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463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63화
-제발제발 이세진 구속복 입히는 루트 좀 알려줘 뮤비에 있었자나 있는 거잖아 제발 나 모르겠어
-유진차 혼자 탈주하는 개그엔딩 개웃기네 차고영 찍으면서 무조건 웃었다 이겈ㅋㅋㅋㅋ
-헐 배세 그그 출근길에 지갑 잃어버린 거 사실 청우가 훔친 거였음ㅋㅋㅋ 간수 버전에 나온다!! (캡처)
떡밥, 떡밥, 떡밥.
본래는 컴백 시기에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후, 음악방송에 출연하기까지 며칠의 틈이 있다.
보통 이 시기는 SNS 소식이나 예고, 소소한 컨텐츠를 보며 기대감으로 보냈다. 혹은 뮤직비디오를 계속 반복 소비하며 방송을 애타게 기다려야 할 시간인데….
-아아아아아아 드디어 유진이 간수 제복 입혔다ㅠㅠㅠㅠㅠㅠ ㅅㅂ 개행복해 제복도 대충 입어 내 새끼
완전히 바뀌었다.
온갖 스포일러와 공략, 동영상과 캡처와 수집 포토로 점철된 팬 커뮤니티와 SNS는 그야말로 축제의 판이었다.
여기서 테스타 측에서는 ‘노멀엔딩’ 및 ‘배드엔딩’은 스트리밍이 가능하다는 너그러운 규정을 때렸다.
애초에 이렇게까지 파격적인 시도를 한 이유는 입소문을 노린 것도 있는데, 프로모션 기회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접 체험하려면 어차피 앨범을 사야 했다.
엔딩에서 문을 열어주는, 동봉된 포토카드의 ‘코드’는 한 계정에 귀속되기 때문에 불법 복제자는 엔딩을 볼 수가 없었다!
-ㅋㅋㅋㅋㅋㅋ개꼬시네
-근데 그것도 얼마 안 있으면 뚫리지 않을까 걱정임 크랙 다 만드니까ㅠ
-그래도 초동 잡힐 때까지는 괜찮을 듯? 아 유에스비도 음반 판매량으로 잡혀서 넘 좋다
-진짜 신세계 개꿀잼
게다가 게임 타이틀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가사집과 음원, 컨셉 포토들의 경우, 게임 플레이한 뒤 다시 보면 감회가 남다른 것도 호평을 받았다.
-게임이 앨범 서사를 깊게 해줌… ㅅㅂ 세계관 뇌절 개싫어했는데 이런 발언을 하게 만들다니
전체적으로, 아주 색다른 시도였다.
그리고 완전히 예상외였다.
일단 어그로는 제대로 끌었다는 뜻이다.
[앨범에 진짜 게임 넣은 테스타]
[ 폐허 공장 제작진의 신작 나옴 : 테스타 앨범 (농담 아님)]
[테스타 미친 실사 게임 플레이 현황ㅋㅋㅋ]
MV 확장판이 설마 게임일 줄은 몰랐던 팬들이 경악하는 모습은 여기저기로 퍼져나갔고, 자연스럽게 인터넷 사용자들은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MV가 게임 소개였다고요
-아니 무슨 일이얔ㅋㅋㅋㅋㅋㅋㅋ
-테스타 진짜 별걸 다 하는구나 정말 존경스럽다 마법소년부터 꿋꿋한 오타쿠 외길
-이건 나도 해보고 싶다 퀄리티 무슨 일임… 하려면 앨범 사면 돼? 뭐 사면 됨?
위튜브에선 이 떡밥을 놓칠 리가 없는 게임 스트리머 몇몇은 벌써 플레이 중이었다.
이세진의 프롤로그가 충격적인 탓에 리액션을 뽑기도 좋아 위튜브각이 잘 나와서 윈윈이었다.
물론 취향과 평가가 오가며 싸움이 붙거나 잡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것마저도 화제성이었다.
돈 주고도 못할 프로모션이었다.
-혹시 지금 공홈에서 주문하면 내일 도착해? 지금 버스 타고 매장 왔는데 품절이라ㅠㅠ
-버전 뭐부터 하면 되는 거임?
-테스타 이번 타이틀 게임 OST?? 야?? 왜 다들 난리야?
덕분에 음반 판매량은 어마어마하게 치솟고 있었다.
USB, 재생지 박스, 포토 카드가 끝인 단출한 구성품은 도리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게 해줘 진입장벽을 낮췄다.
그리고 이 모든 태풍 같은 활동기의 시작 속에서.
“후우.”
홈마는 미친 듯이 게임 중이었다.
영화 같은 실사 구성과 상호작용하는 선택지, 컨트롤이 필요하지 않은 운 요소로 스릴을 살린 밸런스는… 훌륭히 이 사람에게 어필해버렸다.
덕분에 그녀는 여유시간을 여기에 다 쏟아붓는 중이었다.
“문대 컷 진짜 너무 예쁘다….”
지금은 죄수 진영이 주로 나오는 VER 2 앨범을 재플레이 중이었다.
VER 2 앨범 USB를 통해 죄수 진영으로 플레이하면, 박문대와 차유진의 과거 시점으로 챕터가 시작되었다.
-오 둘이 실험실에서 기싸움 오지게 대화하는데 내가 다 쫄림
└??굉장히 슬프고 처연하지 않았음?
└??당신 대체 무슨 선택지를
└당신이야말로
그리고 후반부에 괴도들이 잡힐 시 죄수복을 입고 진행되는 이벤트와, 간수를 역 제압해서 죄수복을 입히는 이벤트가 있었다.
-큰세한테 죄수복 던지는 문대 사적 감정 있어보이는데요 연기가 아니라 찐친의 찐텐 같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죄수들이 받는 실험의 정체를 조금 알아낼 수 있었다.
[■■■■ 10ml 투여 : 100m 밖 물건 감지
-어지러움, 환각, 두통 호소.]
‘흠, 초능력자? 같은 걸 만드는 실험인가.’
왠지 미국 쪽 감성이더라니… 좀 기괴하고 오싹한 것이, 확실히 그쪽이었다.
어쨌든, 차유진은 머리가 비상하고 육감이 굉장히 발달한 것 같았고, 문대는 무려 염동력을 쓸 수 있는 것 같았다!
‘……피 토하긴 했지만.’
감시 카메라를 터트리는 뮤직비디오 씬을 재현한 뒤 문대가 쓰러지는 배드 엔딩을 본 후로, 그녀는 염동력을 봉인했다…….
어쨌든, VER 2의 죄수 진영 플레이는 그런 느낌이었다.
괴도 진영과 비슷하지만 좀 더 피폐하며 시설에 초점이 맞추어진 스토리.
다만 VER 3 앨범은 조금 달랐다.
이 간수 진영의 경우, 조금 특수한 구도를 취했는데….
이세진의 입장에서 시작하여, 괴도들에게 협조해주는 플레이였던 것이다.
-쉿.
-…!
-조용히 하고 따라와요.
‘헐.’
마치 시설에 염증을 느껴, 못 본 척해주는… 우리 편 간수인 것 같았다.
물론 사실은 빼도 박도 못하도록 막판에 뒤통수쳐서 굴비 엮듯이 다 잡아버릴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이세진이 홀로 흥얼거리며 한 말이 일품이었다.
-편하고 좋네~ 자기 발로 와주고, 규칙 어겨주고….
‘악!’
VER 1, 첫 경험 프롤로그의 매운맛 지속력은 강력했다!
덕분에 VER 3는 플레이어가 본인이 플레이하면서도 언제 자기가 뒤통수를 때릴지 아찔해하는 기묘한 구성이 된 것이다.
‘이게 다 괴도 편을 먼저 하는 바람에… 음?’
“어, 잠깐. 그러고 보니….”
설마 이 순서가 의도된 건가?
홈마는 번뜩 생각을 떠올렸다.
뮤직비디오에 나온 열쇠 모양은… 정확히 ‘VER 1 앨범’의 USB였다.
다른 두 버전은 뮤직비디오와 생김새가 약간 달랐다.
그리고 판매할 때는 상품 페이지를 보여줬다. 당연히 앨범 하나만 살 사람들은 대부분 VER 1을 샀을 것이다….
그 전에, 아무 정보 없이 앨범 예약을 받을 때는 세트만 받았고 말이다.
‘그리고 3종 다 산 사람도, VER 1부터 플레이했을 거야, 뮤직비디오에 나온 모양이니까.’
자신부터도 그랬지 않은가.
그러니까… 대부분은 무조건 괴도 측 시나리오부터 보게 된 뒤에야 죄수나 간수 진영의 이야기도 보게 된다는 뜻이다.
가장 기본 맛부터 즐긴 후,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요소를 계속 발견해갈 수 있도록 말이다.
‘와.’
홈마는 입을 떡 벌렸다.
그녀는 다회차 플레이를 지루하지 않게 해주기 위한, 이 치밀한 구성을 정확히 표현하지는 못했다. 게임을 잘 모르니까. 하지만 대단히 와닿기는 했다.
‘대박.’
어쨌든, 각설하고.
그래서 VER 3에서 괴도들은 이세진과 동행하며 군청색 제복을 입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숨는 선택지가 없어졌다.
대신 이 시설의 서류에 접근하거나, 정보를 더 들을 수 있는 이벤트가 생기는 것이다.
-Keep It Safe, 그래서 ‘KIS’…. 뭘 안전하게 지킨다는 거지?
-음, 바깥 사람들을요?
-…무엇으로부터?
-모든 위험으로부터? 에이, 저도 잘 몰라요~ 직원이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다행히 이세진은 괴도들이 죄수들과 협동하며 죄수와 약간의 친분을 쌓자, 가치관적으로 살짝 동요한다.
두 죄수가 딱히 규칙을 어긴 것이 없는데 수감됐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납치당했어.
-저도요.
-……음.
그리고 이런저런 사건을 거치며 류청우의 괴도 동업 제안을 승낙하게 되는 것이다.
-그럴까요?
-…!
-연차가 슬슬 이직할 시기가 되긴 했거든요~ 제가요.
“오오!”
그렇게 간수 이세진까지, 많은 테스타들을 꼬시는 것에 성공했는데….
그녀는 끝까지 노멀 엔딩만 주구장창 봤다.
‘어째서!?’
비록 문대의 주사기 선택지는 스포일러를 당하며 알맞게 선택하여 괴도복을 봤지만… 그때도 노멀엔딩이었다.
‘뭐냐고…….’
아현이한테… 너무 무서워서 차마 아현이한테는 접근 못 하고 못 꼬셔서 그런 거야?
[우리는 이 망할 시설에서 나온 것이다.]
매번 이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후일담 없는 엔딩!
남는 건 박문대의 끝내주는 허벅지뿐인… 아무튼 그렇다.
그래서 그녀는 이번엔 정말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한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하면서, 공략법을 찾아본 홈마는 양손을 움켜쥐며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알아냈다! 진엔딩 조건!
‘일단, VER 1부터 보라고 했으니까….’
그녀는 게임 아이콘을 클릭해, 빠르게 진행하며 되새겼다.
공략법을.
-어느 진영이든, 선아현을 제외한 모두를 동료로 만든 뒤 선아현과 마지막 대문 앞에서 조우할 것!
‘숨었을 때 주사위가 떴던 게 힌트였나 봐!’
그게 완전히 ‘올바른’ 선택지가 아니던 것이다.
동료를 다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만나면 게임 오버지만, 다 영입한 상태에서 조우하면 진엔딩 이벤트가 발생하니까!
‘좋아.’
그리고 운명의 순간.
-저기만 돌면….
홈마는 눈을 질끈 감고, ‘숨는다’ 선택지를 무시했다.
그리고 드디어.
뚜벅, 뚜벅.
잠금패드에 열쇠를 댔던 배새진이 움찔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모퉁이 너머에서, 군청색 제복의 금발 간수가 군화부터 돌아 나왔다.
화면이 멈췄다.
“…후우우우.”
홈마는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
공허한 BGM이 흐른다.
선아현은 배세진이 들고 있는 열쇠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다음으로 주변에 서 있는, 같은 계통의 차림새를 한 여섯 명의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짧고 숨 막히는, 클로즈업 씬이 번갈아가며 지나간 후….
간수는 입을 열었다.
-있어.
-…!
-보석.
홈마는 입을 틀어막았다.
‘헐!’
그렇다.
괴도들이 찾으려 했지만, 결국 이 시설이 실험체를 낚기 위해 뿌린 거짓 정보였다고 결론 내린 보석.
투타쿨룸(tut?culum)이 정말 존재한다고… 선아현은 알려준 것이다.
그러고는, 뒤를 돌아서 다시 흔들림 없이 걸어가 버리기 시작했다.
뚜벅, 뚜벅….
화면 속, 배세진이 침을 삼켰다.
-…어쩌지?
▶ [따라간다. -신뢰]
▶ [무시한다. -불신]
“……후,”
이건 무조건이지.
여기서 따라갔다가 망했다면, 진엔딩이 날 리가 없지 않은가!
홈마는 힘차게 ‘따라간다’를 클릭했고, 자연스럽게 화면 속 인물들도 선아현을 따라 움직였다.
-…….
선아현은 복잡한 시설 외곽을 몇 번 지나가며, 그다지 배려심 없는 속도로 움직였다.
아래로, 아래로.
가벼운 주사위 판정을 두어 번 넘어….
지이이이잉-
-…여긴?
작은 철문 앞에 도착했다.
옆에는 입구와 같은 잠금 패드가 있다.
현대적인 오르간 BGM이 흐르는 가운데, 선아현은 그 철문 옆에 섰다.
열쇠를 가진 6명의 멤버들은 잠금 패드로 다가갔다.
그제서야, 금발의 간수는 입을 열었다.
-앞면.
‘…앞면?’
홈마는 당황했다.
코드 입력하는데 갑자기 앞면이 무슨 의미지.
‘혹시 포카 앞면에 뭐 있나?’
하지만 아무리 봐도 송곳을 문 김래빈의 사진에는 별다른 힌트가 없었다.
‘뒷면에 이것뿐인데….’
[AW23-5DQ2-B25E]
이 코드 말이다.
그녀가 당황하려는 순간, 다행히 배세진의 내레이션이 나왔다.
-코드는… 열쇠 속 더미 데이터 중, 남성의 사진 뒷면에 적혀있었다. 앞면이 아니다.
‘내 말이!’
-하지만 앞면이라니? 왜 반대로 말하는 걸까.
-……잠깐, 반대로?
“…!!”
그 순간, 홈마도 깨달았다.
뒷면에 있는 글자를, 앞면 방향에서 본다고 생각한다면….
‘…거꾸로, 반대 방향으로 보이는 거잖아!’
그렇다면, 코드를….
타다다닥.
그녀는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AW23-5DQ2-B25E]
이것을.
[E52B-2QD5-32WA]
이렇게, 반대로!
“…그래!”
그리고 엔터를 누르는 순간.
우우우웅-!
밝은 빛과 함께, 철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발끝이 짜릿해졌다.
‘우와….’
그리고 빛이 가라앉은 뒤.
화면 속, 사면이 철제 벽인 작은 방의 정 가운데.
육각형 유리관 안에 아름다운 녹빛 보석이 들어있었다.
황홀한 BGM이 깔렸다.
‘소품 진짜 멋지다….’
카메라가 천천히, 보석으로 다가갔다….
장갑 낀 손이 뻗어 나왔다. 그리고….
▶[보석을 잡는다.]
▶[질문한다.]
“…….”
선택지가 떴다.
‘후.’
홈마는 팔짱을 꼈다.
이 게임은 세이브와 로드가 없었다.
이미 본 이벤트를 스킵할 수는 있었지만, 한 번 저지른 선택을 직전으로 돌이키는 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진상을, 밝혀야 해.’
그게 진엔딩의 의미라고 SNS 친구들이 그랬다!
홈마는 마치 탐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침을 삼킨 후 아래를 눌렀다.
[질문한다.]
그러자… 화면 속 배세진이 손을 거뒀다.
그리고 선아현에게 고개를 돌렸다.
-…우릴 왜 여기로 안내한 거지?
-…….
-네 목적은 뭐야? 왜 보석을, 그러니까 투타쿨룸을 우리한테 왜 주는 건데?
그때였다.
-…! 잠깐만.
누군가 끼어들었다.
…괴도식 가죽정장으로 바꿔입은, 죄수 박문대.
그가 낮은 목소리로 빠르게 물었다.
-투타쿨룸이라니?
배세진이 대꾸했다.
-이 보석이 투타쿨룸잖아.
박문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니, 그건… 여기서 관리하는 수감자들한테 투여하는 약물이야.
-…!!
-보석이 아니라고. 투타쿨룸(tut?culum)은… 여기서 약물을 의미하는 암호인데.
미, 미친.
‘초능력자 만들어주는 약물이….’
아니, 그러고 보니 그것도 녹색이었던 것 같았다. 홈마는 이 반전에 다시 입을 틀어막으며 화면을 쳐다보았다.
“…….”
카메라가 서서히 돌아간다.
류청우가, 금발의 간수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럼,
-이 보석은 뭐지?
그 순간.
화면이 꺼졌다.
“…?!”
그리고 그제서야, 선아현의 목소리가 검은 화면에서 부드럽게 울렸다.
-신비롭고 무서운, 검은 진압봉의 간수는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시선의 끝에는… 죄수가 있었습니다.
잔잔한 BGM과 함께, 다시 화면이 밝아졌다.
그리고 드러나는 것은… 다락방이었다.
보드게임을 가운데 두고, 따스한 램프 불빛 사이, 마룻바닥에 앉은 테스타.
티저에 나왔던 그 장면.
“…??”
홈마는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선아현의 차분한 목소리는 계속되었다.
-플레이어들의 차례입니다.
편히 앉아있던 차유진과 박문대가 동시에 미간을 움찔거렸다. 죄수 역이던 두 사람이었다.
턱을 괴고 있던 류청우가 신중히 말했다.
-죄수를 봤다잖아. 보석을 죄수한테 주고 싶었던 걸까? 보상금?
-사이코패스가 따로 없던데 잘도 그러겠어.
차유진의 투덜거림 다음, 박문대가 턱을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음, 해커가 이렇게 단기간에 여러 명을 같은 편으로 설득할 정도면, 차후 위협이 될 것 같으니까. 진짜 보석을 쥐어주고 돌려보내려던 게 아닌가. 속이는 거지.
-아아~ 미련이 없게.
이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쾌활히 웃었다.
-좋아! 그럼 내가 이렇게 말할게.
그러자, 화면이 빨려 들어가더니, 다시 배경이 비밀 시설 속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괴도 복장의 이세진이 말했다.
-저도 질문이 있는데요~
-Keep It Safe. 그 구호 말인데…. 사실 Safe가 아니고 Sacrifice 아니에요? 간수장님. 우리가 대체 뭘 안전하게 지키는 거죠?
-규칙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별로 안 지키는 것 같아서요~
그 후로는 그동안 게임을 진행하며 알아낸 시설의 비밀을 이용한 진실 공방이 이어졌다.
그리고 결론은….
-감옥이 아니라… 연구기관이었어.
이 시설이 괴이한 능력을 주는 이 약물, 투타쿨룸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기관이었다는 것이다!
‘오.’
그간 수집한 정보가 하나하나 맞춰 들어가는 것은 제법 흥미진진했다.
-맞지?
다시 빨려들 듯 다락방으로 풍경이 돌아가는 것은 여전히 이유를 모르겠지만 말이다.
부드러운 선아현의 목소리는 듣기 좋았다.
-그러나 금발의 간수는 동요하지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우우우우!
-싸워야 하나?
-싸우자. 주사위 굴릴게.
전투적인 멤버들의 반응에, 책을 들고 있던 선아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럼… 누가?
-당연히 힘 제일 센 사람이 해야겠지?
-…….
김래빈이 내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차며 주사위를 들었다. 그리고 선아현도 주사위를 들었다.
-저는 육면체를 굴릴 겁니다. 최대 숫자가 6이죠. 플레이어는 그대로 십면체, 최대 숫자가 10이에요. 큰 차이죠.
-그래도 플레이어의 십면체 숫자가 더 작다면, 플레이어는 간수장을 제압할 수 있어요.
말도 안 되는 사기라고 야유할 법도 한데, 다들 대단히 몰입한 것인지 고개만 끄덕이고 있다.
홈마도 그랬다가, 곧 현실을 깨달았다.
‘어어, 설마 내가 굴리나?’
그리고 그 예감은 맞았다.
‘헐!’
화면에 나타난 주사위에, 홈마는 거의 내적 비명을 지르며 확률을 계산하다가… 결국 마우스에 다시 손을 올렸다.
그리고 눌렀다,
“악.”
데구르르르….
십면체 주사위가 구르고… 굴러서… 수치는….
[5]
‘…아, 안 돼.’
너무 커!
홈마는 피가 식는 기분으로,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화면을 보았다.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선아현이 자신의 책 안쪽으로 주사위를 던지고 있어서, 수치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선아현의 얼굴 위로, 군청색 제복의 표정 없는 간수가 잠깐 겹쳐진다.
‘어?’
하지만 잠시 뒤.
선아현은 방긋 웃으며, 책을 치웠다.
검은 주사위가 보인 숫자는….
[6]
-제압했어.
-대박!
-오오~
환호가 터진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선아현이 웃으며 책을 덮었다.
-보석을 손에 넣고, 성공적으로 ‘KIS’ 재단에서 빠져나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게임마스터였습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 재밌었다!
-불러줘서 고맙다. 해보니까 재밌네.
-아, 아니야….
선아현은 부드럽게 웃으며 들고 있던 종이책을 내려놓았다.
아까 말한 대로, 그는 이 보드게임을 진행하는 역할이었던 것 같다.
‘아, 이런 거 미드에서 봤던 것 같은데?’
미국 하이틴 컨셉이라 이렇게 나온 거구나!
홈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현이가 핵심 역할이긴 했네!’
그래도 분량이 적은 건 아현이 팬들은 좀 아쉽겠다. 무심코 그런 생각이 지나갔지만, 어쨌든 화면 속 귀여운 테스타의 모습과 전개에 빠지며 쓱 흘러갔다.
-너 너드 같다, 싫다고 난리 치더니 의외로 즐기던데~?
-누구든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서 학교에서 이야기하면 가만 안 둘 줄 알아요.
-요놈 봐라!
차유진과 이세진이 투탁거리는 가운데, 김래빈이 턱을 문지른다. 다소 살벌한 은제 악세사리가 흔들렸다.
-배경이 2025년이었지. 1999년에 세상이 망한다는데, 그것보다도 나중 시대에 나한테 힘만 강한 역할을…….
-납치당한 실험체였던 나보다 낫잖아.
-실험체가 나아.
김래빈은 암울하게 대꾸했지만, 박문대는 그냥 피식 웃었다. 그리고 선아현도 그 모습은 보며 헤헤 웃었다.
그 부드러운 광경 속에서, 배세진이 미소 지으며 자신의 주사위를 내려놓았다.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비밀스러운 감금시설, 초능력자 실험, 해커와 괴도, 그리고 짜릿한 탈출까지. 대단한 여정이었다.
보드게임 속, 보석 토큰이 화면에 클로즈업으로 비추어졌다.
-우리가 알아낸 비밀이 놀라웠지만, 어쩌면 또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같은 이야기를 한 번 더 진행해도 재밌을 것 같다.
카메라가, 은은한 램프 불빛에 물든 다락방 속 테스타를 한번 비추었다.
-…언젠가, 또 플레이하러 왔으면 좋겠다.
카메라가 위로 올라가며, 둥글게 앉은 화목한 테스타의 모습을 잡는다.
부드럽게 편곡된 이번 앨범의 서브곡과 함께, 자막이 떠올랐다.
[True Ending]
~In the tut?culum. (은신처에서)
진엔딩이었다.
“하….”
그녀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러니까 이 게임은, 전 앨범의 80년대 미국 하이틴 테스타가 보드게임을 하는… 그런 컨셉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리패키지 앨범…….’
다 이어져 있었구나….
홈마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을 느끼며, 다시 올라오는 엔딩 크래딧을 보았다.
그동안 봤던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지나가고, 다락방에서의 장면들과, 캐릭터 디테일들이 확확 지나갔다.
“…….”
뽕이 끝없이 차오르고 있었다.
무대가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무대를 보려면 아직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였다.
‘또 플레이 할게!’
* * *
그녀는 당장 급한 일만 처리한 뒤, 아이콘을 다시 누르고 게임에 재접속해버렸다.
이번에는 다른 버전이었다.
‘간수!’
문대가 메인인 건 피날레를 위해 미뤄뒀다!
그리고 한 번 더 진엔딩을 보기 위해, 열심히 스킵을 누르며 진행했다.
‘아, 진짜 재밌네.’
가슴이 뛰었다. 이 버전에서는 대체 어떤 새로운 걸 보여줄까?
그렇게 나란히 간수복을 입은 테스타들이 드디어 코드를 누르는 상황까지 갔을 때!
“좋아!”
그녀는 얼른 포토 카드를 집어다가, 아까처럼 거꾸로 입력하기 시작했다.
[E52B-2QD5-32WA]
‘좋았어!’
그리고 엔터를 누르는 순간이었다.
‘이제 문이 열리면서 보석이….’
분명 그래야 했는데.
[%EA%B8%B0%EB%8B%A4%EB%A0%B8%EC%96%B4]
그대신.
금발의 간수가 카메라를 돌아보았다.
선아현.
‘…어?’
-잘못 눌렀어.
“…??”
-다른 버전의 코드잖아.
그리고 게임 속 제복 선아현은, 미소 지었다.
간수의 모습으로 처음으로 짓는 미소였다.
-괜찮아.
-하지만… 이걸 실수했다는 건.
면장갑이 카메라를 훔쳤다.
-많이 플레이했다는 뜻이구나.
“…?!”
방금… 플레이라고?
-그렇지? 그러니까 우연히, 카드에 적힌 코드를, 그대로도 아니고, 반대로 적어야 하는 건데도, 실수할 정도로… 많이 했다는 뜻이야.
BGM이 사라졌다.
아니, 어느새… 화면의 각도도 변했다.
다른 멤버들이 같이 보이던 게임 속 세상은, 어느새 선아현만 보이고 있었다.
그 순간.
-계속 플레이하자.
히든 루트가 시작되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63화
-제발제발 이세진 구속복 입히는 루트 좀 알려줘 뮤비에 있었자나 있는 거잖아 제발 나 모르겠어
-유진차 혼자 탈주하는 개그엔딩 개웃기네 차고영 찍으면서 무조건 웃었다 이겈ㅋㅋㅋㅋ
-헐 배세 그그 출근길에 지갑 잃어버린 거 사실 청우가 훔친 거였음ㅋㅋㅋ 간수 버전에 나온다!! (캡처)
떡밥, 떡밥, 떡밥.
본래는 컴백 시기에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후, 음악방송에 출연하기까지 며칠의 틈이 있다.
보통 이 시기는 SNS 소식이나 예고, 소소한 컨텐츠를 보며 기대감으로 보냈다. 혹은 뮤직비디오를 계속 반복 소비하며 방송을 애타게 기다려야 할 시간인데….
-아아아아아아 드디어 유진이 간수 제복 입혔다ㅠㅠㅠㅠㅠㅠ ㅅㅂ 개행복해 제복도 대충 입어 내 새끼
완전히 바뀌었다.
온갖 스포일러와 공략, 동영상과 캡처와 수집 포토로 점철된 팬 커뮤니티와 SNS는 그야말로 축제의 판이었다.
여기서 테스타 측에서는 ‘노멀엔딩’ 및 ‘배드엔딩’은 스트리밍이 가능하다는 너그러운 규정을 때렸다.
애초에 이렇게까지 파격적인 시도를 한 이유는 입소문을 노린 것도 있는데, 프로모션 기회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접 체험하려면 어차피 앨범을 사야 했다.
엔딩에서 문을 열어주는, 동봉된 포토카드의 ‘코드’는 한 계정에 귀속되기 때문에 불법 복제자는 엔딩을 볼 수가 없었다!
-ㅋㅋㅋㅋㅋㅋ개꼬시네
-근데 그것도 얼마 안 있으면 뚫리지 않을까 걱정임 크랙 다 만드니까ㅠ
-그래도 초동 잡힐 때까지는 괜찮을 듯? 아 유에스비도 음반 판매량으로 잡혀서 넘 좋다
-진짜 신세계 개꿀잼
게다가 게임 타이틀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가사집과 음원, 컨셉 포토들의 경우, 게임 플레이한 뒤 다시 보면 감회가 남다른 것도 호평을 받았다.
-게임이 앨범 서사를 깊게 해줌… ㅅㅂ 세계관 뇌절 개싫어했는데 이런 발언을 하게 만들다니
전체적으로, 아주 색다른 시도였다.
그리고 완전히 예상외였다.
일단 어그로는 제대로 끌었다는 뜻이다.
MV 확장판이 설마 게임일 줄은 몰랐던 팬들이 경악하는 모습은 여기저기로 퍼져나갔고, 자연스럽게 인터넷 사용자들은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MV가 게임 소개였다고요
-아니 무슨 일이얔ㅋㅋㅋㅋㅋㅋㅋ
-테스타 진짜 별걸 다 하는구나 정말 존경스럽다 마법소년부터 꿋꿋한 오타쿠 외길
-이건 나도 해보고 싶다 퀄리티 무슨 일임… 하려면 앨범 사면 돼? 뭐 사면 됨?
위튜브에선 이 떡밥을 놓칠 리가 없는 게임 스트리머 몇몇은 벌써 플레이 중이었다.
이세진의 프롤로그가 충격적인 탓에 리액션을 뽑기도 좋아 위튜브각이 잘 나와서 윈윈이었다.
물론 취향과 평가가 오가며 싸움이 붙거나 잡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것마저도 화제성이었다.
돈 주고도 못할 프로모션이었다.
-혹시 지금 공홈에서 주문하면 내일 도착해? 지금 버스 타고 매장 왔는데 품절이라ㅠㅠ
-버전 뭐부터 하면 되는 거임?
-테스타 이번 타이틀 게임 OST?? 야?? 왜 다들 난리야?
덕분에 음반 판매량은 어마어마하게 치솟고 있었다.
USB, 재생지 박스, 포토 카드가 끝인 단출한 구성품은 도리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게 해줘 진입장벽을 낮췄다.
그리고 이 모든 태풍 같은 활동기의 시작 속에서.
“후우.”
홈마는 미친 듯이 게임 중이었다.
영화 같은 실사 구성과 상호작용하는 선택지, 컨트롤이 필요하지 않은 운 요소로 스릴을 살린 밸런스는… 훌륭히 이 사람에게 어필해버렸다.
덕분에 그녀는 여유시간을 여기에 다 쏟아붓는 중이었다.
“문대 컷 진짜 너무 예쁘다….”
지금은 죄수 진영이 주로 나오는 VER 2 앨범을 재플레이 중이었다.
VER 2 앨범 USB를 통해 죄수 진영으로 플레이하면, 박문대와 차유진의 과거 시점으로 챕터가 시작되었다.
-오 둘이 실험실에서 기싸움 오지게 대화하는데 내가 다 쫄림
└??굉장히 슬프고 처연하지 않았음?
└??당신 대체 무슨 선택지를
└당신이야말로
그리고 후반부에 괴도들이 잡힐 시 죄수복을 입고 진행되는 이벤트와, 간수를 역 제압해서 죄수복을 입히는 이벤트가 있었다.
-큰세한테 죄수복 던지는 문대 사적 감정 있어보이는데요 연기가 아니라 찐친의 찐텐 같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죄수들이 받는 실험의 정체를 조금 알아낼 수 있었다.
-어지러움, 환각, 두통 호소.]
‘흠, 초능력자? 같은 걸 만드는 실험인가.’
왠지 미국 쪽 감성이더라니… 좀 기괴하고 오싹한 것이, 확실히 그쪽이었다.
어쨌든, 차유진은 머리가 비상하고 육감이 굉장히 발달한 것 같았고, 문대는 무려 염동력을 쓸 수 있는 것 같았다!
‘……피 토하긴 했지만.’
감시 카메라를 터트리는 뮤직비디오 씬을 재현한 뒤 문대가 쓰러지는 배드 엔딩을 본 후로, 그녀는 염동력을 봉인했다…….
어쨌든, VER 2의 죄수 진영 플레이는 그런 느낌이었다.
괴도 진영과 비슷하지만 좀 더 피폐하며 시설에 초점이 맞추어진 스토리.
다만 VER 3 앨범은 조금 달랐다.
이 간수 진영의 경우, 조금 특수한 구도를 취했는데….
이세진의 입장에서 시작하여, 괴도들에게 협조해주는 플레이였던 것이다.
-쉿.
-…!
-조용히 하고 따라와요.
‘헐.’
마치 시설에 염증을 느껴, 못 본 척해주는… 우리 편 간수인 것 같았다.
물론 사실은 빼도 박도 못하도록 막판에 뒤통수쳐서 굴비 엮듯이 다 잡아버릴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이세진이 홀로 흥얼거리며 한 말이 일품이었다.
-편하고 좋네~ 자기 발로 와주고, 규칙 어겨주고….
‘악!’
VER 1, 첫 경험 프롤로그의 매운맛 지속력은 강력했다!
덕분에 VER 3는 플레이어가 본인이 플레이하면서도 언제 자기가 뒤통수를 때릴지 아찔해하는 기묘한 구성이 된 것이다.
‘이게 다 괴도 편을 먼저 하는 바람에… 음?’
“어, 잠깐. 그러고 보니….”
설마 이 순서가 의도된 건가?
홈마는 번뜩 생각을 떠올렸다.
뮤직비디오에 나온 열쇠 모양은… 정확히 ‘VER 1 앨범’의 USB였다.
다른 두 버전은 뮤직비디오와 생김새가 약간 달랐다.
그리고 판매할 때는 상품 페이지를 보여줬다. 당연히 앨범 하나만 살 사람들은 대부분 VER 1을 샀을 것이다….
그 전에, 아무 정보 없이 앨범 예약을 받을 때는 세트만 받았고 말이다.
‘그리고 3종 다 산 사람도, VER 1부터 플레이했을 거야, 뮤직비디오에 나온 모양이니까.’
자신부터도 그랬지 않은가.
그러니까… 대부분은 무조건 괴도 측 시나리오부터 보게 된 뒤에야 죄수나 간수 진영의 이야기도 보게 된다는 뜻이다.
가장 기본 맛부터 즐긴 후,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요소를 계속 발견해갈 수 있도록 말이다.
‘와.’
홈마는 입을 떡 벌렸다.
그녀는 다회차 플레이를 지루하지 않게 해주기 위한, 이 치밀한 구성을 정확히 표현하지는 못했다. 게임을 잘 모르니까. 하지만 대단히 와닿기는 했다.
‘대박.’
어쨌든, 각설하고.
그래서 VER 3에서 괴도들은 이세진과 동행하며 군청색 제복을 입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숨는 선택지가 없어졌다.
대신 이 시설의 서류에 접근하거나, 정보를 더 들을 수 있는 이벤트가 생기는 것이다.
-Keep It Safe, 그래서 ‘KIS’…. 뭘 안전하게 지킨다는 거지?
-음, 바깥 사람들을요?
-…무엇으로부터?
-모든 위험으로부터? 에이, 저도 잘 몰라요~ 직원이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다행히 이세진은 괴도들이 죄수들과 협동하며 죄수와 약간의 친분을 쌓자, 가치관적으로 살짝 동요한다.
두 죄수가 딱히 규칙을 어긴 것이 없는데 수감됐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납치당했어.
-저도요.
-……음.
그리고 이런저런 사건을 거치며 류청우의 괴도 동업 제안을 승낙하게 되는 것이다.
-그럴까요?
-…!
-연차가 슬슬 이직할 시기가 되긴 했거든요~ 제가요.
“오오!”
그렇게 간수 이세진까지, 많은 테스타들을 꼬시는 것에 성공했는데….
그녀는 끝까지 노멀 엔딩만 주구장창 봤다.
‘어째서!?’
비록 문대의 주사기 선택지는 스포일러를 당하며 알맞게 선택하여 괴도복을 봤지만… 그때도 노멀엔딩이었다.
‘뭐냐고…….’
아현이한테… 너무 무서워서 차마 아현이한테는 접근 못 하고 못 꼬셔서 그런 거야?
매번 이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후일담 없는 엔딩!
남는 건 박문대의 끝내주는 허벅지뿐인… 아무튼 그렇다.
그래서 그녀는 이번엔 정말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한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하면서, 공략법을 찾아본 홈마는 양손을 움켜쥐며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알아냈다! 진엔딩 조건!
‘일단, VER 1부터 보라고 했으니까….’
그녀는 게임 아이콘을 클릭해, 빠르게 진행하며 되새겼다.
공략법을.
-어느 진영이든, 선아현을 제외한 모두를 동료로 만든 뒤 선아현과 마지막 대문 앞에서 조우할 것!
‘숨었을 때 주사위가 떴던 게 힌트였나 봐!’
그게 완전히 ‘올바른’ 선택지가 아니던 것이다.
동료를 다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만나면 게임 오버지만, 다 영입한 상태에서 조우하면 진엔딩 이벤트가 발생하니까!
‘좋아.’
그리고 운명의 순간.
-저기만 돌면….
홈마는 눈을 질끈 감고, ‘숨는다’ 선택지를 무시했다.
그리고 드디어.
뚜벅, 뚜벅.
잠금패드에 열쇠를 댔던 배새진이 움찔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모퉁이 너머에서, 군청색 제복의 금발 간수가 군화부터 돌아 나왔다.
화면이 멈췄다.
“…후우우우.”
홈마는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
공허한 BGM이 흐른다.
선아현은 배세진이 들고 있는 열쇠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다음으로 주변에 서 있는, 같은 계통의 차림새를 한 여섯 명의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짧고 숨 막히는, 클로즈업 씬이 번갈아가며 지나간 후….
간수는 입을 열었다.
-있어.
-…!
-보석.
홈마는 입을 틀어막았다.
‘헐!’
그렇다.
괴도들이 찾으려 했지만, 결국 이 시설이 실험체를 낚기 위해 뿌린 거짓 정보였다고 결론 내린 보석.
투타쿨룸(tut?culum)이 정말 존재한다고… 선아현은 알려준 것이다.
그러고는, 뒤를 돌아서 다시 흔들림 없이 걸어가 버리기 시작했다.
뚜벅, 뚜벅….
화면 속, 배세진이 침을 삼켰다.
-…어쩌지?
▶ [따라간다. -신뢰]
▶ [무시한다. -불신]
“……후,”
이건 무조건이지.
여기서 따라갔다가 망했다면, 진엔딩이 날 리가 없지 않은가!
홈마는 힘차게 ‘따라간다’를 클릭했고, 자연스럽게 화면 속 인물들도 선아현을 따라 움직였다.
-…….
선아현은 복잡한 시설 외곽을 몇 번 지나가며, 그다지 배려심 없는 속도로 움직였다.
아래로, 아래로.
가벼운 주사위 판정을 두어 번 넘어….
지이이이잉-
-…여긴?
작은 철문 앞에 도착했다.
옆에는 입구와 같은 잠금 패드가 있다.
현대적인 오르간 BGM이 흐르는 가운데, 선아현은 그 철문 옆에 섰다.
열쇠를 가진 6명의 멤버들은 잠금 패드로 다가갔다.
그제서야, 금발의 간수는 입을 열었다.
-앞면.
‘…앞면?’
홈마는 당황했다.
코드 입력하는데 갑자기 앞면이 무슨 의미지.
‘혹시 포카 앞면에 뭐 있나?’
하지만 아무리 봐도 송곳을 문 김래빈의 사진에는 별다른 힌트가 없었다.
‘뒷면에 이것뿐인데….’
이 코드 말이다.
그녀가 당황하려는 순간, 다행히 배세진의 내레이션이 나왔다.
-코드는… 열쇠 속 더미 데이터 중, 남성의 사진 뒷면에 적혀있었다. 앞면이 아니다.
‘내 말이!’
-하지만 앞면이라니? 왜 반대로 말하는 걸까.
-……잠깐, 반대로?
“…!!”
그 순간, 홈마도 깨달았다.
뒷면에 있는 글자를, 앞면 방향에서 본다고 생각한다면….
‘…거꾸로, 반대 방향으로 보이는 거잖아!’
그렇다면, 코드를….
타다다닥.
그녀는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것을.
이렇게, 반대로!
“…그래!”
그리고 엔터를 누르는 순간.
우우우웅-!
밝은 빛과 함께, 철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발끝이 짜릿해졌다.
‘우와….’
그리고 빛이 가라앉은 뒤.
화면 속, 사면이 철제 벽인 작은 방의 정 가운데.
육각형 유리관 안에 아름다운 녹빛 보석이 들어있었다.
황홀한 BGM이 깔렸다.
‘소품 진짜 멋지다….’
카메라가 천천히, 보석으로 다가갔다….
장갑 낀 손이 뻗어 나왔다. 그리고….
▶[보석을 잡는다.]
▶[질문한다.]
“…….”
선택지가 떴다.
‘후.’
홈마는 팔짱을 꼈다.
이 게임은 세이브와 로드가 없었다.
이미 본 이벤트를 스킵할 수는 있었지만, 한 번 저지른 선택을 직전으로 돌이키는 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진상을, 밝혀야 해.’
그게 진엔딩의 의미라고 SNS 친구들이 그랬다!
홈마는 마치 탐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침을 삼킨 후 아래를 눌렀다.
그러자… 화면 속 배세진이 손을 거뒀다.
그리고 선아현에게 고개를 돌렸다.
-…우릴 왜 여기로 안내한 거지?
-…….
-네 목적은 뭐야? 왜 보석을, 그러니까 투타쿨룸을 우리한테 왜 주는 건데?
그때였다.
-…! 잠깐만.
누군가 끼어들었다.
…괴도식 가죽정장으로 바꿔입은, 죄수 박문대.
그가 낮은 목소리로 빠르게 물었다.
-투타쿨룸이라니?
배세진이 대꾸했다.
-이 보석이 투타쿨룸잖아.
박문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니, 그건… 여기서 관리하는 수감자들한테 투여하는 약물이야.
-…!!
-보석이 아니라고. 투타쿨룸(tut?culum)은… 여기서 약물을 의미하는 암호인데.
미, 미친.
‘초능력자 만들어주는 약물이….’
아니, 그러고 보니 그것도 녹색이었던 것 같았다. 홈마는 이 반전에 다시 입을 틀어막으며 화면을 쳐다보았다.
“…….”
카메라가 서서히 돌아간다.
류청우가, 금발의 간수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럼,
-이 보석은 뭐지?
그 순간.
화면이 꺼졌다.
“…?!”
그리고 그제서야, 선아현의 목소리가 검은 화면에서 부드럽게 울렸다.
-신비롭고 무서운, 검은 진압봉의 간수는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시선의 끝에는… 죄수가 있었습니다.
잔잔한 BGM과 함께, 다시 화면이 밝아졌다.
그리고 드러나는 것은… 다락방이었다.
보드게임을 가운데 두고, 따스한 램프 불빛 사이, 마룻바닥에 앉은 테스타.
티저에 나왔던 그 장면.
“…??”
홈마는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선아현의 차분한 목소리는 계속되었다.
-플레이어들의 차례입니다.
편히 앉아있던 차유진과 박문대가 동시에 미간을 움찔거렸다. 죄수 역이던 두 사람이었다.
턱을 괴고 있던 류청우가 신중히 말했다.
-죄수를 봤다잖아. 보석을 죄수한테 주고 싶었던 걸까? 보상금?
-사이코패스가 따로 없던데 잘도 그러겠어.
차유진의 투덜거림 다음, 박문대가 턱을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음, 해커가 이렇게 단기간에 여러 명을 같은 편으로 설득할 정도면, 차후 위협이 될 것 같으니까. 진짜 보석을 쥐어주고 돌려보내려던 게 아닌가. 속이는 거지.
-아아~ 미련이 없게.
이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쾌활히 웃었다.
-좋아! 그럼 내가 이렇게 말할게.
그러자, 화면이 빨려 들어가더니, 다시 배경이 비밀 시설 속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괴도 복장의 이세진이 말했다.
-저도 질문이 있는데요~
-Keep It Safe. 그 구호 말인데…. 사실 Safe가 아니고 Sacrifice 아니에요? 간수장님. 우리가 대체 뭘 안전하게 지키는 거죠?
-규칙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별로 안 지키는 것 같아서요~
그 후로는 그동안 게임을 진행하며 알아낸 시설의 비밀을 이용한 진실 공방이 이어졌다.
그리고 결론은….
-감옥이 아니라… 연구기관이었어.
이 시설이 괴이한 능력을 주는 이 약물, 투타쿨룸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기관이었다는 것이다!
‘오.’
그간 수집한 정보가 하나하나 맞춰 들어가는 것은 제법 흥미진진했다.
-맞지?
다시 빨려들 듯 다락방으로 풍경이 돌아가는 것은 여전히 이유를 모르겠지만 말이다.
부드러운 선아현의 목소리는 듣기 좋았다.
-그러나 금발의 간수는 동요하지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우우우우!
-싸워야 하나?
-싸우자. 주사위 굴릴게.
전투적인 멤버들의 반응에, 책을 들고 있던 선아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럼… 누가?
-당연히 힘 제일 센 사람이 해야겠지?
-…….
김래빈이 내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차며 주사위를 들었다. 그리고 선아현도 주사위를 들었다.
-저는 육면체를 굴릴 겁니다. 최대 숫자가 6이죠. 플레이어는 그대로 십면체, 최대 숫자가 10이에요. 큰 차이죠.
-그래도 플레이어의 십면체 숫자가 더 작다면, 플레이어는 간수장을 제압할 수 있어요.
말도 안 되는 사기라고 야유할 법도 한데, 다들 대단히 몰입한 것인지 고개만 끄덕이고 있다.
홈마도 그랬다가, 곧 현실을 깨달았다.
‘어어, 설마 내가 굴리나?’
그리고 그 예감은 맞았다.
‘헐!’
화면에 나타난 주사위에, 홈마는 거의 내적 비명을 지르며 확률을 계산하다가… 결국 마우스에 다시 손을 올렸다.
그리고 눌렀다,
“악.”
데구르르르….
십면체 주사위가 구르고… 굴러서… 수치는….
‘…아, 안 돼.’
너무 커!
홈마는 피가 식는 기분으로,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화면을 보았다.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선아현이 자신의 책 안쪽으로 주사위를 던지고 있어서, 수치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선아현의 얼굴 위로, 군청색 제복의 표정 없는 간수가 잠깐 겹쳐진다.
‘어?’
하지만 잠시 뒤.
선아현은 방긋 웃으며, 책을 치웠다.
검은 주사위가 보인 숫자는….
-제압했어.
-대박!
-오오~
환호가 터진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선아현이 웃으며 책을 덮었다.
-보석을 손에 넣고, 성공적으로 ‘KIS’ 재단에서 빠져나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게임마스터였습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 재밌었다!
-불러줘서 고맙다. 해보니까 재밌네.
-아, 아니야….
선아현은 부드럽게 웃으며 들고 있던 종이책을 내려놓았다.
아까 말한 대로, 그는 이 보드게임을 진행하는 역할이었던 것 같다.
‘아, 이런 거 미드에서 봤던 것 같은데?’
미국 하이틴 컨셉이라 이렇게 나온 거구나!
홈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현이가 핵심 역할이긴 했네!’
그래도 분량이 적은 건 아현이 팬들은 좀 아쉽겠다. 무심코 그런 생각이 지나갔지만, 어쨌든 화면 속 귀여운 테스타의 모습과 전개에 빠지며 쓱 흘러갔다.
-너 너드 같다, 싫다고 난리 치더니 의외로 즐기던데~?
-누구든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서 학교에서 이야기하면 가만 안 둘 줄 알아요.
-요놈 봐라!
차유진과 이세진이 투탁거리는 가운데, 김래빈이 턱을 문지른다. 다소 살벌한 은제 악세사리가 흔들렸다.
-배경이 2025년이었지. 1999년에 세상이 망한다는데, 그것보다도 나중 시대에 나한테 힘만 강한 역할을…….
-납치당한 실험체였던 나보다 낫잖아.
-실험체가 나아.
김래빈은 암울하게 대꾸했지만, 박문대는 그냥 피식 웃었다. 그리고 선아현도 그 모습은 보며 헤헤 웃었다.
그 부드러운 광경 속에서, 배세진이 미소 지으며 자신의 주사위를 내려놓았다.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비밀스러운 감금시설, 초능력자 실험, 해커와 괴도, 그리고 짜릿한 탈출까지. 대단한 여정이었다.
보드게임 속, 보석 토큰이 화면에 클로즈업으로 비추어졌다.
-우리가 알아낸 비밀이 놀라웠지만, 어쩌면 또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같은 이야기를 한 번 더 진행해도 재밌을 것 같다.
카메라가, 은은한 램프 불빛에 물든 다락방 속 테스타를 한번 비추었다.
-…언젠가, 또 플레이하러 왔으면 좋겠다.
카메라가 위로 올라가며, 둥글게 앉은 화목한 테스타의 모습을 잡는다.
부드럽게 편곡된 이번 앨범의 서브곡과 함께, 자막이 떠올랐다.
~In the tut?culum. (은신처에서)
진엔딩이었다.
“하….”
그녀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러니까 이 게임은, 전 앨범의 80년대 미국 하이틴 테스타가 보드게임을 하는… 그런 컨셉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리패키지 앨범…….’
다 이어져 있었구나….
홈마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을 느끼며, 다시 올라오는 엔딩 크래딧을 보았다.
그동안 봤던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지나가고, 다락방에서의 장면들과, 캐릭터 디테일들이 확확 지나갔다.
“…….”
뽕이 끝없이 차오르고 있었다.
무대가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무대를 보려면 아직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였다.
‘또 플레이 할게!’
* * *
그녀는 당장 급한 일만 처리한 뒤, 아이콘을 다시 누르고 게임에 재접속해버렸다.
이번에는 다른 버전이었다.
‘간수!’
문대가 메인인 건 피날레를 위해 미뤄뒀다!
그리고 한 번 더 진엔딩을 보기 위해, 열심히 스킵을 누르며 진행했다.
‘아, 진짜 재밌네.’
가슴이 뛰었다. 이 버전에서는 대체 어떤 새로운 걸 보여줄까?
그렇게 나란히 간수복을 입은 테스타들이 드디어 코드를 누르는 상황까지 갔을 때!
“좋아!”
그녀는 얼른 포토 카드를 집어다가, 아까처럼 거꾸로 입력하기 시작했다.
‘좋았어!’
그리고 엔터를 누르는 순간이었다.
‘이제 문이 열리면서 보석이….’
분명 그래야 했는데.
그대신.
금발의 간수가 카메라를 돌아보았다.
선아현.
‘…어?’
-잘못 눌렀어.
“…??”
-다른 버전의 코드잖아.
그리고 게임 속 제복 선아현은, 미소 지었다.
간수의 모습으로 처음으로 짓는 미소였다.
-괜찮아.
-하지만… 이걸 실수했다는 건.
면장갑이 카메라를 훔쳤다.
-많이 플레이했다는 뜻이구나.
“…?!”
방금… 플레이라고?
-그렇지? 그러니까 우연히, 카드에 적힌 코드를, 그대로도 아니고, 반대로 적어야 하는 건데도, 실수할 정도로… 많이 했다는 뜻이야.
BGM이 사라졌다.
아니, 어느새… 화면의 각도도 변했다.
다른 멤버들이 같이 보이던 게임 속 세상은, 어느새 선아현만 보이고 있었다.
그 순간.
-계속 플레이하자.
히든 루트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