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466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66화
무대 위로 7명의 인영이 올라왔다.
테스타 결성 최초로, 공중파에서 하는 첫 컴백 무대.
인터넷 유저들은 벌써부터 자리를 깔아놓고 이야기를 떠들고 있었다.
-티넷 음방 안 나오는 테스타라니 이렇게 적어보니까 더 이상하네
-담주에 이 악물고 테스타 1위 안 주는 뮤직밤 볼 수 있냐
-오늘 테스타 엔딩임?
나오지도 않은 Tnet의 이야기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간 테스타는 T1의 KPOP 사업 성공의 아이콘이나 다름없었다.
그건 T1과 결별한 지금도 벗겨지지 않은 이미지였다.
그러니 그 이미지가 잔존하는 이상, 그 출신이 사라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격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공중파는 테스타에게 굳이 필요 이상 우호적일 필요가 없다는 뜻도 됐다.
그래서 테스타는 오늘 적당히 엔딩 2번째 전 자리를 얻었다.
-테스타 벌써 나옴?
-나라면 이 기회 노려서 먼저 엔딩 줄 텐데 공중파 존심 보소ㅋㅋ
인기에 비해 다소 ‘엄격’한 연차순 정렬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과 관계없이, 이번 주 KBC 음악방송의 하이라이트는 테스타의 컴백 무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걸로 충분한 일이었다.
-시작한다
하나의 무대.
그것을 사람들이 보도록 하기 위해 들인 모든 공이 아깝지 않은 컴백 화제성 속에서.
테스타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Doong…!]
뱃소동 소리를 변조시킨 듯한 단조의 리프 멜로디.
조명이 들어오면 보이는 것은 ‘KIS’로고가 떠 있는 화려한 세트장이다. 흡사 서재나 실험실로 보이는.
그리고 그 우아하고 컨셉츄얼한 무대의 정 가운데, 대칭을 맞춰 선 삼각 대형의 인영들이 있다.
다만 뒤로 돌아선 채다.
7명의 남성은 그 상태에서, 천천히 목을 움직였다.
레더 질감이 불빛이 번질거렸다.
몸을 꽉 잡는 가죽 정장.
-단체 괴도복이다
-미친
그리고 단조의 미디음와 일렉 기타 사운드가 고조되어 올라가는 듯하더니….
치직거리는 효과음과 함께, 쏟아지는 드랍은 강렬한 장조의 도입부다.
[네 손에 닿아
또 감기는 My tape]
대형이 깨지듯 퍼지며, 박문대의 팔을 교차하는 독무 동작에 따라 나머지 멤버들의 군무가 움직였다.
그리고 오른쪽 외곽에서 다음 멤버가 슬라이드로 카메라 앞까지 미끄러져 나왔다.
[심장이 뛰는 순간
모든 감각이 Slow]
무릎을 꿇으며 회전, 그리고 한 팔을 쭉 뻗는 시원한 강약조절의 안무를 하는 류청우의 파트.
거기서도 그의 팔 제스처에 따라 군무와 대형이 움직였다.
-오 헐
-류청우 팔 봐 미친
그렇다.
‘나비효과’를 주제로 만들어진 안무는, 파트를 부르는 멤버의 독무 제스처에 대형이 바뀌는 짜임새로 이루어져 있었다.
-와
-아 제발 카메라 좀
-이거 잘 잡아야되는데ㅠㅠ
고정된 풀캠을 간절히 원하게 되는 그 광경 속에서 무대가 질주한다.
두근거리듯 드럼 비트가 올라갔다.
[짜릿한 contact
말 없는 네 눈 속에
확실한 정답을 찾아서]
오랜만에 보컬 파트를 맡은 김래빈은 목까지 올라오는 독특한 터틀넥 류의 괴도 복장이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파트를 마친 뒤, 다음 파트를 부를 사람과 바통을 교환하듯 하이파이브를 했다.
차유진이다.
[선택은 하나
그래 전부 가져가 (one more)
꽉 잡은 이 손을 놓쳐도]
김래빈과의 페어 안무가 날렵하게 전투처럼 펼쳐졌다.
그리고 라이브감이 확 사는 랩을 받치듯 올라가는 박문대와 류청우의 더블링까지.
-라이브 개시원하다
-AR이 안 들릴 지경
-역시 테스타는 개어려운 곡 해줘야
그리고 여기서 템포를 조절하는 쉼표가 들어간다.
저음의 목소리만 들리는 한 구절.
[Let’s Start, 난전을 시작해]
김래빈이 센터에서 턱과 목을 잡는 것이 클로즈업됐다.
-ㅠㅠㅠㅠ
-악
그리고 프리코러스.
[찾아내 얼굴을 봐
I don’t care what’s next
Chaser 오늘도
네 손을 멈추지 마]
복잡한 엇박 리듬과 음역대를 오가는 어려운 구간. 그에 맞추듯 안무 난이도도 급격히 올라가며 화려해졌다.
센터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 파트에서 처음에는 파워가 강한 이세진이, 다음에는 강약조절이 절묘한 선아현이 분위기를 끌어갔다.
[알아내 모든 걸 다
Don’t be scared what’s next
Chaser 내일도
반전을 끝내지 마]
-큰세 괴도복… 누가 안감 얇은 검은색으로 골랐냐 와우네
-선아현 대체 박자를 몇 번 바꾸는 거야 방금 동작 뭐임 나 보지도 못했어
보는 맛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가 싶더니, 드디어 후렴구.
비트가 드랍된다.
[Just roll the dice
Trust, take my side]
프리코러스와 대조적이다.
심플한 리듬과 딱 치고 들어오는 메인 멜로디. 그리고 캐치한 리프 멜로디.
이 중심 요소 세 가지로 구성되어 기억하기 쉬운 후렴을, 보기 좋은 댄스 브레이크가 채운다.
-이거 발소리 들리면 발소리까지 딱딱 맞을 것 같애
-돌았다
-겜 찍으면서 대체 이걸 다 언제 연습한 거냐 테스타 초인임?
움직임에 예상치 못한 가속을 주어 잡아채는 듯한 대표 팔 동작은 괴도복과 딱 맞아떨어지듯 어울렸다.
절도가 있으면서도, 묘하게 섹시한 요소다.
결국 이런 감탄사가 나오는 것이다.
-테스타 그대로네
-자체 프로듀싱 찐이었네
-와 진짜 느낌은 그대론데 오히려 더 날라댕김
-테스타 티원 기획 자본빨이라던 새끼들 어디감
바로 테스타에 대한 기대치의 충족에서 오는 짜릿함 만족감이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예시를 들어보자. 한 그룹이 회사를 옮겼다. 대부분의 멤버가 그대로여도… 그룹의 색채가 변할 수 있는가?
정답은 ‘그렇다’이다.
앨범을 만드는 실무진이 바뀌고 기획팀이 바뀌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다.
이건 퀄리티의 문제도 있지만, 팬과 대중이 이 그룹을 좋아하던 이유, ‘그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느냐의 문제기도 했다.
그 그룹 특유의 색.
대중이 그 그룹에게 기대하는 것.
인력의 부재, 자본의 부재로 그런 것을 더 이상 만들지 못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테스타는 이번 무대에서 그것을 반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테스타는 당신이 기대한 것을 한다!’
덕분에 무대를 보는 사람들도 무의식 중에 깨닫고 즐거워진 것이다.
-지금 1절 내내 감탄만 함
-ㅋㅋㅋㅋㅋㅋㅋ야 진짜 얘네 다른 건 몰라도 무대는 재밌음
테스타는, 처음 데뷔했던 그 트랙 위에서 계속 고공행진 중이었다.
[그래 이 Final round]
무대는 거침없이 전진해 브릿지를 맞이했다.
거친 일렉 사운드가 사라지며 다소 벅차오르는 건반음이 드럼 사운드에 맞추어 쌓였다.
그 분위기에 맞추어 배세진이 쓸데없는 기교 없이 바르게, 저음부터 중고음까지의 멜로디를 맑고 단단히 쭉 올렸을 때.
[잡아 당겨]
그 끝에서 튀어나온 차유진은 고양잇과 맹수처럼 양발로 착지해, 힘을 준 채 느리게 스텝을 밟았다.
그리고 다시 마지막 댄스 브레이크.
[Just roll the dice
Trust, take my side]
-악 극락
-진짜 개쩐다
테스타는 작정한 듯이 끝까지 힘을 풀지 않고, 동작 하나 음 하나 흘리지 않으며 무대를 가득 채웠다.
엔딩에서 센터에 선 류청우가 뒤를 돌아보며 장난스럽게 벗은 장갑을 들어 올릴 때까지.
괴도복다운 엔딩 멤버 선정이었다.
와아아아아아!
그리고 화면을 꽉 채운 팬들의 함성처럼, 인터넷의 채팅창도 휙휙 넘어갔다.
-ㅋㅋㅋㅋㅋ
-테스타! 테스타! 테스타! 테스타! 테스타! 테스타! 테스타!
-찢었다
-오
-다시보기 내놔
그리고 SNS의 팬들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단어와 의성어, 이모티콘을 감상으로 쏟아냈다.
어쩔 수 없었다. 너무 짜릿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완성된 문장을 구사하게 된 것은 이성적인 사고가 좀 돌아왔을 때였다.
-보정 올라오는 대로 다 저장하고 있어 정신 차리니까 같은 청우 열 번 저장했더라
-나 이번 활동 너무 기대됨
-사녹 스포에 구속복 있었지? 있었다고 해줘 제발 이렇게 빌게
-이번엔 공중파 예능 많이 나올까 나 사실 공중파 예능 좀 탐나던 거 있었는데ㅋㅋ
무대를 본 순간 이번 활동 성공을 직감하자, 행복 예상도가 MAX를 찍으며 스케줄에 대한 기대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는 정답과 루머가 슬쩍 지나가기도 했다.
-당근 코인한 그 PD랑 또 예능 찍어줬으면 좋겠어ㅋㅋ 우리 깐부잖아ㅋㅋ
└헐 맞앜ㅋㅋ
└이미 찍었을 듯?ㅎㅎ
└음… 지나가다 미안한데 그 PD 소속이 티원쪽이라 괜찮을지 모르겠음 스케줄 보니까 테스타 티원쪽 방송국 안.. 나오는 것 같아서
└아 제발
└설마 티원이 막나?;;
└루머ㄴㄴ 아직 스케줄 안 뜬 걸 수도 있는데 벌써부터 왜 그래 좀 기다려봐
하지만 대부분은 기대로 꽉 차서 다음 무대를 기다리거나, 뿌듯함에 이번 컴백 무대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기도 바빴다.
가령 이런 베스트 댓글 말이다.
-테스타 지들도 지들이 잘하는 거 알겠지?ㅋㅋㅋㅋㅋ
└모를 리가ㅋㅋㅋㅋ
그리고 히죽히죽 웃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는 팬도 있었다.
저 무대가 끝났을 때, 테스타는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 * *
“고생하셨습니다~”
“와아아!!”
지난 컴백보다도 큰 환호가 대기실을 채웠다.
스탭들까지도 환호에 어울려주는 그 광경은 훈훈하면서도 열기와 열정으로 가득했다.
새 회사, 새로운 환경에서 지금껏 없었던 장애물에 부딪히며 낸 첫 앨범.
다들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는 오늘 사전 녹화 반응을 즉각 모니터링하던 박문대에게 멤버들이 우수수 달려가서 붙었다.
“문대문대, 반응 봐?”
“어.”
“어, 어때…?”
박문대는 간단히 말했다.
“좋아.”
“…!!”
그가 여론에 대해 뒷말도 없이 이렇게 단언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그리고 그 뜻은….
“진짜?”
정말로, 팬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압도적으로 반응이 좋다는 뜻이었다!
멤버들이 얼떨떨해하다가, 곧 활짝 웃었다.
“와… 테스타 살아 있네!”
“하하, 오늘 뭔가 보여줬다!”
“오~ 청우 형!”
심지어는 류청우까지 무대 전 구호인 ‘아 테스타 오늘 뭔가 보여준다’를 응용해 들뜬 한마디를 던지는 상황.
배세진도 상기된 얼굴로 숨을 몰아쉬다가, 다가가서 박문대가 보던 화면을 봤다.
선아현이 밝게 웃으며 자리를 살짝 비켰다.
“아, 여, 여기요…!”
“…….”
배세진은 박문대가 굳이 가리지 않은 스마트폰의 내용을 읽었다.
‘너무 좋다 말로 표현이 안 돼 꼭 본방사수해’
‘행복해서 울 것 같음’
‘이번 활동 길었으면 좋겠어’
‘콘서트에 내 자리에 없을 것 같은 강한 예감’
한치의 가식도 보이지 않는, 그 기대와 행복으로 넘실거리는 그 반응들이… 확실히 와닿았다.
“…좋네.”
“정말 그렇습니다!”
자신도 즐거웠다.
‘좋았어.’
잘한 것 같은 느낌.
안무도 잘 따라가고, 노래도 부족하지 않게 살린 것 같고.
의상이 땀 배출이 되지 않는 가죽 재질이라 불편한 것은 이제 몇 년의 무대경험으로 신경도 거의 쓰이지 않았다.
“…….”
그러니까, 말이다.
배세진은 모종의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테스타 분들 환복이요~”
“넵!”
그래서 그는, 곧 의상을 갈아입으러 분주해진 멤버들 틈에서 가장 먼저 옷을 갈아입고… 구석 소파로 향했다.
그리고, 적고 있던 메모장을 다시 켰다.
도저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서 적어보려다가, 무대 직전에 무슨 짓이나 싶어서 30초 만에 닫아버린 메모였다.
[제안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연출님 작품에 꼭 출연해 보고 싶]
거기까지 적었던 활자를, 그는 이를 악물고 다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연출님 작품에 꼭 출연해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룹 활동에 더 집중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게 맞다.
‘활동기간이랑 겹치면… 안 돼.’
설령 다른 모든 앨범 활동기간에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지금은 안 됐다.
‘다들 어떤 마음으로 다시 출발한 건데.’
그리고 이번에는 자신도 정말로… 간신히 구현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 작품의 완성도에 제대로 된 기여를 한 것 같은데.
개인행동으로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았다. 그도 이제 아이돌 그룹의 생태계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였다.
‘지금은 그룹 활동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 거야.’
배세진은 다시 글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통화할 때 어떻게 답변할지 언어를 정제해놓기 위해서.
[좋은 마음으로 제안 주셨는데 거절해서 죄송]
그때였다.
“형 뭐 하세요.”
“…!!”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눈만 돌리자, 뚱한 얼굴을 한 박문대가 괴상한 걸 보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
누가 봐도 ‘뭘 보고 있었길래 그렇게 놀라냐’라고 묻는 것 같은 표정에, 배세진은 그만 제 발 저린 모습을 보여줬다!
“아니! 그냥 문자 좀!”
“메모장인데요.”
“…….”
“죄송한데, 위치 때문에 단어도 좀 봐서요.”
박문대는 소파 옆자리에 적당히 떨어져 앉았다. 배세진은 딱 굳었다.
“혹시 그 연출님한테 배역 제안 온 건가요.”
“모, 목소리 낮춰.”
“…?”
박문대는 ‘그럴 것까지야.’라고 생각했으나, 일단 장단에 맞춰주었다.
배세진은 진중한 목소리로 낮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래. 그런데, 활동기니까 거절할 거야.”
“하기 싫으신 건 아닌 것 같은데요.”
배세진은 순간 울컥했다.
당연하지!
하지만 화내면 안 된다는 것도 알았다. 박문대는 잘못이 없었다.
그래서 심호흡을 한 다음에, 좀 더 침착하게 대답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이 아닌 것 같아서라고 말하는 거잖아!”
“음…….”
박문대는 표정 없이 침음을 흘리더니, 몇 초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죠.”
“…??”
테스타 회의 재개장.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66화
무대 위로 7명의 인영이 올라왔다.
테스타 결성 최초로, 공중파에서 하는 첫 컴백 무대.
인터넷 유저들은 벌써부터 자리를 깔아놓고 이야기를 떠들고 있었다.
-티넷 음방 안 나오는 테스타라니 이렇게 적어보니까 더 이상하네
-담주에 이 악물고 테스타 1위 안 주는 뮤직밤 볼 수 있냐
-오늘 테스타 엔딩임?
나오지도 않은 Tnet의 이야기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간 테스타는 T1의 KPOP 사업 성공의 아이콘이나 다름없었다.
그건 T1과 결별한 지금도 벗겨지지 않은 이미지였다.
그러니 그 이미지가 잔존하는 이상, 그 출신이 사라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격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공중파는 테스타에게 굳이 필요 이상 우호적일 필요가 없다는 뜻도 됐다.
그래서 테스타는 오늘 적당히 엔딩 2번째 전 자리를 얻었다.
-테스타 벌써 나옴?
-나라면 이 기회 노려서 먼저 엔딩 줄 텐데 공중파 존심 보소ㅋㅋ
인기에 비해 다소 ‘엄격’한 연차순 정렬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과 관계없이, 이번 주 KBC 음악방송의 하이라이트는 테스타의 컴백 무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걸로 충분한 일이었다.
-시작한다
하나의 무대.
그것을 사람들이 보도록 하기 위해 들인 모든 공이 아깝지 않은 컴백 화제성 속에서.
테스타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뱃소동 소리를 변조시킨 듯한 단조의 리프 멜로디.
조명이 들어오면 보이는 것은 ‘KIS’로고가 떠 있는 화려한 세트장이다. 흡사 서재나 실험실로 보이는.
그리고 그 우아하고 컨셉츄얼한 무대의 정 가운데, 대칭을 맞춰 선 삼각 대형의 인영들이 있다.
다만 뒤로 돌아선 채다.
7명의 남성은 그 상태에서, 천천히 목을 움직였다.
레더 질감이 불빛이 번질거렸다.
몸을 꽉 잡는 가죽 정장.
-단체 괴도복이다
-미친
그리고 단조의 미디음와 일렉 기타 사운드가 고조되어 올라가는 듯하더니….
치직거리는 효과음과 함께, 쏟아지는 드랍은 강렬한 장조의 도입부다.
또 감기는 My tape]
대형이 깨지듯 퍼지며, 박문대의 팔을 교차하는 독무 동작에 따라 나머지 멤버들의 군무가 움직였다.
그리고 오른쪽 외곽에서 다음 멤버가 슬라이드로 카메라 앞까지 미끄러져 나왔다.
모든 감각이 Slow]
무릎을 꿇으며 회전, 그리고 한 팔을 쭉 뻗는 시원한 강약조절의 안무를 하는 류청우의 파트.
거기서도 그의 팔 제스처에 따라 군무와 대형이 움직였다.
-오 헐
-류청우 팔 봐 미친
그렇다.
‘나비효과’를 주제로 만들어진 안무는, 파트를 부르는 멤버의 독무 제스처에 대형이 바뀌는 짜임새로 이루어져 있었다.
-와
-아 제발 카메라 좀
-이거 잘 잡아야되는데ㅠㅠ
고정된 풀캠을 간절히 원하게 되는 그 광경 속에서 무대가 질주한다.
두근거리듯 드럼 비트가 올라갔다.
말 없는 네 눈 속에
확실한 정답을 찾아서]
오랜만에 보컬 파트를 맡은 김래빈은 목까지 올라오는 독특한 터틀넥 류의 괴도 복장이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파트를 마친 뒤, 다음 파트를 부를 사람과 바통을 교환하듯 하이파이브를 했다.
차유진이다.
그래 전부 가져가 (one more)
꽉 잡은 이 손을 놓쳐도]
김래빈과의 페어 안무가 날렵하게 전투처럼 펼쳐졌다.
그리고 라이브감이 확 사는 랩을 받치듯 올라가는 박문대와 류청우의 더블링까지.
-라이브 개시원하다
-AR이 안 들릴 지경
-역시 테스타는 개어려운 곡 해줘야
그리고 여기서 템포를 조절하는 쉼표가 들어간다.
저음의 목소리만 들리는 한 구절.
김래빈이 센터에서 턱과 목을 잡는 것이 클로즈업됐다.
-ㅠㅠㅠㅠ
-악
그리고 프리코러스.
I don’t care what’s next
Chaser 오늘도
네 손을 멈추지 마]
복잡한 엇박 리듬과 음역대를 오가는 어려운 구간. 그에 맞추듯 안무 난이도도 급격히 올라가며 화려해졌다.
센터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 파트에서 처음에는 파워가 강한 이세진이, 다음에는 강약조절이 절묘한 선아현이 분위기를 끌어갔다.
Don’t be scared what’s next
Chaser 내일도
반전을 끝내지 마]
-큰세 괴도복… 누가 안감 얇은 검은색으로 골랐냐 와우네
-선아현 대체 박자를 몇 번 바꾸는 거야 방금 동작 뭐임 나 보지도 못했어
보는 맛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가 싶더니, 드디어 후렴구.
비트가 드랍된다.
Trust, take my side]
프리코러스와 대조적이다.
심플한 리듬과 딱 치고 들어오는 메인 멜로디. 그리고 캐치한 리프 멜로디.
이 중심 요소 세 가지로 구성되어 기억하기 쉬운 후렴을, 보기 좋은 댄스 브레이크가 채운다.
-이거 발소리 들리면 발소리까지 딱딱 맞을 것 같애
-돌았다
-겜 찍으면서 대체 이걸 다 언제 연습한 거냐 테스타 초인임?
움직임에 예상치 못한 가속을 주어 잡아채는 듯한 대표 팔 동작은 괴도복과 딱 맞아떨어지듯 어울렸다.
절도가 있으면서도, 묘하게 섹시한 요소다.
결국 이런 감탄사가 나오는 것이다.
-테스타 그대로네
-자체 프로듀싱 찐이었네
-와 진짜 느낌은 그대론데 오히려 더 날라댕김
-테스타 티원 기획 자본빨이라던 새끼들 어디감
바로 테스타에 대한 기대치의 충족에서 오는 짜릿함 만족감이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예시를 들어보자. 한 그룹이 회사를 옮겼다. 대부분의 멤버가 그대로여도… 그룹의 색채가 변할 수 있는가?
정답은 ‘그렇다’이다.
앨범을 만드는 실무진이 바뀌고 기획팀이 바뀌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다.
이건 퀄리티의 문제도 있지만, 팬과 대중이 이 그룹을 좋아하던 이유, ‘그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느냐의 문제기도 했다.
그 그룹 특유의 색.
대중이 그 그룹에게 기대하는 것.
인력의 부재, 자본의 부재로 그런 것을 더 이상 만들지 못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테스타는 이번 무대에서 그것을 반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테스타는 당신이 기대한 것을 한다!’
덕분에 무대를 보는 사람들도 무의식 중에 깨닫고 즐거워진 것이다.
-지금 1절 내내 감탄만 함
-ㅋㅋㅋㅋㅋㅋㅋ야 진짜 얘네 다른 건 몰라도 무대는 재밌음
테스타는, 처음 데뷔했던 그 트랙 위에서 계속 고공행진 중이었다.
무대는 거침없이 전진해 브릿지를 맞이했다.
거친 일렉 사운드가 사라지며 다소 벅차오르는 건반음이 드럼 사운드에 맞추어 쌓였다.
그 분위기에 맞추어 배세진이 쓸데없는 기교 없이 바르게, 저음부터 중고음까지의 멜로디를 맑고 단단히 쭉 올렸을 때.
그 끝에서 튀어나온 차유진은 고양잇과 맹수처럼 양발로 착지해, 힘을 준 채 느리게 스텝을 밟았다.
그리고 다시 마지막 댄스 브레이크.
Trust, take my side]
-악 극락
-진짜 개쩐다
테스타는 작정한 듯이 끝까지 힘을 풀지 않고, 동작 하나 음 하나 흘리지 않으며 무대를 가득 채웠다.
엔딩에서 센터에 선 류청우가 뒤를 돌아보며 장난스럽게 벗은 장갑을 들어 올릴 때까지.
괴도복다운 엔딩 멤버 선정이었다.
와아아아아아!
그리고 화면을 꽉 채운 팬들의 함성처럼, 인터넷의 채팅창도 휙휙 넘어갔다.
-ㅋㅋㅋㅋㅋ
-테스타! 테스타! 테스타! 테스타! 테스타! 테스타! 테스타!
-찢었다
-오
-다시보기 내놔
그리고 SNS의 팬들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단어와 의성어, 이모티콘을 감상으로 쏟아냈다.
어쩔 수 없었다. 너무 짜릿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완성된 문장을 구사하게 된 것은 이성적인 사고가 좀 돌아왔을 때였다.
-보정 올라오는 대로 다 저장하고 있어 정신 차리니까 같은 청우 열 번 저장했더라
-나 이번 활동 너무 기대됨
-사녹 스포에 구속복 있었지? 있었다고 해줘 제발 이렇게 빌게
-이번엔 공중파 예능 많이 나올까 나 사실 공중파 예능 좀 탐나던 거 있었는데ㅋㅋ
무대를 본 순간 이번 활동 성공을 직감하자, 행복 예상도가 MAX를 찍으며 스케줄에 대한 기대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는 정답과 루머가 슬쩍 지나가기도 했다.
-당근 코인한 그 PD랑 또 예능 찍어줬으면 좋겠어ㅋㅋ 우리 깐부잖아ㅋㅋ
└헐 맞앜ㅋㅋ
└이미 찍었을 듯?ㅎㅎ
└음… 지나가다 미안한데 그 PD 소속이 티원쪽이라 괜찮을지 모르겠음 스케줄 보니까 테스타 티원쪽 방송국 안.. 나오는 것 같아서
└아 제발
└설마 티원이 막나?;;
└루머ㄴㄴ 아직 스케줄 안 뜬 걸 수도 있는데 벌써부터 왜 그래 좀 기다려봐
하지만 대부분은 기대로 꽉 차서 다음 무대를 기다리거나, 뿌듯함에 이번 컴백 무대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기도 바빴다.
가령 이런 베스트 댓글 말이다.
-테스타 지들도 지들이 잘하는 거 알겠지?ㅋㅋㅋㅋㅋ
└모를 리가ㅋㅋㅋㅋ
그리고 히죽히죽 웃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는 팬도 있었다.
저 무대가 끝났을 때, 테스타는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 * *
“고생하셨습니다~”
“와아아!!”
지난 컴백보다도 큰 환호가 대기실을 채웠다.
스탭들까지도 환호에 어울려주는 그 광경은 훈훈하면서도 열기와 열정으로 가득했다.
새 회사, 새로운 환경에서 지금껏 없었던 장애물에 부딪히며 낸 첫 앨범.
다들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는 오늘 사전 녹화 반응을 즉각 모니터링하던 박문대에게 멤버들이 우수수 달려가서 붙었다.
“문대문대, 반응 봐?”
“어.”
“어, 어때…?”
박문대는 간단히 말했다.
“좋아.”
“…!!”
그가 여론에 대해 뒷말도 없이 이렇게 단언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그리고 그 뜻은….
“진짜?”
정말로, 팬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압도적으로 반응이 좋다는 뜻이었다!
멤버들이 얼떨떨해하다가, 곧 활짝 웃었다.
“와… 테스타 살아 있네!”
“하하, 오늘 뭔가 보여줬다!”
“오~ 청우 형!”
심지어는 류청우까지 무대 전 구호인 ‘아 테스타 오늘 뭔가 보여준다’를 응용해 들뜬 한마디를 던지는 상황.
배세진도 상기된 얼굴로 숨을 몰아쉬다가, 다가가서 박문대가 보던 화면을 봤다.
선아현이 밝게 웃으며 자리를 살짝 비켰다.
“아, 여, 여기요…!”
“…….”
배세진은 박문대가 굳이 가리지 않은 스마트폰의 내용을 읽었다.
‘너무 좋다 말로 표현이 안 돼 꼭 본방사수해’
‘행복해서 울 것 같음’
‘이번 활동 길었으면 좋겠어’
‘콘서트에 내 자리에 없을 것 같은 강한 예감’
한치의 가식도 보이지 않는, 그 기대와 행복으로 넘실거리는 그 반응들이… 확실히 와닿았다.
“…좋네.”
“정말 그렇습니다!”
자신도 즐거웠다.
‘좋았어.’
잘한 것 같은 느낌.
안무도 잘 따라가고, 노래도 부족하지 않게 살린 것 같고.
의상이 땀 배출이 되지 않는 가죽 재질이라 불편한 것은 이제 몇 년의 무대경험으로 신경도 거의 쓰이지 않았다.
“…….”
그러니까, 말이다.
배세진은 모종의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테스타 분들 환복이요~”
“넵!”
그래서 그는, 곧 의상을 갈아입으러 분주해진 멤버들 틈에서 가장 먼저 옷을 갈아입고… 구석 소파로 향했다.
그리고, 적고 있던 메모장을 다시 켰다.
도저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서 적어보려다가, 무대 직전에 무슨 짓이나 싶어서 30초 만에 닫아버린 메모였다.
거기까지 적었던 활자를, 그는 이를 악물고 다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게 맞다.
‘활동기간이랑 겹치면… 안 돼.’
설령 다른 모든 앨범 활동기간에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지금은 안 됐다.
‘다들 어떤 마음으로 다시 출발한 건데.’
그리고 이번에는 자신도 정말로… 간신히 구현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 작품의 완성도에 제대로 된 기여를 한 것 같은데.
개인행동으로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았다. 그도 이제 아이돌 그룹의 생태계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였다.
‘지금은 그룹 활동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 거야.’
배세진은 다시 글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통화할 때 어떻게 답변할지 언어를 정제해놓기 위해서.
그때였다.
“형 뭐 하세요.”
“…!!”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눈만 돌리자, 뚱한 얼굴을 한 박문대가 괴상한 걸 보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
누가 봐도 ‘뭘 보고 있었길래 그렇게 놀라냐’라고 묻는 것 같은 표정에, 배세진은 그만 제 발 저린 모습을 보여줬다!
“아니! 그냥 문자 좀!”
“메모장인데요.”
“…….”
“죄송한데, 위치 때문에 단어도 좀 봐서요.”
박문대는 소파 옆자리에 적당히 떨어져 앉았다. 배세진은 딱 굳었다.
“혹시 그 연출님한테 배역 제안 온 건가요.”
“모, 목소리 낮춰.”
“…?”
박문대는 ‘그럴 것까지야.’라고 생각했으나, 일단 장단에 맞춰주었다.
배세진은 진중한 목소리로 낮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래. 그런데, 활동기니까 거절할 거야.”
“하기 싫으신 건 아닌 것 같은데요.”
배세진은 순간 울컥했다.
당연하지!
하지만 화내면 안 된다는 것도 알았다. 박문대는 잘못이 없었다.
그래서 심호흡을 한 다음에, 좀 더 침착하게 대답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이 아닌 것 같아서라고 말하는 거잖아!”
“음…….”
박문대는 표정 없이 침음을 흘리더니, 몇 초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죠.”
“…??”
테스타 회의 재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