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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424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24화
“나 여기 돌 때 랜딩 괜찮아?”
“응응. 근데 팔 조심하자.”
출신 테스타의 바로 다음 시즌 후배, 미리내는 한창 열심히 방송 무대를 준비 중이었다.
비록 그게 선배인 테스타의 콘서트 실황의 보조무대더라도 말이다.
물론 찝찝하긴 했다.
‘우리가 이런 데에 낄 타이밍은 지나지 않았나?’
건방을 떨려는 것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그렇지 않냐는 말이다.
미리내가 전혀 자리 잡지 못한 신인 아이돌도 아니고, 성별 다른 선배 공연에 버스 타는 모양새는 아무리 생각해도 역효과였다.
‘그래도 스페이서는 이득 보려나.’
바보도 아니고, 소속사가 무슨 그림을 그리는지 아이돌들도 알았다.
약간 착잡하게 생각하며 미리내의 멤버는 독무를 소화했다.
“후!”
인기부터 비주얼 이미지까지 사실상 센터인 율기만큼은 아니더라도, 메인 댄서로서 분량 받은 만큼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본인처럼 분량이 꽤 많은 멤버가 바로 옆에서 진지한 얼굴로 패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바로 에서 2위로 데뷔한 박민하다.
딱히 리더가 없는 그룹에서 거의 리더 역할을 해주고 있어, 고맙고 좀 안쓰럽기도 한 멤버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움직임이 좀 이상했다.
‘…민하야 혹시 연애하니?’
스마트폰을 들고 자주 안절부절못하거나, 결심한 얼굴로 몰래 빠져나가는 것을 본 것이 며칠 전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박민하가 숙소 화장실에서 몰래 매니저의 스마트폰으로 통화하던 것을 본의 아니게 들었다.
-저기, 선배님.
그리고 좁은 타일 벽에 울리는 것은 분명… 듣기 좋게 차분한 미성의 남자 목소리였다.
-괜찮아요.
누군지도 알았다.
‘박문대…….’
테스타 메인 보컬. AKA 문댕댕.
“오케이!”
멤버는 발을 멈추고 이마를 훔쳤다.
솔직히, 또래 이성으로서 연애 감정이 생긴다고 해도 이해는 됐다.
‘잘생겼더라.’
애초에 테스타가 전체적으로 말도 안 되게 평균값이 좋았다.
‘사기야.’
두근거림보단 같은 서바이벌 출신으로서의 위기의식이 더 경종을 울렸다.
망했… 망하는 것까진 아니지만 우리가 더 잘나갔으면 좋겠다. 미리내 멤버는 음울히 생각하며 연습을 마쳤다.
“우리 민하 물 줄까? 물 마실래?”
“아, 괜찮아. 언니.”
그리고 정율기와 박민하의 대화를 들으며, 이어폰을 꽂고 거울 벽에 기대앉았을 때였다.
“저기, 하린아.”
“응?”
옆에 앉은 박민하가 말을 걸었다.
그런데 표정이 좀 이상하다.
뭔가… 결심한 느낌인데?
“혹시 조금 위험해도…… 아니다.”
“…??”
“아니, 별 거 아니야. 내가 착각했나 봐!”
조금 위험해도… 뭐?
‘너 설마 위험을 무릅쓸 만큼 좋은 사람이 있어서 소개시켜 주겠다는 소리는 아니었겠지?’
슬금슬금 불안감이 올라왔지만 무시했다.
자신이 지금까지 봐온 박민하는 누굴 소개해 주느니 같은 소리를 하는 쪽이 아니라 그런 멤버가 혹시 나오지 않나 걱정하는 쪽이었다.
‘그래도 한번 떠보자.’
멤버는 눈을 굴리며 입을 열었다.
“민하야, 나 그냥 물어보는 건데…. 너 혹시 그… 선배님이랑 좀 분위기 타고 그런 거야?”
“어어? 누구?”
멤버는 속삭였다. ‘박문대.’
명실상부 1군 남자 아이돌!
그리고 박민하는….
“아니.”
정색했다.
“어디서 절대 그런 이야기 하지 마. 절대 아니야. 있을 수 없어.”
랩 하는 줄 알았다.
“어, 알았어….”
정말 아닌가 보다.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귀신이랑 사귄다는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구는 박민하를 보며, 멤버는 떨떠름히 납득했다.
‘그러면 그 통화는 대체 뭐였던 거지?’
되게 텐션 있게 분위기 좋지 않았나 싶은데 말이다. 멤버, 성하린은 어깨를 으쓱하며 연습을 계속했다.
‘…신곡 연습은 안 하나.’
기약 없이 미뤄져 요즘은 말도 나오지 않는, 새 앨범의 타이틀 안무를 생각하면서.
그리고 며칠 뒤.
간만에 연습이나 행사가 아닌 스케줄이 잡혔다.
“이거 뭐예요?”
“아, 화보 겸 광고 그런 거.”
아무래도 패션 매거진 쪽 일인 것 같았다.
‘그런 것치곤 묘하게 태가 별로인 것 같은데?’
미리내 멤버는 날카롭게 자신의 옷감과 선을 확인했지만, 어쨌든 간에 일은 일이다.
내가 화보는 또 한 컷 찍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촬영장에 들어섰을 때였다.
“어, 테스타 선배님이다.”
“…!”
슬슬 촬영을 마치고 떠날 채비를 하던 테스타를 만났다. 아마 바로 앞 타임에 여기서 촬영이 잡혀 있었나 보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오.’
이쪽도 옷은 애매한데 옷걸이와 얼굴이 좋으니 태가 좋았다.
‘와 진짜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하다.’
멤버는 직각 인사를 하고 스쳐 지나가는 김래빈을 보며 무심코 생각하다가, 그가 자신과 유사한 의상을 입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탄식했다.
‘설마 또 광고 같이하는 거야?’
데뷔 초에 했던 모 스마트 기기 광고와 온갖 조롱을 떠올리자 멘탈이 흔들릴 뻔했지만, 다년간의 경험으로 참았다.
나만 잘하면 된다!
“잠깐 대기하고요.”
“네~”
미리내는 군소리 없이 한편에 마련된 대기 장소로 이동했다.
“의상 핏 좀 한 번만 더 잡을게요~”
“네네!”
그런데 첫 순서인 정율기가 일어나서 신나게 준비하러 떠난 순간….
박민하가 조심스럽게 뒷문으로 나갔다.
마치 몰래몰래 누굴 만나기라도 하는 듯이.
“……?”
잠깐, 이 촬영장에 몰래 만날만한 사람이면… 아니, 그룹이면 사실 하나만 딱 떠오르지 않는가.
‘이거… 너무 시그널 아니야?’
설마, 설마!
성하린은 자신도 모르게 슬쩍 박민하를 쫓아 나갔다. 혹시 모를 대참사를 막기 위해서.
그리고 정말로 목격해버렸다.
복도에 서 있는 박민하와 박문대 두 사람을!
“…!”
야 이것들이… 그러고 보니 동성동본이지 않나? 아, 아냐. 진정하자. 멤버는 놀란 눈을 돌리며 침착히 상황을 파악했다.
좀 가깝게 서긴 했지만 일단 신체 접촉은 없다. 그래도 묘한 그 긴장감이 있는데?
대화에 귀를 기울여보면….
“선배님 설마 지금 이게 지난번에 말씀하신….”
“예. 그런데 이런 방식일 줄은 저도 몰라서요.”
“…알겠습니다!”
…이야기만 들어서는 썸은커녕 무슨 작당 모의하는 비밀 요원 같은데?
성하린은 동공을 떨었으나, 곧 한숨을 쉬며 복도에서 떨어졌다.
‘에라, 모르겠다.’
아무튼 허튼짓할 애는 아니니까 자신도 이쯤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지금도 조금 선 넘은 것 같았고 말이다.
‘민하한테 꼬치꼬치 캐묻는 것도 좀 그렇지.’
나는 그냥 아이돌 생활이나 열심히 해야겠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대기실로 복귀해 무사히 촬영이나 진행했다.
틈틈이 모니터링을 해보니 다행히 사진은 예쁘게 잘 나올 것 같았다.
‘이런 날은 이거지!’
그녀는 자연스럽게 SNS에 접속했다.
========================
오늘의 하린이 받아랏 (불타는 이모티콘)
========================
화보에서 사용한 옷은 상반신 살짝 나오는 정도로 올리면 문제없다고 이미 허락도 받았….
…옷?
‘잠깐, 잠깐!’
불길한 예감에, 그녀는 잠시 업로드를 멈췄다.
그리고 어떤 계정을 검색해서 최신순으로 확인하니…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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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지만 참는 중 (눈 돌리는 이모티콘) (불타는 이모티콘)
(사진)
========================
‘으아윽!’
바로 테스타의 SNS였다.
개구지게 웃는 이세진과 차유진,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박문대의 순간 포착이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색감 좋게 떡 올라왔다.
‘먼저 촬영해서 먼저 올렸구나!’
하필 구도도 비슷했다.
비슷한 의상, 액세서리, 배경에 똑같은 이모티콘? 이건 논란 예약 감이었다.
아무리 스케줄이 겹친 거라서 나중에 해명될 거라지만, 한순간이라도 연애설이나 관종으로 몰릴 순 없었다.
‘아, 진짜 짜증 나네!’
위튜브의 지긋지긋한 루머 양성 렉카들을 떠올리며, 미리내 멤버는 이를 갈며 자신이 올리려던 SNS를 지웠다.
‘뜨고 말 테다…!’
테스타보다 음원이 잘 나오는 아이돌이 되어서 혹시 연애설 루머가 나도 내가 아깝단 소리를 듣고 말 테다.
자신이 느끼기에도 실현 가능성이 까마득해 보였지만 야망은 원래 불태워서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다가 문득, 자신도 후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걔네도 이거 찍으려나?’
같이 일하던 언니, 오빠들을 쭉 빼간 그 새로운 여자 그룹이 말이다.
성하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굳이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연습이나 하자.’
그런 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차라리 할 수 있는 일에서라도 최선을 다하는 게 나았다.
그리고 성하린의 다소 우울한 추측은 며칠 후, 기사를 통해 사실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X 공동 라인 런칭]
[서바이벌 명가 Tnet의 아이돌, 브랜드 의류로 다시 태어나다… ‘터슬에이’의 혁신적 시도]
화려한 미사여구가 넘치는 언론의 보도와 함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거였다.
-T1 Stars가 의류 브랜드와 콜라보 라인 런칭! 자사 아이돌들이 전속 모델. 직접 디자인에도 참여하는 걸 고려 중.
‘아, 역시.’
이 소속사가 자체적으로 해서 구렸구나.
성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거기서 생각을 끝내, 신인 그룹의 화보 컷을 굳이 클릭하거나 댓글을 탐색해 감정 낭비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몰랐다.
[이거 봤어? 티원 아이돌 옷 (12)]
[돈에 미친 새끼들인 줄은 알았지만 진짜 별짓을 다하는… (7)]
[김래빈 디자인 시켜줘 (8)]
[근데 난 좋은 듯 굿즈 좋아해서ㅋㅋㅋ (3)]
이렇게 이어지던, 떨떠름하면서도 적당 적당한 반응들이….
[이거 기사 내용 좀 이상한데 (534)]
이걸 기점으로 상당히 바뀌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얼마 후 테스타 콘서트 방송 당일.
[아이돌만 입을 수 있는 옷, 이토록 노골적인 패션의 계급화]
이런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을 때.
[“플래티넘 등급은 너희가 입을 수 있는 게 아니야”… Tnet의 서바이벌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
[T1 Stars 팬들의 보이콧 시작… 의 실수?]
생방송을 위한 대기 중 백스테이지에서, 미리내 멤버는 소란스러움에 약간 당황했다.
‘와, 난리네.’
매니저까지 전화 받고 뛰어갔다.
소속사에 불매운동이 들어가는 거야 으레 있는 일이라는 걸 그녀도 알았다. 하지만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뭐지?’
사실 이 기사들은 갑자기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SNS 등지에서부터 한바탕 난리가 나고 위튜브에서까지 떡밥을 물어 용암처럼 끓고 있던 것이 드디어 튀어나온 것을, 며칠 인터넷을 끊은 그녀는 몰랐다.
“아…. 음.”
“자자, 무대 집중!”
그리고 대충 분위기 봐서는 소속사가 욕먹지, 우리가 욕먹는 건 아닌 것 같으니 얼른 분위기 바꾸는 멤버들 사이.
그녀는 보았다.
박민하가 식은땀을 흘리며 삐걱거리는 것을.
“…?”
리더의 중압감…?
“민하야, 너 놀랐어? 왜 그래.”
“…아니. 어, 좀 놀라서!”
박민하는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곧 굳센 표정을 지었다. 힘찬 병아리 같은 모습은 그리 치명적인 위험 상황 같진 않아 보였다.
‘괜찮은 것 같은데?’
“여기 메이크업 살짝 수정만.”
“네네.”
박민하의 식은땀이 지나간 자리를 손보기 위해 스타일리스트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때.
“여기 조명 좀 부탁드립니다.”
“예, 예.”
테스타 박문대. 그가 스탭과 대화를 나누며 복도를 지나가는 게 열린 대기실 문 사이로 살짝 보였다.
그리고 성하린은 보았다. 체크하듯 잠깐 박민하를 보고 가는 시선을.
“…!”
스치듯 가벼운 시선이었으나, 성하린은 충격으로 살짝 굳었다.
‘저 사람, 우… 웃지 않았나 방금?’
오해가 다시 깊어졌다.
* * *
“소란하네.”
“그러게요.”
미리 녹화된 콘서트 무대 뒤, 방송용 특별 무대를 위해 대기하는 도중에 드디어 폭탄이 터졌다.
물론 스탭들이야 여전히 일사불란하고 별문제 없다만, 회사 관계자들 동태에 분명 드러난다.
스마트폰 없이 무대 바로 뒤에서 대기 중인 우리야 뭐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음~ 무슨 기사가 좀 뜨나 봐요.”
큰세진의 말에 김래빈이 손을 들었다.
“혹시 무대를 수정해야 하는 종류의 문제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까?”
당장 필요한 질문이었다. 그리고.
“아니.”
류청우가 산뜻할 정도로 단정 지었다.
“원래 하려던 대로 잘하고 오면 돼.”
놈들 사이로 미소가 번진다.
“좋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스탠바이 사인이 들어왔을 때.
“형, 잘해요!”
차유진이 선아현의 등을 쳤다. 맞은 녀석은 좀 놀란 얼굴이었으나, 곧 단단하게 대답했다.
“알았어.”
그놈의 망할 시스템 가상현실이 사람 피곤하게 만들긴 했지만, 현실로 돌아왔을 때 좋은 점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가령.’
가령, 저놈이 습득한 수년간의 전문 발레리노 경험.
“시청자분들 진짜 놀라시겠네.”
그리고 소속사가 뒤집어지든 말든, 12분 뒤 온에어.
선아현이 인트로 독무를 시작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24화

“나 여기 돌 때 랜딩 괜찮아?”

“응응. 근데 팔 조심하자.”

출신 테스타의 바로 다음 시즌 후배, 미리내는 한창 열심히 방송 무대를 준비 중이었다.

비록 그게 선배인 테스타의 콘서트 실황의 보조무대더라도 말이다.

물론 찝찝하긴 했다.

‘우리가 이런 데에 낄 타이밍은 지나지 않았나?’

건방을 떨려는 것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그렇지 않냐는 말이다.

미리내가 전혀 자리 잡지 못한 신인 아이돌도 아니고, 성별 다른 선배 공연에 버스 타는 모양새는 아무리 생각해도 역효과였다.

‘그래도 스페이서는 이득 보려나.’

바보도 아니고, 소속사가 무슨 그림을 그리는지 아이돌들도 알았다.

약간 착잡하게 생각하며 미리내의 멤버는 독무를 소화했다.

“후!”

인기부터 비주얼 이미지까지 사실상 센터인 율기만큼은 아니더라도, 메인 댄서로서 분량 받은 만큼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본인처럼 분량이 꽤 많은 멤버가 바로 옆에서 진지한 얼굴로 패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바로 에서 2위로 데뷔한 박민하다.

딱히 리더가 없는 그룹에서 거의 리더 역할을 해주고 있어, 고맙고 좀 안쓰럽기도 한 멤버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움직임이 좀 이상했다.

‘…민하야 혹시 연애하니?’

스마트폰을 들고 자주 안절부절못하거나, 결심한 얼굴로 몰래 빠져나가는 것을 본 것이 며칠 전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박민하가 숙소 화장실에서 몰래 매니저의 스마트폰으로 통화하던 것을 본의 아니게 들었다.

-저기, 선배님.

그리고 좁은 타일 벽에 울리는 것은 분명… 듣기 좋게 차분한 미성의 남자 목소리였다.

-괜찮아요.

누군지도 알았다.

‘박문대…….’

테스타 메인 보컬. AKA 문댕댕.

“오케이!”

멤버는 발을 멈추고 이마를 훔쳤다.

솔직히, 또래 이성으로서 연애 감정이 생긴다고 해도 이해는 됐다.

‘잘생겼더라.’

애초에 테스타가 전체적으로 말도 안 되게 평균값이 좋았다.

‘사기야.’

두근거림보단 같은 서바이벌 출신으로서의 위기의식이 더 경종을 울렸다.

망했… 망하는 것까진 아니지만 우리가 더 잘나갔으면 좋겠다. 미리내 멤버는 음울히 생각하며 연습을 마쳤다.

“우리 민하 물 줄까? 물 마실래?”

“아, 괜찮아. 언니.”

그리고 정율기와 박민하의 대화를 들으며, 이어폰을 꽂고 거울 벽에 기대앉았을 때였다.

“저기, 하린아.”

“응?”

옆에 앉은 박민하가 말을 걸었다.

그런데 표정이 좀 이상하다.

뭔가… 결심한 느낌인데?

“혹시 조금 위험해도…… 아니다.”

“…??”

“아니, 별 거 아니야. 내가 착각했나 봐!”

조금 위험해도… 뭐?

‘너 설마 위험을 무릅쓸 만큼 좋은 사람이 있어서 소개시켜 주겠다는 소리는 아니었겠지?’

슬금슬금 불안감이 올라왔지만 무시했다.

자신이 지금까지 봐온 박민하는 누굴 소개해 주느니 같은 소리를 하는 쪽이 아니라 그런 멤버가 혹시 나오지 않나 걱정하는 쪽이었다.

‘그래도 한번 떠보자.’

멤버는 눈을 굴리며 입을 열었다.

“민하야, 나 그냥 물어보는 건데…. 너 혹시 그… 선배님이랑 좀 분위기 타고 그런 거야?”

“어어? 누구?”

멤버는 속삭였다. ‘박문대.’

명실상부 1군 남자 아이돌!

그리고 박민하는….

“아니.”

정색했다.

“어디서 절대 그런 이야기 하지 마. 절대 아니야. 있을 수 없어.”

랩 하는 줄 알았다.

“어, 알았어….”

정말 아닌가 보다.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귀신이랑 사귄다는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구는 박민하를 보며, 멤버는 떨떠름히 납득했다.

‘그러면 그 통화는 대체 뭐였던 거지?’

되게 텐션 있게 분위기 좋지 않았나 싶은데 말이다. 멤버, 성하린은 어깨를 으쓱하며 연습을 계속했다.

‘…신곡 연습은 안 하나.’

기약 없이 미뤄져 요즘은 말도 나오지 않는, 새 앨범의 타이틀 안무를 생각하면서.

그리고 며칠 뒤.

간만에 연습이나 행사가 아닌 스케줄이 잡혔다.

“이거 뭐예요?”

“아, 화보 겸 광고 그런 거.”

아무래도 패션 매거진 쪽 일인 것 같았다.

‘그런 것치곤 묘하게 태가 별로인 것 같은데?’

미리내 멤버는 날카롭게 자신의 옷감과 선을 확인했지만, 어쨌든 간에 일은 일이다.

내가 화보는 또 한 컷 찍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촬영장에 들어섰을 때였다.

“어, 테스타 선배님이다.”

“…!”

슬슬 촬영을 마치고 떠날 채비를 하던 테스타를 만났다. 아마 바로 앞 타임에 여기서 촬영이 잡혀 있었나 보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오.’

이쪽도 옷은 애매한데 옷걸이와 얼굴이 좋으니 태가 좋았다.

‘와 진짜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하다.’

멤버는 직각 인사를 하고 스쳐 지나가는 김래빈을 보며 무심코 생각하다가, 그가 자신과 유사한 의상을 입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탄식했다.

‘설마 또 광고 같이하는 거야?’

데뷔 초에 했던 모 스마트 기기 광고와 온갖 조롱을 떠올리자 멘탈이 흔들릴 뻔했지만, 다년간의 경험으로 참았다.

나만 잘하면 된다!

“잠깐 대기하고요.”

“네~”

미리내는 군소리 없이 한편에 마련된 대기 장소로 이동했다.

“의상 핏 좀 한 번만 더 잡을게요~”

“네네!”

그런데 첫 순서인 정율기가 일어나서 신나게 준비하러 떠난 순간….

박민하가 조심스럽게 뒷문으로 나갔다.

마치 몰래몰래 누굴 만나기라도 하는 듯이.

“……?”

잠깐, 이 촬영장에 몰래 만날만한 사람이면… 아니, 그룹이면 사실 하나만 딱 떠오르지 않는가.

‘이거… 너무 시그널 아니야?’

설마, 설마!

성하린은 자신도 모르게 슬쩍 박민하를 쫓아 나갔다. 혹시 모를 대참사를 막기 위해서.

그리고 정말로 목격해버렸다.

복도에 서 있는 박민하와 박문대 두 사람을!

“…!”

야 이것들이… 그러고 보니 동성동본이지 않나? 아, 아냐. 진정하자. 멤버는 놀란 눈을 돌리며 침착히 상황을 파악했다.

좀 가깝게 서긴 했지만 일단 신체 접촉은 없다. 그래도 묘한 그 긴장감이 있는데?

대화에 귀를 기울여보면….

“선배님 설마 지금 이게 지난번에 말씀하신….”

“예. 그런데 이런 방식일 줄은 저도 몰라서요.”

“…알겠습니다!”

…이야기만 들어서는 썸은커녕 무슨 작당 모의하는 비밀 요원 같은데?

성하린은 동공을 떨었으나, 곧 한숨을 쉬며 복도에서 떨어졌다.

‘에라, 모르겠다.’

아무튼 허튼짓할 애는 아니니까 자신도 이쯤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지금도 조금 선 넘은 것 같았고 말이다.

‘민하한테 꼬치꼬치 캐묻는 것도 좀 그렇지.’

나는 그냥 아이돌 생활이나 열심히 해야겠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대기실로 복귀해 무사히 촬영이나 진행했다.

틈틈이 모니터링을 해보니 다행히 사진은 예쁘게 잘 나올 것 같았다.

‘이런 날은 이거지!’

그녀는 자연스럽게 SNS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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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하린이 받아랏 (불타는 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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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에서 사용한 옷은 상반신 살짝 나오는 정도로 올리면 문제없다고 이미 허락도 받았….

…옷?

‘잠깐, 잠깐!’

불길한 예감에, 그녀는 잠시 업로드를 멈췄다.

그리고 어떤 계정을 검색해서 최신순으로 확인하니…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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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지만 참는 중 (눈 돌리는 이모티콘) (불타는 이모티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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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윽!’

바로 테스타의 SNS였다.

개구지게 웃는 이세진과 차유진,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박문대의 순간 포착이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색감 좋게 떡 올라왔다.

‘먼저 촬영해서 먼저 올렸구나!’

하필 구도도 비슷했다.

비슷한 의상, 액세서리, 배경에 똑같은 이모티콘? 이건 논란 예약 감이었다.

아무리 스케줄이 겹친 거라서 나중에 해명될 거라지만, 한순간이라도 연애설이나 관종으로 몰릴 순 없었다.

‘아, 진짜 짜증 나네!’

위튜브의 지긋지긋한 루머 양성 렉카들을 떠올리며, 미리내 멤버는 이를 갈며 자신이 올리려던 SNS를 지웠다.

‘뜨고 말 테다…!’

테스타보다 음원이 잘 나오는 아이돌이 되어서 혹시 연애설 루머가 나도 내가 아깝단 소리를 듣고 말 테다.

자신이 느끼기에도 실현 가능성이 까마득해 보였지만 야망은 원래 불태워서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다가 문득, 자신도 후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걔네도 이거 찍으려나?’

같이 일하던 언니, 오빠들을 쭉 빼간 그 새로운 여자 그룹이 말이다.

성하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굳이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연습이나 하자.’

그런 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차라리 할 수 있는 일에서라도 최선을 다하는 게 나았다.

그리고 성하린의 다소 우울한 추측은 며칠 후, 기사를 통해 사실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넘치는 언론의 보도와 함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거였다.

-T1 Stars가 의류 브랜드와 콜라보 라인 런칭! 자사 아이돌들이 전속 모델. 직접 디자인에도 참여하는 걸 고려 중.

‘아, 역시.’

이 소속사가 자체적으로 해서 구렸구나.

성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거기서 생각을 끝내, 신인 그룹의 화보 컷을 굳이 클릭하거나 댓글을 탐색해 감정 낭비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몰랐다.

이렇게 이어지던, 떨떠름하면서도 적당 적당한 반응들이….

이걸 기점으로 상당히 바뀌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얼마 후 테스타 콘서트 방송 당일.

이런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을 때.

생방송을 위한 대기 중 백스테이지에서, 미리내 멤버는 소란스러움에 약간 당황했다.

‘와, 난리네.’

매니저까지 전화 받고 뛰어갔다.

소속사에 불매운동이 들어가는 거야 으레 있는 일이라는 걸 그녀도 알았다. 하지만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뭐지?’

사실 이 기사들은 갑자기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SNS 등지에서부터 한바탕 난리가 나고 위튜브에서까지 떡밥을 물어 용암처럼 끓고 있던 것이 드디어 튀어나온 것을, 며칠 인터넷을 끊은 그녀는 몰랐다.

“아…. 음.”

“자자, 무대 집중!”

그리고 대충 분위기 봐서는 소속사가 욕먹지, 우리가 욕먹는 건 아닌 것 같으니 얼른 분위기 바꾸는 멤버들 사이.

그녀는 보았다.

박민하가 식은땀을 흘리며 삐걱거리는 것을.

“…?”

리더의 중압감…?

“민하야, 너 놀랐어? 왜 그래.”

“…아니. 어, 좀 놀라서!”

박민하는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곧 굳센 표정을 지었다. 힘찬 병아리 같은 모습은 그리 치명적인 위험 상황 같진 않아 보였다.

‘괜찮은 것 같은데?’

“여기 메이크업 살짝 수정만.”

“네네.”

박민하의 식은땀이 지나간 자리를 손보기 위해 스타일리스트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때.

“여기 조명 좀 부탁드립니다.”

“예, 예.”

테스타 박문대. 그가 스탭과 대화를 나누며 복도를 지나가는 게 열린 대기실 문 사이로 살짝 보였다.

그리고 성하린은 보았다. 체크하듯 잠깐 박민하를 보고 가는 시선을.

“…!”

스치듯 가벼운 시선이었으나, 성하린은 충격으로 살짝 굳었다.

‘저 사람, 우… 웃지 않았나 방금?’

오해가 다시 깊어졌다.

* * *

“소란하네.”

“그러게요.”

미리 녹화된 콘서트 무대 뒤, 방송용 특별 무대를 위해 대기하는 도중에 드디어 폭탄이 터졌다.

물론 스탭들이야 여전히 일사불란하고 별문제 없다만, 회사 관계자들 동태에 분명 드러난다.

스마트폰 없이 무대 바로 뒤에서 대기 중인 우리야 뭐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음~ 무슨 기사가 좀 뜨나 봐요.”

큰세진의 말에 김래빈이 손을 들었다.

“혹시 무대를 수정해야 하는 종류의 문제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까?”

당장 필요한 질문이었다. 그리고.

“아니.”

류청우가 산뜻할 정도로 단정 지었다.

“원래 하려던 대로 잘하고 오면 돼.”

놈들 사이로 미소가 번진다.

“좋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스탠바이 사인이 들어왔을 때.

“형, 잘해요!”

차유진이 선아현의 등을 쳤다. 맞은 녀석은 좀 놀란 얼굴이었으나, 곧 단단하게 대답했다.

“알았어.”

그놈의 망할 시스템 가상현실이 사람 피곤하게 만들긴 했지만, 현실로 돌아왔을 때 좋은 점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가령.’

가령, 저놈이 습득한 수년간의 전문 발레리노 경험.

“시청자분들 진짜 놀라시겠네.”

그리고 소속사가 뒤집어지든 말든, 12분 뒤 온에어.

선아현이 인트로 독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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