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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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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44화
오늘 아침, 테스타의 한 매니저는 뜬금없는 군식구를 맞이하게 됐다.
-문대가 상태가 조금 안 좋아서요, 청우가 친척을 불렀나 봐요. 문대랑 거의 가족 같은 사이래요.
‘멤버 가족과 같이 스케줄….’
평소 성실히 FM대로 근무하는 것으로 이름난 그에게는 다소 벅찬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테스타는 지금까지 수십, 수백억짜리 이름값의 연예인치곤 무리한 요구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럼 아주 드물게 나온 이런 억지를 들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그게 회사의 생각이었고, 아랫사람인 그는 까라면 까야 했다.
“휴….”
그는 체념한 상태로 멤버들을 만나러 나갔다.
명칭이야 ‘일일 매니저’지만, 쉽게 대할 수도 없으면서 챙겨야 할 문외한이 하나 생긴 복잡한 하루를 각오하면서.
그리고 드디어 문제의 그 군식구를 만났는데….
“안녕하십니까. 류건우입니다.”
“아, 예.”
그건 류청우를 도서관에 한 오 년쯤 넣어두고 채식만 먹인 것처럼 생긴, 아무튼 친척이라는 티가 나는 잘생긴 사람이었다.
여기까지는 좀 놀라긴 했지만 이상하진 않았다.
“인원 체크 끝났고 따로 특이사항 있는 멤버 없습니다. 아, 문대는 따로 회사에 말씀드린 상태입니다.”
“아, 예.”
여기서부터 이상했다.
사람이… 너무 빠릿빠릿했다.
“우와~ 잘 부탁드려요 형~”
“어.”
“이, 이거! 마시면서, 가는 게 어떨까요….”
“고맙다.”
게다가 멤버들이 스스럼없다. 누가 보면 한 칠 년쯤 동고동락한 사람인 줄 알겠다.
매니저는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르기 시작했으나, 몸은 착실히 스케줄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차에 도착하자 류건우가 손을 들어 제안했다.
“제가 운전할까요?”
운전대를?
물론 제일 짬이 안 찬 사람이 고된 일을 하는 게 맞긴 하지만, 지금은 케이스가 좀 다르지 않은가.
매니저는 잠시 고민했으나, 곧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흠… 예. 감사합니다.”
“당연한 일이죠.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자기가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혹시라도 괜한 실랑이가 생기느니 차라리 넘기는 게 시간상 나을 것 같았다.
어차피 회사는 이 근처고, 바로 내비게이션으로 찍어주면 되니까 말이다. 그다음엔 바쁜 스케줄로 변명하며 운전대에 먼저 앉으면 그만이었다.
‘시행착오 몇 번 겪으면 자기가 알아서 운전석을 내줄…….’
그러나 류건우는 운전석에 타자 물어보지도 않고 능숙하게 내비게이션을 찍었다.
“…??”
“그럼 우선 회사로 가겠습니다.”
“아, 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후 스케줄을 체크하며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오전 스케줄은 회의 끝나면 샵 들렀다가 상담받고 오후 1시쯤 끝날 거다. 점심은… 먹고 싶은 곳 있으면 말해.”
“저 닭고기!”
“거수로 하자, 괜찮은 사람? …좋아. 대신 활동기 직전이니까 삶은 걸로 한다.”
조수석에 앉은 매니저에겐 휴식이 이유 없는 휴식이 주어졌다.
“…?”
류건우는 그 와중에 룸미러로 뒷좌석을 체크하며 조언까지 하고 있다.
“래빈아, 머리.”
“헛, 감사합니다!”
유치원 선생님과 다년차 매니저 사이 어딘가로 보이는 그 모습에서는 어딘가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느껴졌다.
매니저가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저, 원래 하시는 일이?”
“아, 행정직 공무원입니다.”
“…?!”
상상도 못 한 정체가 나왔다.
그 와중에 차는 회사에 도착했다.
류건우는 묻지도 않은 채로 인 포켓의 ID카드를 이용한 진입까지 수월하게 넘기더니, 주차를 마치자마자 멤버들의 입장을 확인했다.
그러니까, 따라 들어가진 않았다는 말이다.
“저… 안 들어가십니까?”
“…? 저는 커피 사 와야죠. 신입이니까요.”
그건 대체 어떻게 알고 계세요.
“아, 제휴 할인되는 곳에서 사 오겠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디카페인 네 잔, 케모마일 두 잔, 핫초코 1잔.”
“…….”
“아까 차에서 내릴 때 들어뒀습니다. 실장님께선 어떤 걸로 드실 건가요.”
매니저는 생각을 포기했다.
참고로 몇 시간 후, 큰달도 비슷하게 생각을 포기하게 된다.
* * *
“죽을 것 같아요.”
“에이, 안 죽어요, 안 죽어~”
이세진이 웃으며 물을 넘겼다. 큰달은 간신히 그것을 받아다 덜덜거리며 꿀꺽꿀꺽 삼켰다.
‘으아악!’
미친 강행군이었다.
박문대는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 정말로 생방송 라디오처럼 살 떨리는 대중 스케줄은 없었다.
이미 테스타는 컴백을 위한 앨범 녹음과 사전 컨텐츠 촬영도 다 끝났기에 다른 부담도 없었고 말이다.
하지만 트레이닝 스케줄이… 관리 스케줄이!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어요….’
회의실, 샵, 보컬 트레이닝실, 접골원… 눈이 돌아갈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는데, 그 이동 시간 중에도 인터뷰 사전질문지를 나눠줬다.
[안 읽어도 돼. 오늘 할 건 아니니까.]
운전대를 잡고 있던 류건우, 그러니까 그 속의 박문대가 보낸 팝업이었다.
하지만 그 질문지 안 읽어도 된다고 쉴 시간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5분 뒤, 차가 다시 회사에 정차했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지하 1층의 안무 연습실.
“지난번에 너희가 말한 브릿지 구간이 수정은 됐는데요. 조금 까다롭거든? 괜찮지?”
“넵~”
“아휴 언제나 믿음직해요.”
레이블과 전담 계약한 안무가는 예닐곱 가지의 시안을 조합해 만든 최종 픽스 안무를 40분간 잡아줄 예정이었다.
시작 전, 류청우가 부드럽게 특이사항을 전달했다.
“아, 문대는 부상으로 오늘만 안무 연습 제외입니다.”
이건 합의된 사항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큰달이 배우지도 못한 안무까지 출 수는 없으니까.
“아, 그래? 그럼 빠지고 시작할게요.”
그리고 걱정과 안부를 물어볼 시간도 없다는 듯이 바로 ‘박문대’가 열외 되고 안무 수정안이 시연된다.
‘와….’
큰달은 이걸 계 탔다고 좋아해야 하는지 숨 돌릴 시간을 받았다고 좋아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 모든 걸 곧 잊어버렸다.
‘우와.’
-다시!
브릿지 파트만 반복 연습하는 데도 근거리에서 목격하니 박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미공개 신곡을 보고 있다’라는 사실까지 더해지니 손이 떨릴 지경이었다.
게다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
문 바로 옆, 벽에 기대어 선 류건우가 빠르게 눈으로 안무를 훑는 것이 보였다.
정확히는, 류건우의 몸을 가진 테스타의 박문대가.
‘머리로 기억하시는 거구나.’
같은 몸을 쓰는데도 누가 들어 있느냐에 따라 인상까지 달라진다는 게 다시 한번 실감이 났다.
그리고… 사실 지금 저 형이 이 몸으로 연습을 하고 있어야 할 시간이라는 것도.
“…….”
‘안 되겠다.’
큰달은 나름대로 상태창으로서의 자신의 업적(?)에 묘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래도 문대 형의 아이돌 길에 지금까지 큰 도움만 줬는데… 이 내가 차질을 주는 상황이라니!
‘이건 아니야.’
그래서 다음 스케줄이 됐을 때, 이렇게 생각한 것이다.
“이제 9시 10분까지 트레이닝룸에서 PT인데.”
-이거다!
“저, 형!”
“음?”
큰달의 부름에, 벽에 기대서서 전반적인 상황을 지켜보던 류건우가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운동 정도는 그냥 해도 되지 않을까요? 몸은 그대로잖아요!”
“음….”
“아, 해보시게요? 꽤 재밌긴 한데.”
옆에서 류청우가 흔쾌히 반응했다.
큰달은 그 반응에 용기를 얻어, 기꺼이 PT에 참가하기로 다시 한번 결심했다!
“네!”
그러지 말아야 했다.
그때 류건우의 표정을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독수리의 340도 시야각을 가지지 못한 죄로, 큰달은 지금 흐늘해진 채 트레이닝룸 바닥에 뻗어 있다.
……상급자용 코스는 초급자가 결심만으로 도전하면 안 되는 마굴이었다.
‘이러고 사셨구나….’
긴 고문 끝에 휴식을 맞이한 기분이었다. 그나마 몸이라도 익숙해서 버텼을 뿐이었다.
‘크흐흡….’
그는 이세진이 건넨 물을 생명수처럼 빨아 마셨다.
하지만 그 휴식도 바로 끝났다.
“저희 이동 시간이요!”
‘아악!’
그렇다. 아이돌 활동기 직전 스케줄은 휴식도 분 단위였기 때문이다…….
그때, 누군가 큰달이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뻗어 지탱해 주었다.
“…!”
배세진이었다!
“어어, 감사합니다.”
“…별거 아닌데요.”
배세진은 중얼거렸다. 그리고 약간 머뭇거리다가 말을 덧붙였다.
“원래 처음 하면 힘든 게 정상이니까, 괜한 생각 안 해도 돼요.”
“…! 네, 감사해요!”
배세진은 무뚝뚝하게 고개만 한번 끄덕이고 다시 갔지만, 큰달은 그가 꽤 친절한 성품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아니, 사실 테스타 대부분이 그렇긴 했다.
바쁜 스케줄 와중에도 낯선 자신에게 특별한 텃세 없이 담백하게 친절했다. 경계하거나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없었다.
특히 외향적인 멤버들은 오며 가며 말을 붙이며 불편한 점이 없는지 신경 써주기까지 했다.
“Hey.”
“헛, 넵.”
가령, 지금 같은 상황에서 말이다.
거의 모든 스케줄이 다 끝나고 해가 다 저물었을 무렵, 차가 숙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차유진이 말을 건 것이다.
“반말해요! 저 어려요. 괜찮아요!”
“어어, 음, 그래.”
몸이 지쳐서 편안함에 굴복한 큰달은 순순히 말을 놨다.
그리고 이 둘이 떠드는 것을, 류건우는 운전석에서 내리며 확인했다.
* * *
‘음, 괜찮게 넘겼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큰달이 좀 고생은 했다만, 별문제 없이 깔끔히 마무리되는 중이라 다행이었다.
“흠흠,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매니저와도 상투적인 인사를 했다.
참고로 류청우와 이세진이 보증인으로 붙자마자 류건우의 일일 로드매니저 면접은 고속으로 통과되었다.
‘혈연이 최고긴 하군.’
박문대가 상태가 좀 안 좋은데 케어할 직계 가족은 없는 상태.
그래서 류청우가 박문대와 친한 자신의 친척 형을 불렀다는 변명이 먹힌 것이다.
평소와 달리 좀… 어벙하고 해맑은 큰달 버전 박문대가 회사 직원들이 보기엔 약간 상태가 안 좋아 보였나 보다.
덕분에 류건우가 순조롭게 멘탈 케어 명목으로 비빌 수 있었다.
운전도 뭐… 간밤에 몇 번 타니까 감 잡았다.
‘자차 있는 류청우 도움을 좀 받았지.’
조수석에서 꽤 잘 봐주던데.
-형, 문대로 돌아와도 면허 시험 보는 게 어때요? 이건 좀 아까운데…….
그 권유도 기억해 둘 만했다.
‘아무튼, 이것도 오랜만이군.’
다행히 몸이 잊지 않았는지, 오늘 내내 별문제 없이 서울 시내를 주행해 나갔다.
혈연 빨로 붙은 일회용 인력인 데다가, 운전대 번갈아 가며 잡는 무보수 노동을 해줘서 그런지 기존 매니저의 쓸데없는 군기 잡기는 없더라.
나는 오늘 하루를 복기해 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책잡힐 일은 안 한 것 같군.’
이대로 바로 숙소로 들어가 오늘 하루 죽은 듯이 마무리할 생각…….
“문대 형!”
“…….”
야.
차유진은 다행히 바로 호칭을 고쳤다.
“Oh! 건우 형! 우리 아이스크림 사러 가요! 나랑 김래빈이랑 BM!”
“BM?”
[그가 말하길 “큰달”이 특별한 애칭이라던데요? 힙하게 바꿔줬죠.]
‘설마 Big Moon이냐.’
이해할 수 없는 감성이었다.
어쨌든, 큰달도 제안 자체는 꽤 솔깃하긴 했는지 밝은 표정이긴 하다.
다만 김래빈은 진지하게 속삭였다.
“형, 상황이 특수한 만큼 이대로 귀가하는 편이 안전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만….”
“Nooo! 김래빈이 배신했어!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말한 김래빈이 없어졌어!”
“…! 배신이라니! 먹고 싶다는 말은 직접 사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잖아! 지금 차유진은 논리를 비약하고 있습니다!”
“알았다. 알았어.”
그래. 김래빈 말대로 사실 이대로 숙소에 돌아가는 게 베스트긴 하지만….
‘당근을 주긴 해야지.’
솔직히 보자. 큰달 저놈은 오늘 스케줄 내내 고문당하는 느낌이었을 테니 말이다.
나는 매니저에게 눈인사를 한 후, 차를 바꿔서 다시 운전대에 올라탔다.
매니저는 숙소로 돌아가는 놈들을 챙길 것이니, 이놈들한테는 잠깐 내가 붙으면 되겠지.
“가자. 바로 앞 편의점도 괜찮으면.”
“Yeah!”
“앗, 넵!”
“마스크 쓰고.”
그대로 차가 출발했다.
운전은 순식간에 끝났다. 나는 편의점 앞에 차를 대고 내렸다.
그리고 녀석들과 편의점 안에 같이 들어가는 대신, 앞에 서서 대기했다.
“형! 안 들어가요?”
“피곤해서. 너희끼리 골라라.”
“OK~”
나는 편의점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하고, 시선을 도로로 돌렸다.
저 택시.
“…….”
사실은, 방금 차에 저 꼬리가 따라붙는 걸 봤기 때문이다.
‘하필 지금 걸렸나.’
음, 업계 전문용어로 사생.
스토커들 말이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44화

오늘 아침, 테스타의 한 매니저는 뜬금없는 군식구를 맞이하게 됐다.

-문대가 상태가 조금 안 좋아서요, 청우가 친척을 불렀나 봐요. 문대랑 거의 가족 같은 사이래요.

‘멤버 가족과 같이 스케줄….’

평소 성실히 FM대로 근무하는 것으로 이름난 그에게는 다소 벅찬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테스타는 지금까지 수십, 수백억짜리 이름값의 연예인치곤 무리한 요구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럼 아주 드물게 나온 이런 억지를 들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그게 회사의 생각이었고, 아랫사람인 그는 까라면 까야 했다.

“휴….”

그는 체념한 상태로 멤버들을 만나러 나갔다.

명칭이야 ‘일일 매니저’지만, 쉽게 대할 수도 없으면서 챙겨야 할 문외한이 하나 생긴 복잡한 하루를 각오하면서.

그리고 드디어 문제의 그 군식구를 만났는데….

“안녕하십니까. 류건우입니다.”

“아, 예.”

그건 류청우를 도서관에 한 오 년쯤 넣어두고 채식만 먹인 것처럼 생긴, 아무튼 친척이라는 티가 나는 잘생긴 사람이었다.

여기까지는 좀 놀라긴 했지만 이상하진 않았다.

“인원 체크 끝났고 따로 특이사항 있는 멤버 없습니다. 아, 문대는 따로 회사에 말씀드린 상태입니다.”

“아, 예.”

여기서부터 이상했다.

사람이… 너무 빠릿빠릿했다.

“우와~ 잘 부탁드려요 형~”

“어.”

“이, 이거! 마시면서, 가는 게 어떨까요….”

“고맙다.”

게다가 멤버들이 스스럼없다. 누가 보면 한 칠 년쯤 동고동락한 사람인 줄 알겠다.

매니저는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르기 시작했으나, 몸은 착실히 스케줄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차에 도착하자 류건우가 손을 들어 제안했다.

“제가 운전할까요?”

운전대를?

물론 제일 짬이 안 찬 사람이 고된 일을 하는 게 맞긴 하지만, 지금은 케이스가 좀 다르지 않은가.

매니저는 잠시 고민했으나, 곧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흠… 예. 감사합니다.”

“당연한 일이죠.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자기가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혹시라도 괜한 실랑이가 생기느니 차라리 넘기는 게 시간상 나을 것 같았다.

어차피 회사는 이 근처고, 바로 내비게이션으로 찍어주면 되니까 말이다. 그다음엔 바쁜 스케줄로 변명하며 운전대에 먼저 앉으면 그만이었다.

‘시행착오 몇 번 겪으면 자기가 알아서 운전석을 내줄…….’

그러나 류건우는 운전석에 타자 물어보지도 않고 능숙하게 내비게이션을 찍었다.

“…??”

“그럼 우선 회사로 가겠습니다.”

“아, 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후 스케줄을 체크하며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오전 스케줄은 회의 끝나면 샵 들렀다가 상담받고 오후 1시쯤 끝날 거다. 점심은… 먹고 싶은 곳 있으면 말해.”

“저 닭고기!”

“거수로 하자, 괜찮은 사람? …좋아. 대신 활동기 직전이니까 삶은 걸로 한다.”

조수석에 앉은 매니저에겐 휴식이 이유 없는 휴식이 주어졌다.

“…?”

류건우는 그 와중에 룸미러로 뒷좌석을 체크하며 조언까지 하고 있다.

“래빈아, 머리.”

“헛, 감사합니다!”

유치원 선생님과 다년차 매니저 사이 어딘가로 보이는 그 모습에서는 어딘가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느껴졌다.

매니저가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저, 원래 하시는 일이?”

“아, 행정직 공무원입니다.”

“…?!”

상상도 못 한 정체가 나왔다.

그 와중에 차는 회사에 도착했다.

류건우는 묻지도 않은 채로 인 포켓의 ID카드를 이용한 진입까지 수월하게 넘기더니, 주차를 마치자마자 멤버들의 입장을 확인했다.

그러니까, 따라 들어가진 않았다는 말이다.

“저… 안 들어가십니까?”

“…? 저는 커피 사 와야죠. 신입이니까요.”

그건 대체 어떻게 알고 계세요.

“아, 제휴 할인되는 곳에서 사 오겠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디카페인 네 잔, 케모마일 두 잔, 핫초코 1잔.”

“…….”

“아까 차에서 내릴 때 들어뒀습니다. 실장님께선 어떤 걸로 드실 건가요.”

매니저는 생각을 포기했다.

참고로 몇 시간 후, 큰달도 비슷하게 생각을 포기하게 된다.

* * *

“죽을 것 같아요.”

“에이, 안 죽어요, 안 죽어~”

이세진이 웃으며 물을 넘겼다. 큰달은 간신히 그것을 받아다 덜덜거리며 꿀꺽꿀꺽 삼켰다.

‘으아악!’

미친 강행군이었다.

박문대는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 정말로 생방송 라디오처럼 살 떨리는 대중 스케줄은 없었다.

이미 테스타는 컴백을 위한 앨범 녹음과 사전 컨텐츠 촬영도 다 끝났기에 다른 부담도 없었고 말이다.

하지만 트레이닝 스케줄이… 관리 스케줄이!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어요….’

회의실, 샵, 보컬 트레이닝실, 접골원… 눈이 돌아갈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는데, 그 이동 시간 중에도 인터뷰 사전질문지를 나눠줬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류건우, 그러니까 그 속의 박문대가 보낸 팝업이었다.

하지만 그 질문지 안 읽어도 된다고 쉴 시간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5분 뒤, 차가 다시 회사에 정차했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지하 1층의 안무 연습실.

“지난번에 너희가 말한 브릿지 구간이 수정은 됐는데요. 조금 까다롭거든? 괜찮지?”

“넵~”

“아휴 언제나 믿음직해요.”

레이블과 전담 계약한 안무가는 예닐곱 가지의 시안을 조합해 만든 최종 픽스 안무를 40분간 잡아줄 예정이었다.

시작 전, 류청우가 부드럽게 특이사항을 전달했다.

“아, 문대는 부상으로 오늘만 안무 연습 제외입니다.”

이건 합의된 사항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큰달이 배우지도 못한 안무까지 출 수는 없으니까.

“아, 그래? 그럼 빠지고 시작할게요.”

그리고 걱정과 안부를 물어볼 시간도 없다는 듯이 바로 ‘박문대’가 열외 되고 안무 수정안이 시연된다.

‘와….’

큰달은 이걸 계 탔다고 좋아해야 하는지 숨 돌릴 시간을 받았다고 좋아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 모든 걸 곧 잊어버렸다.

‘우와.’

-다시!

브릿지 파트만 반복 연습하는 데도 근거리에서 목격하니 박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미공개 신곡을 보고 있다’라는 사실까지 더해지니 손이 떨릴 지경이었다.

게다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

문 바로 옆, 벽에 기대어 선 류건우가 빠르게 눈으로 안무를 훑는 것이 보였다.

정확히는, 류건우의 몸을 가진 테스타의 박문대가.

‘머리로 기억하시는 거구나.’

같은 몸을 쓰는데도 누가 들어 있느냐에 따라 인상까지 달라진다는 게 다시 한번 실감이 났다.

그리고… 사실 지금 저 형이 이 몸으로 연습을 하고 있어야 할 시간이라는 것도.

“…….”

‘안 되겠다.’

큰달은 나름대로 상태창으로서의 자신의 업적(?)에 묘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래도 문대 형의 아이돌 길에 지금까지 큰 도움만 줬는데… 이 내가 차질을 주는 상황이라니!

‘이건 아니야.’

그래서 다음 스케줄이 됐을 때, 이렇게 생각한 것이다.

“이제 9시 10분까지 트레이닝룸에서 PT인데.”

-이거다!

“저, 형!”

“음?”

큰달의 부름에, 벽에 기대서서 전반적인 상황을 지켜보던 류건우가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운동 정도는 그냥 해도 되지 않을까요? 몸은 그대로잖아요!”

“음….”

“아, 해보시게요? 꽤 재밌긴 한데.”

옆에서 류청우가 흔쾌히 반응했다.

큰달은 그 반응에 용기를 얻어, 기꺼이 PT에 참가하기로 다시 한번 결심했다!

“네!”

그러지 말아야 했다.

그때 류건우의 표정을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독수리의 340도 시야각을 가지지 못한 죄로, 큰달은 지금 흐늘해진 채 트레이닝룸 바닥에 뻗어 있다.

……상급자용 코스는 초급자가 결심만으로 도전하면 안 되는 마굴이었다.

‘이러고 사셨구나….’

긴 고문 끝에 휴식을 맞이한 기분이었다. 그나마 몸이라도 익숙해서 버텼을 뿐이었다.

‘크흐흡….’

그는 이세진이 건넨 물을 생명수처럼 빨아 마셨다.

하지만 그 휴식도 바로 끝났다.

“저희 이동 시간이요!”

‘아악!’

그렇다. 아이돌 활동기 직전 스케줄은 휴식도 분 단위였기 때문이다…….

그때, 누군가 큰달이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뻗어 지탱해 주었다.

“…!”

배세진이었다!

“어어, 감사합니다.”

“…별거 아닌데요.”

배세진은 중얼거렸다. 그리고 약간 머뭇거리다가 말을 덧붙였다.

“원래 처음 하면 힘든 게 정상이니까, 괜한 생각 안 해도 돼요.”

“…! 네, 감사해요!”

배세진은 무뚝뚝하게 고개만 한번 끄덕이고 다시 갔지만, 큰달은 그가 꽤 친절한 성품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아니, 사실 테스타 대부분이 그렇긴 했다.

바쁜 스케줄 와중에도 낯선 자신에게 특별한 텃세 없이 담백하게 친절했다. 경계하거나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없었다.

특히 외향적인 멤버들은 오며 가며 말을 붙이며 불편한 점이 없는지 신경 써주기까지 했다.

“Hey.”

“헛, 넵.”

가령, 지금 같은 상황에서 말이다.

거의 모든 스케줄이 다 끝나고 해가 다 저물었을 무렵, 차가 숙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차유진이 말을 건 것이다.

“반말해요! 저 어려요. 괜찮아요!”

“어어, 음, 그래.”

몸이 지쳐서 편안함에 굴복한 큰달은 순순히 말을 놨다.

그리고 이 둘이 떠드는 것을, 류건우는 운전석에서 내리며 확인했다.

* * *

‘음, 괜찮게 넘겼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큰달이 좀 고생은 했다만, 별문제 없이 깔끔히 마무리되는 중이라 다행이었다.

“흠흠,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매니저와도 상투적인 인사를 했다.

참고로 류청우와 이세진이 보증인으로 붙자마자 류건우의 일일 로드매니저 면접은 고속으로 통과되었다.

‘혈연이 최고긴 하군.’

박문대가 상태가 좀 안 좋은데 케어할 직계 가족은 없는 상태.

그래서 류청우가 박문대와 친한 자신의 친척 형을 불렀다는 변명이 먹힌 것이다.

평소와 달리 좀… 어벙하고 해맑은 큰달 버전 박문대가 회사 직원들이 보기엔 약간 상태가 안 좋아 보였나 보다.

덕분에 류건우가 순조롭게 멘탈 케어 명목으로 비빌 수 있었다.

운전도 뭐… 간밤에 몇 번 타니까 감 잡았다.

‘자차 있는 류청우 도움을 좀 받았지.’

조수석에서 꽤 잘 봐주던데.

-형, 문대로 돌아와도 면허 시험 보는 게 어때요? 이건 좀 아까운데…….

그 권유도 기억해 둘 만했다.

‘아무튼, 이것도 오랜만이군.’

다행히 몸이 잊지 않았는지, 오늘 내내 별문제 없이 서울 시내를 주행해 나갔다.

혈연 빨로 붙은 일회용 인력인 데다가, 운전대 번갈아 가며 잡는 무보수 노동을 해줘서 그런지 기존 매니저의 쓸데없는 군기 잡기는 없더라.

나는 오늘 하루를 복기해 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책잡힐 일은 안 한 것 같군.’

이대로 바로 숙소로 들어가 오늘 하루 죽은 듯이 마무리할 생각…….

“문대 형!”

“…….”

야.

차유진은 다행히 바로 호칭을 고쳤다.

“Oh! 건우 형! 우리 아이스크림 사러 가요! 나랑 김래빈이랑 BM!”

“BM?”

‘설마 Big Moon이냐.’

이해할 수 없는 감성이었다.

어쨌든, 큰달도 제안 자체는 꽤 솔깃하긴 했는지 밝은 표정이긴 하다.

다만 김래빈은 진지하게 속삭였다.

“형, 상황이 특수한 만큼 이대로 귀가하는 편이 안전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만….”

“Nooo! 김래빈이 배신했어!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말한 김래빈이 없어졌어!”

“…! 배신이라니! 먹고 싶다는 말은 직접 사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잖아! 지금 차유진은 논리를 비약하고 있습니다!”

“알았다. 알았어.”

그래. 김래빈 말대로 사실 이대로 숙소에 돌아가는 게 베스트긴 하지만….

‘당근을 주긴 해야지.’

솔직히 보자. 큰달 저놈은 오늘 스케줄 내내 고문당하는 느낌이었을 테니 말이다.

나는 매니저에게 눈인사를 한 후, 차를 바꿔서 다시 운전대에 올라탔다.

매니저는 숙소로 돌아가는 놈들을 챙길 것이니, 이놈들한테는 잠깐 내가 붙으면 되겠지.

“가자. 바로 앞 편의점도 괜찮으면.”

“Yeah!”

“앗, 넵!”

“마스크 쓰고.”

그대로 차가 출발했다.

운전은 순식간에 끝났다. 나는 편의점 앞에 차를 대고 내렸다.

그리고 녀석들과 편의점 안에 같이 들어가는 대신, 앞에 서서 대기했다.

“형! 안 들어가요?”

“피곤해서. 너희끼리 골라라.”

“OK~”

나는 편의점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하고, 시선을 도로로 돌렸다.

저 택시.

“…….”

사실은, 방금 차에 저 꼬리가 따라붙는 걸 봤기 때문이다.

‘하필 지금 걸렸나.’

음, 업계 전문용어로 사생.

스토커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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