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459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59화
회사에 100억을 박자 시스템이 뭘 뱉었다.
‘힌트 티켓 5장.’
그리고 ‘힌트’라는 건 회사에 도움이 되는 정보…라.
‘그럼 당장은 테스타 활동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뱉을 수밖에 없겠는데.’
지금 테스타의 성공적인 다음 컴백 활동에 이 회사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는 판이다.
흥미가 생기긴 했다.
“흠.”
나는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서, 힌트 티켓이라는 것을 클릭했다.
그러자 홀로그램이 변하며 회색 기계 그림이 뜬다. 익숙한 형체였다.
룰렛 머신.
[※힌트 티켓을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래.’
이전에 특성 뽑기할 때가 생각나는군.
나는 약간 그리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룰렛을 지켜보았다.
[그립다고요…?]
어. 안 죽으니 추억이 됐다.
[…….]
본인이 상태창으로 룰렛을 구현시켰던 장본인이면서 뭘 기겁하고 그러냐.
어쨌든, 철색과 황동색 칸이 섞인 룰렛 머신은 드문드문 은색 칸을 보이며 쭉 돌아가다가….
[사용 완료]
-힌트 습득!
“…!”
절묘하게도, 은색에 멈춰 섰다.
지금 걸릴 수 있는 것 중에 제일 좋은 등급이라는 뜻이다.
‘C등급.’
어디 보자,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 특성이 그 등급이었는데. 데뷔하고 나서까지 꽤 쏠쏠하게 썼었지.
그렇다면 넌 얼마나 쓸 만한 정보를….
[자회사에서의 탈주(C)]
-T1 Ent의 자회사들에서 최근 모종의 사태로 인해 직원들의 집단 퇴사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
내가 한 일이잖아.
‘이게 어디서 사기를 치고 있어.’
아는 이야기 환기시켜 주는 걸 언제부터 힌트라고 불렀지.
어딜 봐서 이게 정보냐고.
설마 ‘네가 모르는 정보만 준다는 말은 안 했다’ 이건가?
‘이 사기꾼 새끼가….’
100억 먹고 이딴 걸 뱉어?
[지, 진정하세요! 형, 혈압!]
“후.”
나는 심호흡했다.
‘침착하자.’
이 힌트 티켓이라는 건 어차피 덤이다. 시스템 기능을 쓰려고 ‘회사 지배력’이라는 걸 올렸더니, 보상이랍시고 티켓을 준 것 아닌가.
‘그냥 없었다 치고 써보자고.’
나는 룰렛을 계속 돌려보았다.
[소소한 횡령(E)]
[연습실이 위험해(D)]
[사격 취미(D)]
힌트가 떨어지긴 한다.
E등급 횡령은 100만 단위였다. 감사실에 찌르면 되니 정말 소소히 쓸 만했다. D등급 연습실은 튀어나온 마루 조각 이야기라 부상 예방 차원에서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냥 일상적으로 점검해도 발견할 수 있는 수준이라 좀 떨떠름하긴 했다만, 참아줄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마지막은 정말 참을 수 없었다.
[사격 취미(D)]
-스타즈 오르빗의 대표 그룹, 테스타의 리더는 취미가 사격이다. 회사 근처 사격장에서 만난다면 친분을 쌓을 수 있을지도?
그건 내가 류청우한테 소개해 준 취미다, 새끼야.
[형, 형! 다시 심호흡!]
“후…….”
나는 미간을 눌렀다.
그리고 곧 이 괴리감의 원인을 깨달았다.
‘내가 너무 떴어.’
테스타가 이미 별 다섯 개짜리 그룹이라 문제였다.
정말로 신생 회사의 대표였다면 그럭저럭 쓸모가 있었을지 모르겠다만, 이미 해먹을 대로 다 해 먹어본 1군 아이돌 입장에서는 D등급따리 정보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룰렛 업그레이드 같은 건 불가능한가?’
[도움말 : 힌트 티켓용 룰렛 머신은 회사 등급에 따라 업그레이드됩니다.]
그 도움말이 뜨고 나서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은 초기 단계다. 회사 등급이 오르면 더 좋은 힌트도 뽑을 수 있겠지.
‘그냥 한번 시범 가동해 본 셈 치자.’
그리고 나는 미련 없이 남은 힌트 티켓 하나까지 다 털어 룰렛에 투입했다.
[어? 티켓….]
왜.
[아뇨! 아끼셨다가 룰렛 머신이 업그레이드되면 쓰실 줄 알아서…….]
뭘 모르는구나.
‘룰렛 머신 업그레이드하면 그거 전용으로 더 비싼 티켓을 사라고 할걸.’
[…….]
현질 게임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이다.
[모바일 게임을… 따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직관적인 건 좋으니 됐다.
어쨌든, 별 기대 없이 심드렁하게 룰렛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룰렛 머신 위로 황금빛 네잎 클로버 문양이 떴다.
[Lucky chance!]
“…?”
그리고 화려한 팡파레가 터지더니, 룰렛의 모든 칸이 금빛으로 물든다.
그리고 천천히, 룰렛이 멈춘다.
[원더홀의 신인(B)]
“…!!”
B등급이다.
그리고… 원더홀 소속사?
‘대형 기획사다.’
당장 설명을 열었다.
[원더홀의 신인(B)]
-202X년. 올여름 원더홀에서 드디어 남자 아이돌 신인이 데뷔할 예정이다.
3년간 200억을 투자한 대규모 프로젝트로, 신생팀의 파격적인 기획은 사내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원더홀. VTIC 이전의 국민 아이돌이었던 티홀릭의 소속사의… 남자 아이돌 신인 그룹이라.
나는 턱을 만졌다.
‘이건… 쓸 만하군.’
티홀릭은 대단히 대중적인 노선의 남자 아이돌이었다. 그 대중성 계보를 이은 게 거의 유일하게 테스타인 수준이었지.
심지어 지금도 본인들 예능 프로그램 하면서 잘 먹고 잘살고 있는 원로 아이돌 그룹이지 않은가.
그러니까… 티홀릭과 비슷한 노선의 신인이라면, 테스타의 대중적 포지션에 경쟁자가 될 수도 있겠군.
‘이 신인은 체크해 볼 가치가 있다.’
나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힌트 티켓에 대한 인상을 수정했다.
고등급은 제법 쓸 만하겠다고.
내가 제일 부족한 게 관계자발 정보력이었는데, ‘힌트 티켓’을 통해서 좀 보완할 수 있겠다.
‘이걸 베이스로 교환을 해서 점점 정보력을 넓힐 수도 있고.’
아주 기꺼웠다.
[와! 그래도 다행이에요…!]
그래.
나는 자기가 더 안심한 것 같은 큰달과 몇 마디 더 주고받은 뒤, 룰렛 창을 껐다.
이걸로 큰달과 떠들면서 혼자 처리할 일은 다 끝났다.
다음은… 드디어 기능이 해금된 앨범 제작이다.
“자, 지금부터 시작한다.”
“으응, 알았어!”
“신기하고 설렙니다!”
나는 멤버들을 거실로 불러 모았다. 이삿짐을 싸놓아서 휑한 숙소 거실이지만 탁자는 멀쩡했다.
그 위로 노트를 하나 올렸다.
여기다 뭘 할 거냐고?
‘상태창 공유할 건데.’
테스타 앨범 제작은 그룹 단위로 해야 하는 일이다. 사정을 아는 놈들이니 당사자들에게도 어느 정도는 공유해 줘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상태창이 안 보인다면,
‘시각화하면 그만 아니냐.’
나는 종이에다가 ‘앨범 제작’ 홀로그램을 그대로 베껴 적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
김래빈이 손을 들었다.
“형, 그건 혹시 철조망입니까?”
“카드인데.”
“…….”
뭐.
“으하하하하!! 으하학, …으악! 안 웃을게! 안 웃겠습니다, 문대님! 왁! 문대문대 PPT 잘 쓰니까 그걸로 TV 화면에 띄우자! 어때용?”
“그래 문대야. 그게 좋겠다.”
“…예.”
그래서 노트북으로 중간 매체가 교체된 후, 좀 더 수월히 작업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게 현재 우리 회사가 보유한 목록인데, 상세 페이지는… 이런 느낌이고.”
“오오오.”
“래, 래빈이 별이 다섯 개!”
“김래빈 천재예요!”
“어떤 걸로 별이 책정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과분한 영광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정진하겠……. 헉, 제가 트로트 작곡에 약합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
“래, 래빈이가, 트로트를 좋아해요….”
“아.”
그렇다. 뭐, 이런 과정을 거쳤고.
“박문대, 저기… 정말 100억 투자 했어?”
“예.”
“…!”
“Whew! 우리 100억 원 앨범 만들어요!”
“아이고 유진이가 문대 돈 다 쓴다~”
“잘 되면 문대 형 돈 많이 벌어요!”
차유진이 이겨서 갚는 전쟁형 메타를 익히기도 하고… 그러면서 카드를 골라 채운 최종 페이지가 이렇다.
[앨범]
[인력 : A]
-김래빈(★★★★★), 김서원(★★★★), 박재석(★★★★), 박원주(★★★)….
[자본 : S]
-5,000,000,000
[기간 : B]
-60일
(인력 보너스 + 150%)
(자본 보너스 + 200%)
*제작 시작 ← Click!
“누른다.”
“넵~”
그리고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 각종 효과가 주르륵 크레딧처럼 나열되며 지나가기 시작했다.
[컨셉 : 미정]
[외부 인력 : 미정]
[제작 업체 : 미정]
…….
[앨범 예측 제작 중!]
흠, 예측이라.
나는 이번에도 홀로그램을 메모장에 기록했고,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니까… 이대로면 어떤 앨범이 나올지 예측하는 거네.”
“그리고 저희가 아직 컨셉 등을 확정 짓지 않았기 때문에 미정인 부분이 많은가 봅니다.”
“큼, 그래도 이런 건 보통 큰돈 들여서 하는 거잖아! 대단한데.”
그리고 곧 다시 홀로그램이 번뜩인다.
[예측 결과물 완성!]
음, 이렇게 완성이….
“…??”
어.
[예상 앨범 등급 : A~B]
B?
S등급이나 EX등급은 가능성도 없고, B따리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리 앨범이?
‘무슨 개소리냐.’
모르긴 몰라도 1집도 A-는 됐을 것 같은데.
나는 당장 클릭해서 상세 내용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
아니나 다를까, 디버프가 있었다.
[※ 프로모션 ↓↓]
[※ 실물 퀄리티↓]
[도움말 : 컨택할 수 있는 외부 인력이 부족해요! 인맥을 늘려봅시다.]
외부 인력 컨택이 어렵다고?
“…….”
이상한데.
기존에는 아무 문제 없던 측면이다.
‘그리고 그 실무진을 그대로 챙겨왔는데 이런 게 떴다면.’
누군가 컨택을 방해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건… 잘나가는 연예인 개인보다 힘 있는 누군가겠지.
‘…기업.’
“결과 나왔어?”
“어떻습니까?”
“…….”
나는 팔짱을 끼었다.
“아무래도… T1이 우리랑 선만 그은 게 아닌 모양인데.”
“…뭐?”
“아예 찍힌 것 같다. 사람들이 우리랑 일을 안 하려고 하는 것 같거든.”
“…!”
당장 알아봐야 할 항목이 늘었다.
* * *
그날 저녁.
류청우가 굳은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내리며 말했다.
“뮤직밤은 출연 불가가 맞는데.”
Tnet 음악방송은 한 반년은 못 나올 줄 알았다. 이다음이 중요하다.
“…T1쪽 예능도 아예 응답이 없대.”
“후.”
역시.
끈만 떨어진 연이 아니라, 아예 분리수거 당하는 연 꼴이 됐다.
‘거기 계열사 예능이 몇인데, 그걸 다 막아?’
솔직히 T1 계통 방송사 예능 정도는…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 정도가 아니었어.’
나는 천천히, 이놈들의 행동 원리를 이해했다.
이제 Tnet에서 새롭게 런칭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수요를 끌어모으려면, 그쪽 계통 수요를 다 잡고 있는 테스타, 미리내, 스페이서 라인을 조져야 좋다.
근데 마침 그놈들이 기사까지 내면서 신나게 새 회사랍시고 출범했네? 사람들 반응이 좋네?
‘택갈이를 요란하게 해서 T1 심기를 건드렸다.’
여론이 내 예상보다도 더 좋았어서 문제가 된 것이다.
정치권에 눌려서 한바탕 치른 곤욕을 화풀이하기도 좋지 않은가.
T1이 ‘오르빗? 얘네 좀 조지고 싶어’라는 심정을 관계자들에게 티낸 게 분명하다.
한동안 업계 사람들도 몸을 사릴 것이다.
‘감독, 사진작가, 연예 기자……. 이름 있는 사람 중에 T1이랑 한 번도 일 안 해본 사람은 드물지.’
그리고 앞으로도 T1과 일할 기회를 잡을 생각이 있다면, 이 시기엔 좀 조심하려고 할 것이다.
“그럼… 다들, 우리랑 같이, 일하기 힘드시겠네….”
“눈치 볼 수밖에 없지. 한동안은.”
“…….”
아, 망할.
나는 머리를 휘저었다.
회의는 잠깐 중단되었고, 나는 잠시 베란다로 나와서 상태창을 뒤지는 중이다.
끊은 지가 언젠데 담배가 생각난다.
그래도 대가리는 굴러갔다.
‘…LeTi쪽 인맥에 기대는 수밖에 없나.’
그걸로 뮤직비디오 감독이나 앨범 아트 쪽은 채운다고 쳐도….
‘아니, 안 돼.’
아예 그쪽에 완전히 기대버리면, 이 회사 자체가 LeTi의 산하 레이블 수준으로 전락하는 수가 있다.
‘그걸 피하려고 이 지랄을 했는데.’
완전히 그쪽 라인만 타면 안 된다고.
나는 한숨을 참으며 습관처럼 홀로그램을 다시 넘겼다. 뭐라도 정보를 뽑을 수 있을까 해서.
‘정보라.’
힌트 티켓으로 이런 데 쓸 만한 정보나 좀 얻었으면 얼마나 좋냐.
‘이미 알고 있는 이딴 정보나 C등급 달고 주지 말고.’
나는 한숨을 쉬면서 상태창을 스크롤했다.
[자회사에서의 탈주(C)]
해당 글이 쓱 넘어갔다.
“…….”
그런데…… 잠깐.
‘다시 생각해도 이상하긴 한데.’
이게 왜 C등급인 거지.
자회사에서 직원들이 퇴사했다는 것만 알려주는 모호한 힌트가 받을 등급으로는 너무 높지 않나?
내가 알고 있다는 걸 제외해도 말이다.
나는 다시 한번 글을 꼼꼼히 다시 읽었다.
-T1 Ent의 자회사들에서 최근 모종의 사태로 인해 직원들의 집단 퇴사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익숙한 내용에 무심코 넘긴 표현이 있다는 것을.
‘여기서 말하는 자회사가… 한 군데가 아니야.’
‘자회사들’이다. 여러 곳이란 뜻이다.
그리고 하나 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T1 Stars는 그때 이미 자회사가 아니었어.’
우리의 전 소속사는 T1으로부터 손절 당해서 독립 당한 뒤에, 레이블 직원들이 단체 퇴사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우리 회사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회사가 있는 거야.’
직원들이 단체로 퇴사한, T1의 자회사들이.
나는 당장 검색을 시작했다.
기사와 SNS 위주로, T1 Ent가 보유한 자회사들의 소식을 찾아보았다.
방송국과 연예기획사가 아니더라도 영화, 음악, 홈쇼핑, 스튜디오 같은 것들이 있다.
그리고….
‘게임.’
찾았다.
-티원 플레이즈에서 폐허공장 사람들 다 퇴사했다고 함… 127섹션 차기작은 없겠네..
└ㅠㅠㅠ
└괜찮을까 인터뷰 보니까 티원이랑 척진 것 같던데
폐허공장.
바로 을 제작했던 그 팀이, 고스란히 퇴사해서 새 출발 한 상태였다.
“…….”
나는 직감했다.
‘이거다.’
찾았다. 써먹을 외부 인력 1번.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59화
회사에 100억을 박자 시스템이 뭘 뱉었다.
‘힌트 티켓 5장.’
그리고 ‘힌트’라는 건 회사에 도움이 되는 정보…라.
‘그럼 당장은 테스타 활동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뱉을 수밖에 없겠는데.’
지금 테스타의 성공적인 다음 컴백 활동에 이 회사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는 판이다.
흥미가 생기긴 했다.
“흠.”
나는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서, 힌트 티켓이라는 것을 클릭했다.
그러자 홀로그램이 변하며 회색 기계 그림이 뜬다. 익숙한 형체였다.
룰렛 머신.
‘그래.’
이전에 특성 뽑기할 때가 생각나는군.
나는 약간 그리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룰렛을 지켜보았다.
어. 안 죽으니 추억이 됐다.
본인이 상태창으로 룰렛을 구현시켰던 장본인이면서 뭘 기겁하고 그러냐.
어쨌든, 철색과 황동색 칸이 섞인 룰렛 머신은 드문드문 은색 칸을 보이며 쭉 돌아가다가….
-힌트 습득!
“…!”
절묘하게도, 은색에 멈춰 섰다.
지금 걸릴 수 있는 것 중에 제일 좋은 등급이라는 뜻이다.
‘C등급.’
어디 보자,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 특성이 그 등급이었는데. 데뷔하고 나서까지 꽤 쏠쏠하게 썼었지.
그렇다면 넌 얼마나 쓸 만한 정보를….
-T1 Ent의 자회사들에서 최근 모종의 사태로 인해 직원들의 집단 퇴사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
내가 한 일이잖아.
‘이게 어디서 사기를 치고 있어.’
아는 이야기 환기시켜 주는 걸 언제부터 힌트라고 불렀지.
어딜 봐서 이게 정보냐고.
설마 ‘네가 모르는 정보만 준다는 말은 안 했다’ 이건가?
‘이 사기꾼 새끼가….’
100억 먹고 이딴 걸 뱉어?
“후.”
나는 심호흡했다.
‘침착하자.’
이 힌트 티켓이라는 건 어차피 덤이다. 시스템 기능을 쓰려고 ‘회사 지배력’이라는 걸 올렸더니, 보상이랍시고 티켓을 준 것 아닌가.
‘그냥 없었다 치고 써보자고.’
나는 룰렛을 계속 돌려보았다.
힌트가 떨어지긴 한다.
E등급 횡령은 100만 단위였다. 감사실에 찌르면 되니 정말 소소히 쓸 만했다. D등급 연습실은 튀어나온 마루 조각 이야기라 부상 예방 차원에서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냥 일상적으로 점검해도 발견할 수 있는 수준이라 좀 떨떠름하긴 했다만, 참아줄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마지막은 정말 참을 수 없었다.
-스타즈 오르빗의 대표 그룹, 테스타의 리더는 취미가 사격이다. 회사 근처 사격장에서 만난다면 친분을 쌓을 수 있을지도?
그건 내가 류청우한테 소개해 준 취미다, 새끼야.
“후…….”
나는 미간을 눌렀다.
그리고 곧 이 괴리감의 원인을 깨달았다.
‘내가 너무 떴어.’
테스타가 이미 별 다섯 개짜리 그룹이라 문제였다.
정말로 신생 회사의 대표였다면 그럭저럭 쓸모가 있었을지 모르겠다만, 이미 해먹을 대로 다 해 먹어본 1군 아이돌 입장에서는 D등급따리 정보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룰렛 업그레이드 같은 건 불가능한가?’
그 도움말이 뜨고 나서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은 초기 단계다. 회사 등급이 오르면 더 좋은 힌트도 뽑을 수 있겠지.
‘그냥 한번 시범 가동해 본 셈 치자.’
그리고 나는 미련 없이 남은 힌트 티켓 하나까지 다 털어 룰렛에 투입했다.
왜.
뭘 모르는구나.
‘룰렛 머신 업그레이드하면 그거 전용으로 더 비싼 티켓을 사라고 할걸.’
현질 게임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이다.
직관적인 건 좋으니 됐다.
어쨌든, 별 기대 없이 심드렁하게 룰렛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룰렛 머신 위로 황금빛 네잎 클로버 문양이 떴다.
“…?”
그리고 화려한 팡파레가 터지더니, 룰렛의 모든 칸이 금빛으로 물든다.
그리고 천천히, 룰렛이 멈춘다.
“…!!”
B등급이다.
그리고… 원더홀 소속사?
‘대형 기획사다.’
당장 설명을 열었다.
-202X년. 올여름 원더홀에서 드디어 남자 아이돌 신인이 데뷔할 예정이다.
3년간 200억을 투자한 대규모 프로젝트로, 신생팀의 파격적인 기획은 사내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원더홀. VTIC 이전의 국민 아이돌이었던 티홀릭의 소속사의… 남자 아이돌 신인 그룹이라.
나는 턱을 만졌다.
‘이건… 쓸 만하군.’
티홀릭은 대단히 대중적인 노선의 남자 아이돌이었다. 그 대중성 계보를 이은 게 거의 유일하게 테스타인 수준이었지.
심지어 지금도 본인들 예능 프로그램 하면서 잘 먹고 잘살고 있는 원로 아이돌 그룹이지 않은가.
그러니까… 티홀릭과 비슷한 노선의 신인이라면, 테스타의 대중적 포지션에 경쟁자가 될 수도 있겠군.
‘이 신인은 체크해 볼 가치가 있다.’
나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힌트 티켓에 대한 인상을 수정했다.
고등급은 제법 쓸 만하겠다고.
내가 제일 부족한 게 관계자발 정보력이었는데, ‘힌트 티켓’을 통해서 좀 보완할 수 있겠다.
‘이걸 베이스로 교환을 해서 점점 정보력을 넓힐 수도 있고.’
아주 기꺼웠다.
그래.
나는 자기가 더 안심한 것 같은 큰달과 몇 마디 더 주고받은 뒤, 룰렛 창을 껐다.
이걸로 큰달과 떠들면서 혼자 처리할 일은 다 끝났다.
다음은… 드디어 기능이 해금된 앨범 제작이다.
“자, 지금부터 시작한다.”
“으응, 알았어!”
“신기하고 설렙니다!”
나는 멤버들을 거실로 불러 모았다. 이삿짐을 싸놓아서 휑한 숙소 거실이지만 탁자는 멀쩡했다.
그 위로 노트를 하나 올렸다.
여기다 뭘 할 거냐고?
‘상태창 공유할 건데.’
테스타 앨범 제작은 그룹 단위로 해야 하는 일이다. 사정을 아는 놈들이니 당사자들에게도 어느 정도는 공유해 줘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상태창이 안 보인다면,
‘시각화하면 그만 아니냐.’
나는 종이에다가 ‘앨범 제작’ 홀로그램을 그대로 베껴 적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
김래빈이 손을 들었다.
“형, 그건 혹시 철조망입니까?”
“카드인데.”
“…….”
뭐.
“으하하하하!! 으하학, …으악! 안 웃을게! 안 웃겠습니다, 문대님! 왁! 문대문대 PPT 잘 쓰니까 그걸로 TV 화면에 띄우자! 어때용?”
“그래 문대야. 그게 좋겠다.”
“…예.”
그래서 노트북으로 중간 매체가 교체된 후, 좀 더 수월히 작업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게 현재 우리 회사가 보유한 목록인데, 상세 페이지는… 이런 느낌이고.”
“오오오.”
“래, 래빈이 별이 다섯 개!”
“김래빈 천재예요!”
“어떤 걸로 별이 책정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과분한 영광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정진하겠……. 헉, 제가 트로트 작곡에 약합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
“래, 래빈이가, 트로트를 좋아해요….”
“아.”
그렇다. 뭐, 이런 과정을 거쳤고.
“박문대, 저기… 정말 100억 투자 했어?”
“예.”
“…!”
“Whew! 우리 100억 원 앨범 만들어요!”
“아이고 유진이가 문대 돈 다 쓴다~”
“잘 되면 문대 형 돈 많이 벌어요!”
차유진이 이겨서 갚는 전쟁형 메타를 익히기도 하고… 그러면서 카드를 골라 채운 최종 페이지가 이렇다.
-김래빈(★★★★★), 김서원(★★★★), 박재석(★★★★), 박원주(★★★)….
-5,000,000,000
-60일
(인력 보너스 + 150%)
(자본 보너스 + 200%)
*제작 시작 ← Click!
“누른다.”
“넵~”
그리고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 각종 효과가 주르륵 크레딧처럼 나열되며 지나가기 시작했다.
…….
흠, 예측이라.
나는 이번에도 홀로그램을 메모장에 기록했고,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니까… 이대로면 어떤 앨범이 나올지 예측하는 거네.”
“그리고 저희가 아직 컨셉 등을 확정 짓지 않았기 때문에 미정인 부분이 많은가 봅니다.”
“큼, 그래도 이런 건 보통 큰돈 들여서 하는 거잖아! 대단한데.”
그리고 곧 다시 홀로그램이 번뜩인다.
음, 이렇게 완성이….
“…??”
어.
B?
S등급이나 EX등급은 가능성도 없고, B따리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리 앨범이?
‘무슨 개소리냐.’
모르긴 몰라도 1집도 A-는 됐을 것 같은데.
나는 당장 클릭해서 상세 내용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
아니나 다를까, 디버프가 있었다.
외부 인력 컨택이 어렵다고?
“…….”
이상한데.
기존에는 아무 문제 없던 측면이다.
‘그리고 그 실무진을 그대로 챙겨왔는데 이런 게 떴다면.’
누군가 컨택을 방해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건… 잘나가는 연예인 개인보다 힘 있는 누군가겠지.
‘…기업.’
“결과 나왔어?”
“어떻습니까?”
“…….”
나는 팔짱을 끼었다.
“아무래도… T1이 우리랑 선만 그은 게 아닌 모양인데.”
“…뭐?”
“아예 찍힌 것 같다. 사람들이 우리랑 일을 안 하려고 하는 것 같거든.”
“…!”
당장 알아봐야 할 항목이 늘었다.
* * *
그날 저녁.
류청우가 굳은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내리며 말했다.
“뮤직밤은 출연 불가가 맞는데.”
Tnet 음악방송은 한 반년은 못 나올 줄 알았다. 이다음이 중요하다.
“…T1쪽 예능도 아예 응답이 없대.”
“후.”
역시.
끈만 떨어진 연이 아니라, 아예 분리수거 당하는 연 꼴이 됐다.
‘거기 계열사 예능이 몇인데, 그걸 다 막아?’
솔직히 T1 계통 방송사 예능 정도는…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 정도가 아니었어.’
나는 천천히, 이놈들의 행동 원리를 이해했다.
이제 Tnet에서 새롭게 런칭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수요를 끌어모으려면, 그쪽 계통 수요를 다 잡고 있는 테스타, 미리내, 스페이서 라인을 조져야 좋다.
근데 마침 그놈들이 기사까지 내면서 신나게 새 회사랍시고 출범했네? 사람들 반응이 좋네?
‘택갈이를 요란하게 해서 T1 심기를 건드렸다.’
여론이 내 예상보다도 더 좋았어서 문제가 된 것이다.
정치권에 눌려서 한바탕 치른 곤욕을 화풀이하기도 좋지 않은가.
T1이 ‘오르빗? 얘네 좀 조지고 싶어’라는 심정을 관계자들에게 티낸 게 분명하다.
한동안 업계 사람들도 몸을 사릴 것이다.
‘감독, 사진작가, 연예 기자……. 이름 있는 사람 중에 T1이랑 한 번도 일 안 해본 사람은 드물지.’
그리고 앞으로도 T1과 일할 기회를 잡을 생각이 있다면, 이 시기엔 좀 조심하려고 할 것이다.
“그럼… 다들, 우리랑 같이, 일하기 힘드시겠네….”
“눈치 볼 수밖에 없지. 한동안은.”
“…….”
아, 망할.
나는 머리를 휘저었다.
회의는 잠깐 중단되었고, 나는 잠시 베란다로 나와서 상태창을 뒤지는 중이다.
끊은 지가 언젠데 담배가 생각난다.
그래도 대가리는 굴러갔다.
‘…LeTi쪽 인맥에 기대는 수밖에 없나.’
그걸로 뮤직비디오 감독이나 앨범 아트 쪽은 채운다고 쳐도….
‘아니, 안 돼.’
아예 그쪽에 완전히 기대버리면, 이 회사 자체가 LeTi의 산하 레이블 수준으로 전락하는 수가 있다.
‘그걸 피하려고 이 지랄을 했는데.’
완전히 그쪽 라인만 타면 안 된다고.
나는 한숨을 참으며 습관처럼 홀로그램을 다시 넘겼다. 뭐라도 정보를 뽑을 수 있을까 해서.
‘정보라.’
힌트 티켓으로 이런 데 쓸 만한 정보나 좀 얻었으면 얼마나 좋냐.
‘이미 알고 있는 이딴 정보나 C등급 달고 주지 말고.’
나는 한숨을 쉬면서 상태창을 스크롤했다.
해당 글이 쓱 넘어갔다.
“…….”
그런데…… 잠깐.
‘다시 생각해도 이상하긴 한데.’
이게 왜 C등급인 거지.
자회사에서 직원들이 퇴사했다는 것만 알려주는 모호한 힌트가 받을 등급으로는 너무 높지 않나?
내가 알고 있다는 걸 제외해도 말이다.
나는 다시 한번 글을 꼼꼼히 다시 읽었다.
-T1 Ent의 자회사들에서 최근 모종의 사태로 인해 직원들의 집단 퇴사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익숙한 내용에 무심코 넘긴 표현이 있다는 것을.
‘여기서 말하는 자회사가… 한 군데가 아니야.’
‘자회사들’이다. 여러 곳이란 뜻이다.
그리고 하나 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T1 Stars는 그때 이미 자회사가 아니었어.’
우리의 전 소속사는 T1으로부터 손절 당해서 독립 당한 뒤에, 레이블 직원들이 단체 퇴사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우리 회사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회사가 있는 거야.’
직원들이 단체로 퇴사한, T1의 자회사들이.
나는 당장 검색을 시작했다.
기사와 SNS 위주로, T1 Ent가 보유한 자회사들의 소식을 찾아보았다.
방송국과 연예기획사가 아니더라도 영화, 음악, 홈쇼핑, 스튜디오 같은 것들이 있다.
그리고….
‘게임.’
찾았다.
-티원 플레이즈에서 폐허공장 사람들 다 퇴사했다고 함… 127섹션 차기작은 없겠네..
└ㅠㅠㅠ
└괜찮을까 인터뷰 보니까 티원이랑 척진 것 같던데
폐허공장.
바로 을 제작했던 그 팀이, 고스란히 퇴사해서 새 출발 한 상태였다.
“…….”
나는 직감했다.
‘이거다.’
찾았다. 써먹을 외부 인력 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