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464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64화
홈마는 숨 쉬는 것도 잊고 게임 화면을 보았다.
“…….”
화면 속은 여전히 게임 속 어두컴컴한 비밀 시설이다.
그러나 배경 외엔 아무도 없다.
다른 인물도, BGM도, 효과음도, 필터도, 주사위도 없다.
?있는 것은 클로즈업된 선아현의 미소 짓는 얼굴뿐이다.
군청색 제복을 입고, 장교용 정모를 쓴 간수는 화면 너머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
마치 자신을 보기라도 하는 듯이.
“…….”
홈마는 침을 삼켰다.
화면 속 입이 움직였다.
-나가지, 않을 거지?
그 순간,
선택지가 떴다. 그런데…….
▶[남는다.]
▶[남는다.]
“…?!”
이, 이게 뭐야. 왜… 똑같아?
‘오류…?’
그녀는 현대인답게, 반사적으로 게임을 껐다 켜보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그렇게 오른쪽 구석의 설정 아이콘을 눌렀….
-안 돼.
설정 버튼이 사라졌다.
“…?!”
달칵달칵, 클릭해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빈 배경이다.
“어어?”
-다시 기다리기 싫어.
금발의 간수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다. 홈마는 마우스 채로 굳었다.
-놀랐구나.
-괜찮아.
-내가 할게.
그 순간.
이번에는 선택지가… 제멋대로, 움직인다.
▶[남는다.]
▶[남는다.]
“…!!”
선택지가 확정된 이펙트가 짧게 이어진 후, 천연덕스럽게 게임이 계속 진행되었다.
-고마워. 남아줘서.
-너도 알겠지만, 나는 나갈 수 없거든.
-이 게임에서….
선아현의 미소가 천천히 사라졌다. 홈마는 비명을 질렀다.
‘왜 게임 속 인물이 자기가 게임 속에 있다고 말해!?’
그러나 간수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를 피하거나 제압해야만 이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잖아.
-시설 밖으로 나가거나.
-저 보석을 가져가거나.
간수가 시선을 돌렸다.
자연스럽게 화면이 돌아가며, 배경의 한 가운데에 있는, 유리관을 보여줬다.
그 유리관 속에 있는 찬란히 빛나는 녹빛 보석을 클로즈업….
-그만.
화면이 깜박거리다가, 사라졌다.
보석이 사라졌다.
“…….”
이제 홈마는 놀랄 여유도 없었다.
편집된 듯 잠시 끊긴 화면은, 다시 선아현의 클로즈업으로 돌아왔다.
-이제 보석은 없어.
-다른 캐릭터도, 없어.
-이대로 플레이하자.
간수가 말했다.
-너는 여기서 탈출하려고 해줘.
-나는 널 막으려고 할게.
-그렇게… 계속하자.
그리고 화면에 주사위가 떴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치와 함께.
[기준치 : 7]
“어어어어….”
홈마는 자기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마우스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버릇처럼 주사위를 클릭하는 순간.
[5]
기준치인 7보다 작은 숫자가 떴다.
이러면,
‘내가 바로 이겼….’
그 순간이었다.
선아현이 화면 속 주사위로 손을 뻗었다.
“…!?”
그리고, 주사위를 잡더니… 윗면 위치를 바꾸었다!
[8]
-말했잖아. …막을 거라고.
간수가 미소 지었다.
[fail]
빨간 실패 이펙트가, 입을 틀어막은 홈마의 얼굴 위를 찔렀다.
그리고 간수는 면장갑을 낀 손으로 주사위를 다시 화면 앞으로 내밀었다.
플레이어에게.
-굴려.
-다시.
“…!!”
그렇게 정신 나갈 것 같은 스토리가 시작되었다.
* * *
-서서서선아현 뭐야
-히든 루트 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
스포일러를 피하려 안간힘을 쓰던 홈마는 몰랐지만, 사실 선아현의 히든 루트는 그녀가 진엔딩 공략을 찾아다닐 때쯤 첫 목격자가 나타났었다.
그리고 사실 여부를 반신반의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몇 번의 시도가 일어난 끝에, 비명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아 대체 뭔데 그래요
-어쩐지 갓밤비 분량이 적더라니 히든 루트 있었구나 간수장 개인스토리인가?
처음에는 히든 루트가 있다는 사실 자체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줄 알고 심드렁하던 사람들도, 직접 루트를 본 다음에는 같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살려줘
-어떡해 나 어떡해 이거
그래서 반나절이 지났을 때는 다들 사태를 파악했다.
테스타 미친놈들이 또 뭘 해놨구나!
-히든 보려면 다른 버전 앨범코드 필요한 거임?
-저 코드 빌려주실 분 없을까요ㅠㅠ너무 보고 싶은데
그리고 수많은 다양한 시도 끝에 추가조건이 밝혀졌다.
-히든 엔딩 진입 조건 : 해당 계정에서 진엔딩을 본 다른 버전의 앨범 코드
다시 강조함 진엔딩 봤던 코드로 진입해야됨
즉, 정말로 게임의 다른 버전도 사서 플레이하며 진엔딩을 봤던 사람이어야만 가능했다.
-찐팬만 볼 수 있게 해놨네
-겜에서 아현이만 왜 다른 의상 없냐고 개 같이 욕하고 있었는데 그냥 내가 게임을 충분히 안 했다 이거였니
-선택지만 잘 고르면 진입할 수 있는 거죠? 컨트롤 같은 거 필요 없는 게임이니까ㅠㅠㅠ
└진엔딩에 운빨요소 좀 있긴 한데 애초에 플레이타임이 별로 안 길어서 스킵하면 금방임ㅇㅇ
그리고 시도한 모두가 또 비명을 지르는 연쇄 사태가 일어났다.
-와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너무 좋은데 너무 놀랍고 아ㅇ아아아악
-진짜 변태놈들이다 엔젤사스미한테 이런 역할을
-이거 스포 모르고 보면 진짜 개소름 돋았겠네
참고로 그 당사자였던 홈마는 이미 라이프가 제로였다.
참고로 그렇게 스포일러 당하지 않고, 얼결에 실수로 본 사람들의 아우성은 이미 공유를 타고 SNS를 지배하고 있었다.
경악하는 리액션은 전통적으로 재밌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중엔 한 스트리머도 있었다.
[아… 이거 진짜 잘 만들었네요. 진짜 폐허 공장, 아니 공단답다. 음, 테스타 분들도 나 중간부터 아이돌인 거 거의 잊어버린 것 같아.]
이 사람은 진엔딩을 본 다음, 이것을 영상으로 올릴 수 없다는 규정이 아쉬워서 바로 다른 버전으로도 한 번 더 보려고 시도했었다.
물론 유입된 새로운 시청자층을 만족시켜주려는 노림수도 아예 없진 않았다.
[저 죄수 버전 한 번 보고요, 간수 버전은 여러분 사서 한 번 보시면 좋겠어요. 아니, 이게 게임이 아니라 앨범인데… 그쵸, 흐하핫.]
다만 그렇게 시청자와 떠들며 진행하다가, 아이돌을 잘 모르던 이 사람은 포토 카드 버전을 헷갈리는 실수를… 저질러 버린 것이다.
그리고.
-계속 플레이하자.
[…?!]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스트리머의 표정과 실시간 채팅창의 물음표 향연은 정말 대단했다.
-BJ둥둥 지금 얼결에 롤더다이스 히든 루트 밟았음 아수라장ㅋㅋㅋㅋㅋㅋㅋ
참고로 홈마도 이 소식을 듣고 팔자에도 없던 인터넷 방송까지 우수에 찬 표정으로 보고 있는 중이었다.
선아현의 히든 엔딩 시나리오는… 과연 히든다웠기 때문이다.
-응.
-다시.
선아현과 대환장할 주사위 굴리기를 하면서 무조건 패배하는 주인공은 계속 궁지에 몰린다.
그리고 계속 밀리고 밀리며 도망치듯 장소가 바뀐다.
게임에서 나왔던 시설 속 장소들. 실험실, 모니터실, 복도, 심지어 감옥까지.
그때마다 간수는 ‘한 번쯤 입어보고 싶었다’며 구속복 차림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괴도복 차림으로 등장하기도 하면서 주인공과 일방적인 주사위 게임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플레이어는 빈틈을 노린다.
자신이 아직 굴리지 않은 주사위를 간수가 먼저 조작하도록, 잡게 유도하고….
모른 척 돌려받은 뒤에, 한발 늦게 굴리는 것이다.
그렇게, 드디어 이겨 버린다.
-아.
그리고 짜릿한 탈출의 그 순간, 게임이 정상화되는 것이다!
[으아아아아 됐다!!]
복구된 게임은 다시 진엔딩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데… 딱 하나, 달라지는 점이 있다.
바로 마지막 다락방 씬.
-…누군가, 마음속에서 내게 말을 거는 것 같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친구 같은 목소리가.
플레이어는 보드게임 중인 배세진에게, 선택지로 말을 걸 수 있었다!
[헐! 여러분 이거 설마….]
그래서 마지막.
-…저기, 내가 간수장을 설득해 볼게.
-어어?
-진짜?
탈출 직전, 간수장 선아현에 대한 대처를… 바꿔 버릴 수 있다!
바로 김래빈이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배세진이 설득을 시도하는 것이다.
다만 본래보다도 아주 가혹한 기준치가 적용된다.
-으음… 이 경우에는, 플레이어 측은 반드시 숫자 ‘1’이 나와야만 설득이 성공합니다.
-…!
오로지 주사위 눈 ‘1’만이 성공.
1/10의 확률.
-그냥 쟤 써요. 힘 센 게 낫잖아요.
-…문명인답게 대화해.
-음침한 자식.
-멍청한 자식.
차유진과 김래빈의 말싸움을 뒤로 하고, 배세진은 운명의 주사위를 집어 든다.
그리고 보드게임 진행자인 선아현도 자신의 책 뒤로 주사위를 숨기는 순간.
그 위로, 이전처럼 간수장 선아현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리고,
-……!
플레이어는 이번엔, 자신이 굴려야 하는 배세진의 주사위를… 간수장 선아현에게 건네어 줄 수 있다.
그가, 주사위 눈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아.
그래서 결과는.
[1]
……플레이어의 대성공.
-……간수장이, 해커의 말에 설득… 됐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우와아아악!!
-말도 안 돼! 너 대박이다!
-지금까지 그 사이코패스 같던 행적은 다 뭐였는데요? 해커가 무슨 상담가야?
미친 결과에 게임하던 하이틴 테스타도 난리가 났다.
결국, 그렇게 간수장 선아현도 시설 밖으로 함께 탈출하는 것으로… 엔딩이 나는 것이다.
-……여러분은, 신비롭고 무서운 진압봉의 간수와 함께… 출구로 향합니다.
보드게임 진행자의 손이 움직였다.
간수장의 카드가 보드게임판, 감옥의 돌벽 밖으로 나가는 것이 클로즈업되었다.
이 메시지를 남기고.
-…고마워.
[Hidden Ending]
~%EA%B5%AC%EC%A1%B0
“하…….”
정말… 다시 봐도 아름다운 엔딩이었다…….
드라마 엔딩을 본 것 같은 여운에 잠겨, 홈마는 스트리머가 엔딩을 보는 것을 잠시 함께 감상했다.
[와… 이렇게 다 나가는 거구나. 다들 탈출하는 거구나.]
스트리머도 여운에 잠겨 엔딩 크레딧까지도 함께 보았다.
그리고 멤버들이 한 컷이 크레딧에 등장할 때마다 각자에 대한 감상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 나는 문대 씨 그 실험체 캐릭터가 참 멋지게 나온 것 같아요, 어, 청우 씨도 딱 몸싸움하거나 이럴 때 각 너무 좋았고~]
‘그렇지.’
홈마가 문대에 관한 코멘트를 좀 더 듣고 싶다는 생각하며, 내심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크레딧에 다락방 버전 선아현이 지나갔다.
그러자 스트리머가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시작한 것이다.
[하, 근데 나는… 난 이분은 좀 수상한 것 같기도 한데.]
“…??”
[그 다락방에서 보드게임 진행하는 게임마스터? 이분이 간수장 1인 2역이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그분만 이 엔딩에서 표정이 안 좋았어. 간수장이 탈출하는 히든 엔딩에서만 표정이 안 좋다?]
어어어?
[어, 맞아. 선아현 씨. 나는… 이분이 약간 진짜 흑막? 같기도 하고.]
[아 너무 과한가? 아무튼, 차기작 나오면 알려주세요. 플레이해 보겠습니다!]
‘둥둥아 정신 차려 이거 앨범이야 차기작 없어’ 도네이션 메시지를 받고서 스트리머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홈마는 웃지 못했다.
직감한 것이다.
‘떡밥이야.’
이건… 다음 앨범 세계관 떡밥이라고!
그런데, 그렇다면 말이다.
‘엔딩 크레딧, 시나리오 파트에… 테스타가 제일 먼저 적혀 있었는데.’
애들이 이걸 계획했다고요…?
대체 언제부터 이걸… 계획하고 다 만들고 있던 거란 말인가?!
* * *
“60일 강행군… 고생하셨습니다.”
“…….”
“…….”
대답이 없다. 모두 시체인 것 같다.
아니, 사실 시체나 다름없는 꼴이긴 했다.
나는 매니저에게 간신히 눈만 깜박이며 그대로 누워 있었다. 도수치료를 받고 있는 몸이 물 찬 샌드백처럼 느껴졌다.
‘바쿠스가 필요해.’
그 특성을 다시 뽑을 수만 있다면 이번 정산금 3할은 떼어줘도 좋을 것 같았다. 정말로.
나는 눈을 굴려 주변을 보았다.
다들 혼절할 것 같은 얼굴로 뻗어 있었다.
평상시에 기력이 터져 나가던 차유진도 지금은 그다지 입을 열고 싶다는 표정은 아니다.
그럴 만도 했다.
‘미친 짓이었어.’
게임 컨텐츠를 프로그래머가 만드는 대신 우리가 직접 찍다니.
‘그것도 무대 준비랑 병행해서….’
아마 특히 액션을 많이 찍은 류청우나 큰세진은 일정을 짠 나를 암살할 계획을 세워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놀라운 건… 저놈들도 개고생 MVP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건 저기 있다.
“잠시만요. 누르실 게요.”
“……억.”
배세진.
그대로 숨이 넘어갈 것 같은 꼴을 한 저놈은, 멤버 지도부터 내레이션 녹음까지 사실상 앨범 게임에서 주인공 역할을 하느라 갈렸다.
말 그대로 갈렸다.
게다가 갈리기 전에도 아주 결정적인 포지션을 하나 수행해 주었고 말이다.
나는 억지로 입을 열었다.
“형.”
“…….”
“그분들, 시간이 되셔서….”
‘다행이었습니다’ 까지는 차마 안 나왔으나 배세진은 알아들었는지 입을 열었다.
“……어.”
“…….”
아, ‘그분들’이 누구냐고?
‘이 지랄을 시간 내로 성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인력….’
바로…… 촬영 인력이다.
사실 그게 가장 문제였다.
예능, 드라마 등, 아이돌이 할 만한 분야 중에 T1 자본이나 손이 들어간 건 다 못 써먹지만….
‘하나, 촬영 전문가들인데도 우리한테 협조해 줄 만한 분야가 있었다…….’
바로 영화판.
아이돌들이 나오는 경우가 워낙 소수라, T1이 예능이나 음방처럼 당장 대놓고 판 전체에 우리를 견제해 놓지는 않은 분야였다.
‘그리고 배세진은, 천만 영화를 찍었었지….’
그래서 놀랍게도 바로 저 사교성 없는 놈이, 아역 시절 찍었던 영화판 인맥을 긁어모아다가 공수해 왔다.
게임을 찍어줄 사람들을.
거기서부터 이 미친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64화
홈마는 숨 쉬는 것도 잊고 게임 화면을 보았다.
“…….”
화면 속은 여전히 게임 속 어두컴컴한 비밀 시설이다.
그러나 배경 외엔 아무도 없다.
다른 인물도, BGM도, 효과음도, 필터도, 주사위도 없다.
?있는 것은 클로즈업된 선아현의 미소 짓는 얼굴뿐이다.
군청색 제복을 입고, 장교용 정모를 쓴 간수는 화면 너머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
마치 자신을 보기라도 하는 듯이.
“…….”
홈마는 침을 삼켰다.
화면 속 입이 움직였다.
-나가지, 않을 거지?
그 순간,
선택지가 떴다. 그런데…….
▶[남는다.]
▶[남는다.]
“…?!”
이, 이게 뭐야. 왜… 똑같아?
‘오류…?’
그녀는 현대인답게, 반사적으로 게임을 껐다 켜보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그렇게 오른쪽 구석의 설정 아이콘을 눌렀….
-안 돼.
설정 버튼이 사라졌다.
“…?!”
달칵달칵, 클릭해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빈 배경이다.
“어어?”
-다시 기다리기 싫어.
금발의 간수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다. 홈마는 마우스 채로 굳었다.
-놀랐구나.
-괜찮아.
-내가 할게.
그 순간.
이번에는 선택지가… 제멋대로, 움직인다.
▶[남는다.]
▶[남는다.]
“…!!”
선택지가 확정된 이펙트가 짧게 이어진 후, 천연덕스럽게 게임이 계속 진행되었다.
-고마워. 남아줘서.
-너도 알겠지만, 나는 나갈 수 없거든.
-이 게임에서….
선아현의 미소가 천천히 사라졌다. 홈마는 비명을 질렀다.
‘왜 게임 속 인물이 자기가 게임 속에 있다고 말해!?’
그러나 간수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를 피하거나 제압해야만 이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잖아.
-시설 밖으로 나가거나.
-저 보석을 가져가거나.
간수가 시선을 돌렸다.
자연스럽게 화면이 돌아가며, 배경의 한 가운데에 있는, 유리관을 보여줬다.
그 유리관 속에 있는 찬란히 빛나는 녹빛 보석을 클로즈업….
-그만.
화면이 깜박거리다가, 사라졌다.
보석이 사라졌다.
“…….”
이제 홈마는 놀랄 여유도 없었다.
편집된 듯 잠시 끊긴 화면은, 다시 선아현의 클로즈업으로 돌아왔다.
-이제 보석은 없어.
-다른 캐릭터도, 없어.
-이대로 플레이하자.
간수가 말했다.
-너는 여기서 탈출하려고 해줘.
-나는 널 막으려고 할게.
-그렇게… 계속하자.
그리고 화면에 주사위가 떴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치와 함께.
“어어어어….”
홈마는 자기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마우스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버릇처럼 주사위를 클릭하는 순간.
기준치인 7보다 작은 숫자가 떴다.
이러면,
‘내가 바로 이겼….’
그 순간이었다.
선아현이 화면 속 주사위로 손을 뻗었다.
“…!?”
그리고, 주사위를 잡더니… 윗면 위치를 바꾸었다!
-말했잖아. …막을 거라고.
간수가 미소 지었다.
빨간 실패 이펙트가, 입을 틀어막은 홈마의 얼굴 위를 찔렀다.
그리고 간수는 면장갑을 낀 손으로 주사위를 다시 화면 앞으로 내밀었다.
플레이어에게.
-굴려.
-다시.
“…!!”
그렇게 정신 나갈 것 같은 스토리가 시작되었다.
* * *
-서서서선아현 뭐야
-히든 루트 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
스포일러를 피하려 안간힘을 쓰던 홈마는 몰랐지만, 사실 선아현의 히든 루트는 그녀가 진엔딩 공략을 찾아다닐 때쯤 첫 목격자가 나타났었다.
그리고 사실 여부를 반신반의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몇 번의 시도가 일어난 끝에, 비명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아 대체 뭔데 그래요
-어쩐지 갓밤비 분량이 적더라니 히든 루트 있었구나 간수장 개인스토리인가?
처음에는 히든 루트가 있다는 사실 자체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줄 알고 심드렁하던 사람들도, 직접 루트를 본 다음에는 같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살려줘
-어떡해 나 어떡해 이거
그래서 반나절이 지났을 때는 다들 사태를 파악했다.
테스타 미친놈들이 또 뭘 해놨구나!
-히든 보려면 다른 버전 앨범코드 필요한 거임?
-저 코드 빌려주실 분 없을까요ㅠㅠ너무 보고 싶은데
그리고 수많은 다양한 시도 끝에 추가조건이 밝혀졌다.
-히든 엔딩 진입 조건 : 해당 계정에서 진엔딩을 본 다른 버전의 앨범 코드
다시 강조함 진엔딩 봤던 코드로 진입해야됨
즉, 정말로 게임의 다른 버전도 사서 플레이하며 진엔딩을 봤던 사람이어야만 가능했다.
-찐팬만 볼 수 있게 해놨네
-겜에서 아현이만 왜 다른 의상 없냐고 개 같이 욕하고 있었는데 그냥 내가 게임을 충분히 안 했다 이거였니
-선택지만 잘 고르면 진입할 수 있는 거죠? 컨트롤 같은 거 필요 없는 게임이니까ㅠㅠㅠ
└진엔딩에 운빨요소 좀 있긴 한데 애초에 플레이타임이 별로 안 길어서 스킵하면 금방임ㅇㅇ
그리고 시도한 모두가 또 비명을 지르는 연쇄 사태가 일어났다.
-와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너무 좋은데 너무 놀랍고 아ㅇ아아아악
-진짜 변태놈들이다 엔젤사스미한테 이런 역할을
-이거 스포 모르고 보면 진짜 개소름 돋았겠네
참고로 그 당사자였던 홈마는 이미 라이프가 제로였다.
참고로 그렇게 스포일러 당하지 않고, 얼결에 실수로 본 사람들의 아우성은 이미 공유를 타고 SNS를 지배하고 있었다.
경악하는 리액션은 전통적으로 재밌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중엔 한 스트리머도 있었다.
이 사람은 진엔딩을 본 다음, 이것을 영상으로 올릴 수 없다는 규정이 아쉬워서 바로 다른 버전으로도 한 번 더 보려고 시도했었다.
물론 유입된 새로운 시청자층을 만족시켜주려는 노림수도 아예 없진 않았다.
다만 그렇게 시청자와 떠들며 진행하다가, 아이돌을 잘 모르던 이 사람은 포토 카드 버전을 헷갈리는 실수를… 저질러 버린 것이다.
그리고.
-계속 플레이하자.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스트리머의 표정과 실시간 채팅창의 물음표 향연은 정말 대단했다.
-BJ둥둥 지금 얼결에 롤더다이스 히든 루트 밟았음 아수라장ㅋㅋㅋㅋㅋㅋㅋ
참고로 홈마도 이 소식을 듣고 팔자에도 없던 인터넷 방송까지 우수에 찬 표정으로 보고 있는 중이었다.
선아현의 히든 엔딩 시나리오는… 과연 히든다웠기 때문이다.
-응.
-다시.
선아현과 대환장할 주사위 굴리기를 하면서 무조건 패배하는 주인공은 계속 궁지에 몰린다.
그리고 계속 밀리고 밀리며 도망치듯 장소가 바뀐다.
게임에서 나왔던 시설 속 장소들. 실험실, 모니터실, 복도, 심지어 감옥까지.
그때마다 간수는 ‘한 번쯤 입어보고 싶었다’며 구속복 차림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괴도복 차림으로 등장하기도 하면서 주인공과 일방적인 주사위 게임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플레이어는 빈틈을 노린다.
자신이 아직 굴리지 않은 주사위를 간수가 먼저 조작하도록, 잡게 유도하고….
모른 척 돌려받은 뒤에, 한발 늦게 굴리는 것이다.
그렇게, 드디어 이겨 버린다.
-아.
그리고 짜릿한 탈출의 그 순간, 게임이 정상화되는 것이다!
복구된 게임은 다시 진엔딩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데… 딱 하나, 달라지는 점이 있다.
바로 마지막 다락방 씬.
-…누군가, 마음속에서 내게 말을 거는 것 같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친구 같은 목소리가.
플레이어는 보드게임 중인 배세진에게, 선택지로 말을 걸 수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저기, 내가 간수장을 설득해 볼게.
-어어?
-진짜?
탈출 직전, 간수장 선아현에 대한 대처를… 바꿔 버릴 수 있다!
바로 김래빈이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배세진이 설득을 시도하는 것이다.
다만 본래보다도 아주 가혹한 기준치가 적용된다.
-으음… 이 경우에는, 플레이어 측은 반드시 숫자 ‘1’이 나와야만 설득이 성공합니다.
-…!
오로지 주사위 눈 ‘1’만이 성공.
1/10의 확률.
-그냥 쟤 써요. 힘 센 게 낫잖아요.
-…문명인답게 대화해.
-음침한 자식.
-멍청한 자식.
차유진과 김래빈의 말싸움을 뒤로 하고, 배세진은 운명의 주사위를 집어 든다.
그리고 보드게임 진행자인 선아현도 자신의 책 뒤로 주사위를 숨기는 순간.
그 위로, 이전처럼 간수장 선아현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리고,
-……!
플레이어는 이번엔, 자신이 굴려야 하는 배세진의 주사위를… 간수장 선아현에게 건네어 줄 수 있다.
그가, 주사위 눈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아.
그래서 결과는.
……플레이어의 대성공.
-……간수장이, 해커의 말에 설득… 됐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우와아아악!!
-말도 안 돼! 너 대박이다!
-지금까지 그 사이코패스 같던 행적은 다 뭐였는데요? 해커가 무슨 상담가야?
미친 결과에 게임하던 하이틴 테스타도 난리가 났다.
결국, 그렇게 간수장 선아현도 시설 밖으로 함께 탈출하는 것으로… 엔딩이 나는 것이다.
-……여러분은, 신비롭고 무서운 진압봉의 간수와 함께… 출구로 향합니다.
보드게임 진행자의 손이 움직였다.
간수장의 카드가 보드게임판, 감옥의 돌벽 밖으로 나가는 것이 클로즈업되었다.
이 메시지를 남기고.
-…고마워.
~%EA%B5%AC%EC%A1%B0
“하…….”
정말… 다시 봐도 아름다운 엔딩이었다…….
드라마 엔딩을 본 것 같은 여운에 잠겨, 홈마는 스트리머가 엔딩을 보는 것을 잠시 함께 감상했다.
스트리머도 여운에 잠겨 엔딩 크레딧까지도 함께 보았다.
그리고 멤버들이 한 컷이 크레딧에 등장할 때마다 각자에 대한 감상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지.’
홈마가 문대에 관한 코멘트를 좀 더 듣고 싶다는 생각하며, 내심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크레딧에 다락방 버전 선아현이 지나갔다.
그러자 스트리머가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시작한 것이다.
“…??”
그렇죠?
어어어?
‘둥둥아 정신 차려 이거 앨범이야 차기작 없어’ 도네이션 메시지를 받고서 스트리머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홈마는 웃지 못했다.
직감한 것이다.
‘떡밥이야.’
이건… 다음 앨범 세계관 떡밥이라고!
그런데, 그렇다면 말이다.
‘엔딩 크레딧, 시나리오 파트에… 테스타가 제일 먼저 적혀 있었는데.’
애들이 이걸 계획했다고요…?
대체 언제부터 이걸… 계획하고 다 만들고 있던 거란 말인가?!
* * *
“60일 강행군… 고생하셨습니다.”
“…….”
“…….”
대답이 없다. 모두 시체인 것 같다.
아니, 사실 시체나 다름없는 꼴이긴 했다.
나는 매니저에게 간신히 눈만 깜박이며 그대로 누워 있었다. 도수치료를 받고 있는 몸이 물 찬 샌드백처럼 느껴졌다.
‘바쿠스가 필요해.’
그 특성을 다시 뽑을 수만 있다면 이번 정산금 3할은 떼어줘도 좋을 것 같았다. 정말로.
나는 눈을 굴려 주변을 보았다.
다들 혼절할 것 같은 얼굴로 뻗어 있었다.
평상시에 기력이 터져 나가던 차유진도 지금은 그다지 입을 열고 싶다는 표정은 아니다.
그럴 만도 했다.
‘미친 짓이었어.’
게임 컨텐츠를 프로그래머가 만드는 대신 우리가 직접 찍다니.
‘그것도 무대 준비랑 병행해서….’
아마 특히 액션을 많이 찍은 류청우나 큰세진은 일정을 짠 나를 암살할 계획을 세워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놀라운 건… 저놈들도 개고생 MVP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건 저기 있다.
“잠시만요. 누르실 게요.”
“……억.”
배세진.
그대로 숨이 넘어갈 것 같은 꼴을 한 저놈은, 멤버 지도부터 내레이션 녹음까지 사실상 앨범 게임에서 주인공 역할을 하느라 갈렸다.
말 그대로 갈렸다.
게다가 갈리기 전에도 아주 결정적인 포지션을 하나 수행해 주었고 말이다.
나는 억지로 입을 열었다.
“형.”
“…….”
“그분들, 시간이 되셔서….”
‘다행이었습니다’ 까지는 차마 안 나왔으나 배세진은 알아들었는지 입을 열었다.
“……어.”
“…….”
아, ‘그분들’이 누구냐고?
‘이 지랄을 시간 내로 성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인력….’
바로…… 촬영 인력이다.
사실 그게 가장 문제였다.
예능, 드라마 등, 아이돌이 할 만한 분야 중에 T1 자본이나 손이 들어간 건 다 못 써먹지만….
‘하나, 촬영 전문가들인데도 우리한테 협조해 줄 만한 분야가 있었다…….’
바로 영화판.
아이돌들이 나오는 경우가 워낙 소수라, T1이 예능이나 음방처럼 당장 대놓고 판 전체에 우리를 견제해 놓지는 않은 분야였다.
‘그리고 배세진은, 천만 영화를 찍었었지….’
그래서 놀랍게도 바로 저 사교성 없는 놈이, 아역 시절 찍었던 영화판 인맥을 긁어모아다가 공수해 왔다.
게임을 찍어줄 사람들을.
거기서부터 이 미친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