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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39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9화
“힘든 일 있어?”
일부러 두루뭉술하게 물었다. 제발 듣는 놈도 적당히 답변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차유진은 초코바를 입에 물고, 더 서럽게 눈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돌겠네….
예체능 분야라 다들 감수성이 예민한지, 아니면 서바이벌이 살벌하게 고되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근래 우는 놈들을 너무 많이 보는 것 같다.
“다들 싸워요……. 말하면 무, 무섭습니다, 크흥.”
“……음.”
차유진은 완전히 기가 죽은 모양이다. 얼마 전까지의 해맑은 아무 말 폭격기는 자취도 없었다.
아무래도 그 팀 진짜 하루 만에 개판 났나 본데?
‘이라더니 이름 따라가나.’
저놈들, 이대로 방영되면 방 이름이랑 엮어서 조롱당할 미래가 선했다.
그렇다고 ‘박문대’가 차유진에게 무슨 조언을 하기도 웃긴 일이었다.
뭘 말해도 한 치만 혀 잘못 놀리면 ‘박문대 나만 싸해?’ 같은 게시물 폭격을 맞고 인터넷 여론이 떡락하기 딱 좋다. 다른 팀이니까.
‘대충 진정되면 보내야겠군.’
나는 그냥 진지하게 다른 소리를 했다.
“초코바 더 줄까?”
“…….”
차유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가방에서 초코바를 한 움큼 더 꺼내서 쥐여줬다.
‘…많이 챙겨오길 잘했네.’
아직 큰 거 한 봉지가 더 남아 있어서 다행이었다. 혹시라도 아까워하는 것처럼 보였다가는 산통 다 깨지.
그렇게 화장실에서 나는 물소리를 배경으로 초코바 우물거리는 차유진과 잠시간 말없이 시간을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유진은 양손에 초코바를 쥔 채로, 꾸벅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함니다.”
좀 진정됐는지 돌아갈 생각인 것 같았다. 자세한 사정을 줄줄 읊지 않아서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마음에 없지만 상황에 맞는 소리 한 번만 해주자.
“래빈이 안 보고 가도 괜찮겠어?”
“네……. 괜찮겠습니다.”
“그래.”
차유진은 눈물을 그치고 조금 정신을 차렸는지, 아까보다 약간은 더 씩씩해 보였다.
‘저거 슈가 하이 아닌가.’
당 떨어지면 또 울면서 배회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지만, 일단 이 폭탄을 보내는 게 우선이었다.
나는 터덜터덜 복도를 걸어가는 차유진을 잠시 지켜보다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빠 죽겠는데 곳곳에 지뢰까지 있냐.’
이제 후반에 접어들었으니 방송에서 꼬투리 잡힐 일 없게 더 조심해야 했다. 한번 폭락하면 반등할 시간이 없을지도 모르니까.
문제는 내가 조심한다고 모든 상황을 제어할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그냥, 튀지만 말자…. 이대로 가기만 해도 최종까진 간다.’
나는 다시 한번 되새기며 침대에 뻗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잠들었다.
씻지도 못한 채로 잤다는 것을 깨달은 건 다음 날 아침이었다.
* * *
참가자들이 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기획과 창작에 고통받으며 무대 준비에 매달릴 무렵.
촬영장 밖에서는 8화가 방영되었다.
-헐
-쟤가 왜?
-대박ㅋㅋ
-??
상위권으로 갈수록 의외의 순위가 난무하며 실시간 시청자 반응은 경악을 오갔지만, 가장 반응이 격했던 것은 지난 팀전 우승 보상이었다.
[마이너스 투표 무효]
‘얼마나 미움받고 있는지’를 반영하겠다는 잔인한 투표방식을 일부만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을 격분하게 했다.
-ㅋㅋ통수 오졌다
-이딴 프로그램에 돈 쓴 내가 병신이었네
-우승팀에 제작진에서 미는 참가자 있다 백프로ㅋㅋㅋ 이걸 얘네만 쏙 피하게 해준다고?
아이러니한 점은, 이 분노가 제도를 만들고 우승 보상을 기획한 제작진보다도 참가자를 향했다는 점이다.
이 보상의 최대 수혜자로, 원래 탈락 등수였다가 붙은 최원길은 물론 가루가 되도록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분노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우승팀의 참가자 중 순위가 크게 상승한 참가자들의 여론까지 일시적으로 크게 악화되었던 것이다.
-헐 선아현이 차유진 밀었다 2위…
-쟤는 또 울어? 지겹게 즙 짜네
-표 안 깎여서 좋겠어 우리 애는 밀리고도 고맙다고 웃는데 말더듬이 쉑 떡상해놓고 얼굴 죽상인 게 더 꼴 보기 싫어ㅠㅠ
-우욱. 선아현 말도 제대로 못 하는 게 2위ㅋㅋㅋㅋ 데뷔해서 소감도 어버버 거릴 장애인한테 동정표 주는 얼빠들 정신차리세요ㅋㅋ
└댓글 미쳤나;; 최소한 선은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요?
└ㅋㅋㅋ말더듬이 빠순이 어서 오고
└너희 진짜 상상 이상이다, 역겨워.
└반박 못하니 욕부터 박네ㅋㅋ 서, 서, 설마 정당한 2위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ㅋㅋ
그동안 최소한의 도덕을 의식하여 표면에 나오지 않았던 원색적인 비난까지 댓글에 등장했다.
경악하거나 말리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본래 머릿수가 비슷하면 공격적인 여론에 순간적으로 힘이 실리기 마련이었다.
다만 그 반동으로, 마이너스 투표와 우승팀 보상 때문에 등수가 밀리고도 의연한 모습을 보여준 참가자들에게는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었다.
-얘들아 고생했다ㅠㅠ
-원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입니다. 표 깎는 이상한 루저들 너무 신경 쓰지 마시길~ 응원합니다 ^^
-아쉬웠을 텐데 씩씩한 모습 보여줘서 고마워
덕분에 보정 전 등수가 더 높았던 박문대는 등수가 상승하고도 운 좋게 어마어마한 비난 여론은 피해갔다.
대신 팬층에 약간 변화가 생겼다.
1차 팀전에서 문대의 팀을 묶어서 좋아하던 사람들이 비난 여론에 위축되면서, 2차 팀전에서의 박문대의 모습을 더 선호하는 팬들이 대세를 잡은 것이다.
-문대야 4위 축하해 고생 많았다ㅠㅠ (2차 팀원들에게 축하받는 영상)
-‘형 뭐해요?’ 삼 연발에 문대 표정ㅋㅋㅋㅋ ‘왜 고양이가 강아지한테 이러지..?’ (차유진과의 자투리 영상 캡처본) (고양이와 강아지 유머사진)
-문대가 이번에 애들 치댐에 못 이겨서 반강제로 인싸가 된 게 너무 웃김ㅋㅋㅋ
-여기 구석 보면 문댕댕 간식 나눠주고 있음ㅠㅠㅠ 아악 천사… 천사댕댕… (짧은 동영상)
그동안 관계성 강한 참가자 그룹이 없던 다른 두 참가자의 팬들도 신이 나서 은근슬쩍 그 흐름에 끼어들었다.?
차유진과 김래빈의 팬들이었다.
-문댕댕 김래빗 차고영, 강아지 토끼 고양이라니 완전 가슴 두근거리는 조합 아닙니까. 한 번만 잡숴 보셔 츄라이 츄라이 (사진)
-우리 애들 나 같은 찐따가 길에서 말 걸면 무시할 것처럼 생겨서는 맬렁맬렁 귀요미라는 점이 너무 귀엽다ㅠㅠ (방송분량 보정 동영상)
-애니멀 히어로즈 출동! (팬아트)
여기서 가끔 류청우를 끼워 넣은 조합까지 SNS에 넘쳐났다.
2차 팀전 방영으로 새롭게 프로그램에 빠져든 사람과, 참가자에게 분노와 견제를 쏟아내는 사람들이 섞이며 분위기 과열은 더 심해졌다.
불지옥과 온돌방을 넘나드는 이 과몰입 때문에 인터넷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프로그램이 극한의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었기에 더 심했다.
연예계 관련 커뮤니티를 넘어서, 이제는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를 들여다보아도 에 대한 글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글마다 앓는 사람과 싸우는 사람이 바글바글 붙었다.
========================
[요즘 잘나간다는 서바이벌 프로 참가자]
: (사진) 차유진이라는 참가자인데, 요새 여자들은 이런 기생오래비 같은 애를 좋아합니까? 쩝… 말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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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이.. 쏘다니는 살쾡이 같은 게… 복없는.. 인상입니다…
-아재 추합니다ㅋㅋ
-왜요 잘생긴 청년이구만^^ 우리 딸이 좋아라 합니다.
-이 프로가 요새 어린 애들 사이에서 유행이더군요~ 노래 참 잘하는 친구도 있던데, 나중에 결승 가면 한 표 줄라고 합니다~
└박문대 말이군요ㅋ 좀 싹바가지 없어 보이지만.. 원래 가수가 노래를 잘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ㅋ
-정신 차리세요 늙어서 안목까지 없으면 어쩝니까? 차유진군 아주 똘똘합니다 양궁하던 청년도 아주 괜찮아요 저는 이 둘 응원합니다
└아줌마야말로 정신차리쇼 딴따라에 빠져서 말뽄새가 그게 뭡니까
이렇게 댓글에 불이 붙으면, 누군가 SNS 등지로 캡처해 가서 또 그 글에서 싸움이 붙는 일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일어났다.
========================
[아주사 라떼 커뮤니티 반응.jpg]
: (캡쳐) ㅋㅋㅋ 극딜 당하는 아재와 호통치는 꼰대의 대환장 콜라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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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차유진 슈스네 내 동년배들 다 차유진 키 180 거대 아기고영 사진 저장했다~
-여기서도 언급 없는 선아현이 2위라니 어이가 없네 진짜…
└이 글이 네티즌 대표글도 아닌데 왜 생각이 그렇게 흘러;;
└ㅋㅋ선아현은 비판만 해도 빠들이 천하의 개새끼로 몰아가니 그냥 언급을 말아야함ㅇㅇ
└너희가 지금 하고 있는 건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잖아 선아현이 뭘 잘못했는데?
└이거 봐 또 급발진ㅋㅋㅋㅋ
그리고 하필 이 타이밍에, 참가자들은 실시간으로 이 파란만장한 인터넷 여론을 접할 수 있었다.
* * *
솔직하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다.
‘살았다.’
운 좋게 큰 비난 여론을 피해 갔고, 반동이 올 만큼 적극적으로 치켜세워지고 있지도 않으니 딱 좋은 상태였다.
심지어 갈아탈까 고민하던 상위권 참가자들과 은근슬쩍 그룹으로 묶였다.
그러나 안도감 이상으로 보람이 느껴지진 않았다.
나는 엄지로 화면을 문질렀다. 사이드에 스크롤이 생기며 온갖 욕 댓글이 위로 쓸려갔다.
‘어쩐지 좀… 씁쓸하군.’
까놓고 말해서 지금 욕 들어 먹는 참가자 중에 최원길을 빼면 그렇게 인성 터진 놈도 없다.
대부분은 그냥 열심히 하는 어린애들인데 이렇게까지 두들겨 맞아야 하나.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고, 솔직히 다른 놈들이 떡락하면 반사이익을 볼 테니 생존에 이득이 부분인데도 영 뒷맛이 나쁘다.
‘게다가 하필이면 이 타이밍….’
-자료탐색용 기기 배부하겠습니다~
이번 팀전이 자체제작이라, 구체적인 컨셉용 자료탐색을 위해 스마트폰 기기를 잠시 돌려준 것이다.
본래 촬영 중에는 스마트폰 소지가 금지되어 있었다.
그 덕에 참가자들이 바깥 여론으로부터 격리될 수 있었는데, 이번 팀전에서는 그 룰이 깨진 것이다.
게다가 프로그램이 너무 잘나가는 탓에 인터넷 접속만 하면 관련 글을 피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자기 글을 다 살펴본 상태.
“…….”
숙소 침실은 각자 말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팀원들로 적막했다.
아마 다른 방도 비슷하겠지.
게다가 하필이면 이 팀에는 지금 인터넷에서 집중포화를 받는 참가자가 있다.
선아현.
‘얘 우는 거 아닌가?’
이층침대 밑 칸에 있을 선아현의 몰골을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 식은땀이 다 난다.?
불길한 예감 때문이다.
‘이거 설마 멘탈 나가서 특성이 도로 비활성화되는 거 아니냐…?’
선아현의 ‘근성’ 특성이 도로 비활성화되면 ‘자아존중감 결핍’ 상태 이상이 도로 살아날 것이다.
그럼 전체 능력치가 두 단계씩 떨어지는 미친 패널티를 먹은 선아현이 과연 무대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까?
무대 완성도와 팀전 편집이 둘 다 망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나는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지 팀원 운이 좋더라니.’
팀전 하나라도 편하게 가는 날이 없다.
‘일단 상태는 확인해 봐야겠군.’
“선아현.”
나는 침대 밖으로 얼굴을 빼서 아래로 숙였다. 어느새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선아현이 고개를 돌렸다.
“으, 응!”
“……?”
얘 왜 멀쩡하냐?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9화

“힘든 일 있어?”

일부러 두루뭉술하게 물었다. 제발 듣는 놈도 적당히 답변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차유진은 초코바를 입에 물고, 더 서럽게 눈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돌겠네….

예체능 분야라 다들 감수성이 예민한지, 아니면 서바이벌이 살벌하게 고되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근래 우는 놈들을 너무 많이 보는 것 같다.

“다들 싸워요……. 말하면 무, 무섭습니다, 크흥.”

“……음.”

차유진은 완전히 기가 죽은 모양이다. 얼마 전까지의 해맑은 아무 말 폭격기는 자취도 없었다.

아무래도 그 팀 진짜 하루 만에 개판 났나 본데?

‘이라더니 이름 따라가나.’

저놈들, 이대로 방영되면 방 이름이랑 엮어서 조롱당할 미래가 선했다.

그렇다고 ‘박문대’가 차유진에게 무슨 조언을 하기도 웃긴 일이었다.

뭘 말해도 한 치만 혀 잘못 놀리면 ‘박문대 나만 싸해?’ 같은 게시물 폭격을 맞고 인터넷 여론이 떡락하기 딱 좋다. 다른 팀이니까.

‘대충 진정되면 보내야겠군.’

나는 그냥 진지하게 다른 소리를 했다.

“초코바 더 줄까?”

“…….”

차유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가방에서 초코바를 한 움큼 더 꺼내서 쥐여줬다.

‘…많이 챙겨오길 잘했네.’

아직 큰 거 한 봉지가 더 남아 있어서 다행이었다. 혹시라도 아까워하는 것처럼 보였다가는 산통 다 깨지.

그렇게 화장실에서 나는 물소리를 배경으로 초코바 우물거리는 차유진과 잠시간 말없이 시간을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유진은 양손에 초코바를 쥔 채로, 꾸벅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함니다.”

좀 진정됐는지 돌아갈 생각인 것 같았다. 자세한 사정을 줄줄 읊지 않아서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마음에 없지만 상황에 맞는 소리 한 번만 해주자.

“래빈이 안 보고 가도 괜찮겠어?”

“네……. 괜찮겠습니다.”

“그래.”

차유진은 눈물을 그치고 조금 정신을 차렸는지, 아까보다 약간은 더 씩씩해 보였다.

‘저거 슈가 하이 아닌가.’

당 떨어지면 또 울면서 배회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지만, 일단 이 폭탄을 보내는 게 우선이었다.

나는 터덜터덜 복도를 걸어가는 차유진을 잠시 지켜보다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빠 죽겠는데 곳곳에 지뢰까지 있냐.’

이제 후반에 접어들었으니 방송에서 꼬투리 잡힐 일 없게 더 조심해야 했다. 한번 폭락하면 반등할 시간이 없을지도 모르니까.

문제는 내가 조심한다고 모든 상황을 제어할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그냥, 튀지만 말자…. 이대로 가기만 해도 최종까진 간다.’

나는 다시 한번 되새기며 침대에 뻗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잠들었다.

씻지도 못한 채로 잤다는 것을 깨달은 건 다음 날 아침이었다.

* * *

참가자들이 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기획과 창작에 고통받으며 무대 준비에 매달릴 무렵.

촬영장 밖에서는 8화가 방영되었다.

-헐

-쟤가 왜?

-대박ㅋㅋ

-??

상위권으로 갈수록 의외의 순위가 난무하며 실시간 시청자 반응은 경악을 오갔지만, 가장 반응이 격했던 것은 지난 팀전 우승 보상이었다.

‘얼마나 미움받고 있는지’를 반영하겠다는 잔인한 투표방식을 일부만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을 격분하게 했다.

-ㅋㅋ통수 오졌다

-이딴 프로그램에 돈 쓴 내가 병신이었네

-우승팀에 제작진에서 미는 참가자 있다 백프로ㅋㅋㅋ 이걸 얘네만 쏙 피하게 해준다고?

아이러니한 점은, 이 분노가 제도를 만들고 우승 보상을 기획한 제작진보다도 참가자를 향했다는 점이다.

이 보상의 최대 수혜자로, 원래 탈락 등수였다가 붙은 최원길은 물론 가루가 되도록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분노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우승팀의 참가자 중 순위가 크게 상승한 참가자들의 여론까지 일시적으로 크게 악화되었던 것이다.

-헐 선아현이 차유진 밀었다 2위…

-쟤는 또 울어? 지겹게 즙 짜네

-표 안 깎여서 좋겠어 우리 애는 밀리고도 고맙다고 웃는데 말더듬이 쉑 떡상해놓고 얼굴 죽상인 게 더 꼴 보기 싫어ㅠㅠ

-우욱. 선아현 말도 제대로 못 하는 게 2위ㅋㅋㅋㅋ 데뷔해서 소감도 어버버 거릴 장애인한테 동정표 주는 얼빠들 정신차리세요ㅋㅋ

└댓글 미쳤나;; 최소한 선은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요?

└ㅋㅋㅋ말더듬이 빠순이 어서 오고

└너희 진짜 상상 이상이다, 역겨워.

└반박 못하니 욕부터 박네ㅋㅋ 서, 서, 설마 정당한 2위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ㅋㅋ

그동안 최소한의 도덕을 의식하여 표면에 나오지 않았던 원색적인 비난까지 댓글에 등장했다.

경악하거나 말리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본래 머릿수가 비슷하면 공격적인 여론에 순간적으로 힘이 실리기 마련이었다.

다만 그 반동으로, 마이너스 투표와 우승팀 보상 때문에 등수가 밀리고도 의연한 모습을 보여준 참가자들에게는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었다.

-얘들아 고생했다ㅠㅠ

-원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입니다. 표 깎는 이상한 루저들 너무 신경 쓰지 마시길~ 응원합니다 ^^

-아쉬웠을 텐데 씩씩한 모습 보여줘서 고마워

덕분에 보정 전 등수가 더 높았던 박문대는 등수가 상승하고도 운 좋게 어마어마한 비난 여론은 피해갔다.

대신 팬층에 약간 변화가 생겼다.

1차 팀전에서 문대의 팀을 묶어서 좋아하던 사람들이 비난 여론에 위축되면서, 2차 팀전에서의 박문대의 모습을 더 선호하는 팬들이 대세를 잡은 것이다.

-문대야 4위 축하해 고생 많았다ㅠㅠ (2차 팀원들에게 축하받는 영상)

-‘형 뭐해요?’ 삼 연발에 문대 표정ㅋㅋㅋㅋ ‘왜 고양이가 강아지한테 이러지..?’ (차유진과의 자투리 영상 캡처본) (고양이와 강아지 유머사진)

-문대가 이번에 애들 치댐에 못 이겨서 반강제로 인싸가 된 게 너무 웃김ㅋㅋㅋ

-여기 구석 보면 문댕댕 간식 나눠주고 있음ㅠㅠㅠ 아악 천사… 천사댕댕… (짧은 동영상)

그동안 관계성 강한 참가자 그룹이 없던 다른 두 참가자의 팬들도 신이 나서 은근슬쩍 그 흐름에 끼어들었다.?

차유진과 김래빈의 팬들이었다.

-문댕댕 김래빗 차고영, 강아지 토끼 고양이라니 완전 가슴 두근거리는 조합 아닙니까. 한 번만 잡숴 보셔 츄라이 츄라이 (사진)

-우리 애들 나 같은 찐따가 길에서 말 걸면 무시할 것처럼 생겨서는 맬렁맬렁 귀요미라는 점이 너무 귀엽다ㅠㅠ (방송분량 보정 동영상)

-애니멀 히어로즈 출동! (팬아트)

여기서 가끔 류청우를 끼워 넣은 조합까지 SNS에 넘쳐났다.

2차 팀전 방영으로 새롭게 프로그램에 빠져든 사람과, 참가자에게 분노와 견제를 쏟아내는 사람들이 섞이며 분위기 과열은 더 심해졌다.

불지옥과 온돌방을 넘나드는 이 과몰입 때문에 인터넷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프로그램이 극한의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었기에 더 심했다.

연예계 관련 커뮤니티를 넘어서, 이제는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를 들여다보아도 에 대한 글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글마다 앓는 사람과 싸우는 사람이 바글바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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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차유진이라는 참가자인데, 요새 여자들은 이런 기생오래비 같은 애를 좋아합니까? 쩝… 말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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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이.. 쏘다니는 살쾡이 같은 게… 복없는.. 인상입니다…

-아재 추합니다ㅋㅋ

-왜요 잘생긴 청년이구만^^ 우리 딸이 좋아라 합니다.

-이 프로가 요새 어린 애들 사이에서 유행이더군요~ 노래 참 잘하는 친구도 있던데, 나중에 결승 가면 한 표 줄라고 합니다~

└박문대 말이군요ㅋ 좀 싹바가지 없어 보이지만.. 원래 가수가 노래를 잘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ㅋ

-정신 차리세요 늙어서 안목까지 없으면 어쩝니까? 차유진군 아주 똘똘합니다 양궁하던 청년도 아주 괜찮아요 저는 이 둘 응원합니다

└아줌마야말로 정신차리쇼 딴따라에 빠져서 말뽄새가 그게 뭡니까

이렇게 댓글에 불이 붙으면, 누군가 SNS 등지로 캡처해 가서 또 그 글에서 싸움이 붙는 일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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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쳐) ㅋㅋㅋ 극딜 당하는 아재와 호통치는 꼰대의 대환장 콜라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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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차유진 슈스네 내 동년배들 다 차유진 키 180 거대 아기고영 사진 저장했다~

-여기서도 언급 없는 선아현이 2위라니 어이가 없네 진짜…

└이 글이 네티즌 대표글도 아닌데 왜 생각이 그렇게 흘러;;

└ㅋㅋ선아현은 비판만 해도 빠들이 천하의 개새끼로 몰아가니 그냥 언급을 말아야함ㅇㅇ

└너희가 지금 하고 있는 건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잖아 선아현이 뭘 잘못했는데?

└이거 봐 또 급발진ㅋㅋㅋㅋ

그리고 하필 이 타이밍에, 참가자들은 실시간으로 이 파란만장한 인터넷 여론을 접할 수 있었다.

* * *

솔직하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다.

‘살았다.’

운 좋게 큰 비난 여론을 피해 갔고, 반동이 올 만큼 적극적으로 치켜세워지고 있지도 않으니 딱 좋은 상태였다.

심지어 갈아탈까 고민하던 상위권 참가자들과 은근슬쩍 그룹으로 묶였다.

그러나 안도감 이상으로 보람이 느껴지진 않았다.

나는 엄지로 화면을 문질렀다. 사이드에 스크롤이 생기며 온갖 욕 댓글이 위로 쓸려갔다.

‘어쩐지 좀… 씁쓸하군.’

까놓고 말해서 지금 욕 들어 먹는 참가자 중에 최원길을 빼면 그렇게 인성 터진 놈도 없다.

대부분은 그냥 열심히 하는 어린애들인데 이렇게까지 두들겨 맞아야 하나.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고, 솔직히 다른 놈들이 떡락하면 반사이익을 볼 테니 생존에 이득이 부분인데도 영 뒷맛이 나쁘다.

‘게다가 하필이면 이 타이밍….’

-자료탐색용 기기 배부하겠습니다~

이번 팀전이 자체제작이라, 구체적인 컨셉용 자료탐색을 위해 스마트폰 기기를 잠시 돌려준 것이다.

본래 촬영 중에는 스마트폰 소지가 금지되어 있었다.

그 덕에 참가자들이 바깥 여론으로부터 격리될 수 있었는데, 이번 팀전에서는 그 룰이 깨진 것이다.

게다가 프로그램이 너무 잘나가는 탓에 인터넷 접속만 하면 관련 글을 피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자기 글을 다 살펴본 상태.

“…….”

숙소 침실은 각자 말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팀원들로 적막했다.

아마 다른 방도 비슷하겠지.

게다가 하필이면 이 팀에는 지금 인터넷에서 집중포화를 받는 참가자가 있다.

선아현.

‘얘 우는 거 아닌가?’

이층침대 밑 칸에 있을 선아현의 몰골을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 식은땀이 다 난다.?

불길한 예감 때문이다.

‘이거 설마 멘탈 나가서 특성이 도로 비활성화되는 거 아니냐…?’

선아현의 ‘근성’ 특성이 도로 비활성화되면 ‘자아존중감 결핍’ 상태 이상이 도로 살아날 것이다.

그럼 전체 능력치가 두 단계씩 떨어지는 미친 패널티를 먹은 선아현이 과연 무대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까?

무대 완성도와 팀전 편집이 둘 다 망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나는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지 팀원 운이 좋더라니.’

팀전 하나라도 편하게 가는 날이 없다.

‘일단 상태는 확인해 봐야겠군.’

“선아현.”

나는 침대 밖으로 얼굴을 빼서 아래로 숙였다. 어느새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선아현이 고개를 돌렸다.

“으, 응!”

“……?”

얘 왜 멀쩡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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