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46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62화
‘미친.’
홈마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게임 설치가 완료될 때까지 기다렸다.
원래 현대인이라면 앱 설치 중에 잠깐 스마트폰으로 카톡이나 SNS, 웹서핑을 하는 것이 국룰이었으나 도저히 그럴 정신이 아니었다.
‘대체 이런 걸 언제 어떻게 만든 거지?’ 따위의 의문이나 분석을 할 여유도 없었다. 그냥 설렘과 벅참, 압도적 기대로 긴장감처럼 심장이 쿵쿵거렸다.
그리고 잠시 후.
[설치가 완료되었습니다.]
-바로 실행하기 (? )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박스를 체크했다.
그러자, 화면이 검게 변하며 로고가 지나간다.
[Ruin Factory Area]
-Stars Orbit
그리고 기업이나 산업 재해를 떠올리게 변형된 테스타의 로고가 상단에서부터 내려오면서, 타이틀이 뜨는 것이다.
[Roll the Dice]
~please enter the code
부드럽게 흐르는 것은, 약간 음산하고 현대적으로 리믹스된 이번 타이틀곡의 메인 멜로디.
뒤로는 어두컴컴한 마룻바닥과 보드게임판, 그리고 주사위가 투영된다.
완벽한 퀄리티였다.
“와아아악.”
이렇게까지 본격적이라고?
홈마는 거의 당황에 가까운 기쁨을 느꼈으나, 동시에 은근히 걱정도 느꼈다.
‘근데 나 게임 잘 모르는데….’
기껏해야 팬서비스용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되니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 약간 주저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게임의 불문율도 잘 몰랐고, 컨트롤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도 모바일 게임이라서 대충 즐겼을 정도였다.
그리고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 은근히 호불호가 갈리겠다 싶기도 했다.
‘으음.’
물론 쌓인 기대감이 모든 것을 이겼다. 주저할 시간은 없다!
“가자!”
그녀는 용감하게 ‘New game’을 눌렀다!
그러자, 글자들이 빨려들 듯 사라지며, 주사위가 굴러갔다….
짧은 로딩.
그리고… 화면이 밝아졌다.
[2025. 06. 01.]
[PM 07:03]
-유후!
석양이 지는 도로를 질주하는 스포츠카가 컴퓨터 화면을 채웠다.
“…??”
뭐야, 이게.
심지어 스포츠카에 탄 사람들도 초면이시다.
웬 선글라스를 낀 남녀였는데, 남자 쪽도 절대 테스타 같지는 않았다.
게임 캐릭터인데 어떻게 확신할 수 있냐면….
‘실사인데?’
그래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
신나는 음악에 맞춰 질주하는 스포츠카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연결되었다.
혹시 불량 제품이 잘못 배송되었나 오해할 수도 있는 순간이었지만, 그녀는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았다.
‘이거… 포즈네.’
스포츠카에서 흐르는 곡은 테스타의 직전 신곡인 ‘Pose’였다. 드라이브에 알맞은 경쾌한 댄스곡이 BGM처럼 흘렀다.
‘이게 테스타 앱 맞아.’
그래서 그녀는 잠시 기다려 보기로 했다.
화면 속 스포츠카는 석양으로 붉게 물든 산속의 도로를 계속 질주했다.
그리고 이윽고 이변이 나타났다.
도로가 막힌 것이다.
“…?”
노란색과 검은색이 교차하는 거대한 바리케이드와 깜박이는 비상등이 도로 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뭐여?
음악이 줄어든다.
그리고 멈춰 선 스포츠카로 누군가 뚜벅뚜벅 다가왔다.
훤칠한 키의 남성이다.
-잠시만요, 선생님.
“헐.”
이세진이었다!
경찰 제복을 입은 단정한 옷매무새의 이세진은 웃으며 스포츠카로 고개를 기울였다.
운전석에 앉은 여성이 불량하게 팔을 까딱거렸다.
-왜 그러시는디요?
-아, 지금 이 앞 도로가 통행이 통제되고 있어서요. 죄송하지만 돌아서 큰길 이용 부탁드립니다.
-큰길이 어디 바로 나오는가? 30분은 더 돌아가야 하는데 내 이유라도 좀 들어봅디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 공무 집행 중이라 자세한 부분은 설명이 어렵습니다. 부탁드릴게요.
이세진은 서글서글 상냥하게 말하며 웃었다.
‘잘생겼다….’
이마가 드러난 머리가 끝내주게 잘 어울렸다.
그러나 운전석에 앉은 여성은 애인에게 정말 충실한 타입인지 저 이세진을 보고도 용케 혹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대신, 계속 묘한 눈으로 이세진을 훑는 것이 의미심장하게 카메라에 잡힌다.
-…….
-선생님, 차 돌려주시겠어요?
묘한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BGM이 달라졌다.
‘뭐, 뭐야.’
-경찰 선생님이 참 젊으시네.
-아, 이번에 발령이 나서요. 하하.
-그래요?
-네. 그럼 불편하시겠지만, 꼭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이세진은 끝까지 웃으며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러나 긴장감 넘치는 BGM과 묘하게 커진 발소리는 끝나지 않았다.
뚜벅, 뚜벅.
“…….”
그리고 이세진이 붉은 석양빛을 받으며 초소에 들어가고 난 후.
부웅.
스포츠카는 차를 돌려, 그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휴.’
이상하게 홈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였다.
조용하던 조수석의 남성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어? 이쪽은 큰길 아니지 않아?
‘어??’
-어, 여기서 돌아가면 바로 절로 다시 연결되는 거예요, 자기야.
-뭐?
-우리 저놈아가 막은 도로로 갈 거야.
예??
그리고 홈마의 심정을 대변하듯 조수석의 남자도 경악했다.
-왜 거길 들어가? 자기, 경찰이 막았다잖아요.
-경찰?
운전자가 코웃음을 쳤다.
-과속하는 스포츠카 보고 저래 사근사근 말하는 짭새 봤는가?
-뭐?
-그리고 봐라. 도로 막은 거, 저거.
조수석의 남자가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화면의 시야도 돌아갔다.
바리케이드.
그것이 다시 한번 느릿하게 화면에 잡히며, 회상처럼 이세진의 웃는 하관이 교차했다.
운전석 여성의 목소리가 울린다.
-바리케이드 저거 경찰 거 아이다. 싸제야.
-…!!
-내 보기엔 저 새끼 저거 경찰이 아닌 거 같애요.
-아….
-저놈 어린 거 봐라. 어디서 위튜버? 비제이? 그런 놈이 장난치는 거 아니가. 카메라 숨겨놓고.
그 순간이었다.
스포츠카의 시야 하단이 살짝 반투명하게 까매지더니, 화면 위로 무언가가 떠 올랐다.
▶[그럴 수도 있겠네. -안심]
▶[그걸 어떻게 확신해? -경계]
선택지였다!
‘그렇지. 게임이니까 선택지가 나오는구나.’
좀 낯설지만, 마음에 끌리는 걸 고르면 되는 거겠지 싶었다.
그런데….
[00:10:00]
시간제한이 있다!
‘10초?!’
그녀는 당황했으나, 곧 왠지 모를 감으로 아래를 선택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해?
영화 클리셰에서 온 감이었다.
막아놓은 곳을 굳이 들어가면, 무조건 안 좋은 사건이 시작되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세진이가 오지 말라잖아!’
그럼 들어가지 말라고! 왜 가! 진짜 경찰인지가 중요해?
‘아이돌이라도 말 들어줘!’
아니, 애초에 테스타 입장도 아닌 이 사람들 입장을 왜 자신이 골라주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시간제한의 압박에 허둥지둥 고르자.
-아, 내 못 믿냐.
운전석 사람이 화났다!
[상대가 불쾌해합니다.]
“으아악.”
잠깐, 위의 답을 고르고 달래주는 게 정답이었나?
그녀는 혼란에 빠졌지만, 진행은 멈추지 않았다.
-그, 그건 아닌데….
-그럼 딱 보고 있어. 내가 우리 자기 비행기 안 늦게 딱 가준다.
운전석의 사람은 그렇게 말하더니 한 손으로 스포츠카를 거칠게 돌리며 쾌속 질주를 시작했다.
카메라가 멀어지며, 그 스포츠카가 ‘통행금지’ 표지판으로 막아둔 도로 쪽을 샛길로 억지로 진입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어둑어둑해진 산속의 음산함을, 잡는다….
“…….”
그녀는 침을 삼키며, 스릴러 영화를 볼 때처럼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저거 뜬금없네.
라이트를 켠 채 어둑한 산길을 지나던 스포츠카는, 갑자기 나타난 웬 낡은 건물 앞을 지나게 되었다.
콘크리트로 대강 때운 것 같은 회색 건물이었다.
큰 크기였으나,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공장? 아니야?
-아, 그런가.
-산에 있기엔 좀 특이하긴 하다.
그리고 슬로우 화면으로, 스포츠카 탑승자의 시야를 통해 천천히 건물의 외양을 훑는가 싶더니….
외곽의 양각 문양 하나를 잡는다.
[K.I.S]
홈마도 떠올렸다.
‘뮤직비디오에 나왔던 것 같은데?’
맞다. 그 회색 복도 바닥에 있던 이니셜이었다.
설마 이 사람들이 그 감옥에 플레이어 입장으로 들어가는 걸까?
‘그래, 시야도 이제 이 사람들 1인칭 시야가 됐으니 그럴 수도 있겠어.’
그녀 나름대로 추측하고 있을 때였다.
-어, 저건….
그 순간.
쿵.
스포츠카가 전복했다.
“…?!”
어?
그리고 폭발했다.
-퍼퍼퍼퍼퍼펑!!
미친 듯이 회전한 화면이 튕기며 바닥을 굴렀다.
‘으아악!!’
미친!
홈마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카메라의 시야는 비틀거리며 반파된 스포츠카를 비추는가 싶더니… 곧 바닥을 더듬는 손이 보였다.
그리고 선택지가 떴다.
▶[스마트폰을 잡는다.]
▶[동승자를 부른다.]
이건… 이건!
‘동승자 불러봤자 의미 없어! 스마트폰이야!’
부른다고 다친 사람이 낫는 것도 아니니까 일단 생산적인 행동부터 해야 한다!
그녀는 냉큼 위를 눌렀다.
그러자 기쁘게도, 바닥을 더듬던 손은 스마트폰을 찾아냈다!
‘예이!’
무심코 몰입한 그녀가 119를 누르는 손을 응원하려는 순간.
-아악!!
스마트폰이 고장 났다는 것이 드러났다.
“윽.”
이, 이거 답이 없는데?
뭘 잘못 고른 것 같다며, 식은땀을 흘린 홈마가 게임 재시작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괜찮으세요?!
고개를 돌린 듯 화면이 휙 돌아가자, 경찰복을 입은 훤칠한 인영이 황급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바로 이세진이 뛰어온 것이다.
-잠시만요!
‘어어어? 뭐지?’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몰라 당황하는 순간이었다.
다가온 이세진은 당장 손부터 내밀었다.
-그건 저 주시고.
그는 부축에 방해가 되는 스마트폰을 부드럽게 빼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플레이어와 눈을 마주친 채로 마취총을 쐈다.
“…?!”
시야가, 아니, 순간 화면이 흐릿해졌다.
적막.
-…….
짧은 공백 뒤, 다시 나타난 화면은 이세진의 어깨 뒤편이었다.
아무래도 이세진에게 들쳐 업힌 것 같았다.
“…??”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가운데.
이세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매번 통하네, 매번.
그리고 화면이 다시 움직였다.
빨간 프레임, 찌그러진 철제 차체와 연기.
플레이어는… 반파된 스포츠카 속으로, 다시 밀어 넣어진 것이다!
“어어어억?!”
-알아서 규칙을 어겨주니까 얼마나 좋아요. 나는 할 일 다 해서 양심의 가책이 없네.
“…!!”
미, 미친!
그리고 스포츠카 밖에 서 있는 이세진의 멀끔한 얼굴이 다시 보였다.
그는 수첩을 꺼내 들고 있었다.
-자, 이번에도…….
-‘통행금지 표기’… 했고, ‘직접 고지’ 했고, ‘친절함’ 했고, ‘반복 강조’….
이세진은 정말 경찰관처럼, 모자를 잡고 찡긋 인사했다.
-차 돌려달라고 했죠?
-끄윽…….
-예예. 안 들을 줄 알았습니다~
쾅.
스포츠카의 문이 닫혔다.
그리고 반파된 빨간 스포츠카는 검은 차량에 견인되어, 끌려가기 시작했다.
그 뒤로, 검은 차량에 탄 이세진의 허밍이 BGM처럼 울려 퍼졌다.
-으으음~
테스타의 직전 앨범에서 느긋한 이지리스닝 곡으로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수록곡이었다.
그리고 그 소름 끼치는 위화감 위로, 자막이 떠오른다.
[Prologue End]
-Welcome to the K.I.S
홈마는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이게 뭐야!?’
* * *
멘탈이 털린 홈마는 30초 후에야 엔터 버튼을 누르고 챕터 1에 진입할 수 있었다.
전적으로 이세진의 잘생김에 설득당했기 때문이다.
‘문대도 엄청 잘생기게 나올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본인도 인지하진 못했지만, 스토리가 충격적이고 박진감이 넘치는 것도 한몫했다.
‘좋아!’
그렇게 본편으로 돌입한 게임은, 이번엔 제대로 멤버의 입장에서 진행되었다.
-태워드릴까요?
비가 오는 가을날. 지갑을 잃어버린 배세진은 류청우의 도움을 받아서 그의 자가용에 탑승해 출근하게 된다.
그리고 류청우에게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게 되는 것이다.
-훔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예?
-해커가 필요해요.
그렇다! 배세진은 해커였다.
하지만 그렇다면….
‘…래빈이는?’
뮤직비디오에서 모니터실에 앉아 있었는데?
지금도 자가용 뒷자리에서 안경 쓰고 노트북을 보고 있는 것이 꼭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홈마는 기꺼이 그걸 질문하는 선택지를 골라보았다.
-저쪽도 해커… 아니에요?
-아뇨. 힘만 세요. 정말… 힘은 세요.
“으하학.”
뒷자리에서 고개를 기웃거린 김래빈이 다시 고개를 내렸다.
참고로 김래빈은 정말 시설에 침입한 후에도 공격력 최강자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주어 홈마를 즐겁게 해준다.
어쨌든, 류청우가 배세진에게 보여준 것은 ‘tut?culum’(투타쿨룸)이라는 보석에 대한 정보였다.
-투타쿨룸?
-라틴어로 보호, 은신처라는 뜻이라네요. 이 보석이 위치한 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열쇠 같습니다.
이전에 동료에게 받은 것이라며, ‘열쇠’ 모양의 장치를 넘겨주고 분석을 부탁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회상으로 처리되며, 바로 시설에 잠입하는 컷으로 연결되었다!
-그런데 하필, 그곳이 이런 이상한 보호관리감금 시설이었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손에 땀을 쥐는 숨바꼭질과 선택의 연속이었다….
‘으아악.’
이미 프롤로그에서 이세진의 매운맛에 당한 홈마는 아무리 이세진이 잘생겼어도 절대 잡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캐릭터를 운용하든 절대 간수와 만나지 않기 위해 힘쓰며, 최대한 선택지를 잡아갔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하나의 시스템이 더 추가되었다.
바로 10면체 주사위다.
때구르르르….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주사위를 굴려 숫자가 작으면 만회할 기회를 줬다!
치명적인 실수일수록 요구하는 수치가 더 작았다.
‘후우우!’
-오~ 오늘의 커피.
그녀는 이세진의 눈을 간발의 차로 피하며, 간신히 캐비닛에 숨어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애의 얼굴도 보게 된다.
-음.
“으아악!”
문대는 실험실에 있었다!
문제는, 주사 같은 것을 놓고 있었는데… 식은땀을 흘리며 엄청 괴로워 보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본인이 주사기를 제거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안 돼, 제발.
▶[주사기를 부순다. -동정]
▶[그냥 둔다. -부동심]
으아아악!!
김래빈을 움직이던 홈마는 경악했으나, 결국 떨리는 손으로 위를 향했다.
‘미안해, 문대야…!’
하지만 여기서 주사기를 안 부수면…! 영화 클리셰에서는 문대가 죽는단 말이야!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주사기를 부수자 문대는 바로 안정되었다.
그녀는 정신을 잃고 편안한 얼굴로 쓰러진 문대의 클로즈업 샷을 눈물 어린 눈으로 보며 캡처를 눌렀다.
김래빈은 다행히 문대를 들어 업고 안전한 장소로 옮겨주었다.
‘다행이야….’
과몰입한 홈마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어쨌든, 이후로 철문 안 차유진과 기 싸움을 하며 정보를 알아내는 류청우나, 아찔한 추격전 따위가 이어졌다.
그리고 곧 괴도들은 이곳이 실험체를 가둬두는 이상한 곳이며, 자신들이 얻은 ‘보석’에 대한 정보는 실험체 낚시의 일환이라는 추리를 마치게 된다.
-탈출해야 해.
그래서 그들은 경로를 수정하고, 곧 차유진의 어그로 덕에 정식 탈출로를 발견하게 되는데….
여기서 최후의 난관이 있었다.
-이 외곽만 돌면….
-쉿.
‘헉, 아현이!’
뚜벅, 뚜벅.
진압봉, 장갑, 군화, 턱. 눈.
복도 너머에서 걸어오는 것은 영화와 같은 미장센으로 연출되었다.
선아현은 이 영화, 아니, 게임 내내 서늘하고 차분한 느낌으로만 등장했다.
그게 또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려서 의외의 매력이 있었다.
‘역시 얼굴이다….’
홈마는 침음했다.
그리고 어쨌든 직감했다.
‘그 뮤직비디오에서… 배세진이 탈출할 때 진압했던 게 아현이 같았다는 암시가 있었잖아!’
이게 그 힌트였던 게 분명했다. 그녀는 두근거리면서 무조건 선택지에서 ‘숨기’를 연타했다.
-…….
놀랍게도, 올바른 선택 같았는데도 주사위가 떴다.
[기준치 : 6]
60%의 확률!
홈마는 이를 악물었다.
떼구르르르….
‘제발, 제발…!’
천천히 멈춘 주사위가, 가리킨 눈은….
[2]
“됐다!!”
선아현은 유유히 복도 너머로 사라졌다.
그렇게, 무사히 그 턴을 넘겼다.
‘휴.’
-가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배세진이 거대한 철문을 향해 다가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뮤직비디오에서 봤던 그 씬이었다.
잠금 패드에 열쇠를 대고, 이제 코드를 입력하면….
‘어?’
그러고 보니….
[______]
코드가 뭐지?
“…….”
게임 진행이 멈추었다.
그러니까, 전처럼 10초의 시간제한은 없었다. 아무 때나 편하게 입력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체 무슨 코드란 말인가?
그 순간, 배세진의 내레이션이 화면에 흘렀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코드다.
-이 열쇠를 받을 때 괴도에게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가 회상하는 류청우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열쇠를 분석해 주셨으면 합니다.
배세진의 눈이 클로즈업되었다.
-그리고 나는 분석했었다.
-괴도가 원하는 정보가 나왔다. 이곳의 위치, 보석의 가치 같은. 하지만 일부러 집어넣은 듯한 더미 데이터도 많았다.
-찾기 힘들게 용량을 키우기 위한 것처럼 말이다.
-그때 무심코 지나칠 뻔했던 더미 데이터 중, 남성의 사진 한 장도 있었는데… 그 사진의 뒷면에, 코드가 있었다.
거기서 내레이션은 끝났다.
‘뭐, 뭐지?’
홈마는 당황해서, 자막을 다시 읽었다.
‘남성의… 사진 한 장.’
“…….”
설마?
“헉!”
그녀는 벌떡 일어서서, 아까 USB를 꺼낸 뒤 옆으로 밀어둔 앨범 박스를 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 남아 있던 단 하나의 구성품을 꺼내 들었다.
포토 카드.
송곳 끝을 입에 물고 있는 김래빈의 포토 카드 뒷면에는, 로고와 함께 코드가 적혀 있었다.
[Roll the Dice]
~please enter the code
[AW23-5DQ2-B25E]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입력했다.
…엔터를 치는 순간.
화면 속의 배세진도, 잠금 패드 위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문이 열렸다.
“됐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두 손을 불끈 쥐었다가, 곧 깨달았다.
‘와!’
이거 앨범 산 보람을 엄청 느끼게 해주는 구조네!
어쨌든, 그녀는 반사적으로 해피 엔딩을 직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마 자신이 본 것이 ‘노말 엔딩 -3’정도라는 것을 까마득히 모르는 겜알못의 반응이었다.
어쨌든, 이제야 평가도 조금 내려보기 시작했고 말이다.
‘진짜 몰입 대박이었어!’
대체 이걸 어떻게 찍은 건지, 얼마나 애들이 갈렸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에라도 다시 해서 다른 선택지도 골라보고 싶었다!
가장 중요한 의상도 마음에 들고, 연기도 액션이 주라 그런지 오글거리지 않고 좋았다.
솔직히, 배세진이 워낙 연기를 잘해서 시너지가 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점은….
‘아, 너무 괴도들이 주인공같이 나오기는 했지?’
분량의 문제도 약간 있지만, 묘하게 이벤트 같은 게 괴도의 입장에서 구성된 느낌이었다.
‘아, 아현이는 진짜 분량도 좀 적고.’
그리고 보드게임은 대체 뭐였는지, 아직도 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지만…….
‘진짜… 말도 안 되는 퀄리티였어.’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는데, 등장인물들이 뭘 할지를 내가 고르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거라면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팬이라도 좋아할 것 같았다.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를 제대로 접한 것이 처음인 그녀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생각해도 착장 너무 좋았… 하, 진짜 너무 최고다.’
그녀는 에필로그가 로딩되기를 기다리며, 그제야 겨우 화장실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챙겨 들었을 때였다.
-빨리 앨범 다른 버전도 플레이해 보세요 의리로 해드리는 말씀입니다 정말입니다
“…??”
-미친 버전 2로 하니까 프롤로그 달라짐 죄수 나옴
-이거 앨범 3종이었던 게 설마 진영 선택이었어요?? 괴도 죄수 간수?
뭐, 뭐라고?
-메인스트림은 거의 똑같은데 개인 이벤트가 달라요 헐 뭐야
“…….”
홈마는 당황해서 화장실이고 나발이고 택배 박스로 달려갔다.
그리고 USB 두 번째 박스를 개봉했다.
혀를 살짝 드러낸 차유진의 포토 카드를 밀며 허겁지겁 꺼내 든 두 번째 USB 앨범.
그녀는 침을 삼켰다.
‘이, 이것부터 해야 하나?’
문대가 죄수니까 문대를 많이 보려면 이걸 해야 하는 건가, 홈마가 혼란에 빠졌을 때.
또 스마트폰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어 이거 주사기 안 부수니까 문대 괴도편 되는데
-미친 박문대 괴도복 돌았냐 허벅지! 허벅지!
“…?!”
그… 그건 또 뭐야…?
바야흐로, 테스타의 앨범 떡밥 구렁텅이의 시작이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62화
‘미친.’
홈마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게임 설치가 완료될 때까지 기다렸다.
원래 현대인이라면 앱 설치 중에 잠깐 스마트폰으로 카톡이나 SNS, 웹서핑을 하는 것이 국룰이었으나 도저히 그럴 정신이 아니었다.
‘대체 이런 걸 언제 어떻게 만든 거지?’ 따위의 의문이나 분석을 할 여유도 없었다. 그냥 설렘과 벅참, 압도적 기대로 긴장감처럼 심장이 쿵쿵거렸다.
그리고 잠시 후.
-바로 실행하기 (? )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박스를 체크했다.
그러자, 화면이 검게 변하며 로고가 지나간다.
-Stars Orbit
그리고 기업이나 산업 재해를 떠올리게 변형된 테스타의 로고가 상단에서부터 내려오면서, 타이틀이 뜨는 것이다.
~please enter the code
부드럽게 흐르는 것은, 약간 음산하고 현대적으로 리믹스된 이번 타이틀곡의 메인 멜로디.
뒤로는 어두컴컴한 마룻바닥과 보드게임판, 그리고 주사위가 투영된다.
완벽한 퀄리티였다.
“와아아악.”
이렇게까지 본격적이라고?
홈마는 거의 당황에 가까운 기쁨을 느꼈으나, 동시에 은근히 걱정도 느꼈다.
‘근데 나 게임 잘 모르는데….’
기껏해야 팬서비스용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되니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 약간 주저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게임의 불문율도 잘 몰랐고, 컨트롤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도 모바일 게임이라서 대충 즐겼을 정도였다.
그리고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 은근히 호불호가 갈리겠다 싶기도 했다.
‘으음.’
물론 쌓인 기대감이 모든 것을 이겼다. 주저할 시간은 없다!
“가자!”
그녀는 용감하게 ‘New game’을 눌렀다!
그러자, 글자들이 빨려들 듯 사라지며, 주사위가 굴러갔다….
짧은 로딩.
그리고… 화면이 밝아졌다.
-유후!
석양이 지는 도로를 질주하는 스포츠카가 컴퓨터 화면을 채웠다.
“…??”
뭐야, 이게.
심지어 스포츠카에 탄 사람들도 초면이시다.
웬 선글라스를 낀 남녀였는데, 남자 쪽도 절대 테스타 같지는 않았다.
게임 캐릭터인데 어떻게 확신할 수 있냐면….
‘실사인데?’
그래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
신나는 음악에 맞춰 질주하는 스포츠카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연결되었다.
혹시 불량 제품이 잘못 배송되었나 오해할 수도 있는 순간이었지만, 그녀는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았다.
‘이거… 포즈네.’
스포츠카에서 흐르는 곡은 테스타의 직전 신곡인 ‘Pose’였다. 드라이브에 알맞은 경쾌한 댄스곡이 BGM처럼 흘렀다.
‘이게 테스타 앱 맞아.’
그래서 그녀는 잠시 기다려 보기로 했다.
화면 속 스포츠카는 석양으로 붉게 물든 산속의 도로를 계속 질주했다.
그리고 이윽고 이변이 나타났다.
도로가 막힌 것이다.
“…?”
노란색과 검은색이 교차하는 거대한 바리케이드와 깜박이는 비상등이 도로 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뭐여?
음악이 줄어든다.
그리고 멈춰 선 스포츠카로 누군가 뚜벅뚜벅 다가왔다.
훤칠한 키의 남성이다.
-잠시만요, 선생님.
“헐.”
이세진이었다!
경찰 제복을 입은 단정한 옷매무새의 이세진은 웃으며 스포츠카로 고개를 기울였다.
운전석에 앉은 여성이 불량하게 팔을 까딱거렸다.
-왜 그러시는디요?
-아, 지금 이 앞 도로가 통행이 통제되고 있어서요. 죄송하지만 돌아서 큰길 이용 부탁드립니다.
-큰길이 어디 바로 나오는가? 30분은 더 돌아가야 하는데 내 이유라도 좀 들어봅디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 공무 집행 중이라 자세한 부분은 설명이 어렵습니다. 부탁드릴게요.
이세진은 서글서글 상냥하게 말하며 웃었다.
‘잘생겼다….’
이마가 드러난 머리가 끝내주게 잘 어울렸다.
그러나 운전석에 앉은 여성은 애인에게 정말 충실한 타입인지 저 이세진을 보고도 용케 혹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대신, 계속 묘한 눈으로 이세진을 훑는 것이 의미심장하게 카메라에 잡힌다.
-…….
-선생님, 차 돌려주시겠어요?
묘한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BGM이 달라졌다.
‘뭐, 뭐야.’
-경찰 선생님이 참 젊으시네.
-아, 이번에 발령이 나서요. 하하.
-그래요?
-네. 그럼 불편하시겠지만, 꼭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이세진은 끝까지 웃으며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러나 긴장감 넘치는 BGM과 묘하게 커진 발소리는 끝나지 않았다.
뚜벅, 뚜벅.
“…….”
그리고 이세진이 붉은 석양빛을 받으며 초소에 들어가고 난 후.
부웅.
스포츠카는 차를 돌려, 그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휴.’
이상하게 홈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였다.
조용하던 조수석의 남성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어? 이쪽은 큰길 아니지 않아?
‘어??’
-어, 여기서 돌아가면 바로 절로 다시 연결되는 거예요, 자기야.
-뭐?
-우리 저놈아가 막은 도로로 갈 거야.
예??
그리고 홈마의 심정을 대변하듯 조수석의 남자도 경악했다.
-왜 거길 들어가? 자기, 경찰이 막았다잖아요.
-경찰?
운전자가 코웃음을 쳤다.
-과속하는 스포츠카 보고 저래 사근사근 말하는 짭새 봤는가?
-뭐?
-그리고 봐라. 도로 막은 거, 저거.
조수석의 남자가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화면의 시야도 돌아갔다.
바리케이드.
그것이 다시 한번 느릿하게 화면에 잡히며, 회상처럼 이세진의 웃는 하관이 교차했다.
운전석 여성의 목소리가 울린다.
-바리케이드 저거 경찰 거 아이다. 싸제야.
-…!!
-내 보기엔 저 새끼 저거 경찰이 아닌 거 같애요.
-아….
-저놈 어린 거 봐라. 어디서 위튜버? 비제이? 그런 놈이 장난치는 거 아니가. 카메라 숨겨놓고.
그 순간이었다.
스포츠카의 시야 하단이 살짝 반투명하게 까매지더니, 화면 위로 무언가가 떠 올랐다.
▶[그럴 수도 있겠네. -안심]
▶[그걸 어떻게 확신해? -경계]
선택지였다!
‘그렇지. 게임이니까 선택지가 나오는구나.’
좀 낯설지만, 마음에 끌리는 걸 고르면 되는 거겠지 싶었다.
그런데….
시간제한이 있다!
‘10초?!’
그녀는 당황했으나, 곧 왠지 모를 감으로 아래를 선택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해?
영화 클리셰에서 온 감이었다.
막아놓은 곳을 굳이 들어가면, 무조건 안 좋은 사건이 시작되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세진이가 오지 말라잖아!’
그럼 들어가지 말라고! 왜 가! 진짜 경찰인지가 중요해?
‘아이돌이라도 말 들어줘!’
아니, 애초에 테스타 입장도 아닌 이 사람들 입장을 왜 자신이 골라주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시간제한의 압박에 허둥지둥 고르자.
-아, 내 못 믿냐.
운전석 사람이 화났다!
“으아악.”
잠깐, 위의 답을 고르고 달래주는 게 정답이었나?
그녀는 혼란에 빠졌지만, 진행은 멈추지 않았다.
-그, 그건 아닌데….
-그럼 딱 보고 있어. 내가 우리 자기 비행기 안 늦게 딱 가준다.
운전석의 사람은 그렇게 말하더니 한 손으로 스포츠카를 거칠게 돌리며 쾌속 질주를 시작했다.
카메라가 멀어지며, 그 스포츠카가 ‘통행금지’ 표지판으로 막아둔 도로 쪽을 샛길로 억지로 진입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어둑어둑해진 산속의 음산함을, 잡는다….
“…….”
그녀는 침을 삼키며, 스릴러 영화를 볼 때처럼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저거 뜬금없네.
라이트를 켠 채 어둑한 산길을 지나던 스포츠카는, 갑자기 나타난 웬 낡은 건물 앞을 지나게 되었다.
콘크리트로 대강 때운 것 같은 회색 건물이었다.
큰 크기였으나,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공장? 아니야?
-아, 그런가.
-산에 있기엔 좀 특이하긴 하다.
그리고 슬로우 화면으로, 스포츠카 탑승자의 시야를 통해 천천히 건물의 외양을 훑는가 싶더니….
외곽의 양각 문양 하나를 잡는다.
홈마도 떠올렸다.
‘뮤직비디오에 나왔던 것 같은데?’
맞다. 그 회색 복도 바닥에 있던 이니셜이었다.
설마 이 사람들이 그 감옥에 플레이어 입장으로 들어가는 걸까?
‘그래, 시야도 이제 이 사람들 1인칭 시야가 됐으니 그럴 수도 있겠어.’
그녀 나름대로 추측하고 있을 때였다.
-어, 저건….
그 순간.
쿵.
스포츠카가 전복했다.
“…?!”
어?
그리고 폭발했다.
-퍼퍼퍼퍼퍼펑!!
미친 듯이 회전한 화면이 튕기며 바닥을 굴렀다.
‘으아악!!’
미친!
홈마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카메라의 시야는 비틀거리며 반파된 스포츠카를 비추는가 싶더니… 곧 바닥을 더듬는 손이 보였다.
그리고 선택지가 떴다.
▶[스마트폰을 잡는다.]
▶[동승자를 부른다.]
이건… 이건!
‘동승자 불러봤자 의미 없어! 스마트폰이야!’
부른다고 다친 사람이 낫는 것도 아니니까 일단 생산적인 행동부터 해야 한다!
그녀는 냉큼 위를 눌렀다.
그러자 기쁘게도, 바닥을 더듬던 손은 스마트폰을 찾아냈다!
‘예이!’
무심코 몰입한 그녀가 119를 누르는 손을 응원하려는 순간.
-아악!!
스마트폰이 고장 났다는 것이 드러났다.
“윽.”
이, 이거 답이 없는데?
뭘 잘못 고른 것 같다며, 식은땀을 흘린 홈마가 게임 재시작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괜찮으세요?!
고개를 돌린 듯 화면이 휙 돌아가자, 경찰복을 입은 훤칠한 인영이 황급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바로 이세진이 뛰어온 것이다.
-잠시만요!
‘어어어? 뭐지?’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몰라 당황하는 순간이었다.
다가온 이세진은 당장 손부터 내밀었다.
-그건 저 주시고.
그는 부축에 방해가 되는 스마트폰을 부드럽게 빼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플레이어와 눈을 마주친 채로 마취총을 쐈다.
“…?!”
시야가, 아니, 순간 화면이 흐릿해졌다.
적막.
-…….
짧은 공백 뒤, 다시 나타난 화면은 이세진의 어깨 뒤편이었다.
아무래도 이세진에게 들쳐 업힌 것 같았다.
“…??”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가운데.
이세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매번 통하네, 매번.
그리고 화면이 다시 움직였다.
빨간 프레임, 찌그러진 철제 차체와 연기.
플레이어는… 반파된 스포츠카 속으로, 다시 밀어 넣어진 것이다!
“어어어억?!”
-알아서 규칙을 어겨주니까 얼마나 좋아요. 나는 할 일 다 해서 양심의 가책이 없네.
“…!!”
미, 미친!
그리고 스포츠카 밖에 서 있는 이세진의 멀끔한 얼굴이 다시 보였다.
그는 수첩을 꺼내 들고 있었다.
-자, 이번에도…….
-‘통행금지 표기’… 했고, ‘직접 고지’ 했고, ‘친절함’ 했고, ‘반복 강조’….
이세진은 정말 경찰관처럼, 모자를 잡고 찡긋 인사했다.
-차 돌려달라고 했죠?
-끄윽…….
-예예. 안 들을 줄 알았습니다~
쾅.
스포츠카의 문이 닫혔다.
그리고 반파된 빨간 스포츠카는 검은 차량에 견인되어, 끌려가기 시작했다.
그 뒤로, 검은 차량에 탄 이세진의 허밍이 BGM처럼 울려 퍼졌다.
-으으음~
테스타의 직전 앨범에서 느긋한 이지리스닝 곡으로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수록곡이었다.
그리고 그 소름 끼치는 위화감 위로, 자막이 떠오른다.
-Welcome to the K.I.S
홈마는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이게 뭐야!?’
* * *
멘탈이 털린 홈마는 30초 후에야 엔터 버튼을 누르고 챕터 1에 진입할 수 있었다.
전적으로 이세진의 잘생김에 설득당했기 때문이다.
‘문대도 엄청 잘생기게 나올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본인도 인지하진 못했지만, 스토리가 충격적이고 박진감이 넘치는 것도 한몫했다.
‘좋아!’
그렇게 본편으로 돌입한 게임은, 이번엔 제대로 멤버의 입장에서 진행되었다.
-태워드릴까요?
비가 오는 가을날. 지갑을 잃어버린 배세진은 류청우의 도움을 받아서 그의 자가용에 탑승해 출근하게 된다.
그리고 류청우에게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게 되는 것이다.
-훔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예?
-해커가 필요해요.
그렇다! 배세진은 해커였다.
하지만 그렇다면….
‘…래빈이는?’
뮤직비디오에서 모니터실에 앉아 있었는데?
지금도 자가용 뒷자리에서 안경 쓰고 노트북을 보고 있는 것이 꼭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홈마는 기꺼이 그걸 질문하는 선택지를 골라보았다.
-저쪽도 해커… 아니에요?
-아뇨. 힘만 세요. 정말… 힘은 세요.
“으하학.”
뒷자리에서 고개를 기웃거린 김래빈이 다시 고개를 내렸다.
참고로 김래빈은 정말 시설에 침입한 후에도 공격력 최강자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주어 홈마를 즐겁게 해준다.
어쨌든, 류청우가 배세진에게 보여준 것은 ‘tut?culum’(투타쿨룸)이라는 보석에 대한 정보였다.
-투타쿨룸?
-라틴어로 보호, 은신처라는 뜻이라네요. 이 보석이 위치한 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열쇠 같습니다.
이전에 동료에게 받은 것이라며, ‘열쇠’ 모양의 장치를 넘겨주고 분석을 부탁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회상으로 처리되며, 바로 시설에 잠입하는 컷으로 연결되었다!
-그런데 하필, 그곳이 이런 이상한 보호관리감금 시설이었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손에 땀을 쥐는 숨바꼭질과 선택의 연속이었다….
‘으아악.’
이미 프롤로그에서 이세진의 매운맛에 당한 홈마는 아무리 이세진이 잘생겼어도 절대 잡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캐릭터를 운용하든 절대 간수와 만나지 않기 위해 힘쓰며, 최대한 선택지를 잡아갔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하나의 시스템이 더 추가되었다.
바로 10면체 주사위다.
때구르르르….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주사위를 굴려 숫자가 작으면 만회할 기회를 줬다!
치명적인 실수일수록 요구하는 수치가 더 작았다.
‘후우우!’
-오~ 오늘의 커피.
그녀는 이세진의 눈을 간발의 차로 피하며, 간신히 캐비닛에 숨어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애의 얼굴도 보게 된다.
-음.
“으아악!”
문대는 실험실에 있었다!
문제는, 주사 같은 것을 놓고 있었는데… 식은땀을 흘리며 엄청 괴로워 보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본인이 주사기를 제거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안 돼, 제발.
▶[주사기를 부순다. -동정]
▶[그냥 둔다. -부동심]
으아아악!!
김래빈을 움직이던 홈마는 경악했으나, 결국 떨리는 손으로 위를 향했다.
‘미안해, 문대야…!’
하지만 여기서 주사기를 안 부수면…! 영화 클리셰에서는 문대가 죽는단 말이야!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주사기를 부수자 문대는 바로 안정되었다.
그녀는 정신을 잃고 편안한 얼굴로 쓰러진 문대의 클로즈업 샷을 눈물 어린 눈으로 보며 캡처를 눌렀다.
김래빈은 다행히 문대를 들어 업고 안전한 장소로 옮겨주었다.
‘다행이야….’
과몰입한 홈마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어쨌든, 이후로 철문 안 차유진과 기 싸움을 하며 정보를 알아내는 류청우나, 아찔한 추격전 따위가 이어졌다.
그리고 곧 괴도들은 이곳이 실험체를 가둬두는 이상한 곳이며, 자신들이 얻은 ‘보석’에 대한 정보는 실험체 낚시의 일환이라는 추리를 마치게 된다.
-탈출해야 해.
그래서 그들은 경로를 수정하고, 곧 차유진의 어그로 덕에 정식 탈출로를 발견하게 되는데….
여기서 최후의 난관이 있었다.
-이 외곽만 돌면….
-쉿.
‘헉, 아현이!’
뚜벅, 뚜벅.
진압봉, 장갑, 군화, 턱. 눈.
복도 너머에서 걸어오는 것은 영화와 같은 미장센으로 연출되었다.
선아현은 이 영화, 아니, 게임 내내 서늘하고 차분한 느낌으로만 등장했다.
그게 또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려서 의외의 매력이 있었다.
‘역시 얼굴이다….’
홈마는 침음했다.
그리고 어쨌든 직감했다.
‘그 뮤직비디오에서… 배세진이 탈출할 때 진압했던 게 아현이 같았다는 암시가 있었잖아!’
이게 그 힌트였던 게 분명했다. 그녀는 두근거리면서 무조건 선택지에서 ‘숨기’를 연타했다.
-…….
놀랍게도, 올바른 선택 같았는데도 주사위가 떴다.
60%의 확률!
홈마는 이를 악물었다.
떼구르르르….
‘제발, 제발…!’
천천히 멈춘 주사위가, 가리킨 눈은….
“됐다!!”
선아현은 유유히 복도 너머로 사라졌다.
그렇게, 무사히 그 턴을 넘겼다.
‘휴.’
-가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배세진이 거대한 철문을 향해 다가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뮤직비디오에서 봤던 그 씬이었다.
잠금 패드에 열쇠를 대고, 이제 코드를 입력하면….
‘어?’
그러고 보니….
코드가 뭐지?
“…….”
게임 진행이 멈추었다.
그러니까, 전처럼 10초의 시간제한은 없었다. 아무 때나 편하게 입력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체 무슨 코드란 말인가?
그 순간, 배세진의 내레이션이 화면에 흘렀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코드다.
-이 열쇠를 받을 때 괴도에게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가 회상하는 류청우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열쇠를 분석해 주셨으면 합니다.
배세진의 눈이 클로즈업되었다.
-그리고 나는 분석했었다.
-괴도가 원하는 정보가 나왔다. 이곳의 위치, 보석의 가치 같은. 하지만 일부러 집어넣은 듯한 더미 데이터도 많았다.
-찾기 힘들게 용량을 키우기 위한 것처럼 말이다.
-그때 무심코 지나칠 뻔했던 더미 데이터 중, 남성의 사진 한 장도 있었는데… 그 사진의 뒷면에, 코드가 있었다.
거기서 내레이션은 끝났다.
‘뭐, 뭐지?’
홈마는 당황해서, 자막을 다시 읽었다.
‘남성의… 사진 한 장.’
“…….”
설마?
“헉!”
그녀는 벌떡 일어서서, 아까 USB를 꺼낸 뒤 옆으로 밀어둔 앨범 박스를 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 남아 있던 단 하나의 구성품을 꺼내 들었다.
포토 카드.
송곳 끝을 입에 물고 있는 김래빈의 포토 카드 뒷면에는, 로고와 함께 코드가 적혀 있었다.
~please enter the code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입력했다.
…엔터를 치는 순간.
화면 속의 배세진도, 잠금 패드 위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문이 열렸다.
“됐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두 손을 불끈 쥐었다가, 곧 깨달았다.
‘와!’
이거 앨범 산 보람을 엄청 느끼게 해주는 구조네!
어쨌든, 그녀는 반사적으로 해피 엔딩을 직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마 자신이 본 것이 ‘노말 엔딩 -3’정도라는 것을 까마득히 모르는 겜알못의 반응이었다.
어쨌든, 이제야 평가도 조금 내려보기 시작했고 말이다.
‘진짜 몰입 대박이었어!’
대체 이걸 어떻게 찍은 건지, 얼마나 애들이 갈렸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에라도 다시 해서 다른 선택지도 골라보고 싶었다!
가장 중요한 의상도 마음에 들고, 연기도 액션이 주라 그런지 오글거리지 않고 좋았다.
솔직히, 배세진이 워낙 연기를 잘해서 시너지가 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점은….
‘아, 너무 괴도들이 주인공같이 나오기는 했지?’
분량의 문제도 약간 있지만, 묘하게 이벤트 같은 게 괴도의 입장에서 구성된 느낌이었다.
‘아, 아현이는 진짜 분량도 좀 적고.’
그리고 보드게임은 대체 뭐였는지, 아직도 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지만…….
‘진짜… 말도 안 되는 퀄리티였어.’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는데, 등장인물들이 뭘 할지를 내가 고르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거라면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팬이라도 좋아할 것 같았다.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를 제대로 접한 것이 처음인 그녀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생각해도 착장 너무 좋았… 하, 진짜 너무 최고다.’
그녀는 에필로그가 로딩되기를 기다리며, 그제야 겨우 화장실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챙겨 들었을 때였다.
-빨리 앨범 다른 버전도 플레이해 보세요 의리로 해드리는 말씀입니다 정말입니다
“…??”
-미친 버전 2로 하니까 프롤로그 달라짐 죄수 나옴
-이거 앨범 3종이었던 게 설마 진영 선택이었어요?? 괴도 죄수 간수?
뭐, 뭐라고?
-메인스트림은 거의 똑같은데 개인 이벤트가 달라요 헐 뭐야
“…….”
홈마는 당황해서 화장실이고 나발이고 택배 박스로 달려갔다.
그리고 USB 두 번째 박스를 개봉했다.
혀를 살짝 드러낸 차유진의 포토 카드를 밀며 허겁지겁 꺼내 든 두 번째 USB 앨범.
그녀는 침을 삼켰다.
‘이, 이것부터 해야 하나?’
문대가 죄수니까 문대를 많이 보려면 이걸 해야 하는 건가, 홈마가 혼란에 빠졌을 때.
또 스마트폰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어 이거 주사기 안 부수니까 문대 괴도편 되는데
-미친 박문대 괴도복 돌았냐 허벅지! 허벅지!
“…?!”
그… 그건 또 뭐야…?
바야흐로, 테스타의 앨범 떡밥 구렁텅이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