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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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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15화
권희승은 상당히 소름 끼치는 꿈을 꾸었다.
웬 외계인 같은 게 자신을 가상현실로 만들어서 AI 가사도우미처럼 노동하게 만드는 묘한 구성이었다.
게다가 온갖 아이돌 선배들이 등장하는 괴상망측한 전개까지!
결국 마지막에 스펙타클하게 세계가 무너지는 곳에서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게 된 것이다.
“우와아악!!”
다만 이렇게까지 소리가 클 줄은 몰랐다.
권희승은 비행기 시트가 흠뻑 젖도록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떴다.
“허억, 헉…….”
“괜찮냐?”
이온음료를 든 손이 눈앞에 나타났다. 권희승은 뭘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것을 붙잡아 입에 가져다 댔다.
꿀꺽, 꿀꺽.
시원하고 부드러운, 달콤한 음료수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머리끝까지 짜릿함이 치솟았다.
꼭 몇백일 만에 수분이 충만해지는 기분이었다.
‘와.’
그는 음료수 1리터를 다 비우고 나서야 고개를 저으며 겨우 정신을 차렸다.
이온음료를 건넨 것은 맞은편에 앉은 테스타의 박문대였다. 권희승은 혀를 내둘렀다.
“와, 진짜… 아, 저 이상한 꿈을 꿔서 그런가 너무 오랜만에 마시는 기분인데요?”
“……그래?”
“네! 가위에 눌렸나 봐요, 아무래도 저희가 지금부터 할 게 있…….”
잠깐. 그러고 보니 왜 내가 이 비행기에 타고 있더라?
그리고 전세기 주인인 VTIC 리더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는 주마등을 보는 것처럼 잠들기 직전 일을 다 기억해 냈다.
상태창 폭주.
피 토하던 문대 형.
그리고…….
“……저, 저기요.”
권희승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물었다.
“혹시… 꿈 아니었어요?”
“…….”
박문대는 드물게도 그의 시선을 피해 오묘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꿈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게 현실이라는 뜻이잖아요…!?”
권희승은 얼굴을 잡고 절규했으나, 박문대는 그저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대충 상황을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구체적인 건 기억 안 하는 쪽을 스스로 선택했군.’
큰달이 줬던 선택지 말이다.
-이곳의 일을 기억하실지, 아니면 그냥 잊어버리거나 희미하게 꿈처럼 기억하실지요.
거기서 꿈으로 처리하겠다고 권희승이 고른 것일 터다. 박문대는 확실히 추측하며 내심 눈을 찌푸렸다.
‘…어지간히 힘들긴 했나 보지.’
그렇다면 보상책이 필요하리라. 골드 2… 그러니까 권희승을 비행기로 부른 것은 자신이니까.
그래서 입을 열려던 순간, 생각을 마친 권희승이 기겁하며 먼저 소리를 지른다.
“…! 잠깐, 그게 다 현실이면… 저희 지금 막 한국이 멸망해서 비행기로 탈출한 그런 상황이에요?!”
“…그런 건 없고, 여긴 목적지였던 LA 공항인데.”
“휴.”
꿈 비슷한 건 맞았나 보지!
권희승은 길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박문대는 다른 의미로 한숨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이 일에 말려서 고생한 건 너니까… 보상이라도 좀 받아라.”
“예?”
“소원 한 번.”
“…!”
박문대는 동요 없이 말을 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네 요청이 뭐든지 한 번 들어줄 건데. 어떠냐.”
오오오.
권희승은 순간 반사적으로 박문대의 지금까지 활약상을 되감아 생각했다.
닭발좌부터 회사 씹어먹는 뒷배, 레이블 메이커까지.
그리고 결론 내렸다.
“잘 쓰겠습니다.”
“그래.”
아싸.
‘지니도 세 번 들어주는데 세 번으로 바꿔주면 안 되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참았다.
그는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만능 소원권 하나를 타낸 권희승은 드디어 바깥을 보며 LA 공항을 확인하며 긴장을 쭉 풀었다.
‘와.’
날이 맑았다.
노을 지는 하늘은 타국이었지만 친숙하고, 눈물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
“고생했다.”
“에이, 꿈꾼 건데요 뭘.”
박문대는 대꾸하진 않았지만, 약간 쓰게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자신처럼 노을 진 하늘을 보았다.
고요했다.
권희승은 그 조용한 휴식에 젖어있다가 무심코 물었다.
“저 형님들. 그럼 시스템은…?”
“없앴지.”
“그렇군요.”
어쩐지 시원했다. 꿈인데도 불구하고 개고생을 하긴 한 모양이다.
‘아, 꿀맛이네.’
그는 카트에 있는 치즈와 소금 비스킷, 초콜릿을 입에 넣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어어? 이거 언제 드셨어요?”
“너 잘 때.”
“와, 이거 비싼 거죠?”
“모르겠는데.”
권희승은 새 샴페인도 하나 따서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책을 읽고 있던 전세기 주인은 자신에게 굳이 코멘트하거나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럼 뭐 먹어도 되는 거지.’
낙천적인 생각을 할 때쯤 전세기에 소리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
“준비가 끝났네요.”
청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권희승이 고개를 돌리자, 정말로 자신의 자리로 복귀하는 근무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
권희승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형님들, 저희 이제 내리면 됩니까?”
“아니.”
“…?”
“공항에서 연료도 다 보급했고.”
박문대는 웃었다.
“이제 돌아가야지.”
“…!!”
아니, LA까지 와서 이대로 그냥 돌아가 버린다고? 좀 놀다가 돌아가도 될 텐데!
권희승은 순간 반박할 말이 오만가지는 생각났으나, 자기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왠지… 자신도 못 견디게 돌아가고 싶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상으로, 집으로.
“출발한다.”
세 아이돌은 안전벨트를 맸다.
비행기가 출발지를 향해 회항을 시작했다.
* * *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데에도 시간이 꽤 소요되었지만 그다지 초조하진 않았다.
그 전부터 끊임없이 스마트폰이 울렸으니까.
-김래빈 : 제가 도착하자마자 갑작스레 숙소로 돌아간다고 하자 할머님께서 크게 걱정하셔서 대화를 나누는 데에 시간이 꽤 소요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아현 : 아니야 조심해서 와 래빈아 나도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출발해서 지금 숙소에 돌아왔어
-차유진 : 나는 처음부터 숙소 있어요 내가 1등이에요(선글라스 이모티콘)
휴가를 받아 흩어진 놈들이 내려가다 말고 돌아오자 온갖 에피소드가 발생하는 모양이다.
‘이 정도면 그냥 몇 박 집에 있다 와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사실 그 이야기도 한번 꺼내는 봤지만…….
-이미 집에 간 사람들은 좀 쉬다 와도 괜찮지 않을까요
-선아현 : 아ㄴ;야 꼭 갈게!!
살벌한 속도로 혼자 즉답이 왔다.
그리고 잠시 단톡방에 침묵이 흐른 후.
-선아현 : 멤버들이 집에서 더 머물다 오지 말라는 뜻은 아니었어요 저는 집도 가깝고 자주 가는 편이니까, 바로 숙소로 돌아가겠다는 뜻이었어요 절대 강요는 아니에요!
메시지가 장문인 건 여전하군.
-류청우 : 알아 아현아 편하게 와 (활짝 웃는 이모티콘)
-김래빈 : 완전히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괜찮습니다. 보름 내로 재방문할 기회가 있지 않습니까.
아무튼 그래서 속속들이 멤버들이 숙소에 도착하는 소식이 끊임없이 카톡으로 왔다.
-큰세진 : 사랑하는 멤버들 그거 아세요?ㅋㅋ 제가 혼자 장까지 봐왔다는 거… 이런 날은 건배해야 하니까 (와인 잔 드는 곰 이모티콘)
-류청우 : ㅎㅎ멋지다 아 다른 세진이도 지금 도착했어
-배세진 : (손을 흔드는 햄스터 이모티콘)
그리고 결국 모두가 도착했는지, 아까 전에는 이런 내용이 왔다.
-차유진 : 치킨 먹고 싶어요 문대 형 왜 없어요 (눈망울 이모티콘)
-큰세진 : 박문대만 남았다~~~
-배세진 : 바로 오고 있는 거 맞겠지 늦네
-제 출발지가 태평양이었는데 늦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요
태평양 상공에서 LA까지 갔다 왔는데 이놈들 정말 사정을 안 봐준다.
나는 택시에 타서 시간을 보았다. 30분이 남은 상태.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자 단체메시지방이 아닌 일반 카톡이 보인다.
골드 2가 자는 동안 즉시 확인했던 메시지 내역이다.
-큰달 : 형 저는 무사히 도착했어요! 형 괜찮으시죠?
큰달은 무사히 류건우의 몸으로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어디 아픈 곳도 없이, 건강하고 불편한 구석도 없다고.
‘성공인가.’
다만 조금 특이한 점이 남았다.
[형 상태창으로 메시지도 여전히 되는데요…? 헐?]
딱히 시스템에 삼켜지는 느낌이 드는 건 아니지만, 이 부가 기능은 계속 작동하는 모양이다.
나한테도 상태창은 여전히 보이고.
‘영구적 상태창 보상 때문인가?’
나는 내가 상태이상을 클리어한 뒤 받은 보상 때문이 아닌가 추측했다.
그 시스템이라는 게 이상할 정도로 계약이나 약속에 얽매이는 것 같아서 말이지.
‘의지도 정신 에너지다 이건가.’
아무튼 이미 없어진 놈이니 아무래도 좋다.
나는 홀가분하게 스마트폰을 내렸다.
그리고 잠시 후.
“도착~ 했습니다. 아파트 정문!”
“감사합니다.”
나는 택시비를 빠르게 지불하고 내렸다.
거의 낯설어질 뻔한 화단을 지나, 조성된 놀이터를 지나, 1층 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지나.
익숙한 현관문이 보였다.
띠, 띠디디, 띡.
버튼을 누르고, 문을 연다.
달칵.
“헐!”
“와 박문대 지금 왔어!”
“새벽 4시에 하는 치킨집 없겠지?”
시원한 에어컨 공기가 훅 끼친다.
익숙한 디자인의 현관 너머에서 익숙한 사람들의 말소리와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다 안 자고 뭐 하는 건지.’
나는 웃으며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새벽임을 의식해 적당히 숨죽인 칭찬과 손이 쏟아졌다.
변한 게 없는 멤버, 변한 게 없는 그 숙소였다.
다만 놀랍게도 숙소에 있던 건 사람만이 아니었다.
“문대야, 이거 봐!”
“왕!”
하얀 털 뭉치 같은 게 숙소에 있다. 아는 털 뭉치긴 했다.
배세진은 혼자 숙소로 돌아온 게 아니던 것이다.
“뭉게도 데려왔어. 큼, 우리 여행 갈 때 같이 가도 좋을 것 같아서. 오랜만이라… 나도 반갑더라.”
“…….”
24시 치킨집을 기어코 찾아서 시키던 차유진 너머, 배세진이 자기 손에 들린 작은 개를 내게 내밀었다.
꼬리를 치는 녀석을 받아 들었다.
부드럽고, 따듯했다.
“우리 그럼 일단 푹 자고… 내일 일어나서 바로 준비해서 놀러 가자.”
“대찬성.”
“일단 치킨 먹어요.”
“나는 우리 유진이가 어떻게 살이 안 찌는지 궁금해 진짜.”
나는 개를 만지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전에 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
“뭔데?”
“오래 걸리는 건 아니고요. 주무시고 있을 동안 다녀올게요.”
이 시간부터 문을 여는 곳으로, 나는 전화를 걸었다.
“문대 씨 급하게 무슨 일이야~ 반가워!”
“저도요.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의자에 앉았다. 헤어 디자이너가 웃으며 내 머리를 잡았다.
그렇다.
나는 새벽 첫 타임에 샵에 왔다.
“멤버들은 안 하고?”
“예.”
그리고 나만 온 건 아니다.
내가 머리를 하는 동안, 이놈들은 굳이 따라와서 대기석에 앉아 여행지를 호들갑 떨며 고르고 있었다.
“여기예요. 우리 여기 가요!”
“연출 사진만 보고 섣불리 결정하지 마, 차유진!”
‘자라니까.’
말은 안 듣네.
애견 출입이 가능한 샵이라 아주 숙소 지키는 놈도 없이 다 끌고 나왔군.
“테스타는 항상 사이가 좋아~ 너희 혹시 뭐 셀프캠 이런 거 찍니?”
“그런 건 아니에요.”
나는 원장의 말에 대꾸하며, 거울을 보았다.
거울 너머에서 뭉게의 앞발을 살짝 잡고 흔드는 큰세진이 보였다.
‘나 참.’
“그럼 이 색으로 할게요~?”
“네.”
머리카락이 약품으로 뒤덮인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아까 사진이랑 똑같지? 잘 나왔네.”
“예. 감사합니다.”
나는 샵 의자에 앉아서 약간 어색한 기분으로 직접 사진을 찍었다.
몇 년쯤 짬이 생겨서 이제 셀프 구도도 못 찍는 건 아니지만, 이 얼굴로 사진을 찍는 건 오랜만이라 몇 번 시행착오를 거쳤다.
“…….”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테스타의 공식 SNS에 접속해서…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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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러뷰어
저는 문대 (강아지 이모티콘)
제 머리 색을 되찾았어요 사실 좀 그리웠어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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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된 사진 속 나는 금갈색 머리를 하고 있다.
아주사 때 했던 첫 염색처럼.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알림이 울린다.
-허어억 아주사 금문댕
-사랑해 일단 사랑한다고
-박문대 공계 출석률 실화냐 진짜 이게 바로 시대의 효자다
-혹시 다음 앨범 스포야?? 문대야? 문대야?
-♡♡♡♡♡♡♡♡♡♡♡♡♡♡
-문댕댕 영원히 승리해 티벳여우 이제 포기해 (주먹 이모티콘)
익숙한 반응과 프로필 사진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때 느낌 아니다’, ‘무슨 꿍꿍이냐.’ 따위의 여느 때와 같은 폭언까지.
테스타 박문대였다.
“…….”
“어? 문대문대 글 올렸네? 흑흑, 세상에 우리 멤버들은 대기석에 방치해 두고 혼자만….”
“얼굴 대라.”
“오?”
나는 샵 대기실에 앉아 맹렬히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두드리던 놈들의 단체샷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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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문대 구경 왔습니다 (눈 돌리는 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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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부터 팬들은 몇 번이나 테스타 공식 SNS 계정으로부터 알림을 받았다.
* * *
그리고 몇 시간 전 새벽.
서울의 한 아파트, 넓고 깨끗한 집안에서 적막이 흘렀다.
커다란 현관 앞, 부드러운 베이지색 담요 위에 누워있던 커다란 강아지는 반쯤 잠이 들어 있었다.
기다린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한 소리를 잊지 않았다.
띠릭!
문이 열리는 소리.
발소리.
사랑하는 가족을 보는 신호.
“…!”
순식간에 머리를 든 강아지는 꼬리를 치며 거대한 회색 문을 쳐다보았다.
곧 문이 열리며… 언제나처럼 커다란 가족이 두 발로 성큼 걸어 들어온다.
“콩아.”
“와왕!”
강아지는 뛰어올라서 격하게 자신의 가족을 반겼다.
자신의 가족이 간혹 길면 며칠 자리를 비울 때마다 의젓하게 기다리는 법을 학습했지만, 그래도 기다림이 끝나는 순간은 참을 수 없다.
콩이는 뒷발을 구르고 앞발과 주둥이를 내밀어, 따스하고 열렬히 가족을 환영했다.
“아…….”
그래서 콩이의 가족, 신재현은 자신에게 안기는 노란 개를 껴안고 들어 올렸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은 채, 낯선 울림을 가만히 경청한다.
다음 시작으로 넘어간 순간마다 항상 버리고 끊어내 어느새 사라졌던 것을.
남은 것을 향한 애정을.
“콩아, 나 다녀왔어.”
청려가 된 후 처음으로 해보는 귀환의 말이었다.
그는 현관에서 개를 안고 가만히 그 낯선 여운을 누렸다.
잠시, 아니 제법 긴 시간 동안.
그리고 얼마 후.
“끄으응.”
“하나만이야.”
자신의 개에게 생전 주지 않던 운동 전 새벽 간식을 하나 준 청려의 뒷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이 울렸다.
‘음?’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긴급 아닌 목적으로 이 새벽에 자신에게 연락하는 관계자는 없었다.
그래서 바로 스마트폰을 확인하자….
예상치 못한 것이 보인다.
-박문대 : (사진)
그가 말도 없이 보낸 것은 하얀 개 사진이었다.
누굴 따라 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하!”
청려는 무릎에 올라오는 개를 용인하며, 꽤 길게 웃었다.
첫 귀환을 음미하며.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15화

권희승은 상당히 소름 끼치는 꿈을 꾸었다.

웬 외계인 같은 게 자신을 가상현실로 만들어서 AI 가사도우미처럼 노동하게 만드는 묘한 구성이었다.

게다가 온갖 아이돌 선배들이 등장하는 괴상망측한 전개까지!

결국 마지막에 스펙타클하게 세계가 무너지는 곳에서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게 된 것이다.

“우와아악!!”

다만 이렇게까지 소리가 클 줄은 몰랐다.

권희승은 비행기 시트가 흠뻑 젖도록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떴다.

“허억, 헉…….”

“괜찮냐?”

이온음료를 든 손이 눈앞에 나타났다. 권희승은 뭘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것을 붙잡아 입에 가져다 댔다.

꿀꺽, 꿀꺽.

시원하고 부드러운, 달콤한 음료수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머리끝까지 짜릿함이 치솟았다.

꼭 몇백일 만에 수분이 충만해지는 기분이었다.

‘와.’

그는 음료수 1리터를 다 비우고 나서야 고개를 저으며 겨우 정신을 차렸다.

이온음료를 건넨 것은 맞은편에 앉은 테스타의 박문대였다. 권희승은 혀를 내둘렀다.

“와, 진짜… 아, 저 이상한 꿈을 꿔서 그런가 너무 오랜만에 마시는 기분인데요?”

“……그래?”

“네! 가위에 눌렸나 봐요, 아무래도 저희가 지금부터 할 게 있…….”

잠깐. 그러고 보니 왜 내가 이 비행기에 타고 있더라?

그리고 전세기 주인인 VTIC 리더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는 주마등을 보는 것처럼 잠들기 직전 일을 다 기억해 냈다.

상태창 폭주.

피 토하던 문대 형.

그리고…….

“……저, 저기요.”

권희승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물었다.

“혹시… 꿈 아니었어요?”

“…….”

박문대는 드물게도 그의 시선을 피해 오묘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꿈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게 현실이라는 뜻이잖아요…!?”

권희승은 얼굴을 잡고 절규했으나, 박문대는 그저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대충 상황을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구체적인 건 기억 안 하는 쪽을 스스로 선택했군.’

큰달이 줬던 선택지 말이다.

-이곳의 일을 기억하실지, 아니면 그냥 잊어버리거나 희미하게 꿈처럼 기억하실지요.

거기서 꿈으로 처리하겠다고 권희승이 고른 것일 터다. 박문대는 확실히 추측하며 내심 눈을 찌푸렸다.

‘…어지간히 힘들긴 했나 보지.’

그렇다면 보상책이 필요하리라. 골드 2… 그러니까 권희승을 비행기로 부른 것은 자신이니까.

그래서 입을 열려던 순간, 생각을 마친 권희승이 기겁하며 먼저 소리를 지른다.

“…! 잠깐, 그게 다 현실이면… 저희 지금 막 한국이 멸망해서 비행기로 탈출한 그런 상황이에요?!”

“…그런 건 없고, 여긴 목적지였던 LA 공항인데.”

“휴.”

꿈 비슷한 건 맞았나 보지!

권희승은 길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박문대는 다른 의미로 한숨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이 일에 말려서 고생한 건 너니까… 보상이라도 좀 받아라.”

“예?”

“소원 한 번.”

“…!”

박문대는 동요 없이 말을 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네 요청이 뭐든지 한 번 들어줄 건데. 어떠냐.”

오오오.

권희승은 순간 반사적으로 박문대의 지금까지 활약상을 되감아 생각했다.

닭발좌부터 회사 씹어먹는 뒷배, 레이블 메이커까지.

그리고 결론 내렸다.

“잘 쓰겠습니다.”

“그래.”

아싸.

‘지니도 세 번 들어주는데 세 번으로 바꿔주면 안 되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참았다.

그는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만능 소원권 하나를 타낸 권희승은 드디어 바깥을 보며 LA 공항을 확인하며 긴장을 쭉 풀었다.

‘와.’

날이 맑았다.

노을 지는 하늘은 타국이었지만 친숙하고, 눈물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

“고생했다.”

“에이, 꿈꾼 건데요 뭘.”

박문대는 대꾸하진 않았지만, 약간 쓰게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자신처럼 노을 진 하늘을 보았다.

고요했다.

권희승은 그 조용한 휴식에 젖어있다가 무심코 물었다.

“저 형님들. 그럼 시스템은…?”

“없앴지.”

“그렇군요.”

어쩐지 시원했다. 꿈인데도 불구하고 개고생을 하긴 한 모양이다.

‘아, 꿀맛이네.’

그는 카트에 있는 치즈와 소금 비스킷, 초콜릿을 입에 넣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어어? 이거 언제 드셨어요?”

“너 잘 때.”

“와, 이거 비싼 거죠?”

“모르겠는데.”

권희승은 새 샴페인도 하나 따서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책을 읽고 있던 전세기 주인은 자신에게 굳이 코멘트하거나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럼 뭐 먹어도 되는 거지.’

낙천적인 생각을 할 때쯤 전세기에 소리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

“준비가 끝났네요.”

청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권희승이 고개를 돌리자, 정말로 자신의 자리로 복귀하는 근무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

권희승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형님들, 저희 이제 내리면 됩니까?”

“아니.”

“…?”

“공항에서 연료도 다 보급했고.”

박문대는 웃었다.

“이제 돌아가야지.”

“…!!”

아니, LA까지 와서 이대로 그냥 돌아가 버린다고? 좀 놀다가 돌아가도 될 텐데!

권희승은 순간 반박할 말이 오만가지는 생각났으나, 자기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왠지… 자신도 못 견디게 돌아가고 싶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상으로, 집으로.

“출발한다.”

세 아이돌은 안전벨트를 맸다.

비행기가 출발지를 향해 회항을 시작했다.

* * *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데에도 시간이 꽤 소요되었지만 그다지 초조하진 않았다.

그 전부터 끊임없이 스마트폰이 울렸으니까.

-김래빈 : 제가 도착하자마자 갑작스레 숙소로 돌아간다고 하자 할머님께서 크게 걱정하셔서 대화를 나누는 데에 시간이 꽤 소요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아현 : 아니야 조심해서 와 래빈아 나도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출발해서 지금 숙소에 돌아왔어

-차유진 : 나는 처음부터 숙소 있어요 내가 1등이에요(선글라스 이모티콘)

휴가를 받아 흩어진 놈들이 내려가다 말고 돌아오자 온갖 에피소드가 발생하는 모양이다.

‘이 정도면 그냥 몇 박 집에 있다 와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사실 그 이야기도 한번 꺼내는 봤지만…….

-이미 집에 간 사람들은 좀 쉬다 와도 괜찮지 않을까요

-선아현 : 아ㄴ;야 꼭 갈게!!

살벌한 속도로 혼자 즉답이 왔다.

그리고 잠시 단톡방에 침묵이 흐른 후.

-선아현 : 멤버들이 집에서 더 머물다 오지 말라는 뜻은 아니었어요 저는 집도 가깝고 자주 가는 편이니까, 바로 숙소로 돌아가겠다는 뜻이었어요 절대 강요는 아니에요!

메시지가 장문인 건 여전하군.

-류청우 : 알아 아현아 편하게 와 (활짝 웃는 이모티콘)

-김래빈 : 완전히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괜찮습니다. 보름 내로 재방문할 기회가 있지 않습니까.

아무튼 그래서 속속들이 멤버들이 숙소에 도착하는 소식이 끊임없이 카톡으로 왔다.

-큰세진 : 사랑하는 멤버들 그거 아세요?ㅋㅋ 제가 혼자 장까지 봐왔다는 거… 이런 날은 건배해야 하니까 (와인 잔 드는 곰 이모티콘)

-류청우 : ㅎㅎ멋지다 아 다른 세진이도 지금 도착했어

-배세진 : (손을 흔드는 햄스터 이모티콘)

그리고 결국 모두가 도착했는지, 아까 전에는 이런 내용이 왔다.

-차유진 : 치킨 먹고 싶어요 문대 형 왜 없어요 (눈망울 이모티콘)

-큰세진 : 박문대만 남았다~~~

-배세진 : 바로 오고 있는 거 맞겠지 늦네

-제 출발지가 태평양이었는데 늦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요

태평양 상공에서 LA까지 갔다 왔는데 이놈들 정말 사정을 안 봐준다.

나는 택시에 타서 시간을 보았다. 30분이 남은 상태.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자 단체메시지방이 아닌 일반 카톡이 보인다.

골드 2가 자는 동안 즉시 확인했던 메시지 내역이다.

-큰달 : 형 저는 무사히 도착했어요! 형 괜찮으시죠?

큰달은 무사히 류건우의 몸으로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어디 아픈 곳도 없이, 건강하고 불편한 구석도 없다고.

‘성공인가.’

다만 조금 특이한 점이 남았다.

딱히 시스템에 삼켜지는 느낌이 드는 건 아니지만, 이 부가 기능은 계속 작동하는 모양이다.

나한테도 상태창은 여전히 보이고.

‘영구적 상태창 보상 때문인가?’

나는 내가 상태이상을 클리어한 뒤 받은 보상 때문이 아닌가 추측했다.

그 시스템이라는 게 이상할 정도로 계약이나 약속에 얽매이는 것 같아서 말이지.

‘의지도 정신 에너지다 이건가.’

아무튼 이미 없어진 놈이니 아무래도 좋다.

나는 홀가분하게 스마트폰을 내렸다.

그리고 잠시 후.

“도착~ 했습니다. 아파트 정문!”

“감사합니다.”

나는 택시비를 빠르게 지불하고 내렸다.

거의 낯설어질 뻔한 화단을 지나, 조성된 놀이터를 지나, 1층 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지나.

익숙한 현관문이 보였다.

띠, 띠디디, 띡.

버튼을 누르고, 문을 연다.

달칵.

“헐!”

“와 박문대 지금 왔어!”

“새벽 4시에 하는 치킨집 없겠지?”

시원한 에어컨 공기가 훅 끼친다.

익숙한 디자인의 현관 너머에서 익숙한 사람들의 말소리와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다 안 자고 뭐 하는 건지.’

나는 웃으며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새벽임을 의식해 적당히 숨죽인 칭찬과 손이 쏟아졌다.

변한 게 없는 멤버, 변한 게 없는 그 숙소였다.

다만 놀랍게도 숙소에 있던 건 사람만이 아니었다.

“문대야, 이거 봐!”

“왕!”

하얀 털 뭉치 같은 게 숙소에 있다. 아는 털 뭉치긴 했다.

배세진은 혼자 숙소로 돌아온 게 아니던 것이다.

“뭉게도 데려왔어. 큼, 우리 여행 갈 때 같이 가도 좋을 것 같아서. 오랜만이라… 나도 반갑더라.”

“…….”

24시 치킨집을 기어코 찾아서 시키던 차유진 너머, 배세진이 자기 손에 들린 작은 개를 내게 내밀었다.

꼬리를 치는 녀석을 받아 들었다.

부드럽고, 따듯했다.

“우리 그럼 일단 푹 자고… 내일 일어나서 바로 준비해서 놀러 가자.”

“대찬성.”

“일단 치킨 먹어요.”

“나는 우리 유진이가 어떻게 살이 안 찌는지 궁금해 진짜.”

나는 개를 만지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전에 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

“뭔데?”

“오래 걸리는 건 아니고요. 주무시고 있을 동안 다녀올게요.”

이 시간부터 문을 여는 곳으로, 나는 전화를 걸었다.

“문대 씨 급하게 무슨 일이야~ 반가워!”

“저도요.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의자에 앉았다. 헤어 디자이너가 웃으며 내 머리를 잡았다.

그렇다.

나는 새벽 첫 타임에 샵에 왔다.

“멤버들은 안 하고?”

“예.”

그리고 나만 온 건 아니다.

내가 머리를 하는 동안, 이놈들은 굳이 따라와서 대기석에 앉아 여행지를 호들갑 떨며 고르고 있었다.

“여기예요. 우리 여기 가요!”

“연출 사진만 보고 섣불리 결정하지 마, 차유진!”

‘자라니까.’

말은 안 듣네.

애견 출입이 가능한 샵이라 아주 숙소 지키는 놈도 없이 다 끌고 나왔군.

“테스타는 항상 사이가 좋아~ 너희 혹시 뭐 셀프캠 이런 거 찍니?”

“그런 건 아니에요.”

나는 원장의 말에 대꾸하며, 거울을 보았다.

거울 너머에서 뭉게의 앞발을 살짝 잡고 흔드는 큰세진이 보였다.

‘나 참.’

“그럼 이 색으로 할게요~?”

“네.”

머리카락이 약품으로 뒤덮인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아까 사진이랑 똑같지? 잘 나왔네.”

“예. 감사합니다.”

나는 샵 의자에 앉아서 약간 어색한 기분으로 직접 사진을 찍었다.

몇 년쯤 짬이 생겨서 이제 셀프 구도도 못 찍는 건 아니지만, 이 얼굴로 사진을 찍는 건 오랜만이라 몇 번 시행착오를 거쳤다.

“…….”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테스타의 공식 SNS에 접속해서…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

========================

안녕하세요 러뷰어

저는 문대 (강아지 이모티콘)

제 머리 색을 되찾았어요 사실 좀 그리웠어요

(사진)

========================

첨부된 사진 속 나는 금갈색 머리를 하고 있다.

아주사 때 했던 첫 염색처럼.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알림이 울린다.

-허어억 아주사 금문댕

-사랑해 일단 사랑한다고

-박문대 공계 출석률 실화냐 진짜 이게 바로 시대의 효자다

-혹시 다음 앨범 스포야?? 문대야? 문대야?

-♡♡♡♡♡♡♡♡♡♡♡♡♡♡

-문댕댕 영원히 승리해 티벳여우 이제 포기해 (주먹 이모티콘)

익숙한 반응과 프로필 사진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때 느낌 아니다’, ‘무슨 꿍꿍이냐.’ 따위의 여느 때와 같은 폭언까지.

테스타 박문대였다.

“…….”

“어? 문대문대 글 올렸네? 흑흑, 세상에 우리 멤버들은 대기석에 방치해 두고 혼자만….”

“얼굴 대라.”

“오?”

나는 샵 대기실에 앉아 맹렬히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두드리던 놈들의 단체샷을 찍었다.

========================

노란 문대 구경 왔습니다 (눈 돌리는 이모티콘)

========================

그날 아침부터 팬들은 몇 번이나 테스타 공식 SNS 계정으로부터 알림을 받았다.

* * *

그리고 몇 시간 전 새벽.

서울의 한 아파트, 넓고 깨끗한 집안에서 적막이 흘렀다.

커다란 현관 앞, 부드러운 베이지색 담요 위에 누워있던 커다란 강아지는 반쯤 잠이 들어 있었다.

기다린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한 소리를 잊지 않았다.

띠릭!

문이 열리는 소리.

발소리.

사랑하는 가족을 보는 신호.

“…!”

순식간에 머리를 든 강아지는 꼬리를 치며 거대한 회색 문을 쳐다보았다.

곧 문이 열리며… 언제나처럼 커다란 가족이 두 발로 성큼 걸어 들어온다.

“콩아.”

“와왕!”

강아지는 뛰어올라서 격하게 자신의 가족을 반겼다.

자신의 가족이 간혹 길면 며칠 자리를 비울 때마다 의젓하게 기다리는 법을 학습했지만, 그래도 기다림이 끝나는 순간은 참을 수 없다.

콩이는 뒷발을 구르고 앞발과 주둥이를 내밀어, 따스하고 열렬히 가족을 환영했다.

“아…….”

그래서 콩이의 가족, 신재현은 자신에게 안기는 노란 개를 껴안고 들어 올렸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은 채, 낯선 울림을 가만히 경청한다.

다음 시작으로 넘어간 순간마다 항상 버리고 끊어내 어느새 사라졌던 것을.

남은 것을 향한 애정을.

“콩아, 나 다녀왔어.”

청려가 된 후 처음으로 해보는 귀환의 말이었다.

그는 현관에서 개를 안고 가만히 그 낯선 여운을 누렸다.

잠시, 아니 제법 긴 시간 동안.

그리고 얼마 후.

“끄으응.”

“하나만이야.”

자신의 개에게 생전 주지 않던 운동 전 새벽 간식을 하나 준 청려의 뒷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이 울렸다.

‘음?’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긴급 아닌 목적으로 이 새벽에 자신에게 연락하는 관계자는 없었다.

그래서 바로 스마트폰을 확인하자….

예상치 못한 것이 보인다.

-박문대 : (사진)

그가 말도 없이 보낸 것은 하얀 개 사진이었다.

누굴 따라 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하!”

청려는 무릎에 올라오는 개를 용인하며, 꽤 길게 웃었다.

첫 귀환을 음미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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