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489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89화
자신이 변호사라고 주장하는 동명이인.
배세진과 큰세진은 팽팽하게 설전을 벌이는 중이다.
“…이세진은 지금까지 조용히 있다가, 죽는 사람이 결정된 후에야 입을 열었어. 이건 누가 봐도 전략적이야. 일부러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거라고!”
“에이 형, 반대죠. 자기 직업이랑 능력을 초반부터 막 이야기하고 다니는 게 더 부자연스럽다니까요? 여러분 마피아 게임 한번 생각해 보세요~ 보통 선량한 시민은 마피아를 경계해서라도 잘 안 그래요.”
둘 다 일리가 있다.
어쨌든 둘 다 변호사일 리는 없고 하나는 뻥카라는 건데… 대단하군. 나는 내심 감탄했다.
“Oh… 문대 형은 누구 의심해요?”
“지금 상황만 보면 가능성은 둘 다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연기자고 하나는 예능을 잘한다.
‘천연덕스럽게 다른 직업인 척할 수 있겠지.’
둘 다 마음만 먹으면 트롤링 직업으로 빡겜이 가능한 것이다.
당장도 아주 둘 다 누구 하나 논리적으로 어색하지가 않다.
“…! 궤변이야. 나는 수상한 사람을 일찍 발견해서 믿을 만한 사람들한테 공유한 거지!”
“그러니까 그 이유도 사실 형이 마피아면 다 거짓말이잖아요. 그럼 그냥 근거 없는 이야기가 된다니까요?”
‘난리 났군.’
다른 녀석들의 동공이 빙빙 도는 게 보일 지경이다. 나는 내심 혀를 찼다.
그리고 손을 들었다.
“일단 두 사람 모두에게 질문 있는데요.”
“어?”
“변호사라는 직업에 관해서 설명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보통 거짓말하는 사람은 허점이 있으니까요.”
“그렇네. 자세히 말하다 보면 분명 누군가는 모순점이 생길 것 같아.”
류청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계속 캐묻다 보면 준비 안 한 것까지 즉석으로 지어내서 대답하게 되지.’
그럼 앞뒤 말이 안 맞으면서 논리가 어색하게 무너지는 것이다.
“아.”
속이야 어떨지 알 수 없다만, 동명이인 세진들은 겉으론 꽤 솔깃한 것처럼 반응했다.
“오 좋은 생각이다, 문대문대~”
“그럼 나부터 할게.”
배세진이 선수를 뺏기지 않겠다는 것 같이 튀어나왔다.
“변호사는… 총 몇 개의 직업이 있는지, 그리고 그 직업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
그리고 배세진은 자신이 아는 직업을 설명했다.
다른 녀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직업을 되뇐다.
“의사, 보안관, 탐정, 학자, 장의사, 광대….”
“그리고 변호사구나.”
“맞아.”
배세진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진 직업이 이 안에 없다면 손들어.”
반박은 없었다.
‘안색이 눈에 띄게 변하는 놈은 없다.’
자기가 가진 직업이 그중에 있다는 뜻이겠지.
‘즉, 배세진의 이야기는 진실일 확률이 높다.’
그 기색을 눈치챘는지 배세진은 도전적으로 큰세진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녀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음, 직업이 뭐가 있는지 아신다….”
그리고 녀석은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형님 말투 들으니까 진짜 아시는 건 맞는 것 같긴 한데요?”
“…!!”
“너, 지금 네가 변호사가 아닌데 거짓말했다고 인정하는….”
“아뇨, 아뇨.”
큰세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꽤 진지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배세진 형님은 저 능력을 가진 다른 직업 같다는 거죠. 변호사라는 것만 거짓말이고.”
“…!!”
그러니까, 큰세진의 말은….
‘배세진은 다른 직업의 능력으로 저 사실을 알아냈는데, 변호사라고 사칭 중이다?’
확실히, 경우의 수는 가능하다!
“아니 그냥… 사실 딱 봐도 변호사라는 직업군이랑 별로 상관없는 능력처럼 보이고요.”
“허억.”
김래빈이 경악했다. 그리고 동시에 배세진은 발끈했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원래 피고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하잖아. 이게 뭐가 어색해!”
“아니, 그런 능력은 그냥 봐도 범인이! 흑막이 가질 것처럼 보이는데요. 딱 판 짜기 좋아 보이잖아요~”
멤버들의 얼굴에 순간 ‘그런 것 같기도’라는 듯한 기색이 지나갔다.
그리고 배세진은 이제 싸늘한 얼굴로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
‘과몰입인지 연기인지.’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큰세진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럼 원래 변호사 능력은 뭔데.”
큰세진이 씩 웃으며 거침없이 말했다.
“한 사람을 지정해서, 그 사람이 무고한지 알 수 있는 능력이에요.”
“…!!”
맙소사.
그리고 큰세진의 발언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참고로 저 이미 써봤습니다~”
“……?!”
그 순간 방의 분위기가 변했다.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선아현이 반사적으로 되물을 정도였다.
“누, 누가…?”
“여기 우리 멤버~”
큰세진이 바로 자신 바로 옆에 있는 멤버의 등을 툭툭 두들겼다.
그건 바로….
“김래빈?”
“그렇지!”
녀석이 씩 웃는다. 김래빈은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표정이다.
하지만 곧 주변을 둘러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으로나마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
“저, 물론 저는 범인이 아니긴 합니다. 저는 애초에 카드 교환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배세진이 주먹을 불끈 쥐고 끼어들었다.
“말도 안 돼!”
“…?!”
김래빈이 충격을 받았다.
“김래빈은 자기 직업이 기자라고 했어! 그런데… 직업 중에는 기자가 없잖아!”
“…!!”
“아, 확실히 그러고 보니.”
김래빈의 눈이 핑글핑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저런.
“그리고 내가 지금 이 사실을 밝히려고 할 때마다 쟤가 막았어.”
“예?”
“이세진!!”
배세진이 가열 차게 외치더니, 손깍지를 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직업 중에 이상한 게 있었잖아.”
“예?”
“광대.”
“…….”
호오.
“그, 우리 지난번에 했던 카드 게임 기억나? 조커, 그러니까 광대 카드를 마지막에 들고 있으면 지는….”
도둑잡기 말이군.
배세진이 침을 삼키는 것이 보였다.
“그러니까, 김래빈도 그런 직업 아닐까? 우리가 망하는 게 미션인 거지.”
“예!?”
김래빈이 더 경악했다.
‘저게 연기면 저놈도 연기를 시켜야겠는데.’
그러나 배세진은 마침 논리가 연결된 것처럼 점점 확신 어린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세진이 학자인 거야.”
“네??”
“이세진이 제물이고, 내가 김래빈을 지목하지 못하게 만들어서 둘이 이기려는 거지!”
“…!!”
그런 룰이 있긴 했다.
-여러분이 검은 양을 알맞게 추리할 경우, 그 범인은 제물과 함께 번제됩니다.
-그러나 검은 양을 찾지 못할 경우, 검은 양과 제물을 제외한 모두가 번제됩니다.
즉, 제물이 된 사람이 살아나갈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이 범인을 못 맞추게 만드는 것이다.
“어때.”
“…….”
심증은 제법 괜찮았다.
그러나… 이세진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 알겠다.”
“…?”
이세진은 폭탄처럼 선언했다.
“아니, 형이 광대죠?”
“…!!”
“원래 블러핑하려는 사람들이 먼저 말하거든요. 판 깔려고.”
“뭐? 잠깐, 지금 애가 하는 건 자기가 몰리니까 나를 물고 늘어지는 그런… 뻔한 행동이야! 내 말을 답습하는 것뿐이잖아!”
“아니죠! 형이 제 발 저린 거죠.”
“야…!”
과몰입이 점점 심화되고 있었다. 이젠 자막으로 ‘정말로 싸우는 중입니다^^’ 같은 걸 넣을 것 넣어도 될 것 같군.
류청우가 황급히 중재에 나섰다.
“음… 세진아, 그러니까 이세진.”
“예엡!”
“그럼 네 추리도 한 번 논리를 들어볼 수 있을까?”
“그럼요~”
큰세진이 씩 웃었다.
“제 생각에는 세진 형이 광대고요. 검은 양, 그러니까 저희가 잡아야 하는 마피아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뭐?!”
“세진아, 진정하고 일단 듣자.”
류청우가 배세진을 진정시키는 사이였다.
큰세진이 나를 쳐다보더니, 눈을 찡긋한다.
“…….”
“그리고 제가 여기 들어오기 전에 문대한테 들은 게 있거든요?”
“…!?”
그렇다.
이런 게임에서 제일 발언권 좋을 만한 놈에게, 여기 들어오기 전에 공유한 정보가 있다.
-사실….
“말해도 되지?”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큰세진이 흔쾌히 입을 열었다.
“아현이가 학자라고 했대요.”
“…!!”
바로 이거다.
‘수상하잖아.’
‘학자’, 즉, 이번 게임에서 최종 제물로 선정된 직업이다.
“팬분들이 제물로 투표해 주신 첫 직업이 뭔지는 몰라도, 어쨌든 지금 최종 제물은 학자죠.”
나는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학자라고 말한 사람이 바로 있고요. 아현이요.”
“…….”
“그러니까 일단 어찌 됐든 선아현에게 질문을….”
“저, 저기.”
선아현이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
뭐?
* * *
어두컴컴한 사이비 교단의 재단.
그 주변을 둘러싸고 선 사람들은 끝없는 폭로 속에 허우적대는 중이다.
“저는, 다른 직업이에요.”
“예??”
대체 이 게임에서 진실된 자신의 직업을 밝힌 참가자가 있기는 하단 말인가?!
김래빈은 또 한 번 경악했다.
아현 형까지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배세진과 이세진 형께서 변호사라고 주장하시고 있다.’
‘문대 형은 의사라고 하셨고.’
그는 빠르게 머릿속으로 현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
테스타의 직업 (주장)
류청우 – ?
배세진 ? 변호사
선아현 – 학자
이세진 ? 변호사
박문대 – 의사
김래빈 ? 기자
차유진 – ?
===================
각자 이렇게 주장하는 상태인 것이다.
그리고 서로 서로 저격이 난무하고 있었다.
당장, 새롭게 폭로된 선아현마저도 자신이 ‘학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그럼 형께선 어떤 직업을 보유하고 계십니까?”
“으응, 나는 다른 사람의 직업을 알 수 있는, 능력이 있어.”
“헉.”
“그리고… 그걸로 문대를 확인했는데… 알아낸 게 있어.”
선아현이 결심이 선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문대는, 의사가 아니에요.”
“……!!”
“직업을, 속였어요…!”
또?
김래빈은 목이 부러질 듯이 고개를 돌렸다.
‘문대 형님께서는 분명….’
-우선 저는 의사입니다.
배세진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박문대?”
“…….”
박문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선아현이 계속 말을 이었다.
“문대는 의사, 라고 했지만… 아니었어요.”
“나 의사 맞는데.”
“아, 아니…!”
선아현이 금방이라도 눈물이 그렁그렁해질 것 같은 표정이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문대는, 장의사잖아.”
“…!!”
“뭐!?”
순간, 충격이 다시 한번 방 안 분위기를 강타했다.
-장의사?
김래빈은 고개를 돌렸다.
침착해야 했다. 확실히 확인하자!
‘문대 형의 반응이…….’
“…….”
굉장히 태연하시다?
약간… 쑥스러워하신다?
박문대는 머리를 긁적였다.
“음… 장의사도 끝은 의사로 끝나잖아요. 그러니까 의사는 맞지 않을까요.”
“…….”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야!”
“아니… 딱 봐도 마피아 게임 같은 거 같아서, 초반에 너무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이상하겠다 싶어서요.”
박문대가 볼을 긁적였다. 순식간에 긴장감이 무너졌다.
“무슨 소리야 대체!”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장의사도 의사.”
“미치겠다….”
“형 바보예요!”
박문대는 ‘암튼 난 거짓말은 안 했음’ 같은 표정으로 뻔뻔히 중얼거렸고, 사람들은 뒤집어졌다.
배세진은 이제 거의 절규 중이다.
“아무튼 그럼 인정하는 거지? 장의사는 뭔데?! 뭐 하는 직업인데 대체! 사람 속여야 하는 거야?!”
“아뇨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죽은 사람과 연락할 수 있다는데요. 아직 죽은 사람은 없다 보니까 어떻게 쓰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으윽.”
“그것도 사실 중간 점검 때 알았어요. 형한테 말했잖아요. 저 능력 모른다고.”
“으으…….”
박문대는 제 발 저린 것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냥 초반에 충동적으로 전략 좀 써봤다 이거다.
배세진은 끙끙거리다가 소리쳤다.
“그, 그럼 이거 시작할 때는 말했어야지!”
“하려고 했는데, 지금 변호사가 둘이나 나오고 아현이도 직업 속이고 난리라서 제가 밝혀봤자 묻힐 것 같아서요.”
“…….”
그건 그래.
그런 표정으로 배세진은 납득해 버렸고, 김래빈도 반쯤 납득했다.
“그리고.”
박문대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김래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
“세진 형이 말한 직업군들이 전 상당히 설득력 있다고 보거든요.”
“그, 그렇지.”
“그게 변호사 능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야!”
배세진 형의 반박을 자연스럽게 흘리며 박문대 형은 순식간에 쏘아 들었다.
김래빈, 자신에게.
“그래서 래빈아. 너 기자가 확실하냐.”
“…….”
침묵이 흘렀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까진가.’
그리고 김래빈이 입을 열려던 순간….
“Wait! 우리 목적 잃어버렸어요!”
“…!”
이번에는 잠잠하던 차유진이 끼어들었다!
“우리 목적은 제물과 범인 누군지 알아내는 거예요. 그러니까 중요한 건 다른 거예요.”
“어?”
“그게 뭔데?”
차유진은 거침없이 물었다.
“카드 교환 어떻게 했어요?”
“…!”
“[중요한 건 그 순서를 맞추는 거죠!] 그러니까, 모든 사람의 정보 필요해요. 수상한 사람을 미리 생각하면 안 돼요. 그럼 편견 생겨요.”
“으음…….”
박문대가 정리했다.
“그럼 네 말은 카드 교환 내역부터 쭉 정리하자는 거지.”
“Yes!”
“…일리 있네.”
“음, 확실히.”
꽤 많은 멤버가 고개를 끄덕였으나, 박문대는 덤덤히 덧붙였다.
“하지만 의심을 버리진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제가 보기엔 유진이가 래빈이를 감싼 것 같았거든요.”
“Ha?”
“나도 동의~”
“그래. 일단 교환 내역을 정리하고, 래빈이에겐 반드시 다시 물어보는 걸로 하자.”
“…알겠습니다!”
김래빈은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할 수 있는 곳까지는 최선을 다하여 갈 생각이었다.
-정체를 숨기는 것이 좋습니다.
김래빈은 자신이 받은 직업 프로필에 적힌 조언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 그럼 정리하자.”
그 사이에, 멤버들은 하나씩 현관에서 카드를 교환하던 장면을 목격한 것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은… 문대랑 아현이가 교환했지?”
“그래.”
“그다음으로 차유진이 청우 형과 교환했습니다.”
그런 뒤에 알람이 울렸고, 사람들은 각자 시작한 방으로 돌아가서 카드를 확인했다….
그 후.
“후반에는 이게 끝?”
“그런 것 같은데.”
정리하자면, 이렇다.
===================
1. 선아현 박문대
2. 차유진 류청우
[중간 점검]
3. 류청우 배세진
4. 차유진 박문대
===================
딱 4번.
“코인을 가진 사람을 앞에다가 뒀습니다. 그러니까, 권유한 사람.”
“알겠습니다!”
김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들~ 치킨 데우러 가는 거라고 그렇게 말씀하시더니만 결국 교환하셨네요! 설마 수상하게 몰래 하신 겁니까~?”
“네가 하도 난리니까! 너 화장실 갔을 때 얼른 했어. 다른 애들은 다 봤고.”
“세상에.”
옆에선 또 말싸움 같은 만담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는 열심히 생각했다.
‘그렇다면, 용의자는 이 안에 있다… 사람들에겐 그렇게 보이는 건가?’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5명이었다.
제외되는 소수에 직업을 속인 자신이 포함되는 이 기묘한 상황에 김래빈은 눈이 핑글핑글 돌아갈 것 같았다.
“음, 지금 말한 것 외에 또 교환하셨던 분?”
이세진의 질문에 침묵이 흘렀다. 그의 얼굴의 미소가 진해졌다.
“그러면… 중간 점검 때 자기가 꽝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하시는 분? 그 제물 표식이요!”
“…….”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저 알았어요.”
“…!”
차유진이 안광을 빛내며 손을 들었다.
“중간 점검 때 제물? 카드 가졌던 사람 마피아예요.”
“…!”
“왜냐하면, 그 사람이 지금 나타나지 않아요. 그건 자기 교환 기록 알려주고 싶지 않다는 뜻이에요.”
범인이 아니라면, 분명 협조해서 누구에게 갔는지 교환 순서를 캐냈을 거란 뜻이었다.
“아…!”
멤버들이 순간 감탄했다.
하지만.
“그건 반대일 수도 있어. 차유진!”
“Umm?”
김래빈이 신중한 목소리로 대응했다.
“그때 제물 카드를 가졌던 분께서 교환을 안 하셔서, 지금도 그대로 제물일 수도 있어.”
“Oh,”
제물은 범인 추리가 실패해야 범인과 함께 살아남는다.
제물도 입을 다물고 있을 이유는 확실했다!
“아, 근데 지금 제물이 학자잖아~”
이세진이 문득 생각난 것처럼 말했다.
“시청자분 투표면 여기서 죽일 직업으로 학자를 고르시진 않았을 것 같지 않아? 좀 더 눈에 띄는 직업 고르게 되잖아. 그렇지 문대문대?”
“그건 그렇지.”
박문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배세진도 호응했다.
“그래, 박문대가 그랬지…! 탐정 아니면 광대로 첫 투표가 나왔을 것 같다고.”
“음, 예.”
그러니까 분명 교환한 사람 중에 있다는 뜻이었다.
“아~ 그래도 이럴 수는 있겠다.”
이세진이 씩 웃었다.
“중간 점검 전에 일찍 교환했던 사람이 그대로 가져갔을 수도 있겠어요.”
“…!”
“그럼 래빈이 말대로 제물이지!”
그 순간이었다.
“아…!”
“…?”
선아현이 입을 틀어막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신 건가?’
김래빈이 선아현을 들여다보며 걱정하려던 찰나였다.
“나야.”
“…??”
“내가… 문대에게, 제물을 넘긴 것 같아.”
선아현이 허옇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나, 탐정이야…….”
“……!!”
그리고 선아현은 몸을 곧게 폈다.
“그, 그런데, 문대는 학자가 아니야. 그러니까… 문대가 학자인 사람에게 제물 징표를, 넘겼다는 거야.”
“…….”
김래빈은 교환 목록을 확인했다.
중간 점검 이후, 박문대의 교환 건….
4. 차유진 박문대
“……!”
이게 진실이라면.
‘설마.’
차유진이 제물이었다.
‘문대 형님이 범인이고, 차유진이 제물, 학자다…!’
그러고 보니, 차유진의 직업을 모른다는 걸 깨달은 김래빈은 주먹을 쥐며 생각했다.
‘이게 맞으면… 행동해야 하는 건가?’
그는 아직도 ‘직업 능력’을 쓸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의 능력.
-올바른 ‘범인’을 저격 시, 제물 대신 죽일 수 있습니다.
범인 저격.
그렇다.
김래빈의 직업은 ‘보안관’이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89화
자신이 변호사라고 주장하는 동명이인.
배세진과 큰세진은 팽팽하게 설전을 벌이는 중이다.
“…이세진은 지금까지 조용히 있다가, 죽는 사람이 결정된 후에야 입을 열었어. 이건 누가 봐도 전략적이야. 일부러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거라고!”
“에이 형, 반대죠. 자기 직업이랑 능력을 초반부터 막 이야기하고 다니는 게 더 부자연스럽다니까요? 여러분 마피아 게임 한번 생각해 보세요~ 보통 선량한 시민은 마피아를 경계해서라도 잘 안 그래요.”
둘 다 일리가 있다.
어쨌든 둘 다 변호사일 리는 없고 하나는 뻥카라는 건데… 대단하군. 나는 내심 감탄했다.
“Oh… 문대 형은 누구 의심해요?”
“지금 상황만 보면 가능성은 둘 다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연기자고 하나는 예능을 잘한다.
‘천연덕스럽게 다른 직업인 척할 수 있겠지.’
둘 다 마음만 먹으면 트롤링 직업으로 빡겜이 가능한 것이다.
당장도 아주 둘 다 누구 하나 논리적으로 어색하지가 않다.
“…! 궤변이야. 나는 수상한 사람을 일찍 발견해서 믿을 만한 사람들한테 공유한 거지!”
“그러니까 그 이유도 사실 형이 마피아면 다 거짓말이잖아요. 그럼 그냥 근거 없는 이야기가 된다니까요?”
‘난리 났군.’
다른 녀석들의 동공이 빙빙 도는 게 보일 지경이다. 나는 내심 혀를 찼다.
그리고 손을 들었다.
“일단 두 사람 모두에게 질문 있는데요.”
“어?”
“변호사라는 직업에 관해서 설명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보통 거짓말하는 사람은 허점이 있으니까요.”
“그렇네. 자세히 말하다 보면 분명 누군가는 모순점이 생길 것 같아.”
류청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계속 캐묻다 보면 준비 안 한 것까지 즉석으로 지어내서 대답하게 되지.’
그럼 앞뒤 말이 안 맞으면서 논리가 어색하게 무너지는 것이다.
“아.”
속이야 어떨지 알 수 없다만, 동명이인 세진들은 겉으론 꽤 솔깃한 것처럼 반응했다.
“오 좋은 생각이다, 문대문대~”
“그럼 나부터 할게.”
배세진이 선수를 뺏기지 않겠다는 것 같이 튀어나왔다.
“변호사는… 총 몇 개의 직업이 있는지, 그리고 그 직업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
그리고 배세진은 자신이 아는 직업을 설명했다.
다른 녀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직업을 되뇐다.
“의사, 보안관, 탐정, 학자, 장의사, 광대….”
“그리고 변호사구나.”
“맞아.”
배세진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진 직업이 이 안에 없다면 손들어.”
반박은 없었다.
‘안색이 눈에 띄게 변하는 놈은 없다.’
자기가 가진 직업이 그중에 있다는 뜻이겠지.
‘즉, 배세진의 이야기는 진실일 확률이 높다.’
그 기색을 눈치챘는지 배세진은 도전적으로 큰세진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녀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음, 직업이 뭐가 있는지 아신다….”
그리고 녀석은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형님 말투 들으니까 진짜 아시는 건 맞는 것 같긴 한데요?”
“…!!”
“너, 지금 네가 변호사가 아닌데 거짓말했다고 인정하는….”
“아뇨, 아뇨.”
큰세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꽤 진지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배세진 형님은 저 능력을 가진 다른 직업 같다는 거죠. 변호사라는 것만 거짓말이고.”
“…!!”
그러니까, 큰세진의 말은….
‘배세진은 다른 직업의 능력으로 저 사실을 알아냈는데, 변호사라고 사칭 중이다?’
확실히, 경우의 수는 가능하다!
“아니 그냥… 사실 딱 봐도 변호사라는 직업군이랑 별로 상관없는 능력처럼 보이고요.”
“허억.”
김래빈이 경악했다. 그리고 동시에 배세진은 발끈했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원래 피고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하잖아. 이게 뭐가 어색해!”
“아니, 그런 능력은 그냥 봐도 범인이! 흑막이 가질 것처럼 보이는데요. 딱 판 짜기 좋아 보이잖아요~”
멤버들의 얼굴에 순간 ‘그런 것 같기도’라는 듯한 기색이 지나갔다.
그리고 배세진은 이제 싸늘한 얼굴로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
‘과몰입인지 연기인지.’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큰세진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럼 원래 변호사 능력은 뭔데.”
큰세진이 씩 웃으며 거침없이 말했다.
“한 사람을 지정해서, 그 사람이 무고한지 알 수 있는 능력이에요.”
“…!!”
맙소사.
그리고 큰세진의 발언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참고로 저 이미 써봤습니다~”
“……?!”
그 순간 방의 분위기가 변했다.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선아현이 반사적으로 되물을 정도였다.
“누, 누가…?”
“여기 우리 멤버~”
큰세진이 바로 자신 바로 옆에 있는 멤버의 등을 툭툭 두들겼다.
그건 바로….
“김래빈?”
“그렇지!”
녀석이 씩 웃는다. 김래빈은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표정이다.
하지만 곧 주변을 둘러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으로나마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
“저, 물론 저는 범인이 아니긴 합니다. 저는 애초에 카드 교환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배세진이 주먹을 불끈 쥐고 끼어들었다.
“말도 안 돼!”
“…?!”
김래빈이 충격을 받았다.
“김래빈은 자기 직업이 기자라고 했어! 그런데… 직업 중에는 기자가 없잖아!”
“…!!”
“아, 확실히 그러고 보니.”
김래빈의 눈이 핑글핑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저런.
“그리고 내가 지금 이 사실을 밝히려고 할 때마다 쟤가 막았어.”
“예?”
“이세진!!”
배세진이 가열 차게 외치더니, 손깍지를 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직업 중에 이상한 게 있었잖아.”
“예?”
“광대.”
“…….”
호오.
“그, 우리 지난번에 했던 카드 게임 기억나? 조커, 그러니까 광대 카드를 마지막에 들고 있으면 지는….”
도둑잡기 말이군.
배세진이 침을 삼키는 것이 보였다.
“그러니까, 김래빈도 그런 직업 아닐까? 우리가 망하는 게 미션인 거지.”
“예!?”
김래빈이 더 경악했다.
‘저게 연기면 저놈도 연기를 시켜야겠는데.’
그러나 배세진은 마침 논리가 연결된 것처럼 점점 확신 어린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세진이 학자인 거야.”
“네??”
“이세진이 제물이고, 내가 김래빈을 지목하지 못하게 만들어서 둘이 이기려는 거지!”
“…!!”
그런 룰이 있긴 했다.
-여러분이 검은 양을 알맞게 추리할 경우, 그 범인은 제물과 함께 번제됩니다.
-그러나 검은 양을 찾지 못할 경우, 검은 양과 제물을 제외한 모두가 번제됩니다.
즉, 제물이 된 사람이 살아나갈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이 범인을 못 맞추게 만드는 것이다.
“어때.”
“…….”
심증은 제법 괜찮았다.
그러나… 이세진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 알겠다.”
“…?”
이세진은 폭탄처럼 선언했다.
“아니, 형이 광대죠?”
“…!!”
“원래 블러핑하려는 사람들이 먼저 말하거든요. 판 깔려고.”
“뭐? 잠깐, 지금 애가 하는 건 자기가 몰리니까 나를 물고 늘어지는 그런… 뻔한 행동이야! 내 말을 답습하는 것뿐이잖아!”
“아니죠! 형이 제 발 저린 거죠.”
“야…!”
과몰입이 점점 심화되고 있었다. 이젠 자막으로 ‘정말로 싸우는 중입니다^^’ 같은 걸 넣을 것 넣어도 될 것 같군.
류청우가 황급히 중재에 나섰다.
“음… 세진아, 그러니까 이세진.”
“예엡!”
“그럼 네 추리도 한 번 논리를 들어볼 수 있을까?”
“그럼요~”
큰세진이 씩 웃었다.
“제 생각에는 세진 형이 광대고요. 검은 양, 그러니까 저희가 잡아야 하는 마피아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뭐?!”
“세진아, 진정하고 일단 듣자.”
류청우가 배세진을 진정시키는 사이였다.
큰세진이 나를 쳐다보더니, 눈을 찡긋한다.
“…….”
“그리고 제가 여기 들어오기 전에 문대한테 들은 게 있거든요?”
“…!?”
그렇다.
이런 게임에서 제일 발언권 좋을 만한 놈에게, 여기 들어오기 전에 공유한 정보가 있다.
-사실….
“말해도 되지?”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큰세진이 흔쾌히 입을 열었다.
“아현이가 학자라고 했대요.”
“…!!”
바로 이거다.
‘수상하잖아.’
‘학자’, 즉, 이번 게임에서 최종 제물로 선정된 직업이다.
“팬분들이 제물로 투표해 주신 첫 직업이 뭔지는 몰라도, 어쨌든 지금 최종 제물은 학자죠.”
나는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학자라고 말한 사람이 바로 있고요. 아현이요.”
“…….”
“그러니까 일단 어찌 됐든 선아현에게 질문을….”
“저, 저기.”
선아현이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
뭐?
* * *
어두컴컴한 사이비 교단의 재단.
그 주변을 둘러싸고 선 사람들은 끝없는 폭로 속에 허우적대는 중이다.
“저는, 다른 직업이에요.”
“예??”
대체 이 게임에서 진실된 자신의 직업을 밝힌 참가자가 있기는 하단 말인가?!
김래빈은 또 한 번 경악했다.
아현 형까지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배세진과 이세진 형께서 변호사라고 주장하시고 있다.’
‘문대 형은 의사라고 하셨고.’
그는 빠르게 머릿속으로 현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
테스타의 직업 (주장)
류청우 – ?
배세진 ? 변호사
선아현 – 학자
이세진 ? 변호사
박문대 – 의사
김래빈 ? 기자
차유진 – ?
===================
각자 이렇게 주장하는 상태인 것이다.
그리고 서로 서로 저격이 난무하고 있었다.
당장, 새롭게 폭로된 선아현마저도 자신이 ‘학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그럼 형께선 어떤 직업을 보유하고 계십니까?”
“으응, 나는 다른 사람의 직업을 알 수 있는, 능력이 있어.”
“헉.”
“그리고… 그걸로 문대를 확인했는데… 알아낸 게 있어.”
선아현이 결심이 선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문대는, 의사가 아니에요.”
“……!!”
“직업을, 속였어요…!”
또?
김래빈은 목이 부러질 듯이 고개를 돌렸다.
‘문대 형님께서는 분명….’
-우선 저는 의사입니다.
배세진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박문대?”
“…….”
박문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선아현이 계속 말을 이었다.
“문대는 의사, 라고 했지만… 아니었어요.”
“나 의사 맞는데.”
“아, 아니…!”
선아현이 금방이라도 눈물이 그렁그렁해질 것 같은 표정이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문대는, 장의사잖아.”
“…!!”
“뭐!?”
순간, 충격이 다시 한번 방 안 분위기를 강타했다.
-장의사?
김래빈은 고개를 돌렸다.
침착해야 했다. 확실히 확인하자!
‘문대 형의 반응이…….’
“…….”
굉장히 태연하시다?
약간… 쑥스러워하신다?
박문대는 머리를 긁적였다.
“음… 장의사도 끝은 의사로 끝나잖아요. 그러니까 의사는 맞지 않을까요.”
“…….”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야!”
“아니… 딱 봐도 마피아 게임 같은 거 같아서, 초반에 너무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이상하겠다 싶어서요.”
박문대가 볼을 긁적였다. 순식간에 긴장감이 무너졌다.
“무슨 소리야 대체!”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장의사도 의사.”
“미치겠다….”
“형 바보예요!”
박문대는 ‘암튼 난 거짓말은 안 했음’ 같은 표정으로 뻔뻔히 중얼거렸고, 사람들은 뒤집어졌다.
배세진은 이제 거의 절규 중이다.
“아무튼 그럼 인정하는 거지? 장의사는 뭔데?! 뭐 하는 직업인데 대체! 사람 속여야 하는 거야?!”
“아뇨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죽은 사람과 연락할 수 있다는데요. 아직 죽은 사람은 없다 보니까 어떻게 쓰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으윽.”
“그것도 사실 중간 점검 때 알았어요. 형한테 말했잖아요. 저 능력 모른다고.”
“으으…….”
박문대는 제 발 저린 것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냥 초반에 충동적으로 전략 좀 써봤다 이거다.
배세진은 끙끙거리다가 소리쳤다.
“그, 그럼 이거 시작할 때는 말했어야지!”
“하려고 했는데, 지금 변호사가 둘이나 나오고 아현이도 직업 속이고 난리라서 제가 밝혀봤자 묻힐 것 같아서요.”
“…….”
그건 그래.
그런 표정으로 배세진은 납득해 버렸고, 김래빈도 반쯤 납득했다.
“그리고.”
박문대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김래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
“세진 형이 말한 직업군들이 전 상당히 설득력 있다고 보거든요.”
“그, 그렇지.”
“그게 변호사 능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야!”
배세진 형의 반박을 자연스럽게 흘리며 박문대 형은 순식간에 쏘아 들었다.
김래빈, 자신에게.
“그래서 래빈아. 너 기자가 확실하냐.”
“…….”
침묵이 흘렀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까진가.’
그리고 김래빈이 입을 열려던 순간….
“Wait! 우리 목적 잃어버렸어요!”
“…!”
이번에는 잠잠하던 차유진이 끼어들었다!
“우리 목적은 제물과 범인 누군지 알아내는 거예요. 그러니까 중요한 건 다른 거예요.”
“어?”
“그게 뭔데?”
차유진은 거침없이 물었다.
“카드 교환 어떻게 했어요?”
“…!”
“[중요한 건 그 순서를 맞추는 거죠!] 그러니까, 모든 사람의 정보 필요해요. 수상한 사람을 미리 생각하면 안 돼요. 그럼 편견 생겨요.”
“으음…….”
박문대가 정리했다.
“그럼 네 말은 카드 교환 내역부터 쭉 정리하자는 거지.”
“Yes!”
“…일리 있네.”
“음, 확실히.”
꽤 많은 멤버가 고개를 끄덕였으나, 박문대는 덤덤히 덧붙였다.
“하지만 의심을 버리진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제가 보기엔 유진이가 래빈이를 감싼 것 같았거든요.”
“Ha?”
“나도 동의~”
“그래. 일단 교환 내역을 정리하고, 래빈이에겐 반드시 다시 물어보는 걸로 하자.”
“…알겠습니다!”
김래빈은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할 수 있는 곳까지는 최선을 다하여 갈 생각이었다.
-정체를 숨기는 것이 좋습니다.
김래빈은 자신이 받은 직업 프로필에 적힌 조언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 그럼 정리하자.”
그 사이에, 멤버들은 하나씩 현관에서 카드를 교환하던 장면을 목격한 것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은… 문대랑 아현이가 교환했지?”
“그래.”
“그다음으로 차유진이 청우 형과 교환했습니다.”
그런 뒤에 알람이 울렸고, 사람들은 각자 시작한 방으로 돌아가서 카드를 확인했다….
그 후.
“후반에는 이게 끝?”
“그런 것 같은데.”
정리하자면, 이렇다.
===================
1. 선아현 박문대
2. 차유진 류청우
3. 류청우 배세진
4. 차유진 박문대
===================
딱 4번.
“코인을 가진 사람을 앞에다가 뒀습니다. 그러니까, 권유한 사람.”
“알겠습니다!”
김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들~ 치킨 데우러 가는 거라고 그렇게 말씀하시더니만 결국 교환하셨네요! 설마 수상하게 몰래 하신 겁니까~?”
“네가 하도 난리니까! 너 화장실 갔을 때 얼른 했어. 다른 애들은 다 봤고.”
“세상에.”
옆에선 또 말싸움 같은 만담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는 열심히 생각했다.
‘그렇다면, 용의자는 이 안에 있다… 사람들에겐 그렇게 보이는 건가?’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5명이었다.
제외되는 소수에 직업을 속인 자신이 포함되는 이 기묘한 상황에 김래빈은 눈이 핑글핑글 돌아갈 것 같았다.
“음, 지금 말한 것 외에 또 교환하셨던 분?”
이세진의 질문에 침묵이 흘렀다. 그의 얼굴의 미소가 진해졌다.
“그러면… 중간 점검 때 자기가 꽝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하시는 분? 그 제물 표식이요!”
“…….”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저 알았어요.”
“…!”
차유진이 안광을 빛내며 손을 들었다.
“중간 점검 때 제물? 카드 가졌던 사람 마피아예요.”
“…!”
“왜냐하면, 그 사람이 지금 나타나지 않아요. 그건 자기 교환 기록 알려주고 싶지 않다는 뜻이에요.”
범인이 아니라면, 분명 협조해서 누구에게 갔는지 교환 순서를 캐냈을 거란 뜻이었다.
“아…!”
멤버들이 순간 감탄했다.
하지만.
“그건 반대일 수도 있어. 차유진!”
“Umm?”
김래빈이 신중한 목소리로 대응했다.
“그때 제물 카드를 가졌던 분께서 교환을 안 하셔서, 지금도 그대로 제물일 수도 있어.”
“Oh,”
제물은 범인 추리가 실패해야 범인과 함께 살아남는다.
제물도 입을 다물고 있을 이유는 확실했다!
“아, 근데 지금 제물이 학자잖아~”
이세진이 문득 생각난 것처럼 말했다.
“시청자분 투표면 여기서 죽일 직업으로 학자를 고르시진 않았을 것 같지 않아? 좀 더 눈에 띄는 직업 고르게 되잖아. 그렇지 문대문대?”
“그건 그렇지.”
박문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배세진도 호응했다.
“그래, 박문대가 그랬지…! 탐정 아니면 광대로 첫 투표가 나왔을 것 같다고.”
“음, 예.”
그러니까 분명 교환한 사람 중에 있다는 뜻이었다.
“아~ 그래도 이럴 수는 있겠다.”
이세진이 씩 웃었다.
“중간 점검 전에 일찍 교환했던 사람이 그대로 가져갔을 수도 있겠어요.”
“…!”
“그럼 래빈이 말대로 제물이지!”
그 순간이었다.
“아…!”
“…?”
선아현이 입을 틀어막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신 건가?’
김래빈이 선아현을 들여다보며 걱정하려던 찰나였다.
“나야.”
“…??”
“내가… 문대에게, 제물을 넘긴 것 같아.”
선아현이 허옇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나, 탐정이야…….”
“……!!”
그리고 선아현은 몸을 곧게 폈다.
“그, 그런데, 문대는 학자가 아니야. 그러니까… 문대가 학자인 사람에게 제물 징표를, 넘겼다는 거야.”
“…….”
김래빈은 교환 목록을 확인했다.
중간 점검 이후, 박문대의 교환 건….
4. 차유진 박문대
“……!”
이게 진실이라면.
‘설마.’
차유진이 제물이었다.
‘문대 형님이 범인이고, 차유진이 제물, 학자다…!’
그러고 보니, 차유진의 직업을 모른다는 걸 깨달은 김래빈은 주먹을 쥐며 생각했다.
‘이게 맞으면… 행동해야 하는 건가?’
그는 아직도 ‘직업 능력’을 쓸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의 능력.
-올바른 ‘범인’을 저격 시, 제물 대신 죽일 수 있습니다.
범인 저격.
그렇다.
김래빈의 직업은 ‘보안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