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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427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27화
VTIC의 자선 콘서트는 빠르게 윤곽을 갖춰갔다.
라인업도 화려하다.
-헐 맥시마이트도 나오네
-브이틱 지들끼리만 노는 거 아니었냐 어케 다 꼬심
-잠깐 섭외한 사람이 또 섭외하네 다단계 아니냐고 행운의 편지식 게스트 섭욐ㅋㅋㅋㅋㅋ
유명 아이돌부터 솔로 발라더와 래퍼, 트로트 가수까지.
심지어 말랑달콤도 오랜만에 재결합해 출연한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거의 일반 예능에서 주최하는 수준으로 대중성이 치솟더라고.
[그럼 저 테스타분들 보러 가서 그분들까지 다 보는 거예요?]
그건 아니다.
‘게스트는 오로지 방송용으로 기획된 거더라.’
VTIC만 나오는 파트 1, 게스트와 함께하는 파트 2로 나눠서 편성한다고 한다.
그리고 파트 1만 오프라인으로 팬들과 즐기고, 게스트가 사전 녹화한 파트 2와 잘 섞어서 인터넷과 CVN에 함께 중계되는 거지.
‘머리 잘 썼군.’
아무래도 팬들이 공백기를 앞둔 VTIC 완전체 보려고 예매한 공연에 게스트 분량이 절반이면 빡치지 않겠는가.
그걸 피하는 동시에 게스트 하나하나 이름값이 좋아서 행사 이름값도 올라가니 호스트인 VTIC 위치가 대중적으로 더 견고해지는 효과도 좋고.
‘이 설계는 청려 솜씨겠어.’
덕분에 해당 방송사에서도 신나서 벌써부터 광고 때리고 난리였다.
그리고 이렇게 돌아가는 판을 보니 출연을 결심한 건 후회 없다.
‘이거 거절했으면 좀 난감해졌겠는데.’
형식이 비슷하니, 우리가 했던 애매한 끼워팔기식 공중파 콘서트 실황과 비교하려 드는 위튜브 렉카 새끼가 분명 나왔을 것이다.
-이게 바로 기획력의 차이? 클라스의 품격 레티의 브이틱 VS 나락 간 티원스타즈의 테스타
이런 식으로.
역시 VTIC 놈들과 엮이면 함정부터 살피는 게 맞다. 나는 피해 간 지뢰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그래서 시간이 흘러 10월 둘째 주 일요일 오후.
테스타는 방송국의 대기실에서 의상을 갈아입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테스타로 다 같이 이러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아.”
“그렇죠 형님~ 아무래도 저희가 음악 방송 출연한 지가 꽤 됐다 보니까요.”
오늘 우리는 이 자선 콘서트, 의 사전 녹화를 위해 무대에 오를 예정이거든.
즉, 관객석에는 방송용으로 섭외된 테스타 팬뿐이다.
‘정말 음악 방송이랑 똑같겠는데.’
나는 갑자기 떠오르는 데뷔 초 첫 사전 녹화 당시의 기억에 피식 웃었다. 도시락 받은 것 좀 인증해 보겠답시고 새벽에 SNS 알림을 울려서 기겁했던가.
“말랑달콤 선배님이 우리 직전이었고… 그래, VTIC 선배님들도 우리 다음으로 사녹하신다고 하더라.”
“아~ 오늘이에요?”
“그렇다면 무대가 끝난 후 인사를 드리러 찾아뵙겠다고 연락드려야겠습니다!”
잡담하면서 준비를 마친 우리는 무대로 향했다.
눈앞에는 카메라가 쭉 깔린 스테이지가 있다.
‘드론도 있네.’
음악 방송도 없는 방송국인데도 나름 독특하게 신경을 꽤 쓴 모양이다.
스탭이 좀 부족해 보이지만 뭐, 생방송이 아니니 사후 편집으로 커버될 것 같고.
우선은 이거지.
“안녕하세요, 여러분!”
“다들 배 안 고파요? 아, 괜찮아요? 오케이!”
눈앞에서 불빛과 함성이 빛난다.
천 명쯤을 수용하는, 제법 넓은 관객석은 꽉 차 있었다. 아마 저기 어딘가에 큰달도 있을 텐데, 눈치껏 팝업 메시지를 띄우진 않는 게 놈답군.
나는 피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의상에 달린 하네스 벨트 끝이 같이 흔들린다.
‘우리는 16분 배정이던가.’
딱 네 곡에 특수 퍼포먼스까지 살짝 하기 좋은 시간대였다.
-그럼 ‘Savior’, ‘약속’, ‘Black hole’, ‘Wheel’로 갈까?
그리고 Wheel 마지막 편곡에서 Drill을 덧붙이며, daybreak로 승화하는 화려한 구성이다.
최신곡과 대중성 사이에서 최대한 밸런스를 맞췄다고 생각했다.
‘녹화 시간은 두 시간쯤 잡으면 되겠고.’
“그럼 저희 시작할게요.”
여느 사전 녹화 때와 같이 팬석을 향해 가벼운 잡담과 팬서비스를 끝내고, 대형을 갖춰 섰다.
내 자리인 오른쪽 외곽에서 몸을 굽히며 생각했다.
‘댄서들 뒤에 있다가 튀어나오면서 카메라에 드러나는 위치다. 그러니 각도를 잘 신경….’
그때.
쿵.
갑자기.
숨이 막혔다.
“허억.”
머리가 어지럽다. 조명과 반주가 일그러지고 귀가 먹먹히 울리며 시야에 색이 번진다.
이상하다.
“…문대야?”
가위에 눌렸을 때 같은, 어딘가 정상이 아닌 것 같은 몸 상태가….
‘중독?’
몸 내부에서 이상한 화학 작용이 일어나는 것 같다. 심장이 뛰고,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내가 뭘 했지?
“박문대!”
나는 휘청거리다가, 팔을 짚었다.
팔꿈치가 차갑다. 먼지 묻은 무대 바닥의 질감이 볼을 눌렀다.
아니, 내 얼굴이 바닥에 처박힌 건가.
“…!”
순간, 귀가 트였다.
“여기!”
“일단 옮겨, 옮겨야 돼.”
후욱.
머리와 사지 끝까지 긴장감이 차오른 것이 느껴진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백스테이지에서 모포 따위를 덮고 있던 것 같았다.
눈앞에 손이 어깨를 잡는다.
“박문대! 박문대, 나 봐봐. 너 지금 어디야.”
이세진.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방송국.”
“너 뭘 하고 있었어.”
“무대, 큽!”
또 숨이 안 쉬어진다 X발.
사레가 들린 것처럼 기침이 나온다. 통증 때문은 아니었다.
충격 때문이다.
‘갑자기.’
무슨 야밤에 살인마한테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니면 옥상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한 발로 서 있기라도 한 것처럼 어마어마한 압박감이 밀려온다.
눈앞이 아찔했다.
“Call 911! 응급차 불러요, 빨리!”
“일단 상황을 좀 더 보고….”
“박문대 숨을 못 쉬는데 무슨 상황을 봐요 지금!”
나는 손을 들었다.
그리고 내 얼굴을 갈겼다.
짝.
주먹이 안 쥐어져서 소리가 좀 초라하지만, 어쨌든 통증 덕에 대가리가 돌아왔다.
“…잠깐.”
“…!”
“이, 일어나면…!”
나는 부축하려는 선아현을 거절하지 않고, 침을 삼키며 말했다.
“좀 쉬면, 될 것 같은데요.”
이건 정신 문제다. 몸은 멀쩡하다.
문제는 내가 원인을….
“……모르겠는데.”
이 바닥에 공황장애 있는 놈이 한둘도 아니고, 아마 다들 그쪽으로 생각할 것 같지만… 뭐 그것도 계기가 있어야 발발했을 때 말이 되는 거 아닌가.
‘없다고.’
X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관객석 보고 대형 갖췄을 뿐인데, 아니 잠깐, 그렇다면….
‘…지금 무대에서 쓰러진 거지.’
망할.
“분위기 어때요. 위에,”
“지금 너 그런 걸 걱정할 때야?!”
“형, 잠깐만요.”
이세진이 침착하게 말했다.
“잘 모르셨을 거야. 너 잘 안 보이는 위치였잖아.”
“…….”
“알았지? 그냥 너 어디 헛디뎠나 생각하실 거라고.”
알았다. 알았는데….
“형 혹시 추우십니까? 체온이 내려간 느낌이 듭니까?”
“자, 잠깐.”
아무래도 내가 손을 떨고 있던 것 같다. 모포를 가지러 주변 몇 명이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류청우가 스탭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주세요. 제가 앰뷸런스 호출하겠습니다.”
“아니, 좀.”
뇌가 안 돌아간다. 호출하지 말라고.
“주세요.”
류청우가 스탭에게 스마트폰을 강탈하듯 받아든 뒤에 순식간에 다가왔다.
그리고 주변에 들리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형, 혹시 위에서 거북한 걸 봤어? 치우라고 할 테니까 말해봐. 돌려서 잘 전달할 테니까.”
“아니, 아니야.”
그게 아니다.
아니, 대가리가 터질 것 같다. 아니, 뇌보단 척수나 심장 쪽이….
‘뭐야 이게.’
생각이 개판이다. 내 인생에 X발 이딴 논리고 추리고 없는 상황이라니.
심장 뛰는 소리가 두개골을 울린다. 머리끝이 쭈뼛 선다.
그 와중에 옆에서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들린다. 매니저가 다른 놈들과 싸우는 것 같은데….
“지금 얘가 무슨 전화를 받아요, 좀…!”
전화?
“예. 일단은 제 선에서 끊어볼….”
“누군데요.”
“…!”
소리가 멈췄다. 이제야 좀 조용하군.
매니저는 당황한 얼굴이었으나, 곧 나를 보고 반사적으로 입을 열어 대답한다.
‘그게….’
나는 그 입 모양을 읽었다.
망할.
“…줘 보세요.”
“야!”
나는 떨리는 손으로 매니저에게서 스마트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귀에 가져다 댔다.
-후배님.
청려.
아무래도 내가 맛 갔다는 게 막 출근한 저쪽 대기실까지 이야기가 흘러갔나 본데, 생각하자. 이건 생각해야 한다.
‘이 새끼가 굳이 전화까지 걸었다는 건…….’
당연히 걱정 때문은 아니다.
-증상이 어때요.
…뭔가를 짐작했을 때다.
-혹시 필요 이상의 예민한 경각심.
-맥락이 없는 압박감. 처음이라면… 과호흡, 공포, 위기감. 모든 게 정위치에 없는 느낌.
-이런 쪽인가.
그래.
어떻게 아냐.
-…….
스마트폰 너머에서 짧은 침묵이 흘렀으나, 곧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핏기가 가신 것처럼 낮은 목소리가.
-그건 미션 실패 증상인데.
“…….”
뭐?
?
-후배님은 ‘상태이상’이라고 불렀죠.
무슨 소리야.
없앤 지가 언젠데, 아니, 나한테서 넘어가서 골드 2로 간 것도 한참 전이다. 그런데 그게 무슨…….
잠깐.
‘…상태이상.’
상태이상. 나는 문득, 떠올렸다.
성묘 후 바닷가에서 봤던 묘한 잔상을.
[돌발!]
상태이상 : ‘■■가 아니면 ■■을’ 발생!
X 같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게 환각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
“박문대, 너 무슨 이야기 듣고 있어.”
스마트폰 너머의 목소리가 다시 울린다.
-후배님, 최근에 무언가를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적 없나요.
그걸 깨닫는 순간.
보인다.
지지직거리는 노이즈를 뚫고, 마침내 올라오는… 표기.
[!상태이상 : ‘성과가 아니면 죽음을’]
정해진 기간 내로 앨범 100만 장을 판매하지 못할 시, 사망.
끝이 아니다.
밑에 추가 문구가 붙어있다.
[※■■■의 패널티]
: 기간 감소 (1/4)
그리고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다.
내가, 비행기에서 정신을 차린 순간 스마트폰으로 확인했던 날짜.
-7월 9일 토요일
그리고 오늘 날짜를 떠올린다.
10월 둘째 주 일요일.
-10월 9일 일요일
정확히 3개월. 1분기.
‘…1년의 사분지 일.’
다 지나갔다.
그렇다면, 이 추가 문구에서 고개를 더 내리면 보이는 것은….
[남은 기간 : D-1]
X발.
등골을 타고 소름이 올라올 틈도 없이 되묻는다.
‘하루가 남았다고.’
그래서 이렇게 초조했다고? 생존 본능이 일해서, 당장 뭐라도 해보라고 비명을 지른 거란 말이냐?
머리가 대답한다.
‘아니.’
냉정하게 계산해 보자. 날짜는 다 지난 게 맞았다.
그렇다면.
하루가 남은 게 아니라… 남은 시간이 하루보다 적어서, 하루로 표기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후배님.
재촉이 아니라, 망했다는 경고음이다.
[남은 기간 : D-1]
[남은 기간 : D-0]
-당장 일어나요.
-지금부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테니까.
삐이이이익!
[!실패]
상태이상 : 성과가 아니면 죽음을
마감
심장이 쿵쾅거린다.
-당장.
나는 일어났다.
“문대야?”
그리고 복도를 달렸다. 머리가 울린다.
“문대야 그쪽은…!”
소리가 들린다.
으드드드득.
쿵.
그리고 내 머리 위로 무대 장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몸을 구르며 무대 끝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27화

VTIC의 자선 콘서트는 빠르게 윤곽을 갖춰갔다.

라인업도 화려하다.

-헐 맥시마이트도 나오네

-브이틱 지들끼리만 노는 거 아니었냐 어케 다 꼬심

-잠깐 섭외한 사람이 또 섭외하네 다단계 아니냐고 행운의 편지식 게스트 섭욐ㅋㅋㅋㅋㅋ

유명 아이돌부터 솔로 발라더와 래퍼, 트로트 가수까지.

심지어 말랑달콤도 오랜만에 재결합해 출연한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거의 일반 예능에서 주최하는 수준으로 대중성이 치솟더라고.

그건 아니다.

‘게스트는 오로지 방송용으로 기획된 거더라.’

VTIC만 나오는 파트 1, 게스트와 함께하는 파트 2로 나눠서 편성한다고 한다.

그리고 파트 1만 오프라인으로 팬들과 즐기고, 게스트가 사전 녹화한 파트 2와 잘 섞어서 인터넷과 CVN에 함께 중계되는 거지.

‘머리 잘 썼군.’

아무래도 팬들이 공백기를 앞둔 VTIC 완전체 보려고 예매한 공연에 게스트 분량이 절반이면 빡치지 않겠는가.

그걸 피하는 동시에 게스트 하나하나 이름값이 좋아서 행사 이름값도 올라가니 호스트인 VTIC 위치가 대중적으로 더 견고해지는 효과도 좋고.

‘이 설계는 청려 솜씨겠어.’

덕분에 해당 방송사에서도 신나서 벌써부터 광고 때리고 난리였다.

그리고 이렇게 돌아가는 판을 보니 출연을 결심한 건 후회 없다.

‘이거 거절했으면 좀 난감해졌겠는데.’

형식이 비슷하니, 우리가 했던 애매한 끼워팔기식 공중파 콘서트 실황과 비교하려 드는 위튜브 렉카 새끼가 분명 나왔을 것이다.

-이게 바로 기획력의 차이? 클라스의 품격 레티의 브이틱 VS 나락 간 티원스타즈의 테스타

이런 식으로.

역시 VTIC 놈들과 엮이면 함정부터 살피는 게 맞다. 나는 피해 간 지뢰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그래서 시간이 흘러 10월 둘째 주 일요일 오후.

테스타는 방송국의 대기실에서 의상을 갈아입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테스타로 다 같이 이러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아.”

“그렇죠 형님~ 아무래도 저희가 음악 방송 출연한 지가 꽤 됐다 보니까요.”

오늘 우리는 이 자선 콘서트, 의 사전 녹화를 위해 무대에 오를 예정이거든.

즉, 관객석에는 방송용으로 섭외된 테스타 팬뿐이다.

‘정말 음악 방송이랑 똑같겠는데.’

나는 갑자기 떠오르는 데뷔 초 첫 사전 녹화 당시의 기억에 피식 웃었다. 도시락 받은 것 좀 인증해 보겠답시고 새벽에 SNS 알림을 울려서 기겁했던가.

“말랑달콤 선배님이 우리 직전이었고… 그래, VTIC 선배님들도 우리 다음으로 사녹하신다고 하더라.”

“아~ 오늘이에요?”

“그렇다면 무대가 끝난 후 인사를 드리러 찾아뵙겠다고 연락드려야겠습니다!”

잡담하면서 준비를 마친 우리는 무대로 향했다.

눈앞에는 카메라가 쭉 깔린 스테이지가 있다.

‘드론도 있네.’

음악 방송도 없는 방송국인데도 나름 독특하게 신경을 꽤 쓴 모양이다.

스탭이 좀 부족해 보이지만 뭐, 생방송이 아니니 사후 편집으로 커버될 것 같고.

우선은 이거지.

“안녕하세요, 여러분!”

“다들 배 안 고파요? 아, 괜찮아요? 오케이!”

눈앞에서 불빛과 함성이 빛난다.

천 명쯤을 수용하는, 제법 넓은 관객석은 꽉 차 있었다. 아마 저기 어딘가에 큰달도 있을 텐데, 눈치껏 팝업 메시지를 띄우진 않는 게 놈답군.

나는 피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의상에 달린 하네스 벨트 끝이 같이 흔들린다.

‘우리는 16분 배정이던가.’

딱 네 곡에 특수 퍼포먼스까지 살짝 하기 좋은 시간대였다.

-그럼 ‘Savior’, ‘약속’, ‘Black hole’, ‘Wheel’로 갈까?

그리고 Wheel 마지막 편곡에서 Drill을 덧붙이며, daybreak로 승화하는 화려한 구성이다.

최신곡과 대중성 사이에서 최대한 밸런스를 맞췄다고 생각했다.

‘녹화 시간은 두 시간쯤 잡으면 되겠고.’

“그럼 저희 시작할게요.”

여느 사전 녹화 때와 같이 팬석을 향해 가벼운 잡담과 팬서비스를 끝내고, 대형을 갖춰 섰다.

내 자리인 오른쪽 외곽에서 몸을 굽히며 생각했다.

‘댄서들 뒤에 있다가 튀어나오면서 카메라에 드러나는 위치다. 그러니 각도를 잘 신경….’

그때.

쿵.

갑자기.

숨이 막혔다.

“허억.”

머리가 어지럽다. 조명과 반주가 일그러지고 귀가 먹먹히 울리며 시야에 색이 번진다.

이상하다.

“…문대야?”

가위에 눌렸을 때 같은, 어딘가 정상이 아닌 것 같은 몸 상태가….

‘중독?’

몸 내부에서 이상한 화학 작용이 일어나는 것 같다. 심장이 뛰고,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내가 뭘 했지?

“박문대!”

나는 휘청거리다가, 팔을 짚었다.

팔꿈치가 차갑다. 먼지 묻은 무대 바닥의 질감이 볼을 눌렀다.

아니, 내 얼굴이 바닥에 처박힌 건가.

“…!”

순간, 귀가 트였다.

“여기!”

“일단 옮겨, 옮겨야 돼.”

후욱.

머리와 사지 끝까지 긴장감이 차오른 것이 느껴진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백스테이지에서 모포 따위를 덮고 있던 것 같았다.

눈앞에 손이 어깨를 잡는다.

“박문대! 박문대, 나 봐봐. 너 지금 어디야.”

이세진.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방송국.”

“너 뭘 하고 있었어.”

“무대, 큽!”

또 숨이 안 쉬어진다 X발.

사레가 들린 것처럼 기침이 나온다. 통증 때문은 아니었다.

충격 때문이다.

‘갑자기.’

무슨 야밤에 살인마한테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니면 옥상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한 발로 서 있기라도 한 것처럼 어마어마한 압박감이 밀려온다.

눈앞이 아찔했다.

“Call 911! 응급차 불러요, 빨리!”

“일단 상황을 좀 더 보고….”

“박문대 숨을 못 쉬는데 무슨 상황을 봐요 지금!”

나는 손을 들었다.

그리고 내 얼굴을 갈겼다.

짝.

주먹이 안 쥐어져서 소리가 좀 초라하지만, 어쨌든 통증 덕에 대가리가 돌아왔다.

“…잠깐.”

“…!”

“이, 일어나면…!”

나는 부축하려는 선아현을 거절하지 않고, 침을 삼키며 말했다.

“좀 쉬면, 될 것 같은데요.”

이건 정신 문제다. 몸은 멀쩡하다.

문제는 내가 원인을….

“……모르겠는데.”

이 바닥에 공황장애 있는 놈이 한둘도 아니고, 아마 다들 그쪽으로 생각할 것 같지만… 뭐 그것도 계기가 있어야 발발했을 때 말이 되는 거 아닌가.

‘없다고.’

X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관객석 보고 대형 갖췄을 뿐인데, 아니 잠깐, 그렇다면….

‘…지금 무대에서 쓰러진 거지.’

망할.

“분위기 어때요. 위에,”

“지금 너 그런 걸 걱정할 때야?!”

“형, 잠깐만요.”

이세진이 침착하게 말했다.

“잘 모르셨을 거야. 너 잘 안 보이는 위치였잖아.”

“…….”

“알았지? 그냥 너 어디 헛디뎠나 생각하실 거라고.”

알았다. 알았는데….

“형 혹시 추우십니까? 체온이 내려간 느낌이 듭니까?”

“자, 잠깐.”

아무래도 내가 손을 떨고 있던 것 같다. 모포를 가지러 주변 몇 명이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류청우가 스탭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주세요. 제가 앰뷸런스 호출하겠습니다.”

“아니, 좀.”

뇌가 안 돌아간다. 호출하지 말라고.

“주세요.”

류청우가 스탭에게 스마트폰을 강탈하듯 받아든 뒤에 순식간에 다가왔다.

그리고 주변에 들리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형, 혹시 위에서 거북한 걸 봤어? 치우라고 할 테니까 말해봐. 돌려서 잘 전달할 테니까.”

“아니, 아니야.”

그게 아니다.

아니, 대가리가 터질 것 같다. 아니, 뇌보단 척수나 심장 쪽이….

‘뭐야 이게.’

생각이 개판이다. 내 인생에 X발 이딴 논리고 추리고 없는 상황이라니.

심장 뛰는 소리가 두개골을 울린다. 머리끝이 쭈뼛 선다.

그 와중에 옆에서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들린다. 매니저가 다른 놈들과 싸우는 것 같은데….

“지금 얘가 무슨 전화를 받아요, 좀…!”

전화?

“예. 일단은 제 선에서 끊어볼….”

“누군데요.”

“…!”

소리가 멈췄다. 이제야 좀 조용하군.

매니저는 당황한 얼굴이었으나, 곧 나를 보고 반사적으로 입을 열어 대답한다.

‘그게….’

나는 그 입 모양을 읽었다.

망할.

“…줘 보세요.”

“야!”

나는 떨리는 손으로 매니저에게서 스마트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귀에 가져다 댔다.

-후배님.

청려.

아무래도 내가 맛 갔다는 게 막 출근한 저쪽 대기실까지 이야기가 흘러갔나 본데, 생각하자. 이건 생각해야 한다.

‘이 새끼가 굳이 전화까지 걸었다는 건…….’

당연히 걱정 때문은 아니다.

-증상이 어때요.

…뭔가를 짐작했을 때다.

-혹시 필요 이상의 예민한 경각심.

-맥락이 없는 압박감. 처음이라면… 과호흡, 공포, 위기감. 모든 게 정위치에 없는 느낌.

-이런 쪽인가.

그래.

어떻게 아냐.

-…….

스마트폰 너머에서 짧은 침묵이 흘렀으나, 곧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핏기가 가신 것처럼 낮은 목소리가.

-그건 미션 실패 증상인데.

“…….”

뭐?

?

-후배님은 ‘상태이상’이라고 불렀죠.

무슨 소리야.

없앤 지가 언젠데, 아니, 나한테서 넘어가서 골드 2로 간 것도 한참 전이다. 그런데 그게 무슨…….

잠깐.

‘…상태이상.’

상태이상. 나는 문득, 떠올렸다.

성묘 후 바닷가에서 봤던 묘한 잔상을.

상태이상 : ‘■■가 아니면 ■■을’ 발생!

X 같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게 환각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

“박문대, 너 무슨 이야기 듣고 있어.”

스마트폰 너머의 목소리가 다시 울린다.

-후배님, 최근에 무언가를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적 없나요.

그걸 깨닫는 순간.

보인다.

지지직거리는 노이즈를 뚫고, 마침내 올라오는… 표기.

정해진 기간 내로 앨범 100만 장을 판매하지 못할 시, 사망.

끝이 아니다.

밑에 추가 문구가 붙어있다.

: 기간 감소 (1/4)

그리고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다.

내가, 비행기에서 정신을 차린 순간 스마트폰으로 확인했던 날짜.

-7월 9일 토요일

그리고 오늘 날짜를 떠올린다.

10월 둘째 주 일요일.

-10월 9일 일요일

정확히 3개월. 1분기.

‘…1년의 사분지 일.’

다 지나갔다.

그렇다면, 이 추가 문구에서 고개를 더 내리면 보이는 것은….

X발.

등골을 타고 소름이 올라올 틈도 없이 되묻는다.

‘하루가 남았다고.’

그래서 이렇게 초조했다고? 생존 본능이 일해서, 당장 뭐라도 해보라고 비명을 지른 거란 말이냐?

머리가 대답한다.

‘아니.’

냉정하게 계산해 보자. 날짜는 다 지난 게 맞았다.

그렇다면.

하루가 남은 게 아니라… 남은 시간이 하루보다 적어서, 하루로 표기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후배님.

재촉이 아니라, 망했다는 경고음이다.

-당장 일어나요.

-지금부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테니까.

삐이이이익!

상태이상 : 성과가 아니면 죽음을

마감

심장이 쿵쾅거린다.

-당장.

나는 일어났다.

“문대야?”

그리고 복도를 달렸다. 머리가 울린다.

“문대야 그쪽은…!”

소리가 들린다.

으드드드득.

쿵.

그리고 내 머리 위로 무대 장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몸을 구르며 무대 끝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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