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47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72화
회의실에서 쓰러진 차유진은 순식간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차유진? 유진아!”
“내 말 들려?”
“…….”
차에 실려 이동하는 내내 차유진은 미동도 없었다.
평소 활력과 기력이 사지 끝까지 터질 듯 차올라있던 전신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다.
물건 같았다.
이상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어요?!”
“…그냥, 그냥 갑자기 확 쓰러졌는데… 다른 증상은 없었어요. 전혀.”
원래 내 인생에 모든 X 같은 일은 갑자기 일어나는 건가.
무슨 얼어 죽을 놈의 분석이고 대응이란 말인가. 기를 쓰고 준비를 하려고 해도 결국 상황이 닥치면 쓸모없는 헛짓이었다는 게….
‘아니.’
나는 허벅지를 눌렀다.
아직 제대로 검사도 안 해봤는데 벌써부터 잘하는 짓이다, 대가리야. X발.
생산적인 일을 하자.
‘증상부터.’
나는 차유진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녀석의 숨과 심장 박동을 체크했다.
“…….”
“박문대?”
나는 숨을 내쉬었다.
“…호흡은, 안정적인 것 같은데.”
“아…!”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헐떡거리거나, 심장 소리가 너무 튀거나 얕지 않았다.
그 순간, 큰세진이 마찬가지로 팔다리를 주무르며 당장 체크를 시작했다.
“혈색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좀 창백하긴 한데, 체온도 괜찮은 것 같지?”
“어.”
체온도 그렇게 두드러지게 낮지 않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우리 말을 들은 것인지, 운전 중이던 매니저가 정신없이 중얼거렸다.
“그럼 그런 걸 수도 있어요, 그, 미주… 뭐였지, 아무튼 실신이요.”
아.
“미주신경성 실신.”
“아! 네, 그거….”
“…….”
그건 극도의 스트레스나 긴장이 대부분 원인이다.
그리고 내가 이걸 아는 이유는… 이 회사 직원이 이걸 아는 이유와 똑같다.
“아이돌 중에 꽤 있거든요. 아무래도 활동기니까 테스타분들도 그럴 수 있어요. 지금 막 회사도 이동하면서 환경도 바뀌었고….”
“…….”
그래. 여러모로 우리가 복잡한 상황인 건 맞다.
하지만.
‘차유진이?’
그 ‘아주사’의 마이너스 투표에서 남들 다 죽상일 때 혼자 웃으며 넘기고, 카메라 폭력 루머 때문에 욕먹을 때도 스스로 멘탈을 관리하던 놈이?
‘그런 차유진이 겨우 이 정도로 ‘극도의 스트레스와 긴장감’까지나 느껴서 정신을….’
아니, 애초에 이게 실신한 사람의 얼굴인가.
‘잠든… 것 같은데.’
나는 옅게 숨을 쉬고 있는 차유진의 표정 없는 평온한 얼굴을 다시 쳐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자연스럽다.
“…! 병원 도착했으니까 바로….”
“예!”
미친 듯이 달린 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회사 근처 응급실에 비밀리에 도착했고, 차유진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다.
뒤따라온 회사 차량에서 나온 직원들과 함께 병원으로 쫓아 들어가며, 큰세진이 낮게 중얼거렸다.
“다른 애들한테 연락은… 조금 있다가 하자.”
“…….”
검진 결과가 나온 다음에 하자는 뜻이다.
“별일 아닐 수도 있잖아. 아니, 그럴 것 같아서.”
“그래.”
그러나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도무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차유진은 아무 전조 없이 쓰러졌으니까.
그런데 뭐가 이상한 건지 지금도 모르겠으니까!
‘…X발.’
나는 벽에 걸쳐 서서, 이 X 같이도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곱씹기 시작했다.
그러나, 더 부자연스러운 일은 그다음에 기다리고 있었다.
* * *
“결과가 나왔는데, 그, 일시적인 의식소실 상태… 같다는데요.”
“예?”
“이럴 경우엔 보통은 그냥 스트레스성이라는데, 정확한 건 뇌 쪽을 더 확인해 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일단 지금 해본 검사에서는 다른 이상 없다고 하셨고요.”
“…….”
돌려서 말하긴 했지만 결국 뜻은 하나였다.
현재로서는 원인 불명.
“어쨌든 곧 의식 돌아올 것 같다고 하시긴 했습니다!”
“휴우.”
“예, 감사합니다.”
그래도 일단 최악의 상황은 아닌 것 같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여기까지는 그래, 더 검사를 해본다고 치자.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제 멤버들한테 연락해야겠지.”
“…그래.”
나와 큰세진은 적당히 나눠서 멤버들에게 차유진의 현재 상태에 관해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다. 회사 사람한테 듣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다.
“…형도 그랬다고요?”
연락한 다른 멤버 대부분이 약하지만 비슷한 증상을 겪었다는 것을.
-아니, 완전히 쓰러진 건 아닌데 현기증 같은 걸 겪어서… 잠깐 촬영 멈췄거든. 그, 그것보다 차유진은!?
-……방금, 차에서 깜빡 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을 수도 있겠어. 이제 보니까 분명 졸리진 않았던 것 같아.
-최근 카페인 음료를 과다복용하여 생긴 부작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모, 모르겠습니다. 저는… 저도 바로 병원으로 가겠습니다!
‘이게 뭐야.’
아직 배 타고 낚시 촬영 중일 선아현에겐 방해되지 않도록 문자로 남겨서 확인하지 못했지만, 벌써 세 명이었다.
나는 심각한 얼굴의 큰세진과 마주 보았다.
“넌,”
“난 멀쩡했어. 문대 너는?”
“나도.”
하지만 이 정도까지 오면 다른 문제가 된다.
“식중독이나 감염 관련 문제일 수도 있으니까 한번 검사해 보자고 하시네.”
우리는 다른 멤버들이 오기 전에 먼저 종합 검사를 받았다.
“형들!”
“래빈아.”
그리고 당장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달려온 김래빈까지도 이어서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 모두 결과는 깨끗했다.
“…스케줄 중인 멤버들 바로 부를 필요는 없겠다.”
“…….”
언론에도 따로 새어나가는 일은 없었다.
그거야 애초에 차유진에게 사고가 난 것도 병이 생긴 것도 아니었으니까.
말 그대로 갑자기 ‘정신을 잃어버린’ 것일 뿐이다.
“…….”
“저, 형. 이거.”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갔다 온 건지, 김래빈의 손에는 검은 봉투가 들려있었다. 녀석이 거기서 음료를 하나 꺼내 내밀었다.
편의점 온장고에서 흔히 보이는 금색 홍삼 음료였다.
“여름에 웬 뜨거운 음료인지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냉방이 강한 실내에 오래 앉아 계셨으니 이편이 나을 것 같아서….”
“…고맙다.”
나는 조용히, 놈이 내민 홍삼꿀차를 따서 마셨다.
그러자 꿋꿋한 목소리가 들렸다.
“차유진은 괜찮을 겁니다. 이전에 연습생 시절 집안 내력과 관련해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병환이 없는 것을 자랑한 적도 있고….”
“…….”
날 위로하려고 하는 것 같다.
나 참.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 아까도 말했지만, 의사도 차유진이 곧 깨어날 것 같다고 했으니까.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워낙 건강한 녀석이잖아.”
“…! 예…….”
김래빈은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옆에 앉아서 자신의 음료를 홀짝거리기 시작했다. 큰세진이 등을 두드려주는 것이 슬쩍 보였다.
“…….”
나는 벽에 등을 기대고, 생각했다.
그래. 차유진은 건강한 놈이다.
신체, 정신 양면에서 모두 상위 1%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놈인데, 갑자기 전조 없이 쓰러졌다라….
‘그리고 하필 우리 그룹 중에 과반수가 비슷한 타이밍에 실신할 뻔했다는 거지.’
근데 아무도 건강 문제는 없다고 하는 것이다. 심지어 차유진도 지금까지의 검사에서는 그렇다.
그럼 남은 가능성 중에… 가장 의심스러운 건 무엇인가.
‘초자연적인 개입이지.’
나는 고개를 허공으로 비틀었다.
[‘회사용 ’ 업데이트 중]
“…….”
생각해 보면, 말이다.
내가 권희승에게 있는 ‘■■■의 파편’을 흡수하자마자 이렇게 된 것 아닌가?
그리고 이렇게 정신을 잃는 건….
‘내가, 시스템이 만든 가상세계에 들어갔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말이지.’
아직도 잘 기억난다. 그때 뜨던 망할 상태창 팝업이 말이다.
-Enjoy your daydream 🙂
-Enjoy your reality 😀
코인으로 만든 백일몽, 그리고 시스템의 세계.
물론 위쪽은 상태창이던 큰달이 날 살리기 위해 만든 기회에 가깝지만….
‘잠깐.’
나는 그 순간, 이 상황을 물어볼 만한 인물을 찾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큰달.’
바로 백일몽을 만들었던 상태창 당사자다.
그리고 잠시 후.
[네, 형! 무슨 일이세요?]
다행히 응답이 늦지 않게 돌아왔다.
‘후.’
[혀, 형 설마 지금 병원이세요? 무슨 문제 생기신 건 아니죠?ㅠㅠ]
‘나한테는 없는데, 다른 놈들한테 생겼다.’
[예?!]
나는 그간의 일을 간략히 설명했다.
비명과 걱정으로 가득 찼던 팝업의 반응을 대충 생략하고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그래서, 혹시 차유진의 의식이 시스템에 잡혀 있지 않냐는 거지.’
이거다.
원리는 모르겠지만,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니까.
그리고 상황에 심각성을 인지한 팝업으로부터 빠릿한 반응이 돌아왔다.
[일단 바로 형 상태창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래.
나는 기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잠시 후.
[저, 형. 지금 아예 이 상태창, 그리고 시스템 자체가 안 움직이는데요….]
녀석은 의외의 소식을 가져왔다.
‘안 움직인다고?’
[네! 아예 기능이 멈춘 것 같은데….]
[지금 업데이트라고 표기되죠? 그러면서 아예 자체 재구성 중이라 그런 것 같아요. 왜, 저희도 어플 업데이트하면 못 쓰는 것처럼 이게 구동이 안 되는 상태라서요.]
“…….”
그럼 차유진의 정신이 시스템의 공작으로 어딘가에 빠져 있을 가능성은 없다는 뜻인가?
아예 시스템이 멈췄으니까?
[네!]
그리고 이 녀석은 나름의 가설도 하나 덧붙였다.
[차라리 정말로 연관이 있다면, 업데이트 과정에서 일종의 오류가 발생한 게 아닐까 해요.]
하지만 그건 다시 말하자면, 이 ‘회사용 ’이라는 걸 업데이트하는 데에 테스타가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즉, 상당히 안 좋은 의미로도 들릴 수 있는데 말이지.
‘…설마 테스타를 이 회사용 시스템의 일부로 취급하는 거냐?’
[그, 그렇다기보다는… 이 시스템이 지금까지 다뤄본 게 테스타 앨범뿐이라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과한 의미를 부여한 게 아닐까 합니다….]
“…….”
어쩐지… 좀 찌질한 느낌이군.
[어쨌든, 특별히 이상한 수작질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형!]
‘그래.’
그렇다면… 정말 별거 아닐 테니 다행일 테지만 말이다.
‘아무튼 고맙다. 깨어나면 연락하마.’
[넵! 너무 걱정 마시고요ㅠㅠ]
나는 큰달과의 대화를 끝낸 후, 아직도 떠 있는 업데이트 팝업을 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참으며 물어보았다.
혹시 대답이 돌아올까 해서.
‘얼마나 걸리냐.’
놀랍게도 뭐가 뜨긴 했다.
[※업데이트 중 이용이 제한됩니다.]
‘X발.’
아는 이야기다.
‘그냥 다짜고짜 기다리라는 거냐.’
설마 정말로 연관이 있어서 업데이트 내내 차유진이 뻗어있는 거라면, 업데이트 끝나는 즉시 이 망할 시스템을 뽑아낼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얘들아. 청우 형 지금 스케줄 끝나서 바로 오신대, 그리고….”
“……으,”
큰세진의 말이 멈췄다.
그리고 놈의 말을 멈추게 한 소리는, 나나 김래빈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병실 침대에서 나온 것이다.
“…!!”
“차유진…!”
우리는 당장 벌떡 일어났다.
“회사, 아니 의사를…!”
“기다려!”
문에 가까이 서 있던 큰세진이 잽싸게 사람을 부르러 뛰쳐나갔다. 그리고 나와 김래빈은 당장 침대로 향했다.
거기에는….
눈살을 찌푸린 차유진이 몸을 옆으로 비틀고 있었다.
깨어난 것이다.
“차유진!”
몸을 꿈틀거리던 차유진은 손으로 얼굴을 뭉개듯이 쓸어내리며 웅얼거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두통이….]
“…….”
영어?
“너 많이 아프냐.”
그 순간, 차유진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손을 내리자 렌즈를 끼지 않은 생눈이 드러났다.
꿰뚫듯이 눈이 마주쳤다.
[한국인? 난 911 부른 기억은 없는데, 당신은 대체 누군데 날 여기로….]
…뭐?
하지만 차유진은 알아서 시선을 더 돌리더니 다른 누군가를 알아보았다.
“래빈?”
“차, 차유진! 너 몸은 괜찮아?”
다만 놈은 이번에도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김래빈 왜 미국에 있어?”
“…….”
“무슨 소리야! 여긴 한국이야!”
“한국? [넌 내가 무슨 국제 납치라도 당했다고 생각하는….] …잠깐, 김래빈 혹시 누가 브라우니 같은 거 줬어? 초코칩 쿠키나?”
“무슨 소리야?!”
김래빈은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그 순간, 차유진이 원색적인 영어 욕을 몇 마디 입안으로 중얼거리더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또 혼자 중얼거리는 것이다.
“아… 됐어. [한 번이면. 그냥 한국 돌아가기 전에 약 기운 빼면 괜찮아. 어차피 우리가 더 이상 KPOP 보이 밴드도 아니고.]”
이쯤 되니 김래빈은 겁에 질렸다.
녀석이 내 팔을 잡으며 외쳤다.
“무, 문대 형. 차유진이 이상합니다!”
나도 안다.
“이상한 건 김래빈 너야.”
그러나 차유진은 정말 약을 한 사람이라도 상대하듯이 단호하게 대꾸했다.
그러더니 나를 돌아보며 뒷머리를 휘저었다.
[혹시 문대… ‘문대 형’? 당신이 뭣 모르고 대마초 먹은 김래빈이랑 나를 병원에 데려왔어요?]
그리고 차유진은 웃었다.
“감사합니다.”
“…….”
“음, 한국에는 말 안 할 거죠? [어차피 스티어는 끝났으니까.]”
그 순간. 나는 여기 앉아있는 ‘차유진’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스티어.
테스타가 아닌 스티어.
내가 박문대의 몸으로 에 참가하기 전, 원래 에서 데뷔했던 그룹의 이름이었다.
‘…X발.’
그리고 ‘스티어 차유진’의 얼굴 옆 허공에서, 팝업은 갱신되었다.
[‘회사용 ’ 업데이트 중]
-완료까지 D-30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72화
회의실에서 쓰러진 차유진은 순식간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차유진? 유진아!”
“내 말 들려?”
“…….”
차에 실려 이동하는 내내 차유진은 미동도 없었다.
평소 활력과 기력이 사지 끝까지 터질 듯 차올라있던 전신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다.
물건 같았다.
이상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어요?!”
“…그냥, 그냥 갑자기 확 쓰러졌는데… 다른 증상은 없었어요. 전혀.”
원래 내 인생에 모든 X 같은 일은 갑자기 일어나는 건가.
무슨 얼어 죽을 놈의 분석이고 대응이란 말인가. 기를 쓰고 준비를 하려고 해도 결국 상황이 닥치면 쓸모없는 헛짓이었다는 게….
‘아니.’
나는 허벅지를 눌렀다.
아직 제대로 검사도 안 해봤는데 벌써부터 잘하는 짓이다, 대가리야. X발.
생산적인 일을 하자.
‘증상부터.’
나는 차유진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녀석의 숨과 심장 박동을 체크했다.
“…….”
“박문대?”
나는 숨을 내쉬었다.
“…호흡은, 안정적인 것 같은데.”
“아…!”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헐떡거리거나, 심장 소리가 너무 튀거나 얕지 않았다.
그 순간, 큰세진이 마찬가지로 팔다리를 주무르며 당장 체크를 시작했다.
“혈색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좀 창백하긴 한데, 체온도 괜찮은 것 같지?”
“어.”
체온도 그렇게 두드러지게 낮지 않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우리 말을 들은 것인지, 운전 중이던 매니저가 정신없이 중얼거렸다.
“그럼 그런 걸 수도 있어요, 그, 미주… 뭐였지, 아무튼 실신이요.”
아.
“미주신경성 실신.”
“아! 네, 그거….”
“…….”
그건 극도의 스트레스나 긴장이 대부분 원인이다.
그리고 내가 이걸 아는 이유는… 이 회사 직원이 이걸 아는 이유와 똑같다.
“아이돌 중에 꽤 있거든요. 아무래도 활동기니까 테스타분들도 그럴 수 있어요. 지금 막 회사도 이동하면서 환경도 바뀌었고….”
“…….”
그래. 여러모로 우리가 복잡한 상황인 건 맞다.
하지만.
‘차유진이?’
그 ‘아주사’의 마이너스 투표에서 남들 다 죽상일 때 혼자 웃으며 넘기고, 카메라 폭력 루머 때문에 욕먹을 때도 스스로 멘탈을 관리하던 놈이?
‘그런 차유진이 겨우 이 정도로 ‘극도의 스트레스와 긴장감’까지나 느껴서 정신을….’
아니, 애초에 이게 실신한 사람의 얼굴인가.
‘잠든… 것 같은데.’
나는 옅게 숨을 쉬고 있는 차유진의 표정 없는 평온한 얼굴을 다시 쳐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자연스럽다.
“…! 병원 도착했으니까 바로….”
“예!”
미친 듯이 달린 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회사 근처 응급실에 비밀리에 도착했고, 차유진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다.
뒤따라온 회사 차량에서 나온 직원들과 함께 병원으로 쫓아 들어가며, 큰세진이 낮게 중얼거렸다.
“다른 애들한테 연락은… 조금 있다가 하자.”
“…….”
검진 결과가 나온 다음에 하자는 뜻이다.
“별일 아닐 수도 있잖아. 아니, 그럴 것 같아서.”
“그래.”
그러나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도무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차유진은 아무 전조 없이 쓰러졌으니까.
그런데 뭐가 이상한 건지 지금도 모르겠으니까!
‘…X발.’
나는 벽에 걸쳐 서서, 이 X 같이도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곱씹기 시작했다.
그러나, 더 부자연스러운 일은 그다음에 기다리고 있었다.
* * *
“결과가 나왔는데, 그, 일시적인 의식소실 상태… 같다는데요.”
“예?”
“이럴 경우엔 보통은 그냥 스트레스성이라는데, 정확한 건 뇌 쪽을 더 확인해 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일단 지금 해본 검사에서는 다른 이상 없다고 하셨고요.”
“…….”
돌려서 말하긴 했지만 결국 뜻은 하나였다.
현재로서는 원인 불명.
“어쨌든 곧 의식 돌아올 것 같다고 하시긴 했습니다!”
“휴우.”
“예, 감사합니다.”
그래도 일단 최악의 상황은 아닌 것 같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여기까지는 그래, 더 검사를 해본다고 치자.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제 멤버들한테 연락해야겠지.”
“…그래.”
나와 큰세진은 적당히 나눠서 멤버들에게 차유진의 현재 상태에 관해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다. 회사 사람한테 듣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다.
“…형도 그랬다고요?”
연락한 다른 멤버 대부분이 약하지만 비슷한 증상을 겪었다는 것을.
-아니, 완전히 쓰러진 건 아닌데 현기증 같은 걸 겪어서… 잠깐 촬영 멈췄거든. 그, 그것보다 차유진은!?
-……방금, 차에서 깜빡 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을 수도 있겠어. 이제 보니까 분명 졸리진 않았던 것 같아.
-최근 카페인 음료를 과다복용하여 생긴 부작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모, 모르겠습니다. 저는… 저도 바로 병원으로 가겠습니다!
‘이게 뭐야.’
아직 배 타고 낚시 촬영 중일 선아현에겐 방해되지 않도록 문자로 남겨서 확인하지 못했지만, 벌써 세 명이었다.
나는 심각한 얼굴의 큰세진과 마주 보았다.
“넌,”
“난 멀쩡했어. 문대 너는?”
“나도.”
하지만 이 정도까지 오면 다른 문제가 된다.
“식중독이나 감염 관련 문제일 수도 있으니까 한번 검사해 보자고 하시네.”
우리는 다른 멤버들이 오기 전에 먼저 종합 검사를 받았다.
“형들!”
“래빈아.”
그리고 당장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달려온 김래빈까지도 이어서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 모두 결과는 깨끗했다.
“…스케줄 중인 멤버들 바로 부를 필요는 없겠다.”
“…….”
언론에도 따로 새어나가는 일은 없었다.
그거야 애초에 차유진에게 사고가 난 것도 병이 생긴 것도 아니었으니까.
말 그대로 갑자기 ‘정신을 잃어버린’ 것일 뿐이다.
“…….”
“저, 형. 이거.”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갔다 온 건지, 김래빈의 손에는 검은 봉투가 들려있었다. 녀석이 거기서 음료를 하나 꺼내 내밀었다.
편의점 온장고에서 흔히 보이는 금색 홍삼 음료였다.
“여름에 웬 뜨거운 음료인지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냉방이 강한 실내에 오래 앉아 계셨으니 이편이 나을 것 같아서….”
“…고맙다.”
나는 조용히, 놈이 내민 홍삼꿀차를 따서 마셨다.
그러자 꿋꿋한 목소리가 들렸다.
“차유진은 괜찮을 겁니다. 이전에 연습생 시절 집안 내력과 관련해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병환이 없는 것을 자랑한 적도 있고….”
“…….”
날 위로하려고 하는 것 같다.
나 참.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 아까도 말했지만, 의사도 차유진이 곧 깨어날 것 같다고 했으니까.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워낙 건강한 녀석이잖아.”
“…! 예…….”
김래빈은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옆에 앉아서 자신의 음료를 홀짝거리기 시작했다. 큰세진이 등을 두드려주는 것이 슬쩍 보였다.
“…….”
나는 벽에 등을 기대고, 생각했다.
그래. 차유진은 건강한 놈이다.
신체, 정신 양면에서 모두 상위 1%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놈인데, 갑자기 전조 없이 쓰러졌다라….
‘그리고 하필 우리 그룹 중에 과반수가 비슷한 타이밍에 실신할 뻔했다는 거지.’
근데 아무도 건강 문제는 없다고 하는 것이다. 심지어 차유진도 지금까지의 검사에서는 그렇다.
그럼 남은 가능성 중에… 가장 의심스러운 건 무엇인가.
‘초자연적인 개입이지.’
나는 고개를 허공으로 비틀었다.
“…….”
생각해 보면, 말이다.
내가 권희승에게 있는 ‘■■■의 파편’을 흡수하자마자 이렇게 된 것 아닌가?
그리고 이렇게 정신을 잃는 건….
‘내가, 시스템이 만든 가상세계에 들어갔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말이지.’
아직도 잘 기억난다. 그때 뜨던 망할 상태창 팝업이 말이다.
-Enjoy your daydream 🙂
-Enjoy your reality 😀
코인으로 만든 백일몽, 그리고 시스템의 세계.
물론 위쪽은 상태창이던 큰달이 날 살리기 위해 만든 기회에 가깝지만….
‘잠깐.’
나는 그 순간, 이 상황을 물어볼 만한 인물을 찾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큰달.’
바로 백일몽을 만들었던 상태창 당사자다.
그리고 잠시 후.
다행히 응답이 늦지 않게 돌아왔다.
‘후.’
‘나한테는 없는데, 다른 놈들한테 생겼다.’
나는 그간의 일을 간략히 설명했다.
비명과 걱정으로 가득 찼던 팝업의 반응을 대충 생략하고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그래서, 혹시 차유진의 의식이 시스템에 잡혀 있지 않냐는 거지.’
이거다.
원리는 모르겠지만,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니까.
그리고 상황에 심각성을 인지한 팝업으로부터 빠릿한 반응이 돌아왔다.
그래.
나는 기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잠시 후.
녀석은 의외의 소식을 가져왔다.
‘안 움직인다고?’
“…….”
그럼 차유진의 정신이 시스템의 공작으로 어딘가에 빠져 있을 가능성은 없다는 뜻인가?
아예 시스템이 멈췄으니까?
그리고 이 녀석은 나름의 가설도 하나 덧붙였다.
하지만 그건 다시 말하자면, 이 ‘회사용 ’이라는 걸 업데이트하는 데에 테스타가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즉, 상당히 안 좋은 의미로도 들릴 수 있는데 말이지.
‘…설마 테스타를 이 회사용 시스템의 일부로 취급하는 거냐?’
“…….”
어쩐지… 좀 찌질한 느낌이군.
‘그래.’
그렇다면… 정말 별거 아닐 테니 다행일 테지만 말이다.
‘아무튼 고맙다. 깨어나면 연락하마.’
나는 큰달과의 대화를 끝낸 후, 아직도 떠 있는 업데이트 팝업을 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참으며 물어보았다.
혹시 대답이 돌아올까 해서.
‘얼마나 걸리냐.’
놀랍게도 뭐가 뜨긴 했다.
‘X발.’
아는 이야기다.
‘그냥 다짜고짜 기다리라는 거냐.’
설마 정말로 연관이 있어서 업데이트 내내 차유진이 뻗어있는 거라면, 업데이트 끝나는 즉시 이 망할 시스템을 뽑아낼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얘들아. 청우 형 지금 스케줄 끝나서 바로 오신대, 그리고….”
“……으,”
큰세진의 말이 멈췄다.
그리고 놈의 말을 멈추게 한 소리는, 나나 김래빈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병실 침대에서 나온 것이다.
“…!!”
“차유진…!”
우리는 당장 벌떡 일어났다.
“회사, 아니 의사를…!”
“기다려!”
문에 가까이 서 있던 큰세진이 잽싸게 사람을 부르러 뛰쳐나갔다. 그리고 나와 김래빈은 당장 침대로 향했다.
거기에는….
눈살을 찌푸린 차유진이 몸을 옆으로 비틀고 있었다.
깨어난 것이다.
“차유진!”
몸을 꿈틀거리던 차유진은 손으로 얼굴을 뭉개듯이 쓸어내리며 웅얼거리고 있었다.
“…….”
영어?
“너 많이 아프냐.”
그 순간, 차유진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손을 내리자 렌즈를 끼지 않은 생눈이 드러났다.
꿰뚫듯이 눈이 마주쳤다.
…뭐?
하지만 차유진은 알아서 시선을 더 돌리더니 다른 누군가를 알아보았다.
“래빈?”
“차, 차유진! 너 몸은 괜찮아?”
다만 놈은 이번에도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김래빈 왜 미국에 있어?”
“…….”
“무슨 소리야! 여긴 한국이야!”
“한국? [넌 내가 무슨 국제 납치라도 당했다고 생각하는….] …잠깐, 김래빈 혹시 누가 브라우니 같은 거 줬어? 초코칩 쿠키나?”
“무슨 소리야?!”
김래빈은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그 순간, 차유진이 원색적인 영어 욕을 몇 마디 입안으로 중얼거리더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또 혼자 중얼거리는 것이다.
“아… 됐어. [한 번이면. 그냥 한국 돌아가기 전에 약 기운 빼면 괜찮아. 어차피 우리가 더 이상 KPOP 보이 밴드도 아니고.]”
이쯤 되니 김래빈은 겁에 질렸다.
녀석이 내 팔을 잡으며 외쳤다.
“무, 문대 형. 차유진이 이상합니다!”
나도 안다.
“이상한 건 김래빈 너야.”
그러나 차유진은 정말 약을 한 사람이라도 상대하듯이 단호하게 대꾸했다.
그러더니 나를 돌아보며 뒷머리를 휘저었다.
그리고 차유진은 웃었다.
“감사합니다.”
“…….”
“음, 한국에는 말 안 할 거죠? [어차피 스티어는 끝났으니까.]”
그 순간. 나는 여기 앉아있는 ‘차유진’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스티어.
테스타가 아닌 스티어.
내가 박문대의 몸으로 에 참가하기 전, 원래 에서 데뷔했던 그룹의 이름이었다.
‘…X발.’
그리고 ‘스티어 차유진’의 얼굴 옆 허공에서, 팝업은 갱신되었다.
-완료까지 D-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