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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480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80화
워터밤의 테스타는 미친 듯이 SNS를 뒤덮었다.
-ㅅㅂㅅㅂㅅㅂㅅㅂ류청우 상탈!!
-워터밤 난ㄹ;나ㅆ어 나 지금 액정 박살난 폰 쓰는중
-어떡해어???해어떡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람들 다 정신 나갔네
실시간으로 쏟아지듯 공유되는 감상, 동영상, 사진들.
열기와 에너지.
그 모든 표현에 느낌표가 붙어 있듯이 생동감과 역동감이 넘쳤다. 그리고 광기에 가까운 흥분이 흘러넘쳤다.
그리고 단언컨대 MVP는….
-미친놈 (동영상)
차유진이었다.
갑작스럽게 중간부터 등장하여 잡아먹을 듯이 무대를 휘젓고 돌아다니는 차유진의 모습은 온갖 각도로 폰카메라에 찍혀 인터넷에 속속들이 업로드되었다.
수많은 아이컨택 사진과 동영상이 지금도 쏟아졌다.
이 짧은 시간에 대체 몇십, 몇백 명을 포착한 건지, 차유진과 눈이 마주쳤다고 정신없이 떠드는 글만 수백 개는 되는 것 같았다.
-나 귀가 안 들려 차유진? 올 때마다 너무 비명심으악 차유진옴
-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진)
-원래 이렇게 생겼어 차유진? (동영상)
한여름 밤.
태양처럼 눈을 찌를 듯이 빛나는 조명을 역광으로 눈을 빛내는 차유진은 시선을 삼킬 것 같았다.
-와 X발
-아프다며
-X나 날라다니는데;;;
-미쳤나 봐 아 제발 아 나 니 안 나올 것 같다고 해서 표 팔았다고 개자식아ㅠㅠㅠ
당연하지만, 차유진의 개인 팬들 사이에서는 울부짖음도 상당했다.
차유진이 한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스케줄에 불참한다는 공지가 뜬 게 며칠 전이었다. 자연스럽게 워터밤도 불참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 정설이던 것이다.
그런데 당일.
-????
-뭐임
다른 말도 없이 갑자기 중간에 불쑥 등장해서는 무대로, 관객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드는 모습에 모두 얼이 빠졌다.
그리고 곧 비명을 지르게 됐다.
하지만 그런 개개인의 손해로 인한 불만의 소리가 눈에 띄기에는….
-차유진 와 미친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워터밤의 차유진의 안광은 물방울과 습기가 맺혀 흔들리는 저화질의 화면을 뚫고도 보였다.
표정과 움직임, 박력.
-레전드다
-워터밤 어울릴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아픈 게 아니라 무슨 수련하다 왔냐
물론 하나하나 디테일을 자세히 뜯어본다면, 어딘가 어색한 점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테스타가 유독 군무 파트를 적게 할당한 점이라든가, 일부러 합을 평소보다 덜 맞추도록 각자 애드립으로 때우는 파트를 늘린 점이라든가.
어떤지 차유진의 발성이 좀 덜 안정적인 것 같다는 점들이.
그런데 감히 관객이 그런 것까지 신경 써줄 만큼의 심적 여유도 남겨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축제형 행사에서 가장 극대화되는 능력치.
극한까지 단련한 끼 스탯의 존재 때문에.
그것만이 오롯이 눈을 잡아챘다.
-미친 인하트에 차유진 3초 올렸는데 10분 만에 벌써 조회수 5만 넘음;
SNS에 해시태그를 달고 짧은 컷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조회수가 쏟아졌다.
-아 미치겠다 갈걸
-워터밤은 VOD 같은 거 안 팜? 제발
땅을 치기 시작한 인터넷 사람들의 반응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동영상 속의 관객들은 미쳐 돌아가는 것 같았다.
실제로도 그랬다.
워터밤 현장.
와아아아!!
미친 듯이 무대가 질주한다.
[In the pose!]
세 번째 무대는 신나는 미국 80년대 하이틴 컨셉의 직전 신곡, ‘Pose’.
본래 장난기 넘치는, 신나는 소년미가 중점이던 이 곡은 워터밤에 맞추어 좀 더 여유롭고 핫한 느낌으로 전개되었다.
굳이 코멘트하지 않았으나, 스티어 차유진은 이 곡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더욱 깊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었다.
습득한 안무를 구현하고, 날뛰었다.
“후우.”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곡 사이 막간.
[즐거우셨나요~]
겨우 진행을 보는 소리가 들렸다.
‘…Wow.’
살짝 숨을 고르며 머리를 쓸어넘기던 그는 자신에게 물병을 건네는 굳건한 손을 보았다.
리더 류청우였다.
“…….”
스티어 차유진은 잠시 착각할 뻔했다. 아드레날린 탓이었다.
그러나 곧 다시 상황을 깨달았다.
‘괜찮아.’
“Thanks.”
그는 반은 단숨에 마시고, 반은 씩 웃는 채로 머리 위에 쏟았다. 다시 관객석에서 비명이 터졌다.
그리고 서글서글한 이세진의 말.
[그렇습니다, 차유진님이 특별 게스트로 등장해 주셨죠~ 여러분, 너무 좋으시죠?!]
으아아악 네!!
예!!
긍정, 감탄, 욕설 섞인 비명이 난무했다.
관중, 관중!
‘오, 젠장.’
이런 말을 쓰긴 부끄럽지만, 차유진은, 잠시 머리끝까지 쭈뼛 서는 것 같은 간지러움을 느꼈다.
이런 반응이 지나치게 오랜만이기 때문이었을까?
그리고 옆에서 재킷 물기를 짜내다가 또 물벼락을 맞던 박문대도 차유진의 그 기색을 눈치챘다.
‘잠깐 압도당했나.’
그는 정확한 이유도 알았다.
그러니까, 스티어에게는 이런 환경이 주어진 적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기 때문이다.
테스타와 달리.
‘…테스타는 공연의 헤드라이너지.’
그러니까, 이 공연의 관객들은 이미 자신들에게 관심을 줄 준비가 되어 있던 사람들이었다.
‘…….’
그건 스티어 차유진이 그간 아무리 활동해도 가지지 못했던 요소였다.
스티어는 이미 한번 ‘식은’ 그룹이었다.
대중은 그렇게 소비되어 단물이 빠진 소재엔 ‘쿨타임’이 다시 돌아올 때까진 다시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주목하지 않는다.
사람의 심리란, 선입견이란 얼마나 무서운가.
그 특성은 ‘이’ 차유진의 무대도 보지 않게 했으니.
‘하지만.’
대중의 관심이 돌아올 기적 같은 찰나.
그 단 한순간만을 기다리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스스로 갈아낸 스티어 차유진의 존재감은 지금 폭력적일 만큼 어마어마한 흡입력을 전시했다.
최소한 박문대는 그걸 알았기 때문에, 여러 의미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제대….’
전신에 다시 물벼락을 맞기 전까지는.
“벗어줘!!”
“…옙.”
와아!!!
박문대는 다시 물대포에 미련 없이 재킷을 포기했다. 진행과 관계없이 뜬금없는 환호가 커졌다.
[그럼 저희 앵콜 곡 갑니다~]
그리고 약간 템포를 늦춰, 마지막 곡은 여름밤의 분위기를 살짝 살린다.
아주 대중적이라 모두가 떼창할 수 있는 곡.
라임스톤 영화의 OST.
[Black- hole
Let me swallow it]
블랙홀.
깊은 음색이 귀를 울렸다.
코러스처럼 들리는 것은 관객의 목소리.
오오오오-
몇몇 신난 관객들이 분위기를 맞춘답시고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고 흔들었다.
차유진은 단 몇 시간만 연습한, 그 낯설고 좋은 곡에 귀를 기울이며 몸을 움직였다.
다시 환호가 깊어졌다.
그는 솟구치는 아드레날린 속에서 관객을 바라보고, 음악을 듣는다.
깊고 풍부하고, 독특한 선율.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아는 흔적을 찾아냈다.
기타 리프.
친구가 들려주면서 말했던, 자신감 없는 낮은 목소리를 기억한다.
-다음 앨범에… 아니, 불가능하다면 언젠가라도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김래빈이 만들었구나.’
여기서는 그도 원하는 대로 곡으로 만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감상은 매우 짧았다. 그런 생각에 잠기기에는….
이 무대가 너무 오랜만이었고, 너무 컸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계속 눈으로 좇는 사람들이 있었다.
홀린 것처럼.
“차유진!”
“유진아!”
이들은 이 ‘테스타 차유진’의 팬일까?
아니면 이건 온전히 내 무대에 대한 반응일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순간에….
[Black- hole!]
무대에 서 있는 것은 자신이었기 때문에.
차유진은 그 자극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몸을 움직이고, 표현하고, 곡을 소화한다.
그리고 보는 이가 반응한다!
그 짜릿함.
그래서 깨달았다.
‘아.’
이래서였구나.
[Hit it like a comet]
깨끗이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는다.
그 간단한 원칙을 지키지 못했던 이유.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
‘재밌어.’
[Shatter like a shooting star]
자신은 이걸 빌어먹게도 좋아했다.
* * *
침대가 안락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글도 아주 안락하군.
-워터밤 한번만 더 나와줘…..제발
“흠.”
나는 만족스럽게 스마트폰 페이지를 넘겼다.
워터밤이 끝나고 반나절 후.
아직도 실시간 트랜드를 점령 중인 워터밤 관련 글들은 모조리 다 테스타 관련이다.
‘안전부터 노출까지 좀 난이도 있는 루트긴 했는데.’
리스크를 좀 감안하고서라도 파격적인 선택을 강행한 보람이 있는 버즈량이었다.
-제발 인천 와주면 안 될까? 나 진짜 잘할게 물총에 에보앙 담아갈게 제발
-ㅠㅠㅠㅠㅠㅠㅠ아현이 셔츠 찢어지는 직캠… 드디어 뜸
-자켓 3인방은 어떻게 모두 자켓을 잃어버리게 되었나 (동영상)
-이세진 완전 폭스… 상탈로 밀당하는 거 봤냐고 이거 보고 입덕 안 하면 님 남자 안 좋아하는 거임
심지어 이런 유머글까지 뜨고 있다.
=========================
[아이돌이 선물을 줬는데 남친한테 준 건지 나한테 준 건지 모르는 상황]
(캡처) (링크)
워터밤에서 김래빈에게 자켓 받은 커플이 서로 자기가 받았다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고 있다고 함
김래빈의 판결이 시급하다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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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남자는 사이즈 상 자기꺼라고 하고 여자는 자기가 먼저 아이컨택했대 나름 다 설득력 있음ㅋㅋ
-래빈 씨 빨리 나타나줘 솔로몬 판결 나기 전엨ㅋㅋ
└자켓 반갈ㅋㅋㅋㅋㅋ
참고로 본인에게 물어본 결과는 이렇다.
-예? 아! 여성분께서 추위를 타신 나머지 제 재킷이라도 필요로 하시는 것 같아 드렸습니다만….
그럴 줄 알았다.
아무튼, 그래서 결론은….
‘뭐긴 뭐겠냐.’
대성공이라는 뜻이다.
나는 피식 웃었다.
이러면 자동적으로 하나 또 견제되는 게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이테르?’
워터밤에 나온 1군 아이돌이 화제성을 다 먹었는데, 썸머풀에 나온 신인따리가 언급될 구석이 있을 리가 있나.
그냥 싼 값에 행사 뛰는 헛짓 좀 한 거다.
아니, 도리어….
-음 생각보다 끼 없는 듯
-묘하게 숙연해지지 않냐
위튜브 직캠에서 댓글을 최신순으로 정렬한 다음에 한글을 찾아보면, 이런 반응도 은근히 찾아볼 수 있단 말이지.
한 마디로, 오히려 컨셉 빡세게 잡아서 마케팅하다가 이런 물 쏘는 류의 날것 같은 행사에 나와서 약점이 살짝 드러났다.
경험 부족.
라이브 대처 능력 부족.
‘흠.’
나는 턱을 문질렀다.
이거 잘하면… 역으로 먹일 수 있겠는데.
‘좀 괘씸하단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차유진으로 역바이럴 하려던 건 좀 과했다.
‘그건 전략으로 봐주기 힘들지 않나?’
하지만 본인들이 전략이라고 굳이 생각한다면야.
나는 웃으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나도 똑같이 해줄 수 있….’
“누워, 박문대.”
“…….”
젠장.
나는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댔다. 이세진이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침대 가에 걸터앉았다.
“이야~ 스케줄 딱 끝나자마자 몸살! 열이 38도!”
“…….”
“역시 문대야, 스케줄은 다 끝내고 아프네 또!”
그만해라.
“근데 그럼 지금은 푹 쉬겠다는 뜻이지? 응?”
“어.”
그런데 몸은 쉬면서 머리는 쓸 수 있는 거 아닌가.
심지어 뻗은 게 나만 그런 것도 아니다.
귀를 기울여보면.
“으윽.”
“후…….”
이건 김래빈과 배세진이 본인의 방에서 각자 골골대는 소리다.
그렇다. 워터밤에서 상태가 좀 안 좋은 놈들만 재킷을 걸쳤었거든.
‘다 차유진 사태 때 제일 이동량 많은 놈들이군.’
그런데 다 재킷 뺏기고 결국 맨몸으로 뛰어다녔으니 예정된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긴장이 풀린 건지, 새벽부터 몸이 확 무거워진 것 같더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곧 상당히 신빙성 있는 추측에 도달했다.
그런데 우리가 이동량이 많긴 했지만 다른 놈들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밤 쫄딱 새우고 회사 뛰어다니고, 며칠 맘고생 했지.’
그런데 거기서 출처 불명의 물줄기를 전신으로 맞으면서 공연까지 했으니….
“너도 몸 별로 안 좋을 텐데. 아니냐?”
“…….”
이 새끼 눈 피하네.
“가서 누워라.”
“넵.”
그리고 2시간 후.
곧 모두가 안정적으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What?”
그러니까, 스티어 차유진을 제외한 모두가 말이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80화

워터밤의 테스타는 미친 듯이 SNS를 뒤덮었다.

-ㅅㅂㅅㅂㅅㅂㅅㅂ류청우 상탈!!

-워터밤 난ㄹ;나ㅆ어 나 지금 액정 박살난 폰 쓰는중

-어떡해어???해어떡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람들 다 정신 나갔네

실시간으로 쏟아지듯 공유되는 감상, 동영상, 사진들.

열기와 에너지.

그 모든 표현에 느낌표가 붙어 있듯이 생동감과 역동감이 넘쳤다. 그리고 광기에 가까운 흥분이 흘러넘쳤다.

그리고 단언컨대 MVP는….

-미친놈 (동영상)

차유진이었다.

갑작스럽게 중간부터 등장하여 잡아먹을 듯이 무대를 휘젓고 돌아다니는 차유진의 모습은 온갖 각도로 폰카메라에 찍혀 인터넷에 속속들이 업로드되었다.

수많은 아이컨택 사진과 동영상이 지금도 쏟아졌다.

이 짧은 시간에 대체 몇십, 몇백 명을 포착한 건지, 차유진과 눈이 마주쳤다고 정신없이 떠드는 글만 수백 개는 되는 것 같았다.

-나 귀가 안 들려 차유진? 올 때마다 너무 비명심으악 차유진옴

-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진)

-원래 이렇게 생겼어 차유진? (동영상)

한여름 밤.

태양처럼 눈을 찌를 듯이 빛나는 조명을 역광으로 눈을 빛내는 차유진은 시선을 삼킬 것 같았다.

-와 X발

-아프다며

-X나 날라다니는데;;;

-미쳤나 봐 아 제발 아 나 니 안 나올 것 같다고 해서 표 팔았다고 개자식아ㅠㅠㅠ

당연하지만, 차유진의 개인 팬들 사이에서는 울부짖음도 상당했다.

차유진이 한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스케줄에 불참한다는 공지가 뜬 게 며칠 전이었다. 자연스럽게 워터밤도 불참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 정설이던 것이다.

그런데 당일.

-????

-뭐임

다른 말도 없이 갑자기 중간에 불쑥 등장해서는 무대로, 관객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드는 모습에 모두 얼이 빠졌다.

그리고 곧 비명을 지르게 됐다.

하지만 그런 개개인의 손해로 인한 불만의 소리가 눈에 띄기에는….

-차유진 와 미친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워터밤의 차유진의 안광은 물방울과 습기가 맺혀 흔들리는 저화질의 화면을 뚫고도 보였다.

표정과 움직임, 박력.

-레전드다

-워터밤 어울릴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아픈 게 아니라 무슨 수련하다 왔냐

물론 하나하나 디테일을 자세히 뜯어본다면, 어딘가 어색한 점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테스타가 유독 군무 파트를 적게 할당한 점이라든가, 일부러 합을 평소보다 덜 맞추도록 각자 애드립으로 때우는 파트를 늘린 점이라든가.

어떤지 차유진의 발성이 좀 덜 안정적인 것 같다는 점들이.

그런데 감히 관객이 그런 것까지 신경 써줄 만큼의 심적 여유도 남겨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축제형 행사에서 가장 극대화되는 능력치.

극한까지 단련한 끼 스탯의 존재 때문에.

그것만이 오롯이 눈을 잡아챘다.

-미친 인하트에 차유진 3초 올렸는데 10분 만에 벌써 조회수 5만 넘음;

SNS에 해시태그를 달고 짧은 컷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조회수가 쏟아졌다.

-아 미치겠다 갈걸

-워터밤은 VOD 같은 거 안 팜? 제발

땅을 치기 시작한 인터넷 사람들의 반응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동영상 속의 관객들은 미쳐 돌아가는 것 같았다.

실제로도 그랬다.

워터밤 현장.

와아아아!!

미친 듯이 무대가 질주한다.

세 번째 무대는 신나는 미국 80년대 하이틴 컨셉의 직전 신곡, ‘Pose’.

본래 장난기 넘치는, 신나는 소년미가 중점이던 이 곡은 워터밤에 맞추어 좀 더 여유롭고 핫한 느낌으로 전개되었다.

굳이 코멘트하지 않았으나, 스티어 차유진은 이 곡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더욱 깊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었다.

습득한 안무를 구현하고, 날뛰었다.

“후우.”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곡 사이 막간.

겨우 진행을 보는 소리가 들렸다.

‘…Wow.’

살짝 숨을 고르며 머리를 쓸어넘기던 그는 자신에게 물병을 건네는 굳건한 손을 보았다.

리더 류청우였다.

“…….”

스티어 차유진은 잠시 착각할 뻔했다. 아드레날린 탓이었다.

그러나 곧 다시 상황을 깨달았다.

‘괜찮아.’

“Thanks.”

그는 반은 단숨에 마시고, 반은 씩 웃는 채로 머리 위에 쏟았다. 다시 관객석에서 비명이 터졌다.

그리고 서글서글한 이세진의 말.

으아아악 네!!

예!!

긍정, 감탄, 욕설 섞인 비명이 난무했다.

관중, 관중!

‘오, 젠장.’

이런 말을 쓰긴 부끄럽지만, 차유진은, 잠시 머리끝까지 쭈뼛 서는 것 같은 간지러움을 느꼈다.

이런 반응이 지나치게 오랜만이기 때문이었을까?

그리고 옆에서 재킷 물기를 짜내다가 또 물벼락을 맞던 박문대도 차유진의 그 기색을 눈치챘다.

‘잠깐 압도당했나.’

그는 정확한 이유도 알았다.

그러니까, 스티어에게는 이런 환경이 주어진 적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기 때문이다.

테스타와 달리.

‘…테스타는 공연의 헤드라이너지.’

그러니까, 이 공연의 관객들은 이미 자신들에게 관심을 줄 준비가 되어 있던 사람들이었다.

‘…….’

그건 스티어 차유진이 그간 아무리 활동해도 가지지 못했던 요소였다.

스티어는 이미 한번 ‘식은’ 그룹이었다.

대중은 그렇게 소비되어 단물이 빠진 소재엔 ‘쿨타임’이 다시 돌아올 때까진 다시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주목하지 않는다.

사람의 심리란, 선입견이란 얼마나 무서운가.

그 특성은 ‘이’ 차유진의 무대도 보지 않게 했으니.

‘하지만.’

대중의 관심이 돌아올 기적 같은 찰나.

그 단 한순간만을 기다리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스스로 갈아낸 스티어 차유진의 존재감은 지금 폭력적일 만큼 어마어마한 흡입력을 전시했다.

최소한 박문대는 그걸 알았기 때문에, 여러 의미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제대….’

전신에 다시 물벼락을 맞기 전까지는.

“벗어줘!!”

“…옙.”

와아!!!

박문대는 다시 물대포에 미련 없이 재킷을 포기했다. 진행과 관계없이 뜬금없는 환호가 커졌다.

그리고 약간 템포를 늦춰, 마지막 곡은 여름밤의 분위기를 살짝 살린다.

아주 대중적이라 모두가 떼창할 수 있는 곡.

라임스톤 영화의 OST.

Let me swallow it]

블랙홀.

깊은 음색이 귀를 울렸다.

코러스처럼 들리는 것은 관객의 목소리.

오오오오-

몇몇 신난 관객들이 분위기를 맞춘답시고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고 흔들었다.

차유진은 단 몇 시간만 연습한, 그 낯설고 좋은 곡에 귀를 기울이며 몸을 움직였다.

다시 환호가 깊어졌다.

그는 솟구치는 아드레날린 속에서 관객을 바라보고, 음악을 듣는다.

깊고 풍부하고, 독특한 선율.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아는 흔적을 찾아냈다.

기타 리프.

친구가 들려주면서 말했던, 자신감 없는 낮은 목소리를 기억한다.

-다음 앨범에… 아니, 불가능하다면 언젠가라도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김래빈이 만들었구나.’

여기서는 그도 원하는 대로 곡으로 만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감상은 매우 짧았다. 그런 생각에 잠기기에는….

이 무대가 너무 오랜만이었고, 너무 컸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계속 눈으로 좇는 사람들이 있었다.

홀린 것처럼.

“차유진!”

“유진아!”

이들은 이 ‘테스타 차유진’의 팬일까?

아니면 이건 온전히 내 무대에 대한 반응일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순간에….

무대에 서 있는 것은 자신이었기 때문에.

차유진은 그 자극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몸을 움직이고, 표현하고, 곡을 소화한다.

그리고 보는 이가 반응한다!

그 짜릿함.

그래서 깨달았다.

‘아.’

이래서였구나.

깨끗이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는다.

그 간단한 원칙을 지키지 못했던 이유.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

‘재밌어.’

자신은 이걸 빌어먹게도 좋아했다.

* * *

침대가 안락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글도 아주 안락하군.

-워터밤 한번만 더 나와줘…..제발

“흠.”

나는 만족스럽게 스마트폰 페이지를 넘겼다.

워터밤이 끝나고 반나절 후.

아직도 실시간 트랜드를 점령 중인 워터밤 관련 글들은 모조리 다 테스타 관련이다.

‘안전부터 노출까지 좀 난이도 있는 루트긴 했는데.’

리스크를 좀 감안하고서라도 파격적인 선택을 강행한 보람이 있는 버즈량이었다.

-제발 인천 와주면 안 될까? 나 진짜 잘할게 물총에 에보앙 담아갈게 제발

-ㅠㅠㅠㅠㅠㅠㅠ아현이 셔츠 찢어지는 직캠… 드디어 뜸

-자켓 3인방은 어떻게 모두 자켓을 잃어버리게 되었나 (동영상)

-이세진 완전 폭스… 상탈로 밀당하는 거 봤냐고 이거 보고 입덕 안 하면 님 남자 안 좋아하는 거임

심지어 이런 유머글까지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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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처) (링크)

워터밤에서 김래빈에게 자켓 받은 커플이 서로 자기가 받았다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고 있다고 함

김래빈의 판결이 시급하다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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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남자는 사이즈 상 자기꺼라고 하고 여자는 자기가 먼저 아이컨택했대 나름 다 설득력 있음ㅋㅋ

-래빈 씨 빨리 나타나줘 솔로몬 판결 나기 전엨ㅋㅋ

└자켓 반갈ㅋㅋㅋㅋㅋ

참고로 본인에게 물어본 결과는 이렇다.

-예? 아! 여성분께서 추위를 타신 나머지 제 재킷이라도 필요로 하시는 것 같아 드렸습니다만….

그럴 줄 알았다.

아무튼, 그래서 결론은….

‘뭐긴 뭐겠냐.’

대성공이라는 뜻이다.

나는 피식 웃었다.

이러면 자동적으로 하나 또 견제되는 게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이테르?’

워터밤에 나온 1군 아이돌이 화제성을 다 먹었는데, 썸머풀에 나온 신인따리가 언급될 구석이 있을 리가 있나.

그냥 싼 값에 행사 뛰는 헛짓 좀 한 거다.

아니, 도리어….

-음 생각보다 끼 없는 듯

-묘하게 숙연해지지 않냐

위튜브 직캠에서 댓글을 최신순으로 정렬한 다음에 한글을 찾아보면, 이런 반응도 은근히 찾아볼 수 있단 말이지.

한 마디로, 오히려 컨셉 빡세게 잡아서 마케팅하다가 이런 물 쏘는 류의 날것 같은 행사에 나와서 약점이 살짝 드러났다.

경험 부족.

라이브 대처 능력 부족.

‘흠.’

나는 턱을 문질렀다.

이거 잘하면… 역으로 먹일 수 있겠는데.

‘좀 괘씸하단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차유진으로 역바이럴 하려던 건 좀 과했다.

‘그건 전략으로 봐주기 힘들지 않나?’

하지만 본인들이 전략이라고 굳이 생각한다면야.

나는 웃으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나도 똑같이 해줄 수 있….’

“누워, 박문대.”

“…….”

젠장.

나는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댔다. 이세진이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침대 가에 걸터앉았다.

“이야~ 스케줄 딱 끝나자마자 몸살! 열이 38도!”

“…….”

“역시 문대야, 스케줄은 다 끝내고 아프네 또!”

그만해라.

“근데 그럼 지금은 푹 쉬겠다는 뜻이지? 응?”

“어.”

그런데 몸은 쉬면서 머리는 쓸 수 있는 거 아닌가.

심지어 뻗은 게 나만 그런 것도 아니다.

귀를 기울여보면.

“으윽.”

“후…….”

이건 김래빈과 배세진이 본인의 방에서 각자 골골대는 소리다.

그렇다. 워터밤에서 상태가 좀 안 좋은 놈들만 재킷을 걸쳤었거든.

‘다 차유진 사태 때 제일 이동량 많은 놈들이군.’

그런데 다 재킷 뺏기고 결국 맨몸으로 뛰어다녔으니 예정된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긴장이 풀린 건지, 새벽부터 몸이 확 무거워진 것 같더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곧 상당히 신빙성 있는 추측에 도달했다.

그런데 우리가 이동량이 많긴 했지만 다른 놈들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밤 쫄딱 새우고 회사 뛰어다니고, 며칠 맘고생 했지.’

그런데 거기서 출처 불명의 물줄기를 전신으로 맞으면서 공연까지 했으니….

“너도 몸 별로 안 좋을 텐데. 아니냐?”

“…….”

이 새끼 눈 피하네.

“가서 누워라.”

“넵.”

그리고 2시간 후.

곧 모두가 안정적으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What?”

그러니까, 스티어 차유진을 제외한 모두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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