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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422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22화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
어느 분야든 돈 버는 곳에서 이 공식이 안 통하는 곳은 없다만, 특히 연예계는 더 그렇다.
같은 걸 가져와도 시류 따라서 뜨냐 안 뜨냐가 훅훅 갈리지 않는가.
그런데 지금 예능으로 밀물이 쏟아지는데 굳이 회사가 산하 레이블에서 알아서 기획 다 해서 내겠다는 앨범을 미루자고 한다고?
“시류? 중요하죠. 하지만 테스타는 이제 순간 화제성이 간절할 레벨은 지났습니다. 명실상부 탑 아이돌이에요.”
“…….”
“음, 그러고 보니 전임 디렉터가 테스타에게 데뷔 앨범을 한 달 만에 무작정 자체 제작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려서 큰 곤욕을 치렀다고 들었는데요.”
“예.”
그리고 그게 대박이 났다 새끼야.
나는 뺀질뺀질한 얼굴로 말을 하는 사내 이사를 쳐다보았다.
레이블 독립하면서 한번 조져놓은 본부장 대신 다른 놈이 갑자기 사람 불러다가 입을 털고 있으니 상당히 흥미롭다.
“그때야 빨리 데뷔해서 브로드캐스팅의 임팩트를 제때 가져가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 테스타는 그 자체로 브랜드잖아요.”
어.
“그러니까 앨범 퀄리티 하나하나를 더 신경 써서 디테일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테스타 급에 맞는 행보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거죠.”
이사는 이지적으로 권고했고, 김래빈이 단번에 손을 들었다.
“하지만 지금 계획도 그간에 비해 그리 시간이 과하게 촉박하진 않습니다만.”
일주일 만에 영화 OST 시안도 제작해 본 워커홀릭의 발언에 이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미 짐작했나 보군.
“하지만 시간이 충분하면 보완점, 추가점을 새롭게 발견하고 또 디벨롭할 수 있겠죠?”
“음… 그렇긴 합니다!”
합리적인 발언에 김래빈이 바로 납득한다. 차유진이 드물게 동태 눈깔을 하고 김래빈을 쳐다볼 뻔했다.
어쨌든 하나의 난관을 넘긴 이사는 한결 평온하고 예의 바른 투로 말을 잇는다.
“물론 우리 테스타분들께서 반드시 지금 앨범을 내신다고 하시면 회사는 전력을 다해서 서포트할 겁니다.”
그러냐?
“단지 이쪽이 더 맞지 않는가, 하는 의견일 뿐이란 거죠.”
“그게 이사님의 판단이신가요.”
“음, 그보단 사실 회사 중임 회의에서 토의 끝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대표 이사님께서 직접 동의하시기도 했고요.”
오, 남 탓.
본부장이 테스타가 레이블 독립하면서 처맞은 경험이 있다 보니 이놈도 우리한테 혓바닥을 아랫사람한테 하는 식으로 굴리질 않는다.
딱 공식적이고 예의 바른 사업적 파트너처럼 나온다. 투자자 설득할 때처럼 말이다.
“아무래도 테스타분들께서 이 회사의 가장 상징적이고 매출액이 큰 아티스트시니까요. 저희도 많이 고민하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음.”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당연히 에이전시가 할 일이죠.”
너스레까지 한번 떨고, 이렇게 진지하게 새 플랜을 내미는 것이다.
“물론 예능 화제성을 버리자는 말은 아닙니다. 테스타의 공연 투어 실황을 공중파에서 송출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는데, 이걸 진행해 볼 생각이거든요.”
이사는 그래도 본래가 엔터 쪽 사람이었는지 꽤 그럴싸하게 플랜을 설명했다.
멤버들은 진지하게 그것을 경청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우선 좋은 말씀은 정말 감사합니다. 멤버들끼리 좀 더 이야기해 봐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류청우의 말에 이사는 순순히 우리를 보내주었다. 편하게 결정하라는 듯이.
그래서 숙소에 복귀한 뒤엔 이런 분위기가 됐다.
“…이렇게 급하게 불러서 할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새롭게 발매되는 앨범의 완성도를 진지하게 고민해 주시는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만, 최근에는 충분한 지원을 받으며 작업했다고 생각합니다!”
의심스럽게 중얼거리는 놈과 좋은 뜻으로 받아들인 놈이다. 그리고 둘 다 굳이 높으신 분이 호출한 것을 의아해하고 있고.
그러나 사태 파악한 놈은 옆에서 쓴웃음을 짓고 있다.
“아~ 이제 슬슬 덜 내주고 싶다 이건가.”
“뭐?”
“앨범이요. 그거 내는 것도 다~ 투자잖아요.”
그래, 이게 바로 소속사 이야기의 핵심이다.
-앨범 안 내주겠다.
무덤덤한 큰세진의 말에 배세진이 눈썹을 치켜세운다.
“…이 회사 돈 많잖아.”
“음 뭐, 꼭 돈이 아니더라도… 좋은 인력이나 프로모션 아이디어 같은 건 한정되어 있잖아요? 그런 거죠~”
배세진의 얼굴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려는 순간.
나는 결론을 내려줬다.
“우리는 그냥 투어나 돌리고, 계약 기간 많이 남은 그룹들 체급 키우는 데에 투자하는 게 회사한테는 더 이득입니다.”
“……!!”
눈 튀어나오겠군.
아니, 다시 보니 배세진뿐만 아니라 김래빈이랑 선아현도 비슷한 표정이잖아.
“그럼 이대로 가면….”
“예.”
이게 계약 기간이 얼마 안 남은 1군 아이돌의 현실이다.
“저희는 이제부터 새 앨범보다는 모아놓은 팬들 소비력을 최대한 뽑는 쪽으로 가기 시작할 겁니다.”
“…!”
“앨범은… 내년 초에 재계약 뉘앙스 보고 하나 주려나.”
일본 쪽에 앨범 계약이 없는 게 차라리 다행이다. 아니면 그쪽에서만 굴렸을 텐데.
배세진의 얼굴이 식는다.
“…이해가 안 되는데. 우린 레이블도 세웠고…… 재계약하면 계속 남아 있을 건데 왜 그러는 거지? 아니, 만약에 우리가 당장 재계약한다고 하면?”
그건 안 되지. 계약 조건에 하자가 생긴다.
원래 먼저 숙이고 들어오는 쪽이 손해 보는 법이니까.
게다가 조건이 좋으면 좋은 대로 문제다. 큰세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연다.
“에이, 재계약하면 보통 아티스트한테 정산 더 많이 되게 비율 조정하잖아요~ 회사 입장에서는 그러니까…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낮아지는 거죠!”
“…!!”
그렇지. 가수 정산이 좋아질수록 회사는 손해니까.
게다가 더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그걸 제외해도 여전히 앨범 투자에서 밀릴 것 같은데.”
“왜??”
나는 인정했다.
뼈 아픈 현실을.
“저희도 군대 가잖아요.”
“…….”
거 브이틱이 그렇게 미래의 일도 아니라니까.
우리가 걔들보다 나이 차서 데뷔해서 말이다. 그래도 몇 년은 더 비벼볼 수 있지만.
나는 가장 먼저 가야 할 당사자가 충격을 소화하길 기다려 준 다음에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원래 회사 키우는 입장에선 이미 띄운 그룹보단 라이징 투자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죠.”
“…그래?”
“예. 전망 좋은 새 사업이 있어야 주주들이 좋아하거든요. 윗분들도 스스로의 유능함을 느껴서 좋아하고요.”
특히 사업병 걸린 지금 본부장이 바람 잔뜩 넣어놓은 이사진은 더 그럴 것이다.
심지어 테스타와는 돈 벌어줄 테니 회사에 참견질 그만하라고 계약서까지 썼으니 후배가 더 뜨는 순간 테스타는 캐시카우 행이지.
결론은.
-사업적으로 봤을 때, 이젠 테스타에서 뽑은 돈으로 새 그룹 키우고 싶어!
“후우우….”
“아이고 형 심호흡하시고.”
배세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다가 간신히 진정되었다.
좋은 소식도 전해줘야겠군.
“그래도 형, 드디어 본격적으로 연기 쪽 일을 하실 수 있겠는데요.”
앨범 대신 개인 활동으로 살살 분산시킬 테니까.
나는 양 주먹을 들어 올려 응원했다.
“화이팅.”
“이미 실컷 했어……!”
사이코패스 4연속을 웅얼거리며 배세진이 음울히 소파에 파묻힌다. 아무래도 시스템의 가짜 세계에서 했던 연기 경험이 어디 가진 않은 모양이다.
류청우가 약간 난감하다는 듯이 웃더니 제안한다.
“그래도 우리가 앨범을 내는 걸 말리진 않겠다고 했으니 준비해 볼까?”
“말리진 않고, 마치 내줄 것 같지만 회사의 갑작스러운 사정에 의해서 계속 일정이 밀리고 연기될 겁니다.”
“…….”
산하 레이블이 기획은 독립적으로 마음대로 해도 결국 발매 스케줄은 회사가 잡거든.
‘변명은 많지.’
회사의 다른 아티스트랑 겹친다든가, 시기가 안 좋다든가….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재계약 전에 하나 간신히 내고, 그마저도 프로모션은 좀 빈약한… 뭐 그런 전형적인 루트 있지 않은가.
“뭐, 사실 여기까진 예상했는데요.”
시즌이 시즌이니 이 새끼들이 앨범을 미루자고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이 전개를 예상했단 말이지.
근데 하나가 더 있다.
“끝까지 말을 안 한다 이거지.”
나는 피식 웃었다. 세상을 부정하는 것처럼 입을 벌리고 멍한 표정이던 김래빈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묻는다.
“또… 있습니까?”
“어.”
나는 내 방에서 노트북을 가지고 나왔다. 몇 명이 졸졸 쫓아오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왜 이러는 거지.
어쨌든, 화면에 파일을 불러와서 열었다.
“이게 우리 회사, T1 Stars의 금년 4분기 계획입니다.”
“아니, 문대문대 이런 걸 어디서 구하는 거야?”
“주주 총회에서 공표하던데.”
어디긴, 회사 문서함 접근 권한 있는 직원 연락처만 있으면 된다.
아무튼.
“거기 월별 플랜 보시면… 예. 10월이요.”
원래 우리가 이번에 앨범을 내려던 바로 그 구간에 말이다.
“…!!”
“이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페이서입니다.”
[10월 중순 ? 스페이서(Spacer) 정규 1집 발매 / 국외 매출 규모 증가 목표]
그렇다. 기존 스페이서 앨범 발매 플랜을 테스타가 잡아먹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그러면 이게 그림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거냐면….”
나는 마우스에서 손을 털며 말했다.
“아까 저희, 앨범으로 컴백 대신 공중파로 공연 송출 잡은 거 기억나시죠.”
“으응.”
“그거 분명 실체화되면 다른 소리 할 겁니다.”
뭐, 콘서트 전체를 다 송출하는 건 저작권이나 VOD 판매율을 생각하면 곤란하니까 일부 무대만 하자.
…그리고 어차피 비는 시간은 그 대신 다른 그룹으로 채우자.
가령, 이 기획사의 신인 남자 그룹.
스페이서.
“우리 공연 중계를 기획사 특집 2탄으로 확장해서 얘들 끼워 넣고, 그 화제성으로 컴백할 겁니다.”
“…!!”
한마디로 끼워팔기, 우리 공백기에 팬들이 스페이서로 갈아타는 것을 기대하는 세대교체 시동이다.
그 순간, 정신을 차린 배세진이 버럭 소리쳤다.
“자, 잠깐. 박문대 네가 지난번에 아직 세대교체 같은 건 회사가 안 할 거라며…! 우리 재계약할 거니까!”
“예. 그럴 줄 알았는데, 하네요.”
“…….”
…우호 관계를 잘 구축해 놨으니, 황금알 낳는 거위가 아까워서라도 이런 시도는 안 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관여 못 하게 레이블로 독립해 놔서 슬슬 약발 떨어지고 불만이 쌓이는 모양이다.
‘이 새끼들 감히 환승 수작을 부리고 있다 이 말이지.’
그것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우우우!”
“…이거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거 아니야? 따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압박하거나…….”
“음, 힘들 것 같은데요.”
배세진도 배우 기획사 사장을 석고대죄시켜 보더니 선택지가 좀 많이 넓어진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걸로 회사랑 분쟁 일으키긴 힘들지.
“애초에 이건 소속사랑 싸우는 게 아니라서요.”
“…그럼?”
“그냥 앨범을 늦게 내줄 뿐이죠. 우선순위에 밀려서.”
사실 어딜 가도 신인 키우는 기획사라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뜻이다. 특별히 이 소속사가 악덕한 건 아니라는 거지.
“…….”
배세진이 가라앉은 얼굴로 다시 소파에 앉았다. 주변에서도 쓴웃음을 지으며 한 마디씩 얻는다.
“어렵네.”
“그러게요.”
“…그런, 초자연적인 경험까지 하고 와서는 이런 고민을 할 줄 몰랐는데.”
“원래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들도 자기 Issue 있어요. 우리 또 이기면 돼요!”
차유진이 어깨를 으쓱한다.
개고생해서 성공했더니 이용해 먹으려는 새끼들만 드글드글하다는 게 환멸이 날 수도 있지만, 원래 자본주의가 그런 것 아닌가.
과연 자본주의의 총본산인 나라에서 온 놈다운 깔끔한 발언에 분위기가 좀 괜찮아졌다.
“그래, 또… 수가 나오겠지.”
“맞아, 우린 문대가 있잖아.”
“…?”
누가 보면 내가 도깨비방망이라도 되는 줄 알겠군.
물론 이대로 손 놓고 내년에야 새 앨범 내는 건 사양하고 싶긴 했다.
앨범 퀄리티 올리는 거야 나쁘지 않지만… 이 새끼들 목적이 그게 아니지 않은가.
슬슬 수확하듯이 있는 팬들 소모해서 단물만 빨아먹겠다는 거지.
‘이 새끼들 돈만 댔으면서 자기들이 띄웠다고 착각하나.’
내심 혀를 찰 때였다.
“저기.”
“음?”
선아현이 손을 들었다. 그리고 꽤 단호히 말한다.
“우리가, 그, 스페이서분들보다 더 잘하면 되지 않을까?”
“…!”
“오오.”
“저… 공연 실황에서 우리가 더 잘하고, 멋진 무대를 보여드리면. 그, 회사분들도 마음을 바꿀지도 몰라. 통하지 않으니까…!”
선아현이 한 것 치고는 꽤 과격한 발언이지만 정석이긴 했다. 그간 우리가 애용해온 방법이기도 했고 말이다.
정면승부로 그냥 계급장 떼고 붙어서 박살 내기.
하지만 이번에는 케이스가 좀 다르지.
“그래도 스페이서가 수혜를 받을걸.”
이유는 간단하다.
‘애초에 같은 체급이 아니니까.’
걔네랑 붙어?
우리가 더 잘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건 압도적으로 잘해야 본전인 상황일 뿐.
역으로 같은 소속사다 보니 ‘저렇게 잘하는 그룹의 직속 후배’라는 후광 효과 받아서 다른 수요를 챙겨갈 수도 있다.
“으음….”
“그, 그렇구나. 죄송해요….”
“헐, 아냐~ 그래도 멋지고 속 시원한 방법이었어.”
“맞아요! 멋졌어요!”
“그래.”
선아현이 격려를 받는 가운데, 류청우가 단도직입적으로 멤버들에게 묻는다.
“그럼 아예 공연 실황 방송을 거절하고 싶어?”
“음.”
열받으니 그런 과격한 선택지도 고려하게 되는지, 의외로 고뇌하는 놈들이 꽤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잠시만! 저희 지금 너무 한 쪽으로 생각이 쏠리는데, 조금 더 각자 생각해 보고 이야기할까요? 앨범이야 계속 준비하고 있으면 되고~”
“아, 그렇지.”
필요할 때 잘 끊었군.
큰세진은 눈이 마주치자 답이 없다는 듯 고개를 슬쩍 절레절레 저었지만, 어쨌든 놈의 말은 잘 통했다.
회의가 거기서 일단락됐으니까.
“좀 쉬고 오자.”
“넵.”
멤버들은 각자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자리를 떴고….
“흠.”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턱을 괬다가, 전화를 걸었다.
여기서 다른 갈등 없이 최고로 깔끔한 방법. 사실 있긴 하다.
‘대체재를 없애는 거지.’
스페이서를 보내 버리는 것 말이다.
테스타에게만 투자할 수밖에 없도록, 선택지를 지우는 방법.
-…….
“…….”
-…저, 형님. 저 지금 소원권 쓸까요? 써야 하나요!?
“아니. 아껴라.”
스피커 너머로 스페이서 권희승의 긴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이놈이 혹시 콘서트 실황 출연 사실을 아는지 물어보려고 전화한 건데 눈치도 빠르군.
‘…이놈한테 빚진 것도 있고.’
생각해 보니 좀 더 장기적으로 보는 게 맞겠다.
앞으로도 Tnet에서 서바이벌을 통해 나온 그룹은 이 기획사가 다 낚아올 테니, 스페이서 아니어도 투자 옵션은 많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겠어.’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사이, 소속사는 점점 더 예상대로의 스케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투어 일정 추가할 것 같다는데?”
이게 첫 단계였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22화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

어느 분야든 돈 버는 곳에서 이 공식이 안 통하는 곳은 없다만, 특히 연예계는 더 그렇다.

같은 걸 가져와도 시류 따라서 뜨냐 안 뜨냐가 훅훅 갈리지 않는가.

그런데 지금 예능으로 밀물이 쏟아지는데 굳이 회사가 산하 레이블에서 알아서 기획 다 해서 내겠다는 앨범을 미루자고 한다고?

“시류? 중요하죠. 하지만 테스타는 이제 순간 화제성이 간절할 레벨은 지났습니다. 명실상부 탑 아이돌이에요.”

“…….”

“음, 그러고 보니 전임 디렉터가 테스타에게 데뷔 앨범을 한 달 만에 무작정 자체 제작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려서 큰 곤욕을 치렀다고 들었는데요.”

“예.”

그리고 그게 대박이 났다 새끼야.

나는 뺀질뺀질한 얼굴로 말을 하는 사내 이사를 쳐다보았다.

레이블 독립하면서 한번 조져놓은 본부장 대신 다른 놈이 갑자기 사람 불러다가 입을 털고 있으니 상당히 흥미롭다.

“그때야 빨리 데뷔해서 브로드캐스팅의 임팩트를 제때 가져가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 테스타는 그 자체로 브랜드잖아요.”

어.

“그러니까 앨범 퀄리티 하나하나를 더 신경 써서 디테일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테스타 급에 맞는 행보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거죠.”

이사는 이지적으로 권고했고, 김래빈이 단번에 손을 들었다.

“하지만 지금 계획도 그간에 비해 그리 시간이 과하게 촉박하진 않습니다만.”

일주일 만에 영화 OST 시안도 제작해 본 워커홀릭의 발언에 이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미 짐작했나 보군.

“하지만 시간이 충분하면 보완점, 추가점을 새롭게 발견하고 또 디벨롭할 수 있겠죠?”

“음… 그렇긴 합니다!”

합리적인 발언에 김래빈이 바로 납득한다. 차유진이 드물게 동태 눈깔을 하고 김래빈을 쳐다볼 뻔했다.

어쨌든 하나의 난관을 넘긴 이사는 한결 평온하고 예의 바른 투로 말을 잇는다.

“물론 우리 테스타분들께서 반드시 지금 앨범을 내신다고 하시면 회사는 전력을 다해서 서포트할 겁니다.”

그러냐?

“단지 이쪽이 더 맞지 않는가, 하는 의견일 뿐이란 거죠.”

“그게 이사님의 판단이신가요.”

“음, 그보단 사실 회사 중임 회의에서 토의 끝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대표 이사님께서 직접 동의하시기도 했고요.”

오, 남 탓.

본부장이 테스타가 레이블 독립하면서 처맞은 경험이 있다 보니 이놈도 우리한테 혓바닥을 아랫사람한테 하는 식으로 굴리질 않는다.

딱 공식적이고 예의 바른 사업적 파트너처럼 나온다. 투자자 설득할 때처럼 말이다.

“아무래도 테스타분들께서 이 회사의 가장 상징적이고 매출액이 큰 아티스트시니까요. 저희도 많이 고민하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음.”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당연히 에이전시가 할 일이죠.”

너스레까지 한번 떨고, 이렇게 진지하게 새 플랜을 내미는 것이다.

“물론 예능 화제성을 버리자는 말은 아닙니다. 테스타의 공연 투어 실황을 공중파에서 송출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는데, 이걸 진행해 볼 생각이거든요.”

이사는 그래도 본래가 엔터 쪽 사람이었는지 꽤 그럴싸하게 플랜을 설명했다.

멤버들은 진지하게 그것을 경청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우선 좋은 말씀은 정말 감사합니다. 멤버들끼리 좀 더 이야기해 봐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류청우의 말에 이사는 순순히 우리를 보내주었다. 편하게 결정하라는 듯이.

그래서 숙소에 복귀한 뒤엔 이런 분위기가 됐다.

“…이렇게 급하게 불러서 할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새롭게 발매되는 앨범의 완성도를 진지하게 고민해 주시는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만, 최근에는 충분한 지원을 받으며 작업했다고 생각합니다!”

의심스럽게 중얼거리는 놈과 좋은 뜻으로 받아들인 놈이다. 그리고 둘 다 굳이 높으신 분이 호출한 것을 의아해하고 있고.

그러나 사태 파악한 놈은 옆에서 쓴웃음을 짓고 있다.

“아~ 이제 슬슬 덜 내주고 싶다 이건가.”

“뭐?”

“앨범이요. 그거 내는 것도 다~ 투자잖아요.”

그래, 이게 바로 소속사 이야기의 핵심이다.

-앨범 안 내주겠다.

무덤덤한 큰세진의 말에 배세진이 눈썹을 치켜세운다.

“…이 회사 돈 많잖아.”

“음 뭐, 꼭 돈이 아니더라도… 좋은 인력이나 프로모션 아이디어 같은 건 한정되어 있잖아요? 그런 거죠~”

배세진의 얼굴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려는 순간.

나는 결론을 내려줬다.

“우리는 그냥 투어나 돌리고, 계약 기간 많이 남은 그룹들 체급 키우는 데에 투자하는 게 회사한테는 더 이득입니다.”

“……!!”

눈 튀어나오겠군.

아니, 다시 보니 배세진뿐만 아니라 김래빈이랑 선아현도 비슷한 표정이잖아.

“그럼 이대로 가면….”

“예.”

이게 계약 기간이 얼마 안 남은 1군 아이돌의 현실이다.

“저희는 이제부터 새 앨범보다는 모아놓은 팬들 소비력을 최대한 뽑는 쪽으로 가기 시작할 겁니다.”

“…!”

“앨범은… 내년 초에 재계약 뉘앙스 보고 하나 주려나.”

일본 쪽에 앨범 계약이 없는 게 차라리 다행이다. 아니면 그쪽에서만 굴렸을 텐데.

배세진의 얼굴이 식는다.

“…이해가 안 되는데. 우린 레이블도 세웠고…… 재계약하면 계속 남아 있을 건데 왜 그러는 거지? 아니, 만약에 우리가 당장 재계약한다고 하면?”

그건 안 되지. 계약 조건에 하자가 생긴다.

원래 먼저 숙이고 들어오는 쪽이 손해 보는 법이니까.

게다가 조건이 좋으면 좋은 대로 문제다. 큰세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연다.

“에이, 재계약하면 보통 아티스트한테 정산 더 많이 되게 비율 조정하잖아요~ 회사 입장에서는 그러니까…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낮아지는 거죠!”

“…!!”

그렇지. 가수 정산이 좋아질수록 회사는 손해니까.

게다가 더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그걸 제외해도 여전히 앨범 투자에서 밀릴 것 같은데.”

“왜??”

나는 인정했다.

뼈 아픈 현실을.

“저희도 군대 가잖아요.”

“…….”

거 브이틱이 그렇게 미래의 일도 아니라니까.

우리가 걔들보다 나이 차서 데뷔해서 말이다. 그래도 몇 년은 더 비벼볼 수 있지만.

나는 가장 먼저 가야 할 당사자가 충격을 소화하길 기다려 준 다음에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원래 회사 키우는 입장에선 이미 띄운 그룹보단 라이징 투자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죠.”

“…그래?”

“예. 전망 좋은 새 사업이 있어야 주주들이 좋아하거든요. 윗분들도 스스로의 유능함을 느껴서 좋아하고요.”

특히 사업병 걸린 지금 본부장이 바람 잔뜩 넣어놓은 이사진은 더 그럴 것이다.

심지어 테스타와는 돈 벌어줄 테니 회사에 참견질 그만하라고 계약서까지 썼으니 후배가 더 뜨는 순간 테스타는 캐시카우 행이지.

결론은.

-사업적으로 봤을 때, 이젠 테스타에서 뽑은 돈으로 새 그룹 키우고 싶어!

“후우우….”

“아이고 형 심호흡하시고.”

배세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다가 간신히 진정되었다.

좋은 소식도 전해줘야겠군.

“그래도 형, 드디어 본격적으로 연기 쪽 일을 하실 수 있겠는데요.”

앨범 대신 개인 활동으로 살살 분산시킬 테니까.

나는 양 주먹을 들어 올려 응원했다.

“화이팅.”

“이미 실컷 했어……!”

사이코패스 4연속을 웅얼거리며 배세진이 음울히 소파에 파묻힌다. 아무래도 시스템의 가짜 세계에서 했던 연기 경험이 어디 가진 않은 모양이다.

류청우가 약간 난감하다는 듯이 웃더니 제안한다.

“그래도 우리가 앨범을 내는 걸 말리진 않겠다고 했으니 준비해 볼까?”

“말리진 않고, 마치 내줄 것 같지만 회사의 갑작스러운 사정에 의해서 계속 일정이 밀리고 연기될 겁니다.”

“…….”

산하 레이블이 기획은 독립적으로 마음대로 해도 결국 발매 스케줄은 회사가 잡거든.

‘변명은 많지.’

회사의 다른 아티스트랑 겹친다든가, 시기가 안 좋다든가….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재계약 전에 하나 간신히 내고, 그마저도 프로모션은 좀 빈약한… 뭐 그런 전형적인 루트 있지 않은가.

“뭐, 사실 여기까진 예상했는데요.”

시즌이 시즌이니 이 새끼들이 앨범을 미루자고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이 전개를 예상했단 말이지.

근데 하나가 더 있다.

“끝까지 말을 안 한다 이거지.”

나는 피식 웃었다. 세상을 부정하는 것처럼 입을 벌리고 멍한 표정이던 김래빈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묻는다.

“또… 있습니까?”

“어.”

나는 내 방에서 노트북을 가지고 나왔다. 몇 명이 졸졸 쫓아오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왜 이러는 거지.

어쨌든, 화면에 파일을 불러와서 열었다.

“이게 우리 회사, T1 Stars의 금년 4분기 계획입니다.”

“아니, 문대문대 이런 걸 어디서 구하는 거야?”

“주주 총회에서 공표하던데.”

어디긴, 회사 문서함 접근 권한 있는 직원 연락처만 있으면 된다.

아무튼.

“거기 월별 플랜 보시면… 예. 10월이요.”

원래 우리가 이번에 앨범을 내려던 바로 그 구간에 말이다.

“…!!”

“이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페이서입니다.”

그렇다. 기존 스페이서 앨범 발매 플랜을 테스타가 잡아먹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그러면 이게 그림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거냐면….”

나는 마우스에서 손을 털며 말했다.

“아까 저희, 앨범으로 컴백 대신 공중파로 공연 송출 잡은 거 기억나시죠.”

“으응.”

“그거 분명 실체화되면 다른 소리 할 겁니다.”

뭐, 콘서트 전체를 다 송출하는 건 저작권이나 VOD 판매율을 생각하면 곤란하니까 일부 무대만 하자.

…그리고 어차피 비는 시간은 그 대신 다른 그룹으로 채우자.

가령, 이 기획사의 신인 남자 그룹.

스페이서.

“우리 공연 중계를 기획사 특집 2탄으로 확장해서 얘들 끼워 넣고, 그 화제성으로 컴백할 겁니다.”

“…!!”

한마디로 끼워팔기, 우리 공백기에 팬들이 스페이서로 갈아타는 것을 기대하는 세대교체 시동이다.

그 순간, 정신을 차린 배세진이 버럭 소리쳤다.

“자, 잠깐. 박문대 네가 지난번에 아직 세대교체 같은 건 회사가 안 할 거라며…! 우리 재계약할 거니까!”

“예. 그럴 줄 알았는데, 하네요.”

“…….”

…우호 관계를 잘 구축해 놨으니, 황금알 낳는 거위가 아까워서라도 이런 시도는 안 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관여 못 하게 레이블로 독립해 놔서 슬슬 약발 떨어지고 불만이 쌓이는 모양이다.

‘이 새끼들 감히 환승 수작을 부리고 있다 이 말이지.’

그것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우우우!”

“…이거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거 아니야? 따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압박하거나…….”

“음, 힘들 것 같은데요.”

배세진도 배우 기획사 사장을 석고대죄시켜 보더니 선택지가 좀 많이 넓어진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걸로 회사랑 분쟁 일으키긴 힘들지.

“애초에 이건 소속사랑 싸우는 게 아니라서요.”

“…그럼?”

“그냥 앨범을 늦게 내줄 뿐이죠. 우선순위에 밀려서.”

사실 어딜 가도 신인 키우는 기획사라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뜻이다. 특별히 이 소속사가 악덕한 건 아니라는 거지.

“…….”

배세진이 가라앉은 얼굴로 다시 소파에 앉았다. 주변에서도 쓴웃음을 지으며 한 마디씩 얻는다.

“어렵네.”

“그러게요.”

“…그런, 초자연적인 경험까지 하고 와서는 이런 고민을 할 줄 몰랐는데.”

“원래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들도 자기 Issue 있어요. 우리 또 이기면 돼요!”

차유진이 어깨를 으쓱한다.

개고생해서 성공했더니 이용해 먹으려는 새끼들만 드글드글하다는 게 환멸이 날 수도 있지만, 원래 자본주의가 그런 것 아닌가.

과연 자본주의의 총본산인 나라에서 온 놈다운 깔끔한 발언에 분위기가 좀 괜찮아졌다.

“그래, 또… 수가 나오겠지.”

“맞아, 우린 문대가 있잖아.”

“…?”

누가 보면 내가 도깨비방망이라도 되는 줄 알겠군.

물론 이대로 손 놓고 내년에야 새 앨범 내는 건 사양하고 싶긴 했다.

앨범 퀄리티 올리는 거야 나쁘지 않지만… 이 새끼들 목적이 그게 아니지 않은가.

슬슬 수확하듯이 있는 팬들 소모해서 단물만 빨아먹겠다는 거지.

‘이 새끼들 돈만 댔으면서 자기들이 띄웠다고 착각하나.’

내심 혀를 찰 때였다.

“저기.”

“음?”

선아현이 손을 들었다. 그리고 꽤 단호히 말한다.

“우리가, 그, 스페이서분들보다 더 잘하면 되지 않을까?”

“…!”

“오오.”

“저… 공연 실황에서 우리가 더 잘하고, 멋진 무대를 보여드리면. 그, 회사분들도 마음을 바꿀지도 몰라. 통하지 않으니까…!”

선아현이 한 것 치고는 꽤 과격한 발언이지만 정석이긴 했다. 그간 우리가 애용해온 방법이기도 했고 말이다.

정면승부로 그냥 계급장 떼고 붙어서 박살 내기.

하지만 이번에는 케이스가 좀 다르지.

“그래도 스페이서가 수혜를 받을걸.”

이유는 간단하다.

‘애초에 같은 체급이 아니니까.’

걔네랑 붙어?

우리가 더 잘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건 압도적으로 잘해야 본전인 상황일 뿐.

역으로 같은 소속사다 보니 ‘저렇게 잘하는 그룹의 직속 후배’라는 후광 효과 받아서 다른 수요를 챙겨갈 수도 있다.

“으음….”

“그, 그렇구나. 죄송해요….”

“헐, 아냐~ 그래도 멋지고 속 시원한 방법이었어.”

“맞아요! 멋졌어요!”

“그래.”

선아현이 격려를 받는 가운데, 류청우가 단도직입적으로 멤버들에게 묻는다.

“그럼 아예 공연 실황 방송을 거절하고 싶어?”

“음.”

열받으니 그런 과격한 선택지도 고려하게 되는지, 의외로 고뇌하는 놈들이 꽤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잠시만! 저희 지금 너무 한 쪽으로 생각이 쏠리는데, 조금 더 각자 생각해 보고 이야기할까요? 앨범이야 계속 준비하고 있으면 되고~”

“아, 그렇지.”

필요할 때 잘 끊었군.

큰세진은 눈이 마주치자 답이 없다는 듯 고개를 슬쩍 절레절레 저었지만, 어쨌든 놈의 말은 잘 통했다.

회의가 거기서 일단락됐으니까.

“좀 쉬고 오자.”

“넵.”

멤버들은 각자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자리를 떴고….

“흠.”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턱을 괬다가, 전화를 걸었다.

여기서 다른 갈등 없이 최고로 깔끔한 방법. 사실 있긴 하다.

‘대체재를 없애는 거지.’

스페이서를 보내 버리는 것 말이다.

테스타에게만 투자할 수밖에 없도록, 선택지를 지우는 방법.

-…….

“…….”

-…저, 형님. 저 지금 소원권 쓸까요? 써야 하나요!?

“아니. 아껴라.”

스피커 너머로 스페이서 권희승의 긴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이놈이 혹시 콘서트 실황 출연 사실을 아는지 물어보려고 전화한 건데 눈치도 빠르군.

‘…이놈한테 빚진 것도 있고.’

생각해 보니 좀 더 장기적으로 보는 게 맞겠다.

앞으로도 Tnet에서 서바이벌을 통해 나온 그룹은 이 기획사가 다 낚아올 테니, 스페이서 아니어도 투자 옵션은 많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겠어.’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사이, 소속사는 점점 더 예상대로의 스케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투어 일정 추가할 것 같다는데?”

이게 첫 단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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