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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402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02화
이제 발표될 신곡은 이미 데뷔곡 준비 당시에 함께 준비가 끝났다.
더블 타이틀처럼 준비해서 하나를 막판 누락시켜 버리는 뒷공작이 필요했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이미 퍼포먼스까지 완성된 상태라는 거다.
그렇다면 이 원기옥은 언제 터뜨리는 게 가장 완벽한가.
“래빈이 벌써 이번 주가 결승전이네.”
“그렇습니다!”
바로 김래빈의 파이널 무대 직후다.
김래빈이 우승하며 화제성이 제일 최정점일 때, 이놈 곡으로 컴백한다고 하면 최고지.
그런데 벌써부터 우승을 확신하는 건 너무 섣부른 판단이라는 생각도 드는가?
‘아니.’
김래빈이 결승 무대에서 1절을 통으로 안 부르고 날리지 않는 이상, 이건 이놈이 질 수가 없는 판이거든.
나는 소파 앞에 앉아 맹렬히 노트북을 두드리는 김래빈을 보며, 놈의 일대기를 회상했다.
우선 등장씬.
[어어.]
[강렬한 인상의 참가자 등장]
피어싱을 풀착용한 살벌하게 생긴 놈이 들어오자 경계와 감탄, 그리고 탐색의 시선이 간다.
그러나 다음 말에 분위기가 바뀐다.
[안녕하십니까. 35일 전 데뷔한 그룹 위시즈의 김래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대놓고 ‘신인’과 ‘아이돌 그룹’을 강조해달라는 주문에 김래빈은 별 의심 없이 임했다고 한다.
물론 편집은 이렇게 나왔다.
[굳이 여기를?]
[솔직히 대형 기획사시고, 충분히 다른 방법이 (있으실 텐데).]
[잘생기셨더라구요. (웃음)]
뻔하지. 인정할 수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뻔하지만 잘 팔리는 클리셰처럼 평가는 뒤집힌다.
[음?]
김래빈은 참가자가 다 패스 선언을 한 애매한 비트에 ‘왜 안 들어오시지…?’라고 의아해하는 듯한 얼굴로 들어와 랩을 갈겼다.
그리고 더럽게 잘했다.
[!!!!]
결론적으로 1화가 끝났을 때, 위튜브 인기 동영상 순위에는 김래빈의 싸이퍼가 비공식 클립으로 올라와 있었다.
물론 반발도 많았다.
-17살이 이걸? 응 주작ㅋㅋㅋㅋㅋ
-ㅅㅂ회사가 미리 알려줬겠지ㅋㅋㅋ이걸 믿냐
-비트 미리 알았다고 해도 펀치라인은 인정해줄 만하지 않냐 감 없으면 고민한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고것도 코칭 받은 것이구연~
하지만 김래빈은 그다음 개인전도 숨 쉬듯이 잘했다.
-??
그리고 그다음 팀전도, 그다음 콜라보전도.
본인이 직접 곡을 만드는 과정을 사흘간 쭉 녹화한 것이 빠른 재생으로 방송에 타자 더 이야기할 게 없어졌다.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합니다만, 아무래도 아직 더 전문적인 장비는 구매가 어려워 회사 작업실을 자주 빌려 쓰곤 합니다!]
[오늘은 시간이 남았으니 새로운 비트를 구체화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가이드 보컬로 문… 아니, 류건우 형을 모셨습니다.]
그리고 그 곡도 더럽게 좋았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음원 실시간차트에 불쑥불쑥 올라오는 것까지 실력을 증명한다.
-원래 프로듀서 망생인데 얼굴 보고 아이돌하자고 삼고초려했다고 함
-세상 X나 불공평하네 개같다
-17살 남고생 컨셉충인 게 유일한 단점이냐
-글쎄요 제 시선으론 철저히 기획된 상품의 느낌이죠. 아이돌 기획사 특유의 생산품 같은 느낌, 레파토리가 바닥나면 망하겠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래빈은 2화부터 9화까지 도장 깨기처럼 모든 미션을 승승장구하면서 명실상부 압도적인 우승 후보로 올라왔다.
게다가 강원도 딸기 농사 집안의 손자라는 사실과 본연의 깍듯한 모습이 어우러지며 캐릭터적으로도 상당히 인기를 끌었다.
안정적인 쌍두마차.
이쯤 되자 삐딱하게 보던 사람들 일부도 살짝 태도를 바꾼다.
-ㅋㅋㅋ김랩 아이돌하자고 꼬신 새끼 총살하고 싶을 듯 음원 수익 N빵에 군머 같은 7년 숙소 생활 아ㅋㅋ못참지
-응 월드와이드 케이팝이 수익 더 달달해~ 돈보면 당연히 레티 아이돌이지 XX신들아ㅋㅋㅋ
-얼굴 보는 빠순이들도 다 얘한테 붙었자너 어차피 우승은 킴랩인데 왜 아이돌 포기함 다 해먹는데ㅋㅋ
실력 하나는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김래빈은 거의 생태계 교란종이나 다름없이 휘젓고 다녔다.
도리어 제작진이 재미를 위해 김래빈의 위기 상황을 연출해도 다음 화에서 사기였다는 게 드러나니, 시청자의 인식은 더 굳어졌다.
그리고 이젠 정말 파이널로 엔딩만을 남겨두고 있다.
류청우가 김래빈의 옆에 친근히 앉는다.
“출연진들이랑 사이는 어때? 여전히 다들 잘해줘?”
“예. 아무래도 연하라고 생각하셔서 더 배려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17살짜리에게 압박감을 느껴서 질린 나머지 숙이고 들어가는 것을 배려심 표출로 이해해 주는 놈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이놈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던 모양이다.
“저… 다만 다른 분께서 마지막 피처링을 맡아주셔도 정말 괜찮겠습니까? 시청률이 괜찮은 만큼 홍보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만….”
바로 마지막 무대의 피처링을 왜 위시즈 그룹 안에서 안 뽑았냐는 것이다.
김래빈의 마지막 곡 피처링이 말랑달콤의 인기 멤버인 리드보컬로 낙점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피식 웃었다.
“피처링은 원래 외부와의 합작이니까. 우리보단 다른 사람이랑 해야 그 무대를 하는 의미가 더 살아나겠지.”
“과연…! 그렇긴 합니다.”
물론 진짜 이유가 이건 아니고.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서다.
‘그룹 인지도 강요처럼 느껴지면 안 되지.’
그렇게 노골적인 끼워팔기는 도리어 반감을 부른다.
지금 부풀어 오른 화제성이 꺼지거나 반감으로 돌아서지 않기 위해서는 섬세한 조절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아예 연상되지 않게 끊는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래도 결승전은 보러 가려는데, 괜찮냐.”
단체 응원 정도는 해도 훈훈하겠지.
“…! 저야 당연히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서 열심히 응원할게!”
“감사합니다, 선배님!”
“으핫 래빈아 우리 같이 데뷔했잖아, 형이라고 불러!”
“앗.”
나는 오윤신과 만담 같은 소리를 주고받는 김래빈에게서 시선을 떼고, 스케줄을 다시 점검했다.
그리고 사흘 뒤.
전 멤버가 스케줄을 빼고 찾아간 의 세트장, 가운데 스테이지 위에서 꽃가루가 터진다.
펑.
[ 시즌2, 대망의 우승자는… 김래빈!]
와아아악!!!
반전이나 돌발 상황은 없었다.
김래빈은 마지막 무대에서 기교로 밀어붙이는 압도적인 역량 지향 퍼포먼스로 이겼다.
‘이견이 안 나오도록 이 방향으로 조언한 게 쓸모가 있었군.’
게다가 폭력적인 수준의 역량으로 밀어붙인 건 본인뿐이다.
피처링인 말랑달콤은 음색과 호응 유도로 밀어서 분위기를 살짝 환기하고 음원의 완성도를 높여줬다는 점에서 최상의 선택.
김래빈을 깎아내리려는 시도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좋아.’
[감… 감사합니다!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나는 출연진들의 축하를 받으며 얼결에 대왕 황금 ID카드를 치켜들어 올리는 김래빈에게 박수를 보냈다.
준비는 끝났다.
며칠 후.
[스랩 우승자 나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아이돌이었던 김래빈]
[솔직히 김래빈 너무 아깝다]
김래빈이 우승하며, 인기 서바이벌답게 기사와 반응이 몰아치는 사흘을 지낸 뒤 주말.
슬그머니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LeTi 괴물 신인 위시즈(Wishze), “자체 프로듀싱 앨범 곧 발매”]
위시즈의 자작곡 타이틀 컴백 소식이다. 이미 예약 판매 때부터 공지했지만 일부러 한 번 더 언론을 부추겼다.
키워드를 ‘자체 프로듀싱’으로 잡아서.
당연히 김래빈이 연상될 수밖에 없는 기사 타이틀, 아직 식지 않은 화제성에 사람들이 붙는다.
-이건 한번 들어봐야지
-김래빈이 여기 그룹임? 곡 개 좋겠네
└김래빈뿐만 아니라 유진 차도 류건우도 이 그룹임
└?
└네발친구 재현이랑 청우도 이 그룹이래요~
└탈출왕에서 신문지 숭배하던 개웃긴 급식 셋도 여기 애들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죠
이 댓글은 캡처되어 인터넷을 떠돌게 된다. 나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박수를 보냈다.
더 뜸을 들일 것도 없었다.
“티저는 굳이 나눠서 공개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티저로 이 화제성을 소모할 필요는 없지.”
“그래.”
그래서 브릿지의 중독적인 휘파람 소리만 넣은 티저로 기대감만 채운 뒤, 바로 다음 주에 곡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 * *
“…….”
국제선의 비행기 안.
퍼스트 클래스에 앉은 남성은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기내 WIFI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평소 차라리 책을 읽는 그의 성향상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아, 나왔구나.’
검색할 것도 없이, 위튜브에 접속하자마자 찾던 동영상이 뜬다.
[위시즈(Wishze) – ‘타이머(Timer)’ Official Music Video]
바로 신인 그룹 위시즈의 신곡이었다.
데뷔 활동이 훌륭했던 탓일까, 벌써 조회수의 단위가 인상적이었다.
남자는 잠시 그들의 데뷔를 회상하다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좋았어.’
위시즈의 데뷔 미니 앨범은 근대 유럽식 기숙학교의 괴담을 표방한, 마이너하면서도 예술적인 감성으로 KPOP 팬덤의 수요를 맞췄다.
무대도 훌륭했다. 지시봉에서 따온 것 같은 긴 소품을 이용한 댄스 퍼포먼스도 무척 독특했고, 매력적이었다.
실수로 긴 감상문을 당사자에게 보낼 뻔할 만큼.
‘안 보내길 잘한 거야.’
남자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토록 상업적이며, 거칠게 몰아치는 감성은 본래 남자에게 익숙하지 않았을 터인데… 어쩐지, 계속 돌려보게 되었다.
“…….”
남자는 이유 없이 가라앉는 느낌을 지웠다.
일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감정은 아니니까. 대신 보려던 동영상을 클릭했다.
위시즈의 신곡.
‘이번에도 비슷한 느낌을 줄까.’
사실 위시즈의 팬들의 예상도 비슷했다. 강렬하고 자극적인 댄스곡.
하지만 막상 남자가 클릭한 그들의 새로운 타이틀은… 그렇지 않았다.
[Um, h-hm~]
전처럼 밴드 사운드가 가미되었지만, 여유가 있다.
[타이머를 돌려 과거에 가 볼까
아직 함께였던 때로 말야]
소리가 확 가벼워졌다.
그리고 창법도 그루브하고 담백하다.
[수줍은 네 얼굴에 미소
우리 위에서, 내리던 유성
아직 기억해 오늘도
Thinking about U]
질 좋은 악기 소리가 캐치한 두 종류의 멜로디를 만나며, 곡이 전개된다.
뮤직비디오에도 전위적인 스토리나 거창한 서사는 없다.
그냥 유성이 쏟아지는 근사한 밤 학교 옥상에서의 안무 컷과, 마찬가지로 근사한 오브젝트가 즐비한 개인 컷들이 엇갈릴 뿐.
청춘의 속에서, 지나온 어린 추억에 대해 노래하는 곡.
화자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곡.
말하자면 오글거릴 요소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호불호가 딱히 갈릴 것도 없다.
그저 극도로 대중적이고 세련된, 모두가 즐겁게 들을 노래.
당장 지금 남자의 귀에도 벌써 멜로디가 붙었다.
[타이머를 움직여
Cam에 담긴 네 모습
사진이 반짝
하면 반짝 떠올라]
‘이것도 좋아.’
전 같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힘을 뺀 이 대중적인 곡이 어쩐지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다.
[반짝!]
그는 멤버들이 돌아보며 웃는 뮤직비디오의 엔딩까지 다 보았다.
좋지만, …이상하게 울렁거렸다.
“…….”
하지만 그는 고민하다가 메시지 어플을 켰다.
‘…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래도 연락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약간 떨리는 손으로 문자를 넣었다.
[곡이 정말 좋아요.]
[한국에 가는 중인데, 길거리에서도 많이 듣게 될 것 같아요.]
수신자는 ‘류건우’였다.
그리고 남자, 선아현이 생각한 대로, 그가 도착해서 일정을 수행하고 있을 때 길거리는 위시즈의 음원으로 가득했다.
* * *
“며, 몇 위예요?”
긴장한 질문에 청려가 웃으며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화면에 떠 있는 것은 일간 음원 차트.
“1위.”
“…!!”
“대대대박!!”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지는 놈들 사이로 경력직들도 히죽거리며 웃는다.
아무리 그래도 음원 1위를 할 일은 이런 미친 짓이 아니고서야 없으니, 솔직히 인상적이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우리도 사실 처음이고.’
아마 VTIC도 자주 경험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일간 1위의 곡을 새삼스럽게 보았다.
“래빈아 고마워!”
“정말 고마워!”
“다, 다 같이 이뤄낸 성과로 그런 과분한 감사 인사를 받기엔 제가….”
“김래빈 잘했어!”
“어억.”
나는 무수한 포옹 더미 속에 무너지는 김래빈을 보며 피식 웃었다.
청려가 실실 웃으며 다가와서 작게 말한다.
“제일 어려운 게 남았네요. 유지.”
“어.”
그렇지.
음원을 노렸다면, 유지력은 필수 항목이다.
‘순위 굳히기 들어가서 롱런해야 점수를 제대로 먹는 거지.’
곡과 전략이 다 좋았으니 솔직히 등수 방어에 자신이 없진 않다만, 그렇다고 이제부터 손 놓고 있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니까 꾸준히 예능 프로그램과 인터넷 컨텐츠들에서 곡이 들리도록 해야 한다.
“티홀릭한테 밀리면 안 돼.”
“바빠지겠네요.”
글로벌 겨냥의 각종 투어와 해외 활동은 이번엔 올스탑.
모든 전력을 다 홍보용 출연 일정에 쏟았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일도 있는 것이다.
“…! 안녕하세요.”
……청려를 낀 상태로 선아현과 같은 예능에 나오게 되는 일 말이다.
나는 가까스로 대응했다.
“……예.”
“이렇게 뵐 줄은 몰랐어요.”
어 나도 그렇다.
‘돌아버리겠네.’
발레리노 국뽕 네임드가 왜 특집으로 안 나오고 우리랑 같이 나오냐고.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02화

이제 발표될 신곡은 이미 데뷔곡 준비 당시에 함께 준비가 끝났다.

더블 타이틀처럼 준비해서 하나를 막판 누락시켜 버리는 뒷공작이 필요했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이미 퍼포먼스까지 완성된 상태라는 거다.

그렇다면 이 원기옥은 언제 터뜨리는 게 가장 완벽한가.

“래빈이 벌써 이번 주가 결승전이네.”

“그렇습니다!”

바로 김래빈의 파이널 무대 직후다.

김래빈이 우승하며 화제성이 제일 최정점일 때, 이놈 곡으로 컴백한다고 하면 최고지.

그런데 벌써부터 우승을 확신하는 건 너무 섣부른 판단이라는 생각도 드는가?

‘아니.’

김래빈이 결승 무대에서 1절을 통으로 안 부르고 날리지 않는 이상, 이건 이놈이 질 수가 없는 판이거든.

나는 소파 앞에 앉아 맹렬히 노트북을 두드리는 김래빈을 보며, 놈의 일대기를 회상했다.

우선 등장씬.

피어싱을 풀착용한 살벌하게 생긴 놈이 들어오자 경계와 감탄, 그리고 탐색의 시선이 간다.

그러나 다음 말에 분위기가 바뀐다.

대놓고 ‘신인’과 ‘아이돌 그룹’을 강조해달라는 주문에 김래빈은 별 의심 없이 임했다고 한다.

물론 편집은 이렇게 나왔다.

뻔하지. 인정할 수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뻔하지만 잘 팔리는 클리셰처럼 평가는 뒤집힌다.

김래빈은 참가자가 다 패스 선언을 한 애매한 비트에 ‘왜 안 들어오시지…?’라고 의아해하는 듯한 얼굴로 들어와 랩을 갈겼다.

그리고 더럽게 잘했다.

결론적으로 1화가 끝났을 때, 위튜브 인기 동영상 순위에는 김래빈의 싸이퍼가 비공식 클립으로 올라와 있었다.

물론 반발도 많았다.

-17살이 이걸? 응 주작ㅋㅋㅋㅋㅋ

-ㅅㅂ회사가 미리 알려줬겠지ㅋㅋㅋ이걸 믿냐

-비트 미리 알았다고 해도 펀치라인은 인정해줄 만하지 않냐 감 없으면 고민한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고것도 코칭 받은 것이구연~

하지만 김래빈은 그다음 개인전도 숨 쉬듯이 잘했다.

-??

그리고 그다음 팀전도, 그다음 콜라보전도.

본인이 직접 곡을 만드는 과정을 사흘간 쭉 녹화한 것이 빠른 재생으로 방송에 타자 더 이야기할 게 없어졌다.

그리고 그 곡도 더럽게 좋았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음원 실시간차트에 불쑥불쑥 올라오는 것까지 실력을 증명한다.

-원래 프로듀서 망생인데 얼굴 보고 아이돌하자고 삼고초려했다고 함

-세상 X나 불공평하네 개같다

-17살 남고생 컨셉충인 게 유일한 단점이냐

-글쎄요 제 시선으론 철저히 기획된 상품의 느낌이죠. 아이돌 기획사 특유의 생산품 같은 느낌, 레파토리가 바닥나면 망하겠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래빈은 2화부터 9화까지 도장 깨기처럼 모든 미션을 승승장구하면서 명실상부 압도적인 우승 후보로 올라왔다.

게다가 강원도 딸기 농사 집안의 손자라는 사실과 본연의 깍듯한 모습이 어우러지며 캐릭터적으로도 상당히 인기를 끌었다.

안정적인 쌍두마차.

이쯤 되자 삐딱하게 보던 사람들 일부도 살짝 태도를 바꾼다.

-ㅋㅋㅋ김랩 아이돌하자고 꼬신 새끼 총살하고 싶을 듯 음원 수익 N빵에 군머 같은 7년 숙소 생활 아ㅋㅋ못참지

-응 월드와이드 케이팝이 수익 더 달달해~ 돈보면 당연히 레티 아이돌이지 XX신들아ㅋㅋㅋ

-얼굴 보는 빠순이들도 다 얘한테 붙었자너 어차피 우승은 킴랩인데 왜 아이돌 포기함 다 해먹는데ㅋㅋ

실력 하나는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김래빈은 거의 생태계 교란종이나 다름없이 휘젓고 다녔다.

도리어 제작진이 재미를 위해 김래빈의 위기 상황을 연출해도 다음 화에서 사기였다는 게 드러나니, 시청자의 인식은 더 굳어졌다.

그리고 이젠 정말 파이널로 엔딩만을 남겨두고 있다.

류청우가 김래빈의 옆에 친근히 앉는다.

“출연진들이랑 사이는 어때? 여전히 다들 잘해줘?”

“예. 아무래도 연하라고 생각하셔서 더 배려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17살짜리에게 압박감을 느껴서 질린 나머지 숙이고 들어가는 것을 배려심 표출로 이해해 주는 놈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이놈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던 모양이다.

“저… 다만 다른 분께서 마지막 피처링을 맡아주셔도 정말 괜찮겠습니까? 시청률이 괜찮은 만큼 홍보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만….”

바로 마지막 무대의 피처링을 왜 위시즈 그룹 안에서 안 뽑았냐는 것이다.

김래빈의 마지막 곡 피처링이 말랑달콤의 인기 멤버인 리드보컬로 낙점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피식 웃었다.

“피처링은 원래 외부와의 합작이니까. 우리보단 다른 사람이랑 해야 그 무대를 하는 의미가 더 살아나겠지.”

“과연…! 그렇긴 합니다.”

물론 진짜 이유가 이건 아니고.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서다.

‘그룹 인지도 강요처럼 느껴지면 안 되지.’

그렇게 노골적인 끼워팔기는 도리어 반감을 부른다.

지금 부풀어 오른 화제성이 꺼지거나 반감으로 돌아서지 않기 위해서는 섬세한 조절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아예 연상되지 않게 끊는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래도 결승전은 보러 가려는데, 괜찮냐.”

단체 응원 정도는 해도 훈훈하겠지.

“…! 저야 당연히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서 열심히 응원할게!”

“감사합니다, 선배님!”

“으핫 래빈아 우리 같이 데뷔했잖아, 형이라고 불러!”

“앗.”

나는 오윤신과 만담 같은 소리를 주고받는 김래빈에게서 시선을 떼고, 스케줄을 다시 점검했다.

그리고 사흘 뒤.

전 멤버가 스케줄을 빼고 찾아간 의 세트장, 가운데 스테이지 위에서 꽃가루가 터진다.

펑.

와아아악!!!

반전이나 돌발 상황은 없었다.

김래빈은 마지막 무대에서 기교로 밀어붙이는 압도적인 역량 지향 퍼포먼스로 이겼다.

‘이견이 안 나오도록 이 방향으로 조언한 게 쓸모가 있었군.’

게다가 폭력적인 수준의 역량으로 밀어붙인 건 본인뿐이다.

피처링인 말랑달콤은 음색과 호응 유도로 밀어서 분위기를 살짝 환기하고 음원의 완성도를 높여줬다는 점에서 최상의 선택.

김래빈을 깎아내리려는 시도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좋아.’

나는 출연진들의 축하를 받으며 얼결에 대왕 황금 ID카드를 치켜들어 올리는 김래빈에게 박수를 보냈다.

준비는 끝났다.

며칠 후.

김래빈이 우승하며, 인기 서바이벌답게 기사와 반응이 몰아치는 사흘을 지낸 뒤 주말.

슬그머니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위시즈의 자작곡 타이틀 컴백 소식이다. 이미 예약 판매 때부터 공지했지만 일부러 한 번 더 언론을 부추겼다.

키워드를 ‘자체 프로듀싱’으로 잡아서.

당연히 김래빈이 연상될 수밖에 없는 기사 타이틀, 아직 식지 않은 화제성에 사람들이 붙는다.

-이건 한번 들어봐야지

-김래빈이 여기 그룹임? 곡 개 좋겠네

└김래빈뿐만 아니라 유진 차도 류건우도 이 그룹임

└?

└네발친구 재현이랑 청우도 이 그룹이래요~

└탈출왕에서 신문지 숭배하던 개웃긴 급식 셋도 여기 애들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죠

이 댓글은 캡처되어 인터넷을 떠돌게 된다. 나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박수를 보냈다.

더 뜸을 들일 것도 없었다.

“티저는 굳이 나눠서 공개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티저로 이 화제성을 소모할 필요는 없지.”

“그래.”

그래서 브릿지의 중독적인 휘파람 소리만 넣은 티저로 기대감만 채운 뒤, 바로 다음 주에 곡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 * *

“…….”

국제선의 비행기 안.

퍼스트 클래스에 앉은 남성은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기내 WIFI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평소 차라리 책을 읽는 그의 성향상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아, 나왔구나.’

검색할 것도 없이, 위튜브에 접속하자마자 찾던 동영상이 뜬다.

바로 신인 그룹 위시즈의 신곡이었다.

데뷔 활동이 훌륭했던 탓일까, 벌써 조회수의 단위가 인상적이었다.

남자는 잠시 그들의 데뷔를 회상하다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좋았어.’

위시즈의 데뷔 미니 앨범은 근대 유럽식 기숙학교의 괴담을 표방한, 마이너하면서도 예술적인 감성으로 KPOP 팬덤의 수요를 맞췄다.

무대도 훌륭했다. 지시봉에서 따온 것 같은 긴 소품을 이용한 댄스 퍼포먼스도 무척 독특했고, 매력적이었다.

실수로 긴 감상문을 당사자에게 보낼 뻔할 만큼.

‘안 보내길 잘한 거야.’

남자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토록 상업적이며, 거칠게 몰아치는 감성은 본래 남자에게 익숙하지 않았을 터인데… 어쩐지, 계속 돌려보게 되었다.

“…….”

남자는 이유 없이 가라앉는 느낌을 지웠다.

일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감정은 아니니까. 대신 보려던 동영상을 클릭했다.

위시즈의 신곡.

‘이번에도 비슷한 느낌을 줄까.’

사실 위시즈의 팬들의 예상도 비슷했다. 강렬하고 자극적인 댄스곡.

하지만 막상 남자가 클릭한 그들의 새로운 타이틀은… 그렇지 않았다.

전처럼 밴드 사운드가 가미되었지만, 여유가 있다.

아직 함께였던 때로 말야]

소리가 확 가벼워졌다.

그리고 창법도 그루브하고 담백하다.

우리 위에서, 내리던 유성

아직 기억해 오늘도

Thinking about U]

질 좋은 악기 소리가 캐치한 두 종류의 멜로디를 만나며, 곡이 전개된다.

뮤직비디오에도 전위적인 스토리나 거창한 서사는 없다.

그냥 유성이 쏟아지는 근사한 밤 학교 옥상에서의 안무 컷과, 마찬가지로 근사한 오브젝트가 즐비한 개인 컷들이 엇갈릴 뿐.

청춘의 속에서, 지나온 어린 추억에 대해 노래하는 곡.

화자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곡.

말하자면 오글거릴 요소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호불호가 딱히 갈릴 것도 없다.

그저 극도로 대중적이고 세련된, 모두가 즐겁게 들을 노래.

당장 지금 남자의 귀에도 벌써 멜로디가 붙었다.

Cam에 담긴 네 모습

사진이 반짝

하면 반짝 떠올라]

‘이것도 좋아.’

전 같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힘을 뺀 이 대중적인 곡이 어쩐지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다.

그는 멤버들이 돌아보며 웃는 뮤직비디오의 엔딩까지 다 보았다.

좋지만, …이상하게 울렁거렸다.

“…….”

하지만 그는 고민하다가 메시지 어플을 켰다.

‘…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래도 연락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약간 떨리는 손으로 문자를 넣었다.

수신자는 ‘류건우’였다.

그리고 남자, 선아현이 생각한 대로, 그가 도착해서 일정을 수행하고 있을 때 길거리는 위시즈의 음원으로 가득했다.

* * *

“며, 몇 위예요?”

긴장한 질문에 청려가 웃으며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화면에 떠 있는 것은 일간 음원 차트.

“1위.”

“…!!”

“대대대박!!”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지는 놈들 사이로 경력직들도 히죽거리며 웃는다.

아무리 그래도 음원 1위를 할 일은 이런 미친 짓이 아니고서야 없으니, 솔직히 인상적이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우리도 사실 처음이고.’

아마 VTIC도 자주 경험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일간 1위의 곡을 새삼스럽게 보았다.

“래빈아 고마워!”

“정말 고마워!”

“다, 다 같이 이뤄낸 성과로 그런 과분한 감사 인사를 받기엔 제가….”

“김래빈 잘했어!”

“어억.”

나는 무수한 포옹 더미 속에 무너지는 김래빈을 보며 피식 웃었다.

청려가 실실 웃으며 다가와서 작게 말한다.

“제일 어려운 게 남았네요. 유지.”

“어.”

그렇지.

음원을 노렸다면, 유지력은 필수 항목이다.

‘순위 굳히기 들어가서 롱런해야 점수를 제대로 먹는 거지.’

곡과 전략이 다 좋았으니 솔직히 등수 방어에 자신이 없진 않다만, 그렇다고 이제부터 손 놓고 있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니까 꾸준히 예능 프로그램과 인터넷 컨텐츠들에서 곡이 들리도록 해야 한다.

“티홀릭한테 밀리면 안 돼.”

“바빠지겠네요.”

글로벌 겨냥의 각종 투어와 해외 활동은 이번엔 올스탑.

모든 전력을 다 홍보용 출연 일정에 쏟았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일도 있는 것이다.

“…! 안녕하세요.”

……청려를 낀 상태로 선아현과 같은 예능에 나오게 되는 일 말이다.

나는 가까스로 대응했다.

“……예.”

“이렇게 뵐 줄은 몰랐어요.”

어 나도 그렇다.

‘돌아버리겠네.’

발레리노 국뽕 네임드가 왜 특집으로 안 나오고 우리랑 같이 나오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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