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470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70화
테스타를 ‘벤치마킹’한 대형기획사의 신인, 이테르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버즈량을 쭉 끌어올린 뒤 차근히 마케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예측이 쉬웠다.
‘나라면… 일단 판을 한 번 가다듬는다.’
우선 불붙여서 관심을 끌었으니, 이미지 잡기용 밑밥을 줘야지.
-이테르 기획팀에 MS 엔터에서 그 유명했던 프로듀서도 있네 그쪽 라인 다 갔대 와 여기저기서 인재 이 악물고 끌어모은 듯
└헐 대박
-ㅋㅋ어쩐지 MS.. 자이롭 한 2년차부터 퀄리티가 구리더니 다 이직했구나
-데뷔하자마자 전방위로 머리채 잡네 얘네 진짜 언플 더럽다…
└망이롭 빨아?ㅠㅠ 불쌍해ㅠㅠ
-ㅋㅋㅋㅋ러뷰어 표절무새짓하더니 어떡해 차라리 MS 아이돌들 따라했으면 따라했지 테스타는 아닌 것 같은데요
└갓기 보니 위기감 X나 드나봄
이 그룹의 전담팀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그리고 이테르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한 그룹이 된 것인지 슬금슬금 이야기가 풀리는 것이다.
-미친 이테르 직전 5개월 동안 데뷔조만 30명이었다고 함 완벽한 조합 5명 맞춘거임
-이테르 얼굴합 오지는 이유.jpg
-원더홀이 5년 존버해서 이 갈고 냈다는 신인 남돌 그룹 멤버 라인업
서바이벌 그룹처럼 방송으로 만들 수 있는 멤버 개개인의 인간적 서사가 없다면, 차라리 상품성을 더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명품 이미지냐.’
대기업에서 자본과 인력 왕창 때려 박아 선별해 만든 딱 하나의 그룹.
고급형, 최신형이라는 이미지는 확실히 먹히긴 했다.
졸지에 보급형으로 전락한 다른 저연차 아이돌 그룹 팬들에게 어그로를 더럽게 끌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일부러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과격한 수위의 욕과 비난을 부각해 역으로 동정을 사게 됐다.
-이런 걸 추천수 조작해서 위로 올리니까 좋냐
-막 데뷔한 애들이 무슨 잘못임 인신공격 그만 좀 해
-ㅋㅋ표절 그룹 소비해 주니까 돌판이 점점 X신꼴되는 거임 왜 몰라?
└너 같은 새끼들 때문에 그렇게 되는 듯
개판이 따로 없었지만, 몇몇에게 반감을 사든 말든 상관없을 것이다. 이미 차별화 전략은 잘 먹혀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진짜 원더홀은 원더홀이다.. 예능돌 티홀릭에서 노선 확 바꿨는데도 하나도 안 어설프고 진짜 돈 냄새 엄청남
-역시 돌판 짬 무시 못 해ㅋㅋㅋ
-난 테스타 같은 자본맛 컨셉충 워낙 좋아해서 그런 노선 아이돌들 더 나오면 좋겠음 즐길게 많아지잖아 근데 테스타 팬들 반응 무섭더라ㅠ
‘…애초에 앨범을 잘 뽑았으니까 가능한 거지만.’
다양한 ‘레퍼런스’를 쭉 빨아들였지 않은가.
곡, 안무, MV의 3박자가 맞아떨어진 신인 그룹은 자본과 대형 소속사의 힘을 받아 탄력 있게 위로 올라왔다.
[Go, gogogo, yes, Go!]
틱택톡에서의 안무 챌린지 컨셉도 잘 잡았다.
뮤직비디오에 나온 보스 몬스터를 일부러 크레용으로 그린 것처럼 허접하게 바꿔놓은 이테르 전용 필터.
그 몬스터를 쏘는 듯한 안무 제스처를 절묘한 타이밍에 따라 하는 것은 제법 틱택톡을 하는 10대 사이에서 유행했다.
-컨셉추얼 남돌 계보를 원더홀에서 가져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와 개꿀잼
-드디어 세대교체 가냐
-남돌이 테스타 이후로 진짜 뜬 그룹이 없긴 했음
-ㅋㅋㅋㅋㅋ대중성 없어서 X망할 것 같은데 여기 다 알바인가?
기대, 비아냥, 반감, 호감….
그렇게 이테르는 이 순간, 아이돌판에서만큼은 뜨거운 감자가 되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아이돌판, 특히 남자 아이돌판은 해외로 타겟층이 많이 옮겨가면서 대중과 거리가 좀 생기긴 했지만….
‘찻잔 속 태풍이라도 상관없지.’
여기서 세팅이 끝났다.
대중에게 소개해 줄 문구가 생기지 않았는가.
[원더홀의 괴물 신인. 슈팅 안무 챌린지가 핫함, 위튜브 조회수 폭발.]
몇 가지 키워드가 잡혔으니까.
예능에 출연했을 때 ‘왜’ 출연했는지, 어떤 이미지로 이 그룹을 소비하고 조명하면 되는지 명확해지니, 그때부터 시작된다.
대중 노출이.
[오늘의 게스트… 맙소사, 맙소사!]
[보스를 잡는 줄 알았는데 사실 내 하트를 슈팅했다? 우리 반짝반짝 빛나는 초능력돌, 길돌이 분들, 바로 원더홀의 신인 그룹 ‘이테르’ 모셨습니다!]
[와아아아!]
“음… 딩동댕 노래방 나오네.”
“우우.”
“우리도 몇 달 전에 다시 나가겠다고 도장까지 찍었는데, 참 일이 이렇게도 되네요~”
가장 잘나가는 예능 몇 가지.
그리고 티홀릭이 직접 진행하는 예능에 나와서 풋풋한 신인다운 모습을 몇 번 보여줬다.
너무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나올 수 있는 것 중 고르고 골라서 가장 급이 높은 것만 서너 개 정도.
게다가 신인답게 약간 어색하면서도 빳빳하고 예의 바른 태도는 그리 폭발적으로 재밌지도 않았지만….
역시 이미지는 각인 된다.
‘대형기획사, 성공적인 데뷔!’
-티홀릭 버스 진짜 오지게 타네
-역시 무조건 대형에서 데뷔하는 게 답인 듯
-그래도 애들 착하고 괜찮아 보임 댄스 멤들 다 잘생겼어
그렇게 대중의 인식에 서서히 스며들면서, ‘이테르’는 어느새 그냥 ‘새로운 컨셉돌’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아, 티홀릭 후배? 이름 정도는 한번 들어봤지.’
‘걔네도 막 이상한 컨셉 같은 거 하지 않나? 요새 아이돌들 다 그러더라. 근데 걔네 뭐가 요즘 유행하나 봐.’
이 포지션을 챙겨간… 영리한 치고 빠지기였다.
“…….”
나는 ‘성공적인 이테르 데뷔’와 관련된 언론 플레이용 기사들을 쭉 훑어본 뒤, 결론을 내렸다.
저쪽은 판 굳히기에 성공했다고.
‘이제 해외로 이 성과를 홍보하면서 글로벌 KPOP 팬덤을 쭉쭉 빨아들이겠군.’
정석 코스를 밟자면 분명 그럴 것이다.
이 판에서 잔뼈 굵은 대형 기획사다운 치밀한 판 짜기는 테스타의 골수를 빨아먹는 기초를 토대로 깔끔히 이루어졌다.
아, 타이밍도 테스타가 제일 약할 때로 잘 잡아서 뒤통수 후려갈기셨고.
그리고 이 순간, 그걸 당한 당사자인 우리는….
“슬슬 활동 마무리할 때네.”
“예.”
음, 딱히 반응하지 않았다.
그냥 3주간의 국내 스케줄 막바지에서, 앨범 홍보를 위한 단체 활동을 예정대로 끝내는 중이다.
왜냐고?
뭐, 일단 당장 저 신인 그룹을 견제하기 위해 단체 활동을 더 잡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도 최대한 짜낸 거니까.
아니, 애초에 말이다.
‘반응하는 게 멍청한 짓이지.’
우리는 최대한 무시하는 기조로 가야 했다.
‘지금은 무슨 반응을 해줘도 저 그룹 화제성이 될 뿐이니까.’
저쪽이 도전자, 약자, 신인, 라이징인 이상… 이건 당연한 구도다.
테스타가 무슨 제스처를 보여주든 상대측이 여론 프레임을 짜서 이미지를 구축하기가 너무 좋지 않은가.
‘아마 사실 그걸 바라고 한 것도 있을 테고.’
우리가 신생 기획사에, 아티스트 입김이 강할 테니 뭐라도 조치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면 테스타가 열받아서 의미심장한 글이라도 하나 남겨주길 바랐을지도 몰랐다.
우리가 입 다물고 있어서 도리어 ‘이테르는 성공적 데뷔 족적을 남겼다’ 정도로 끝난 것이다.
그게 옳았다.
물론 X발….
‘그래도 열 받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심지어 어제 큰세진이 필라테스 대신 복싱을 가더라고.
아마 샌드백 대신 다른 걸 갈기고 싶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그래서 일단 조용히 기다리는 메타를 선택한 테스타에게 지금 남은 건 원래 잡은 개인 활동의 연장선들뿐이었다.
가령, 예능 시리즈물에 출연한 녀석들.
“음, 아현이는 아직 낚시하는 중이지?”
“네…!”
아, 참고로 선아현은 놀랍게도 배 타고 낚시하는 프로그램을 하겠다고 나섰다.
심지어 상당히 와일드한 컨셉이라 제한된 용품으로 ‘살아남기’ 컨텐츠에 가까운 느낌이던데….
“힘들지 않아?”
“다, 다들 친절하셔서…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으음. 그래.”
선아현이 체력이 좋은 데다가 원체 공포심이 없어서 의외로 적성에 맞았던 것 같다…….
‘애초에 또래 관계에만 유리멘탈인 녀석이었지.’
그러다 보니 벌레를 맨손으로 잡거나 맨몸 잠수하는 등의 비위 상하는 일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척척 해내서 중장년층에게 좋은 인상을 심은 모양이다.
-꽃사슴 무슨 일이야
-오 의외다 선아현 되게 무던하네?
└3화 연속 시청 후기: 정정하겠음 무던이 아니라 미친 강철 멘탈임
-왕자님인 얼굴로 저러기 있냐ㅠㅠㅠㅠ
게임에서 히든 루트에서 보여줬던 의외성 있는 캐릭터와 연결되며 라이트 팬을 끌어모으는 효과도 있던 모양이다.
확실히, 하루종일 배 타면서 얼굴색 하나 안 변하는 선아현은 무슨 드라마 역할 같긴 했지.
‘멀미도 안 하나.’
하기야 중고등학교 때 공중에서 빙빙 도는 동작을 매일 연습했을 놈이 배멀미를 하는 것도 웃기긴 하겠다.
어쨌든, 그래서 신인 그룹과는 별개로 테스타의 개인 활동 자체는 성공적이라는 뜻이다.
“아, 세진 형께서도 오늘 오후에 드라마 촬영을 하십니다!”
“오우!”
“화, 화이팅…!”
“…흠, 고마워.”
배세진도 이제 정식 촬영에 들어간 상태고 말이다.
제일 먼저 개인 스케줄 촬영을 다 끝낸 차유진은 대본을 들고 있는 배세진의 곁에서 얼쩡거리며 물었다.
“형 촬영 좋아요?”
“그, 괜찮긴 한데.”
“The part, 형 배역 재밌어요? 어떤 종류의 사람이에요?”
“어… 주인공 친구.”
배세진은 대본을 끌어당기며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차유진이 대본을 찢어먹을까 봐 불안하기라도 한 건가.
“친구도 여러 종류 있어요! 그런데 제 생각은 최고의 친구 아니면 part 작아요. 아니면 최악의 친구예요?”
“…둘 다 아닌데, 그, 짧은 시간에 둘이 깊은 인연을 만들긴 하거든.”
배세진은 힘겹게 최대한 돌려돌려 말했다.
참고로 저러는 이유는 첫 미팅 다음 날 설명해 줬다.
-저기… 계약했어!
-와아아!
위풍당당하게 주먹을 들어 올리던 놈은 다음 질문에 굳은 것이다.
-아! 무슨 역을 맡게 되셨습니까?
-…….
-형?
-그, 비밀 유지 계약이 있거든? 정확한 배역을 말해주긴 힘들어! 너희를 못 믿는다는 게 아니라, 엿듣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러니까 만일을 위해서…!
-진정해 세진아, 이해했으니까.
본인이 그렇다니 놔두고 있다.
그리고 배세진은 다시 진지한 얼굴로 차유진에게 완곡한 설명을 계속했다.
“그리고 조연은 조연인데, 인상 깊은… 여러 의미로 인상 깊은 장면이 있어서. 꽤 괜찮아.”
“Umm.”
“…주인공에게 각성의 계기를 주는! 그런 거라!”
참고로 원작 웹툰을 대충 읽어본 입장에선 후보가 몇 명 생각나긴 한다. 하나 같이 시즌 중간에 죽는 역할이긴 하지만.
‘그래서 비밀 유지 조항에 저렇게 신경 쓰나.’
“OK. 형 좋으면 괜찮아요.”
“그래!”
차유진은 어깨를 으쓱했고, 배세진은 황급히 대본을 덮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것보다… 그 녀석들 저대로 두는 거야? 우리 따라 하는 그…!”
“음…….”
화제를 돌리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넘어가 줄까.
“일단 지금은 저희가 반응하는 게 그쪽이 원하는 거라 그냥 뒀는데요.”
“그래. 그건 알겠는데… 앞으로도 이럴 수는 없잖아.”
“형…….”
“음, 저도 형 말씀에 동의요!”
“…!”
배세진은 약간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씻고 나온 큰세진이 탁자에 걸터앉았다.
“거기 아마 다음 컴백 때 ‘앗 생각보다 화제성 떨어진다’ 싶으면 더 테스타 물고 늘어질걸요~? 일부러 스케줄을 겹치게 해서라도요.”
배세진은 정색했다. 하지만 큰세진은 실실 웃었다.
“에이~ 근데 뭐, 우리가 벌써 다 알고 있는데요 뭘! 지금부터 준비하면 되죠.”
그리고 놈이 나를 돌아보았다.
“그치 문대문대?”
그렇지.
나는 스마트폰을 내려다보았다.
-스페이서 권희승 : 문대 형님!ㅎㅎ 테스타 선배님들 이번 활동 또 전설이 되신걸 축하드립니다!!
-스페이서 권희승 : 저희도 빨리 컴백하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 중!ㅠㅠ
스페이서.
지난번에 미리내를 영린네 회사 신인과 붙여놨던 것처럼… 스페이서도 일부러 체급을 키워서 저쪽과 엮어줄 생각이었다.
‘포지셔닝을 해줘야겠군.’
나는 스페이서의 프로필을 점검하면서 빠르게 생각을 마쳤다.
그리고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권희승은 한번 만나볼 생각이었고 말이다.
사실은, 테스타가 이번 앨범을 내면서… 드디어 회사에 실적이 생겼기 때문이다.
[‘테스타(★★★★★)의 앨범 : ’ 발매!]
앨범 등급 : S
음원 순위 : 3위 (일간 최고)
음반 판매량 : 1,823,281장
총 수익 : 합산 중
아직 국내 홍보만 마치고 투어 등은 돌지 않아 표기가 이 정도지만, 중요한 건 다른 곳에 있다.
그렇게 성적과 수입이 잡히자마자 바로 회사 등급에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회사 등급(D+) → 회사 등급(B-)]
승급 성공!
쾌속이었다.
그만큼 부가적으로 뭐가 많이 변하고 보상으로 주어졌지만, 그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팝업이다.
[미션 달성!]
미션 : B-등급 달성
-‘■■■의 파편’ 회수 가능
이게 달성됐다.
“…….”
시스템의 파편.
건물을 붕괴시키고, 나와 큰달의 몸이 바뀌게 만들었던 ‘미션 실패’를 유발한 그것.
그걸… 저놈에게서 먼저 회수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미션 실패’가 뜨기 전에.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70화
테스타를 ‘벤치마킹’한 대형기획사의 신인, 이테르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버즈량을 쭉 끌어올린 뒤 차근히 마케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예측이 쉬웠다.
‘나라면… 일단 판을 한 번 가다듬는다.’
우선 불붙여서 관심을 끌었으니, 이미지 잡기용 밑밥을 줘야지.
-이테르 기획팀에 MS 엔터에서 그 유명했던 프로듀서도 있네 그쪽 라인 다 갔대 와 여기저기서 인재 이 악물고 끌어모은 듯
└헐 대박
-ㅋㅋ어쩐지 MS.. 자이롭 한 2년차부터 퀄리티가 구리더니 다 이직했구나
-데뷔하자마자 전방위로 머리채 잡네 얘네 진짜 언플 더럽다…
└망이롭 빨아?ㅠㅠ 불쌍해ㅠㅠ
-ㅋㅋㅋㅋ러뷰어 표절무새짓하더니 어떡해 차라리 MS 아이돌들 따라했으면 따라했지 테스타는 아닌 것 같은데요
└갓기 보니 위기감 X나 드나봄
이 그룹의 전담팀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그리고 이테르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한 그룹이 된 것인지 슬금슬금 이야기가 풀리는 것이다.
-미친 이테르 직전 5개월 동안 데뷔조만 30명이었다고 함 완벽한 조합 5명 맞춘거임
-이테르 얼굴합 오지는 이유.jpg
-원더홀이 5년 존버해서 이 갈고 냈다는 신인 남돌 그룹 멤버 라인업
서바이벌 그룹처럼 방송으로 만들 수 있는 멤버 개개인의 인간적 서사가 없다면, 차라리 상품성을 더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명품 이미지냐.’
대기업에서 자본과 인력 왕창 때려 박아 선별해 만든 딱 하나의 그룹.
고급형, 최신형이라는 이미지는 확실히 먹히긴 했다.
졸지에 보급형으로 전락한 다른 저연차 아이돌 그룹 팬들에게 어그로를 더럽게 끌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일부러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과격한 수위의 욕과 비난을 부각해 역으로 동정을 사게 됐다.
-이런 걸 추천수 조작해서 위로 올리니까 좋냐
-막 데뷔한 애들이 무슨 잘못임 인신공격 그만 좀 해
-ㅋㅋ표절 그룹 소비해 주니까 돌판이 점점 X신꼴되는 거임 왜 몰라?
└너 같은 새끼들 때문에 그렇게 되는 듯
개판이 따로 없었지만, 몇몇에게 반감을 사든 말든 상관없을 것이다. 이미 차별화 전략은 잘 먹혀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진짜 원더홀은 원더홀이다.. 예능돌 티홀릭에서 노선 확 바꿨는데도 하나도 안 어설프고 진짜 돈 냄새 엄청남
-역시 돌판 짬 무시 못 해ㅋㅋㅋ
-난 테스타 같은 자본맛 컨셉충 워낙 좋아해서 그런 노선 아이돌들 더 나오면 좋겠음 즐길게 많아지잖아 근데 테스타 팬들 반응 무섭더라ㅠ
‘…애초에 앨범을 잘 뽑았으니까 가능한 거지만.’
다양한 ‘레퍼런스’를 쭉 빨아들였지 않은가.
곡, 안무, MV의 3박자가 맞아떨어진 신인 그룹은 자본과 대형 소속사의 힘을 받아 탄력 있게 위로 올라왔다.
틱택톡에서의 안무 챌린지 컨셉도 잘 잡았다.
뮤직비디오에 나온 보스 몬스터를 일부러 크레용으로 그린 것처럼 허접하게 바꿔놓은 이테르 전용 필터.
그 몬스터를 쏘는 듯한 안무 제스처를 절묘한 타이밍에 따라 하는 것은 제법 틱택톡을 하는 10대 사이에서 유행했다.
-컨셉추얼 남돌 계보를 원더홀에서 가져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와 개꿀잼
-드디어 세대교체 가냐
-남돌이 테스타 이후로 진짜 뜬 그룹이 없긴 했음
-ㅋㅋㅋㅋㅋ대중성 없어서 X망할 것 같은데 여기 다 알바인가?
기대, 비아냥, 반감, 호감….
그렇게 이테르는 이 순간, 아이돌판에서만큼은 뜨거운 감자가 되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아이돌판, 특히 남자 아이돌판은 해외로 타겟층이 많이 옮겨가면서 대중과 거리가 좀 생기긴 했지만….
‘찻잔 속 태풍이라도 상관없지.’
여기서 세팅이 끝났다.
대중에게 소개해 줄 문구가 생기지 않았는가.
몇 가지 키워드가 잡혔으니까.
예능에 출연했을 때 ‘왜’ 출연했는지, 어떤 이미지로 이 그룹을 소비하고 조명하면 되는지 명확해지니, 그때부터 시작된다.
대중 노출이.
“음… 딩동댕 노래방 나오네.”
“우우.”
“우리도 몇 달 전에 다시 나가겠다고 도장까지 찍었는데, 참 일이 이렇게도 되네요~”
가장 잘나가는 예능 몇 가지.
그리고 티홀릭이 직접 진행하는 예능에 나와서 풋풋한 신인다운 모습을 몇 번 보여줬다.
너무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나올 수 있는 것 중 고르고 골라서 가장 급이 높은 것만 서너 개 정도.
게다가 신인답게 약간 어색하면서도 빳빳하고 예의 바른 태도는 그리 폭발적으로 재밌지도 않았지만….
역시 이미지는 각인 된다.
‘대형기획사, 성공적인 데뷔!’
-티홀릭 버스 진짜 오지게 타네
-역시 무조건 대형에서 데뷔하는 게 답인 듯
-그래도 애들 착하고 괜찮아 보임 댄스 멤들 다 잘생겼어
그렇게 대중의 인식에 서서히 스며들면서, ‘이테르’는 어느새 그냥 ‘새로운 컨셉돌’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아, 티홀릭 후배? 이름 정도는 한번 들어봤지.’
‘걔네도 막 이상한 컨셉 같은 거 하지 않나? 요새 아이돌들 다 그러더라. 근데 걔네 뭐가 요즘 유행하나 봐.’
이 포지션을 챙겨간… 영리한 치고 빠지기였다.
“…….”
나는 ‘성공적인 이테르 데뷔’와 관련된 언론 플레이용 기사들을 쭉 훑어본 뒤, 결론을 내렸다.
저쪽은 판 굳히기에 성공했다고.
‘이제 해외로 이 성과를 홍보하면서 글로벌 KPOP 팬덤을 쭉쭉 빨아들이겠군.’
정석 코스를 밟자면 분명 그럴 것이다.
이 판에서 잔뼈 굵은 대형 기획사다운 치밀한 판 짜기는 테스타의 골수를 빨아먹는 기초를 토대로 깔끔히 이루어졌다.
아, 타이밍도 테스타가 제일 약할 때로 잘 잡아서 뒤통수 후려갈기셨고.
그리고 이 순간, 그걸 당한 당사자인 우리는….
“슬슬 활동 마무리할 때네.”
“예.”
음, 딱히 반응하지 않았다.
그냥 3주간의 국내 스케줄 막바지에서, 앨범 홍보를 위한 단체 활동을 예정대로 끝내는 중이다.
왜냐고?
뭐, 일단 당장 저 신인 그룹을 견제하기 위해 단체 활동을 더 잡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도 최대한 짜낸 거니까.
아니, 애초에 말이다.
‘반응하는 게 멍청한 짓이지.’
우리는 최대한 무시하는 기조로 가야 했다.
‘지금은 무슨 반응을 해줘도 저 그룹 화제성이 될 뿐이니까.’
저쪽이 도전자, 약자, 신인, 라이징인 이상… 이건 당연한 구도다.
테스타가 무슨 제스처를 보여주든 상대측이 여론 프레임을 짜서 이미지를 구축하기가 너무 좋지 않은가.
‘아마 사실 그걸 바라고 한 것도 있을 테고.’
우리가 신생 기획사에, 아티스트 입김이 강할 테니 뭐라도 조치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면 테스타가 열받아서 의미심장한 글이라도 하나 남겨주길 바랐을지도 몰랐다.
우리가 입 다물고 있어서 도리어 ‘이테르는 성공적 데뷔 족적을 남겼다’ 정도로 끝난 것이다.
그게 옳았다.
물론 X발….
‘그래도 열 받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심지어 어제 큰세진이 필라테스 대신 복싱을 가더라고.
아마 샌드백 대신 다른 걸 갈기고 싶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그래서 일단 조용히 기다리는 메타를 선택한 테스타에게 지금 남은 건 원래 잡은 개인 활동의 연장선들뿐이었다.
가령, 예능 시리즈물에 출연한 녀석들.
“음, 아현이는 아직 낚시하는 중이지?”
“네…!”
아, 참고로 선아현은 놀랍게도 배 타고 낚시하는 프로그램을 하겠다고 나섰다.
심지어 상당히 와일드한 컨셉이라 제한된 용품으로 ‘살아남기’ 컨텐츠에 가까운 느낌이던데….
“힘들지 않아?”
“다, 다들 친절하셔서…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으음. 그래.”
선아현이 체력이 좋은 데다가 원체 공포심이 없어서 의외로 적성에 맞았던 것 같다…….
‘애초에 또래 관계에만 유리멘탈인 녀석이었지.’
그러다 보니 벌레를 맨손으로 잡거나 맨몸 잠수하는 등의 비위 상하는 일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척척 해내서 중장년층에게 좋은 인상을 심은 모양이다.
-꽃사슴 무슨 일이야
-오 의외다 선아현 되게 무던하네?
└3화 연속 시청 후기: 정정하겠음 무던이 아니라 미친 강철 멘탈임
-왕자님인 얼굴로 저러기 있냐ㅠㅠㅠㅠ
게임에서 히든 루트에서 보여줬던 의외성 있는 캐릭터와 연결되며 라이트 팬을 끌어모으는 효과도 있던 모양이다.
확실히, 하루종일 배 타면서 얼굴색 하나 안 변하는 선아현은 무슨 드라마 역할 같긴 했지.
‘멀미도 안 하나.’
하기야 중고등학교 때 공중에서 빙빙 도는 동작을 매일 연습했을 놈이 배멀미를 하는 것도 웃기긴 하겠다.
어쨌든, 그래서 신인 그룹과는 별개로 테스타의 개인 활동 자체는 성공적이라는 뜻이다.
“아, 세진 형께서도 오늘 오후에 드라마 촬영을 하십니다!”
“오우!”
“화, 화이팅…!”
“…흠, 고마워.”
배세진도 이제 정식 촬영에 들어간 상태고 말이다.
제일 먼저 개인 스케줄 촬영을 다 끝낸 차유진은 대본을 들고 있는 배세진의 곁에서 얼쩡거리며 물었다.
“형 촬영 좋아요?”
“그, 괜찮긴 한데.”
“The part, 형 배역 재밌어요? 어떤 종류의 사람이에요?”
“어… 주인공 친구.”
배세진은 대본을 끌어당기며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차유진이 대본을 찢어먹을까 봐 불안하기라도 한 건가.
“친구도 여러 종류 있어요! 그런데 제 생각은 최고의 친구 아니면 part 작아요. 아니면 최악의 친구예요?”
“…둘 다 아닌데, 그, 짧은 시간에 둘이 깊은 인연을 만들긴 하거든.”
배세진은 힘겹게 최대한 돌려돌려 말했다.
참고로 저러는 이유는 첫 미팅 다음 날 설명해 줬다.
-저기… 계약했어!
-와아아!
위풍당당하게 주먹을 들어 올리던 놈은 다음 질문에 굳은 것이다.
-아! 무슨 역을 맡게 되셨습니까?
-…….
-형?
-그, 비밀 유지 계약이 있거든? 정확한 배역을 말해주긴 힘들어! 너희를 못 믿는다는 게 아니라, 엿듣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러니까 만일을 위해서…!
-진정해 세진아, 이해했으니까.
본인이 그렇다니 놔두고 있다.
그리고 배세진은 다시 진지한 얼굴로 차유진에게 완곡한 설명을 계속했다.
“그리고 조연은 조연인데, 인상 깊은… 여러 의미로 인상 깊은 장면이 있어서. 꽤 괜찮아.”
“Umm.”
“…주인공에게 각성의 계기를 주는! 그런 거라!”
참고로 원작 웹툰을 대충 읽어본 입장에선 후보가 몇 명 생각나긴 한다. 하나 같이 시즌 중간에 죽는 역할이긴 하지만.
‘그래서 비밀 유지 조항에 저렇게 신경 쓰나.’
“OK. 형 좋으면 괜찮아요.”
“그래!”
차유진은 어깨를 으쓱했고, 배세진은 황급히 대본을 덮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것보다… 그 녀석들 저대로 두는 거야? 우리 따라 하는 그…!”
“음…….”
화제를 돌리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넘어가 줄까.
“일단 지금은 저희가 반응하는 게 그쪽이 원하는 거라 그냥 뒀는데요.”
“그래. 그건 알겠는데… 앞으로도 이럴 수는 없잖아.”
“형…….”
“음, 저도 형 말씀에 동의요!”
“…!”
배세진은 약간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씻고 나온 큰세진이 탁자에 걸터앉았다.
“거기 아마 다음 컴백 때 ‘앗 생각보다 화제성 떨어진다’ 싶으면 더 테스타 물고 늘어질걸요~? 일부러 스케줄을 겹치게 해서라도요.”
배세진은 정색했다. 하지만 큰세진은 실실 웃었다.
“에이~ 근데 뭐, 우리가 벌써 다 알고 있는데요 뭘! 지금부터 준비하면 되죠.”
그리고 놈이 나를 돌아보았다.
“그치 문대문대?”
그렇지.
나는 스마트폰을 내려다보았다.
-스페이서 권희승 : 문대 형님!ㅎㅎ 테스타 선배님들 이번 활동 또 전설이 되신걸 축하드립니다!!
-스페이서 권희승 : 저희도 빨리 컴백하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 중!ㅠㅠ
스페이서.
지난번에 미리내를 영린네 회사 신인과 붙여놨던 것처럼… 스페이서도 일부러 체급을 키워서 저쪽과 엮어줄 생각이었다.
‘포지셔닝을 해줘야겠군.’
나는 스페이서의 프로필을 점검하면서 빠르게 생각을 마쳤다.
그리고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권희승은 한번 만나볼 생각이었고 말이다.
사실은, 테스타가 이번 앨범을 내면서… 드디어 회사에 실적이 생겼기 때문이다.
앨범 등급 : S
음원 순위 : 3위 (일간 최고)
음반 판매량 : 1,823,281장
총 수익 : 합산 중
아직 국내 홍보만 마치고 투어 등은 돌지 않아 표기가 이 정도지만, 중요한 건 다른 곳에 있다.
그렇게 성적과 수입이 잡히자마자 바로 회사 등급에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승급 성공!
쾌속이었다.
그만큼 부가적으로 뭐가 많이 변하고 보상으로 주어졌지만, 그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팝업이다.
미션 : B-등급 달성
-‘■■■의 파편’ 회수 가능
이게 달성됐다.
“…….”
시스템의 파편.
건물을 붕괴시키고, 나와 큰달의 몸이 바뀌게 만들었던 ‘미션 실패’를 유발한 그것.
그걸… 저놈에게서 먼저 회수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미션 실패’가 뜨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