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385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85화
LeTi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는 이번 퍼포먼스에 방청객 500명을 불렀다.
일반 예능 방청객처럼 지원자 중 추첨한 건 아니었다. 특정 법인의 대학교, 고등학교, 병원에서 사람들을 초청해 왔다.
평가단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사장은 젠체하며 말했지만, 덕분에 이득 본 사람들도 있었다.
‘대박!’
아이돌 본다며 좋아하는 고등학생들 사이, 선생님은 아닌 척 손을 불끈 쥐었다.
‘아 혹시 얼굴 팔릴까 봐 이런 건 보러 못 왔는데… 웬일이야.’
학창 시절 한 아이돌을 열렬히 좋아하다가, 탈덕하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열정이 살아서 아직 타오르는 중이었다.
‘잡덕이지만….’
그렇다. 그녀는 온갖 아이돌을 다 좋아했다!
덕분에 LeTi의 이번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적당한 흥미 위주로 과하지 않게 몰입하며 즐기는 중이었다.
당장 어제 방영된 5화도 전부 시청 후 오늘의 무대를 추측까지 하고 있다.
‘팀전이 직전에 나왔으니 개인전이 한번 또 나오려나.’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가장 강렬했던 개인전 무대를 떠올리는 것이다.
바로 지난주에 방영된 4화의 신재현 VS 차유진 데스매치를.
-찢었다
-와 얘네 진짜 사장이 갑분 사장패스 이지랄한 거 이해간다 나라도 못 보냄;;
-솔직히 일반 서바였으면 차유진 승임 캐릭터 봐ㅋㅋㅋ 레티 사장 안목 여전하네 어휴
-차유진 레티 스타일 아니라 튀어보이는 거지 솔직히 완성도는 신재현이 나은 것 같은데… 음 차유진 빠 많이 붙은 듯 ㅊㅋㅊㅋ
둘의 무대는 ‘류건우 VS 진채율’ 무대의 어그로를 성공적으로 계승해 다시 한번 땔감을 쏟아부었다.
여기서 특이한 현상도 발생했다.
본래 사내 서바이벌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인 일반 서바이벌과 다르게 작동한다.
이 서바이벌을 통해 완성될 그룹부터 가늠하려는 수요층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데뷔하면 완전 찰떡일 것 같아ㅠㅠ
그런데 이질적인 , 특히 혜성처럼 돋보이는 차유진이 강타하면서 팀보다 개인에 집중하는 경향의 새로운 일반 시청자층이 유입되었다.
‘난리 났었지.’
기존 시청자를 적폐로, 유입 시청자를 분탕으로 모는 갑작스러운 혼란이 며칠간 이어졌다.
게다가 전 화의 논란이 재점화되는 효과도 있었다.
-진채율 보내기 아까워서 어쩔 수 없이 건우가 졌단 사람 나와봐 패스 있었잖아ㅋㅋㅋ 아 어이가 없네
-사장 류건우한테 무슨 악감정 있나 왜 이래? 패스 쓸 수 있었으면서 애를 그렇게 잔인하게 다뤄?
-ㄹㄱㅇ 얘는 빠들이 다 피해의식 X나 심하네 와이즈 데뷔하면 그룹팬들 피곤할 듯
하지만 이 모든 갈등은 어제 5화가 방영되며 극적으로 봉합되었다.
‘키워드 섹시!’
방청객들의 스포일러와 선공개 5초 만으로 벌써 헤비 시청자들을 흥분하게 만든 그 무대.
신재현, 차유진이 또 함께 무대를 하는데 거기에 류건우까지 들어왔다. 심지어 개인전이 아닌 완전한 팀플레이란다.
게다가 선공개 컷이 바로 안광을 죽인 차유진의 솔로컷이었다.
‘나 이 소속사에도 어울리는데 어때?’라고 묻는 듯한.
-와 씨
-대박이다 진짜 얘 뭐야
-누가 레티에 안 어울린대 차유진 ㅅㅂ오늘부터 레티상임 반박 시 님이 틀림
게다가 리더십 넘치는 신재현이 부드럽게 다독이며 팀을 이끌어나가는 무대 준비 과정은 다시 사내 서바이벌의 속성을 사람들에게 떠올리게 했다.
‘얘네 곧 정식 그룹이 되는 거지 참!’
인원 풀이 적으니, 웬만하면 이렇게 잘하는 녀석들은 다 같이 데뷔라는 생각 말이다.
훈훈한 열외 멤버 섭외기와 류건우의 각성까지 토핑으로 올라가자, 스트레스를 받던 사람들도 속이 가라앉았다.
-둘이 진짜 친한가 봐 아 대만족
-걵누 눈 봤냐 완전 케팝 무대 다 찢어먹겠다는 선언 같음;; 이게 망국의 기산가 뭔가 하는 그거냐?
-나 벌써 데뷔하고 자컨하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 중임ㅠㅠ
류건우의 열외 생활이 지나치게 고통스러워 보였다면 말이 좀 달라졌겠으나. 다행히 본인의 의도대로 적절한 수준에서 수위가 조절되었다.
물론, 본인의 의도와 관계없는 요소도 들어갔지만 말이다.
방청객으로 온 선생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걔… 진짜 살림에 미쳤더라.’
이런 식이다.
[류건우 : 청소를 하고 있으면 잡념이 사라져서 좋아요.]
[류건우 : 그러니까 화장실도 좀 치울게요.]
[……?]
[아무도 지시한 적 없는 일]
류건우의 집안일 3종 세트는 꼼꼼하고 생활력 강한 이미지를 구축하지 않았다.
대신 10배속으로 방영되었다.
미친 듯이 숙소를 쓸고 닦는 모습은 당황한 다른 열외 멤버와 대조되어 상당히 재밌는 그림이 되었고, 제작진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집념♨]
[차마 손을 대지 못하는….]
퍼포먼스를 생각하며 이글이글 불타는 열정을 일단 밥에 쏟아붓는 모습은 귀여운 밈처럼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졌다.
-공부 잘하는 애 특 : 일단 함, 눈에 뵈는 다른 거 없음 A!]
[풀 드로(Full draw) (A)]
-네가 시위를 당길 때, 정확한 위치에 있을 거야.
: 퍼포먼스 평정심 +120%
“…!”
그렇군. 아무래도 류청우가 무언가에 대한 열정을 되찾으며 특성에까지 영향을 준 모양이다.
참… 좋은 일인데 말이다.
“음…….”
순간 흥분이 가신 류청우의 얼굴에 걱정이 번진다.
“…형. 혹시 문제 있어?”
“아니, 그건 아니고.”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사실, 무대 내려오는 순간 홧김에 한 짓이 있다.
[명성이 증가하고 있다….]
+50000 Exp
그때 때맞춰 명성치가 정산됐거든.
[헐허ㄹ헐헐 50번 돌릴 수 있어요 형!!]
마침 클럽 새끼도 보내 버린 것 같아서 기분도 괜찮고.
그래서 까짓것, 여분이다 생각하고 아드레날린 때문에 돌려봤는데….
떴거든.
[하하!]
[★★★★★ 류청우 / 리드보컬]
“…….”
이거… 무슨 시그널이냐?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85화
LeTi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는 이번 퍼포먼스에 방청객 500명을 불렀다.
일반 예능 방청객처럼 지원자 중 추첨한 건 아니었다. 특정 법인의 대학교, 고등학교, 병원에서 사람들을 초청해 왔다.
평가단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사장은 젠체하며 말했지만, 덕분에 이득 본 사람들도 있었다.
‘대박!’
아이돌 본다며 좋아하는 고등학생들 사이, 선생님은 아닌 척 손을 불끈 쥐었다.
‘아 혹시 얼굴 팔릴까 봐 이런 건 보러 못 왔는데… 웬일이야.’
학창 시절 한 아이돌을 열렬히 좋아하다가, 탈덕하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열정이 살아서 아직 타오르는 중이었다.
‘잡덕이지만….’
그렇다. 그녀는 온갖 아이돌을 다 좋아했다!
덕분에 LeTi의 이번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적당한 흥미 위주로 과하지 않게 몰입하며 즐기는 중이었다.
당장 어제 방영된 5화도 전부 시청 후 오늘의 무대를 추측까지 하고 있다.
‘팀전이 직전에 나왔으니 개인전이 한번 또 나오려나.’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가장 강렬했던 개인전 무대를 떠올리는 것이다.
바로 지난주에 방영된 4화의 신재현 VS 차유진 데스매치를.
-찢었다
-와 얘네 진짜 사장이 갑분 사장패스 이지랄한 거 이해간다 나라도 못 보냄;;
-솔직히 일반 서바였으면 차유진 승임 캐릭터 봐ㅋㅋㅋ 레티 사장 안목 여전하네 어휴
-차유진 레티 스타일 아니라 튀어보이는 거지 솔직히 완성도는 신재현이 나은 것 같은데… 음 차유진 빠 많이 붙은 듯 ㅊㅋㅊㅋ
둘의 무대는 ‘류건우 VS 진채율’ 무대의 어그로를 성공적으로 계승해 다시 한번 땔감을 쏟아부었다.
여기서 특이한 현상도 발생했다.
본래 사내 서바이벌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인 일반 서바이벌과 다르게 작동한다.
이 서바이벌을 통해 완성될 그룹부터 가늠하려는 수요층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데뷔하면 완전 찰떡일 것 같아ㅠㅠ
그런데 이질적인 , 특히 혜성처럼 돋보이는 차유진이 강타하면서 팀보다 개인에 집중하는 경향의 새로운 일반 시청자층이 유입되었다.
‘난리 났었지.’
기존 시청자를 적폐로, 유입 시청자를 분탕으로 모는 갑작스러운 혼란이 며칠간 이어졌다.
게다가 전 화의 논란이 재점화되는 효과도 있었다.
-진채율 보내기 아까워서 어쩔 수 없이 건우가 졌단 사람 나와봐 패스 있었잖아ㅋㅋㅋ 아 어이가 없네
-사장 류건우한테 무슨 악감정 있나 왜 이래? 패스 쓸 수 있었으면서 애를 그렇게 잔인하게 다뤄?
-ㄹㄱㅇ 얘는 빠들이 다 피해의식 X나 심하네 와이즈 데뷔하면 그룹팬들 피곤할 듯
하지만 이 모든 갈등은 어제 5화가 방영되며 극적으로 봉합되었다.
‘키워드 섹시!’
방청객들의 스포일러와 선공개 5초 만으로 벌써 헤비 시청자들을 흥분하게 만든 그 무대.
신재현, 차유진이 또 함께 무대를 하는데 거기에 류건우까지 들어왔다. 심지어 개인전이 아닌 완전한 팀플레이란다.
게다가 선공개 컷이 바로 안광을 죽인 차유진의 솔로컷이었다.
‘나 이 소속사에도 어울리는데 어때?’라고 묻는 듯한.
-와 씨
-대박이다 진짜 얘 뭐야
-누가 레티에 안 어울린대 차유진 ㅅㅂ오늘부터 레티상임 반박 시 님이 틀림
게다가 리더십 넘치는 신재현이 부드럽게 다독이며 팀을 이끌어나가는 무대 준비 과정은 다시 사내 서바이벌의 속성을 사람들에게 떠올리게 했다.
‘얘네 곧 정식 그룹이 되는 거지 참!’
인원 풀이 적으니, 웬만하면 이렇게 잘하는 녀석들은 다 같이 데뷔라는 생각 말이다.
훈훈한 열외 멤버 섭외기와 류건우의 각성까지 토핑으로 올라가자, 스트레스를 받던 사람들도 속이 가라앉았다.
-둘이 진짜 친한가 봐 아 대만족
-걵누 눈 봤냐 완전 케팝 무대 다 찢어먹겠다는 선언 같음;; 이게 망국의 기산가 뭔가 하는 그거냐?
-나 벌써 데뷔하고 자컨하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 중임ㅠㅠ
류건우의 열외 생활이 지나치게 고통스러워 보였다면 말이 좀 달라졌겠으나. 다행히 본인의 의도대로 적절한 수준에서 수위가 조절되었다.
물론, 본인의 의도와 관계없는 요소도 들어갔지만 말이다.
방청객으로 온 선생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걔… 진짜 살림에 미쳤더라.’
이런 식이다.
류건우의 집안일 3종 세트는 꼼꼼하고 생활력 강한 이미지를 구축하지 않았다.
대신 10배속으로 방영되었다.
미친 듯이 숙소를 쓸고 닦는 모습은 당황한 다른 열외 멤버와 대조되어 상당히 재밌는 그림이 되었고, 제작진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퍼포먼스를 생각하며 이글이글 불타는 열정을 일단 밥에 쏟아붓는 모습은 귀여운 밈처럼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졌다.
-공부 잘하는 애 특 : 일단 함, 눈에 뵈는 다른 거 없음 <- 완전 이거 아님?
-가정 교육 진짜 잘 받은 듯ㅋㅋ
-집요정이 되는 게 건우의 스트레스 관리법이야…?
-아 짠하고 귀여운데 진짜 웃기네ㅠㅠ
놀랍게도 모든 것이 합리화되어 온실 속 금수저 이미지는 금도 가지 않았다.
류건우의 탈을 쓴 박문대가 알면 기함할 일이었으나, 어쨌든 개그 이미지가 긴장감 완화에는 효과를 발휘했다.
신재현의 팀에 가면서 진채율을 챙기는 일거양득의 장면도 위력을 발휘하며 류건우와 관련된 여론의 날카로움은 누그러졌다.
-ㅠㅠ진짜 스윗함 자기도 힘들텐데 이 와중에 동생 멘탈까지 챙기고…
-애가 독기가 생겼네 뭔가 보기 좋다
-무대 기대됨
그리고 지금, 방청객인 자신은 그 무대를 뛰어넘어 다음 장을 슬쩍 들춰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첫 무대를 시작합니다!”
‘으왁.’
순간 회상에 빠져들었던 선생님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무대 위에 시선을 고정했다.
‘누구부터 나오려나?’
인기 많은 참가자를 자연스럽게 꼽아보며, 그녀는 무대에 오르는 검은 인영들을 보았다.
그리고 아는 얼굴이 섞인 화려한 무대, 어정쩡한 무대, 기대 이상을 보여주는 무대, 야심 찼으나 아쉬운 무대가 이어진다.
와아아아!
그래도 이런 무대를 직접 본 경험이 별로 없던 방청객들은 대부분 재밌게 관람하며, 투표도 신나게 눌렀다.
사장이 일부러 방청객에겐 그들이 칼자루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평가는 잔인하도록 솔직했다.
보통 압도적인 승리가 나왔으나, 가끔 출연자가 비슷하게 잘하는 경우도 나왔다.
그 경우 재밌게도 기존 참가자가 투표를 더 잘 받는 경향이 있었다. 인지도 선점의 효과였다.
‘어, 윤신이다!’
선생님도 마찬가지로, 편안한 마음으로 끌리는 사람을 향해 투표를 했다.
그리고 다음 무대를 선보일 참가자는 모니터를 통해 그것을 보다가, 분위기를 잡고 대기 장소로 이동했다.
그가 보여줄 무대는 미국 남성 솔로의 유명한 댄스 팝송.
그루브하고 리듬이 튀는 그 곡을 보컬 중심으로 편곡한 무대다.
다만 비밀이 있다.
‘어, 사실 이미 다 해본 무대야.’
그가 몇 달 전 소속사의 월말 평가 후보곡으로 연습했다가 직전에 드롭한 곡이니까.
하지만 그는 켕기지 않았다.
‘진짜 보여준 건 아니니까 회사에선 모른다고.’
혹시 다른 참가자가 기억한다고 해도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진 않을 테니, 이 정도 요령은 피워도 괜찮을 것 같았다.
연습한 곡을 우연히 할 수도 있지.
‘체력 좀 아꼈다고 X발 사기도 아니고.’
혼자서 무대를 이끌어간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지 않은가. 자신이 선곡부터 무대까지 다 처리한 것을 고려해 보면 이런 이득은 봐야 맞다.
류건우에게 ‘클럽메보’라는 호칭을 받은 VTIC의 전 메인보컬, 우등반 참가자는 합리화를 마쳤다.
그리고 딱 붙는 바지에 불평하며 바로 섰다.
옆에선 은근히 닮은 두 사람, 류건우와 류청우가 나란히 서서 담담히 대기 중이었다.
미소까지 지으며 긴장되지 않는 것처럼 동선 이야기를 한다.
‘저렇게까지 가오 잡을 일이냐.’
카메라 의식도 저 정도 되면 병 아닌가?
‘양궁 국대 메달 없는 사람이 어딨어. 그리고 군면제 뜨고 은퇴런한 새끼가 무슨.’
그 와중에 자기 머리가 똑똑한 줄 아는 옆 놈은 연습하다 자신에게 이렇게 나불거리기까지 했다.
-도전자들은 마지막에만 다 같이 등장하고, 그때까진 파트 맡은 한 명씩만 무대에 나오는 게 어떨까요. 피처링 무대가 보통 그렇기도 하고.
마치 숙이고 들어오는 것 같았지만, 서바이벌에서 그럴 리는 없고 분명 속셈이 있었을 것이다.
원래는 자기 권한도 없는데 무대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한 시점에서 한번 참교육이 들어가야 했지만… 넘어가 줬다.
알아서 분량을 줄여주겠다는데 싫은 건 없지 않은가.
‘체력 아껴서 라이브 퀄리티 확실히 올려보겠다 생각인 것 같은데….’
연습생 기간 짧고 공부만 하던 놈이라 머릿속이야 훤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신은 원래 타고난 폐활량이 좋았다. 그 수는 아무 쓸모 없는 짓이었다.
‘저 새끼는 자기가 대단한 전략가라고 생각하겠지, 뭐.’
잘생겼다고 캐릭터 되니 어지간히 바람이 든 것 같았다.
저런 놈들이 게임에서도 자의식만 큰 트롤이 되는 법이었다. 개인전이라 솔직히 환영이었지만.
“ 이동!”
“넵!”
그리고 마침내 무대의 시간이 온다.
어쨌든 같이 데뷔할 수도 있으니, 우등반 참가자는 서로 격려의 말을 하는 것에는 동참했다.
“승패를 떠나서, 제대로 보여드리고 옵시다, 형들.”
류건우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최선을 다해서요. …화이팅 한번 하고 가는 게 어떨까요.”
“네, 네.”
데뷔 후에도 못 지낼 것까진 없겠다고 그림을 그리며, 우등반 참가자는 화이팅 구호에 참여했다.
“다 보여주자! 화이팅!”
그리고 잠시 후 무대 위.
뒷모습으로 등장한 인영은, 처음엔 하나뿐이다.
마치 솔로 무대처럼.
‘어?’
빠밤빰빰빰-!
핀포인트 조명이 꽂히는 순간, 터지는 음악에 맞춰 휙 몸을 돌린 것은 우등반 참가자였다.
안무처럼 가벼운 리듬을 타며 제스처와 함께 곡을 시작한다.
펑키한 리듬 앤 블루스.
쭉쭉 뻗는 안정적인 고음에 환성이 터진다.
이거지!
우등반 참가자는 익숙한 노랫말을 시원하게 불렀다.
축적된 연습량은 아무 생각이 없어도 저절로 노래를 끌고 나가게 해준다.
스탠드 마이크를 잡고 살짝 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렇게 잘 부르는데, 안무는 곁들이기만 해도 다들 감탄할 수밖에 없지!
우등반은 의기양양하게 기교를 부리며 끝음을 마쳤다.
‘이건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렇게 첫 벌스가 끝나는 순간.
무대에 조명이 하나 더 들어오며, 새로운 인원을 비춘다.
첫 번째 마디와 똑같은 멜로디.
그러나 편곡이 달라졌다.
반주가 거의 사라지고, 매끄러운 피아노 위에서 허스키한 음이 뚝 떨어진다.
“…!”
순간, 집중도가 확 높아진다.
그리고 우등반은 등을 타고 소름이 올라온다.
위기감.
‘어…??’
왜냐하면, 류건우는 일부러 연습에서 최고 기량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우등반 참가자는 연습생이다.
그 말이 무슨 뜻이냐면, 실전에서의 돌발 상황에 익숙하지 않다는 뜻이다.
가령 경쟁자의 기량이 갑자기 확 좋아진 것을 느꼈을 때의 그 압박감.
‘…!’
우등반 참가자는 하마터면 타이밍을 놓칠 뻔했으나, 반사적으로 마이크를 잡고 후렴에 들어갔다.
그 깔끔함에 안심하는 순간.
약속대로 위로 꽂히는 애드립.
살짝 더 높은 고음일 뿐이다.
그러나 기교와 성량이 선명히 차이를 보인다.
해상도에서 차이가 나는 것처럼.
코러스와 간판 가수처럼.
잡아먹듯이 쫓아 온다.
와!!
환성이 마치 비교하는 것처럼 들린다.
‘X발, X발!’
마음이 조급해진 우등반의 박자가 미세하게 빨라진다. 사장이 눈썹을 치켜올린다.
그렇게 겨우 류건우의 파트가 끝났다.
류건우는 살짝 화려한 작별 인사 제스처와 함께 무대에서 사라진다. 그것마저 사람들이 호응한다.
하지만 남은 건 빈 마이크와 조명.
‘됐어!’
반주에서 가벼운 안무를 하는 우등반이 겨우 침착함을 찾을 무렵.
노래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또 환성이 들린다.
끄아악! 와악!
‘어…?’
빈 류건우의 스탠딩 마이크 자리, 그곳으로 이번엔 류청우가 들어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등장에 사람들은 당황하고 자극적으로 반응하지만, 류청우는 그저 부드럽게 저음으로 2절을 들어간다.
좋은 목소리에 함성이 이어진다.
그러나 연습이랑 별로 다를 게 없는 역량이다. 분명 자신이 더 잘 부른다.
우등반은 신경이 곤두선 채로 다음 벌스를 타고 들어갔다.
하지만….
‘왜… 함성이 내가 더 작은 것 같지?’
원래라면, 무대에서 가장 분량이 많은 사람이 돋보이는 게 맞다.
문제는 변화였다.
관객은 빨리 질린다.
새롭게 바뀌듯 등장하는 것이 시선을 끄는 순간, 항상 존재하는 것은 낡은 것이 된다.
심심한 맛의 플레인.
그리고 계속 모습을 바꾸며 들어오는 토핑은, 사실상 주인공의 자리가 된다.
‘아…….’
자리를 계속 지키는 사람은, 그냥 코러스가 되는 것이다.
압도적으로, 메인급으로, 제대로 잘하지 않는 이상.
뚝.
그것을 본능적으로 느끼자마자 우등반의 등을 타고 식은땀이 떨어진다.
긴장에 페이스가 밀리기 시작한다.
‘아.’
관성적으로 부르던 습관은 정신력이 무너지며 흐트러진다.
그리고 그건 관객에게도 보인다.
‘음….’
‘좀 불안하지?’
전반에서 류건우에게 밀렸던 인상은, 후반에서 무너지면서 하나의 이미지로 완성된다.
‘생각보다 잘 못한다…’로.
하지만 옆 사람이 연습보다 못했든 잘했든, 류청우는 자연스럽고 태연하다.
어차피 자신이 상대보다 능력치가 좋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주눅들 것도 기대할 것도 없다.
그리고 뒤에서 세 번째 마이크가 등장하며, 다시 류건우가 무대로 등장해 관객의 환호가 커지는 순간에도 자신의 파트를 끌고 간다.
그리고 화음이 절묘한 엔딩까지.
와아아!
다시 환성이 쏟아지고, 그렇게 무대는 끝났다. 그리고 모두가 예견하던 사람이 곧 전광판에 뜬다.
승자. 류건우.
그리고 패자 중 누가 탈락한 것인지도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 * *
무대가 끝났다.
진정한 패자가 나오기 전, 짧은 백스테이지의 휴식.
“형, 이거… 정말 재밌네.”
류청우는 마이크를 떼어내자마자 숨을 몰아쉬던 것도 있고 달려와서 이 말부터 했다.
그리고 대답도 듣지 않고 말을 쏟아낸다.
“이런 느낌일 줄은 몰랐거든. 이건… 점수가 안 나오는데도, 그리고 졌는데도… 꼭 이긴 경기한 것 같은 느낌이 드네. 신기하게.”
매번 어른스럽게 대처하던 놈답지 않게 흥분한 목소리다.
그리고 눈을 빛내며 말한다.
“나보다 실력 좋은 분이라 결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남아서 더 해보고 싶은데. 욕먹더라도.”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걸. 욕 안 먹고 될 것 같으니까.”
“…그래?”
류청우의 얼굴에 훅, 희망과 열망이 깃든다.
그 순간, 나는 이놈의 상태창이 멋대로 켜지더니 번뜩이며 새로운 단어를 뱉는 것을 보았다.
설마.
-네가 시위를 당길 때, 정확한 위치에 있을 거야.
: 퍼포먼스 평정심 +120%
“…!”
그렇군. 아무래도 류청우가 무언가에 대한 열정을 되찾으며 특성에까지 영향을 준 모양이다.
참… 좋은 일인데 말이다.
“음…….”
순간 흥분이 가신 류청우의 얼굴에 걱정이 번진다.
“…형. 혹시 문제 있어?”
“아니, 그건 아니고.”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사실, 무대 내려오는 순간 홧김에 한 짓이 있다.
+50000 Exp
그때 때맞춰 명성치가 정산됐거든.
마침 클럽 새끼도 보내 버린 것 같아서 기분도 괜찮고.
그래서 까짓것, 여분이다 생각하고 아드레날린 때문에 돌려봤는데….
떴거든.
“…….”
이거… 무슨 시그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