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ê Truyện Hàn
  • Trang Chủ
  • Truyện Chữ
  • Truyện Tranh
  • Liên Hệ
Đăng Nhập Đăng Ký
  • Trang Chủ
  • Truyện Chữ
  • Truyện Tranh
  • Liên Hệ
Đăng Nhập Đăng Ký

Ra Mắt Hay Ra Đi Raw - C382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82화
배세진의 현 상황을 알아보자면… 놀랍게도 딱 한 번의 인터넷 검색만으로 충분하다.
‘이세진.’
최상단에 벌써 프로필이 뜨거든.
-이세진 (영화배우)
최신 필모그래피 : 해마 (20XX. 12. 15.)
이놈은 지금 한창 주가가 높은 영화배우니까.
전체 필모그래피를 확인하면 200만 이하가 없는 쟁쟁한 라입업으로 연결된다.
이 정도면 영화 보는 사람이라면 이놈 이름 한 번쯤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오오, 근데 드라마는 안 찍으셨네요?]
일부러겠지. 아역배우 이후로 철저히 작품 관리를 한 것 같다.
당연히 이름값이 높다. 배우를 아이돌보다 쳐주는 현 세태를 고려하면 거의 테스타급.
아쉬울 게 없는 상황처럼 보이지만… 필모그래피 다음 항목이 문제다.
-소속사 : 드림케이 컴퍼니
이놈 예전 소속사 그대로다. 아역배우 굴리고 재계약 시즌에 루머 터뜨려서 몸값 낮추는 그놈들.
‘X 같겠네.’
이곳에서는 소속사에 항의하며 쉬는 대신, 아역 이후에 짧게 재정비한 후 바로 일을 받아온 모양이다.
긴 공백기 대신 탄탄히 쌓아온 커리어.
그리고 배우는 신비주의지만, 소속사는 언론과 SNS에서 열심히 ‘이세진’ 이름을 팔고 다닌다.
나는 턱을 매만졌다.
‘쉬운데.’
[네?]
그래서 스케줄 보안이 허술하단 뜻이다.
아이돌처럼 숙소나 소속사 앞에 죽치고 앉아 있는 부류가 적으니 정보 허들이 낮다.
‘밥이네.’
나는 드림케이 공식 SNS를 훑었다.
그리고 거기서 뽑아낸 키워드로 직원의 개인 인하트 계정을 찾아내 날짜순으로 비교, 탐색한 후 결론을 내렸다.
‘지금 배세진은 모종의 차기작 촬영 중이다.’
그리고 익명 처리했지만, 직원 SNS에서 배세진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간접적으로 언급되는 빈도를 보면….
[아, 회사에 자주 있으신가 봐요.]
맞다. 특히 배세진이 활동 중일 때 툭툭 언급이 튀어나온다. 거의 스케줄 마치곤 회사로 퇴근하는 것 같은 수준.
그러니까 지금도 촬영 중이 아닐 땐 회사에 있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는 거다.
“흠.”
그래서 배세진을 각성시킨 바로 다음 날 아침, 나는 간단히 씻은 후 모자와 마스크를 챙겨 오피스텔을 나섰다는 것이다.
물론 확률만 믿은 건 아니다.
[배세진 : 삿대질하는 사장 쳐다보는 중 (?ㅅ´+)]
상태를 한번 쭉 체크했거든.
그러면 대충 동선이 이렇게 뜬다.
‘새벽 촬영을 끝내고 차 타고 이동한 뒤에 건물에 들어가서 사장을 만났다?’
사장이 어디 있겠는가. 회사 건물에 있겠지.
이걸 봐서도 회사에 있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
[그럼… 가보시게요?]
“그래.”
직접 확인해 보자.
녀석의 회사는 강남 구석에 있었다.
아이돌 대형 기획사들처럼 으리으리한 사옥은 아니다. 4층짜리 구형 건물에 현판도 없다.
그러니 그만큼 1층에선 보안도 그리 빡빡하지 않다.
건물 관리하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뒷문도 그냥 ‘관계자 외 출입 금지’ 따위의 표지 하나 두고 놔둘 것 같은데.
‘저긴가.’
확실히, 적당한 위치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트럭이 멈추고 유니폼 입은 사람들이 뒷문을 드나든다.
나는 타이밍을 보다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발을 옮겼다. 대충 짐 나르는 용역직으로 오해받을 움직임으로.
그러자 큰달의 팝업이 약간 흔들리면서 뜬다.
[저, 형. 이거 혹시 무단 침입으로 잡히면… 문제 생기지 않을까요?]
‘배세진 귀에만 들어가면 괜찮은데, 무조건 들어가게 되니까 상관없어.’
이건 입구 컷 당하거나, LeTi 신인이 이 기획사를 온 게 공식 방문처리 될까 봐 하는 짓이다.
다른 회사 건물도 아니고 소속사 건물 아닌가. 차라리 걸려도 괜찮다.
‘나도 반쯤 공인이니까.’
아이돌 서바이벌 방송으로 유명해진 덕을 여기서 보는 것이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관계자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비슷한 직종의 얼굴 알려진 사람이니 ‘이세진’ 지인이라 약속 잡아서 조용히 만나러 왔다고 하면 웬만하면 믿는다.
‘아니, 믿든 못 믿든 배세진 귀에만 들어갈 수 있으면 된다.’
놈이 각성하며 배세진을 이름이 바뀌었다는 건 분명 테스타 당시의 기억을 찾았다는 뜻이다.
그럼 이 이상한 상황에 당황해서라도, 뜬금없이 튀어나온 낯선 사람을 만나는 보려고 할 것이다.
‘다만 최악은… 소속사에서 아예 말도 안 들어가게 끊는 건데.’
배세진의 연락처가 없는 걸로 추측했을 때 그것도 가능성이 없진 않다는 게 문제긴 하군.
툭.
나는 1층 외각의 비상문을 통해 걸음을 옮겨, 일단 화장실에 들어가 칸으로 몸을 숨겼다.
혹시라도 그새 배세진이 회사에서 나오진 않았는지 체크한 뒤 동선을 그릴 생각이었는데….
쾅!
그사이에, 화장실 문이 세차게 열리더니 웬 놈이 구둣발로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벌써 보안팀이 나왔을 리가 없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냥 세면대 쓰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도로 상태창을 확인했….
[배세진 : 찬물 세수 중 (#ㅅ#)=3]
“…….”
설마.
나는 일단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끼익.
그러자 세면대에 선 남자가 보인다.
정장 차림의 놈은 고개를 숙이고 찬물을 얼굴에 끼얹고 있다.
그리고 고개를 드는 순간, 거울에 얼굴이 비친다.
“…!”
배세진이다.
염색도 렌즈도 없이 정장 하나 딱 입은 놈의 스타일은 누가 봐도 배우용이었다.
‘이게 또 이렇게.’
바로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어쩐지 이놈과는 류건우 몸으론 매번 세면대 앞에서 보게 되는군.
-이세진 씨 맞으시죠? 죄송합니다. 제가 팬이라 놀라서요.
희한한 일이었다. 그러나 감상으로 지체할 시간은 없다.
나는 이 화장실에 다른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뒤, 배세진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예.”
내가 칸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오묘한 눈이던 놈이 순식간에 표정을 관리한다. 과연 배우다.
“팬입니다.”
“…음, 감사합니다. 새로 오신 직원이신가요?”
나는 긴장이 내려가는 놈을 보고, 결정타를 날렸다.
“그건 아니고요. 테스타 배세진 씨 팬입니다.”
“…!”
곧장 반응이 튀어나왔다.
“너 누구야.”
배세진은 곧바로 기세가 날카로워졌다.
금방이라도 내 멱살을 잡을 것 같군. 혹은 재빨리 화장실을 봉쇄하거나.
역시 직구가 답인가.
나는 바로 입을 열었다.
“저 박문대요. 형.”
“…!?”
툭.
배세진 등 뒤에서 뭔가가 떨어진다.
시선을 내려보니 볼펜 모양이다. 아마도 녹음기였던 것 같다.
“바, 박문…….”
“네. 이렇게 됐어요.”
이놈 더 넋이 나가기 전에 본론으로 들어가야겠군.
* * *
안타깝게도 이놈 데리고 어디 적당한 식당이나 카페 행은 불가능했다.
둘 다 얼굴이 너무 팔린 데다가, 이놈 지금 상황이 말이다.
“이 건물에서 나가기가 힘들어.”
“대체 무슨 상황이신데요.”
“…그럴 게 있어. 아무튼, 너, 너야말로 원래 몸 어디 두고 거기에 있어…!”
진짜 믿는 건지 일단 믿는 척해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배세진도 날 캐물을 자세가 됐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겠다.
“사실.”
“사실?”
“원래 이 몸으로 태어났어요. 박문대는 새로 얻은 몸이고요.”
개소리였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흔들린 배세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너, 너 설마 귀신이야…?”
“아뇨.”
잠깐만.
죽고 나서 남의 몸에 붙었다는 지점에서는 딱히 명제가 다를 것도 없는데.
[다르거든요! 완전 다르거든요!]
“아니지. 생각해 보니 비슷한 것 같기도…….”
“끄으읍.”
잘하면 뒷목 잡고 넘어가겠군. 나는 말을 고쳤다.
“어쨌든, 참가하기 직전부터 박문대로 살고 있었어요. 자의로 한 선택은 아니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었다는 거야? 이렇게 막, 세계가 바뀌고…….”
“비슷할지도요. 아무튼, 형이 아는 박문대는 처음부터 저였다는 말인데요. …못 믿으셔도 어쩔 수 없겠지만요.”
그러나 얼굴이 색색으로 바뀌던 배세진은 이 말에 놀라운 반응을 했다.
입을 열다가 한숨을 네댓 번 푹 쉬더니, 이렇게 대답한 것이다.
“…알아. 넌 한 번도 안 변했거든.”
“……감사합니다.”
연기라도 썩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이걸로 안 넘어가! 지금 이 상황도 완전 말이 안 되는데, 너까지…. 자세히 설명해 봐!”
더 자세히 설명하고 싶어도 말이다.
“…회사 화장실에서요?”
“…….”
녀석은 한숨을 쉬더니 나에게 손짓했다.
“따라와.”
그리고 배세진이 나를 데려간 곳은 3층 비상구 근처 회사 창고였다.
‘혼자 있고 싶을 때 자주 오던 곳 같은 덴가.’
움직임이 익숙해 보였다.
달칵.
문을 닫은 놈이 표정을 굳히고 진지하게 말한다.
“…한동안은 사람 안 올 거야. 이제 말해.”
“예.”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최대한 간결하게 줄여서 지금까지의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해도 해도 안 익숙해지는군.’
그래도 차유진에게 한 번 했던 거라고, 제법 스토리가 매끄럽다.
배세진은 얼굴이 시퍼레졌다가, 허옇게 변했다가, 누렇게 뜨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엔 뻘겋게 변했다.
앞은 알겠는데 마지막은 왜지.
“그, 그럼… 네가 그 사람이야?”
“예?”
“그… 류건우 씨. 응원한 거!”
아, 그거.
‘이 녀석이 아까 괜히 오묘한 표정이 아니었군.’
박문대랑 좀 섞이긴 했지만, 아무튼 이 녀석도 이 얼굴에서 그때의 류건우를 알아본 모양이다. 나는 목 뒤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긴 한데. 일부러 속이려고 한 건 아니고요. 진짜 응원하는 의미였는데요.”
배세진이 황급히 손을 내젓는다.
“아니, 아니, 고맙…. ……잠깐. 근데 너는 그때 박문대였는데, 시간이 안 맞지 않나…??”
“그것도 또 복잡하게 꼬여서요.”
이것까지 말할 줄은 몰랐는데. 나는 진짜 박문대, 큰달과의 스토리를 짧게 설명했다.
큰달은 의외로 신나게 중간중간 참견했고.
[그래서 형 덕에 저 공무원 시험 붙은 것도 말해주세요!]
그리고 배세진은 의외로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압도당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차유진처럼 적당히 상황을 납득하지도 않았다.
도리어 점점 심각한 얼굴이 되더니, 이런저런 분석을 내놓는 것이다.
인문학적 소양이 돋보이는군.
“타임 패러독스라고 알아? 네 상황이 그거랑 비슷한 것 같은데….”
“그럼 지금 이 상황은 일종의 모의시험 같지 않아? 현실이랑 유사하지만 좀 덜 어려운 느낌으로.”
“어쩌면 가상현실 같은 걸 수도 있어. 영화 있잖아. 매트릭스같이….”
나는 이 모든 말을 최대한 성의껏 대답했다.
하지만 결론은 결국 이거다.
“모르겠어요. 저도 다 추측이라.”
미지수.
“어쨌든, 저는 지금까지 구조상 돌아갈 수 있다는 쪽에 걸고… 진행하는 중인데요.”
“…아이돌로 대상까지 말이지.”
“예.”
“……그래. 그쪽이 말은 되는데.”
배세진은 짧게 심호흡을 했다. 아무래도 지나치게 미친 소리를 많이 들어서 용량이 부족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것 때문인지 배세진한테서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그럼 어차피 우린 현실로 돌아갈 거니까, 여긴 그, 꿈 같은 거네.”
“예.”
“좋아.”
“…?”
뭐가.
“기다려 봐. 아주 박살을 내고 올 테니까.”
“예?”
“이 기획사!”
배세진은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말했다.
“어차피 현실도 아닌데, 잘됐어. 불똥이고 나발이고 아주 제대로 법적 해결을 봐야겠어.”
“어…….”
물론 말릴 생각은 없긴 한데 말이다.
“그래도 여기서 연기하시는 게 재밌으면, 좀 즐기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테스타였을 때는 계속 개인 활동이 유보되며 연기 쪽 커리어는 거의 쌓지 못했지 않은가.
돌아가기 전에 여기서 연습 삼아 환경을 경험해보며 앞으로 개인 활동 계획을 점검해도 제법 이득일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러나 배세진은 거침없다.
“연기는 좋지! 그런데 이건 아니야.”
“왜요.”
녀석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자식들 매번 똑같은 캐릭터만 강요한단 말이야…!”
“…….”
“여기 내가 지금 4년째 비슷한 사이코패스 역만 하고 있어. 하는 내가 봐도 사골이 따로 없다고!”
“음.”
그래, 열받을 수도 있겠다.
‘이세진’은 지금 명실상부 이름난 배우인데, 시나리오 하나 맘대로 고르지 못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시나리오 집어던지면서 갑질할 수 있어야 정상 아닌가.’
이건 순 부당대우 아닌가.
그러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다.
“형 설마 연락처 없는 게….”
“…! 어떻게 알았……. 맞아. 이 자식들 멘탈 관리 같은 소리 하면서 개인 스마트폰도 못 쓰게 해.”
배세진이 싸늘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날 무슨 제한능력자 취급하는 거지.”
민법 용어가 나오는데, 테스타가 된 이후로도 과거를 곱씹으며 정의했었나 보군.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연기만 할 수 있으면 큰 상관 없었어. 여론 눈치 보이니 어릴 때처럼 살인적인 스케줄도 아니고, 정산도 엄마가 잘살 정도는 주니까….”
놈의 얼굴이 흐려지더니, 곧 안광이 타오른다.
그리고 주먹을 쥐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나인 이상, 아무리 현실이 아니라고 해도 이걸 더 참을 필요는 없잖아.”
“그렇죠.”
놈이 시원하게 선언한다.
“다 엎고 나올게! 너 지금 아이돌 준비하는 거지?”
“그렇긴 한데요.”
나는 적당히 LeTi의 서바이벌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세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결심한 듯 이렇게 외쳤다.
“나도 거기 나갈게!”
음.
“힘들지 않을까요.”
“왜!”
“형 25살이잖아요.”
“…….”
그렇다.
지금까지 체크한 녀석 중에서 독보적 최연장자, 25살 배세진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고개를 숙였다.
‘아역이 아닌 배우로 성공하려면 어느 정도 나이가 돼야 해서 어쩔 수 없던 건가.’
짧은 추측이 지나갈 무렵.
“……그, 아이돌 하기엔 그렇게 나이가 너무 많나? 우리 할 때 비슷한 나이 참가자도 나왔고…….”
“예. 그런 문제는 아니고요.”
나는 천천히 설명했다.
“그 나이만큼 형이 배우로 쌓아놓으신 게 있다 보니까, 대중이 아이돌 프로그램에 나온 형한테 쓸데없이 반발심을 가질 거란 뜻이죠.”
이룬 게 많은 25살 배우라서 문제란 뜻이다.
한창 최전성기. 배세진이 연기보다 아이돌을 더 압도적으로 잘하지 않는 이상은 고통만 된다.
원래 현실로 돌아갈 거라면 그런 고통을 굳이 여기서까지 감내할 필요는 없지.
끙끙거리던 배세진은 결국 한숨을 쉬며 인정했다.
“…네 말이 맞아.”
“음.”
하지만 지원사격을 포기한 건 아닌가 보다.
놈이 주먹을 불끈 쥔다.
“그러면, 내가 제대로 밀어줄게.”
“예?”
녀석의 얼굴에 야망에 찬 미소가 번졌다 사라진다.
“어차피 네 가설대로라면 여기서 장기적인 미래나, 내 영향력을 고민할 필요는 없다는 거잖아.”
“그, 그렇죠.”
놈이 낮게 웃는다.
“내가… 현실에서 지금까지 알아본 이 기획사 비리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
설마.
“변호사 선임해서 몰아붙일 거야. 약점을 잡혀도 과연 뻔뻔하게 굴 수 있는지 보자. 내가, 안 나가는 대신 제대로 고쳐줄 테니까!”
“…….”
사이다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한 놈이 눈을 번뜩인다.
그래… 아이돌도 아니고 배우에, 대놓고 여론전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사장 버릇 고쳐주는 정도야.
“그건 응원하겠습니다.”
“그래!”
놈은 뿌듯한 얼굴이 됐다가, 이젠 순 흥분한 얼굴로 제안까지 한다.
“그게 끝나면… 내가 활동에 발언권이 생길 거잖아. 그럼 일단 SNS 개설해서 너 투표해달라고 할까?”
“아닙니다.”
무서운 말 하네.
공정성 문제에 대해서 한참 토의한 후, 녀석은 이 건을 데뷔 후로 미뤄주었다.
‘폭주 기관차가 따로 없군.’
미래에 대해 걱정 안 하는 배세진은 어디 사이다물 주인공 같은 스타일이 되었다.
“그럼 너는….”
그리고 근황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려는 순간.
드르륵-.
내 스마트폰이 울렸다.
“아, 나도 사야 하는데.”
“일단 제 번호부터 드릴게요.”
그리고 내가 스마트폰을 열었을 때였다.
문자가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자이롭 이세진입니다! 와이즈 류건우 씨 맞나요? (웃는 이모티콘)
“…….”
그래.
촬영 끝나면 연락하기로 했던 놈이다.
옆에서 보던 배세진이 반색한다.
“…! 이세진도 찾은 거야? 얘도 그럼 기억 있는 거지?”
나는 느리게 입을 열었다.
“아뇨.”
“…!”
“우연히 만났는데, 아직 기억 돌려줄 방법은 없어요.”
“…….”
배세진은 기세가 죽었다. 그리고 조용히 위로하듯 옆에 섰다.
“너랑 제일 친했잖아. 그, 이세진이랑 선아현이랑…….”
그리고 말하다가 깨달았는지, 조심스럽게 묻는 것이다.
“선아현 소식은 봤어?”
나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배세진은 안절부절못하는 것 같더니, 곧 대인배처럼 큰 동작으로 내 등을 두드렸다.
툭툭!
“아니… 금방 대상 타서 돌아가면 되지! 너, 너 이런 계획 잘 세우잖아. …우리 잘할 수 있을 거야!”
“…예.”
나는 배세진과 조용히 창고에 좀 더 앉아 있었다. 웃기지만 좀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얼마 후.
“슬슬 찾으러 올 것 같은데… 나 번호 만들면 바로 연락할게. 오늘 만들 거야.”
“괜찮겠어요?”
배세진이 코웃음 쳤다.
“일단 만들 건데 자기들이 어쩌겠어.”
그리고 그날 오후.
새로운 단체 메시지 방이 개설되었다.
[테스타 / 3명]
제일 처음 글을 올린 건 내가 아니라 차유진이었다.
-차유진 : 배세진 형 있어요? WOOOOW
-배세진 : (인사하는 햄스터 이모티콘)
-배세진 : 넌 잘 지내는 것 같네 래빈이 잘 있다며
-차유진 : YEEESSS (선글라스 이모티콘)
왠지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차유진 : 우리 빨리 멤버 늘려요!
놈은 공지까지 올렸다.
[Take your 7 STAR! Cheer up!]
나는 어쩐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그 문구를 보다가, 천천히 자판을 쳤다.
-그러자 (양팔을 올리는 강아지 이모티콘)
절반이 좀 안 되는 인원이지만, 그래도 형체가 생겼다는 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는 4화도 성황리에 방영되었고, 새 촬영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형 오늘부터 촬영이지?”
“그래.”
“잘 가, 몸조심하고… 금방 보자.”
나는 다시 오피스텔을 나서서, 촬영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틀어서 가장 경쟁적인 룰을 만나게 된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82화

배세진의 현 상황을 알아보자면… 놀랍게도 딱 한 번의 인터넷 검색만으로 충분하다.

‘이세진.’

최상단에 벌써 프로필이 뜨거든.

-이세진 (영화배우)

최신 필모그래피 : 해마 (20XX. 12. 15.)

이놈은 지금 한창 주가가 높은 영화배우니까.

전체 필모그래피를 확인하면 200만 이하가 없는 쟁쟁한 라입업으로 연결된다.

이 정도면 영화 보는 사람이라면 이놈 이름 한 번쯤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일부러겠지. 아역배우 이후로 철저히 작품 관리를 한 것 같다.

당연히 이름값이 높다. 배우를 아이돌보다 쳐주는 현 세태를 고려하면 거의 테스타급.

아쉬울 게 없는 상황처럼 보이지만… 필모그래피 다음 항목이 문제다.

-소속사 : 드림케이 컴퍼니

이놈 예전 소속사 그대로다. 아역배우 굴리고 재계약 시즌에 루머 터뜨려서 몸값 낮추는 그놈들.

‘X 같겠네.’

이곳에서는 소속사에 항의하며 쉬는 대신, 아역 이후에 짧게 재정비한 후 바로 일을 받아온 모양이다.

긴 공백기 대신 탄탄히 쌓아온 커리어.

그리고 배우는 신비주의지만, 소속사는 언론과 SNS에서 열심히 ‘이세진’ 이름을 팔고 다닌다.

나는 턱을 매만졌다.

‘쉬운데.’

그래서 스케줄 보안이 허술하단 뜻이다.

아이돌처럼 숙소나 소속사 앞에 죽치고 앉아 있는 부류가 적으니 정보 허들이 낮다.

‘밥이네.’

나는 드림케이 공식 SNS를 훑었다.

그리고 거기서 뽑아낸 키워드로 직원의 개인 인하트 계정을 찾아내 날짜순으로 비교, 탐색한 후 결론을 내렸다.

‘지금 배세진은 모종의 차기작 촬영 중이다.’

그리고 익명 처리했지만, 직원 SNS에서 배세진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간접적으로 언급되는 빈도를 보면….

맞다. 특히 배세진이 활동 중일 때 툭툭 언급이 튀어나온다. 거의 스케줄 마치곤 회사로 퇴근하는 것 같은 수준.

그러니까 지금도 촬영 중이 아닐 땐 회사에 있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는 거다.

“흠.”

그래서 배세진을 각성시킨 바로 다음 날 아침, 나는 간단히 씻은 후 모자와 마스크를 챙겨 오피스텔을 나섰다는 것이다.

물론 확률만 믿은 건 아니다.

상태를 한번 쭉 체크했거든.

그러면 대충 동선이 이렇게 뜬다.

‘새벽 촬영을 끝내고 차 타고 이동한 뒤에 건물에 들어가서 사장을 만났다?’

사장이 어디 있겠는가. 회사 건물에 있겠지.

이걸 봐서도 회사에 있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

“그래.”

직접 확인해 보자.

녀석의 회사는 강남 구석에 있었다.

아이돌 대형 기획사들처럼 으리으리한 사옥은 아니다. 4층짜리 구형 건물에 현판도 없다.

그러니 그만큼 1층에선 보안도 그리 빡빡하지 않다.

건물 관리하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뒷문도 그냥 ‘관계자 외 출입 금지’ 따위의 표지 하나 두고 놔둘 것 같은데.

‘저긴가.’

확실히, 적당한 위치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트럭이 멈추고 유니폼 입은 사람들이 뒷문을 드나든다.

나는 타이밍을 보다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발을 옮겼다. 대충 짐 나르는 용역직으로 오해받을 움직임으로.

그러자 큰달의 팝업이 약간 흔들리면서 뜬다.

‘배세진 귀에만 들어가면 괜찮은데, 무조건 들어가게 되니까 상관없어.’

이건 입구 컷 당하거나, LeTi 신인이 이 기획사를 온 게 공식 방문처리 될까 봐 하는 짓이다.

다른 회사 건물도 아니고 소속사 건물 아닌가. 차라리 걸려도 괜찮다.

‘나도 반쯤 공인이니까.’

아이돌 서바이벌 방송으로 유명해진 덕을 여기서 보는 것이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관계자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비슷한 직종의 얼굴 알려진 사람이니 ‘이세진’ 지인이라 약속 잡아서 조용히 만나러 왔다고 하면 웬만하면 믿는다.

‘아니, 믿든 못 믿든 배세진 귀에만 들어갈 수 있으면 된다.’

놈이 각성하며 배세진을 이름이 바뀌었다는 건 분명 테스타 당시의 기억을 찾았다는 뜻이다.

그럼 이 이상한 상황에 당황해서라도, 뜬금없이 튀어나온 낯선 사람을 만나는 보려고 할 것이다.

‘다만 최악은… 소속사에서 아예 말도 안 들어가게 끊는 건데.’

배세진의 연락처가 없는 걸로 추측했을 때 그것도 가능성이 없진 않다는 게 문제긴 하군.

툭.

나는 1층 외각의 비상문을 통해 걸음을 옮겨, 일단 화장실에 들어가 칸으로 몸을 숨겼다.

혹시라도 그새 배세진이 회사에서 나오진 않았는지 체크한 뒤 동선을 그릴 생각이었는데….

쾅!

그사이에, 화장실 문이 세차게 열리더니 웬 놈이 구둣발로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벌써 보안팀이 나왔을 리가 없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냥 세면대 쓰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도로 상태창을 확인했….

“…….”

설마.

나는 일단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끼익.

그러자 세면대에 선 남자가 보인다.

정장 차림의 놈은 고개를 숙이고 찬물을 얼굴에 끼얹고 있다.

그리고 고개를 드는 순간, 거울에 얼굴이 비친다.

“…!”

배세진이다.

염색도 렌즈도 없이 정장 하나 딱 입은 놈의 스타일은 누가 봐도 배우용이었다.

‘이게 또 이렇게.’

바로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어쩐지 이놈과는 류건우 몸으론 매번 세면대 앞에서 보게 되는군.

-이세진 씨 맞으시죠? 죄송합니다. 제가 팬이라 놀라서요.

희한한 일이었다. 그러나 감상으로 지체할 시간은 없다.

나는 이 화장실에 다른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뒤, 배세진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예.”

내가 칸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오묘한 눈이던 놈이 순식간에 표정을 관리한다. 과연 배우다.

“팬입니다.”

“…음, 감사합니다. 새로 오신 직원이신가요?”

나는 긴장이 내려가는 놈을 보고, 결정타를 날렸다.

“그건 아니고요. 테스타 배세진 씨 팬입니다.”

“…!”

곧장 반응이 튀어나왔다.

“너 누구야.”

배세진은 곧바로 기세가 날카로워졌다.

금방이라도 내 멱살을 잡을 것 같군. 혹은 재빨리 화장실을 봉쇄하거나.

역시 직구가 답인가.

나는 바로 입을 열었다.

“저 박문대요. 형.”

“…!?”

툭.

배세진 등 뒤에서 뭔가가 떨어진다.

시선을 내려보니 볼펜 모양이다. 아마도 녹음기였던 것 같다.

“바, 박문…….”

“네. 이렇게 됐어요.”

이놈 더 넋이 나가기 전에 본론으로 들어가야겠군.

* * *

안타깝게도 이놈 데리고 어디 적당한 식당이나 카페 행은 불가능했다.

둘 다 얼굴이 너무 팔린 데다가, 이놈 지금 상황이 말이다.

“이 건물에서 나가기가 힘들어.”

“대체 무슨 상황이신데요.”

“…그럴 게 있어. 아무튼, 너, 너야말로 원래 몸 어디 두고 거기에 있어…!”

진짜 믿는 건지 일단 믿는 척해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배세진도 날 캐물을 자세가 됐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겠다.

“사실.”

“사실?”

“원래 이 몸으로 태어났어요. 박문대는 새로 얻은 몸이고요.”

개소리였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흔들린 배세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너, 너 설마 귀신이야…?”

“아뇨.”

잠깐만.

죽고 나서 남의 몸에 붙었다는 지점에서는 딱히 명제가 다를 것도 없는데.

“아니지. 생각해 보니 비슷한 것 같기도…….”

“끄으읍.”

잘하면 뒷목 잡고 넘어가겠군. 나는 말을 고쳤다.

“어쨌든, 참가하기 직전부터 박문대로 살고 있었어요. 자의로 한 선택은 아니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었다는 거야? 이렇게 막, 세계가 바뀌고…….”

“비슷할지도요. 아무튼, 형이 아는 박문대는 처음부터 저였다는 말인데요. …못 믿으셔도 어쩔 수 없겠지만요.”

그러나 얼굴이 색색으로 바뀌던 배세진은 이 말에 놀라운 반응을 했다.

입을 열다가 한숨을 네댓 번 푹 쉬더니, 이렇게 대답한 것이다.

“…알아. 넌 한 번도 안 변했거든.”

“……감사합니다.”

연기라도 썩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이걸로 안 넘어가! 지금 이 상황도 완전 말이 안 되는데, 너까지…. 자세히 설명해 봐!”

더 자세히 설명하고 싶어도 말이다.

“…회사 화장실에서요?”

“…….”

녀석은 한숨을 쉬더니 나에게 손짓했다.

“따라와.”

그리고 배세진이 나를 데려간 곳은 3층 비상구 근처 회사 창고였다.

‘혼자 있고 싶을 때 자주 오던 곳 같은 덴가.’

움직임이 익숙해 보였다.

달칵.

문을 닫은 놈이 표정을 굳히고 진지하게 말한다.

“…한동안은 사람 안 올 거야. 이제 말해.”

“예.”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최대한 간결하게 줄여서 지금까지의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해도 해도 안 익숙해지는군.’

그래도 차유진에게 한 번 했던 거라고, 제법 스토리가 매끄럽다.

배세진은 얼굴이 시퍼레졌다가, 허옇게 변했다가, 누렇게 뜨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엔 뻘겋게 변했다.

앞은 알겠는데 마지막은 왜지.

“그, 그럼… 네가 그 사람이야?”

“예?”

“그… 류건우 씨. 응원한 거!”

아, 그거.

‘이 녀석이 아까 괜히 오묘한 표정이 아니었군.’

박문대랑 좀 섞이긴 했지만, 아무튼 이 녀석도 이 얼굴에서 그때의 류건우를 알아본 모양이다. 나는 목 뒤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긴 한데. 일부러 속이려고 한 건 아니고요. 진짜 응원하는 의미였는데요.”

배세진이 황급히 손을 내젓는다.

“아니, 아니, 고맙…. ……잠깐. 근데 너는 그때 박문대였는데, 시간이 안 맞지 않나…??”

“그것도 또 복잡하게 꼬여서요.”

이것까지 말할 줄은 몰랐는데. 나는 진짜 박문대, 큰달과의 스토리를 짧게 설명했다.

큰달은 의외로 신나게 중간중간 참견했고.

그리고 배세진은 의외로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압도당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차유진처럼 적당히 상황을 납득하지도 않았다.

도리어 점점 심각한 얼굴이 되더니, 이런저런 분석을 내놓는 것이다.

인문학적 소양이 돋보이는군.

“타임 패러독스라고 알아? 네 상황이 그거랑 비슷한 것 같은데….”

“그럼 지금 이 상황은 일종의 모의시험 같지 않아? 현실이랑 유사하지만 좀 덜 어려운 느낌으로.”

“어쩌면 가상현실 같은 걸 수도 있어. 영화 있잖아. 매트릭스같이….”

나는 이 모든 말을 최대한 성의껏 대답했다.

하지만 결론은 결국 이거다.

“모르겠어요. 저도 다 추측이라.”

미지수.

“어쨌든, 저는 지금까지 구조상 돌아갈 수 있다는 쪽에 걸고… 진행하는 중인데요.”

“…아이돌로 대상까지 말이지.”

“예.”

“……그래. 그쪽이 말은 되는데.”

배세진은 짧게 심호흡을 했다. 아무래도 지나치게 미친 소리를 많이 들어서 용량이 부족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것 때문인지 배세진한테서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그럼 어차피 우린 현실로 돌아갈 거니까, 여긴 그, 꿈 같은 거네.”

“예.”

“좋아.”

“…?”

뭐가.

“기다려 봐. 아주 박살을 내고 올 테니까.”

“예?”

“이 기획사!”

배세진은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말했다.

“어차피 현실도 아닌데, 잘됐어. 불똥이고 나발이고 아주 제대로 법적 해결을 봐야겠어.”

“어…….”

물론 말릴 생각은 없긴 한데 말이다.

“그래도 여기서 연기하시는 게 재밌으면, 좀 즐기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테스타였을 때는 계속 개인 활동이 유보되며 연기 쪽 커리어는 거의 쌓지 못했지 않은가.

돌아가기 전에 여기서 연습 삼아 환경을 경험해보며 앞으로 개인 활동 계획을 점검해도 제법 이득일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러나 배세진은 거침없다.

“연기는 좋지! 그런데 이건 아니야.”

“왜요.”

녀석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자식들 매번 똑같은 캐릭터만 강요한단 말이야…!”

“…….”

“여기 내가 지금 4년째 비슷한 사이코패스 역만 하고 있어. 하는 내가 봐도 사골이 따로 없다고!”

“음.”

그래, 열받을 수도 있겠다.

‘이세진’은 지금 명실상부 이름난 배우인데, 시나리오 하나 맘대로 고르지 못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시나리오 집어던지면서 갑질할 수 있어야 정상 아닌가.’

이건 순 부당대우 아닌가.

그러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다.

“형 설마 연락처 없는 게….”

“…! 어떻게 알았……. 맞아. 이 자식들 멘탈 관리 같은 소리 하면서 개인 스마트폰도 못 쓰게 해.”

배세진이 싸늘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날 무슨 제한능력자 취급하는 거지.”

민법 용어가 나오는데, 테스타가 된 이후로도 과거를 곱씹으며 정의했었나 보군.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연기만 할 수 있으면 큰 상관 없었어. 여론 눈치 보이니 어릴 때처럼 살인적인 스케줄도 아니고, 정산도 엄마가 잘살 정도는 주니까….”

놈의 얼굴이 흐려지더니, 곧 안광이 타오른다.

그리고 주먹을 쥐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나인 이상, 아무리 현실이 아니라고 해도 이걸 더 참을 필요는 없잖아.”

“그렇죠.”

놈이 시원하게 선언한다.

“다 엎고 나올게! 너 지금 아이돌 준비하는 거지?”

“그렇긴 한데요.”

나는 적당히 LeTi의 서바이벌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세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결심한 듯 이렇게 외쳤다.

“나도 거기 나갈게!”

음.

“힘들지 않을까요.”

“왜!”

“형 25살이잖아요.”

“…….”

그렇다.

지금까지 체크한 녀석 중에서 독보적 최연장자, 25살 배세진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고개를 숙였다.

‘아역이 아닌 배우로 성공하려면 어느 정도 나이가 돼야 해서 어쩔 수 없던 건가.’

짧은 추측이 지나갈 무렵.

“……그, 아이돌 하기엔 그렇게 나이가 너무 많나? 우리 할 때 비슷한 나이 참가자도 나왔고…….”

“예. 그런 문제는 아니고요.”

나는 천천히 설명했다.

“그 나이만큼 형이 배우로 쌓아놓으신 게 있다 보니까, 대중이 아이돌 프로그램에 나온 형한테 쓸데없이 반발심을 가질 거란 뜻이죠.”

이룬 게 많은 25살 배우라서 문제란 뜻이다.

한창 최전성기. 배세진이 연기보다 아이돌을 더 압도적으로 잘하지 않는 이상은 고통만 된다.

원래 현실로 돌아갈 거라면 그런 고통을 굳이 여기서까지 감내할 필요는 없지.

끙끙거리던 배세진은 결국 한숨을 쉬며 인정했다.

“…네 말이 맞아.”

“음.”

하지만 지원사격을 포기한 건 아닌가 보다.

놈이 주먹을 불끈 쥔다.

“그러면, 내가 제대로 밀어줄게.”

“예?”

녀석의 얼굴에 야망에 찬 미소가 번졌다 사라진다.

“어차피 네 가설대로라면 여기서 장기적인 미래나, 내 영향력을 고민할 필요는 없다는 거잖아.”

“그, 그렇죠.”

놈이 낮게 웃는다.

“내가… 현실에서 지금까지 알아본 이 기획사 비리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

설마.

“변호사 선임해서 몰아붙일 거야. 약점을 잡혀도 과연 뻔뻔하게 굴 수 있는지 보자. 내가, 안 나가는 대신 제대로 고쳐줄 테니까!”

“…….”

사이다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한 놈이 눈을 번뜩인다.

그래… 아이돌도 아니고 배우에, 대놓고 여론전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사장 버릇 고쳐주는 정도야.

“그건 응원하겠습니다.”

“그래!”

놈은 뿌듯한 얼굴이 됐다가, 이젠 순 흥분한 얼굴로 제안까지 한다.

“그게 끝나면… 내가 활동에 발언권이 생길 거잖아. 그럼 일단 SNS 개설해서 너 투표해달라고 할까?”

“아닙니다.”

무서운 말 하네.

공정성 문제에 대해서 한참 토의한 후, 녀석은 이 건을 데뷔 후로 미뤄주었다.

‘폭주 기관차가 따로 없군.’

미래에 대해 걱정 안 하는 배세진은 어디 사이다물 주인공 같은 스타일이 되었다.

“그럼 너는….”

그리고 근황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려는 순간.

드르륵-.

내 스마트폰이 울렸다.

“아, 나도 사야 하는데.”

“일단 제 번호부터 드릴게요.”

그리고 내가 스마트폰을 열었을 때였다.

문자가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자이롭 이세진입니다! 와이즈 류건우 씨 맞나요? (웃는 이모티콘)

“…….”

그래.

촬영 끝나면 연락하기로 했던 놈이다.

옆에서 보던 배세진이 반색한다.

“…! 이세진도 찾은 거야? 얘도 그럼 기억 있는 거지?”

나는 느리게 입을 열었다.

“아뇨.”

“…!”

“우연히 만났는데, 아직 기억 돌려줄 방법은 없어요.”

“…….”

배세진은 기세가 죽었다. 그리고 조용히 위로하듯 옆에 섰다.

“너랑 제일 친했잖아. 그, 이세진이랑 선아현이랑…….”

그리고 말하다가 깨달았는지, 조심스럽게 묻는 것이다.

“선아현 소식은 봤어?”

나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배세진은 안절부절못하는 것 같더니, 곧 대인배처럼 큰 동작으로 내 등을 두드렸다.

툭툭!

“아니… 금방 대상 타서 돌아가면 되지! 너, 너 이런 계획 잘 세우잖아. …우리 잘할 수 있을 거야!”

“…예.”

나는 배세진과 조용히 창고에 좀 더 앉아 있었다. 웃기지만 좀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얼마 후.

“슬슬 찾으러 올 것 같은데… 나 번호 만들면 바로 연락할게. 오늘 만들 거야.”

“괜찮겠어요?”

배세진이 코웃음 쳤다.

“일단 만들 건데 자기들이 어쩌겠어.”

그리고 그날 오후.

새로운 단체 메시지 방이 개설되었다.

제일 처음 글을 올린 건 내가 아니라 차유진이었다.

-차유진 : 배세진 형 있어요? WOOOOW

-배세진 : (인사하는 햄스터 이모티콘)

-배세진 : 넌 잘 지내는 것 같네 래빈이 잘 있다며

-차유진 : YEEESSS (선글라스 이모티콘)

왠지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차유진 : 우리 빨리 멤버 늘려요!

놈은 공지까지 올렸다.

나는 어쩐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그 문구를 보다가, 천천히 자판을 쳤다.

-그러자 (양팔을 올리는 강아지 이모티콘)

절반이 좀 안 되는 인원이지만, 그래도 형체가 생겼다는 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는 4화도 성황리에 방영되었고, 새 촬영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형 오늘부터 촬영이지?”

“그래.”

“잘 가, 몸조심하고… 금방 보자.”

나는 다시 오피스텔을 나서서, 촬영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틀어서 가장 경쟁적인 룰을 만나게 된다.

Bình luận cho C382

Theo dõi
Kết nối với
Đăng nhập
Tôi cho phép tạo tài khoản
Khi bạn đăng nhập lần đầu tiên bằng nút Đăng nhập Xã hội, chúng tôi thu thập thông tin hồ sơ công khai tài khoản của bạn được chia sẻ bởi nhà cung cấp Đăng nhập Xã hội, dựa trên cài đặt quyền riêng tư của bạn. Chúng tôi cũng nhận được địa chỉ email của bạn để tự động tạo tài khoản cho bạn trong trang web của chúng tôi. Khi tài khoản của bạn được tạo, bạn sẽ đăng nhập vào tài khoản này.
Không đồng ýĐồng ý
Thông báo của
guest
Kết nối với
Tôi cho phép tạo tài khoản
Khi bạn đăng nhập lần đầu tiên bằng nút Đăng nhập Xã hội, chúng tôi thu thập thông tin hồ sơ công khai tài khoản của bạn được chia sẻ bởi nhà cung cấp Đăng nhập Xã hội, dựa trên cài đặt quyền riêng tư của bạn. Chúng tôi cũng nhận được địa chỉ email của bạn để tự động tạo tài khoản cho bạn trong trang web của chúng tôi. Khi tài khoản của bạn được tạo, bạn sẽ đăng nhập vào tài khoản này.
Không đồng ýĐồng ý
guest
0 BÌNH LUẬN
Mới nhất
Cũ nhất Được bỏ phiếu nhiều nhất
Phản hồi nội tuyến
Xem tất cả bình luận
  • NGÀY
  • TUẦN
  • THÁNG
Từ diễn viên thiên tài đến top idol
Từ Diễn Viên Thiên Tài Đến Top Idol
Hiện Đại Vô CP
75 Chap
12087
Sứ mệnh: Bảo Vệ Thợ Săn
Sứ Mệnh: Bảo Vệ Thợ Săn
Hệ Thống Kịch Tính
19 Chap
2174
resource (1)
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Showbiz Trọng Sinh
580 Chap
5865
Tôi Trở Thành Thành Viên Nhỏ Tuổi Nhất Nhóm Nhạc Top Idol Nam
Tôi Trở Thành Thành Viên Nhỏ Tuổi Nhất Nhóm Nhạc Top Idol Nam
Trọng Sinh Show Thử Giọng
257 Chap
37774
Kế Hoạch May Mắn Của Idol Sống Cuộc Đời Thứ Hai
Kế Hoạch May Mắn Của Idol Sống Cuộc Đời Thứ Hai
Âm Nhạc VIP
151 Chap
13949
Mission Save The Hunter
Bởi Vì Di Ngôn Tôi Trì Hoãn Ngày Chết
Giả Tưởng Hiện Đại
71 Chap
2113
PD Rác Rưởi Sống Sót Như Một Idol
PD Rác Rưởi Sống Sót Như Một Idol
Idol Giả Tưởng
4 Chap
5960
PD có logoo
PD Rác Rưởi Sống Sót Như Một Idol
Giả Tưởng Showbiz
74 Chap
8165
Không Có Tiêu Đề104_20250325231737
Tôi Là Thần Tượng Thiên Tài Nhưng Khả Năng Bị Động Của Tôi Là Cá Thái Dương
Hệ Thống Showbiz
29 Chap
2503
Trở Thành Thần Tượng Không Nằm Trong Kế Hoạch Của Tôi
Trở Thành Thần Tượng Không Nằm Trong Kế Hoạch Của Tôi
Giả Tưởng Hệ Thống
82 Chap
7685
Từ diễn viên thiên tài đến top idol
Từ Diễn Viên Thiên Tài Đến Top Idol
Diễn Viên Âm Nhạc
75 Chap
12087
Sứ mệnh: Bảo Vệ Thợ Săn
Sứ Mệnh: Bảo Vệ Thợ Săn
Kịch Tính Giả Tưởng
19 Chap
2174
Tôi Trở Thành Thành Viên Nhỏ Tuổi Nhất Nhóm Nhạc Top Idol Nam
Tôi Trở Thành Thành Viên Nhỏ Tuổi Nhất Nhóm Nhạc Top Idol Nam
Vô CP Hiện Đại
257 Chap
37774
Kế Hoạch May Mắn Của Idol Sống Cuộc Đời Thứ Hai
Kế Hoạch May Mắn Của Idol Sống Cuộc Đời Thứ Hai
Hệ Thống Hiện Đại
151 Chap
13949
resource (1)
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Âm Nhạc Idol
580 Chap
5865
Mission Save The Hunter
Bởi Vì Di Ngôn Tôi Trì Hoãn Ngày Chết
Hệ Thống Vạn Nhân Mê
71 Chap
2113
Trở Thành Thần Tượng Không Nằm Trong Kế Hoạch Của Tôi
Trở Thành Thần Tượng Không Nằm Trong Kế Hoạch Của Tôi
Giả Tưởng Hiện Đại
82 Chap
7685
PD Rác Rưởi Sống Sót Như Một Idol
PD Rác Rưởi Sống Sót Như Một Idol
Siêu Nhiên Hiện Đại
4 Chap
5960
PD có logoo
PD Rác Rưởi Sống Sót Như Một Idol
Âm Nhạc Siêu Nhiên
74 Chap
8165
Không Có Tiêu Đề104_20250325231737
Tôi Là Thần Tượng Thiên Tài Nhưng Khả Năng Bị Động Của Tôi Là Cá Thái Dương
Hệ Thống Âm Nhạc
29 Chap
2503
Tôi Trở Thành Thành Viên Nhỏ Tuổi Nhất Nhóm Nhạc Top Idol Nam
Tôi Trở Thành Thành Viên Nhỏ Tuổi Nhất Nhóm Nhạc Top Idol Nam
Show Thử Giọng Hiện Đại
257 Chap
37774
Kế Hoạch May Mắn Của Idol Sống Cuộc Đời Thứ Hai
Kế Hoạch May Mắn Của Idol Sống Cuộc Đời Thứ Hai
Idol Show Thử Giọng
151 Chap
13949
Từ diễn viên thiên tài đến top idol
Từ Diễn Viên Thiên Tài Đến Top Idol
Diễn Viên Idol
75 Chap
12087
PD có logoo
PD Rác Rưởi Sống Sót Như Một Idol
Hiện Đại Âm Nhạc
74 Chap
8165
Trở Thành Thần Tượng Không Nằm Trong Kế Hoạch Của Tôi
Trở Thành Thần Tượng Không Nằm Trong Kế Hoạch Của Tôi
Hiện Đại Show Thử Giọng
82 Chap
7685
PD Rác Rưởi Sống Sót Như Một Idol
PD Rác Rưởi Sống Sót Như Một Idol
Giả Tưởng Trọng Sinh
4 Chap
5960
resource (1)
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Hiện Đại Giả Tưởng
580 Chap
5865
mN5nxvMqqmE9KucH2u33IFp7gxcT4aDX4Ly9sebMuxayqijh9Y3tM_vJrXNHHHqY-GVA7OLtgyylSyNjjpiseg
Ra Mắt Hay Ra Đi Raw
Âm Nhạc Show Thử Giọng
643 Chap
3486
Không Có Tiêu Đề104_20250325231737
Tôi Là Thần Tượng Thiên Tài Nhưng Khả Năng Bị Động Của Tôi Là Cá Thái Dương
Vô CP Idol
29 Chap
2503
Sứ mệnh: Bảo Vệ Thợ Săn
Sứ Mệnh: Bảo Vệ Thợ Săn
Kịch Tính Giả Tưởng
19 Chap
2174

Truyện Cùng Thể Loại

Trở Thành Quái Vật Âm Nhạc Chỉ Sau Một Đêm

📖 Chương 14
🕒 3 tháng trước

Toàn Trí Độc Giả (Bản Đẹp)

📖 Chapter 0
🕒 3 tuần trước
Sứ mệnh: Bảo Vệ Thợ Săn

Sứ Mệnh: Bảo Vệ Thợ Săn

📖 Chapter 19
🕒 2 ngày trước

Hướng Dẫn Định Hướng Thành Công

📖 Chương 13
🕒 1 tháng trước
Stardust Project

Stardust Project

Mission Save The Hunter

Bởi Vì Di Ngôn Tôi Trì Hoãn Ngày Chết

📖 Chương 70
🕒 1 tuần trước
PD Rác Rưởi Sống Sót Như Một Idol

PD Rác Rưởi Sống Sót Như Một Idol

📖 Chap 3
🕒 2 tuần trước

Cuộc Sống Chữa Lành Của Một Thiên Tài Âm Nhạc

📖 Chương 2
🕒 3 tháng trước

Một Thiên Tài Tái Sinh Muốn Trở Thành Diễn Viên

Vinh Quang Vô Tận

📖 Chap 1
🕒 1 tháng trước
Các thông tin và hình ảnh được đăng tải trên website đều được sưu tầm từ Internet, bao gồm quyền sử dụng phi thương mại và có phí. Chúng tôi không sở hữu hay chịu trách nhiệm bất kỳ nội dung cũng như hình ảnh trên trang web này. Nếu có nội dung nào ảnh hưởng đến cá nhân hay tổ chức nào, vui lòng liên hệ với chúng tôi để xem xét và gỡ bỏ ngay lập tức.

@2025 - Mê Truyện Hàn

Đăng Nhập

Đăng nhập với Google

Quên Mật Khẩu?

← Quay Lại Mê Truyện Hàn

Đăng Ký

Đăng Ký Tài Khoản Trên Trang Web Này.

Đăng ký với Google

Đăng Nhập | Quên Mật Khẩu?

← Quay Lại Mê Truyện Hàn

Quên Mật Khẩu?

Nhập tên đăng nhập hoặc Email. Bạn sẽ nhận được mật khẩu mới tại Email đã đăng ký.

← Quay Lại Mê Truyện Hàn

wpDiscu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