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423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23화
김래빈이 긴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정리하자면, 저희의 공연 실황이 방송될 시 홍보 효과로 수요 증대가 기대되어 회사에선 그것에 맞춰 일종의 앵콜 투어, 추가 콘서트를 기획하고 계시다는 게 맞습니까?”
“그래.”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계획된 길이며, 어떻게든 저희가 투어를 더 진행하는 것을 반발 없이 납득하도록 만들기 위한… 음모입니까?”
“비슷해.”
음모까진 아니라 그냥 비위 맞춰주는 거지만.
그러자 김래빈은 자기 회사가 세계 마약 밀수 조직이라는 걸 깨닫기라도 한 듯이 허망한 표정이 되었다.
아무튼, 이해했다니 됐다.
“팬들도 의심하지 않을까? 이렇게 계속 우리 앨범 안 내주면.”
“팬들이 의심해도 대중들은 잘 모르니까 여론 형성이 안 될걸.”
사실 컨텐츠 가볍게 즐기는 팬들도 거기까진 생각 안 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딱 테스타만 놓고 보면, 굳이 앨범 안 내는 건 시장경제적으로는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냥 앨범을 자작곡으로 채우느라 늦는 건가 싶은 거지.
“우리가 연차가 많이 찬 것도 아니고, 지난 앨범 성적이 안 좋았던 것도 아니니까.”
“…그렇구나. 우리도 따지자면 겨우 4년 채웠지.”
사실 객관적으로 테스타는 이제 막 대상을 받고, 명실상부 1군 아이돌로 올라선 전성기 초입이다.
큰세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도 7년이 아니라 5년 계약이라 어쩔 수 없나~”
그래.
문제는 저 기형적인 5년 계약. 그리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끝없이 꽤 이름값 있는 신인 그룹 찍어낼 수 있는 방송국과 연계한 소속사란 점이지.’
기획 인력을 못 뺏어가게 하려고 레이블 만들어놨더니 활동 스케줄을 안 잡아주는 상황에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한숨을 쉰다.
“그래도 이렇게 무작정 투어는 좀 그런데.”
“저 공연 좋아요! 하지만 지는 건 안 돼요. 우리는 이제 투어 boycott 해요.”
“하는 입장에서 불매운동은 좀 이상하지 않나? 그래도 우리 회산데.”
“저, 그냥, 원하지 않으니 안 하겠다고 하면… 안 될까요…?”
투어를 안 하겠다고 시위한다라.
나는 턱을 만지며 그게 현실화된 미래를 예상했다.
[유명 남자아이돌 그룹… “콘서트 안 한다” 회의실 난동]
-누구임?
-초성 좀
-정황상 ㅌㅅㅌ라던데 이 찌라시 믿을 만함?
-루머지만 진짜면 ㄹㅈㄷ 아닌가;
“비협조적이라 재계약 의사가 낮다고 생각해서, 몸값도 낮출 겸 언론으로 후려치기할 것 같은데.”
“…….”
배세진이 안 좋은 기억이 스쳤는지 표정이 괴상해졌다.
“잘 아네.”
그래. 데뷔 초에 네 X 같은 전 소속사 사례를 보고 정보를 좀 긁어봤다. 그 새끼들이 좀 유별나서 그렇지, 아예 안 하는 데는 드물더라고.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공중파 콘서트 실황을 거절하진 않고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앨범 준비는 계속하고 있는 거야.”
“오케이.”
그리고 예상대로, 방송은 어느 순간 우리의 통 콘서트가 아니라 세트리스트 중 일부를 게스트에게 분배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이 자식들이 진짜….”
“역시 문대가 족집게네~”
게다가 ‘보조무대 소속사 후배 출연’이라는 언어를 사용해, 지난번처럼 아예 기획사 콘서트라 부르지 않는 교묘한 스타일로 배정되었다.
타이틀은 테스타 공연이 맞았다는 거다.
‘테스타 화제성은 통째로 써먹고 싶은가 보군.’
짜증 안 나면 인간이 아니다만, 거부하기 애매하다.
방송국, 소속사, 그리고 투자사처럼 콘서트에 지분 있는 놈들이 다 끼어 있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로 끌고 가면 괜히 우리가 득 없이 화낸 이미지만 적립된다.
‘한 방을 노려야 해.’
그전에는 좀 몸을 낮추고,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체 그림은 확실히 모르겠다는 식으로 나가야지.
“연습은 하자.”
“당연하지. 자, 다들 발 각도부터 다시 맞춥시다~”
그리고 일단 방송 송출용 콘서트 무대를 다듬고 있을 때….
회사 관계자를 타고 딱히 기대한 적 없던 전화가 걸려왔다.
후배로부터.
하지만 스페이서는 아니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미리내 박민하. 그 2위 출신인 그 아이돌이다.
목적은 ‘보조무대 관련 문의 사항’이었지만, 막상 전화를 받으니 얘도 딴소리하던데.
-저…….
“예.”
-선배님, 어,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 아니, 먼저 시간을 뺏어서 죄송합니다. 시간을 뺏어도 될까요? ……?! 잠, 아니,
“네.”
그런데 왜 또 이렇게 당황했냐.
“시간 뺏는 건 아닌 것 같고, 편하게 본론 말씀하세요.”
-…! 예, 다름이 아니라….
미리내는 바로 본론을 때렸다.
-혹시… 회사의 다른 그룹도 선배님 레이블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
‘다른 그룹’이라고 불렀지만, 사실 이 후배가 물어볼 그룹이야 하나뿐이지.
본인들 말이다.
“혹시 미리내 말인가요.”
-…그, 네. 저희도 포함해서요. 기본적으로 같은 회사니까, 비율이나 이런 건 그대로 가더라도 소속을 바꿀 방법이 혹시 있을까 해서….
역시 그렇군.
‘그런데 이건 레이블 대표한테 물어봐야지 왜 나한테 물어보냐.’
역시 시상식에서 레이블로 나온다고 터뜨린 게 너무 셌나 싶어서 좀 떨떠름해졌지만, 일단 상식적인 이야기를 해줬다.
“재계약 때 조건 넣으면 될 텐데요. 그런데 미리내 재계약은 아직 일이 년 이상 남은 상태 아닌가요.”
-아. 음.
목소리가 약간 낮아지고, 머뭇거린다.
‘음.’
이거 혹시?
나는 일부러 한번 대놓고 물었다.
“지금 다른 문제가 있는 건가요.”
-그게 사실….
심호흡하고.
-앨범이… 많이 밀릴 것 같아서요.
“…….”
-저희 담당 스탭분들이 최근에 인사 개편으로 많이 나가셨어요.
그렇지.
“퇴사한 게 아니라, 다른 팀으로 간 건가요.”
-……예.
대충 알겠군. 하지만 여긴 우리랑 케이스가 약간 다르다.
-이번에 새로 이 소속사에서 데뷔할 그룹 있잖아요. 프로그램에서 데뷔하신 분들.
“아.”
이 후배가 말한 건 이번에 종영한 Tnet의 새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그 방송국은 아이돌 서바이벌 맛을 포기를 못 하더라.
만큼의 파급력과 화제성은 없었지만 그럭저럭 해외에서 선방했고, 덕분에 기본 팬층을 확보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보기로는….
[최종 데뷔조가 역대급 희망편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데뷔조 명단 뜨자마자 관심 가지는 숫자가 대폭 늘었다는 글을 봤다.
같은 막장 이미지도 없고, 깨끗하고 팬층 확보된 신인 그룹? 아마 신나서 인력 붙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인력을 어디서 가져왔겠는가.
같은 계열 일하던 사람들을 뜯어왔지.
-그쪽으로 저희 같이 일하시던 분들이 가시고… 지금 앨범 제작이 진행되다가 멈췄어요.
그러니까 이쪽은 아예 재계약 기간의 문제가 아니다.
매력적인 새 사업 아이템이 등장하니 기존 기획 인력까지 다 뜯어다 거기 붙이는 상황이란 말이다.
여기는 레이블 분리도 안 되어 있으니 쭉 가져가도 딱히 가수 입장에서는 방어하기도 힘들다. 원래부터 회사 인력이니.
그렇다면.
‘아마 이쪽도 투어 추가 이야기했을 것 같은데.’
우리 콘서트에 넣는 게스트 중에 분명 미리내도 있었단 말이지.
여기도 뭐 홍보 효과 이야기하면서 일단 투어 잡아주고 기획 인력 새로 뽑을 때까지 시간과 돈을 벌 거다. 해외 팬층이 괜찮은 그룹이니까.
미리 잡았어도 미리 안 알려준다. 1년 내내 투어만 할 거란 사실을 쌍수 들고 반기는 아이돌이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
어쨌든, 미리내 2위는 제법 침착하게 말을 계속했다.
-독립 레이블이면 직원분들이 따로 계시니까 저희랑은 좀 사정이 다르지 않을까 해서… 혹시 어떨지 여쭤보려고 했어요.
대충 웃어넘기는 것 없이 솔직한 대답이었다. 아무래도 상황을 꽤 심각하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우리가 비슷한 처지인 것도 짐작한 것 같고.’
그래도 아무리 처지 비슷하다고는 하나 다른 그룹 선배에게 이런 이야기 하기는 꺼려질 텐데 말이다.
‘배짱은 인정한다.’
그래도 지금 너희가 소속 옮길 방법은 없다. 알아도 말 안 할 거고.
“독립이라고 해도 결국 산하라서 별다른 건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옮기시는 건… 사실 저도 그런 권한이 있는 직원은 아니다 보니 잘 모르겠네요.”
-…아, 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갑작스럽게 이야기 드렸죠!
하지만 그 전에, 꽤 괜찮은 발상이 떠올랐다.
이 사례까지 듣고 나니 하나 확실해진 게 있어서 말이다.
‘결국, 회사는 전도유망해 보이는 새로운 기획에 눈이 돌아간다는 말이지.’
“…….”
흠, 생각해 볼 만하다.
일단 밑밥을 좀 칠까.
-제가 좀 더 생각을 정리해서 연락드렸어야 했는데, 첫인사를 실수하면서 좋지 못한 모습 보여드렸습니다. 앞으론 더 조심하겠습니다!
“괜찮습니다.”
누가 보면 내가 얘 상사인 줄 알겠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밑밥을 깔기 시작했다.
“그리고 앨범 말인데요.”
-…네.
“생각해 보니, 레이블로 이적 안 하셔도 내실 방법이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
-……!
“협조하실 생각 있으신가요. 아예 안 위험하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요.”
통화기 너머에서 짧게 침묵이 흐르더니, 질문이 나온다.
-어떤 종류의 위험인가요?
사실상 어지간하면 하겠다는 말이지.
나는 피식 웃고 입을 열었다.
“소속사가 없어질 위험.”
“…?!”
* * *
“그럼 테스타 쪽은 정리된 거죠?”
“넵. 이대로 다른 특이사항 없이 진행하겠습니다.”
T1 Stars의 가장 큰 회의실.
실무진들은 월요일 아침 전체 회의에 참석해 바쁘게 이야기를 나눴다.
정확히는 이사들이 한마디씩 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싸한 답변을 하고 시간이 빨리 흐르길 기대하는 시간.
“최대한 우리가 러닝타임보다도 시간대 확보하는 쪽으로 가야지. 안 그래?”
“네네, 그렇죠….”
이번 주의 주제는 공중파로 송출되는 이번 테스타 콘서트의 탈을 쓴 기획사 콘서트 버전 2의 기획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채용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나왔다 사라졌지만… 아무튼.
다년의 경험으로 눈깔은 초롱초롱히 하면서도 지루함에 미칠 것 같은 한 홍보실 직원은 문득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왜 이걸 Tnet이 아니라 공중파랑 하지?’
이런 중계권은 말만 나오면 아득바득 그쪽에서 뜯어갔었는데 말이다.
직원은 딱히 적당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더 의아해졌지만, 곧 지웠다.
알게 뭐람. 자신이야 월급만 받으면 그만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이번 주는 좀 더 신경 써서 합시다, 부탁해요.”
매번 듣는 소리 들으며 회의실에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나오면, 그제야 비슷한 직급 사람들과 복도를 걸으며 숙덕거리는 것이다.
“그럼 이제 스페이서 쪽이 라인 타는 거죠?”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요?”
승진과 부서 간, 팀 간 알력에 대한 가쉽.
“레이블 뭐 T1이 밀어준다 어쩐다 이야기 많더니 솔직히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아, 그래도 오르빗 쪽 사람들 얼굴 괜찮던데.”
“맞아! 직장이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하는 것부터 솔직히 티 나지 않아요? 보통 무조건 죽겠다고 해야 정상인데~”
속칭 테스타의 레이블, ‘오르빗’ 쪽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낯빛이 괜찮고 여유가 있어 뵈는 걸 떠올리며 직원들의 입이 바빠졌다.
‘기획이 재밌다’, ‘자율성이 높다’, ‘아티스트 성격이 괜찮다더라’ 등.
그런 전형적인 좋은 직장 이야기도 있지만, 이대로 외딴 섬이 돼서 커리어가 침몰하지 않겠냐는 악의 섞인 걱정도 있다.
아무래도 지금 회사 돌아가는 꼴이 복잡하니까.
‘누가 어떻게 뜨고 뭐가 망할지 모른다는 거지.’
지금 가장 잘나가기 시작한 테스타 대신 새 그룹을 미는 것도 마찬가지지 아닌가?
아, 엔터 사업이여!
자리에 앉아서도 메신저로 이어서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저 시키도 얼굴 좋은데용ㅡㅡ
-악 개시러ㅋㅋ
매니지먼트실 실장이 지나가자 한 말이다.
테스타 전담팀 관련 건수로 쭉 입지 잡은 저놈은 여전히 뺀질뺀질 얼굴이 좋다.
직원은 무심코 생각했다.
아마 테스타도 그렇지 않을까?
‘그래 뭐, 돈도 많이 벌었고… 투어 정산금 장난 아니라잖아.’
좀 뜸하게 컴백하면 오히려 좋을지도 몰랐다. 투어하면 공연 안 하는 평일에는 놀러도 다닐 수 있다고 하니까.
‘뭐가 됐든 나보다 팔자가 좋은 건 확실하지.’
그러니까 자신은 돈 받는 만큼 일이나 하도록 하자. 돈 받는 만큼만!
직원은 스페이서의 언론 배포용 자료를 다시 한번 체크해 다듬었다.
그맘때쯤 한 이사가 갑자기 급한 구두 보고를 받고, 곧 흥분 상태로 긴급회의를 모집한다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로.
그리고 그 모든 불확실 요소가 어떻게 흘러가든, ‘테스타 콘서트’ 기획은 성공적으로 실현되어 그 방송일이 착실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23화
김래빈이 긴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정리하자면, 저희의 공연 실황이 방송될 시 홍보 효과로 수요 증대가 기대되어 회사에선 그것에 맞춰 일종의 앵콜 투어, 추가 콘서트를 기획하고 계시다는 게 맞습니까?”
“그래.”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계획된 길이며, 어떻게든 저희가 투어를 더 진행하는 것을 반발 없이 납득하도록 만들기 위한… 음모입니까?”
“비슷해.”
음모까진 아니라 그냥 비위 맞춰주는 거지만.
그러자 김래빈은 자기 회사가 세계 마약 밀수 조직이라는 걸 깨닫기라도 한 듯이 허망한 표정이 되었다.
아무튼, 이해했다니 됐다.
“팬들도 의심하지 않을까? 이렇게 계속 우리 앨범 안 내주면.”
“팬들이 의심해도 대중들은 잘 모르니까 여론 형성이 안 될걸.”
사실 컨텐츠 가볍게 즐기는 팬들도 거기까진 생각 안 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딱 테스타만 놓고 보면, 굳이 앨범 안 내는 건 시장경제적으로는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냥 앨범을 자작곡으로 채우느라 늦는 건가 싶은 거지.
“우리가 연차가 많이 찬 것도 아니고, 지난 앨범 성적이 안 좋았던 것도 아니니까.”
“…그렇구나. 우리도 따지자면 겨우 4년 채웠지.”
사실 객관적으로 테스타는 이제 막 대상을 받고, 명실상부 1군 아이돌로 올라선 전성기 초입이다.
큰세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도 7년이 아니라 5년 계약이라 어쩔 수 없나~”
그래.
문제는 저 기형적인 5년 계약. 그리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끝없이 꽤 이름값 있는 신인 그룹 찍어낼 수 있는 방송국과 연계한 소속사란 점이지.’
기획 인력을 못 뺏어가게 하려고 레이블 만들어놨더니 활동 스케줄을 안 잡아주는 상황에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한숨을 쉰다.
“그래도 이렇게 무작정 투어는 좀 그런데.”
“저 공연 좋아요! 하지만 지는 건 안 돼요. 우리는 이제 투어 boycott 해요.”
“하는 입장에서 불매운동은 좀 이상하지 않나? 그래도 우리 회산데.”
“저, 그냥, 원하지 않으니 안 하겠다고 하면… 안 될까요…?”
투어를 안 하겠다고 시위한다라.
나는 턱을 만지며 그게 현실화된 미래를 예상했다.
-누구임?
-초성 좀
-정황상 ㅌㅅㅌ라던데 이 찌라시 믿을 만함?
-루머지만 진짜면 ㄹㅈㄷ 아닌가;
“비협조적이라 재계약 의사가 낮다고 생각해서, 몸값도 낮출 겸 언론으로 후려치기할 것 같은데.”
“…….”
배세진이 안 좋은 기억이 스쳤는지 표정이 괴상해졌다.
“잘 아네.”
그래. 데뷔 초에 네 X 같은 전 소속사 사례를 보고 정보를 좀 긁어봤다. 그 새끼들이 좀 유별나서 그렇지, 아예 안 하는 데는 드물더라고.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공중파 콘서트 실황을 거절하진 않고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앨범 준비는 계속하고 있는 거야.”
“오케이.”
그리고 예상대로, 방송은 어느 순간 우리의 통 콘서트가 아니라 세트리스트 중 일부를 게스트에게 분배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이 자식들이 진짜….”
“역시 문대가 족집게네~”
게다가 ‘보조무대 소속사 후배 출연’이라는 언어를 사용해, 지난번처럼 아예 기획사 콘서트라 부르지 않는 교묘한 스타일로 배정되었다.
타이틀은 테스타 공연이 맞았다는 거다.
‘테스타 화제성은 통째로 써먹고 싶은가 보군.’
짜증 안 나면 인간이 아니다만, 거부하기 애매하다.
방송국, 소속사, 그리고 투자사처럼 콘서트에 지분 있는 놈들이 다 끼어 있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로 끌고 가면 괜히 우리가 득 없이 화낸 이미지만 적립된다.
‘한 방을 노려야 해.’
그전에는 좀 몸을 낮추고,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체 그림은 확실히 모르겠다는 식으로 나가야지.
“연습은 하자.”
“당연하지. 자, 다들 발 각도부터 다시 맞춥시다~”
그리고 일단 방송 송출용 콘서트 무대를 다듬고 있을 때….
회사 관계자를 타고 딱히 기대한 적 없던 전화가 걸려왔다.
후배로부터.
하지만 스페이서는 아니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미리내 박민하. 그 2위 출신인 그 아이돌이다.
목적은 ‘보조무대 관련 문의 사항’이었지만, 막상 전화를 받으니 얘도 딴소리하던데.
-저…….
“예.”
-선배님, 어,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 아니, 먼저 시간을 뺏어서 죄송합니다. 시간을 뺏어도 될까요? ……?! 잠, 아니,
“네.”
그런데 왜 또 이렇게 당황했냐.
“시간 뺏는 건 아닌 것 같고, 편하게 본론 말씀하세요.”
-…! 예, 다름이 아니라….
미리내는 바로 본론을 때렸다.
-혹시… 회사의 다른 그룹도 선배님 레이블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
‘다른 그룹’이라고 불렀지만, 사실 이 후배가 물어볼 그룹이야 하나뿐이지.
본인들 말이다.
“혹시 미리내 말인가요.”
-…그, 네. 저희도 포함해서요. 기본적으로 같은 회사니까, 비율이나 이런 건 그대로 가더라도 소속을 바꿀 방법이 혹시 있을까 해서….
역시 그렇군.
‘그런데 이건 레이블 대표한테 물어봐야지 왜 나한테 물어보냐.’
역시 시상식에서 레이블로 나온다고 터뜨린 게 너무 셌나 싶어서 좀 떨떠름해졌지만, 일단 상식적인 이야기를 해줬다.
“재계약 때 조건 넣으면 될 텐데요. 그런데 미리내 재계약은 아직 일이 년 이상 남은 상태 아닌가요.”
-아. 음.
목소리가 약간 낮아지고, 머뭇거린다.
‘음.’
이거 혹시?
나는 일부러 한번 대놓고 물었다.
“지금 다른 문제가 있는 건가요.”
-그게 사실….
심호흡하고.
-앨범이… 많이 밀릴 것 같아서요.
“…….”
-저희 담당 스탭분들이 최근에 인사 개편으로 많이 나가셨어요.
그렇지.
“퇴사한 게 아니라, 다른 팀으로 간 건가요.”
-……예.
대충 알겠군. 하지만 여긴 우리랑 케이스가 약간 다르다.
-이번에 새로 이 소속사에서 데뷔할 그룹 있잖아요. 프로그램에서 데뷔하신 분들.
“아.”
이 후배가 말한 건 이번에 종영한 Tnet의 새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그 방송국은 아이돌 서바이벌 맛을 포기를 못 하더라.
만큼의 파급력과 화제성은 없었지만 그럭저럭 해외에서 선방했고, 덕분에 기본 팬층을 확보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보기로는….
데뷔조 명단 뜨자마자 관심 가지는 숫자가 대폭 늘었다는 글을 봤다.
같은 막장 이미지도 없고, 깨끗하고 팬층 확보된 신인 그룹? 아마 신나서 인력 붙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인력을 어디서 가져왔겠는가.
같은 계열 일하던 사람들을 뜯어왔지.
-그쪽으로 저희 같이 일하시던 분들이 가시고… 지금 앨범 제작이 진행되다가 멈췄어요.
그러니까 이쪽은 아예 재계약 기간의 문제가 아니다.
매력적인 새 사업 아이템이 등장하니 기존 기획 인력까지 다 뜯어다 거기 붙이는 상황이란 말이다.
여기는 레이블 분리도 안 되어 있으니 쭉 가져가도 딱히 가수 입장에서는 방어하기도 힘들다. 원래부터 회사 인력이니.
그렇다면.
‘아마 이쪽도 투어 추가 이야기했을 것 같은데.’
우리 콘서트에 넣는 게스트 중에 분명 미리내도 있었단 말이지.
여기도 뭐 홍보 효과 이야기하면서 일단 투어 잡아주고 기획 인력 새로 뽑을 때까지 시간과 돈을 벌 거다. 해외 팬층이 괜찮은 그룹이니까.
미리 잡았어도 미리 안 알려준다. 1년 내내 투어만 할 거란 사실을 쌍수 들고 반기는 아이돌이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
어쨌든, 미리내 2위는 제법 침착하게 말을 계속했다.
-독립 레이블이면 직원분들이 따로 계시니까 저희랑은 좀 사정이 다르지 않을까 해서… 혹시 어떨지 여쭤보려고 했어요.
대충 웃어넘기는 것 없이 솔직한 대답이었다. 아무래도 상황을 꽤 심각하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우리가 비슷한 처지인 것도 짐작한 것 같고.’
그래도 아무리 처지 비슷하다고는 하나 다른 그룹 선배에게 이런 이야기 하기는 꺼려질 텐데 말이다.
‘배짱은 인정한다.’
그래도 지금 너희가 소속 옮길 방법은 없다. 알아도 말 안 할 거고.
“독립이라고 해도 결국 산하라서 별다른 건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옮기시는 건… 사실 저도 그런 권한이 있는 직원은 아니다 보니 잘 모르겠네요.”
-…아, 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갑작스럽게 이야기 드렸죠!
하지만 그 전에, 꽤 괜찮은 발상이 떠올랐다.
이 사례까지 듣고 나니 하나 확실해진 게 있어서 말이다.
‘결국, 회사는 전도유망해 보이는 새로운 기획에 눈이 돌아간다는 말이지.’
“…….”
흠, 생각해 볼 만하다.
일단 밑밥을 좀 칠까.
-제가 좀 더 생각을 정리해서 연락드렸어야 했는데, 첫인사를 실수하면서 좋지 못한 모습 보여드렸습니다. 앞으론 더 조심하겠습니다!
“괜찮습니다.”
누가 보면 내가 얘 상사인 줄 알겠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밑밥을 깔기 시작했다.
“그리고 앨범 말인데요.”
-…네.
“생각해 보니, 레이블로 이적 안 하셔도 내실 방법이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
-……!
“협조하실 생각 있으신가요. 아예 안 위험하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요.”
통화기 너머에서 짧게 침묵이 흐르더니, 질문이 나온다.
-어떤 종류의 위험인가요?
사실상 어지간하면 하겠다는 말이지.
나는 피식 웃고 입을 열었다.
“소속사가 없어질 위험.”
“…?!”
* * *
“그럼 테스타 쪽은 정리된 거죠?”
“넵. 이대로 다른 특이사항 없이 진행하겠습니다.”
T1 Stars의 가장 큰 회의실.
실무진들은 월요일 아침 전체 회의에 참석해 바쁘게 이야기를 나눴다.
정확히는 이사들이 한마디씩 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싸한 답변을 하고 시간이 빨리 흐르길 기대하는 시간.
“최대한 우리가 러닝타임보다도 시간대 확보하는 쪽으로 가야지. 안 그래?”
“네네, 그렇죠….”
이번 주의 주제는 공중파로 송출되는 이번 테스타 콘서트의 탈을 쓴 기획사 콘서트 버전 2의 기획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채용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나왔다 사라졌지만… 아무튼.
다년의 경험으로 눈깔은 초롱초롱히 하면서도 지루함에 미칠 것 같은 한 홍보실 직원은 문득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왜 이걸 Tnet이 아니라 공중파랑 하지?’
이런 중계권은 말만 나오면 아득바득 그쪽에서 뜯어갔었는데 말이다.
직원은 딱히 적당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더 의아해졌지만, 곧 지웠다.
알게 뭐람. 자신이야 월급만 받으면 그만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이번 주는 좀 더 신경 써서 합시다, 부탁해요.”
매번 듣는 소리 들으며 회의실에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나오면, 그제야 비슷한 직급 사람들과 복도를 걸으며 숙덕거리는 것이다.
“그럼 이제 스페이서 쪽이 라인 타는 거죠?”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요?”
승진과 부서 간, 팀 간 알력에 대한 가쉽.
“레이블 뭐 T1이 밀어준다 어쩐다 이야기 많더니 솔직히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아, 그래도 오르빗 쪽 사람들 얼굴 괜찮던데.”
“맞아! 직장이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하는 것부터 솔직히 티 나지 않아요? 보통 무조건 죽겠다고 해야 정상인데~”
속칭 테스타의 레이블, ‘오르빗’ 쪽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낯빛이 괜찮고 여유가 있어 뵈는 걸 떠올리며 직원들의 입이 바빠졌다.
‘기획이 재밌다’, ‘자율성이 높다’, ‘아티스트 성격이 괜찮다더라’ 등.
그런 전형적인 좋은 직장 이야기도 있지만, 이대로 외딴 섬이 돼서 커리어가 침몰하지 않겠냐는 악의 섞인 걱정도 있다.
아무래도 지금 회사 돌아가는 꼴이 복잡하니까.
‘누가 어떻게 뜨고 뭐가 망할지 모른다는 거지.’
지금 가장 잘나가기 시작한 테스타 대신 새 그룹을 미는 것도 마찬가지지 아닌가?
아, 엔터 사업이여!
자리에 앉아서도 메신저로 이어서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저 시키도 얼굴 좋은데용ㅡㅡ
-악 개시러ㅋㅋ
매니지먼트실 실장이 지나가자 한 말이다.
테스타 전담팀 관련 건수로 쭉 입지 잡은 저놈은 여전히 뺀질뺀질 얼굴이 좋다.
직원은 무심코 생각했다.
아마 테스타도 그렇지 않을까?
‘그래 뭐, 돈도 많이 벌었고… 투어 정산금 장난 아니라잖아.’
좀 뜸하게 컴백하면 오히려 좋을지도 몰랐다. 투어하면 공연 안 하는 평일에는 놀러도 다닐 수 있다고 하니까.
‘뭐가 됐든 나보다 팔자가 좋은 건 확실하지.’
그러니까 자신은 돈 받는 만큼 일이나 하도록 하자. 돈 받는 만큼만!
직원은 스페이서의 언론 배포용 자료를 다시 한번 체크해 다듬었다.
그맘때쯤 한 이사가 갑자기 급한 구두 보고를 받고, 곧 흥분 상태로 긴급회의를 모집한다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로.
그리고 그 모든 불확실 요소가 어떻게 흘러가든, ‘테스타 콘서트’ 기획은 성공적으로 실현되어 그 방송일이 착실히 다가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