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40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01화
스테이지 위로 곡이 흐른다. 강아지 탈 아래, 가수의 목소리가 들린다.
대학생은 그것에 귀를 기울였다.
-가장 아름다운 마음으로
당신에게 건넬 나의 고백
부드럽고 온화한 노랫말이 이어진다.
-더없이 선량한 마음으로
당신에게 드릴 나의 사랑
그것은 청혼가, 결혼식 축가로 유명한 사랑 노래였다.
‘아.’
그러나 여기서는 ‘그런 류’의 사랑으로 들리지 않았다.
강아지의 형상 때문인지, 아니면 목소리의 탓인지를 몰라도.
-사랑이 들리면
나를 생각해줘요
가족을 구하는 강아지.
피켓에 적힌 것은 분명 농담이었는데, 어쩐지 그 농담과 노랫말이 연결되자… 우스움이 사라진다.
-오늘도 내일도
그대를 사랑해요
남녀가 같이 부르는 혼성곡은, 강아지 인형 속 가수의 목소리로 담백하게 울렸다.
더 파격적이거나 더 강렬한 선택을 할 수 있었는데도 이 곡을 고른 것.
그것이 도리어 무대의 전달력을 증폭시킨다. 묘하게.
-그대를 사랑해요
웰시코기는 아주 깊고 풍부한 음색으로 자신의 파이널 곡을 마무리했다.
관객석의 박수가 오래도록 머물렀다.
“…….”
대학생은 뭔지 모를 감상에 빠져서 TV 앞에 굳었다.
이상한 그리움 같은 것이, 노스탤지어가 그녀를 부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가만히….
[‘너희 집 웰시코기’의 감명 넘치는 무대!]
“…! 후.”
MC의 큰 목소리와 자막이 오디오를 울린다. 대학생은 겨우 머리를 털며 현실감을 찾았다.
‘아무튼… 좋네.’
방송용 송출에서 어마어마한 보정 과정을 거친 게 아니라면, 승자는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마어마한 성량이나 고음 기교를 뽐내지 않고도, 있어야 할 소리가 정확한 자리에 꼭 차 아름다운 한 곡을 만들었으니까.
[승자는… ‘너희 집 웰시코기’!]
아니나 다를까, 보기 좋은 점수 차로 승자가 나왔다.
[이것으로 에서 만들 가수는 ‘너희 집 웰시코기’가 되었습니다!]
웰시코기가 감격한 것처럼 양 앞발로 볼을 누른다.
그것이 제법 귀엽고 우승을 축하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역시 본론은 다음이다.
‘정체!’
우승 목전에서 진 패자가 아쉬운 인사를 남기고 떠난 후, 드디어 웰시코기에게로 다시 흐름이 돌아왔다.
[이제 드디어~ 우리의 우승자를 만나볼 시간입니다!]
꽃가루가 터진다.
피켓을 끌어안는 퍼포먼스를 보이는 웰시코기에게 웃음 섞인 환호가 쏟아지는 가운데, MC가 드디어 입을 연다.
[의 크리에이터는….]
웰시코기는 신호에 맞춰서 피켓을 내리고 다시 양 앞발을 들더니 쓱, 탈을 벗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것은… 땀에 젖은 흑발과 차갑게 잘생긴 얼굴.
“……!!”
[대형신인 위시즈의 메인보컬, 류건우 씨입니다!]
…아이돌이 맞았다.
하지만 맞아 들어간 추리에 전율을 느낄 것도 없이, 경악이 그녀의 몸을 지배했다.
무명이 아니라, 이미… 아는 얼굴이라서!
‘류건우??’
한번 발 담가볼까 고민했던 모 사내 서바이벌 출신 메인보컬이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아니, 서바에서도 잘한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니, 일단 얼굴이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서 적당히 보고 말긴 했지만.
애초에 정체가 신인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관종과 위트의 사이에서 절묘히 줄 타는 캐릭터 하며, 애교나 곡 스펙트럼이 분명 5년은 묵은 아이돌일 거라 생각했는데… 신인?
‘그것도 연습생 3개월 출신이…!’
저, 저 얼굴로 웰시코기 탈을 뒤집어쓴 채 천연덕스럽게 재롱을 부려?
입을 벌리고 TV를 보는 사이, 류건우가 웃으며 인형 탈을 옆구리에 낀다.
그리고 다시 마이크를 잡아 들었다.
[안녕하세요. 위시즈의 류건우입니다. ‘너희 집 웰시코기’에게 표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관객들의 신음과 괴상한 비명이 섞여 이상한 호응이 나오고, 다시 웃음이 터진다.
[우승 소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사실 감히 우승을 생각하진 못했고, 제가 좋아하는 걸 열심히 만들어 보여드리는 걸 목표로 한 건데, 정말… 안 믿기네요.]
[어떤 점이요?]
[다들 저랑 이렇게까지 개그 취향이 비슷하시다는 게.]
박수가 터진다. MC도 히죽거리는 입을 겨우 참으며 되묻는다.
[웰시코기도 좋아하시나요??]
[노란 강아지를 좋아해서요.]
그렇게 말하며, 류건우는 노란 강아지 머리 탈을 끌어안고 웃었다.
차갑고 섬세해 보이던 인상이 갑자기 누그러지며, 어쩐지 귀엽게 보였다….
[우승 크리에이터에게 다시 한번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류건우님이 만드신 ‘너희 집 웰시코기’는 이번 한 달 방송국 마스코트로 활약하게 됩니다.]
따다단!
웅장한 BGM과 함께 다시 탈을 뒤집어쓴 웰시코기가 한 발을 들어 올리며 귀엽게 피켓을 흔든다. 대학생은 반사적으로 화면을 향해 손을 흔들어줄 뻔했다.
그렇게 방송은 끝났다.
하지만 시작된 마음속 동요는 끝나지 않았다.
“…….”
대학생은 결국 스마트폰을 들었다.
새로운 류건우 팬 계정이 생성되기 30초 전까지의 상황이었다.
* * *
날로 먹었군.
특별편성 프로그램이라 섭외 라인업은 별로인데, 막상 뚜껑을 열면 반응은 좋을 예정이라는 게 정말 최고의 조건이었다.
‘편집도 잘 나왔고.’
나는 벌써 실시간 검색어에 뜨는 ‘위시즈 류건우’를 보며 만족스럽게 평가했다.
야간에 무슨 인터뷰 스케줄이 잡혀서 샵에 앉아 있는 상황이라 시간은 많았다.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는 축하 메시지도 확인할 수 있고 말이다.
이모티콘이 줄줄 달리는 단체메시지방을 확인할 때였다.
개인 메시지가 왔다.
-큰세진 : ㅎㅎㅎㅎ
-큰세진 : 문대문대 이거 봤나 (링크)
“음?”
링크 주소를 확인했다.
‘SNS인데.’
그 웰시코기로 또 밈이라도 생긴 건가.
아직 제대로 모니터링을 못 했으니 한번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클릭했다.
바로 몇 분 전에 올라온 새 글이 뜬다.
-건우 진짜 너무 귀엽다 미칠 것 같음 일주일 넘게 잠도 못 자고 떡밥만 기다리는 중
…내 팬인가.
예능 언급이 있는 걸 보니 이번에 개 탈로 관심을 가진 사람인가 보다.
‘진짜 모니터링하라는 거냐.’
힘내라는 의도면 실패라고 말할 순 없겠군. 나는 피식 웃으며 스크롤을 내렸다.
눈을 희번득거리는 웰시코기 팬아트와 탈, 그리고 탈 벗는 동영상이 지나가고, 내 데뷔 활동사진들이 지나가면 다시 잡담이 나온다.
-사실 저는 건우의 실물을 본 적이 있습니다 와이즈 게릴라 콘 때 타 멤버와 허그 이벤트를 한 적이 있기 때문…
어.
└악ㅠㅠ
└왜 건우 안 골랐어ㅠㅠ
└친구가 부탁해서 다른 멤 응원 멘트했어야만.. 근데 그 멤도 귀여웠음 오직 메보만 보는 내 심장이 안 뛰어서 문제지…
그리고 신나게 대화하던 이 사람은 반응이 커지자 인증샷까지 첨부해 놨다.
-그때 받은 참가 팔찌.. 주작 얘기 그만하세여 (사진)
사진 속에 있는 것은 팔찌를 한 손목에 걸린 종이띠.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옷감이었다.
진채율에게 허그를 받던 사람이 입은 하늘색 니트. 그리고 팔찌.
박문대의 첫 번째 홈마가 그때 입었던 옷차림이다.
“…….”
설마.
-취향 개조 당한 줄 알았는데 아닌 듯 냉건우 같은 소리 나한테는 안 통해 건뭉이 절대 지켜
-ㅎㅎ대포 대여하면 미친 짓이겠지 저도 압니다 하지만 하고 싶어짐…
계정이 올린 글은 거기서 끝났다.
“…….”
나는 조용히 스마트폰을 내렸다.
“건우 씨, 뭐 좋은 일 있으세요?”
“네. 조금.”
“오~ 아, 그 웰시코기 그거구나!”
비슷했다.
이걸로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어쩐지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날 인터뷰를 계획보다도 좀 더 공들여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사이, 예능으로 인한 파급력은 점점 더 주체할 수 없이 커지고 있었다.
* * *
일단 좀 더 시간을 뒤로 돌려서 보자.
이 방영되기 전, 기사가 뜰 때부터 흐름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애들 예능 나온다 (링크)
-헐 재난탈출ㅋㅋㅋㅋㅋ 어떡해 너무 기대됨
-ㅋㅋㅋ리액션 재밌는 애들만 모아서 출연시키는 건가 봐!
그룹이 예능용 멤버를 정해서 프로그램에 밀어주는 것은 제법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런 거려니 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첫 타로 방영된 것이 VTIC 세 놈이 출연한, 재난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대처 방법을 보는 프로그램이다.
먼저 말해두겠다.
…청려의 인선은 옳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샤머니즘이 나온 거구나 싶었음
-만화에서 본 방법을 말하는 나 (정우단 캡처)
선동당하는 친구 (진채율, 오윤신 캡처)
예스맨 둘은 갑작스러운 경보나 지진에 기겁하면서도 뭐라도 빠르게 해보려는 모습으로 기특하다는 반응을 불러왔다.
그리고 주단은 거기서도 개소리를 하는데 그게 정말 효과가 있어서 둘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모습으로 어필했다.
그렇게 셋이 SNS를 주로 이용하는 어린 팬층에게 어필하고 있을 때.
다른 타겟층을 노린 예능도 방영되었다.
-네발친구 나온 남돌 셋 다 미쳤다 제발 다음 시즌에도 나와줘
-신재현 네발친구 나왔구나 어쩐지 엄마가 우리 재현이 같은 소리 하더라
-60kg 말라뮤트 번쩍 드는 류청우 팔 보고 다들 행복해지자 (캡처)
라는 문제견 지도 프로그램 새 시즌에 고정 출연한 두 놈은 개를 상당히 잘 케어했다.
웃김보단 훈훈함에 집중했지만, 그래서 더 얻어가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든든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호감형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누구든 좋다 결혼하자
-갱얼쥐를 봐야하는데 그 옆에 신재현을 보게 되네 그러니까 왜 그렇게 침착하고 다정하래ㅜㅜ
-와 한 번쯤은 질색할 법도 한데 인내심 뭐냐
그렇게 좀 더 폭넓은 중장년층에게까지 어필에 성공했다.
여기까진 팬들이 문어발 같은 개인 활동에 불안해하면서도 완전히 터지진 않았다. 적절하게 느껴지고, 성공 효과도 분명했으니까.
그러나 엄청난 어그로는 다음 타자로 도착했다.
-김래빈 출연, 차유진 출연….
-????
차유진의 군대 예능과 김래빈의 래퍼 서바이벌 출연.
주옥같은 라인업에 팬들이 불을 뿜었다.
-김태인 미친놈 선 넘네ㅋㅋㅋㅋ장난하나
-아니 방금 서바한 애를 또 서바를 시키냐고 그것도 래퍼? 아이돌 지망도 아니었던 애 겨우 아이돌 시켜놨더니 미쳤어?
-야 아무리 예능이라도 고등학생 군대 보내는 건 좀 너무하잖아 애기 한테ㅠㅠ
소속사에 팩스 총공이라도 할 것처럼 분위기가 달아올랐으나, 그보다 먼저 예능이 본방송을 탔다.
바로 차유진의 군대 예능이.
-ㅅㅂ
그리고 사태는 팬들이 걱정하는 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이새끼 골때리네 조교가 말문 막힘
-프로그램 끝나면 귀국할 듯
-면제 보내보고 싶었던 거면 차라리 류청우 보내지 그랬냐 그게 더 궁금함
-개웃긴데 손톱 물어뜯고 싶어지는 걸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거임?
방송 극초반.
차유진은 여느 외국인 캐릭터처럼 소통 문제로 4차원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감초 역할, 혹은 리액션을 따기 위한 외부자의 느낌으로 나왔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시청자들도 웃음으로 넘어가긴 했지만, ‘외국인 막내 깍두기’ 이미지가 붙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유진이도 답답할 건 알겠는데 너무 웃곀ㅋㅋㅋㅋ
-근데 그래도 씩씩하다 귀엽기도 하고ㅠㅠ우는 소리도 안 하잖아
이 정도의 분위기.
하지만 이 평가는 2화를 기점으로 완전히 뒤집힌다.
차유진에게는, 속된 말로 일머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차유진 : 제가 받겠습니다!]
-유진 차 왜 군장행군 낙오 안 됨
-X나 잘 버티네
-의외로 싹싹하고 군말 없자너 자유의 나라 아메리카에서 온 사람 맞냐 코리아식 상명하복 적응완료 무슨 일임
-헬기 레펠 웃으면서 하네 ㅅㅂㅋㅋㅋㅋㅋ
예능이다 보니 실제 군대에서의 삶은 무늬와 틀만 빌려왔을 뿐, 훈련 일정 자체는 일관성 없이 자극적으로 짜여 있었다.
덕분에 담력이나 체력이 쥐어짜지는 파트가 많았는데, 차유진은 그런 곳마다 눈에 띄게 활약했다.
게다가 뺀질거리지도 않자 당황하는 사람들까지 나왔다.
-유격만 줄창하는데 군소리 한번 안 해? 편집한 거 아니냐
-원래 미식축구하던 애라 그런 듯ㄷㄷ천조국 쿼터백
└와ㅋㅋㅋㅋ ㄹㅇ임?
-운동하던 애였구나 어쩐지
-쓸데없이 오버하는 리액션 없어서 좋다 군대랍시고 캠프 쳐와선 예능형 리액션 극혐임
결국 차유진은 열흘의 촬영 중 마지막 나흘에선 흠잡을 곳 없는 에이스 편집을 몰아받았다.
원래도 인기는 있던 예능이라, 덕분에 차유진은 이 열흘의 분량이 2달에 걸쳐 방영된 후엔 거의 밈 수준으로 인지도가 올라왔다.
“축하한다.”
촬영을 마치고 귀환한 날, ‘날 제외한 모든 사람이 풋볼 코치라고 생각했다’라는 대단한 감상을 남겼던 차유진은 심드렁히 어깨를 으쓱했다.
“형 미워요. 저 안 잊어요.”
오냐.
“다른 감상은?”
“저기 밥이 맛없어요. 그리고 모두 김래빈 말투 써요.”
사흘이 지난 후에야 자기 말투를 되찾은 차유진은 TV를 가리키며 입을 내밀었다.
마침 장본인이 나오고 있다.
[김래빈 :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선중 : 저 이제 저 말이 무서워요.]
바로 준결승전을 준비 중인 이다.
이쯤 오니 김래빈은 프로그램 내에서 거의 저승사자 같은 이미지가 되어 있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건 좀 나중에 설명하고, 결론만 말하자면 이쪽도 인지도 떡상이다.
진채율이 싱글벙글 웃으며 거실에 앉는다.
“와, 래빈이는 래퍼인 줄 아는 사람도 많죠?”
“쟤 나가서 인사마다 위시즈 이야기하던데.”
“세상에.”
그리고 오늘 내 정체가 공개되면서, 전 멤버가 잘나가는 예능에서 한 번씩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상태가 된 것이다.
당연하지만 빌드업되던 목소리가 터졌다.
-대체 위시즈 뭐하는 그룹이냐고
-정신 차려보니 모르는 멤버가 없음 곡은 모르는데 이게 가능한 일임? 사실 개그맨 그룹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놀랍게도 무대는 더 잘함 전설의 데뷔 무대 보고 오세요 한 명도 빠짐없이 무대 다 찢음 (링크)
└개잘하네
└ㅅㅂ입벌리고 봄 이게 실제상황이라니
└아니 근데 쟤네가 다 한자리에 있으니까 세계관 붕괴하는 느낌임
화제성이 최고조일 때.
‘됐다.’
새 앨범이 나올 적기였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01화
스테이지 위로 곡이 흐른다. 강아지 탈 아래, 가수의 목소리가 들린다.
대학생은 그것에 귀를 기울였다.
-가장 아름다운 마음으로
당신에게 건넬 나의 고백
부드럽고 온화한 노랫말이 이어진다.
-더없이 선량한 마음으로
당신에게 드릴 나의 사랑
그것은 청혼가, 결혼식 축가로 유명한 사랑 노래였다.
‘아.’
그러나 여기서는 ‘그런 류’의 사랑으로 들리지 않았다.
강아지의 형상 때문인지, 아니면 목소리의 탓인지를 몰라도.
-사랑이 들리면
나를 생각해줘요
가족을 구하는 강아지.
피켓에 적힌 것은 분명 농담이었는데, 어쩐지 그 농담과 노랫말이 연결되자… 우스움이 사라진다.
-오늘도 내일도
그대를 사랑해요
남녀가 같이 부르는 혼성곡은, 강아지 인형 속 가수의 목소리로 담백하게 울렸다.
더 파격적이거나 더 강렬한 선택을 할 수 있었는데도 이 곡을 고른 것.
그것이 도리어 무대의 전달력을 증폭시킨다. 묘하게.
-그대를 사랑해요
웰시코기는 아주 깊고 풍부한 음색으로 자신의 파이널 곡을 마무리했다.
관객석의 박수가 오래도록 머물렀다.
“…….”
대학생은 뭔지 모를 감상에 빠져서 TV 앞에 굳었다.
이상한 그리움 같은 것이, 노스탤지어가 그녀를 부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가만히….
“…! 후.”
MC의 큰 목소리와 자막이 오디오를 울린다. 대학생은 겨우 머리를 털며 현실감을 찾았다.
‘아무튼… 좋네.’
방송용 송출에서 어마어마한 보정 과정을 거친 게 아니라면, 승자는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마어마한 성량이나 고음 기교를 뽐내지 않고도, 있어야 할 소리가 정확한 자리에 꼭 차 아름다운 한 곡을 만들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보기 좋은 점수 차로 승자가 나왔다.
웰시코기가 감격한 것처럼 양 앞발로 볼을 누른다.
그것이 제법 귀엽고 우승을 축하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역시 본론은 다음이다.
‘정체!’
우승 목전에서 진 패자가 아쉬운 인사를 남기고 떠난 후, 드디어 웰시코기에게로 다시 흐름이 돌아왔다.
꽃가루가 터진다.
피켓을 끌어안는 퍼포먼스를 보이는 웰시코기에게 웃음 섞인 환호가 쏟아지는 가운데, MC가 드디어 입을 연다.
웰시코기는 신호에 맞춰서 피켓을 내리고 다시 양 앞발을 들더니 쓱, 탈을 벗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것은… 땀에 젖은 흑발과 차갑게 잘생긴 얼굴.
“……!!”
…아이돌이 맞았다.
하지만 맞아 들어간 추리에 전율을 느낄 것도 없이, 경악이 그녀의 몸을 지배했다.
무명이 아니라, 이미… 아는 얼굴이라서!
‘류건우??’
한번 발 담가볼까 고민했던 모 사내 서바이벌 출신 메인보컬이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아니, 서바에서도 잘한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니, 일단 얼굴이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서 적당히 보고 말긴 했지만.
애초에 정체가 신인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관종과 위트의 사이에서 절묘히 줄 타는 캐릭터 하며, 애교나 곡 스펙트럼이 분명 5년은 묵은 아이돌일 거라 생각했는데… 신인?
‘그것도 연습생 3개월 출신이…!’
저, 저 얼굴로 웰시코기 탈을 뒤집어쓴 채 천연덕스럽게 재롱을 부려?
입을 벌리고 TV를 보는 사이, 류건우가 웃으며 인형 탈을 옆구리에 낀다.
그리고 다시 마이크를 잡아 들었다.
관객들의 신음과 괴상한 비명이 섞여 이상한 호응이 나오고, 다시 웃음이 터진다.
박수가 터진다. MC도 히죽거리는 입을 겨우 참으며 되묻는다.
그렇게 말하며, 류건우는 노란 강아지 머리 탈을 끌어안고 웃었다.
차갑고 섬세해 보이던 인상이 갑자기 누그러지며, 어쩐지 귀엽게 보였다….
따다단!
웅장한 BGM과 함께 다시 탈을 뒤집어쓴 웰시코기가 한 발을 들어 올리며 귀엽게 피켓을 흔든다. 대학생은 반사적으로 화면을 향해 손을 흔들어줄 뻔했다.
그렇게 방송은 끝났다.
하지만 시작된 마음속 동요는 끝나지 않았다.
“…….”
대학생은 결국 스마트폰을 들었다.
새로운 류건우 팬 계정이 생성되기 30초 전까지의 상황이었다.
* * *
날로 먹었군.
특별편성 프로그램이라 섭외 라인업은 별로인데, 막상 뚜껑을 열면 반응은 좋을 예정이라는 게 정말 최고의 조건이었다.
‘편집도 잘 나왔고.’
나는 벌써 실시간 검색어에 뜨는 ‘위시즈 류건우’를 보며 만족스럽게 평가했다.
야간에 무슨 인터뷰 스케줄이 잡혀서 샵에 앉아 있는 상황이라 시간은 많았다.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는 축하 메시지도 확인할 수 있고 말이다.
이모티콘이 줄줄 달리는 단체메시지방을 확인할 때였다.
개인 메시지가 왔다.
-큰세진 : ㅎㅎㅎㅎ
-큰세진 : 문대문대 이거 봤나 (링크)
“음?”
링크 주소를 확인했다.
‘SNS인데.’
그 웰시코기로 또 밈이라도 생긴 건가.
아직 제대로 모니터링을 못 했으니 한번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클릭했다.
바로 몇 분 전에 올라온 새 글이 뜬다.
-건우 진짜 너무 귀엽다 미칠 것 같음 일주일 넘게 잠도 못 자고 떡밥만 기다리는 중
…내 팬인가.
예능 언급이 있는 걸 보니 이번에 개 탈로 관심을 가진 사람인가 보다.
‘진짜 모니터링하라는 거냐.’
힘내라는 의도면 실패라고 말할 순 없겠군. 나는 피식 웃으며 스크롤을 내렸다.
눈을 희번득거리는 웰시코기 팬아트와 탈, 그리고 탈 벗는 동영상이 지나가고, 내 데뷔 활동사진들이 지나가면 다시 잡담이 나온다.
-사실 저는 건우의 실물을 본 적이 있습니다 와이즈 게릴라 콘 때 타 멤버와 허그 이벤트를 한 적이 있기 때문…
어.
└악ㅠㅠ
└왜 건우 안 골랐어ㅠㅠ
└친구가 부탁해서 다른 멤 응원 멘트했어야만.. 근데 그 멤도 귀여웠음 오직 메보만 보는 내 심장이 안 뛰어서 문제지…
그리고 신나게 대화하던 이 사람은 반응이 커지자 인증샷까지 첨부해 놨다.
-그때 받은 참가 팔찌.. 주작 얘기 그만하세여 (사진)
사진 속에 있는 것은 팔찌를 한 손목에 걸린 종이띠.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옷감이었다.
진채율에게 허그를 받던 사람이 입은 하늘색 니트. 그리고 팔찌.
박문대의 첫 번째 홈마가 그때 입었던 옷차림이다.
“…….”
설마.
-취향 개조 당한 줄 알았는데 아닌 듯 냉건우 같은 소리 나한테는 안 통해 건뭉이 절대 지켜
-ㅎㅎ대포 대여하면 미친 짓이겠지 저도 압니다 하지만 하고 싶어짐…
계정이 올린 글은 거기서 끝났다.
“…….”
나는 조용히 스마트폰을 내렸다.
“건우 씨, 뭐 좋은 일 있으세요?”
“네. 조금.”
“오~ 아, 그 웰시코기 그거구나!”
비슷했다.
이걸로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어쩐지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날 인터뷰를 계획보다도 좀 더 공들여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사이, 예능으로 인한 파급력은 점점 더 주체할 수 없이 커지고 있었다.
* * *
일단 좀 더 시간을 뒤로 돌려서 보자.
이 방영되기 전, 기사가 뜰 때부터 흐름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애들 예능 나온다 (링크)
-헐 재난탈출ㅋㅋㅋㅋㅋ 어떡해 너무 기대됨
-ㅋㅋㅋ리액션 재밌는 애들만 모아서 출연시키는 건가 봐!
그룹이 예능용 멤버를 정해서 프로그램에 밀어주는 것은 제법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런 거려니 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첫 타로 방영된 것이 VTIC 세 놈이 출연한, 재난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대처 방법을 보는 프로그램이다.
먼저 말해두겠다.
…청려의 인선은 옳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샤머니즘이 나온 거구나 싶었음
-만화에서 본 방법을 말하는 나 (정우단 캡처)
선동당하는 친구 (진채율, 오윤신 캡처)
예스맨 둘은 갑작스러운 경보나 지진에 기겁하면서도 뭐라도 빠르게 해보려는 모습으로 기특하다는 반응을 불러왔다.
그리고 주단은 거기서도 개소리를 하는데 그게 정말 효과가 있어서 둘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모습으로 어필했다.
그렇게 셋이 SNS를 주로 이용하는 어린 팬층에게 어필하고 있을 때.
다른 타겟층을 노린 예능도 방영되었다.
-네발친구 나온 남돌 셋 다 미쳤다 제발 다음 시즌에도 나와줘
-신재현 네발친구 나왔구나 어쩐지 엄마가 우리 재현이 같은 소리 하더라
-60kg 말라뮤트 번쩍 드는 류청우 팔 보고 다들 행복해지자 (캡처)
라는 문제견 지도 프로그램 새 시즌에 고정 출연한 두 놈은 개를 상당히 잘 케어했다.
웃김보단 훈훈함에 집중했지만, 그래서 더 얻어가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든든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호감형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누구든 좋다 결혼하자
-갱얼쥐를 봐야하는데 그 옆에 신재현을 보게 되네 그러니까 왜 그렇게 침착하고 다정하래ㅜㅜ
-와 한 번쯤은 질색할 법도 한데 인내심 뭐냐
그렇게 좀 더 폭넓은 중장년층에게까지 어필에 성공했다.
여기까진 팬들이 문어발 같은 개인 활동에 불안해하면서도 완전히 터지진 않았다. 적절하게 느껴지고, 성공 효과도 분명했으니까.
그러나 엄청난 어그로는 다음 타자로 도착했다.
-김래빈 출연, 차유진 출연….
-????
차유진의 군대 예능과 김래빈의 래퍼 서바이벌 출연.
주옥같은 라인업에 팬들이 불을 뿜었다.
-김태인 미친놈 선 넘네ㅋㅋㅋㅋ장난하나
-아니 방금 서바한 애를 또 서바를 시키냐고 그것도 래퍼? 아이돌 지망도 아니었던 애 겨우 아이돌 시켜놨더니 미쳤어?
-야 아무리 예능이라도 고등학생 군대 보내는 건 좀 너무하잖아 애기 한테ㅠㅠ
소속사에 팩스 총공이라도 할 것처럼 분위기가 달아올랐으나, 그보다 먼저 예능이 본방송을 탔다.
바로 차유진의 군대 예능이.
-ㅅㅂ
그리고 사태는 팬들이 걱정하는 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이새끼 골때리네 조교가 말문 막힘
-프로그램 끝나면 귀국할 듯
-면제 보내보고 싶었던 거면 차라리 류청우 보내지 그랬냐 그게 더 궁금함
-개웃긴데 손톱 물어뜯고 싶어지는 걸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거임?
방송 극초반.
차유진은 여느 외국인 캐릭터처럼 소통 문제로 4차원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감초 역할, 혹은 리액션을 따기 위한 외부자의 느낌으로 나왔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시청자들도 웃음으로 넘어가긴 했지만, ‘외국인 막내 깍두기’ 이미지가 붙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유진이도 답답할 건 알겠는데 너무 웃곀ㅋㅋㅋㅋ
-근데 그래도 씩씩하다 귀엽기도 하고ㅠㅠ우는 소리도 안 하잖아
이 정도의 분위기.
하지만 이 평가는 2화를 기점으로 완전히 뒤집힌다.
차유진에게는, 속된 말로 일머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진 차 왜 군장행군 낙오 안 됨
-X나 잘 버티네
-의외로 싹싹하고 군말 없자너 자유의 나라 아메리카에서 온 사람 맞냐 코리아식 상명하복 적응완료 무슨 일임
-헬기 레펠 웃으면서 하네 ㅅㅂㅋㅋㅋㅋㅋ
예능이다 보니 실제 군대에서의 삶은 무늬와 틀만 빌려왔을 뿐, 훈련 일정 자체는 일관성 없이 자극적으로 짜여 있었다.
덕분에 담력이나 체력이 쥐어짜지는 파트가 많았는데, 차유진은 그런 곳마다 눈에 띄게 활약했다.
게다가 뺀질거리지도 않자 당황하는 사람들까지 나왔다.
-유격만 줄창하는데 군소리 한번 안 해? 편집한 거 아니냐
-원래 미식축구하던 애라 그런 듯ㄷㄷ천조국 쿼터백
└와ㅋㅋㅋㅋ ㄹㅇ임?
-운동하던 애였구나 어쩐지
-쓸데없이 오버하는 리액션 없어서 좋다 군대랍시고 캠프 쳐와선 예능형 리액션 극혐임
결국 차유진은 열흘의 촬영 중 마지막 나흘에선 흠잡을 곳 없는 에이스 편집을 몰아받았다.
원래도 인기는 있던 예능이라, 덕분에 차유진은 이 열흘의 분량이 2달에 걸쳐 방영된 후엔 거의 밈 수준으로 인지도가 올라왔다.
“축하한다.”
촬영을 마치고 귀환한 날, ‘날 제외한 모든 사람이 풋볼 코치라고 생각했다’라는 대단한 감상을 남겼던 차유진은 심드렁히 어깨를 으쓱했다.
“형 미워요. 저 안 잊어요.”
오냐.
“다른 감상은?”
“저기 밥이 맛없어요. 그리고 모두 김래빈 말투 써요.”
사흘이 지난 후에야 자기 말투를 되찾은 차유진은 TV를 가리키며 입을 내밀었다.
마침 장본인이 나오고 있다.
바로 준결승전을 준비 중인 이다.
이쯤 오니 김래빈은 프로그램 내에서 거의 저승사자 같은 이미지가 되어 있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건 좀 나중에 설명하고, 결론만 말하자면 이쪽도 인지도 떡상이다.
진채율이 싱글벙글 웃으며 거실에 앉는다.
“와, 래빈이는 래퍼인 줄 아는 사람도 많죠?”
“쟤 나가서 인사마다 위시즈 이야기하던데.”
“세상에.”
그리고 오늘 내 정체가 공개되면서, 전 멤버가 잘나가는 예능에서 한 번씩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상태가 된 것이다.
당연하지만 빌드업되던 목소리가 터졌다.
-대체 위시즈 뭐하는 그룹이냐고
-정신 차려보니 모르는 멤버가 없음 곡은 모르는데 이게 가능한 일임? 사실 개그맨 그룹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놀랍게도 무대는 더 잘함 전설의 데뷔 무대 보고 오세요 한 명도 빠짐없이 무대 다 찢음 (링크)
└개잘하네
└ㅅㅂ입벌리고 봄 이게 실제상황이라니
└아니 근데 쟤네가 다 한자리에 있으니까 세계관 붕괴하는 느낌임
화제성이 최고조일 때.
‘됐다.’
새 앨범이 나올 적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