김래빈은 깨달았다.
‘물적 증거가 없을 때는 더욱 보안관의 능력을 써야 해.’
그래야지만 범인 추리 중에 ‘나머지 5명 전멸’이라는, 혹시 모를 가장 큰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보안관의 능력으로 한번 검증하는 거야.’
물론, 리스크가 크긴 했다. 잘못된 범인을 저격하면 무고한 사람이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사실… 그 경우, 보안관도 죽는다.
김래빈은 룰 설명 다음 줄을 기억해 냈다.
-보안관이 잘못된 ‘범인’을 저격 시, 그 무고한 사람은 즉시 번제됩니다.
-그리고 보안관도 함께 번제됩니다.
즉, 보안관의 탄환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쏘는 것이었다.
그래도 잘못된 범인을 지목해서 모두 다 죽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것이다!
‘이제 시도해 볼 때야.’
김래빈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리고 손을 들었다.
“…?”
“김래빈?”
그는 외쳤다.
“보안관은 참가자 박문대를 저격합니다!”
“…!!”
그 순간, 가운데 놓인 거대한 관에서 눈부신 빛 효과가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