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45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52화
“저, 문대야…! 우리, 이제 내리는데.”
“아.”
나는 선아현을 따라 밴에서 내렸다.
시스템에 대해 얼토당토않은 팝업 뜬지 벌써 며칠.
아직도 아무 문제는 없다.
테스타는 밥 먹다 머리 박고 잘 정도로 바쁜 컴백 스케줄을 잘 소화하고 있고, 반응도 좋다.
“문대문대 괜찮지?”
“어, 문제없다.”
아, 미션 실패가 끝난 것도 당일에 이 녀석들에게 다 공유했다. 갑자기 멤버 하나가 무대 하다가 몸 바뀌어서 졸도할 일이 없어졌으니 한결 편하게 활동 시작했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스템 파편 두 개 모았다고 팝업으로 떴던 거 말이다.
이거.
[■■■(ver. Beta) 귀속 완료!]
[소유자 : Player 박문대(류건우)]
이 이해 안 되는 개소리도 정리되었다.
‘상태창.’
이렇게 내 상태창에.
[아이템 : ■■■(ver. Beta)]
그렇다. 지금 하단에 아이템 항목으로 표기가 추가된 상태다.
그리고 사실 이것도 원래 없었는데, 큰달이 상태창을 조작해서 항목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
나는 당시 녀석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으흐흡?!
‘시스템 컴백 가능성’ 소식에 기겁하던 녀석은 곧 ‘그러나 반응이 없다, 죽은 것 같다’라는 내 요약설명에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리고 상태창으로 서치 결과.
-어… 무슨 아이템 같은데요?
-…??
놀랍게도, 정말로 내게 이 파편이 ‘귀속’되었다는 것이다.
나한테 시스템이 들러붙은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이다. 내 소유물이란 뜻이다.
-시스템은 맞냐.
-음… 그런 느낌이긴 한데요, 그렇게 강력하고 불길한 느낌은 안 드는 것 같아요! 아, 보실 수 있게 표기해 볼게요!
그리고 상태창에 아이템으로 추가되었다는 거지.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템이면, 사용이 가능하나?’
이 발상으로 한번 클릭도 해봤는데….
[‘아이템 : ■■■(ver. Beta)’ 사용]
[대상 : _______ ]
이 팝업이 뜨는 순간 껐다. 큰달도 비명을 질렀다.
‘미쳤냐.’
대상 지정 뜨는 걸 보면 빼도 박도 못하고 시스템 맞는 것 같지 않나.
그걸 누구한테 사용한단 말인가. 앞으로도 이건 영구 봉인이다.
‘처박아두자.’
나는 아이템 팝업을 없앤 뒤, 스케줄을 체크하는 녀석들 사이에서 다시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매니저님, 저희 그룹이 오늘 Tnet의 신작 예능 출연하지 않았습니까?”
“아, 그건 방송 쪽 문제로 연기됐다고 해서 기업 행사로 바뀌었습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그 신작 예능은 T1에서 하도 밀어서 어쩔 수 없이 딜 보느라 나간 거고.’
다른 예능 출연에 대한 피드백이나, 무대 반응이나 확인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인기글을 보았다.
[현재 난리 난 사이차트 찍덕 사진]
“…….”
나는 반사적으로 글을 클릭했다.
그리고 보았다. 내가 며칠 전 시상식에서 찍은 사진들을.
==========================
갑자기 나타난 익명 계정이 말도 없이 사진만 왕창 풀어놓고 감
그런데 너무 잘 찍었다… (사진)
전공자인지 경력직인지 홈만지 썰 분분한데 아무튼 케이팝 잡덕 타임라인 축제 분위기
(링크) (링크) (링크)
==========================
‘왜 이게 화제가 됐냐.’
…며칠 전에 아이템 이야기를 끝내고 큰달이 허락을 받으려고 하긴 했다.
-혹시 팬분들에게 형이 찍으신 사진들 공유해도 괜찮을까요? 싫으시면 당연히 안 할게요!
굳이 막을 건 없을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냉정히 봤을 때 오랜만에 찍어서 전보다 잘 나온 것 같지도 않았고.
‘사이차트에서 카메라 들고 있던 게 한둘도 아니니까.’
게다가 어차피 저 녀석이 산 카메라 아닌가.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었다.
-익명이면 괜찮을 것 같다.
-네!!
그게 어제 일이었다.
그리고 현재… 이런 결과로 돌아왔다.
-미친 이분 귀환했네
-이 사람이 그 영린 직캠러임?
-대박ㅋㅋㅋㅋ
-취준하셨나
-미친 박문대 빵실 컷ㅠㅠ합니다 압도적 감사
“…….”
일단… 큰달이 올린 방식이 말이다.
보통 데이터를 팔진 않더라도 타가수와 교환하거나, 해당 가수 팬커뮤니티에 따로따로 올린다.
한 계정에 자기가 찍은 모든 가수 사진을 왕창 다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마디 말도 소개도 없이 태그만 걸어서 우수수.
물론 큰달은 이렇게 생각했겠지.
-좋아, 익명 계정을 파서 한꺼번에 올려야지!
…그러니 이 효율적, 상식적인 행동이 본의 아니게 아이돌판에서는 어그로를 끈 것이다.
결국, 큰달이 푼 영린 컷과 사이차트 영린의 직캠이 비교된 끝에 결국 이 말까지 나오게 됐고.
-헐 이 사람 그 직캠 찍은 사람인가봐 영린 레전드 직캠!
-대박… 영린이 알아본 건가ㅠㅠㅠㅠ
그리고 ‘데뷔 초의 그 직캠러’를 기억하는 영린에 대한 미담과 흥미글이 인터넷 인기글을 점령 중이었다.
그러다 보니 역으로 계정이 더 관심을 받게 되고… 졸지에 화제의 계정이 된 것이다.
-이 사람 테스타 잡은 듯 사진량 무슨 일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요 멤버 다 찍으신 것 같은데 와우
“…….”
그게 보이냐?
나는 다시 내 사진을 살펴보았다. 아무리 봐도 별 차이는 못 느끼겠는데.
‘너무 많이 찍었나.’
큰달 상태를 체크하는 김에 테스타를 유독 많이 찍은 게 원인인 것 같았다.
물론 테스타 말만 나온 건 아니다.
-청려도 개잘찍었네 근데 청려 무대 컷은 왜 없지 너무 아쉽다ㅠㅠㅠ
-당연히 가지고 있지 않을까 안 찍었을 리 없는데 보정 중인 거면 좋겠다 테스타 무대 컷 청려 무대 컷ㅠㅠㅠㅠ
없다. 그놈 무대할 때 나도 백스테이지에 있었기 때문이다.
‘…잘하긴 했지.’
나는 본인의 솔로 무대 전에, 대놓고 VTIC 곡을 인트로로 써먹은 청려의 무대를 떠올렸다.
VTIC 곡을 절묘하게 끊어서 혼자서도 꽉 차게 소화하던데.
사실상 선언이다.
‘내가 완전체급으로 솔로 컴백하겠다는 거지.’
올해도 이 판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래도 테스타가 이번 컴백 시동을 잘 걸었으니 기세에서 밀릴 건 없지.
‘이대로 가자.’
아무튼, 그렇게 사진에 대한 반응을 포괄적으로 확인한 후 당사자에게 적당히 전달해 주었다.
큰달은 기겁했다.
[허어억 당장 계정 삭제할게요…!]
…그렇게까지?
‘아니, 괜찮다.’
그게 더 눈에 띈다. 그냥 해프닝으로 넘어가게 두자.
‘더 올리지만 않으면 괜찮아.’
[넵….]
사람들 관심사는 금방 옮겨가니까. 이것도 한순간일 것이다.
나는 새삼스럽게 반응들을 한 번 더 살폈다.
아직 내가 데이터팔이라는 사실과 비판이 대놓고 안 나오는 게 신기하긴 했다.
이전에 위튜브에 안 팔린 직캠을 올리는 계정을 따로 개설해 뒀던 덕에 그쪽으로 관심이 쏠린 덕인 것 같았다.
-민하 존예… 감사합니다 리본 민하는 세계제일
-희승이로 예술하시네 ㄱㅅㄱㅅ
어쨌든, 희한한 기분이긴 했다.
원래는 돈 되는 놈들은 다 팔아버렸으니까.
언제나 내 사진이 공개되는 건 사간 홈마의 셀렉과 보정을 거친 뒤였기 때문이다.
이런 직접적인 반응은 처음이다.
‘…나쁜 기분은 아니군.’
나는 ‘gun4321’이라는 아이디가 붙은 큰달의 계정을 살펴본 뒤, 다른 특이사항은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탐색을 끝내려고 했다.
그때였다.
“무, 문대야. 그거 혹시 나야…?”
“…!”
고개를 돌리자, 선아현이 왠지 기대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뭐냐.
“그, 문대가 찍은 거지?”
어떻게 알았냐.
“어, 몸 바뀌었을 때.”
“그렇구나…! 아, 문대가 보정하는 거, 봤어.”
“…….”
그러고 보니 거실에서 노트북으로 했었군. 보려면 누구든 볼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리고 선아현의 말도 대기실 어그로를 끌었다.
“헉, 대박~ 이거 문대문대가 찍은 거야? 인터넷에 올렸어?”
“저 멋져요! 이거 저랑 청우 형이에요!”
“…박문대 너, 사진 진짜 잘 찍네.”
멤버 놈들이 자기도 보겠다면서 여기저기서 끼어들어서는 스마트폰을 넘긴다.
‘아니 너희는 폰이 없냐.’
누가 보면 내 스마트폰이 그룹 공용인 줄 알겠다.
김래빈이 눈을 빛냈다.
“취미 생활용으로 따로 작업물을 업로드하시다니… 마치 이전에 저희 편곡 작업물을 올렸던 ‘별의별곡’ 계정과 같은 상황이군요!”
그래. 이게 나라는 걸 절대 들킬 일이 없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물리적으로 내가 날 찍는 건 불가능하니까.
‘…? 그러고 보니 올린 것도 내가 아닌데.’
하지만 그런 말을 할 것도 없이, 사진으로 한바탕 놀던 녀석들이 또 떠들기 시작했다.
“우리 이번 활동 끝날 때 또 여행 리얼리티 찍을까? 거기서 문대가 사진을 찍어도 재밌겠어. 서로 취미를 바꿔보기도 하고.”
“오 좋죠! 다 같이 놀러 가도 좋고, 테마파크 같은 곳에서 알바하는 컨셉도 재밌을 것 같은데요~”
“Great! 저 그거 해보고 싶어요!”
고등학생 컨셉으로 컴백했더니 정말 고등학교처럼 떠들게 된 건가.
어쨌든 이 쉬는 시간 없는 강행군에도 피곤으로 찌든 분위기가 아닌 건… 좋긴 하군.
“문대 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테마파크 알바 괜찮지.”
“오, 역시 문대가 프로야~”
나는 피식 웃고, 고개를 저으며 스마트폰을 돌려받았다.
‘음, 앞으로도 가끔 찍을까.’
뭐, 리프레시하기 좋은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날 스케줄도 별문제 없이 끝났다.
간만에 6시간 이상 잘 수 있는 날이라 다들 기분 좋게 숙소로 퇴근했다.
“내일은 7시 반에 나가면 되네.”
“오 좋다.”
동의한다.
나도 재빨리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기꺼이 자러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문대!”
음.
“박문대…!”
알람은 안 울렸는데.
“잠깐 일어나 봐! 이 기사가…!!”
기사.
그 순간 피 식듯이 잠이 가셨다.
나는 당장 눈을 떴다.
눈앞에는 얼굴이 허옇게 질린 배세진이 어둠 속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이 녀석이 왜 이 방에… 아니, 이게 아니지.
“무슨 기사요.”
“이거.”
배세진은 당장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반사적으로 현재 시각이 눈에 들어왔다.
‘…새벽 6시.’
아직 내 알람이 울리기까지 20분 전.
그리고 간밤에 터진 일이 정리되어 메인에 올라오기 딱 좋은 시간대이기도 하다.
‘뭐지.’
나는 당장 기사 타이틀부터 읽었다.
[(속보) 검찰, T1 Ent 대표 구속영장 신청]
“…!”
“우리 기사는 아니긴 한데… 회사가,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소속사에 시달려 봤던 배세진은 기사를 보자마자 이상한 느낌이라도 받은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이런 건 네가 제일 잘 다루니까.”
“…….”
“…미안, 깨워서.”
“아뇨.”
잘 깨웠다.
나는 당장 스마트폰을 받아서 기사를 읽었다.
‘제발 횡령이어야 한다.’
대표 혼자 돈 때문에 개X랄한 거여야 우리랑 연관 없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니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된 이 대표(58)는…….
“…….”
정치?
그래. 배세진도 내용을 보고 바로 행동한 걸 테니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X발.’
더 자세히 읽어보았다. T1 Ent의 대표는 무슨 국회의원 공천 약속을 받고 무슨 당에 돈을 때려 넣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대표뿐만 아니라 비슷한 혐의로 몇 명이 구속….
“…….”
“넌… 어떻게 생각해?”
잠깐.
“잠시만요.”
나는 기사에서 몇 가지 키워드를 거르고 날짜 설정을 다시 했다.
‘최신 3개월.’
그리고 기준을… T1 Ent가 아니라, ‘T1’ 전체로.
즉시 인기순으로 정렬해서 기사를 훑기 시작했다.
[T1식품 수입식품안전법 위반, 식약처 ‘시정명령’]
[Tnet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고]
[T1러닝택배 외 3사 항만유통 담합, 과징금 50억]
…….
며칠 간격으로 온갖 기소와 벌금 기사가 쏟아졌다. 심지어 여럿이 목록에 올라도 특히 ‘T1’에 강조점이 찍히듯 타이틀에 붙어서 말이다.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이상할 수준의 텀.
“…….”
나는 빠르게 화면을 넘겼다. 배세진이 이를 악물었다.
“T1 자체에 문제가 생긴 거지?”
“…그렇다고도 볼 수 있긴 한데요.”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
Tnet이 사업 키우면서 개짓거리한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지금까지 다 대기업답게 자본과 인맥으로 무마해 가면서 잘만 왔다.
그런데 최근 몇 달 사이에 갑자기 기사감이 폭증한다?
“T1은 원래 이랬고, 갑자기 ‘잡는 쪽’이 깐깐해진 것 같지 않나요.”
“……!”
배세진이 침을 삼켰다.
“그렇다면….”
“예.”
나는 음울히 중얼거렸다.
“형, 올해 대통령 선거 있는 거 아시죠.”
“…….”
이건… 정치권이랑 엮인 것이다.
X발.
‘T1이 찍혔어.’
뭘로 찍힌 건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X된 모양이다.
그리고 그중에 본보기로 잡힌 것이… 엔터 계열.
‘최신으로 올수록 엔터 사업 관련 이야기가 많아.’
천천히 두 달의 기록을 다 훑어본 뒤, 가장 자주 눈에 띄는 항목을 찾아냈다.
[Tnet 부당계약 소송]
[T1의 甲질… 출연진 눈물]
[티원스 스튜디오, 심의 난항 “표현이 저질스러워”]
‘Tnet.’
그러니까, T1 Ent.
방송국부터 제작 스튜디오까지.
아마 대중적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사업 파트라 파급력이 가장 좋으니까 이쪽으로 찌르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기업은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당장 어떻게든 살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꼬리 자르기를 해야지.’
어떻게든 가장 문제 많은 파트 중 하나를 손절하고 납죽 엎드리든 센척하든 노선을 정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엔터 사업에서 방송사를 포기하는 건 미친 짓이다. 어떻게든 방송사는 가져가고, 대신 자를 꼬리를 고를 텐데….
뭘 버리겠는가.
‘뻔해.’
방송국만 잡고 있다면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고.
그나마 얼굴마담 간판인 녀석들은 곧 재계약 시즌인 사업.
바로… 산하 연예기획사.
“…애들 다 깨우죠.”
T1엔터가 자회사로 둔 각종 소속사들이다.
그리고 며칠 후.
테스타가 소속된 기획사 T1 Stars의 이사진이 구속되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52화
“저, 문대야…! 우리, 이제 내리는데.”
“아.”
나는 선아현을 따라 밴에서 내렸다.
시스템에 대해 얼토당토않은 팝업 뜬지 벌써 며칠.
아직도 아무 문제는 없다.
테스타는 밥 먹다 머리 박고 잘 정도로 바쁜 컴백 스케줄을 잘 소화하고 있고, 반응도 좋다.
“문대문대 괜찮지?”
“어, 문제없다.”
아, 미션 실패가 끝난 것도 당일에 이 녀석들에게 다 공유했다. 갑자기 멤버 하나가 무대 하다가 몸 바뀌어서 졸도할 일이 없어졌으니 한결 편하게 활동 시작했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스템 파편 두 개 모았다고 팝업으로 떴던 거 말이다.
이거.
이 이해 안 되는 개소리도 정리되었다.
‘상태창.’
이렇게 내 상태창에.
그렇다. 지금 하단에 아이템 항목으로 표기가 추가된 상태다.
그리고 사실 이것도 원래 없었는데, 큰달이 상태창을 조작해서 항목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
나는 당시 녀석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으흐흡?!
‘시스템 컴백 가능성’ 소식에 기겁하던 녀석은 곧 ‘그러나 반응이 없다, 죽은 것 같다’라는 내 요약설명에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리고 상태창으로 서치 결과.
-어… 무슨 아이템 같은데요?
-…??
놀랍게도, 정말로 내게 이 파편이 ‘귀속’되었다는 것이다.
나한테 시스템이 들러붙은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이다. 내 소유물이란 뜻이다.
-시스템은 맞냐.
-음… 그런 느낌이긴 한데요, 그렇게 강력하고 불길한 느낌은 안 드는 것 같아요! 아, 보실 수 있게 표기해 볼게요!
그리고 상태창에 아이템으로 추가되었다는 거지.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템이면, 사용이 가능하나?’
이 발상으로 한번 클릭도 해봤는데….
이 팝업이 뜨는 순간 껐다. 큰달도 비명을 질렀다.
‘미쳤냐.’
대상 지정 뜨는 걸 보면 빼도 박도 못하고 시스템 맞는 것 같지 않나.
그걸 누구한테 사용한단 말인가. 앞으로도 이건 영구 봉인이다.
‘처박아두자.’
나는 아이템 팝업을 없앤 뒤, 스케줄을 체크하는 녀석들 사이에서 다시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매니저님, 저희 그룹이 오늘 Tnet의 신작 예능 출연하지 않았습니까?”
“아, 그건 방송 쪽 문제로 연기됐다고 해서 기업 행사로 바뀌었습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그 신작 예능은 T1에서 하도 밀어서 어쩔 수 없이 딜 보느라 나간 거고.’
다른 예능 출연에 대한 피드백이나, 무대 반응이나 확인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인기글을 보았다.
“…….”
나는 반사적으로 글을 클릭했다.
그리고 보았다. 내가 며칠 전 시상식에서 찍은 사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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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나타난 익명 계정이 말도 없이 사진만 왕창 풀어놓고 감
그런데 너무 잘 찍었다… (사진)
전공자인지 경력직인지 홈만지 썰 분분한데 아무튼 케이팝 잡덕 타임라인 축제 분위기
(링크) (링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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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게 화제가 됐냐.’
…며칠 전에 아이템 이야기를 끝내고 큰달이 허락을 받으려고 하긴 했다.
-혹시 팬분들에게 형이 찍으신 사진들 공유해도 괜찮을까요? 싫으시면 당연히 안 할게요!
굳이 막을 건 없을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냉정히 봤을 때 오랜만에 찍어서 전보다 잘 나온 것 같지도 않았고.
‘사이차트에서 카메라 들고 있던 게 한둘도 아니니까.’
게다가 어차피 저 녀석이 산 카메라 아닌가.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었다.
-익명이면 괜찮을 것 같다.
-네!!
그게 어제 일이었다.
그리고 현재… 이런 결과로 돌아왔다.
-미친 이분 귀환했네
-이 사람이 그 영린 직캠러임?
-대박ㅋㅋㅋㅋ
-취준하셨나
-미친 박문대 빵실 컷ㅠㅠ합니다 압도적 감사
“…….”
일단… 큰달이 올린 방식이 말이다.
보통 데이터를 팔진 않더라도 타가수와 교환하거나, 해당 가수 팬커뮤니티에 따로따로 올린다.
한 계정에 자기가 찍은 모든 가수 사진을 왕창 다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마디 말도 소개도 없이 태그만 걸어서 우수수.
물론 큰달은 이렇게 생각했겠지.
-좋아, 익명 계정을 파서 한꺼번에 올려야지!
…그러니 이 효율적, 상식적인 행동이 본의 아니게 아이돌판에서는 어그로를 끈 것이다.
결국, 큰달이 푼 영린 컷과 사이차트 영린의 직캠이 비교된 끝에 결국 이 말까지 나오게 됐고.
-헐 이 사람 그 직캠 찍은 사람인가봐 영린 레전드 직캠!
-대박… 영린이 알아본 건가ㅠㅠㅠㅠ
그리고 ‘데뷔 초의 그 직캠러’를 기억하는 영린에 대한 미담과 흥미글이 인터넷 인기글을 점령 중이었다.
그러다 보니 역으로 계정이 더 관심을 받게 되고… 졸지에 화제의 계정이 된 것이다.
-이 사람 테스타 잡은 듯 사진량 무슨 일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요 멤버 다 찍으신 것 같은데 와우
“…….”
그게 보이냐?
나는 다시 내 사진을 살펴보았다. 아무리 봐도 별 차이는 못 느끼겠는데.
‘너무 많이 찍었나.’
큰달 상태를 체크하는 김에 테스타를 유독 많이 찍은 게 원인인 것 같았다.
물론 테스타 말만 나온 건 아니다.
-청려도 개잘찍었네 근데 청려 무대 컷은 왜 없지 너무 아쉽다ㅠㅠㅠ
-당연히 가지고 있지 않을까 안 찍었을 리 없는데 보정 중인 거면 좋겠다 테스타 무대 컷 청려 무대 컷ㅠㅠㅠㅠ
없다. 그놈 무대할 때 나도 백스테이지에 있었기 때문이다.
‘…잘하긴 했지.’
나는 본인의 솔로 무대 전에, 대놓고 VTIC 곡을 인트로로 써먹은 청려의 무대를 떠올렸다.
VTIC 곡을 절묘하게 끊어서 혼자서도 꽉 차게 소화하던데.
사실상 선언이다.
‘내가 완전체급으로 솔로 컴백하겠다는 거지.’
올해도 이 판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래도 테스타가 이번 컴백 시동을 잘 걸었으니 기세에서 밀릴 건 없지.
‘이대로 가자.’
아무튼, 그렇게 사진에 대한 반응을 포괄적으로 확인한 후 당사자에게 적당히 전달해 주었다.
큰달은 기겁했다.
…그렇게까지?
‘아니, 괜찮다.’
그게 더 눈에 띈다. 그냥 해프닝으로 넘어가게 두자.
‘더 올리지만 않으면 괜찮아.’
사람들 관심사는 금방 옮겨가니까. 이것도 한순간일 것이다.
나는 새삼스럽게 반응들을 한 번 더 살폈다.
아직 내가 데이터팔이라는 사실과 비판이 대놓고 안 나오는 게 신기하긴 했다.
이전에 위튜브에 안 팔린 직캠을 올리는 계정을 따로 개설해 뒀던 덕에 그쪽으로 관심이 쏠린 덕인 것 같았다.
-민하 존예… 감사합니다 리본 민하는 세계제일
-희승이로 예술하시네 ㄱㅅㄱㅅ
어쨌든, 희한한 기분이긴 했다.
원래는 돈 되는 놈들은 다 팔아버렸으니까.
언제나 내 사진이 공개되는 건 사간 홈마의 셀렉과 보정을 거친 뒤였기 때문이다.
이런 직접적인 반응은 처음이다.
‘…나쁜 기분은 아니군.’
나는 ‘gun4321’이라는 아이디가 붙은 큰달의 계정을 살펴본 뒤, 다른 특이사항은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탐색을 끝내려고 했다.
그때였다.
“무, 문대야. 그거 혹시 나야…?”
“…!”
고개를 돌리자, 선아현이 왠지 기대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뭐냐.
“그, 문대가 찍은 거지?”
어떻게 알았냐.
“어, 몸 바뀌었을 때.”
“그렇구나…! 아, 문대가 보정하는 거, 봤어.”
“…….”
그러고 보니 거실에서 노트북으로 했었군. 보려면 누구든 볼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리고 선아현의 말도 대기실 어그로를 끌었다.
“헉, 대박~ 이거 문대문대가 찍은 거야? 인터넷에 올렸어?”
“저 멋져요! 이거 저랑 청우 형이에요!”
“…박문대 너, 사진 진짜 잘 찍네.”
멤버 놈들이 자기도 보겠다면서 여기저기서 끼어들어서는 스마트폰을 넘긴다.
‘아니 너희는 폰이 없냐.’
누가 보면 내 스마트폰이 그룹 공용인 줄 알겠다.
김래빈이 눈을 빛냈다.
“취미 생활용으로 따로 작업물을 업로드하시다니… 마치 이전에 저희 편곡 작업물을 올렸던 ‘별의별곡’ 계정과 같은 상황이군요!”
그래. 이게 나라는 걸 절대 들킬 일이 없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물리적으로 내가 날 찍는 건 불가능하니까.
‘…? 그러고 보니 올린 것도 내가 아닌데.’
하지만 그런 말을 할 것도 없이, 사진으로 한바탕 놀던 녀석들이 또 떠들기 시작했다.
“우리 이번 활동 끝날 때 또 여행 리얼리티 찍을까? 거기서 문대가 사진을 찍어도 재밌겠어. 서로 취미를 바꿔보기도 하고.”
“오 좋죠! 다 같이 놀러 가도 좋고, 테마파크 같은 곳에서 알바하는 컨셉도 재밌을 것 같은데요~”
“Great! 저 그거 해보고 싶어요!”
고등학생 컨셉으로 컴백했더니 정말 고등학교처럼 떠들게 된 건가.
어쨌든 이 쉬는 시간 없는 강행군에도 피곤으로 찌든 분위기가 아닌 건… 좋긴 하군.
“문대 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테마파크 알바 괜찮지.”
“오, 역시 문대가 프로야~”
나는 피식 웃고, 고개를 저으며 스마트폰을 돌려받았다.
‘음, 앞으로도 가끔 찍을까.’
뭐, 리프레시하기 좋은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날 스케줄도 별문제 없이 끝났다.
간만에 6시간 이상 잘 수 있는 날이라 다들 기분 좋게 숙소로 퇴근했다.
“내일은 7시 반에 나가면 되네.”
“오 좋다.”
동의한다.
나도 재빨리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기꺼이 자러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문대!”
음.
“박문대…!”
알람은 안 울렸는데.
“잠깐 일어나 봐! 이 기사가…!!”
기사.
그 순간 피 식듯이 잠이 가셨다.
나는 당장 눈을 떴다.
눈앞에는 얼굴이 허옇게 질린 배세진이 어둠 속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이 녀석이 왜 이 방에… 아니, 이게 아니지.
“무슨 기사요.”
“이거.”
배세진은 당장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반사적으로 현재 시각이 눈에 들어왔다.
‘…새벽 6시.’
아직 내 알람이 울리기까지 20분 전.
그리고 간밤에 터진 일이 정리되어 메인에 올라오기 딱 좋은 시간대이기도 하다.
‘뭐지.’
나는 당장 기사 타이틀부터 읽었다.
“…!”
“우리 기사는 아니긴 한데… 회사가,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소속사에 시달려 봤던 배세진은 기사를 보자마자 이상한 느낌이라도 받은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이런 건 네가 제일 잘 다루니까.”
“…….”
“…미안, 깨워서.”
“아뇨.”
잘 깨웠다.
나는 당장 스마트폰을 받아서 기사를 읽었다.
‘제발 횡령이어야 한다.’
대표 혼자 돈 때문에 개X랄한 거여야 우리랑 연관 없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니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된 이 대표(58)는…….
“…….”
정치?
그래. 배세진도 내용을 보고 바로 행동한 걸 테니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X발.’
더 자세히 읽어보았다. T1 Ent의 대표는 무슨 국회의원 공천 약속을 받고 무슨 당에 돈을 때려 넣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대표뿐만 아니라 비슷한 혐의로 몇 명이 구속….
“…….”
“넌… 어떻게 생각해?”
잠깐.
“잠시만요.”
나는 기사에서 몇 가지 키워드를 거르고 날짜 설정을 다시 했다.
‘최신 3개월.’
그리고 기준을… T1 Ent가 아니라, ‘T1’ 전체로.
즉시 인기순으로 정렬해서 기사를 훑기 시작했다.
…….
며칠 간격으로 온갖 기소와 벌금 기사가 쏟아졌다. 심지어 여럿이 목록에 올라도 특히 ‘T1’에 강조점이 찍히듯 타이틀에 붙어서 말이다.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이상할 수준의 텀.
“…….”
나는 빠르게 화면을 넘겼다. 배세진이 이를 악물었다.
“T1 자체에 문제가 생긴 거지?”
“…그렇다고도 볼 수 있긴 한데요.”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
Tnet이 사업 키우면서 개짓거리한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지금까지 다 대기업답게 자본과 인맥으로 무마해 가면서 잘만 왔다.
그런데 최근 몇 달 사이에 갑자기 기사감이 폭증한다?
“T1은 원래 이랬고, 갑자기 ‘잡는 쪽’이 깐깐해진 것 같지 않나요.”
“……!”
배세진이 침을 삼켰다.
“그렇다면….”
“예.”
나는 음울히 중얼거렸다.
“형, 올해 대통령 선거 있는 거 아시죠.”
“…….”
이건… 정치권이랑 엮인 것이다.
X발.
‘T1이 찍혔어.’
뭘로 찍힌 건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X된 모양이다.
그리고 그중에 본보기로 잡힌 것이… 엔터 계열.
‘최신으로 올수록 엔터 사업 관련 이야기가 많아.’
천천히 두 달의 기록을 다 훑어본 뒤, 가장 자주 눈에 띄는 항목을 찾아냈다.
‘Tnet.’
그러니까, T1 Ent.
방송국부터 제작 스튜디오까지.
아마 대중적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사업 파트라 파급력이 가장 좋으니까 이쪽으로 찌르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기업은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당장 어떻게든 살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꼬리 자르기를 해야지.’
어떻게든 가장 문제 많은 파트 중 하나를 손절하고 납죽 엎드리든 센척하든 노선을 정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엔터 사업에서 방송사를 포기하는 건 미친 짓이다. 어떻게든 방송사는 가져가고, 대신 자를 꼬리를 고를 텐데….
뭘 버리겠는가.
‘뻔해.’
방송국만 잡고 있다면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고.
그나마 얼굴마담 간판인 녀석들은 곧 재계약 시즌인 사업.
바로… 산하 연예기획사.
“…애들 다 깨우죠.”
T1엔터가 자회사로 둔 각종 소속사들이다.
그리고 며칠 후.
테스타가 소속된 기획사 T1 Stars의 이사진이 구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