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465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65화
이제 와서 말하기도 웃기긴 하지만, 사실 계획할 때만 해도 우리 게임이 이런 볼륨은 아니었다.
-음, USB 앨범 보완책인 거구나.
-그렇죠. 그리고 하루 정도 플레이하면 팬분들도 재밌어하실 것 같고요.
-좋네~ 신선하니까 SNS에서 말 좀 나오지 않을까요? 전 찬성!
말 그대로 뮤직비디오 확장판.
앨범 사면 부록으로 볼 수 있는 한 시간짜리 영화에 선택지를 넣어놓은 수준이었단 말이다.
실물 앨범이 빈약하다는 단점을 극한의 과몰입 컨셉으로 승화하려는 수작이었다.
‘……하지만.’
첫 미팅이 폐허 공장이었다는 게 모든 문제의 발단이었다…….
-그건… 가능할 것 같은데요? 네, 재밌을 것 같아요!
처음 인터렉티브 뮤비 방식을 꺼냈을 때까지만 해도 좋았지.
-정말요?
-예! 사실 저희가 전에 개발하던 툴이 있거든요? 괜찮으시면 이걸 응용하면…. 이거 되지?
-어, 된다, 되겠다. 저, 플레이 타임이 한 시간 내외라고 하셨죠? 스케줄적으로는 어떻게든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때는 내심 회심의 미소까지 지었다.
사실 다 알고 온 거거든.
‘원래 이 사람들이 차기작으로 내려던 게 인터렉티브 뮤비형 호러 어드벤처였다던데.’
그 후 T1 산하로 들어가며 이 대히트했다….
그럼 뭐,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T1이 다음 탄이나 내라고 돌림노래를 불러댔겠지.’
그래서 이대로 의 골수까지 우려먹으려는 T1 플레이즈의 미친 낙하산 수뇌부를 참지 못하고 탈주했다.
그게 학계의 정설… 아니, 게임마니아들의 정설이더라고.
근데 마침 소싯적 개발하다가 중단했던 장르를 들고 오면, 재활용이 가능하니까 차기작 자금도 벌 겸 해보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게 물리엔진이나 이런 부분 구현은 좀 옛날 버전이라… 혹시 액션적인 요소를 게임에 넣고 싶으시다면 개발 기간이 더 필요할 거예요.
-아, 저희는 정말 선택지만 넣으면 괜찮아서요!
상관없었다.
우리가 정말 엄청난 게임성을 가진 역대급 명작을 만들려는 것도 아니고, 영상미 끝내주는데 루트 선택만 할 수 있으면 된다니까.
팬들이 우리랑 상호작용한다는 느낌만 받을 수 있다면 됐다.
-아, 그러시다면야 UI만 좀 다듬으면….
그래서 속전속결로 좋게 좋게 이야기가 진행되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직원들에게 사인도 해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까지 나온다.
-오! 그럼 저희 뮤직비디오 촬영하는데 보러 와주실래요?
-헉, 그래도 되나요?
-에이, 당연한 말씀을~ 이제 한 팀으로 일할 텐데, 봐주시면 저희가 감사한 일인데요!
-게임 제작의 전문가분들께서 컨텐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봐주시고 의견 주시면 정말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래서 대표 2인과 핵심 제작 인력 몇몇이 뮤직비디오라고 쓰고 게임 컨텐츠 겸 영화라고 읽는 촬영 현장에 초대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촬영 당일.
“…!!”
“어휴 오랜만이여.”
“크랭크 인이 따로 없네.”
이들은 배세진이 섭외해 온 인력이 쭉 뽑아온 화려한 장비와 세팅에 입을 벌리고 눈을 번쩍이게 된다.
‘물론 돈은 다 내 돈….’
아무리 배세진이 아역 때 연기를 잘하고 카메오 때도 출중한 역량을 보여줬어도 돈 없이 자본주의 사회가 돌아가겠는가.
자본금이 이래서 중요하구나 싶다.
100억이 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촬영지는 미리 확보되어서 다행인가…….’
지방에 적절한 건물을 찾아내서 다행이었다. 정 안 되는 건 후보정 CG로 때워야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싶었다.
“문대, 눈 아래로~”
“예.”
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지시에 따라 눈을 가늘게 뜨며, 오늘에 첫 타자가 경찰복을 입고 촬영장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음, 이런 느낌으로 가면 될까요?”
프롤로그를 찍는 큰세진이다.
친절한 경찰인 척하다가 사람 납치하는 도시전설 같은 간수 캐릭터를 맡았다만… 대사는 본인이 직접 적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는 애초에 기성 연기자가 아니니까.’
캐릭터들은 보통 최대한 평소 멤버와 비슷한 어투를 구사하게 만들거나, 그게 여의지 않을 경우엔 대사량을 대폭 줄여 버렸다.
이세진의 경우에는… 시스템이 만들었던 가상세계에서 자이롭하던 때 받았다는 연기 수업이 저 배역 낙점하는 데 영향을 좀 줬지.
-이야~ 그 거지 같은 그룹 생활이 이렇게 도움도 되네요! 역시 고난과 역경은 다 성장에 발판이 되나 봅니다, 하하!
-저 형 주먹 쥐고 있어요. 분명히 트라우마 가졌어요.
물론, 그래도 배세진의 코칭이 없다면 불가능했겠다만.
당장 지금도 배세진이 매의 눈으로 첫 컷 촬영을 마친 큰세진을 쳐다보며 피드백을 쏴내고 있다.
“아니. 지금보다도 더 너 평소처럼 말해. 일부러 스토리 의식해서 숨기는 게 있다는 걸 표현하려고 하면 초보자는 더 부자연스러워진다니까?”
“아.”
“BGM이랑 상대 배우분 반응 들어가면 충분히 의심스럽게 보일 거니까 네가 앞장서서 의미심장해지려고 하지 마.”
“네넵. 아, 형님. 여기 카메라 사람처럼 이렇게 어깨에 뒤로 걸치는 거 말인데요….”
이세진은 역전된 상황에 어색해하는 기색도 없이 넉살 좋게 질문하고 뽑아 먹는 데 여념이 없어 보였다.
‘하긴, 일정이 60일인데 그럴 여유가 있을 리가 있나.’
그리고 녀석은 프롤로그 촬영을 기대보다도 더 성공적으로 마쳤다.
“컷! 좋습니다~”
“…! 감사합니다!”
나는 ‘꽤 괜찮다’는 식의 가벼운 감탄사나 눈빛이 촬영 관계자들 사이로 오가는 것을 들으며 피식 웃었다.
“…잘했어!”
“잘 가르쳐주신 덕분이지요~”
동명이인 두 놈은 제법 어색하게 덕담했다.
“아이고, 차가 터지는 것만 아니어도 한 번 더 찍으면 좋은데… 아쉽지만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비하인드 캠 어필까지 놓치지 않는 건 과연 큰세진다웠다.
그리고 바로 장소를 이동해서 바로 본편 촬영에 들어갔다. 애초에 배세진이 이 인력과 약속한 시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정 죽여주는군.’
참고로 본편 촬영부터는 완성된 연기자부터 바통을 잡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씬부터 처리해 버렸다.
[…….]
즉, 배세진은 대문 탈출 시도 씬을 찍어서, 한 번에 오케이를 받아낸 것이다.
‘…압도적이긴 한데.’
거의 무슨 기 같은 게 느껴질 수준의 연기력이긴 했다. 무대에서의 차유진 같다고 해야 하나.
배세진이 이제 무대에서도 1인분은 충분히 하는 놈이지만, 역시 연기랑 비교하자니 차이가 보이긴 한다.
감독도 오늘 중 제일 신난 것 같고.
“야, 마 우리 세진이 여전하네~”
“아, 음… 감사합니다.”
배세진은 좀 쑥스러워 보였으나, 제법 뿌듯해하는 것 같았다.
그 후로도 촬영은 순조롭게 준비되었고, 빡빡하게 진행되었다.
“예, 다음 밀실 3번 갑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간 절약을 위해 다들 의상은 거의 갈아입지 않도록 촬영 순서가 고정되어 있다는 점인가.
덕분에 나는 계속 더럽게 불편한 구속복을 입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화면에 잘 나오지 않으면 만든 새끼를 찾아간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날을 보냈다.
“무, 문대야. 이거 어때…?”
“굉장히 그럴듯한데.”
그리고 진압봉을 절도 있게 휘두르며 복도를 걷는 선아현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즈음이었다.
“저기요.”
“…? 예.”
거기서도 페허 공장, 아니 공단 사람들이 따라왔는데… 내내 조용히 즐거워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적극적으로 말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혹시 또 진행방식 관련해서 생각해 보신 거 없으세요?”
뭐가요.
“아까 그 처음 찍은 엔딩 컷이요, 거기 나온 열쇠 장치 모양으로 앨범 제작하시고… 그 포카? 거기에 코드 넣으실 거라고 하신 거 맞죠?”
“예.”
그런데요.
“그게 직접 보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대문 디자인도 그렇고 구도도 그렇고 의상이나 이런 것까지 완전….”
여자 대표가 두 손을 꽉 쥐었다. 남자 대표가 황급히 말을 잇는다.
“저기, 혹시 코드를 누르는 캐릭터가 그 포토 카드 멤버 분에 따라서 달라지는 방식은 어떠세요?”
“…??”
“아니면 기존에 선택지에 따라서 호감도가 쌓여서 그걸 베이스로….”
잠시만.
멤버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나왔으나 시간과 환경의 문제로 잘려 나갔던 온갖 소리가….
개발자 본인들 입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
아무래도… 촬영장과 의상 컨셉, 그리고 배세진의 연기력까지 모든 것이 이 사람들의 취향을 자극한 모양이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말이지.
‘이 사람들은 현실적 사고방식이 무슨 뜻인지 모르나.’
나는 간신히 물었다.
“좋습니다만, 구현이 가… 가능할까요.”
“…안 될까요?”
우리가 알겠냐…?
“근데 시도는 해보고 싶지 않으세요? 계속 촬영하시면서 그 애드립 때문에 NG처리 받으신 것들도 새로 선택지로 만들어서 쓰기 좋아 보였데….”
“…….”
“아, 그리고 유진 씨 탈주한 것도 눈이 가서요. 약간 중간에 나오는 개그 엔딩? 그런 느낌으로 쓸 수 있을 것 같고요!”
“저 잘 찍었어요? 아까 좋았어요?”
“잠깐만.”
넌 어디서 튀어나왔냐.
눈을 번쩍이며 구속복 차림으로 튀어온 차유진에게 대표 둘이 아주 똑같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네!”
“저희는 쓰고 싶은데요?”
“그럼 써요! Umm, 써주세요!”
“와!”
이 컨셉을 결사반대했던 놈이 칭찬해주니까 그저 좋다고…. 아니, 그 전에 말이다.
나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 시간이 가능하신 건가요.”
“하하, 그거야 뭐 이미 있는 걸 선택지로 추가만 하는 거니까요….”
그러면?
“노동법에 자유로운 저희가 야근하면!”
“그렇지!”
“…….”
그래서… 원래는 잘라내야 했던 애드립씬이나 NG 장면까지 선택지와 개그 엔딩으로 살려서 미친 듯이 볼륨이 불어났다는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버전이 세 가지라고 하셨잖아요.”
“네. 그런데 USB 앨범 모양이랑 프롤로그만 다른 정도로….”
“와, 개인 이벤트 좀 넣으면 그런 느낌이 더 살지 않을까요?”
“…??”
“여기 폐기하신 시나리오 좀 살리면….”
그때였다.
“어어, 폐기한 시나리오가 있어? 그래요?”
“네! 이거 좀 보세요.”
어느새 끼어든 감독까지 합세해서 어느새 즉석에서 연장 촬영이 결정되었다.
“죄송하지만 대본 외울 시간이…….”
“아~ 거 어차피 너희 성격이랑 비슷하니까 대본 너무 의식하지 말고 상황에 맞춘다는 느낌으로 가면 돼!”
“…….”
“어차피 너희가 쓴 건데 뭘 그렇게 힘들게 생각해! 연기하려면 그런 경험도 해야지.”
우린 무대를 하려는 아이돌이다.
…그러나 배세진를 필두로 한 수많은 연기 가능 아이돌의 존재로 인해 그 반론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리더마저…….
“아, 저희는 괜찮습니다.”
“……!”
……그래서 결론적으로 그런… 말도 안 되는, 2시간 반이 넘는 볼륨의 게임 하나가 나왔다는 것이다.
‘2.5배가 됐잖아.’
게다가 버전이 3개에 배드엔딩, 개그엔딩, 노멀엔딩, 진엔딩에 히든 엔딩까지 구현했으니 실제 플레이 타임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덕분에 어그로도 계획보다 세 배쯤 늘어난 것 같기는 했다.
뭣만 하면 게임 관련해서 미친 소리가 나오고 스트리밍이 계속 뜨니 며칠간 화제성이 유지가 되는 것이다.
-요새 핫한 테스타 게임.. 저도 해봤습니다.
-님들 그거 앎? 실험실에서 래빈이 한 번도 확인 안 하면 사고 치는 루트 있음 병 와장창 큰세 멘탈 와장창ㅋㅋㅋㅋ (동영상)
-테스타 팬들 사이에서 난리 난 히든 엔딩 선아현 (공포 주의)
물론 이게 다 진짜로 우리 게임을 플레이해 본 사람은 아니다.
대부분은 그냥 돌아다니는 짧은 동영상이나 편집 영상, 팬들 리액션이나 보고 웃고 끝이다.
‘애초에 모바일 게임도 아닌 패키지 게임인데 무슨 대중성이 있어.’
완전히 팬 저격용 뮤직비디오 세계관의 확장판 컨셉인 데다 말이다.
이게 음반 판매량에도 유의미한 도움은 됐겠지만, 엄청난 뻥튀기는 아니었다.
‘스트리밍도 풀어줬으니, 적당히 관심 있는 사람은 그걸로 만족하는 역효과도 있지.’
단, 게임을 통해 유인책을 만들어 새로운 잠재적 팬층이 유입했다는 점과 기존 팬들이 만족했다는 점은 아주 괜찮았고….
가장 중요한 걸 잡았다.
-와 테스타 이렇게 컴백할 줄이야ㅋㅋㅋ
-나 벌써 타이틀 멜로디 귀에 붙었어 하도 리액션 많이 봐섴ㅋㅋㅋㅋㅋ
일단 ‘테스타가 컴백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터넷에 각인시켜버렸지 않은가.
게다가 게임 중간중간 타이틀곡 후렴 멜로디를 넣어둬서, 스트리밍이든 리액션이든 일단 한번 본 사람은 귀에 익었을 것이다.
‘한번 듣게 할 수만 있다면 만족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테스타의 음원 순위는 이전에 T1의 미친 프로모션을 등에 업었을 때와 견주어서 부족하지 않다.
‘…! 그렇지.’
이렇게… 컴백 소식을 알렸으니, 무대로 결정타만 날리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오늘.’
우리는 첫 컴백무대 라이브를 할 것이다. 공중파 방송에서.
“흠.”
나는 웃었다. 꽤 만족스러운 결과니까.
다만….
[문대 씨! 혹시 테스타분들 좀 더 본격적인 게임에도 관심 있으세요? 저희 차기작에 테스타 분들 캐릭터가 카메오로 짧게 개그엔딩에 출연하면 어떨까 하는데….]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우리를 또 하나의 동료로 여기게 된 것 같은 폐허 공단 사람들은… 나중에 다시 생각하자
* * *
“…네. 감사합니다.”
배세진은 전화기 너머 상대에게 다시 한번 감사했다.
오랜만의 연락인데도 흔쾌히 자신의 연락을 받아준 연출님이셨다.
지난번 그가 무당으로 카메오 출연한 드라마의 연출.
아역 시절, 자신이 애기무당으로 출연한 천만 영화의 제작진이기도 했던 그 연출은 당연히 영화도 쓰고 연출하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자리를 만들어준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역 시절에 안면이 있던 영화 제작진들을 만나 어려운 부탁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용기를 내보기 잘했어.’
말도 안 되는 강행군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팀에 많이 기여해 본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그, 반응도 좋았으니까….’
이제 무대만 열심히 하면 된다. 그가 다시 한번 멋지게 이번 활동에 대해 결심을 할 때였다.
-기억나? 너 요만할 때 촬영장에서 갑자기 눈물을 닭똥같이 뚝뚝 흘려서 아주 어른들 다 당황했는데.
-예, 예?
-네가 ‘감정 잡고 있던 건데 왜 그러냐~’고 딱 멋지게 그랬잖아. 아주 당돌해 가지고 애기가.
“으… 큼, 네.”
배세진은 헛기침을 간신히 참았다.
즐겁게 추억을 이야기하던 연출은,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역시… 아깝다. 아까워.
“…….”
-이번에 촬영하면서 난 정말 좋았거든, 세진아. 정진이도 너 오랜만에 봐서 좋았대.
“아.”
배세진은 프롤로그 장면, 운전자 역할을 소화해 준 배우를 떠올렸다.
자신의 아역 배우 시절 선배였다.
‘…잘해주셨었지.’
잠시, 그때의 추억에 잠겨 있을 때였다.
-누나가 이번에 정말 괜찮은 각본 하나 잡았거든.
전화기 너머로부터, 단도직입적인 제안이 왔다.
-너 이제 나이도 됐겠다, 해볼 생각 없어?
“……!”
테스타의 첫 컴백무대 라이브 30분 전의 일이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65화
이제 와서 말하기도 웃기긴 하지만, 사실 계획할 때만 해도 우리 게임이 이런 볼륨은 아니었다.
-음, USB 앨범 보완책인 거구나.
-그렇죠. 그리고 하루 정도 플레이하면 팬분들도 재밌어하실 것 같고요.
-좋네~ 신선하니까 SNS에서 말 좀 나오지 않을까요? 전 찬성!
말 그대로 뮤직비디오 확장판.
앨범 사면 부록으로 볼 수 있는 한 시간짜리 영화에 선택지를 넣어놓은 수준이었단 말이다.
실물 앨범이 빈약하다는 단점을 극한의 과몰입 컨셉으로 승화하려는 수작이었다.
‘……하지만.’
첫 미팅이 폐허 공장이었다는 게 모든 문제의 발단이었다…….
-그건… 가능할 것 같은데요? 네, 재밌을 것 같아요!
처음 인터렉티브 뮤비 방식을 꺼냈을 때까지만 해도 좋았지.
-정말요?
-예! 사실 저희가 전에 개발하던 툴이 있거든요? 괜찮으시면 이걸 응용하면…. 이거 되지?
-어, 된다, 되겠다. 저, 플레이 타임이 한 시간 내외라고 하셨죠? 스케줄적으로는 어떻게든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때는 내심 회심의 미소까지 지었다.
사실 다 알고 온 거거든.
‘원래 이 사람들이 차기작으로 내려던 게 인터렉티브 뮤비형 호러 어드벤처였다던데.’
그 후 T1 산하로 들어가며 이 대히트했다….
그럼 뭐,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T1이 다음 탄이나 내라고 돌림노래를 불러댔겠지.’
그래서 이대로 의 골수까지 우려먹으려는 T1 플레이즈의 미친 낙하산 수뇌부를 참지 못하고 탈주했다.
그게 학계의 정설… 아니, 게임마니아들의 정설이더라고.
근데 마침 소싯적 개발하다가 중단했던 장르를 들고 오면, 재활용이 가능하니까 차기작 자금도 벌 겸 해보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게 물리엔진이나 이런 부분 구현은 좀 옛날 버전이라… 혹시 액션적인 요소를 게임에 넣고 싶으시다면 개발 기간이 더 필요할 거예요.
-아, 저희는 정말 선택지만 넣으면 괜찮아서요!
상관없었다.
우리가 정말 엄청난 게임성을 가진 역대급 명작을 만들려는 것도 아니고, 영상미 끝내주는데 루트 선택만 할 수 있으면 된다니까.
팬들이 우리랑 상호작용한다는 느낌만 받을 수 있다면 됐다.
-아, 그러시다면야 UI만 좀 다듬으면….
그래서 속전속결로 좋게 좋게 이야기가 진행되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직원들에게 사인도 해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까지 나온다.
-오! 그럼 저희 뮤직비디오 촬영하는데 보러 와주실래요?
-헉, 그래도 되나요?
-에이, 당연한 말씀을~ 이제 한 팀으로 일할 텐데, 봐주시면 저희가 감사한 일인데요!
-게임 제작의 전문가분들께서 컨텐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봐주시고 의견 주시면 정말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래서 대표 2인과 핵심 제작 인력 몇몇이 뮤직비디오라고 쓰고 게임 컨텐츠 겸 영화라고 읽는 촬영 현장에 초대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촬영 당일.
“…!!”
“어휴 오랜만이여.”
“크랭크 인이 따로 없네.”
이들은 배세진이 섭외해 온 인력이 쭉 뽑아온 화려한 장비와 세팅에 입을 벌리고 눈을 번쩍이게 된다.
‘물론 돈은 다 내 돈….’
아무리 배세진이 아역 때 연기를 잘하고 카메오 때도 출중한 역량을 보여줬어도 돈 없이 자본주의 사회가 돌아가겠는가.
자본금이 이래서 중요하구나 싶다.
100억이 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촬영지는 미리 확보되어서 다행인가…….’
지방에 적절한 건물을 찾아내서 다행이었다. 정 안 되는 건 후보정 CG로 때워야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싶었다.
“문대, 눈 아래로~”
“예.”
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지시에 따라 눈을 가늘게 뜨며, 오늘에 첫 타자가 경찰복을 입고 촬영장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음, 이런 느낌으로 가면 될까요?”
프롤로그를 찍는 큰세진이다.
친절한 경찰인 척하다가 사람 납치하는 도시전설 같은 간수 캐릭터를 맡았다만… 대사는 본인이 직접 적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는 애초에 기성 연기자가 아니니까.’
캐릭터들은 보통 최대한 평소 멤버와 비슷한 어투를 구사하게 만들거나, 그게 여의지 않을 경우엔 대사량을 대폭 줄여 버렸다.
이세진의 경우에는… 시스템이 만들었던 가상세계에서 자이롭하던 때 받았다는 연기 수업이 저 배역 낙점하는 데 영향을 좀 줬지.
-이야~ 그 거지 같은 그룹 생활이 이렇게 도움도 되네요! 역시 고난과 역경은 다 성장에 발판이 되나 봅니다, 하하!
-저 형 주먹 쥐고 있어요. 분명히 트라우마 가졌어요.
물론, 그래도 배세진의 코칭이 없다면 불가능했겠다만.
당장 지금도 배세진이 매의 눈으로 첫 컷 촬영을 마친 큰세진을 쳐다보며 피드백을 쏴내고 있다.
“아니. 지금보다도 더 너 평소처럼 말해. 일부러 스토리 의식해서 숨기는 게 있다는 걸 표현하려고 하면 초보자는 더 부자연스러워진다니까?”
“아.”
“BGM이랑 상대 배우분 반응 들어가면 충분히 의심스럽게 보일 거니까 네가 앞장서서 의미심장해지려고 하지 마.”
“네넵. 아, 형님. 여기 카메라 사람처럼 이렇게 어깨에 뒤로 걸치는 거 말인데요….”
이세진은 역전된 상황에 어색해하는 기색도 없이 넉살 좋게 질문하고 뽑아 먹는 데 여념이 없어 보였다.
‘하긴, 일정이 60일인데 그럴 여유가 있을 리가 있나.’
그리고 녀석은 프롤로그 촬영을 기대보다도 더 성공적으로 마쳤다.
“컷! 좋습니다~”
“…! 감사합니다!”
나는 ‘꽤 괜찮다’는 식의 가벼운 감탄사나 눈빛이 촬영 관계자들 사이로 오가는 것을 들으며 피식 웃었다.
“…잘했어!”
“잘 가르쳐주신 덕분이지요~”
동명이인 두 놈은 제법 어색하게 덕담했다.
“아이고, 차가 터지는 것만 아니어도 한 번 더 찍으면 좋은데… 아쉽지만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비하인드 캠 어필까지 놓치지 않는 건 과연 큰세진다웠다.
그리고 바로 장소를 이동해서 바로 본편 촬영에 들어갔다. 애초에 배세진이 이 인력과 약속한 시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정 죽여주는군.’
참고로 본편 촬영부터는 완성된 연기자부터 바통을 잡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씬부터 처리해 버렸다.
즉, 배세진은 대문 탈출 시도 씬을 찍어서, 한 번에 오케이를 받아낸 것이다.
‘…압도적이긴 한데.’
거의 무슨 기 같은 게 느껴질 수준의 연기력이긴 했다. 무대에서의 차유진 같다고 해야 하나.
배세진이 이제 무대에서도 1인분은 충분히 하는 놈이지만, 역시 연기랑 비교하자니 차이가 보이긴 한다.
감독도 오늘 중 제일 신난 것 같고.
“야, 마 우리 세진이 여전하네~”
“아, 음… 감사합니다.”
배세진은 좀 쑥스러워 보였으나, 제법 뿌듯해하는 것 같았다.
그 후로도 촬영은 순조롭게 준비되었고, 빡빡하게 진행되었다.
“예, 다음 밀실 3번 갑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간 절약을 위해 다들 의상은 거의 갈아입지 않도록 촬영 순서가 고정되어 있다는 점인가.
덕분에 나는 계속 더럽게 불편한 구속복을 입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화면에 잘 나오지 않으면 만든 새끼를 찾아간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날을 보냈다.
“무, 문대야. 이거 어때…?”
“굉장히 그럴듯한데.”
그리고 진압봉을 절도 있게 휘두르며 복도를 걷는 선아현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즈음이었다.
“저기요.”
“…? 예.”
거기서도 페허 공장, 아니 공단 사람들이 따라왔는데… 내내 조용히 즐거워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적극적으로 말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혹시 또 진행방식 관련해서 생각해 보신 거 없으세요?”
뭐가요.
“아까 그 처음 찍은 엔딩 컷이요, 거기 나온 열쇠 장치 모양으로 앨범 제작하시고… 그 포카? 거기에 코드 넣으실 거라고 하신 거 맞죠?”
“예.”
그런데요.
“그게 직접 보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대문 디자인도 그렇고 구도도 그렇고 의상이나 이런 것까지 완전….”
여자 대표가 두 손을 꽉 쥐었다. 남자 대표가 황급히 말을 잇는다.
“저기, 혹시 코드를 누르는 캐릭터가 그 포토 카드 멤버 분에 따라서 달라지는 방식은 어떠세요?”
“…??”
“아니면 기존에 선택지에 따라서 호감도가 쌓여서 그걸 베이스로….”
잠시만.
멤버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나왔으나 시간과 환경의 문제로 잘려 나갔던 온갖 소리가….
개발자 본인들 입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
아무래도… 촬영장과 의상 컨셉, 그리고 배세진의 연기력까지 모든 것이 이 사람들의 취향을 자극한 모양이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말이지.
‘이 사람들은 현실적 사고방식이 무슨 뜻인지 모르나.’
나는 간신히 물었다.
“좋습니다만, 구현이 가… 가능할까요.”
“…안 될까요?”
우리가 알겠냐…?
“근데 시도는 해보고 싶지 않으세요? 계속 촬영하시면서 그 애드립 때문에 NG처리 받으신 것들도 새로 선택지로 만들어서 쓰기 좋아 보였데….”
“…….”
“아, 그리고 유진 씨 탈주한 것도 눈이 가서요. 약간 중간에 나오는 개그 엔딩? 그런 느낌으로 쓸 수 있을 것 같고요!”
“저 잘 찍었어요? 아까 좋았어요?”
“잠깐만.”
넌 어디서 튀어나왔냐.
눈을 번쩍이며 구속복 차림으로 튀어온 차유진에게 대표 둘이 아주 똑같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네!”
“저희는 쓰고 싶은데요?”
“그럼 써요! Umm, 써주세요!”
“와!”
이 컨셉을 결사반대했던 놈이 칭찬해주니까 그저 좋다고…. 아니, 그 전에 말이다.
나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 시간이 가능하신 건가요.”
“하하, 그거야 뭐 이미 있는 걸 선택지로 추가만 하는 거니까요….”
그러면?
“노동법에 자유로운 저희가 야근하면!”
“그렇지!”
“…….”
그래서… 원래는 잘라내야 했던 애드립씬이나 NG 장면까지 선택지와 개그 엔딩으로 살려서 미친 듯이 볼륨이 불어났다는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버전이 세 가지라고 하셨잖아요.”
“네. 그런데 USB 앨범 모양이랑 프롤로그만 다른 정도로….”
“와, 개인 이벤트 좀 넣으면 그런 느낌이 더 살지 않을까요?”
“…??”
“여기 폐기하신 시나리오 좀 살리면….”
그때였다.
“어어, 폐기한 시나리오가 있어? 그래요?”
“네! 이거 좀 보세요.”
어느새 끼어든 감독까지 합세해서 어느새 즉석에서 연장 촬영이 결정되었다.
“죄송하지만 대본 외울 시간이…….”
“아~ 거 어차피 너희 성격이랑 비슷하니까 대본 너무 의식하지 말고 상황에 맞춘다는 느낌으로 가면 돼!”
“…….”
“어차피 너희가 쓴 건데 뭘 그렇게 힘들게 생각해! 연기하려면 그런 경험도 해야지.”
우린 무대를 하려는 아이돌이다.
…그러나 배세진를 필두로 한 수많은 연기 가능 아이돌의 존재로 인해 그 반론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리더마저…….
“아, 저희는 괜찮습니다.”
“……!”
……그래서 결론적으로 그런… 말도 안 되는, 2시간 반이 넘는 볼륨의 게임 하나가 나왔다는 것이다.
‘2.5배가 됐잖아.’
게다가 버전이 3개에 배드엔딩, 개그엔딩, 노멀엔딩, 진엔딩에 히든 엔딩까지 구현했으니 실제 플레이 타임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덕분에 어그로도 계획보다 세 배쯤 늘어난 것 같기는 했다.
뭣만 하면 게임 관련해서 미친 소리가 나오고 스트리밍이 계속 뜨니 며칠간 화제성이 유지가 되는 것이다.
-요새 핫한 테스타 게임.. 저도 해봤습니다.
-님들 그거 앎? 실험실에서 래빈이 한 번도 확인 안 하면 사고 치는 루트 있음 병 와장창 큰세 멘탈 와장창ㅋㅋㅋㅋ (동영상)
-테스타 팬들 사이에서 난리 난 히든 엔딩 선아현 (공포 주의)
물론 이게 다 진짜로 우리 게임을 플레이해 본 사람은 아니다.
대부분은 그냥 돌아다니는 짧은 동영상이나 편집 영상, 팬들 리액션이나 보고 웃고 끝이다.
‘애초에 모바일 게임도 아닌 패키지 게임인데 무슨 대중성이 있어.’
완전히 팬 저격용 뮤직비디오 세계관의 확장판 컨셉인 데다 말이다.
이게 음반 판매량에도 유의미한 도움은 됐겠지만, 엄청난 뻥튀기는 아니었다.
‘스트리밍도 풀어줬으니, 적당히 관심 있는 사람은 그걸로 만족하는 역효과도 있지.’
단, 게임을 통해 유인책을 만들어 새로운 잠재적 팬층이 유입했다는 점과 기존 팬들이 만족했다는 점은 아주 괜찮았고….
가장 중요한 걸 잡았다.
-와 테스타 이렇게 컴백할 줄이야ㅋㅋㅋ
-나 벌써 타이틀 멜로디 귀에 붙었어 하도 리액션 많이 봐섴ㅋㅋㅋㅋㅋ
일단 ‘테스타가 컴백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터넷에 각인시켜버렸지 않은가.
게다가 게임 중간중간 타이틀곡 후렴 멜로디를 넣어둬서, 스트리밍이든 리액션이든 일단 한번 본 사람은 귀에 익었을 것이다.
‘한번 듣게 할 수만 있다면 만족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테스타의 음원 순위는 이전에 T1의 미친 프로모션을 등에 업었을 때와 견주어서 부족하지 않다.
‘…! 그렇지.’
이렇게… 컴백 소식을 알렸으니, 무대로 결정타만 날리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오늘.’
우리는 첫 컴백무대 라이브를 할 것이다. 공중파 방송에서.
“흠.”
나는 웃었다. 꽤 만족스러운 결과니까.
다만….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우리를 또 하나의 동료로 여기게 된 것 같은 폐허 공단 사람들은… 나중에 다시 생각하자
* * *
“…네. 감사합니다.”
배세진은 전화기 너머 상대에게 다시 한번 감사했다.
오랜만의 연락인데도 흔쾌히 자신의 연락을 받아준 연출님이셨다.
지난번 그가 무당으로 카메오 출연한 드라마의 연출.
아역 시절, 자신이 애기무당으로 출연한 천만 영화의 제작진이기도 했던 그 연출은 당연히 영화도 쓰고 연출하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자리를 만들어준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역 시절에 안면이 있던 영화 제작진들을 만나 어려운 부탁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용기를 내보기 잘했어.’
말도 안 되는 강행군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팀에 많이 기여해 본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그, 반응도 좋았으니까….’
이제 무대만 열심히 하면 된다. 그가 다시 한번 멋지게 이번 활동에 대해 결심을 할 때였다.
-기억나? 너 요만할 때 촬영장에서 갑자기 눈물을 닭똥같이 뚝뚝 흘려서 아주 어른들 다 당황했는데.
-예, 예?
-네가 ‘감정 잡고 있던 건데 왜 그러냐~’고 딱 멋지게 그랬잖아. 아주 당돌해 가지고 애기가.
“으… 큼, 네.”
배세진은 헛기침을 간신히 참았다.
즐겁게 추억을 이야기하던 연출은,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역시… 아깝다. 아까워.
“…….”
-이번에 촬영하면서 난 정말 좋았거든, 세진아. 정진이도 너 오랜만에 봐서 좋았대.
“아.”
배세진은 프롤로그 장면, 운전자 역할을 소화해 준 배우를 떠올렸다.
자신의 아역 배우 시절 선배였다.
‘…잘해주셨었지.’
잠시, 그때의 추억에 잠겨 있을 때였다.
-누나가 이번에 정말 괜찮은 각본 하나 잡았거든.
전화기 너머로부터, 단도직입적인 제안이 왔다.
-너 이제 나이도 됐겠다, 해볼 생각 없어?
“……!”
테스타의 첫 컴백무대 라이브 30분 전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