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416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16화
가평에 위치한 모 온천 옆 글램핑장은 주말 끝을 맞이하며 점차 한산해지는 중이었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금요일부터 2박 3일 숙박한 사람들이 쭉 나가고, 새로 온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초여름이라 더운데다 본격적인 휴가철은 아닌 애매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간도 벌써 저녁.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외곽에서 카운터를 보고 있던 알바생은 드문드문 오는 손님을 느긋이 상대하고 있었다.
다음 손님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어?’
띠링.
문을 열고 갑자기 우르르 사람이 들어온다.
덥지도 않은지 후드에 색색 마스크를 낀 키 큰 남자 일곱은 여름 캠핑장에서 보기에는 어색한 차림이었다.
전위적인 캐릭터 야구모자나 선글라스를 낀 녀석까지 등장하자 더 그렇다.
‘…SNS 어그로용?’
화룡점정은 체격 좋은 맨 뒷사람이 안고 있는 조그만 흰 강아지다.
‘체대생 MT…?’
그렇다기엔 과반수가 마른 편이긴 했다. 게다가 여긴 대학생보다는 가족 단위 손님이 월등히 많은 곳이지 않은가.
‘으으음?’
궁금증이 올라오려던 찰나, 그중 마스크를 한 회색 후드 차림의 체격 좋은 사람이 카운터로 와서 싹싹하게 묻는다.
“안녕하세요~ 저희 예약했는데요.”
“네, 성함 말씀해 주세요!”
직원은 재빨리 프로그램을 확인하면서도 생각했다. 목소리도 좋고 키도 크고, 언뜻 보이는 눈도 잘생긴 것 같았다.
‘…연영과인가?’
하지만 그런 걸 물어보는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았다. 알바생은 돈 받는 만큼 일하는 신조답게 적당하고 빠르게 체크인 수속을 마쳤다.
“로얄 카라반 하나, 선셋 온돌 하나 맞으신가요?”
“네넵!”
그때 뒤에서 선글라스를 쓴 검은 후드가 자신의 일행에게 귀띔한다.
“애견 동반 체크 되어 있는지 확인해.”
“아 맞다.”
“네, 애견 동반 옵션이시고요.”
자신에게 질문이 돌아오기 전에 재빨리 센스 있게 대답한 알바생은 동시에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웃긴 차림인 것치곤 의외로 목소리가 좋… 다?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 같은데?
“여기….”
“아, 감사합니다~ 저희 저쪽으로 가면 되죠?”
“네! 그, 여기서 왼쪽으로 주차장 끼고 보시면 바로 확인 가능하세요.”
“알겠습니다~ 설명 친절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쾌활하게 대답하는 이 목소리, 말투도 어디서 들어본 것 같고….
그러나 이미 둘은 몸을 돌려서 일행에게 돌아가는 중이다.
‘으음.’
입맛을 다시는 알바생의 귀에, 일행 쪽에서부터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뭉…, 아니, 강아지 좀 받아줄래?”
“네…!”
야구 모자를 쓴 흰옷이 흰 강아지를 받아 들어서, 어깨에 조심스럽게 걸치는 게….
“…!”
알바생은 벼락처럼 깨달았다.
저거 예능에서 봤던 개다! 구도가 똑같다.
그리고 그 예능은!
‘!’
그리고 거기서 나온 출연진은….
‘세상에.’
직원은 입을 막았다.
테스타다!
7명, 저 체격에 구성원까지 고려하니 왜 몰랐나 싶을 정도로 정확히 일치한다.
‘아니, 패션 아이템이….’
아무리 그래도 눈에 안 띄는 동시에 얼굴을 가릴 생각을 할 텐데, 저건 역으로 그 심리를 노린 것처럼 눈에 띄는 웃긴 차림….
‘잠깐, 저거 차유진 맞잖아!’
선글라스를 낀 괴상한 사람이 하나 더 있다 했더니 목 꺾는 폼이 그냥 차유진이다.
위튜브 쇼츠에서 저것만 모아놓은 동영상도 본 적 있었다.
‘허어어….’
개개인 인지도가 높은 그룹답게 순식간에 스캔이 끝났다.
캐리어 지키고 서 있는 게 배세진, 팸플릿을 정독 중인 게 김래빈이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낀 목소리 익숙한 남자가 박문대, 강아지를 안고 있던 게 류청우, 건네받은 남자가 선아현….
자신과 말한 게 이세진!
알바생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쩐지 잘생긴 것 같더라!’
그냥 잘생긴 분위기였다고!!
그리고 드디어 생산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사, 사인.’
하지만 여기서 부르는 건 경우 없는 짓이라는 사회인의 마인드가 알바생을 잡았다. 게다가 기회가 더 있었다.
‘체크아웃할 거 아냐.’
그때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아 진짜!’
누구한테라도 말하고 싶었다! 언니한테라도!
‘와, 들으면 진짜 엄청 놀라겠….’
그래서 직원이 흥분한 손으로 자신의 카톡을 켰을 때.
“저기.”
“……?!”
고개를 들자, 마스크 위로 쑥스러운 듯이 웃는 눈이 보인다.
‘류청우! 류청우!’
알바생의 뇌는 비명을 지르는데 류청우는 부드럽게만 말한다.
“저희가 정말 쉬러 온 거라서요. 여기 있는 며칠만이라도 비밀로 가능할까요?”
“네? 당연히… 네네.”
가능하죠, 당근!
“감사합니다. 아, 이거라도.”
끄윽.
선물이란 명목의 뇌물로 바쳐진 고가의 입욕제 세트를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며, 알바생은 얼빠진 표정으로 멀어지는 테스타(추정)를 보았다.
“뭉게야 가자!”
“끼양, 앙!”
“애 부추기지 말라니까….”
…쉬러 온 거라고?
‘진짜 친한가 봐.’
알바생은 스마트폰을 내렸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손절한 언니가 떠올랐다.
그리고 활동 중간에 카메라도 없이 가족용 힐링 글램핑을 온 아이돌 그룹의 돈독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맨날 보면서 지겹지도 않나??’
그들이 근 10개월간 얼마나 미쳐 돌아가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간만에 결합한 것인지는 당연히 상상도 못 한 채였다.
* * *
나는 인정했다.
‘사실 휴가를 10개월 만에 온 거나 다름없지.’
그전에 못 쉬었던 것을 합치면 1년도 넘는다.
덕분에 반드시 좋은 곳을 가겠다고 눈알 번뜩이는 놈들에 의해 여행 목적지는 영원히 안 끝날 것 같은 긴 검색과 토론에 시달렸다.
그리고 겨우 결론이 나왔다.
“역시 아현이네가 갔던 곳이 최고야.”
“그렇지?”
“…….”
이럴 거면 뭐하러 샵 대기석에서 잠 안 자고 노트북이나 두들기고 있었냐고 물어보고 싶군.
배세진 말에서 답을 찾긴 했다.
“그, 처음부터 제일 좋아 보이긴 했지. 그런데 한번 가봤던 곳이니까 쟤한테는 좀 지루할 수도 있잖아.”
“아, 아뇨…! 절대 그렇지 않아요. 좋은 곳이 확실하니까, 멤버들과 같이 가고 싶어요…!”
“형…….”
분위기가 급속히 훈훈해졌다. 이 결론을 위해 몇 시간을 의미 없이 꼬라박았다는 건 어느새 잊혔다.
류청우가 서글서글하게 웃었다.
“좋아. 그럼 아현이가 좋았던 액티비티들을 많이 소개해 줄래?”
“네…!”
“오케이~ 그럼 저희 목적지는 가평 힐링 글램핑으로!”
그리고 바로 당일에 정가 박치기로 텐트를 잡아 왔다는 것이다.
‘이걸 텐트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오오~ 좋다!”
나는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캠핑장의 제일 외곽에 있는 우리 예약 자리를 둘러보았다.
감성적으로 둘러놓은 천막이 명목상 텐트 이미지를 챙겨줄 뿐, 안은 온수 펑펑 나오는 온돌 마루와 소나무 목재다.
게다가 야외 탕까지.
캠핑 기분만 내는 편안함. 과연 힐링이 될 만도 하다.
“…! 이거 온천물이래.”
“뭉게 들어가 볼래? 어구 우리 뭉게 가보고 싶어요? …어어어 잠깐.”
“개 괴롭히지 말아라.”
애견 동반이라고는 해도 이건 누가 봐도 대형견용 풀인데 이 주먹만 한 걸 넣으려면 구명조끼라도 입혀야지.
다행히 안을 둘러보며 신난 놈들에게 마법 같은 결론이 나왔다.
“음, 일단 저녁 먹고 할까? 날도 저물고 있고.”
“헉, 그러게요~”
역시 배고픈 게 제일 우선이군.
“맞아요! 우리 오래 굶주렸어요.”
휴게소에서 알감자 먹은 놈이 할 발언은 아니었다만, 어쨌든 그때부터는 바비큐와 캠프파이어의 시간이었다.
카라반 앞에서 장작으로 불을 피웠다.
“오오.”
스탭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는 건 드문 일이었지만, 특별히 문제없이 고기는 잘 구워졌다.
‘맛있네.’
나는 불을 고쳤다. 그 사이에 김래빈이 경건한 얼굴로 불판에 놓인 고기를 잽싸게 뒤집는다.
“저, 문대야. 나도, 구워볼까…?”
“하하하, 아현아 여기 버섯 좀 씻어줄래?”
“아, 네…!”
그리고 평화롭게 시간이 흘러간다.
카운터에 먹인 뇌물이 통했는지 찾아오는 사람이나 시선은 없다. 간혹 저 멀리 다른 카라반 앞에서 뛰어다니던 애가 기웃거리는 정도.
“아이구, 우리 애기도 고기 좀 먹을래요~?”
“야, 애 알러지 있을 수도 있어.”
“앗. 미안해.”
시답잖은 헛소리로 시간을 보내다가, 목욕을 하고 대충 숙소를 나눠서 푹 잤다.
“알람 맞추지 말고, 자고 싶은 만큼 자보자.”
“너무 좋은 발상인데요? 역시 리더셔.”
나는 첫날 온돌 마루에서 취침했다. 모기향이 피어오르고, 풀벌레 소리가 들렸다.
분량도 다음 목표도 생각할 필요 없는 건 오랜만이었다.
그다음 날은 점심이 넘어서야 일어나서는 근처에서 승마를 시도했다.
“Yippee-ki-yay~!!”
승마는 차유진이 다 해 먹었다. 그 뒤를 웃으면서 쫓아가는 류청우까지 직원들을 놀라게 만든 것 같고.
원래 운동하던 놈들을 초급자로 부르지 말았어야 했나.
‘저 두 놈은 상급자 코스로 격리해도 괜찮았겠군.’
“문대문대 유진이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모르겠는데.”
“…혹시 문제 단어 아닌지 검색해 봐야 하는, …으악!”
“아이고, 형님.”
그때, 말 위에서 균형을 잃을 뻔한 배세진이 직원의 지시에 따라 균형을 되찾자, 그쪽으로 살짝 귓속말하는 놈이 보였다.
“형, 저건 카우보이 소리예요….”
멀리서 차유진이 외치는 ‘이히야’ 같은 소리가 들렸다.
“크흠, 문제 되는 거 아니면 됐어.”
배세진은 그 후로는 제법 능숙하게 말을 탔으나 어쩐지 연기 같았다는 점만 말해두겠다.
그리고 귓속말을 한 선아현은….
“너도 승마했었냐.”
“으응! 많이는 아니고, 가끔.”
세 번째 ‘원래 운동하던 놈’을 맡았다고만 말해두겠다.
‘이놈도 승마를 잘하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코스 짜면서 맞춰준 모양이다.
“오 그랬어? 나도 몰랐네~ 오케이 세진이 접수.”
그래서 다음 날은 저놈이 안 가봤다는 양털 목장에 갔다.
“양털, 조금 사 갈 수 있는 것 같아…! 스, 스웨터를 만들어 볼까 해.”
“오오오~”
“아현이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그거 입고 공식 계정에 사진 남기면 되겠다.”
그런 식으로 효율 신경 안 쓰고 시간을 쓴다.
촬영도 없고, 인증샷도 없고, 방송용 에피소드나 빌드업용으로 써먹을 것도 없다.
그냥 쉬고 놀기만 하는 시간.
“스모어 맛있어요. 형, 우리 스모어 먹어요! marshmallow 사요!”
“그래.”
차유진이 정색한다.
“…! 형 진지해요? 아파요?”
“이렇게 건강할 수가 없다.”
사자고 해도 난리군. 어쨌든, 그날은 초콜릿과 비스킷까지 사와선 마시멜로우를 직화로 구워 스모어란 걸로 만들었다. 그리고 별을 보면서 먹었다.
“문대문대 우리 내일 조깅 두 배 해야 해.”
“알아.”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놀기만 하려고 이 일곱이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건 거의 처음이었다.
바닷가 펜션은 김래빈의 할머님이 쓰러지시면서 파투났으니까.
‘……괜찮네.’
온천도 톡톡히 썼다.
매일 저녁 노천 온천탕을 이용하는 게 썩 자기 전 좋은 마무리였거든.
“우리 이거 사요. 숙소에 둬요! 저 돈 낼게요.”
“둘 데 없다.”
뜨거운 물은 긴장감을 낮췄다.
그러면 그 괴상한 시스템 세상에서 경험했던 것이 툭툭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거 알아요? 김래빈 딸기 만들면서 고기 많이 구웠어요. 저 거기서 김래빈한테 들었어요.”
“헐, 그래?”
“어쩐지 잘 굽더라. 다 학습된 능력이구나.”
“미성년자인 제가 딸기를 섬세하게 수확하지 못하니 새참 준비를 도운 것입니다. 하지만 칭찬은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정진하겠습니다!”
“오오.”
야외 온천에 하나씩 들어앉은 놈들이 대화 맥락을 신경 쓰지 않고 대충 말을 던진다.
“VTIC 선배님께는 연락해 봤어?”
“어. 잘 지내시는 것 같더라고.”
“좋네~”
“우리가 이런 식으로 그 선배님과 친분 생길 줄은 몰랐는데.”
나는 어제쯤 주단에게 받았던 여러 작품 추천 목록을 떠올리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다른 두 놈도 제법 자주 연락이 왔다.
‘반년이 넘게 한 그룹으로 활동한 기억이 있는 셈이니 당연한 일인가.’
나와 비슷하게 ‘위시즈’ 활동을 회상했는지 류청우가 부드럽게 말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거기서는 제대로 된 투어를 못 해봤잖아. 굉장히 오랜만에 하게 되는 느낌이야.”
“맞아요. 저 기대해요.”
차유진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고개 끄덕이는 놈들이 속출한다. 류청우는 같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장난스럽게 덧붙인다.
“아, 세진이만 해봤지?”
“형~”
큰세진이 빙긋 웃었다.
“그걸 제대로 된 투어라고 부르면 안 돼요.”
“…….”
“아니, 진짜… 네.”
저거 정색할 뻔했네.
“아무튼 우리 그룹 너무 그리웠어요~ 이제 투어도 가니까 진짜 신나게 열심히 공연하는 겁니다?”
알았다 새끼야.
“어어? 문대만 반응 안 하는 것 같은데?”
“당연한 걸 물어보니까 그렇지.”
“…!”
쉬는 것도 좋지만, 역시 자극적인 일을 해야 머리가 돌아간다.
“투어 제대로 하자.”
큰세진을 포함해 다른 놈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진다.
그렇게 그날의 결론이 나왔다.
여행의 마지막, 나흘째 날 밤이었다.
그리고 체크아웃하는 아침.
“덕분에 정말 잘 지내다 갑니다. 감사해요!”
“아니에요. 저야말로…!”
우리는 침묵해준 카운터 직원과 주인에게 사인과 인증샷을 증정하고 서울로 돌아가는 차에 탑승했다.
목베개를 하나씩 낀 놈들이 웃어 재낀다.
“재밌었다.”
“확실히 휴식도 유익한 시간임을 깨닫는 캠핑이었습니다.”
“우리 다음 시간에는 바다 가요!”
“좋지, 좋지.”
떠드는 놈들 사이로,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서 그룹 공식 계정에 접속했다가… 문득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만일에 대비해서 그걸 챙겨왔지.
“지금 다 몰골 괜찮나.”
“음?”
다행히 카운터에서 인증샷을 찍을 미래를 대비해서 청결하고 관리된 몰골이다.
“괜찮아, 괜찮아.”
그렇다면.
우리는 몇 가지 상의 후, 가방에서 공기계를 꺼냈다.
바로 W앱용 스마트폰이었다.
조수석 앞에 부착해서 각도를 조정한 다음, 방송을 켜면….
띠딕.
“안녕하세요, 러뷰어!”
-???
-1빠
-뭐야 무슨 일이야?
오전부터 무슨 일이냐고 묻는 말들과 인사말로 댓글이 휙휙 넘어간다.
그리고 상식적인 질문이 들어온다.
-촬영이에요?
“촬영이냐고요? 아뇨~ 저희끼리 놀고 올라오는 중이에요!”
그리고 멤버들끼리 신나게 떠든다.
“아, 한 거는… 저희 온천도 하고 승마도 하고… 아기 양도 만졌는데. 그, 제가 뭉게도 데려왔어요.”
“아, 그때 문대문대 진짜 웃겼어. 그 유진이가 마시멜로우로 용암을 만들었거든요? 그때 문대 표정이~”
“음, 세진이가 용암 이야기하니까 생각나네요. 어제 아현이가 바비큐 성공했어요! 저희 다 깜짝 놀랐죠. 맛있었습니다.”
“사진이요? 어, 딱히 찍은 건 없는데….”
“으음, 그 동영상 같은… 아 뭉게 동영상은, 있어요!”
선아현이 웃으며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튜브를 탄 뭉게가 풀 위에 떠다니는 것을 보여준다.
[므앙!]
그게 모든 자료의 시작과 끝이었다.
“어… 방송 같은 건 아니고, 정말 저희끼리 놀러 갔다 오는 길이에요!”
더는 없다.
-?
-아니 테스타 얼굴을 좀
-너희가 한걸 우리에게 보여줘라
-엔딩만 보여주는 잔악무도한 행위
소리 없는 비명이 채팅창을 점령했다.
‘……너무 놀기만 했나?’
나는 깨달았다.
이거 그냥 근황 전달 목적이었는데, 잘 들어보니 떠든 게 누가 봐도 자체 컨텐츠용 각이 나오는 휴식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관심 있는 사람들의 흥미를 대단히 자극했다는 것을.
하지만 내용물은 없는 공갈 떡밥이 라이브를 타고 넘치고 있었다.
-돌아가 얘들아 빨리 다시 캠핑해
덕분에 댓글에 광기가 흐른다.
……이게 바로 그 후로 일어날 모든 대환장의 발단이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16화
가평에 위치한 모 온천 옆 글램핑장은 주말 끝을 맞이하며 점차 한산해지는 중이었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금요일부터 2박 3일 숙박한 사람들이 쭉 나가고, 새로 온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초여름이라 더운데다 본격적인 휴가철은 아닌 애매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간도 벌써 저녁.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외곽에서 카운터를 보고 있던 알바생은 드문드문 오는 손님을 느긋이 상대하고 있었다.
다음 손님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어?’
띠링.
문을 열고 갑자기 우르르 사람이 들어온다.
덥지도 않은지 후드에 색색 마스크를 낀 키 큰 남자 일곱은 여름 캠핑장에서 보기에는 어색한 차림이었다.
전위적인 캐릭터 야구모자나 선글라스를 낀 녀석까지 등장하자 더 그렇다.
‘…SNS 어그로용?’
화룡점정은 체격 좋은 맨 뒷사람이 안고 있는 조그만 흰 강아지다.
‘체대생 MT…?’
그렇다기엔 과반수가 마른 편이긴 했다. 게다가 여긴 대학생보다는 가족 단위 손님이 월등히 많은 곳이지 않은가.
‘으으음?’
궁금증이 올라오려던 찰나, 그중 마스크를 한 회색 후드 차림의 체격 좋은 사람이 카운터로 와서 싹싹하게 묻는다.
“안녕하세요~ 저희 예약했는데요.”
“네, 성함 말씀해 주세요!”
직원은 재빨리 프로그램을 확인하면서도 생각했다. 목소리도 좋고 키도 크고, 언뜻 보이는 눈도 잘생긴 것 같았다.
‘…연영과인가?’
하지만 그런 걸 물어보는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았다. 알바생은 돈 받는 만큼 일하는 신조답게 적당하고 빠르게 체크인 수속을 마쳤다.
“로얄 카라반 하나, 선셋 온돌 하나 맞으신가요?”
“네넵!”
그때 뒤에서 선글라스를 쓴 검은 후드가 자신의 일행에게 귀띔한다.
“애견 동반 체크 되어 있는지 확인해.”
“아 맞다.”
“네, 애견 동반 옵션이시고요.”
자신에게 질문이 돌아오기 전에 재빨리 센스 있게 대답한 알바생은 동시에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웃긴 차림인 것치곤 의외로 목소리가 좋… 다?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 같은데?
“여기….”
“아, 감사합니다~ 저희 저쪽으로 가면 되죠?”
“네! 그, 여기서 왼쪽으로 주차장 끼고 보시면 바로 확인 가능하세요.”
“알겠습니다~ 설명 친절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쾌활하게 대답하는 이 목소리, 말투도 어디서 들어본 것 같고….
그러나 이미 둘은 몸을 돌려서 일행에게 돌아가는 중이다.
‘으음.’
입맛을 다시는 알바생의 귀에, 일행 쪽에서부터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뭉…, 아니, 강아지 좀 받아줄래?”
“네…!”
야구 모자를 쓴 흰옷이 흰 강아지를 받아 들어서, 어깨에 조심스럽게 걸치는 게….
“…!”
알바생은 벼락처럼 깨달았다.
저거 예능에서 봤던 개다! 구도가 똑같다.
그리고 그 예능은!
‘!’
그리고 거기서 나온 출연진은….
‘세상에.’
직원은 입을 막았다.
테스타다!
7명, 저 체격에 구성원까지 고려하니 왜 몰랐나 싶을 정도로 정확히 일치한다.
‘아니, 패션 아이템이….’
아무리 그래도 눈에 안 띄는 동시에 얼굴을 가릴 생각을 할 텐데, 저건 역으로 그 심리를 노린 것처럼 눈에 띄는 웃긴 차림….
‘잠깐, 저거 차유진 맞잖아!’
선글라스를 낀 괴상한 사람이 하나 더 있다 했더니 목 꺾는 폼이 그냥 차유진이다.
위튜브 쇼츠에서 저것만 모아놓은 동영상도 본 적 있었다.
‘허어어….’
개개인 인지도가 높은 그룹답게 순식간에 스캔이 끝났다.
캐리어 지키고 서 있는 게 배세진, 팸플릿을 정독 중인 게 김래빈이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낀 목소리 익숙한 남자가 박문대, 강아지를 안고 있던 게 류청우, 건네받은 남자가 선아현….
자신과 말한 게 이세진!
알바생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쩐지 잘생긴 것 같더라!’
그냥 잘생긴 분위기였다고!!
그리고 드디어 생산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사, 사인.’
하지만 여기서 부르는 건 경우 없는 짓이라는 사회인의 마인드가 알바생을 잡았다. 게다가 기회가 더 있었다.
‘체크아웃할 거 아냐.’
그때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아 진짜!’
누구한테라도 말하고 싶었다! 언니한테라도!
‘와, 들으면 진짜 엄청 놀라겠….’
그래서 직원이 흥분한 손으로 자신의 카톡을 켰을 때.
“저기.”
“……?!”
고개를 들자, 마스크 위로 쑥스러운 듯이 웃는 눈이 보인다.
‘류청우! 류청우!’
알바생의 뇌는 비명을 지르는데 류청우는 부드럽게만 말한다.
“저희가 정말 쉬러 온 거라서요. 여기 있는 며칠만이라도 비밀로 가능할까요?”
“네? 당연히… 네네.”
가능하죠, 당근!
“감사합니다. 아, 이거라도.”
끄윽.
선물이란 명목의 뇌물로 바쳐진 고가의 입욕제 세트를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며, 알바생은 얼빠진 표정으로 멀어지는 테스타(추정)를 보았다.
“뭉게야 가자!”
“끼양, 앙!”
“애 부추기지 말라니까….”
…쉬러 온 거라고?
‘진짜 친한가 봐.’
알바생은 스마트폰을 내렸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손절한 언니가 떠올랐다.
그리고 활동 중간에 카메라도 없이 가족용 힐링 글램핑을 온 아이돌 그룹의 돈독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맨날 보면서 지겹지도 않나??’
그들이 근 10개월간 얼마나 미쳐 돌아가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간만에 결합한 것인지는 당연히 상상도 못 한 채였다.
* * *
나는 인정했다.
‘사실 휴가를 10개월 만에 온 거나 다름없지.’
그전에 못 쉬었던 것을 합치면 1년도 넘는다.
덕분에 반드시 좋은 곳을 가겠다고 눈알 번뜩이는 놈들에 의해 여행 목적지는 영원히 안 끝날 것 같은 긴 검색과 토론에 시달렸다.
그리고 겨우 결론이 나왔다.
“역시 아현이네가 갔던 곳이 최고야.”
“그렇지?”
“…….”
이럴 거면 뭐하러 샵 대기석에서 잠 안 자고 노트북이나 두들기고 있었냐고 물어보고 싶군.
배세진 말에서 답을 찾긴 했다.
“그, 처음부터 제일 좋아 보이긴 했지. 그런데 한번 가봤던 곳이니까 쟤한테는 좀 지루할 수도 있잖아.”
“아, 아뇨…! 절대 그렇지 않아요. 좋은 곳이 확실하니까, 멤버들과 같이 가고 싶어요…!”
“형…….”
분위기가 급속히 훈훈해졌다. 이 결론을 위해 몇 시간을 의미 없이 꼬라박았다는 건 어느새 잊혔다.
류청우가 서글서글하게 웃었다.
“좋아. 그럼 아현이가 좋았던 액티비티들을 많이 소개해 줄래?”
“네…!”
“오케이~ 그럼 저희 목적지는 가평 힐링 글램핑으로!”
그리고 바로 당일에 정가 박치기로 텐트를 잡아 왔다는 것이다.
‘이걸 텐트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오오~ 좋다!”
나는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캠핑장의 제일 외곽에 있는 우리 예약 자리를 둘러보았다.
감성적으로 둘러놓은 천막이 명목상 텐트 이미지를 챙겨줄 뿐, 안은 온수 펑펑 나오는 온돌 마루와 소나무 목재다.
게다가 야외 탕까지.
캠핑 기분만 내는 편안함. 과연 힐링이 될 만도 하다.
“…! 이거 온천물이래.”
“뭉게 들어가 볼래? 어구 우리 뭉게 가보고 싶어요? …어어어 잠깐.”
“개 괴롭히지 말아라.”
애견 동반이라고는 해도 이건 누가 봐도 대형견용 풀인데 이 주먹만 한 걸 넣으려면 구명조끼라도 입혀야지.
다행히 안을 둘러보며 신난 놈들에게 마법 같은 결론이 나왔다.
“음, 일단 저녁 먹고 할까? 날도 저물고 있고.”
“헉, 그러게요~”
역시 배고픈 게 제일 우선이군.
“맞아요! 우리 오래 굶주렸어요.”
휴게소에서 알감자 먹은 놈이 할 발언은 아니었다만, 어쨌든 그때부터는 바비큐와 캠프파이어의 시간이었다.
카라반 앞에서 장작으로 불을 피웠다.
“오오.”
스탭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는 건 드문 일이었지만, 특별히 문제없이 고기는 잘 구워졌다.
‘맛있네.’
나는 불을 고쳤다. 그 사이에 김래빈이 경건한 얼굴로 불판에 놓인 고기를 잽싸게 뒤집는다.
“저, 문대야. 나도, 구워볼까…?”
“하하하, 아현아 여기 버섯 좀 씻어줄래?”
“아, 네…!”
그리고 평화롭게 시간이 흘러간다.
카운터에 먹인 뇌물이 통했는지 찾아오는 사람이나 시선은 없다. 간혹 저 멀리 다른 카라반 앞에서 뛰어다니던 애가 기웃거리는 정도.
“아이구, 우리 애기도 고기 좀 먹을래요~?”
“야, 애 알러지 있을 수도 있어.”
“앗. 미안해.”
시답잖은 헛소리로 시간을 보내다가, 목욕을 하고 대충 숙소를 나눠서 푹 잤다.
“알람 맞추지 말고, 자고 싶은 만큼 자보자.”
“너무 좋은 발상인데요? 역시 리더셔.”
나는 첫날 온돌 마루에서 취침했다. 모기향이 피어오르고, 풀벌레 소리가 들렸다.
분량도 다음 목표도 생각할 필요 없는 건 오랜만이었다.
그다음 날은 점심이 넘어서야 일어나서는 근처에서 승마를 시도했다.
“Yippee-ki-yay~!!”
승마는 차유진이 다 해 먹었다. 그 뒤를 웃으면서 쫓아가는 류청우까지 직원들을 놀라게 만든 것 같고.
원래 운동하던 놈들을 초급자로 부르지 말았어야 했나.
‘저 두 놈은 상급자 코스로 격리해도 괜찮았겠군.’
“문대문대 유진이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모르겠는데.”
“…혹시 문제 단어 아닌지 검색해 봐야 하는, …으악!”
“아이고, 형님.”
그때, 말 위에서 균형을 잃을 뻔한 배세진이 직원의 지시에 따라 균형을 되찾자, 그쪽으로 살짝 귓속말하는 놈이 보였다.
“형, 저건 카우보이 소리예요….”
멀리서 차유진이 외치는 ‘이히야’ 같은 소리가 들렸다.
“크흠, 문제 되는 거 아니면 됐어.”
배세진은 그 후로는 제법 능숙하게 말을 탔으나 어쩐지 연기 같았다는 점만 말해두겠다.
그리고 귓속말을 한 선아현은….
“너도 승마했었냐.”
“으응! 많이는 아니고, 가끔.”
세 번째 ‘원래 운동하던 놈’을 맡았다고만 말해두겠다.
‘이놈도 승마를 잘하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코스 짜면서 맞춰준 모양이다.
“오 그랬어? 나도 몰랐네~ 오케이 세진이 접수.”
그래서 다음 날은 저놈이 안 가봤다는 양털 목장에 갔다.
“양털, 조금 사 갈 수 있는 것 같아…! 스, 스웨터를 만들어 볼까 해.”
“오오오~”
“아현이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그거 입고 공식 계정에 사진 남기면 되겠다.”
그런 식으로 효율 신경 안 쓰고 시간을 쓴다.
촬영도 없고, 인증샷도 없고, 방송용 에피소드나 빌드업용으로 써먹을 것도 없다.
그냥 쉬고 놀기만 하는 시간.
“스모어 맛있어요. 형, 우리 스모어 먹어요! marshmallow 사요!”
“그래.”
차유진이 정색한다.
“…! 형 진지해요? 아파요?”
“이렇게 건강할 수가 없다.”
사자고 해도 난리군. 어쨌든, 그날은 초콜릿과 비스킷까지 사와선 마시멜로우를 직화로 구워 스모어란 걸로 만들었다. 그리고 별을 보면서 먹었다.
“문대문대 우리 내일 조깅 두 배 해야 해.”
“알아.”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놀기만 하려고 이 일곱이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건 거의 처음이었다.
바닷가 펜션은 김래빈의 할머님이 쓰러지시면서 파투났으니까.
‘……괜찮네.’
온천도 톡톡히 썼다.
매일 저녁 노천 온천탕을 이용하는 게 썩 자기 전 좋은 마무리였거든.
“우리 이거 사요. 숙소에 둬요! 저 돈 낼게요.”
“둘 데 없다.”
뜨거운 물은 긴장감을 낮췄다.
그러면 그 괴상한 시스템 세상에서 경험했던 것이 툭툭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거 알아요? 김래빈 딸기 만들면서 고기 많이 구웠어요. 저 거기서 김래빈한테 들었어요.”
“헐, 그래?”
“어쩐지 잘 굽더라. 다 학습된 능력이구나.”
“미성년자인 제가 딸기를 섬세하게 수확하지 못하니 새참 준비를 도운 것입니다. 하지만 칭찬은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정진하겠습니다!”
“오오.”
야외 온천에 하나씩 들어앉은 놈들이 대화 맥락을 신경 쓰지 않고 대충 말을 던진다.
“VTIC 선배님께는 연락해 봤어?”
“어. 잘 지내시는 것 같더라고.”
“좋네~”
“우리가 이런 식으로 그 선배님과 친분 생길 줄은 몰랐는데.”
나는 어제쯤 주단에게 받았던 여러 작품 추천 목록을 떠올리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다른 두 놈도 제법 자주 연락이 왔다.
‘반년이 넘게 한 그룹으로 활동한 기억이 있는 셈이니 당연한 일인가.’
나와 비슷하게 ‘위시즈’ 활동을 회상했는지 류청우가 부드럽게 말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거기서는 제대로 된 투어를 못 해봤잖아. 굉장히 오랜만에 하게 되는 느낌이야.”
“맞아요. 저 기대해요.”
차유진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고개 끄덕이는 놈들이 속출한다. 류청우는 같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장난스럽게 덧붙인다.
“아, 세진이만 해봤지?”
“형~”
큰세진이 빙긋 웃었다.
“그걸 제대로 된 투어라고 부르면 안 돼요.”
“…….”
“아니, 진짜… 네.”
저거 정색할 뻔했네.
“아무튼 우리 그룹 너무 그리웠어요~ 이제 투어도 가니까 진짜 신나게 열심히 공연하는 겁니다?”
알았다 새끼야.
“어어? 문대만 반응 안 하는 것 같은데?”
“당연한 걸 물어보니까 그렇지.”
“…!”
쉬는 것도 좋지만, 역시 자극적인 일을 해야 머리가 돌아간다.
“투어 제대로 하자.”
큰세진을 포함해 다른 놈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진다.
그렇게 그날의 결론이 나왔다.
여행의 마지막, 나흘째 날 밤이었다.
그리고 체크아웃하는 아침.
“덕분에 정말 잘 지내다 갑니다. 감사해요!”
“아니에요. 저야말로…!”
우리는 침묵해준 카운터 직원과 주인에게 사인과 인증샷을 증정하고 서울로 돌아가는 차에 탑승했다.
목베개를 하나씩 낀 놈들이 웃어 재낀다.
“재밌었다.”
“확실히 휴식도 유익한 시간임을 깨닫는 캠핑이었습니다.”
“우리 다음 시간에는 바다 가요!”
“좋지, 좋지.”
떠드는 놈들 사이로,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서 그룹 공식 계정에 접속했다가… 문득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만일에 대비해서 그걸 챙겨왔지.
“지금 다 몰골 괜찮나.”
“음?”
다행히 카운터에서 인증샷을 찍을 미래를 대비해서 청결하고 관리된 몰골이다.
“괜찮아, 괜찮아.”
그렇다면.
우리는 몇 가지 상의 후, 가방에서 공기계를 꺼냈다.
바로 W앱용 스마트폰이었다.
조수석 앞에 부착해서 각도를 조정한 다음, 방송을 켜면….
띠딕.
“안녕하세요, 러뷰어!”
-???
-1빠
-뭐야 무슨 일이야?
오전부터 무슨 일이냐고 묻는 말들과 인사말로 댓글이 휙휙 넘어간다.
그리고 상식적인 질문이 들어온다.
-촬영이에요?
“촬영이냐고요? 아뇨~ 저희끼리 놀고 올라오는 중이에요!”
그리고 멤버들끼리 신나게 떠든다.
“아, 한 거는… 저희 온천도 하고 승마도 하고… 아기 양도 만졌는데. 그, 제가 뭉게도 데려왔어요.”
“아, 그때 문대문대 진짜 웃겼어. 그 유진이가 마시멜로우로 용암을 만들었거든요? 그때 문대 표정이~”
“음, 세진이가 용암 이야기하니까 생각나네요. 어제 아현이가 바비큐 성공했어요! 저희 다 깜짝 놀랐죠. 맛있었습니다.”
“사진이요? 어, 딱히 찍은 건 없는데….”
“으음, 그 동영상 같은… 아 뭉게 동영상은, 있어요!”
선아현이 웃으며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튜브를 탄 뭉게가 풀 위에 떠다니는 것을 보여준다.
그게 모든 자료의 시작과 끝이었다.
“어… 방송 같은 건 아니고, 정말 저희끼리 놀러 갔다 오는 길이에요!”
더는 없다.
-?
-아니 테스타 얼굴을 좀
-너희가 한걸 우리에게 보여줘라
-엔딩만 보여주는 잔악무도한 행위
소리 없는 비명이 채팅창을 점령했다.
‘……너무 놀기만 했나?’
나는 깨달았다.
이거 그냥 근황 전달 목적이었는데, 잘 들어보니 떠든 게 누가 봐도 자체 컨텐츠용 각이 나오는 휴식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관심 있는 사람들의 흥미를 대단히 자극했다는 것을.
하지만 내용물은 없는 공갈 떡밥이 라이브를 타고 넘치고 있었다.
-돌아가 얘들아 빨리 다시 캠핑해
덕분에 댓글에 광기가 흐른다.
……이게 바로 그 후로 일어날 모든 대환장의 발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