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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476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76화
데뷔 6년 만에 멤버가 무단 탈주했다.
피가 식는 상황.
스티어 차유진을 태운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시에 당장 계단으로 뛰어 내려갔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이사한 숙소가 고층이라 아무리 운동신경이 좋아도 엘리베이터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야밤에 회사가 뒤집어졌다.
-…예?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되묻던 매니저 팀장부터 시작해서 결국 사장의 귀까지 들어간 이 소식은 잠자던 거의 모든 직원을 깨워서 서울을 이 잡듯 뒤지게 만들었다.
물론 우리도 마찬가지고.
얼굴이 굳은 류청우는 아까부터 경비실과 숙소를 뛰어다니는 중이다.
“CCTV는 확인하셨대요?”
“정문까지는 걸어간 게 확인되는데 그 후로는 어두워서 놓친 것 같아. 택시 탄 것 같긴 한데…….”
“…….”
그리고 그 택시를 추적하려면 경찰에 실종 신고라도 해야 할 판이라는 거지.
물론 그렇다고 신고하는 건 미친 짓이다. 내일 아침 연예 뉴스 1면에 뜨는 걸 굳이 앞당기고 싶지 않다면야.
‘망할.’
혀라도 깨물고 싶군.
나는 혹시 목격담이 올라오지 않는지 실시간으로 SNS 등지를 계속 모니터링 하면서 이놈이 가볼 만한 장소를 떠올리려 애썼다.
‘지난번에 투어에서도 이 자식 뛰쳐나간 걸 잡아 왔었지.’
상대를 잘 알면 대충 동선은 추리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
문제는, 상대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스티어 차유진이니까.’
그래.
인정하겠다.
테스타 박문대가 되기 전 직장인 류건우는 스티어에 상당한 관심이 있었고, 꾸준히 알아봤다.
그러니까 병실에서도 이 차유진이 바로 스티어 때 그 녀석이라는 것을 알아봤던 거겠지.
‘하지만 그게 인간 개인에 대해서 안다는 뜻은 아니지.’
내가 스티어 차유진에 대해서 아는 것은 전부 미디어를 거쳐서 한 번 가공되어 나온 이야기다.
아이돌에 관한 정보란 뜻이다.
그 녀석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장소, 즐겨 찾는 곳 같은 걸 내가 알 리가 없다.
게다가 말이다.
“…그, 아무래도 지금은 아무도 말 안 할 것 같아서 제가 말을 하긴 하는데요.”
큰세진이 머리를 휘저으며 쓴웃음과 함께 한 말이 있다.
“…내일 저녁에 저희 단체 스케줄 있는 거 아시죠?”
“…….”
“행사요.”
그렇다.
이번 활동 거의 마지막 국내 단체 스케줄이, 바로 내일이다.
여름 페스티벌.
“유진이 빠지는 건 미리 공지했지만, 저희가 지금 유진이 찾겠다고 밤새고 완전히 올인했다가 공연 망치면… 저는 그것도 문제가 있다고 보거든요.”
정확했다.
그나마 대안이 있다면, 행사를 아예 취소해 버리는 게 있긴 한데 말이다….
‘…이 규모 행사에 테스타 급 헤드라이너가 당일 취소 수습이 되나?’
이런 말 하긴 더럽다만, 행사도 이름값이 다르다 보니 취소 파급력이 각자 다르다.
‘그리고 내일 행사는….’
“워터밤이잖아요.”
“…….”
조졌다. X발.
당일 취소했다간 조리돌림 당할 각이다.
‘어지간한 변명으로는 씨알도 안 먹힌다고.’
일단 취소하는 순간 무조건 기삿감이다.
그리고 우리가 취소를 안 하고 행사를 잘 수행해도, 이걸 아프다는 명목으로 빠졌던 차유진이 밖에서 멀쩡한 꼴로 돌아다니는 목격담이 들렸다간….
-차유진 미쳤어? 정신 차려 순덕들 다 탈빠하게 생겼네ㅋㅋㅋㅋ일단 나부터 탈빠했다
-이래서 케팝에 외노자쓰면안됨 시X것들 매번 이지랄이야
-네네 윾진이그나시오차님 더러운코리언머니 그만 빠시고 아메리카로 돌아가
가뜩이나 차유진은 카메라 폭행 사건 때문에 한 번 전적이 있는 상황이었다.
이건 빼도 박도 못하고 나락감이란 뜻이다. 옳다구나 한 사람들의 필터 안 거친 온갖 폭언과 인신공격이 폭격처럼 쏟아질 것이다.
‘…어쩌냐.’
문제는 나도 당장은 X발 답이 없다.
계속 찾는 것 외에는, 말이다.
그러나 결국 아침이 될 때까지 차유진의 소식은… 잡히지 않았다.
“…….”
당연하지만 침대에서 숙면한 놈은 하나도 없다. 지금도 회사 쫓아 간 놈들이 절반.
뜬 눈으로 거실에서 새벽을 맞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스마트폰을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럴 거면.’
차라리 앨범이 좀 안 되는 게… 나았나.
그 순간에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되면 차유진 커리어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이걸 무슨 수로 수습하지?
“…….”
머리가 아팠다.
‘할 게 너무 많아.’
스티어 차유진을 찾아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모르겠다.
회사도, 여론도, 활동도.
그놈을 한 달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극단적인 방법밖에 생각이 안 나.’
나는 눈두덩이를 눌렀다.
그때였다.
탁.
눈앞 탁자에 찬물이 놓였다. 마시라는 듯이.
“…….”
나는 집어 들고 물을 들이켰다. 물잔을 둔 놈은 내 맞은편에 앉았다.
…배세진이었다.
본인의 말 때문에 나갔다고 생각했는지, 이놈도 썩 몰골이 좋진 않다.
안 좋았다.
“형, 모레… 아니, 내일도 촬영 있을 텐데. 일단 쉬시는 게 낫겠는데요.”
“괜찮아. 밤샘 촬영도 해봤고.”
배세진은 딱 잘라 말했으나, 곧 약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냥…… 걔가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어.”
“…….”
“아무리 몇 년 동안 다른 경험을 했다지만… 그 차유진도 차유진은 맞잖아. 이런, 이런 일을 할 애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라.
사실 차유진이 언뜻 보기에는 제 마음대로 하는 놈 같아도, 정말 상대가 곤란한 것 같으면 배려를 할 줄 아는 놈이었다.
아니, 애초에 그걸 배려라고 티 내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넘겨주는 녀석이지.
‘배세진이 보기에도 그랬던 놈이 갑자기 누가 어떻게 되든 내 알 바냐고 말하는 걸 들은 걸 테니.’
당황했을 것이다.
그래. 사정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스티어 차유진이 이 환경에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 수 없다.
본인은 X발 아이돌 때려치웠는데 갑자기 성공한 버전 30일 체험해 보라는 것도 아니고, 빡돌지 않겠냐.
‘내가 더 신경 써서 처리했어야 했다.’
이 30일을 무사히 넘겨서 차유진을 원래대로 돌리는 것에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그놈의 멘탈 케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
머리가 무거웠다.
정적이 흐를 때.
“저.”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그럴까요?”
고개를 들자, 창백한 안색의 녀석이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았다.
김래빈이다.
“저는… 그 차유진이 일부러 저희를 곤란하게 하려고 나간 것 같지는 않습니다.”
“…!”
배세진이 고개를 들었다.
“…나도, 그러면 좋겠어. 하지만 너도 들었잖아. 테스타 자기 알 바 아니라고 한 거.”
“그, 그렇지만… 이건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한 것이, 의도적으로 방해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
“혹시 차유진이 자신은 자유롭게 테스타의 커리어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습니까?”
“그렇지는 않지만… 상황상 걔가 신경 쓰지 않으면 당연히 그렇게 될 거잖아.”
“…….”
잠깐.
머리를 한 대 후려 맞은 느낌이다.
아마도 좋은 의미로.
“잠깐만요.”
“…! 박문대?”
“래빈이 말이 맞는 것 같은데.”
나는 좀 더 맑은 정신으로 스마트폰을 들었다.
아직도 조용했다.
차유진의 소식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걸 반대로 말하자면… 목격담 하나 없다는 뜻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차유진이 뛰쳐 나간 지가 벌써 5시간이 넘었다.’
자가용도 없는 녀석이다.
그럼 아무리 운이 좋다고 해도… 지금 테스타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연예인이 밖을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면 목격담 하나가 안 뜨는 게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본인이 신경 쓰는 게 아니면.’
“차유진은 지금 사람들한테 굳이 들키지 않게 이동하고 있어요.”
“……!”
“진짜 대놓고 테스타한테 피해를 주고 싶었다면 클럽이라도 갔을 텐데, 그건 아니라는 거죠.”
아이돌로서 사람을 피해 다니는 습관대로라도 움직여주고 있다는 뜻이다.
이 와중에도 선을 지켜주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무심코, 녀석이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때 어디서 사는 지는 내 마음이에요. 내 몸이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해요. OK?
-당신들의 배려엔 목적이 있어요. 그건 배려가 아니라 통제예요. Control.
“…….”
‘그건 혹시… 겁을 먹은 건가?’
그때였다.
김래빈이 다시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편하게 해도 괜찮아.”
“…! 예.”
김래빈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저는 저희가 그 차유진과 좀 더 대화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배세진이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안 되던데.”
“예? 아, 단어 표현에서 제가 너무 포괄적인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김래빈이 최선을 다해서 어휘를 고르는 것 같더니, 다시 말을 고쳤다.
“저는 지금까지 저희가 그 차유진에게 대화가 아닌 설득을 시도했다고 생각합니다.”
“…!”
“혹은 설득을 목적으로 한 대화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목적 없는 대화가 없었기에 서로 간에 신뢰를 쌓기 힘들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
“왜,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마도 나와 배세진 둘 다 거의 경악에 가까운 눈빛으로 김래빈을 봤나보다.
아주 날카로운 분석이었기 때문이다.
대인 관계에 둔한 녀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크흠, 네 말이 맞는 것 같아서.”
“…! 예. 멤버를 걱정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김래빈을 보았다.
‘이 녀석도 고민을 많이 했군.’
평소에 속내를 숨긴 대화나 타인의 생각을 짐작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놈이, 저런 생각을 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쳤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유독 요새 말이 없었던 건가.’
김래빈은 이 상황에는 혼란스러운 것 같았으나, 자신의 말 자체에는 확신이 있는 것 같았다.
“저도 그 차유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래서 알고 싶습니다.”
“…….”
나는 녀석을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
“나도 동의한다.”
그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나도 궁금하다.
어차피 선 넘은 마당에 진짜 까놓고 이야기를 해보는 게 낫지 않겠나 싶기도 하고.
“감사합니다!”
이쪽이 그래야 할 판이다.
그리고.
“어쨌든 그러려면 찾아야 하는데 말이야.”
“…예.”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다시 켰다.
이 녀석이 최소한 눈에 띄지 않게 다니는 것 같다는 점은 눈치챘으니, 후보지가 좀 줄어들긴 하는데 말이다.
교통수단도, 목적지도.
‘아이돌이 갈 만한 곳이라.’
내 말에 배세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면… 우리가 아는 한도 내에서라도 좁혀볼 수 있겠어.”
에 참가했던 차유진, 거기까지의 정보를 중점으로라도 말이다.
그럼 그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뻔하지 않은가.
“혹시 연습생 때 차유진이 가던 곳 있냐.”
김래빈이다.
녀석은 심각한 얼굴로 열심히 대답했다.
“사람이 많은 장소를 선호했던 것 같습니다!”
“…….”
그건 좀.
“…자세한 설명을 붙여본다면?”
“풍경이 좋은 야외 카페나 고깃집…. 시끄럽고 탁 트인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 어디든 실내보다는 실외를 선호했던 것 같습니다!”
“아, 그건 차유진 고향이 생각나는 곳 같네.”
그렇게 범위를 좁혀 갔다.
그러다가, 그 말이 나온 것이다.
‘여기서 일단 탈출하고 싶은 심정이라면.’
멀리 갔을 확률도 있을 테니까.
“혹시 연습생 때 서울 밖으로 놀러 간 적은 없냐.”
“제 본가를 제외한다면… 음, 바닷가에 간 적은 있습니다만.”
“바닷가?”
“강화도였습니다.”
“…!”
그 순간, 뭔가가 겹쳐진 것이다.
‘차유진은 샌디에이고 바닷가 근처에서 살았어.’
투어에서 탈주했을 때도 바닷가 근처 카페에서 찾았었다.
……그리고.
-저놈이… 스티어 때 찍은 예능에서 강화도에 왔었지.
강화도 바닷가는.
스티어의 첫 예능 촬영지였다.
“…거기.”
“예?”
“뒤지자.”
그리고 2시간 후.
“차유진!”
스티어 차유진은 친구를 만나게 된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76화

데뷔 6년 만에 멤버가 무단 탈주했다.

피가 식는 상황.

스티어 차유진을 태운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시에 당장 계단으로 뛰어 내려갔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이사한 숙소가 고층이라 아무리 운동신경이 좋아도 엘리베이터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야밤에 회사가 뒤집어졌다.

-…예?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되묻던 매니저 팀장부터 시작해서 결국 사장의 귀까지 들어간 이 소식은 잠자던 거의 모든 직원을 깨워서 서울을 이 잡듯 뒤지게 만들었다.

물론 우리도 마찬가지고.

얼굴이 굳은 류청우는 아까부터 경비실과 숙소를 뛰어다니는 중이다.

“CCTV는 확인하셨대요?”

“정문까지는 걸어간 게 확인되는데 그 후로는 어두워서 놓친 것 같아. 택시 탄 것 같긴 한데…….”

“…….”

그리고 그 택시를 추적하려면 경찰에 실종 신고라도 해야 할 판이라는 거지.

물론 그렇다고 신고하는 건 미친 짓이다. 내일 아침 연예 뉴스 1면에 뜨는 걸 굳이 앞당기고 싶지 않다면야.

‘망할.’

혀라도 깨물고 싶군.

나는 혹시 목격담이 올라오지 않는지 실시간으로 SNS 등지를 계속 모니터링 하면서 이놈이 가볼 만한 장소를 떠올리려 애썼다.

‘지난번에 투어에서도 이 자식 뛰쳐나간 걸 잡아 왔었지.’

상대를 잘 알면 대충 동선은 추리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

문제는, 상대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스티어 차유진이니까.’

그래.

인정하겠다.

테스타 박문대가 되기 전 직장인 류건우는 스티어에 상당한 관심이 있었고, 꾸준히 알아봤다.

그러니까 병실에서도 이 차유진이 바로 스티어 때 그 녀석이라는 것을 알아봤던 거겠지.

‘하지만 그게 인간 개인에 대해서 안다는 뜻은 아니지.’

내가 스티어 차유진에 대해서 아는 것은 전부 미디어를 거쳐서 한 번 가공되어 나온 이야기다.

아이돌에 관한 정보란 뜻이다.

그 녀석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장소, 즐겨 찾는 곳 같은 걸 내가 알 리가 없다.

게다가 말이다.

“…그, 아무래도 지금은 아무도 말 안 할 것 같아서 제가 말을 하긴 하는데요.”

큰세진이 머리를 휘저으며 쓴웃음과 함께 한 말이 있다.

“…내일 저녁에 저희 단체 스케줄 있는 거 아시죠?”

“…….”

“행사요.”

그렇다.

이번 활동 거의 마지막 국내 단체 스케줄이, 바로 내일이다.

여름 페스티벌.

“유진이 빠지는 건 미리 공지했지만, 저희가 지금 유진이 찾겠다고 밤새고 완전히 올인했다가 공연 망치면… 저는 그것도 문제가 있다고 보거든요.”

정확했다.

그나마 대안이 있다면, 행사를 아예 취소해 버리는 게 있긴 한데 말이다….

‘…이 규모 행사에 테스타 급 헤드라이너가 당일 취소 수습이 되나?’

이런 말 하긴 더럽다만, 행사도 이름값이 다르다 보니 취소 파급력이 각자 다르다.

‘그리고 내일 행사는….’

“워터밤이잖아요.”

“…….”

조졌다. X발.

당일 취소했다간 조리돌림 당할 각이다.

‘어지간한 변명으로는 씨알도 안 먹힌다고.’

일단 취소하는 순간 무조건 기삿감이다.

그리고 우리가 취소를 안 하고 행사를 잘 수행해도, 이걸 아프다는 명목으로 빠졌던 차유진이 밖에서 멀쩡한 꼴로 돌아다니는 목격담이 들렸다간….

-차유진 미쳤어? 정신 차려 순덕들 다 탈빠하게 생겼네ㅋㅋㅋㅋ일단 나부터 탈빠했다

-이래서 케팝에 외노자쓰면안됨 시X것들 매번 이지랄이야

-네네 윾진이그나시오차님 더러운코리언머니 그만 빠시고 아메리카로 돌아가

가뜩이나 차유진은 카메라 폭행 사건 때문에 한 번 전적이 있는 상황이었다.

이건 빼도 박도 못하고 나락감이란 뜻이다. 옳다구나 한 사람들의 필터 안 거친 온갖 폭언과 인신공격이 폭격처럼 쏟아질 것이다.

‘…어쩌냐.’

문제는 나도 당장은 X발 답이 없다.

계속 찾는 것 외에는, 말이다.

그러나 결국 아침이 될 때까지 차유진의 소식은… 잡히지 않았다.

“…….”

당연하지만 침대에서 숙면한 놈은 하나도 없다. 지금도 회사 쫓아 간 놈들이 절반.

뜬 눈으로 거실에서 새벽을 맞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스마트폰을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럴 거면.’

차라리 앨범이 좀 안 되는 게… 나았나.

그 순간에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되면 차유진 커리어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이걸 무슨 수로 수습하지?

“…….”

머리가 아팠다.

‘할 게 너무 많아.’

스티어 차유진을 찾아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모르겠다.

회사도, 여론도, 활동도.

그놈을 한 달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극단적인 방법밖에 생각이 안 나.’

나는 눈두덩이를 눌렀다.

그때였다.

탁.

눈앞 탁자에 찬물이 놓였다. 마시라는 듯이.

“…….”

나는 집어 들고 물을 들이켰다. 물잔을 둔 놈은 내 맞은편에 앉았다.

…배세진이었다.

본인의 말 때문에 나갔다고 생각했는지, 이놈도 썩 몰골이 좋진 않다.

안 좋았다.

“형, 모레… 아니, 내일도 촬영 있을 텐데. 일단 쉬시는 게 낫겠는데요.”

“괜찮아. 밤샘 촬영도 해봤고.”

배세진은 딱 잘라 말했으나, 곧 약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냥…… 걔가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어.”

“…….”

“아무리 몇 년 동안 다른 경험을 했다지만… 그 차유진도 차유진은 맞잖아. 이런, 이런 일을 할 애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라.

사실 차유진이 언뜻 보기에는 제 마음대로 하는 놈 같아도, 정말 상대가 곤란한 것 같으면 배려를 할 줄 아는 놈이었다.

아니, 애초에 그걸 배려라고 티 내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넘겨주는 녀석이지.

‘배세진이 보기에도 그랬던 놈이 갑자기 누가 어떻게 되든 내 알 바냐고 말하는 걸 들은 걸 테니.’

당황했을 것이다.

그래. 사정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스티어 차유진이 이 환경에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 수 없다.

본인은 X발 아이돌 때려치웠는데 갑자기 성공한 버전 30일 체험해 보라는 것도 아니고, 빡돌지 않겠냐.

‘내가 더 신경 써서 처리했어야 했다.’

이 30일을 무사히 넘겨서 차유진을 원래대로 돌리는 것에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그놈의 멘탈 케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

머리가 무거웠다.

정적이 흐를 때.

“저.”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그럴까요?”

고개를 들자, 창백한 안색의 녀석이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았다.

김래빈이다.

“저는… 그 차유진이 일부러 저희를 곤란하게 하려고 나간 것 같지는 않습니다.”

“…!”

배세진이 고개를 들었다.

“…나도, 그러면 좋겠어. 하지만 너도 들었잖아. 테스타 자기 알 바 아니라고 한 거.”

“그, 그렇지만… 이건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한 것이, 의도적으로 방해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

“혹시 차유진이 자신은 자유롭게 테스타의 커리어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습니까?”

“그렇지는 않지만… 상황상 걔가 신경 쓰지 않으면 당연히 그렇게 될 거잖아.”

“…….”

잠깐.

머리를 한 대 후려 맞은 느낌이다.

아마도 좋은 의미로.

“잠깐만요.”

“…! 박문대?”

“래빈이 말이 맞는 것 같은데.”

나는 좀 더 맑은 정신으로 스마트폰을 들었다.

아직도 조용했다.

차유진의 소식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걸 반대로 말하자면… 목격담 하나 없다는 뜻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차유진이 뛰쳐 나간 지가 벌써 5시간이 넘었다.’

자가용도 없는 녀석이다.

그럼 아무리 운이 좋다고 해도… 지금 테스타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연예인이 밖을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면 목격담 하나가 안 뜨는 게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본인이 신경 쓰는 게 아니면.’

“차유진은 지금 사람들한테 굳이 들키지 않게 이동하고 있어요.”

“……!”

“진짜 대놓고 테스타한테 피해를 주고 싶었다면 클럽이라도 갔을 텐데, 그건 아니라는 거죠.”

아이돌로서 사람을 피해 다니는 습관대로라도 움직여주고 있다는 뜻이다.

이 와중에도 선을 지켜주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무심코, 녀석이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때 어디서 사는 지는 내 마음이에요. 내 몸이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해요. OK?

-당신들의 배려엔 목적이 있어요. 그건 배려가 아니라 통제예요. Control.

“…….”

‘그건 혹시… 겁을 먹은 건가?’

그때였다.

김래빈이 다시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편하게 해도 괜찮아.”

“…! 예.”

김래빈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저는 저희가 그 차유진과 좀 더 대화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배세진이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안 되던데.”

“예? 아, 단어 표현에서 제가 너무 포괄적인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김래빈이 최선을 다해서 어휘를 고르는 것 같더니, 다시 말을 고쳤다.

“저는 지금까지 저희가 그 차유진에게 대화가 아닌 설득을 시도했다고 생각합니다.”

“…!”

“혹은 설득을 목적으로 한 대화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목적 없는 대화가 없었기에 서로 간에 신뢰를 쌓기 힘들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

“왜,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마도 나와 배세진 둘 다 거의 경악에 가까운 눈빛으로 김래빈을 봤나보다.

아주 날카로운 분석이었기 때문이다.

대인 관계에 둔한 녀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크흠, 네 말이 맞는 것 같아서.”

“…! 예. 멤버를 걱정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김래빈을 보았다.

‘이 녀석도 고민을 많이 했군.’

평소에 속내를 숨긴 대화나 타인의 생각을 짐작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놈이, 저런 생각을 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쳤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유독 요새 말이 없었던 건가.’

김래빈은 이 상황에는 혼란스러운 것 같았으나, 자신의 말 자체에는 확신이 있는 것 같았다.

“저도 그 차유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래서 알고 싶습니다.”

“…….”

나는 녀석을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

“나도 동의한다.”

그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나도 궁금하다.

어차피 선 넘은 마당에 진짜 까놓고 이야기를 해보는 게 낫지 않겠나 싶기도 하고.

“감사합니다!”

이쪽이 그래야 할 판이다.

그리고.

“어쨌든 그러려면 찾아야 하는데 말이야.”

“…예.”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다시 켰다.

이 녀석이 최소한 눈에 띄지 않게 다니는 것 같다는 점은 눈치챘으니, 후보지가 좀 줄어들긴 하는데 말이다.

교통수단도, 목적지도.

‘아이돌이 갈 만한 곳이라.’

내 말에 배세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면… 우리가 아는 한도 내에서라도 좁혀볼 수 있겠어.”

에 참가했던 차유진, 거기까지의 정보를 중점으로라도 말이다.

그럼 그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뻔하지 않은가.

“혹시 연습생 때 차유진이 가던 곳 있냐.”

김래빈이다.

녀석은 심각한 얼굴로 열심히 대답했다.

“사람이 많은 장소를 선호했던 것 같습니다!”

“…….”

그건 좀.

“…자세한 설명을 붙여본다면?”

“풍경이 좋은 야외 카페나 고깃집…. 시끄럽고 탁 트인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 어디든 실내보다는 실외를 선호했던 것 같습니다!”

“아, 그건 차유진 고향이 생각나는 곳 같네.”

그렇게 범위를 좁혀 갔다.

그러다가, 그 말이 나온 것이다.

‘여기서 일단 탈출하고 싶은 심정이라면.’

멀리 갔을 확률도 있을 테니까.

“혹시 연습생 때 서울 밖으로 놀러 간 적은 없냐.”

“제 본가를 제외한다면… 음, 바닷가에 간 적은 있습니다만.”

“바닷가?”

“강화도였습니다.”

“…!”

그 순간, 뭔가가 겹쳐진 것이다.

‘차유진은 샌디에이고 바닷가 근처에서 살았어.’

투어에서 탈주했을 때도 바닷가 근처 카페에서 찾았었다.

……그리고.

-저놈이… 스티어 때 찍은 예능에서 강화도에 왔었지.

강화도 바닷가는.

스티어의 첫 예능 촬영지였다.

“…거기.”

“예?”

“뒤지자.”

그리고 2시간 후.

“차유진!”

스티어 차유진은 친구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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