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479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79화
서울 워터밤.
“와아아악!!”
“악! 야!”
물줄기와 웃음소리, 비명과 음악이 사방에서 솟구쳤다.
재미와 체력을 맞바꾸는 광란의 여름 축제가 낮부터 한창이었다.
보통 이런 류의 행사는 본인들이 노는 것에 중점을 두고 온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게 보통이었으나, 오늘의 워터밤은 그렇지 않은 사람도 꽤 눈에 띄었다.
“애들 마지막이지?”
“응응. 아마?”
바로 테스타의 팬이다.
물론 테스타 자체가 워낙 대중 인지도가 좋은 데다가, 이번 행사가 그들의 단독 공연도 아니다 보니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피곤해서라도 10시간 동안 물총 쏘며 뛰고 소리 지르는 파티에 오지 않았을 타입의 사람들이 굳이 온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팬들이 아니더라도, 오늘 워터밤에 온 사람 대부분은 ‘유명한 가수’로서의 테스타 무대를 보고 신나게 노는 것 자체는 기대 중이었다.
“아 개추워.”
“야 그래도 더 유명한 애들 저녁에 나와. 테스타는 9시 넘어야 나올걸??”
“오케이. 존버 가자. …헐 야, 뮤디 올라온다!”
“대박!”
다만 이렇게 그냥 이 축제 자체에 집중하는 일반 참가자들과는 달리, 테스타의 팬 일부는 다른 불안감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당연하지만, 차유진의 불참 때문이다.
-유진이 안 나오는 거 너무 아쉽다ㅠㅠ
-차고영 날아다녔을 텐데 아이고 본인이 제일 아쉬워할 듯…
-원래 안 아프던 사람이 한번 아프면 많이 고생하니까… 러뷰어 걱정 말고 푹 쉬고 건강한 모습으로 보고 싶다 우리 유진이 (사진)
며칠 전 차유진이 건강상 스케줄을 중단했다는 공지는 이미 뜬 상태였고, 자연스럽게 오늘 워터밤에도 차유진은 오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 대다수였다.
차유진의 건강에 대한 걱정과 쾌유를 바라는 글을 쉽게 SNS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선을 지키며 끝나기엔, 문제가 하나 있었다.
차유진의 스타성이 지나치게 좋았다는 것.
-?? 병명도 안 알려주고 갑자기 휴식??
-ㅋㅋㅋ유진차 공계에 글 하나 안 올리는 거 개쎄하네 진짜
-설마 차메라 또 도졌냐
-헐 차윾진이 스트레스성 휴식?ㅋㅋ 왜 이렇게 구라같지 X나 안 어울려
데뷔 이래 차유진이 아픈 적이 있던가?
그것도 스케줄을 갑자기 기한 없이 중단할 정도로?
게다가 구체적으로 어디가 아픈지도 공지되지 않았다.
단지 ‘신체적, 정신적 부담’으로 인한 일시적 휴식 조치를 권유받았다고 적혀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은근히, 혹은 노골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궁금하다.’
대체 왜 아픈 거지?
아직 수면 위로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팬덤의 물밑에서는 별 추측이 다 오가는 중이었다.
게다가 새벽부터 갑자기 몇몇 어그로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차유진 아픈 거 아님 여친 만나느라 안 나오는 거야ㅋㅋㅋ^^ 어제 무단 외박해서 회사 난리났음 멍청이들아
-집 나간 유진 이그나시오 차의 초심을 찾는 계정 (★★★실제로도 숙소 탈주함★★★)
익명 계정들이었다.
비슷비슷한 말투를 쓰는 계정들은 어디서 나타난 건지 갑자기 나타나서 자극적인 소리를 한껏 늘어놓았다.
여자친구가 있다는 둥, 숙소에서 멤버들과 싸우고 나왔다는 둥, 재계약 때부터 이미 잡음이 있었다까지 별소리가 다 나왔다.
게다가 그 여파로 오늘 워터밤에 테스타가 아예 못 나올지도 모른다는 소리까지!
-테스타 나오나 안 나오나 봐라 진짜ㅋㅋㅋ 불쌍해서 푸는 거니까
-혹시 갑자기 취소 공지 떠도 정신 승리하지나 마세요
그리고 그쯤 되면 ‘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 같은 심정이 드는 귀 얇은 사람들도 나오기 마련이었다.
-뭐 있긴 한가 본데
-사생발 이야기 소비 안 하는 게 맞긴한데 솔직히 불안하긴 함 걔만 정서 좀 다른 거 데뷔 때부터 티났고
-제발 아 곰머야 빅버드야 너넨 서치 하잖아 뭐라도 좀 해봐 조용하니까 더 진짜 같다고ㅠ
그러다가 낮 즈음에는 좀 잠잠해지긴 했지만, 이미 그걸 본 팬들은 다소 찝찝한 상태였다.
‘아, 짜증나….’
여기, 팔자에도 없던 워터밤에 친구들과 온 김래빈의 팬도 마찬가지였다.
‘차유진 진짜 하필 지금 아프냐고.’
안 그래도 워터밤에 제일 찰떡일 멤버 중 하나가 빠지니까 티켓값을 부분 환불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마당인데 말이다.
물론 김래빈 때문에 그러진 않을 거지만.
‘김래빈은 상탈… 응, 안 하겠지.’
기대도 안 한다고 중얼거리면서도, 김래빈의 팬은 일단 돌출 무대 펜스에 최대한 가깝게 앞으로, 옆으로 슬금슬금 붙어갔다.
물에 젖은 채로 몇 시간 동안 야외에 서 있느라 슬슬 찝찝하고 추운 것도 자신의 동작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응? 좀 앞에서 보게?”
“어어.”
친구들이 얼결에 같이 따라 와줬다.
주변을 보니 다수가 눈치 싸움을 하며 빠진 자리 사이사이를 채우는 게, 아무래도 머릿속으로 다들 타임테이블을 떠올리는 게 분명했다.
그래.
찜찜한 건 찜찜한 거고, 테스타 실물은 실물이다.
‘테스타가 안 나오긴 무슨.’
결국 취소 공지 같은 건 뜨지도 않았다.
이제 마지막 코너.
‘나온다!!’
[Hello Seoul~]
파파바바파팡!!
물대포와 강렬한 음향, 그리고 폭죽 같은 화염 효과와 LED가 터지는 가운데, 어둑어둑한 한 여름 저녁의 거대한 야외무대로 훤칠한 여섯 인영이 올라온다.
[Make some noise!]
테스타였다!
“와아아아악!!!”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면서도, 팬은 알아차렸다.
차유진이 빠지긴 했네.
하지만 그건 순간이었다. 동시에 테스타의 차림새에 눈이 갔다.
그들은 간단한 흰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청재킷을 걸친 멤버가 둘셋 보이는 정도로 끝나는 가벼운 차림새.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뭐든지 간단한 게 최고인 법이었다.
물이 그 외의 모든 포인트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아아아아악!!!
귀가 터질 것 같은 함성을 배경으로, 익숙한 전주가 흐르기 시작한다.
신나고 빠른 비트.
축제에 맞게 약간 더 리드미컬하게 편곡된 이다.
[Take your STAR
별이 쏟아지는 날
파도를 차고 달려
하늘로 Run and Fly!]
아이돌다운 산뜻한 맛이 있으면서, 대중적인으로 히트한 곡이다.
워터밤치고는 굉장히 건전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다 아는 곡을 따라부르는 대학 축제 같은 재미는 충분했다.
게다가 ‘물’이라는 키워드에서의 공통점 때문에 퍼포먼스 측면에서도 딱 맞아떨어졌다.
“와!!”
“개 잘해 X발!”
벌써부터 맨발에 특수 제작한 미끄럼 방지 패드만 착용한 채로 물보라를 튀기며 뛰어다니는 테스타의 퍼포먼스에 원색적인 환호가 쏟아졌다.
게다가 테스타 멤버들은 아낌없이 몸을 써줬다.
[오늘은 오늘로 좋다고,
Let’s go!]
2절에는 일부러 애드립 간주 구간까지 넣어서 자유롭게 돌출 무대를 뛰어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아현아!”
가령 선아현이 돌출 앞까지 튀어나와서 물보라를 맞으며 한 바퀴를 우아하고 날렵하게 돌았다.
“와아아!!”
약간 멋쩍은 듯, 수줍은 것 같은 기색을 살짝 얼굴에 비치며 손을 흔드는 선아현에게 다시 물줄기가 쏟아졌다.
그리고 옆을 보면,
“류청우! 류청우!”
“제발 여기 좀!”
‘와….’
아주 욕망이 소용돌이치는 게 보일 지경이었다. 딱히 테스타 팬이 아닌 것 같은 사람도 그러고 있다.
류청우는 딱히 싫은 기색 없이 목 근처와 등으로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팬서비스를 해주고 있었다.
‘미친 복근….’
자연스럽게 돌아가려는 고개를 자제하며, 김래빈의 팬은 자신의 최애를 찾아 고개를 돌렸는데,
[Yes, 이대로 fly so far]
바로 앞에 있었다!
피어싱을 유독 화려하게 한 김래빈의 하얀 얼굴이 코앞이었다.
‘기기김래빈,’
김래빈의 팬은 잠시 정신이 아득해질 뻔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재킷을 입은 멤버 중 하나였던 녀석은 자신의 바로 옆, 짓궂은 커플 관객들의 신난 요청을 정면으로 맞고 있었기 때문이다.
“벗어라! 벗어라!”
우리 같이 화끈하게 재킷 벗고 놀자 이거다.
‘김래빈 성격에 퍽이나 그러겠다!’
그러나….
고개를 기웃거리던 녀석은… 진짜 재킷을 벗었다!
“…?!”
그리고 관객석에 건네주었다.
“으아아아아?!”
“엄마야!”
‘미친놈아!’
건네받은 사람과 주변 사람들이 지르는 비명으로 주변이 광란의 도가니탕이 되었다.
감사 대신 왜 물총질이 쏟아지는 건지 김래빈은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았지만, 그게 감사의 표시려니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다시 무대를 뛰는 김래빈의 등에는 흰 상의가 다 젖어서 붙어 있었다.
‘X… X발.’
고맙다.
왜 워터밤 같은 위험한 행사 나오냐고 욕했던 자기 입을 때리고 싶어졌다.
고자극 미쳤다.
‘너, 너도 몸이 좋았냐고…!’
김래빈의 팬은 스마트폰을 들지 않은 자신의 선택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찍는 거야 다른 사람이 찍겠지. 나는 내 눈으로 보는 게 더 중요하다!
[오늘이 반짝일 테야-!]
테스타는 돌출을 한 바퀴 돈 후, 다시 한번 신나는 댄스 브레이크를 보여준 뒤에야 첫 곡을 끝냈다.
야외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공기를 뒤흔들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건 테스타가 가벼운 인사 겸 토크를 시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이고, 그 노래는 할 수 있게 저희 얼굴은 피해주시면 더 감사… 어이구.]
말하는 와중에도 얼굴로 물줄기가 사정없이 튀겼다.
하지만 이세진은 씩 웃더니, 셔츠를 들어선 볼을 한 번 훔치며 폭소하고 넘어갔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노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러자 떠나갈 것 같은 함성과 긍정이 공연장을 울렸다.
디민 김래빈의 팬은 그 핫하고 신나는 분위기 속에서도 잠깐 미간을 찌푸렸다.
‘아, 이래서 워터밤 좀 그랬던 건데.’
눈에 맞춰서 쏴대는 개념 없는 새끼들이나, 물 대신 술 섞어 쏴대는 미친놈들 때문에 위험할 수 있어서였다.
특히 저렇게 유명한 남자 아이돌이라면 이상한 팬덤이나 열폭 종자가 붙은 경우가 많아서 더욱.
그러나.
벌써 쫄딱 젖은 강아지 꼴이 된 박문대가 진지하게 폭탄 발언을 했다.
[그럼 그냥… 편하게 쏘세요.]
“…??”
[저희가 알아서 막겠습니다.]
그러더니, 테스타는 다들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바로 방수 고글이었다.
“으하하!”
나올 땐 안 쓰던 이제야 방어구를 쓰고 있네!
시간차 공격을 당한 사람들이 웃는 동안에 테스타도 실없이 웃으며 야무지게 고글을 눌러 썼다.
제법 멋지게 생긴 패션 고글이었다.
그리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착용을 완료한 순서대로 하나씩 돌출 스테이지로 뛰어나온다!
[다음 곡 바로 갑니다!]
“와아아아악!!”
“아악!!”
자리 선정 개잘했어!! 미친!!
김래빈의 팬이 친구와 팔을 부여잡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사이, 그들의 바로 앞에 선 배세진에게 물총 세례가 쏟아졌다.
재킷이고 나발이고 안에 입은 흰 셔츠가 다 젖을 지경이었다.
‘불쌍해!’
그러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친구도 열심히 배세진의 배를 향해 물을 쏘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 신남과 호르몬 폭주로 한껏 흥분이 치솟은 분위기 속에서, 전주가 흐른다.
[Doong…!]
“아 최신곡!”
‘Roll the Dice’였다.
이것도 살짝 더 강렬히 편곡된 건지, 비트가 약간 빨라진 것 같았다.
벌써부터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호응하기 시작하려 할 때.
[아, 그리고… 게스트가 있습니다.]
“어?”
류청우가 갑자기 웃으며 그렇게 말을 했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설명도 없이, 그리고 사람들이 궁금증에 웅성거릴 틈도 없이….
[네 손에 닿아
또 감기는 My tape!]
박문대의 고음과 함께 곡이 시작했다.
“와아악!”
고글을 쓴 박문대는 이제 아예 누가 어디로 물을 쏘든 상관하지 않는 것처럼 호쾌하게 몸을 움직였다. 사람들이 환호하며 움직임을 쫓는다.
[심장이 뛰는 순간
모든 감각이 Slow]
테스타는 특징적이고 인상적인 안무는 칼 같이 뽑았지만, 그 외의 대형과 제스처는 다소 자유롭게 운용하며 돌출 무대를 뛰어다녔다.
사람들의 카메라에서 불빛이 튄다.
곡이 달리고, 비트가 뛰고, 열기과 물기로 여름 저녁의 공기가 터질 것 같은 공연의 순간.
프리코러스의 직전 마지막 파트!
[확실한 정답을 찾아서-]
그리고.
갑자기 음악이 멈췄다.
“…?”
가장 고조되어 확 터져야 할 상황에!
순간 음향사고인가 싶었던 그때.
핑!
돌출 무대 저 뒤, 본 무대 전광판에 화려한 LED 빛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곳에는… 누군가 서 있었다.
금발. 청바지와 핏 좋은 흰 티셔츠.
고글을 쓴 일곱 번째 인영.
차유진.
[…….]
마이크를 든 그가 테스트를 하듯이, 짧게 음을 맞추어 소리를 낸다.
[Ah, ah.]
그 순간.
“와아아아악!!”
“유진아!!”
“뭐야?? 누구야?”
갑작스러운 등장에 팬들이 좋은 의미로 경악하고 모르는 사람도 분위기에 휩쓸려 함성을 지르는 그 화끈함 속.
휘몰아치듯 밴드 반주가 돌아왔다.
[!!]
그리고 차유진은 돌출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미, 미친!”
머리를 반 쓸어넘긴 차유진은 물기 젖은 무대를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와 뚫을 듯이 직진했다.
그 와중에도 숨 한결 흐트러지지 않은 채 자신의 파트를 쉬지 않고 쏘아붙이듯이 끌어올려 마이크 너머로 꽂는다.
[선택은 하나
그래 전부 가져가 one more
꽉 잡은 이 손을 놓쳐도]
그리고 맨 앞.
테스타의 대형 정 가운데 발을 디디는 순간.
[Let’s Start, 난전을 시작해]
곡이 드랍된다.
원곡에 없던 화려한 댄스 브레이크.
[side side side]
차유진이 앞으로 몸을 튕겼다.
“……!!”
미친.
미친, 미친!
돌출 앞에서 일시적으로 물총질이 멎었다.
어마어마한 입체감, 폭력적일 만큼 인상적인 존재감, 그리고 짜릿한 폭발력.
‘뭐야??’
[Just roll the dice]
차유진은 독무에 가까운 형태로 댄스 브레이크를 소화했다.
발로 땅을 박차고, 몸의 반동으로 바닥을 쓸 듯이 움직여 몸을 튕기는 그 동작은 척 보기에도 더없이 근사해 보였지만 과부하가 심해 보이기도 했다.
‘어어??’
그러나 정신 차릴 여유도 없었다.
차유진의 다음 행동은, 어안이 벙벙한 사람들 사이로 아무렇지 않게 상의를 걷어서 던진 것이었다.
즉시 잘 단련된 상반신이 드러났다.
“…?!”
“으아아악!!”
그렇게 계속된다.
눈을 뗄 수가 없도록 뭔가를 계속 만들어 냈다.
느릿한 구간에 접어들면, 차유진은 일부러 앉아서 물을 맞아줬다.
얼굴을 직접 때릴 수 있게.
‘미… 미친.’
그리고 눈을 감지도 않고 물총을 쏘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빤히 쳐다보다가, 고글을 벗어 던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러나 간주가 끝나는 완벽한 타이밍에 맞추어, 그는 다시 대형에 합류했다.
그리고 몰아치는 타이틀곡의 마지막 후렴구 퍼포먼스.
[잡아 당겨]
폭죽이 터졌다.
그러나 그 요란하고 화려한 피날레마저 배경처럼 보이게, 그는 아낌없이 모든 선을 넘어 불태웠다.
그래서 같은 시각.
-미미미ㅣ친 워터밤 차유진등장
-으악 차유진
SNS가 뒤집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게 가능했던 이유는 하나였다.
스티어 차유진은 테스타 차유진보다 절대적인 능력치가 높았던 것은 아니다.
관리와 교육의 부재는 그만큼 뼈아팠다.
다만 경험.
워낙 사건 사고가 많던 그룹 때문에 겪었던 모든 일들.
상황에 따라 급작스러운 변동 사항이 많아서 안무 순간 습득력과 응용력이 극도로 늘 수밖에 없는 환경.
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 땄어요.
-헉.
그래서 그는 테스타의 최신 타이틀 리믹스 안무와, 다른 행사용 두 곡을 4시간 만에 완전히 습득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인상적인 무대를 보이기 위해, 아주 불편하고 낯선 상황에서도 적응하여 필사적으로 남아 있던 순간들.
기회를 잡기 위해, 그가 스스로 극한까지 발현시킨 능력치가 하나 있었다.
[끼 : EX (EX)]
기회만 온다면.
그는 시선을 놓치지 않을 사람이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79화
서울 워터밤.
“와아아악!!”
“악! 야!”
물줄기와 웃음소리, 비명과 음악이 사방에서 솟구쳤다.
재미와 체력을 맞바꾸는 광란의 여름 축제가 낮부터 한창이었다.
보통 이런 류의 행사는 본인들이 노는 것에 중점을 두고 온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게 보통이었으나, 오늘의 워터밤은 그렇지 않은 사람도 꽤 눈에 띄었다.
“애들 마지막이지?”
“응응. 아마?”
바로 테스타의 팬이다.
물론 테스타 자체가 워낙 대중 인지도가 좋은 데다가, 이번 행사가 그들의 단독 공연도 아니다 보니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피곤해서라도 10시간 동안 물총 쏘며 뛰고 소리 지르는 파티에 오지 않았을 타입의 사람들이 굳이 온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팬들이 아니더라도, 오늘 워터밤에 온 사람 대부분은 ‘유명한 가수’로서의 테스타 무대를 보고 신나게 노는 것 자체는 기대 중이었다.
“아 개추워.”
“야 그래도 더 유명한 애들 저녁에 나와. 테스타는 9시 넘어야 나올걸??”
“오케이. 존버 가자. …헐 야, 뮤디 올라온다!”
“대박!”
다만 이렇게 그냥 이 축제 자체에 집중하는 일반 참가자들과는 달리, 테스타의 팬 일부는 다른 불안감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당연하지만, 차유진의 불참 때문이다.
-유진이 안 나오는 거 너무 아쉽다ㅠㅠ
-차고영 날아다녔을 텐데 아이고 본인이 제일 아쉬워할 듯…
-원래 안 아프던 사람이 한번 아프면 많이 고생하니까… 러뷰어 걱정 말고 푹 쉬고 건강한 모습으로 보고 싶다 우리 유진이 (사진)
며칠 전 차유진이 건강상 스케줄을 중단했다는 공지는 이미 뜬 상태였고, 자연스럽게 오늘 워터밤에도 차유진은 오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 대다수였다.
차유진의 건강에 대한 걱정과 쾌유를 바라는 글을 쉽게 SNS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선을 지키며 끝나기엔, 문제가 하나 있었다.
차유진의 스타성이 지나치게 좋았다는 것.
-?? 병명도 안 알려주고 갑자기 휴식??
-ㅋㅋㅋ유진차 공계에 글 하나 안 올리는 거 개쎄하네 진짜
-설마 차메라 또 도졌냐
-헐 차윾진이 스트레스성 휴식?ㅋㅋ 왜 이렇게 구라같지 X나 안 어울려
데뷔 이래 차유진이 아픈 적이 있던가?
그것도 스케줄을 갑자기 기한 없이 중단할 정도로?
게다가 구체적으로 어디가 아픈지도 공지되지 않았다.
단지 ‘신체적, 정신적 부담’으로 인한 일시적 휴식 조치를 권유받았다고 적혀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은근히, 혹은 노골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궁금하다.’
대체 왜 아픈 거지?
아직 수면 위로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팬덤의 물밑에서는 별 추측이 다 오가는 중이었다.
게다가 새벽부터 갑자기 몇몇 어그로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차유진 아픈 거 아님 여친 만나느라 안 나오는 거야ㅋㅋㅋ^^ 어제 무단 외박해서 회사 난리났음 멍청이들아
-집 나간 유진 이그나시오 차의 초심을 찾는 계정 (★★★실제로도 숙소 탈주함★★★)
익명 계정들이었다.
비슷비슷한 말투를 쓰는 계정들은 어디서 나타난 건지 갑자기 나타나서 자극적인 소리를 한껏 늘어놓았다.
여자친구가 있다는 둥, 숙소에서 멤버들과 싸우고 나왔다는 둥, 재계약 때부터 이미 잡음이 있었다까지 별소리가 다 나왔다.
게다가 그 여파로 오늘 워터밤에 테스타가 아예 못 나올지도 모른다는 소리까지!
-테스타 나오나 안 나오나 봐라 진짜ㅋㅋㅋ 불쌍해서 푸는 거니까
-혹시 갑자기 취소 공지 떠도 정신 승리하지나 마세요
그리고 그쯤 되면 ‘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 같은 심정이 드는 귀 얇은 사람들도 나오기 마련이었다.
-뭐 있긴 한가 본데
-사생발 이야기 소비 안 하는 게 맞긴한데 솔직히 불안하긴 함 걔만 정서 좀 다른 거 데뷔 때부터 티났고
-제발 아 곰머야 빅버드야 너넨 서치 하잖아 뭐라도 좀 해봐 조용하니까 더 진짜 같다고ㅠ
그러다가 낮 즈음에는 좀 잠잠해지긴 했지만, 이미 그걸 본 팬들은 다소 찝찝한 상태였다.
‘아, 짜증나….’
여기, 팔자에도 없던 워터밤에 친구들과 온 김래빈의 팬도 마찬가지였다.
‘차유진 진짜 하필 지금 아프냐고.’
안 그래도 워터밤에 제일 찰떡일 멤버 중 하나가 빠지니까 티켓값을 부분 환불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마당인데 말이다.
물론 김래빈 때문에 그러진 않을 거지만.
‘김래빈은 상탈… 응, 안 하겠지.’
기대도 안 한다고 중얼거리면서도, 김래빈의 팬은 일단 돌출 무대 펜스에 최대한 가깝게 앞으로, 옆으로 슬금슬금 붙어갔다.
물에 젖은 채로 몇 시간 동안 야외에 서 있느라 슬슬 찝찝하고 추운 것도 자신의 동작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응? 좀 앞에서 보게?”
“어어.”
친구들이 얼결에 같이 따라 와줬다.
주변을 보니 다수가 눈치 싸움을 하며 빠진 자리 사이사이를 채우는 게, 아무래도 머릿속으로 다들 타임테이블을 떠올리는 게 분명했다.
그래.
찜찜한 건 찜찜한 거고, 테스타 실물은 실물이다.
‘테스타가 안 나오긴 무슨.’
결국 취소 공지 같은 건 뜨지도 않았다.
이제 마지막 코너.
‘나온다!!’
파파바바파팡!!
물대포와 강렬한 음향, 그리고 폭죽 같은 화염 효과와 LED가 터지는 가운데, 어둑어둑한 한 여름 저녁의 거대한 야외무대로 훤칠한 여섯 인영이 올라온다.
테스타였다!
“와아아아악!!!”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면서도, 팬은 알아차렸다.
차유진이 빠지긴 했네.
하지만 그건 순간이었다. 동시에 테스타의 차림새에 눈이 갔다.
그들은 간단한 흰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청재킷을 걸친 멤버가 둘셋 보이는 정도로 끝나는 가벼운 차림새.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뭐든지 간단한 게 최고인 법이었다.
물이 그 외의 모든 포인트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아아아아악!!!
귀가 터질 것 같은 함성을 배경으로, 익숙한 전주가 흐르기 시작한다.
신나고 빠른 비트.
축제에 맞게 약간 더 리드미컬하게 편곡된 이다.
별이 쏟아지는 날
파도를 차고 달려
하늘로 Run and Fly!]
아이돌다운 산뜻한 맛이 있으면서, 대중적인으로 히트한 곡이다.
워터밤치고는 굉장히 건전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다 아는 곡을 따라부르는 대학 축제 같은 재미는 충분했다.
게다가 ‘물’이라는 키워드에서의 공통점 때문에 퍼포먼스 측면에서도 딱 맞아떨어졌다.
“와!!”
“개 잘해 X발!”
벌써부터 맨발에 특수 제작한 미끄럼 방지 패드만 착용한 채로 물보라를 튀기며 뛰어다니는 테스타의 퍼포먼스에 원색적인 환호가 쏟아졌다.
게다가 테스타 멤버들은 아낌없이 몸을 써줬다.
Let’s go!]
2절에는 일부러 애드립 간주 구간까지 넣어서 자유롭게 돌출 무대를 뛰어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아현아!”
가령 선아현이 돌출 앞까지 튀어나와서 물보라를 맞으며 한 바퀴를 우아하고 날렵하게 돌았다.
“와아아!!”
약간 멋쩍은 듯, 수줍은 것 같은 기색을 살짝 얼굴에 비치며 손을 흔드는 선아현에게 다시 물줄기가 쏟아졌다.
그리고 옆을 보면,
“류청우! 류청우!”
“제발 여기 좀!”
‘와….’
아주 욕망이 소용돌이치는 게 보일 지경이었다. 딱히 테스타 팬이 아닌 것 같은 사람도 그러고 있다.
류청우는 딱히 싫은 기색 없이 목 근처와 등으로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팬서비스를 해주고 있었다.
‘미친 복근….’
자연스럽게 돌아가려는 고개를 자제하며, 김래빈의 팬은 자신의 최애를 찾아 고개를 돌렸는데,
바로 앞에 있었다!
피어싱을 유독 화려하게 한 김래빈의 하얀 얼굴이 코앞이었다.
‘기기김래빈,’
김래빈의 팬은 잠시 정신이 아득해질 뻔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재킷을 입은 멤버 중 하나였던 녀석은 자신의 바로 옆, 짓궂은 커플 관객들의 신난 요청을 정면으로 맞고 있었기 때문이다.
“벗어라! 벗어라!”
우리 같이 화끈하게 재킷 벗고 놀자 이거다.
‘김래빈 성격에 퍽이나 그러겠다!’
그러나….
고개를 기웃거리던 녀석은… 진짜 재킷을 벗었다!
“…?!”
그리고 관객석에 건네주었다.
“으아아아아?!”
“엄마야!”
‘미친놈아!’
건네받은 사람과 주변 사람들이 지르는 비명으로 주변이 광란의 도가니탕이 되었다.
감사 대신 왜 물총질이 쏟아지는 건지 김래빈은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았지만, 그게 감사의 표시려니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다시 무대를 뛰는 김래빈의 등에는 흰 상의가 다 젖어서 붙어 있었다.
‘X… X발.’
고맙다.
왜 워터밤 같은 위험한 행사 나오냐고 욕했던 자기 입을 때리고 싶어졌다.
고자극 미쳤다.
‘너, 너도 몸이 좋았냐고…!’
김래빈의 팬은 스마트폰을 들지 않은 자신의 선택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찍는 거야 다른 사람이 찍겠지. 나는 내 눈으로 보는 게 더 중요하다!
테스타는 돌출을 한 바퀴 돈 후, 다시 한번 신나는 댄스 브레이크를 보여준 뒤에야 첫 곡을 끝냈다.
야외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공기를 뒤흔들었다.
그건 테스타가 가벼운 인사 겸 토크를 시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말하는 와중에도 얼굴로 물줄기가 사정없이 튀겼다.
하지만 이세진은 씩 웃더니, 셔츠를 들어선 볼을 한 번 훔치며 폭소하고 넘어갔다.
그러자 떠나갈 것 같은 함성과 긍정이 공연장을 울렸다.
디민 김래빈의 팬은 그 핫하고 신나는 분위기 속에서도 잠깐 미간을 찌푸렸다.
‘아, 이래서 워터밤 좀 그랬던 건데.’
눈에 맞춰서 쏴대는 개념 없는 새끼들이나, 물 대신 술 섞어 쏴대는 미친놈들 때문에 위험할 수 있어서였다.
특히 저렇게 유명한 남자 아이돌이라면 이상한 팬덤이나 열폭 종자가 붙은 경우가 많아서 더욱.
그러나.
벌써 쫄딱 젖은 강아지 꼴이 된 박문대가 진지하게 폭탄 발언을 했다.
“…??”
그러더니, 테스타는 다들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바로 방수 고글이었다.
“으하하!”
나올 땐 안 쓰던 이제야 방어구를 쓰고 있네!
시간차 공격을 당한 사람들이 웃는 동안에 테스타도 실없이 웃으며 야무지게 고글을 눌러 썼다.
제법 멋지게 생긴 패션 고글이었다.
그리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착용을 완료한 순서대로 하나씩 돌출 스테이지로 뛰어나온다!
“와아아아악!!”
“아악!!”
자리 선정 개잘했어!! 미친!!
김래빈의 팬이 친구와 팔을 부여잡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사이, 그들의 바로 앞에 선 배세진에게 물총 세례가 쏟아졌다.
재킷이고 나발이고 안에 입은 흰 셔츠가 다 젖을 지경이었다.
‘불쌍해!’
그러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친구도 열심히 배세진의 배를 향해 물을 쏘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 신남과 호르몬 폭주로 한껏 흥분이 치솟은 분위기 속에서, 전주가 흐른다.
“아 최신곡!”
‘Roll the Dice’였다.
이것도 살짝 더 강렬히 편곡된 건지, 비트가 약간 빨라진 것 같았다.
벌써부터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호응하기 시작하려 할 때.
“어?”
류청우가 갑자기 웃으며 그렇게 말을 했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설명도 없이, 그리고 사람들이 궁금증에 웅성거릴 틈도 없이….
또 감기는 My tape!]
박문대의 고음과 함께 곡이 시작했다.
“와아악!”
고글을 쓴 박문대는 이제 아예 누가 어디로 물을 쏘든 상관하지 않는 것처럼 호쾌하게 몸을 움직였다. 사람들이 환호하며 움직임을 쫓는다.
모든 감각이 Slow]
테스타는 특징적이고 인상적인 안무는 칼 같이 뽑았지만, 그 외의 대형과 제스처는 다소 자유롭게 운용하며 돌출 무대를 뛰어다녔다.
사람들의 카메라에서 불빛이 튄다.
곡이 달리고, 비트가 뛰고, 열기과 물기로 여름 저녁의 공기가 터질 것 같은 공연의 순간.
프리코러스의 직전 마지막 파트!
그리고.
갑자기 음악이 멈췄다.
“…?”
가장 고조되어 확 터져야 할 상황에!
순간 음향사고인가 싶었던 그때.
핑!
돌출 무대 저 뒤, 본 무대 전광판에 화려한 LED 빛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곳에는… 누군가 서 있었다.
금발. 청바지와 핏 좋은 흰 티셔츠.
고글을 쓴 일곱 번째 인영.
차유진.
마이크를 든 그가 테스트를 하듯이, 짧게 음을 맞추어 소리를 낸다.
그 순간.
“와아아아악!!”
“유진아!!”
“뭐야?? 누구야?”
갑작스러운 등장에 팬들이 좋은 의미로 경악하고 모르는 사람도 분위기에 휩쓸려 함성을 지르는 그 화끈함 속.
휘몰아치듯 밴드 반주가 돌아왔다.
그리고 차유진은 돌출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미, 미친!”
머리를 반 쓸어넘긴 차유진은 물기 젖은 무대를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와 뚫을 듯이 직진했다.
그 와중에도 숨 한결 흐트러지지 않은 채 자신의 파트를 쉬지 않고 쏘아붙이듯이 끌어올려 마이크 너머로 꽂는다.
그래 전부 가져가 one more
꽉 잡은 이 손을 놓쳐도]
그리고 맨 앞.
테스타의 대형 정 가운데 발을 디디는 순간.
곡이 드랍된다.
원곡에 없던 화려한 댄스 브레이크.
차유진이 앞으로 몸을 튕겼다.
“……!!”
미친.
미친, 미친!
돌출 앞에서 일시적으로 물총질이 멎었다.
어마어마한 입체감, 폭력적일 만큼 인상적인 존재감, 그리고 짜릿한 폭발력.
‘뭐야??’
차유진은 독무에 가까운 형태로 댄스 브레이크를 소화했다.
발로 땅을 박차고, 몸의 반동으로 바닥을 쓸 듯이 움직여 몸을 튕기는 그 동작은 척 보기에도 더없이 근사해 보였지만 과부하가 심해 보이기도 했다.
‘어어??’
그러나 정신 차릴 여유도 없었다.
차유진의 다음 행동은, 어안이 벙벙한 사람들 사이로 아무렇지 않게 상의를 걷어서 던진 것이었다.
즉시 잘 단련된 상반신이 드러났다.
“…?!”
“으아아악!!”
그렇게 계속된다.
눈을 뗄 수가 없도록 뭔가를 계속 만들어 냈다.
느릿한 구간에 접어들면, 차유진은 일부러 앉아서 물을 맞아줬다.
얼굴을 직접 때릴 수 있게.
‘미… 미친.’
그리고 눈을 감지도 않고 물총을 쏘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빤히 쳐다보다가, 고글을 벗어 던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러나 간주가 끝나는 완벽한 타이밍에 맞추어, 그는 다시 대형에 합류했다.
그리고 몰아치는 타이틀곡의 마지막 후렴구 퍼포먼스.
폭죽이 터졌다.
그러나 그 요란하고 화려한 피날레마저 배경처럼 보이게, 그는 아낌없이 모든 선을 넘어 불태웠다.
그래서 같은 시각.
-미미미ㅣ친 워터밤 차유진등장
-으악 차유진
SNS가 뒤집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게 가능했던 이유는 하나였다.
스티어 차유진은 테스타 차유진보다 절대적인 능력치가 높았던 것은 아니다.
관리와 교육의 부재는 그만큼 뼈아팠다.
다만 경험.
워낙 사건 사고가 많던 그룹 때문에 겪었던 모든 일들.
상황에 따라 급작스러운 변동 사항이 많아서 안무 순간 습득력과 응용력이 극도로 늘 수밖에 없는 환경.
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 땄어요.
-헉.
그래서 그는 테스타의 최신 타이틀 리믹스 안무와, 다른 행사용 두 곡을 4시간 만에 완전히 습득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인상적인 무대를 보이기 위해, 아주 불편하고 낯선 상황에서도 적응하여 필사적으로 남아 있던 순간들.
기회를 잡기 위해, 그가 스스로 극한까지 발현시킨 능력치가 하나 있었다.
기회만 온다면.
그는 시선을 놓치지 않을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