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44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42화
나는 소파 팔걸이를 두드렸다.
동시에 손에 든 스마트폰 라디오 어플로 쾌활한 인사말이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Take your star, 테스타입니다~]
그리고 몇 초 후.
-방금 테스타
-??
-지금 당장 SBC 라디오 틀어
-라디오?
-테스타가 라디오 왜
인터넷 페이지가 쭉쭉 갱신되었다.
나는 이마를 짚었다.
차라리 라디오 출연을 사전 공지했다면 관심을 덜 받았을 것이다. 보통 위튜브를 보지 굳이 라디오 찾아서 안 듣는다고.
‘기껏해야 나중에 클립이나 좀 돌아다녔겠지.’
그런데 ‘예고 없는 깜짝 등장’이라는 속성이 붙으니 오히려 언급량이 생긴 것이다.
OTT 서비스에서 직접 찾아서 트는 영화보다 우연히 채널 돌리다 나오는 영화가 더 재밌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바로 그걸 노린 건데 X발…….’
업보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 대가리가 아프든 말든 라디오 진행은 인사 후 근황 토크까지 쭉쭉 나간다. 그리고 인터넷 페이지도 쭉쭉 갱신되고.
[테스타~ 올해도 멋진 계획이 있을 것 같은데요. 가요 대상 그룹과 한자리에 있으니 많이 떨리네요.]
[하하, 초대해 주셔서 저희가 더 감사하고 떨립니다. 그리고… 예. 올해 더 자주 뵙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 중이죠.]
[맞아요! 저희 좋은 모습으로 팬분들 뵈러 올 거예요. 그리고 오늘도 그래서 왔어요. 잘하겠습니다, DJ님!]
[어머~]
류청우야 이런 류의 대담에는 이골이 났을 것이다. 차유진도 이제 자기 필요할 때는 말을 잘한단 말이지.
분위기는 웃음소리로 화기애애하다.
문제는 이다음.
‘…대본상 내 차례.’
[어휴,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 코너 시작해 볼까요? 아, 혹시 저희 한밤의 라디오 들어보신 적 있으신지…?]
나는 혹시 몰라 채팅도 띄워주기로 했다. 직접 말하면 되겠지.
“저희가…….”
그리고 내가 내는 류건우의 목소리와, 어플 속 큰달의 소리가 겹친다.
[…저희가 차를 탈 일이 많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들었는데요. 나중에는 주파수 돌려서 찾아들었습니다. 좋아서요.]
침착한 목소리.
[정말?]
[진짜요~ 저희가 다 애청자라 직접 요청해서 나왔습니다, 송DJ님!]
[맞아요!]
“……후.”
나는 소파에 등을 기댔다.
좋아. 합격점.
큰달은 의외로 내 말투를 제법 그럴싸하게 흉내 낼 줄 알았다.
‘그렇다는 건, 저놈 대체 얼마나 테스타 컨텐츠를 자주 본 거지…?’
[형! 저 어땠어요??]
“잘했어. 똑같더라. 이대로 간다.”
[네!]
…잠깐. 그렇다고 갑자기 눈에 띄게 고개 치켜들면 안 되지!
“너….”
다행히 어플 속 박문대가 모가지를 세우려던 순간, 누군가 어깨동무를 했다.
큰세진이다. 놈이 박문대의 대가리를 누르는 것이다.
“…….”
고맙다.
‘젠장.’
나는 눈을 눌렀다.
“자리에 굳어 있을 필요는 없지만, 내 팝업에 반응해서 움직이면 이상하지.”
[그, 그렇죠. 네!]
이해는 한다. 갑자기 진행자 말에, 카메라에, 대본에, 내 팝업까지 보려니 머리가 터질 지경일 것이다.
나도 어플에, 시야 공유에, 시청자 상황까지 보려니 눈이 돌아갈 것 같은 판이니까.
‘하지만 다른 수는 없으니 해야지.’
그리고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
-이거 컴백 시그널인가
-그냥 나온 것 같지는 않지?
-완전체 라디오? 헐ㅋㅋ
-새삼 테스타 말 잘하네
나는 재빨리 우호적인 시청자 반응을 확인 후 라디오를 청취하며 박문대 시야로 주변 분위기를 살폈다.
가끔 큰세진이 눈깔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은 웃는 표정으로 박문대를 보는 것 같지만 괜찮다. 이해해 주겠다.
그리고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간다.
[돌아온 월요일. !]
[와아!]
[일상과 달라진 이번 주의 특이한 월요일 사연들을 들어보는 코너죠.]
라디오에서 자주 하는 두 가지가 있다.
사연 읽기. 콩트.
여기선 뭘 하나고? 설명은 간단하다.
둘 다 한다.
[오늘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 음악 동아리 친구들이 사연을 읽어줄 예정입니다. 우리 친구들, 인사해 볼까요?]
[넵~]
[엄마, 나 라디오 나왔어!]
……무려, 테스타가 같은 동아리의 고등학생인 척하면서 사연을 읽어주는 것이다.
참고로 방금 대사는 배세진이다. 얼굴색도 안 변했다.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원래 콩트가 의식하는 순간 그렇다. 참아라.
[주말부터 사흘이나 잠을 못 주무시고 계속 프로젝트 중이시라니, 그럼 정말 힘들고 소진되는 느낌을 받게 될 수도 있죠……. 저희도 직업상 보내주신 사연에 공감이 되네요.]
[고등학생이신데 직업상 공감이요?]
[앗.]
[아~앗?]
[…그럼요~ 세진이가 고등학생이라서! 꿈 많은 청소년이니까 상상과 공감 능력이 좋은 거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들린 수비
-이걸 아이돌 자아가 이겼다고 봐야하냐 고등학생 자아가 이겼다고 봐야하냐
└콩트 자아가 이김
사연이 한 바퀴 돌 때까지 별일 없었다. 가끔 아이돌 자아를 웃기게 주체 못 하면서 튀어나오는 것도 괜찮았고.
가장 중요한 박문대 몸의 큰달도 무사히 본인에게 배당된 사연을 넘겼다.
‘자, 감탄사로 시간 끌고.’
[음…. 9503님은 사이가 나쁜 친구가 오늘 전학을 갔다고 하시는데요, 저희 중엔 전학생은 없지만…….]
큰달은 내가 보낸 팝업을 무사히 읽으며, 대본 없는 가장 긴 상황을 넘겼다.
말도 더듬지 않았다.
‘후.’
“잘했다.”
[네!!]
나는 미간을 눌렀다.
큰달도 약간은 초조함과 긴장 수위를 낮췄는지 아까보다 시야가 안정되었다.
‘좋아.’
이제 이 살 떨리는 짓도 거의 끝나간다.
곧 라디오에선 약속된 시간이 주어졌다. 바로 게스트 어필 분량이다.
[오늘의 마지막 사연은… 바로 고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친구들이 직접 가지고 온 사연입니다.]
[와아아!]
[예! 저희가 오늘까지 경험했던 독특한 사건을 청취자 여러분들께 말씀드릴 수 있어서 대단한 영광입니다….]
김래빈의 말투가 고등학생이라기엔 지나치게 각이 잡혀 있다만 저놈은 고등학생 때도 저랬을 테니 고증 오류는 아니다.
그리고 테스타는 학교 기숙사에서 일어난 기묘한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선아현이 차분히 말했다.
[저, 제가 지난주에, 책상에 뒀던 물건을 하나, 버리기로 마음먹고 정리했었거든요…….]
[그러셨군요. 그런데요?]
[자꾸, 돌아와요.]
[…네?]
[책상 위로, 돌아와요.]
[…….]
[오늘, 월요일까지 계속.]
침묵이 흐른다.
-????
-갑분 괴담
-아현아?
대충 요약하자면 버려도 버려도 돌아오는 선아현의 아로마 석고 인형 괴담이다.
[…형 저거 지진짜예요?]
“어.”
고등학교 버전으로 재구성한 거다. 실제로 얼마 전에 숙소에서 일어난 일이거든.
[실화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아현 형과 룸메이트인 제가 직접 목격했습니다.]
-아니 콩트라고 해줘
-이런데서 리얼리티 살리지마라
-ㅋㅋㅋㅋㅋㅅㅂ반응봨ㅋㅋ
제법 센 스토리에 반응이 술렁인다.
물론 오늘 일어난 테스타 충격 실화를 제보하자면 1위는 단연 나겠지만.
‘몸 바뀐 걸 누가 이기냐.’
하지만 말해봤자 아무도 안 믿거나 기절할 테니 넘어가자고.
어쨌든 놈들은 짬이 찬 방송인답게 제법 그럴싸하게 분위기를 끌고 간다. 그리고 진행자가 부드럽게 라디오다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지금 청취자분들께서 많은 의견을 보내주고 계세요. ‘설마 귀신?’, ‘무슨 모양의 인형인가요?’, ‘출처가 있나요?’]
[아, 사슴 모양입니다.]
다만 김래빈이 여기서 돌발 발언을 했다.
[문대 형께서 투어…가 아닌 수학여행 중 함께 고르시던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그랬나? 문대야, 언젠지 기억나?]
박문대한테 갑자기 말이 넘어온 것이다. 젠장!
‘당황하지 마라.’
나는 재빨리 팝업을 띄우려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차분한 박문대의 목소리가 먼저 어플에서 흘러나왔다.
[맞아요. 작년에 일본에서 아현이가 직접 샀죠. 간판 없는 중고 소품점에서….]
“…!”
더 무서워졌다며 멤버들과 진행자가 호들갑을 떨고 인터넷 반응이 쏟아진다.
나는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알았냐.”
…놀랍게도,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자랑스럽게 팝업이 떴다.
[흐흐후후후…. 작년 투어 비하인드 영상에 있었잖아요! 형이 사슴뿔 모양이 곧은 거랑 갈라진 것 중에 곧은 거 골라줬었죠!]
이런 디테일은 나도 기억 못 한다. 대체 어디까지 뭘 본 거냐.
“…그래. 침착하게 잘했어. 기대 이상이야.”
[진짜요?! 헤헤, 네…….]
아무튼 큰달은 자신감을 찾았는지 이제 시야가 흔들리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득점이었다.
‘제법.’
나는 피식 웃고, 다시 모니터링에 집중했다.
[…그래서! 그 사슴 인형을 아현이가 처음 다시 본 게 언제였다~?]
[으응, 그날 자정이었어.]
어쨌든, 그렇게 으스스하게 야밤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주던 사연은 쭉쭉 잘나갔다. 그리고 적당히 코믹하게 마무리되며 콩트의 본질도 살렸다.
[Yeah, 사실 모든 사람 범인이에요!]
[…?!]
사건의 정황은 이렇다.
선아현이 버리는 줄 모르고, 룸메이트 아닌 놈들이 현관문 앞에서 석고 인형을 발견할 때마다 번갈아 가며 친절하게 책상에 도로 가져다준 것이다.
심지어 당사자인 선아현은 겁이 없어서 의아하면서도 그러려니 했다고 한다.
덕분에 룸메이트인 김래빈만 고통받았다는 훈훈한 이야기다.
[숙소… 아니, 기숙사의 착공 연도까지 확인했었습니다.]
진행자가 빵 터졌다.
[왜요, 지어지기 전에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봐요? 세상에나!]
[그래서 어땠지 래빈아?]
[평화로운 논두렁에 소가 살고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토끼 무슨 죄임
-위튭각이다
주거니 받거니 신나게 흐름을 잡던 놈들은 이윽고 진짜 중요한 파트로 슬슬 이야기를 끌고 간다.
[왜~ 녹음실에 귀신 나오면 잘된다는 속설도 있잖아요!]
[으응, 진짜 귀신이 나온 건 아니었지만, 비슷한 일이었으니까…!]
[예. 비록 저희가 아직 학교 동아리지만 좋은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신호로 생각하려 합니다!]
그 말에 배세진이 (왜 콩트로 이런 캐릭터를 선택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발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게 본론이다.
[맞아! 아, 그거 알아? 테스타도 올해 초에 컴백한대.]
-???
-ㄹㅇ?
물 흐르듯 갑작스러운 선언에 인터넷 페이지 갱신이 또 폭주한다.
‘그래. 테스타 컴백 곧이다.’
사실 뻔한 이야기다. 앨범 안 낸 지 꽤 지난 데다가 SNS로 은근히 말을 흘려서 팬들은 다들 예상하던 계획이기도 하고.
그래도 기사로 듣는 것보다 예고 없는 라디오 출연으로 깜짝 발표하면 재밌지 않은가.
나는 피식 웃으며 스마트폰을 고쳐잡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박문대의 시야가 색다르게 흔들렸다. 긴장한 것보단… 마치 숨이 가쁜 것처럼 말이다.
‘놀랐나?’
음, 그러고 보니 큰달도 이 소식이 처음이겠군.
아무튼 여기선 박문대는 대사가 없으니 편하게 테스타 소식이나 들어도 괜찮다. 나는 다리를 폈다.
[내가 듣기로는 뭘 훔친다더라.]
[와~ 괴도 컨셉인가요?]
그리고 여기서 류청우가 아니 ‘팬들의 마음을~’ 같은 대답을 하면서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말이 튀어나왔다.
[테, 테스타 이번에 괴도 컨셉이에요!?]
박문대였다.
…큰달이, 급발진한 것이다.
합의없이.
[…….]
[…….]
잠시,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큰달은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 마.’
그게 더 이상해.
김래빈이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박문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예?]
나는 미간을 눌렀다.
‘망했다.’
그 순간.
[으응. 문대는, 테스타한테 관심이 많구나.]
“…!!”
[그, 혹시, 팬…이야?]
선아현이… 받았다?
‘어떻게?’
그러나 그 의문을 오래 생각할 틈도 없이 당장 시청자 반응부터 눈으로 훑는다.
그건…….
-그런 상황극임?ㅋㅋㅋㅋ
-문대 연기 무슨 일이야 왜 잘해
-순간 진짜 모르는 줄
-배세랑 특훈했나ㅋㅋㅋ
의외로 좋다.
워낙 앞에서 말도 안 되는 고등학생 설정으로 콩트를 해댄 탓에 그 일부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렇다면… 잠깐.
“…!”
나는 턱을 만졌다.
이거…… 오히려 이득인가?
[…그러게~ 문대 테스타 좋아하네! 야 나도 노래 다 알잖아~]
라디오에서는 절찬리에 큰세진이 상황을 수습 중이다. 잘 맞장구만 치면 자연스럽게 원래대로 흐름이 넘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지만….’
흠.
[형 죄송해요 이거 어떡…….]
“아니.”
[예?]
나는 소파에 도로 앉았다.
“이대로 간다. 너 편하게 반응해.”
[…?!]
그리고 잠시 후.
보이는 라디오 어플 속 박문대는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맞아. 사실 나는… 테스타 완전 팬이야.]
[…??]
[테스타 진짜 팬이라니까.]
뒤를 맡긴다, 큰세진.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42화
나는 소파 팔걸이를 두드렸다.
동시에 손에 든 스마트폰 라디오 어플로 쾌활한 인사말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몇 초 후.
-방금 테스타
-??
-지금 당장 SBC 라디오 틀어
-라디오?
-테스타가 라디오 왜
인터넷 페이지가 쭉쭉 갱신되었다.
나는 이마를 짚었다.
차라리 라디오 출연을 사전 공지했다면 관심을 덜 받았을 것이다. 보통 위튜브를 보지 굳이 라디오 찾아서 안 듣는다고.
‘기껏해야 나중에 클립이나 좀 돌아다녔겠지.’
그런데 ‘예고 없는 깜짝 등장’이라는 속성이 붙으니 오히려 언급량이 생긴 것이다.
OTT 서비스에서 직접 찾아서 트는 영화보다 우연히 채널 돌리다 나오는 영화가 더 재밌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바로 그걸 노린 건데 X발…….’
업보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 대가리가 아프든 말든 라디오 진행은 인사 후 근황 토크까지 쭉쭉 나간다. 그리고 인터넷 페이지도 쭉쭉 갱신되고.
류청우야 이런 류의 대담에는 이골이 났을 것이다. 차유진도 이제 자기 필요할 때는 말을 잘한단 말이지.
분위기는 웃음소리로 화기애애하다.
문제는 이다음.
‘…대본상 내 차례.’
나는 혹시 몰라 채팅도 띄워주기로 했다. 직접 말하면 되겠지.
“저희가…….”
그리고 내가 내는 류건우의 목소리와, 어플 속 큰달의 소리가 겹친다.
침착한 목소리.
“……후.”
나는 소파에 등을 기댔다.
좋아. 합격점.
큰달은 의외로 내 말투를 제법 그럴싸하게 흉내 낼 줄 알았다.
‘그렇다는 건, 저놈 대체 얼마나 테스타 컨텐츠를 자주 본 거지…?’
“잘했어. 똑같더라. 이대로 간다.”
…잠깐. 그렇다고 갑자기 눈에 띄게 고개 치켜들면 안 되지!
“너….”
다행히 어플 속 박문대가 모가지를 세우려던 순간, 누군가 어깨동무를 했다.
큰세진이다. 놈이 박문대의 대가리를 누르는 것이다.
“…….”
고맙다.
‘젠장.’
나는 눈을 눌렀다.
“자리에 굳어 있을 필요는 없지만, 내 팝업에 반응해서 움직이면 이상하지.”
이해는 한다. 갑자기 진행자 말에, 카메라에, 대본에, 내 팝업까지 보려니 머리가 터질 지경일 것이다.
나도 어플에, 시야 공유에, 시청자 상황까지 보려니 눈이 돌아갈 것 같은 판이니까.
‘하지만 다른 수는 없으니 해야지.’
그리고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
-이거 컴백 시그널인가
-그냥 나온 것 같지는 않지?
-완전체 라디오? 헐ㅋㅋ
-새삼 테스타 말 잘하네
나는 재빨리 우호적인 시청자 반응을 확인 후 라디오를 청취하며 박문대 시야로 주변 분위기를 살폈다.
가끔 큰세진이 눈깔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은 웃는 표정으로 박문대를 보는 것 같지만 괜찮다. 이해해 주겠다.
그리고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간다.
라디오에서 자주 하는 두 가지가 있다.
사연 읽기. 콩트.
여기선 뭘 하나고? 설명은 간단하다.
둘 다 한다.
……무려, 테스타가 같은 동아리의 고등학생인 척하면서 사연을 읽어주는 것이다.
참고로 방금 대사는 배세진이다. 얼굴색도 안 변했다.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원래 콩트가 의식하는 순간 그렇다. 참아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들린 수비
-이걸 아이돌 자아가 이겼다고 봐야하냐 고등학생 자아가 이겼다고 봐야하냐
└콩트 자아가 이김
사연이 한 바퀴 돌 때까지 별일 없었다. 가끔 아이돌 자아를 웃기게 주체 못 하면서 튀어나오는 것도 괜찮았고.
가장 중요한 박문대 몸의 큰달도 무사히 본인에게 배당된 사연을 넘겼다.
‘자, 감탄사로 시간 끌고.’
큰달은 내가 보낸 팝업을 무사히 읽으며, 대본 없는 가장 긴 상황을 넘겼다.
말도 더듬지 않았다.
‘후.’
“잘했다.”
나는 미간을 눌렀다.
큰달도 약간은 초조함과 긴장 수위를 낮췄는지 아까보다 시야가 안정되었다.
‘좋아.’
이제 이 살 떨리는 짓도 거의 끝나간다.
곧 라디오에선 약속된 시간이 주어졌다. 바로 게스트 어필 분량이다.
김래빈의 말투가 고등학생이라기엔 지나치게 각이 잡혀 있다만 저놈은 고등학생 때도 저랬을 테니 고증 오류는 아니다.
그리고 테스타는 학교 기숙사에서 일어난 기묘한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선아현이 차분히 말했다.
침묵이 흐른다.
-????
-갑분 괴담
-아현아?
대충 요약하자면 버려도 버려도 돌아오는 선아현의 아로마 석고 인형 괴담이다.
“어.”
고등학교 버전으로 재구성한 거다. 실제로 얼마 전에 숙소에서 일어난 일이거든.
-아니 콩트라고 해줘
-이런데서 리얼리티 살리지마라
-ㅋㅋㅋㅋㅋㅅㅂ반응봨ㅋㅋ
제법 센 스토리에 반응이 술렁인다.
물론 오늘 일어난 테스타 충격 실화를 제보하자면 1위는 단연 나겠지만.
‘몸 바뀐 걸 누가 이기냐.’
하지만 말해봤자 아무도 안 믿거나 기절할 테니 넘어가자고.
어쨌든 놈들은 짬이 찬 방송인답게 제법 그럴싸하게 분위기를 끌고 간다. 그리고 진행자가 부드럽게 라디오다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다만 김래빈이 여기서 돌발 발언을 했다.
박문대한테 갑자기 말이 넘어온 것이다. 젠장!
‘당황하지 마라.’
나는 재빨리 팝업을 띄우려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차분한 박문대의 목소리가 먼저 어플에서 흘러나왔다.
“…!”
더 무서워졌다며 멤버들과 진행자가 호들갑을 떨고 인터넷 반응이 쏟아진다.
나는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알았냐.”
…놀랍게도,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자랑스럽게 팝업이 떴다.
이런 디테일은 나도 기억 못 한다. 대체 어디까지 뭘 본 거냐.
“…그래. 침착하게 잘했어. 기대 이상이야.”
아무튼 큰달은 자신감을 찾았는지 이제 시야가 흔들리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득점이었다.
‘제법.’
나는 피식 웃고, 다시 모니터링에 집중했다.
어쨌든, 그렇게 으스스하게 야밤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주던 사연은 쭉쭉 잘나갔다. 그리고 적당히 코믹하게 마무리되며 콩트의 본질도 살렸다.
사건의 정황은 이렇다.
선아현이 버리는 줄 모르고, 룸메이트 아닌 놈들이 현관문 앞에서 석고 인형을 발견할 때마다 번갈아 가며 친절하게 책상에 도로 가져다준 것이다.
심지어 당사자인 선아현은 겁이 없어서 의아하면서도 그러려니 했다고 한다.
덕분에 룸메이트인 김래빈만 고통받았다는 훈훈한 이야기다.
진행자가 빵 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토끼 무슨 죄임
-위튭각이다
주거니 받거니 신나게 흐름을 잡던 놈들은 이윽고 진짜 중요한 파트로 슬슬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 말에 배세진이 (왜 콩트로 이런 캐릭터를 선택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발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게 본론이다.
-???
-ㄹㅇ?
물 흐르듯 갑작스러운 선언에 인터넷 페이지 갱신이 또 폭주한다.
‘그래. 테스타 컴백 곧이다.’
사실 뻔한 이야기다. 앨범 안 낸 지 꽤 지난 데다가 SNS로 은근히 말을 흘려서 팬들은 다들 예상하던 계획이기도 하고.
그래도 기사로 듣는 것보다 예고 없는 라디오 출연으로 깜짝 발표하면 재밌지 않은가.
나는 피식 웃으며 스마트폰을 고쳐잡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박문대의 시야가 색다르게 흔들렸다. 긴장한 것보단… 마치 숨이 가쁜 것처럼 말이다.
‘놀랐나?’
음, 그러고 보니 큰달도 이 소식이 처음이겠군.
아무튼 여기선 박문대는 대사가 없으니 편하게 테스타 소식이나 들어도 괜찮다. 나는 다리를 폈다.
그리고 여기서 류청우가 아니 ‘팬들의 마음을~’ 같은 대답을 하면서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말이 튀어나왔다.
박문대였다.
…큰달이, 급발진한 것이다.
합의없이.
잠시,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큰달은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 마.’
그게 더 이상해.
김래빈이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박문대를 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미간을 눌렀다.
‘망했다.’
그 순간.
“…!!”
선아현이… 받았다?
‘어떻게?’
그러나 그 의문을 오래 생각할 틈도 없이 당장 시청자 반응부터 눈으로 훑는다.
그건…….
-그런 상황극임?ㅋㅋㅋㅋ
-문대 연기 무슨 일이야 왜 잘해
-순간 진짜 모르는 줄
-배세랑 특훈했나ㅋㅋㅋ
의외로 좋다.
워낙 앞에서 말도 안 되는 고등학생 설정으로 콩트를 해댄 탓에 그 일부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렇다면… 잠깐.
“…!”
나는 턱을 만졌다.
이거…… 오히려 이득인가?
라디오에서는 절찬리에 큰세진이 상황을 수습 중이다. 잘 맞장구만 치면 자연스럽게 원래대로 흐름이 넘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지만….’
흠.
“아니.”
나는 소파에 도로 앉았다.
“이대로 간다. 너 편하게 반응해.”
그리고 잠시 후.
보이는 라디오 어플 속 박문대는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뒤를 맡긴다, 큰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