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397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97화
연습이 한창인 촬영장.
연습생들은 더없이 진지하고 오로지 파이널을 향해 열중하는 것 같지만, 물밑으로 대화가 오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과연 하위권 참가자 중 누가 생존할 것인가.
-누구 찍을 거야?
-몰라 그때 보고.
무기명 투표라고 하지만 인터뷰에서도 은근히 떠본다.
-혹시 이미 마음 정하셨나요?
여기 의 한 참가자도 ‘열심히 고민 중입니다’ 따위의 적당한 대답을 말하긴 했지만 사실 거의 결정 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두 명이나 찍으라는데 고민할 게 있을 리가.’
보통 탈락할 한 사람, 붙을 한 사람 따위여야 어려운 것이다. 최선과 차선을 다 투표할 수 있으니 뭐가 어렵냔 말이다.
‘안 찍을 놈 빼면 되잖아.’
일단 한 놈은 이미 암묵적 자격 미달이 되었다.
-뭐, 이 개XX!
어휴.
‘밥 먹다 갑자기 급발진해서 사람 패려고 하는 새끼랑 활동하겠냐.’
3년 후 폭행 사건이 터지는 것을 아는 신재현이 행동부터 소식 전파까지 깔끔히 유도했다는 것을 까마득히 모르면서도 참가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 사람을 제외하고 나니, 결국 세 사람이 남은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한 사람 더 제외하기는 더 간단했다.
덜 가까운 사람. 잘 모르는 사람. 연습생 생활이 전무한 사람.
바로 가장 최근에 투입된 보충반이다.
류청우.
‘걔야 알아서 잘 살겠지.’
연금 받는 전 국가대표와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친근감이 드는 것도 없었다.
‘그럼 남은 둘 찍으면 끝이잖아.’
원래 연습하면서 안면도 있었고, 왠지 떨어뜨리기 찝찝한, 무난한 둘을 고르기로 이미 기존 연습생들은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
투표 받는 당사자들도 투표를 할 수 있는데, 이미 그 둘이 친하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분위기 조성도 다 됐다.
‘그렇게 가겠지, 뭐.’
참가자가 그렇게 결론 내린 뒤, 다시 빈둥거리며 꿀 같은 잠깐의 농땡이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달칵.
연습실 문이 열리며 말이 들린다.
“…니까 투표하기가 고민이 되는 거지.”
“그렇긴 합니다.”
낯익은 참가자들의 목소리.
‘어.’
순간, 연습실 음향 장치 뒤에 누워서 쉬던 참가자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류건우와 정우단의 목소리는 대화를 계속한다.
“넌 생각한 사람 있냐.”
“뭐… 형은 류청우 형 찍으실 겁니까?”
“일단은. 넌?”
사람이 있는 걸 모르는지 편하게 대화한다. 열등반 참가자는 자신도 모르게 그 대화를 조용히 엿들었다.
“다환 형을 생각 중이긴 한데요.”
“아.”
김다환은 그가 찍으려던 두 사람 중 하나였다.
안 그래도 방금 생각하던 화제가 나온 탓에, 참가자는 숨을 죽이고 순간 대화에 집중했다.
“난 좋은데. 댄스 포지션이 좀 과포화 같기는 하지만.”
류건우는 약간 뜸을 들였으나, 곧 카메라가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는지 편하게 말했다.
“우린 상관없지. 보컬이니까.”
‘…!’
포지션?
“네. 잘하는 사람이 들어와서 평균 역량이 좋아지면 이득이죠.”
“그래. 이런 고민은 사장님이 하시겠지.”
아.
그리고 둘은 서로 찍기로 한 사람을 찍어주자고 하며, 아직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연습실을 나섰다.
“아직 다들 안 왔네.”
“너무 일렀습니다. 그럼 잠깐 다른….”
쿵.
“…….”
문이 닫혔다. 하지만 참가자는 다소 심란하게 생각했다.
댄스 포지션이 과포화 상태라고?
“…그러네.”
그 말이 맞았다. 지금 남은 사람 중 보컬 포지션은 기껏해야 저 둘을 포함해 네 명.
랩 포지션은 보충반의 인상 살벌한 한 녀석만 남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댄스 포지션만 7명으로 과포화 상태였다.
그런데 최상위권에는 괴물이 따로 없는 신재현과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보충반 차유진이 있으니….
‘……자리가 없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차이.
당장 본인도 댄스 포지션인 참가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게다가 다른 말도 마음에 걸렸다.
-이런 고민은 사장님이 하시겠지.
멤버가 시청자 개인 투표로 뽑히는 것도 아니고 사장이 뽑는다.
사장의 성향상 당연히 포지션 균형을 고려해서 뽑을 테니, 그렇다면… 정말로 위험했다.
“…….”
갑작스럽게 닥쳐온 위기감에 참가자는 입을 깨물었다.
선택지가 자유로운 상황에서 사람은 결국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합리화하게 되기 마련이다.
특히 코앞에 데뷔라는 거대한 먹잇감이 목표로 달랑거리는 시점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결론은 빨랐다.
‘…경쟁자는 최대한 빼는 게 맞지. 내가 호구도 아니고.’
-댄스 포지션인 탈락 후보는 여기서 보내야 한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곧 결심한 후 조용히 연습실을 나와 복도를 달렸다.
그리고 맞은편 보컬 연습실에 앉아 있던 류건우와 정우단은 그것을 확인했다.
“진짜 나왔네요.”
“그래.”
“이게 통했을 거라고 확신하십니까?”
“어.”
류건우는 피식 웃었다. 그가 확신한 건 하나였다.
자신의 위치.
참가자 중 최상위권인 대중 인지도, 화제성, 실력, 그리고 사장의 고평가까지.
‘같은 출연자가 무시하긴 힘들지.’
친밀함이 아니라 서열과 권위의 힘이었다.
그건 인간적 호감과는 결이 다르기에 직접 설득하면 반발심리가 튀어나올 수도 있지만, 우회하면 그만이다.
‘자기가 상대의 말을 분석해서 자체적으로 뭘 알아냈다고 생각하면 더 믿으니까.’
사실 포지션 과포화 같은 건 그룹 성향에 따라 한쪽을 주력으로 밀어줄 수도 있는 건데, 안심하고 그렇게 생각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거기까지 말해줄 생각은 없으니, 류건우는 깔끔히 이렇게 말했다.
“내일쯤 분위기 바뀌어 있다는 데에 돈도 걸 수 있다.”
“제가 그런 불확실한 도박 종용엔 넘어가진 않지만, 키플레이어에 대한 예우로서 존중하죠.”
“…….”
류건우는 입을 닫았다. 주단은 어쨌든 짧게 감탄한 뒤, 턱에 손을 얹었다.
“이걸 몇 번 해야 한다고요?”
“한 번만 더 기출 바꿔서.”
“그걸로 되겠습니까?”
“어차피 말 돌게 되어 있어. 남은 연습생이 다 비슷한 처지니 뭉치려고 할걸. 뛰어나가는 거 봤잖냐.”
보컬 포지션을 테스타와 VTIC이 다 선점한 이상, 댄스 포지션인 남은 연습생들의 처지는 비슷하다.
그러면 자기들끼리 이 전략을 공유할 것이다. 의미 있는 수치가 나와야 하는데, 다 처지가 비슷한 이상 말이 잘 통할 테니까.
‘그럼 그 표가 어떻게 분산되든 대충 류청우가 1/3만 먹어도 합격 안정권이지.’
이미 기억 돌아온 VTIC과 테스타 인원만으로 6명이다.
정원의 반 토막은 이미 확보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할 터.
류건우는 어깨를 으쓱했고, 주단은 꽤 진지하게… 공감했다.
“인간 심리에 대해 많이 생각하시나 봅니다. 저도 가끔 그래요. 꽤 흥미로운 버릇이죠.”
“…….”
류건우는 굳이 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다음 타깃에 대한 설명을 잇기로 마음먹었다.
그사이, 그들이 시선을 거둔 복도 너머에서는 류건우도 예측하지 못 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헉.”
1. 복도를 달려가던 해당 참가자는 넘어졌다.
“악!”
2. 발목에서 통증을 느꼈다.
“괜찮으세요?”
3.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던 류청우가 그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곧바로 움직였다.
“잠깐. 움직이지 마시고요.”
류청우는 반사적으로 훈련 시 교육받았던 대로 상황에 대처했다.
“여기 아프신가요?”
부위별 통증을 확인한 뒤.
“근육이 좀 놀란 것 같은데, 부상 걱정은 안 하셔도 되고요.”
본인의 경험에 빗대어 안심시킨다. 그리고 근처 휴게실에서 스프레이형 파스를 찾아 넘기기까지 했다.
“쓰세요.”
“아…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특별히 더 말 붙이거나 조언하려 들지 않고 자리를 뜨는 것이다.
어쩌면 그냥 일상으로 취급할 수도 있는 가벼운 호의였다. 류청우가 항시 할 법한.
다만 상황이 약간 특수했다.
“……음.”
파스를 다 뿌리고 일어난 참가자는 평가하듯이 생각했다.
침착하고, 통이 커 보이고, 대처가 빠르다. 괜히 국대 출신이 아니었다.
‘팀이면 좀 의지가 될 수 있지.’
그리고… 보컬 포지션이다. 포지션 두고는 경쟁할 필요가 없다.
생각해 보면, 어차피 댄스 포지션인 김다환을 안 찍는다면 남은 후보는 류청우와 급발진 찐따 새끼뿐이다.
이러면 상당히 상식적인 감정이 올라오는 것이다.
‘…그 분노조절장애 찐따를 찍느니, 팀플레이 잘해본 사람이 낫지 않나?’
참가자는 슬쩍, 투표에 관해 다른 사람에게 떠들려던 문장을 수정했다. 그리고 복도를 천천히 걸어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 며칠 뒤. 대망의 파이널 방송.
-와 드디어
-아 보고 싶은데 보고 싶지 않기도 하고ㅠㅠ애들 괜찮을까
-꿀잼 예약이라며 사실임?
시청자들이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본방송을 사수하고 있는 그 상황에서, 사장이 직접 하위권 생존자를 발표한다.
표를 많이 받은 순서대로.
[총 11표를 받아, 파이널 무대에 함께하게 된 생존자입니다.]
-와 압도적
-표 이 정도면 일단 기존 연생일 듯?
-다환이?
가볍게 추측이 오가는 가운데, VCR로 투표 화면이 지나가며 마침내 당사자가 확정된다.
[류청우입니다.]
[…!!]
무려 12표 중 11표를 챙기며 류청우가 첫 합격자가 된 것이다.
사실상 탈락 위기인 하위권에서의 한 표를 제외하면 싹쓸이나 다름없는 성적.
-????
-10표로 류청우?
-이거 가능함?
시청자들은 당황했지만, 그다지 동요 없이 웃는 얼굴로 박수 치는 참가자들을 보고 납득했다.
-류청우 성격 개좋은가봐
-인싸는 뭐가 다른 듯
-얘네 혹시 소속사에서 별로 안 친했어?ㅋㅋㅋ 대박
그러나 사실 박문대는 약간 당황했다.
‘뭐냐.’
이렇게까지 류청우가 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8~9표쯤 봤는데.’
그리고 깨달았다.
‘그놈이 빈말을 하진 않지.’
-표는 내가 알아서 받을게.
정말로 류청우는 자신의 인망에 자신이 있던 것이다.
자신이 굳이 그런 짓까지 하지 않았어도 2등쯤은 너끈히 했을 표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센스가 있는 놈이니까.’
당장 에서도 밥 먹듯이 리더를 했지 않은가.
‘이번에도 비슷했겠군.’
박문대는 기분 좋게 자신의 오측을 받아들였다.
류청우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도 진지하게 합격자 소감을 발표한 뒤 들어갔다.
[동료들이 신뢰해주신 만큼, 오늘 파이널 무대에서 팀에 걸맞게 잘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류건우의 모습을 한 테스타의 박문대는 기꺼이 리더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또 다른 보컬 포지션 연습생이 불리면서, 탈락자 두 명이 확정된다.
냉정한 일이지만, 어차피 투표 하위권이라 엄청난 반향은 없었다.
-아이고ㅠㅠ
-무대는 하게 해주지 잔인해
-다들 아직 어리니까 다른 곳에서라도 꼭 데뷔하길!
시청자들이 적당히 슬퍼할 수 있게 잠깐 텀을 둔 뒤.
[Yes I am!]
파이널 무대가 펼쳐진다.
하위권 4명이 같은 파트를 맡아 두 가지 동선을 연습한 덕에 10명의 무대는 매끄럽게 이어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청자는 서바이벌 마지막 방송 시청자다운 감정표현을 쏟아냈다.
-ㅠㅠㅠㅠ
-제발 전원데뷔
-태인아늦지않았어 아니 케이팝의선두주자 신의손 사장님제발요
-태인아 제발 상식적인 판단 제발
10명도 많지 않다, 요새 11명 넘는 인원도 잘 데뷔한다며 사람들은 울었다.
거를 타선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사위원석에 앉은 김태인 사장의 얼굴을 읽을 수는 없었다.
덕분에 시청자들이 욕과 원망과 드립을 쏟아낼 무렵.
갑자기 화면이 쓱 뒤를 잡는다.
그리고 보이는… 마스크를 썼지만 익숙한 얼굴.
-???
-야 방금
-이세ㅈ;ㄴ
-이세진 아님?
관계자용 방청석도 아닌, 스탠딩석 앞자리에 팔짱을 낀 미남이 서 있었다.
-미l친
-야 이세진이 왜 여깄어
-허허헐 맞네
-??이세진 레티소속인가
└그럴 리가 있냐곸ㅋㅋㅋ
이세진.
이곳에선 아직 개명을 하지 않은 배우 배세진이었다.
워낙 미디어 노출이 적고 영화만 소처럼 찍기로 유명한 배우가 뜬금없이 남자 아이돌 서바이벌 마지막 화 방청 객석에서 등장했다.
당연하지만 순간적으로 미친 듯이 그에 대한 반응이 쏟아졌다.
그리고 카메라 감독이든 PD든 이세진을 인식한 그 순간부터 화면에 꽤 자주 나오기 시작했다.
[Who can be a STAR?]
무대와 교차하여 1, 2초씩 잡힐 때마다, 댓글에 연습생들에 대한 열정적인 응원과 번갈아 가면서 이세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리액션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무대를 가로지르는 Talent 그게 내 거야]
누군가 화면에 잡히자 긴장한 듯이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거나, 침을 삼킨다.
-류건우 응원하네
-그렇네
-차유진도 좋아하는 듯
-이세진 실력충 좋아하는구나 나도 그래
-그 라인업이면 얼빠아니냐고ㅋㅋㅋㅋㅋ
방청객을 잡는 것에 진저리치던 시청자들도 신비주의 배우의 등장에 꽤 재밌어했다.
-누구 응원하는지 너무 투명하게 보이는데요
-ㅅㅂ실생활에선 왜 발연기냐곸ㅋㅋㅋㅋ
-싸패역을 잘하는 이유가 저거구나 이미 과몰입한 분야가 있어서 다른 게 안 보이는 그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깨알 같은 재미는 곧 수그러들었지만, 실시간으로 SNS에 올라오며 제법 이목을 끄는 효과는 있었다.
-이세진까지 보는 남돌 서바가 여깁니까?
-나 누구 응원하면됨 빨리 말해줘
-뭐임 문투도 없는 서바 무슨 재미로 보고 있냐
그렇게 마지막 화 유입까지 들어오면서 파이널은 두 곡의 무대를 끝내고 클라이맥스로 진입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원래 클라이맥스에 빠질 수 없는 요소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공감과 눈물이다.
그리고 이 요소를 가장 쉽게 이끌어 내는 방법은 이미 정형화되어 있었다.
[연습생들에게 온 깜짝 편지]
조용한 스테이지의 전광판에서 따스한 중년의 목소리가 울린다.
[?? : 우리 윤신이 잘 지내지?]
바로 가족.
“…!”
방청 객석의 배세진은 하마터면 이를 악물뻔했다.
‘…설마.’
모든 연습생의 것을 딴 것은 아닌지, 짧게 짧게 편집한 영상 통화와 다정한 녹음들이 지나간다.
‘설마.’
배세진은 박문대, 그러니까 현재 류건우의 ‘진짜’ 가정사에 대해 아주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부모님 이야기가 나올 때의 그 솔직한 반응을 보면,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것이다.
류건우도 박문대의 사정과 썩 다를 것도 없다는 것을.
‘…여기서는, 어떻지?’
그 화제에 대해서 한 번도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기에, 배세진은 식은땀을 흘리며 전광판과 스테이지의 류건우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류건우가 표정 없이 가만히 서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건우야. 잘 지내니?]
전광판 화면이 검게 바뀌며, 기어코 류건우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분들이 여기까지 메일을 보내서 통화를 하게 됐어.]
[남극 기지에서 온 편지]
댓글이 쏟아진다.
-와 류건우 부모님 다 연구원임?
-남극 기지래 간지 보소;;
-머리 어디 안 갔네 진짜 찐 엘리트 집안이잖아ㅠ
-부럽다 금수저
류건우는 고개를 작게 숙이고 있었다.
언뜻 보면 부모님의 목소리에 감격하여 경청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몇 년간 동고동락했던 배세진의 눈에는 제스처의 감정이 잡혔다.
‘참고 있어.’
배세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97화
연습이 한창인 촬영장.
연습생들은 더없이 진지하고 오로지 파이널을 향해 열중하는 것 같지만, 물밑으로 대화가 오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과연 하위권 참가자 중 누가 생존할 것인가.
-누구 찍을 거야?
-몰라 그때 보고.
무기명 투표라고 하지만 인터뷰에서도 은근히 떠본다.
-혹시 이미 마음 정하셨나요?
여기 의 한 참가자도 ‘열심히 고민 중입니다’ 따위의 적당한 대답을 말하긴 했지만 사실 거의 결정 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두 명이나 찍으라는데 고민할 게 있을 리가.’
보통 탈락할 한 사람, 붙을 한 사람 따위여야 어려운 것이다. 최선과 차선을 다 투표할 수 있으니 뭐가 어렵냔 말이다.
‘안 찍을 놈 빼면 되잖아.’
일단 한 놈은 이미 암묵적 자격 미달이 되었다.
-뭐, 이 개XX!
어휴.
‘밥 먹다 갑자기 급발진해서 사람 패려고 하는 새끼랑 활동하겠냐.’
3년 후 폭행 사건이 터지는 것을 아는 신재현이 행동부터 소식 전파까지 깔끔히 유도했다는 것을 까마득히 모르면서도 참가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 사람을 제외하고 나니, 결국 세 사람이 남은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한 사람 더 제외하기는 더 간단했다.
덜 가까운 사람. 잘 모르는 사람. 연습생 생활이 전무한 사람.
바로 가장 최근에 투입된 보충반이다.
류청우.
‘걔야 알아서 잘 살겠지.’
연금 받는 전 국가대표와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친근감이 드는 것도 없었다.
‘그럼 남은 둘 찍으면 끝이잖아.’
원래 연습하면서 안면도 있었고, 왠지 떨어뜨리기 찝찝한, 무난한 둘을 고르기로 이미 기존 연습생들은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
투표 받는 당사자들도 투표를 할 수 있는데, 이미 그 둘이 친하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분위기 조성도 다 됐다.
‘그렇게 가겠지, 뭐.’
참가자가 그렇게 결론 내린 뒤, 다시 빈둥거리며 꿀 같은 잠깐의 농땡이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달칵.
연습실 문이 열리며 말이 들린다.
“…니까 투표하기가 고민이 되는 거지.”
“그렇긴 합니다.”
낯익은 참가자들의 목소리.
‘어.’
순간, 연습실 음향 장치 뒤에 누워서 쉬던 참가자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류건우와 정우단의 목소리는 대화를 계속한다.
“넌 생각한 사람 있냐.”
“뭐… 형은 류청우 형 찍으실 겁니까?”
“일단은. 넌?”
사람이 있는 걸 모르는지 편하게 대화한다. 열등반 참가자는 자신도 모르게 그 대화를 조용히 엿들었다.
“다환 형을 생각 중이긴 한데요.”
“아.”
김다환은 그가 찍으려던 두 사람 중 하나였다.
안 그래도 방금 생각하던 화제가 나온 탓에, 참가자는 숨을 죽이고 순간 대화에 집중했다.
“난 좋은데. 댄스 포지션이 좀 과포화 같기는 하지만.”
류건우는 약간 뜸을 들였으나, 곧 카메라가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는지 편하게 말했다.
“우린 상관없지. 보컬이니까.”
‘…!’
포지션?
“네. 잘하는 사람이 들어와서 평균 역량이 좋아지면 이득이죠.”
“그래. 이런 고민은 사장님이 하시겠지.”
아.
그리고 둘은 서로 찍기로 한 사람을 찍어주자고 하며, 아직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연습실을 나섰다.
“아직 다들 안 왔네.”
“너무 일렀습니다. 그럼 잠깐 다른….”
쿵.
“…….”
문이 닫혔다. 하지만 참가자는 다소 심란하게 생각했다.
댄스 포지션이 과포화 상태라고?
“…그러네.”
그 말이 맞았다. 지금 남은 사람 중 보컬 포지션은 기껏해야 저 둘을 포함해 네 명.
랩 포지션은 보충반의 인상 살벌한 한 녀석만 남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댄스 포지션만 7명으로 과포화 상태였다.
그런데 최상위권에는 괴물이 따로 없는 신재현과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보충반 차유진이 있으니….
‘……자리가 없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차이.
당장 본인도 댄스 포지션인 참가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게다가 다른 말도 마음에 걸렸다.
-이런 고민은 사장님이 하시겠지.
멤버가 시청자 개인 투표로 뽑히는 것도 아니고 사장이 뽑는다.
사장의 성향상 당연히 포지션 균형을 고려해서 뽑을 테니, 그렇다면… 정말로 위험했다.
“…….”
갑작스럽게 닥쳐온 위기감에 참가자는 입을 깨물었다.
선택지가 자유로운 상황에서 사람은 결국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합리화하게 되기 마련이다.
특히 코앞에 데뷔라는 거대한 먹잇감이 목표로 달랑거리는 시점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결론은 빨랐다.
‘…경쟁자는 최대한 빼는 게 맞지. 내가 호구도 아니고.’
-댄스 포지션인 탈락 후보는 여기서 보내야 한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곧 결심한 후 조용히 연습실을 나와 복도를 달렸다.
그리고 맞은편 보컬 연습실에 앉아 있던 류건우와 정우단은 그것을 확인했다.
“진짜 나왔네요.”
“그래.”
“이게 통했을 거라고 확신하십니까?”
“어.”
류건우는 피식 웃었다. 그가 확신한 건 하나였다.
자신의 위치.
참가자 중 최상위권인 대중 인지도, 화제성, 실력, 그리고 사장의 고평가까지.
‘같은 출연자가 무시하긴 힘들지.’
친밀함이 아니라 서열과 권위의 힘이었다.
그건 인간적 호감과는 결이 다르기에 직접 설득하면 반발심리가 튀어나올 수도 있지만, 우회하면 그만이다.
‘자기가 상대의 말을 분석해서 자체적으로 뭘 알아냈다고 생각하면 더 믿으니까.’
사실 포지션 과포화 같은 건 그룹 성향에 따라 한쪽을 주력으로 밀어줄 수도 있는 건데, 안심하고 그렇게 생각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거기까지 말해줄 생각은 없으니, 류건우는 깔끔히 이렇게 말했다.
“내일쯤 분위기 바뀌어 있다는 데에 돈도 걸 수 있다.”
“제가 그런 불확실한 도박 종용엔 넘어가진 않지만, 키플레이어에 대한 예우로서 존중하죠.”
“…….”
류건우는 입을 닫았다. 주단은 어쨌든 짧게 감탄한 뒤, 턱에 손을 얹었다.
“이걸 몇 번 해야 한다고요?”
“한 번만 더 기출 바꿔서.”
“그걸로 되겠습니까?”
“어차피 말 돌게 되어 있어. 남은 연습생이 다 비슷한 처지니 뭉치려고 할걸. 뛰어나가는 거 봤잖냐.”
보컬 포지션을 테스타와 VTIC이 다 선점한 이상, 댄스 포지션인 남은 연습생들의 처지는 비슷하다.
그러면 자기들끼리 이 전략을 공유할 것이다. 의미 있는 수치가 나와야 하는데, 다 처지가 비슷한 이상 말이 잘 통할 테니까.
‘그럼 그 표가 어떻게 분산되든 대충 류청우가 1/3만 먹어도 합격 안정권이지.’
이미 기억 돌아온 VTIC과 테스타 인원만으로 6명이다.
정원의 반 토막은 이미 확보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할 터.
류건우는 어깨를 으쓱했고, 주단은 꽤 진지하게… 공감했다.
“인간 심리에 대해 많이 생각하시나 봅니다. 저도 가끔 그래요. 꽤 흥미로운 버릇이죠.”
“…….”
류건우는 굳이 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다음 타깃에 대한 설명을 잇기로 마음먹었다.
그사이, 그들이 시선을 거둔 복도 너머에서는 류건우도 예측하지 못 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헉.”
1. 복도를 달려가던 해당 참가자는 넘어졌다.
“악!”
2. 발목에서 통증을 느꼈다.
“괜찮으세요?”
3.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던 류청우가 그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곧바로 움직였다.
“잠깐. 움직이지 마시고요.”
류청우는 반사적으로 훈련 시 교육받았던 대로 상황에 대처했다.
“여기 아프신가요?”
부위별 통증을 확인한 뒤.
“근육이 좀 놀란 것 같은데, 부상 걱정은 안 하셔도 되고요.”
본인의 경험에 빗대어 안심시킨다. 그리고 근처 휴게실에서 스프레이형 파스를 찾아 넘기기까지 했다.
“쓰세요.”
“아…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특별히 더 말 붙이거나 조언하려 들지 않고 자리를 뜨는 것이다.
어쩌면 그냥 일상으로 취급할 수도 있는 가벼운 호의였다. 류청우가 항시 할 법한.
다만 상황이 약간 특수했다.
“……음.”
파스를 다 뿌리고 일어난 참가자는 평가하듯이 생각했다.
침착하고, 통이 커 보이고, 대처가 빠르다. 괜히 국대 출신이 아니었다.
‘팀이면 좀 의지가 될 수 있지.’
그리고… 보컬 포지션이다. 포지션 두고는 경쟁할 필요가 없다.
생각해 보면, 어차피 댄스 포지션인 김다환을 안 찍는다면 남은 후보는 류청우와 급발진 찐따 새끼뿐이다.
이러면 상당히 상식적인 감정이 올라오는 것이다.
‘…그 분노조절장애 찐따를 찍느니, 팀플레이 잘해본 사람이 낫지 않나?’
참가자는 슬쩍, 투표에 관해 다른 사람에게 떠들려던 문장을 수정했다. 그리고 복도를 천천히 걸어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 며칠 뒤. 대망의 파이널 방송.
-와 드디어
-아 보고 싶은데 보고 싶지 않기도 하고ㅠㅠ애들 괜찮을까
-꿀잼 예약이라며 사실임?
시청자들이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본방송을 사수하고 있는 그 상황에서, 사장이 직접 하위권 생존자를 발표한다.
표를 많이 받은 순서대로.
-와 압도적
-표 이 정도면 일단 기존 연생일 듯?
-다환이?
가볍게 추측이 오가는 가운데, VCR로 투표 화면이 지나가며 마침내 당사자가 확정된다.
무려 12표 중 11표를 챙기며 류청우가 첫 합격자가 된 것이다.
사실상 탈락 위기인 하위권에서의 한 표를 제외하면 싹쓸이나 다름없는 성적.
-????
-10표로 류청우?
-이거 가능함?
시청자들은 당황했지만, 그다지 동요 없이 웃는 얼굴로 박수 치는 참가자들을 보고 납득했다.
-류청우 성격 개좋은가봐
-인싸는 뭐가 다른 듯
-얘네 혹시 소속사에서 별로 안 친했어?ㅋㅋㅋ 대박
그러나 사실 박문대는 약간 당황했다.
‘뭐냐.’
이렇게까지 류청우가 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8~9표쯤 봤는데.’
그리고 깨달았다.
‘그놈이 빈말을 하진 않지.’
-표는 내가 알아서 받을게.
정말로 류청우는 자신의 인망에 자신이 있던 것이다.
자신이 굳이 그런 짓까지 하지 않았어도 2등쯤은 너끈히 했을 표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센스가 있는 놈이니까.’
당장 에서도 밥 먹듯이 리더를 했지 않은가.
‘이번에도 비슷했겠군.’
박문대는 기분 좋게 자신의 오측을 받아들였다.
류청우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도 진지하게 합격자 소감을 발표한 뒤 들어갔다.
류건우의 모습을 한 테스타의 박문대는 기꺼이 리더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또 다른 보컬 포지션 연습생이 불리면서, 탈락자 두 명이 확정된다.
냉정한 일이지만, 어차피 투표 하위권이라 엄청난 반향은 없었다.
-아이고ㅠㅠ
-무대는 하게 해주지 잔인해
-다들 아직 어리니까 다른 곳에서라도 꼭 데뷔하길!
시청자들이 적당히 슬퍼할 수 있게 잠깐 텀을 둔 뒤.
파이널 무대가 펼쳐진다.
하위권 4명이 같은 파트를 맡아 두 가지 동선을 연습한 덕에 10명의 무대는 매끄럽게 이어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청자는 서바이벌 마지막 방송 시청자다운 감정표현을 쏟아냈다.
-ㅠㅠㅠㅠ
-제발 전원데뷔
-태인아늦지않았어 아니 케이팝의선두주자 신의손 사장님제발요
-태인아 제발 상식적인 판단 제발
10명도 많지 않다, 요새 11명 넘는 인원도 잘 데뷔한다며 사람들은 울었다.
거를 타선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사위원석에 앉은 김태인 사장의 얼굴을 읽을 수는 없었다.
덕분에 시청자들이 욕과 원망과 드립을 쏟아낼 무렵.
갑자기 화면이 쓱 뒤를 잡는다.
그리고 보이는… 마스크를 썼지만 익숙한 얼굴.
-???
-야 방금
-이세ㅈ;ㄴ
-이세진 아님?
관계자용 방청석도 아닌, 스탠딩석 앞자리에 팔짱을 낀 미남이 서 있었다.
-미l친
-야 이세진이 왜 여깄어
-허허헐 맞네
-??이세진 레티소속인가
└그럴 리가 있냐곸ㅋㅋㅋ
이세진.
이곳에선 아직 개명을 하지 않은 배우 배세진이었다.
워낙 미디어 노출이 적고 영화만 소처럼 찍기로 유명한 배우가 뜬금없이 남자 아이돌 서바이벌 마지막 화 방청 객석에서 등장했다.
당연하지만 순간적으로 미친 듯이 그에 대한 반응이 쏟아졌다.
그리고 카메라 감독이든 PD든 이세진을 인식한 그 순간부터 화면에 꽤 자주 나오기 시작했다.
무대와 교차하여 1, 2초씩 잡힐 때마다, 댓글에 연습생들에 대한 열정적인 응원과 번갈아 가면서 이세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리액션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누군가 화면에 잡히자 긴장한 듯이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거나, 침을 삼킨다.
-류건우 응원하네
-그렇네
-차유진도 좋아하는 듯
-이세진 실력충 좋아하는구나 나도 그래
-그 라인업이면 얼빠아니냐고ㅋㅋㅋㅋㅋ
방청객을 잡는 것에 진저리치던 시청자들도 신비주의 배우의 등장에 꽤 재밌어했다.
-누구 응원하는지 너무 투명하게 보이는데요
-ㅅㅂ실생활에선 왜 발연기냐곸ㅋㅋㅋㅋ
-싸패역을 잘하는 이유가 저거구나 이미 과몰입한 분야가 있어서 다른 게 안 보이는 그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깨알 같은 재미는 곧 수그러들었지만, 실시간으로 SNS에 올라오며 제법 이목을 끄는 효과는 있었다.
-이세진까지 보는 남돌 서바가 여깁니까?
-나 누구 응원하면됨 빨리 말해줘
-뭐임 문투도 없는 서바 무슨 재미로 보고 있냐
그렇게 마지막 화 유입까지 들어오면서 파이널은 두 곡의 무대를 끝내고 클라이맥스로 진입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원래 클라이맥스에 빠질 수 없는 요소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공감과 눈물이다.
그리고 이 요소를 가장 쉽게 이끌어 내는 방법은 이미 정형화되어 있었다.
조용한 스테이지의 전광판에서 따스한 중년의 목소리가 울린다.
바로 가족.
“…!”
방청 객석의 배세진은 하마터면 이를 악물뻔했다.
‘…설마.’
모든 연습생의 것을 딴 것은 아닌지, 짧게 짧게 편집한 영상 통화와 다정한 녹음들이 지나간다.
‘설마.’
배세진은 박문대, 그러니까 현재 류건우의 ‘진짜’ 가정사에 대해 아주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부모님 이야기가 나올 때의 그 솔직한 반응을 보면,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것이다.
류건우도 박문대의 사정과 썩 다를 것도 없다는 것을.
‘…여기서는, 어떻지?’
그 화제에 대해서 한 번도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기에, 배세진은 식은땀을 흘리며 전광판과 스테이지의 류건우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류건우가 표정 없이 가만히 서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전광판 화면이 검게 바뀌며, 기어코 류건우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한다.
댓글이 쏟아진다.
-와 류건우 부모님 다 연구원임?
-남극 기지래 간지 보소;;
-머리 어디 안 갔네 진짜 찐 엘리트 집안이잖아ㅠ
-부럽다 금수저
류건우는 고개를 작게 숙이고 있었다.
언뜻 보면 부모님의 목소리에 감격하여 경청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몇 년간 동고동락했던 배세진의 눈에는 제스처의 감정이 잡혔다.
‘참고 있어.’
배세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