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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374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74화
때를 생각해 보자.
나는 첫 무대에 플래티넘으로 나오고도 댓글 몇 개로 끝날 만큼 초반 관심을 크게 받진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프로필만 공개됐는데도 새 글까지 뜬다.
[레티 서바이벌 와이즈에 말랑달콤 안경남 있다]
[제대로 이 간 것 같은 레티 서바이벌 연습생 라인업]
[레티는 어디서 이런 놈들을 잡아온 걸까 (정리글)]
이런 글 클릭할 때마다 대부분 내가 포함되어 있다고.
“…….”
나는 스크롤바를 내리다가, 스마트폰을 내리고 침음을 참았다.
진짜 외모 스탯이… 전부였냐.
물론 직전에 말랑달콤 댄서로 선 것이 ‘무대에서 자연스러워 보인다’로 어필되며 촉매제 역할을 해주긴 한 것 같지만….
‘그래도 버즈량 차이가 이렇게까지 난다니.’
떨떠름히 내 얼굴을 더듬었다. 그리고 세면대로 가서 거울을 봤다.
“음.”
처음부터 생각했다만 확실히, 전에 공시생이던 나보단 나은 것 같다.
박문대에서 자연 증가시켰던 스탯이 그대로 붙은 덕인지, 아니면 이쪽 류건우가 잘 먹고 산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겠지.’
스탯 등급에 알파벳 하나 정도는 차이가 날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이 정도로?
-존나 레티상이잖아 ㅅㅂ성골ㅠㅠㅠㅠㅠ
-신재현 류건우 둘 오늘부터 내 망태기에 넣고 존버함 레티1 레티! 레티!
-이게 바로 남돌 근본 기획사구나
‘…취향 문제도 있는 것 같군.’
테스타 때 내 외양이 섞이며 좀 부드럽게 중화된 것 같지만, 류건우는 좀 삭막한 인상이다.
그리고 그게 소위 말하는 ‘레티상’인가 보다.
LeTi 사내 서바이벌에 아직 방영 전이다. 당연히 그 기획사에 원래부터 관심이 있던 사람만 글을 클릭하니, 그 요인이 작용한 것 같았다.
‘이번 연습생들이 다들 예외 없이 그런 편이라 더 시너지 효과도 난 것 같고.’
일부러 뽑아놓은 것처럼 14명이 다 비슷하게 음침한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비단 류건우뿐만 아니라 네댓 명 정도는 프로필 사진만으로도 꽤 글이 올라온다.
‘VTIC 놈들도 언급량이 꽤 되고.’
주단이나 신오에 대한 언급도 제법 눈에 띄긴 한다. 한 놈은 프로필 사진이 실물보다 영 못 나와서 손해를 본 것 같긴 했다만.
어쨌든 프로그램은 사내 서바이벌치고는 꽤 대규모 관심을 받으며 순조롭게 언급량을 키우고 있었다.
덕분에 나도 이걸 받았고.
[명성이 증가하고 있다….]
+Exp 15000
이번에도 명성은 후하게 증가했다.
‘동료 모집 15회 분량인가.’
나는 팝업을 치우고 그 아래 상태창 기본 목록을 보았다.
[동료 목록]
신재현 : 계획 세우는 중 (*^^~♪)
차유진 : 맹훈련 중 (+ㅅ+=3)
둘 다 신났군.
차유진은 아마 김래빈을 끌고 특훈 중일 것이다. 김래빈은 춤도 알려주면 곧잘 추는 타입이라 루틴이나 돌리고 있겠지.
“흠.”
그래도 기왕이면 김래빈도 여기 표기되면 좋겠는데 말이다.
나는 이번에 찬 명성 팝업을 보며 잠깐 고민하다가 결심했다.
[형, 동료 모집해 보시게요?]
그래.
김래빈이 뜨면 상황상 제일 괜찮겠으나, 첫 타로 차유진 나온 시점부터 종잡을 수가 없다. 그래도 확률적으로 따져보면….
‘차유진도 8회 만에 나왔으니.’
아직까진 통계상 아는 놈이 뜰 가능성이 괜찮아 보였다. 좋아.
나는 10연속 뽑기 버튼을 늘렸다.
그리고 현실을 보았다.
[★★ 강성빈 / 서브래퍼]
[★ 김재훈 / 서브댄서]
[실패!]
[★★]
[★]
…….
안 나온다.
겨우 10회? 택도 없었다.
그렇게 허망하게 경험치 만점을 날렸다.
“…….”
이게 게임이냐?
아니, 이게 현실은 맞냐? 확률도 모르고 앞으로 이 확률에 명성을 다 꼬라박게 생긴 게?
그 와중에 더 열받게 알림까지 뜬다.
[동료 인연 보관소가 가득 찼습니다! 확장하시겠습니까?]
Exp 2000 사용
“…….”
1, 2성으로 벌써 인벤토리 다 찼다 이거냐. 알차게도 뜯어가려고 하네.
꺼져 새끼야.
[동료 인연을 놓아주었다.]
이별 위로금이 왔다….
+20G
나는 남은 5000은 쓰지 않고 그냥 두기로 했다. X 같았다. 큰달이 큼직한 팝업을 띄운다.
[파, 파이팅! 다음에는 나올 거예요! (? ??_??)?]
이놈은 또 어디서 가져왔는지 자기도 이모티콘을 쓰고 있다.
“…그래.”
나는 얼굴을 문지르다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전부터 생각하던 질문을 던졌다.
어쩌면 현 상황에 대한 힌트가 될 수도 있는 대답을 듣기 위해서.
“그런데, 지금 네가 정확히 어떤 상태인 거지.”
큰달의 현 상태 말이다.
나와 대화를 하고는 있지만, 활자일 뿐이다. 몸도 없을 텐데 대체 어떤 상황인지 내가 알아야지.
[으음… 잘 모르겠어요. 의식은 확실히 있는데요….]
애매한 대답이었다.
나는 몇 가지 질문을 이었다.
시스템이 간섭하려고 하진 않는지. 꺼림칙한 점이나 의문스러운 점, 쓸 수 있는 능력의 변화는 없는지.
대부분 애매한 부정이 답으로 돌아왔다.
‘모호하지만 나쁘지 않다 정돈가.’
마지막 질문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네 몸에 접근하거나 그럴 수는 없지.”
[네ㅜㅜ]
이 대답은 짐작했다. 문제는 다음.
“…혹시 몸이 사라진 느낌이야?”
[아뇨. 그렇다기보다는… 뭔가에 막힌 느낌이에요! 와이파이가 없어서 인터넷 연결이 끊긴 것처럼요.]
상당히 독특한 비유였지만 이해는 했다. 그리고 꽤 안심되는 발언이기도 했다.
[조, 좋긴 한데 어떻게 안심까지…?]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내가 테스타로, 네가 공무원으로 지내던 세계가 사라진 게 아니라는 뜻이니까. 막힌 거라면 그 너머엔 있다는 뜻이지.”
[아아!]
팝업이 희망차게 커진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상태가 너무 불편하면 이야기해라. 그래도 들어줄 수는 있으니까.”
몸 없는데 정신만 한 놈과 연결되어 있는 게 상쾌한 기분일 리가 없지 않은가.
[아, 저 아프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약간… 꿈에서 인터넷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느낌이에요!]
“그래.”
그래도 아직까진 제법 평온한 상태인 것 같아 다행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세면대에서 몸을 뗐다. 그리고 옷을 챙겨입었다.
[어디 가세요?]
“애들 보러.”
뽑기가 망했으니 계획이라도 잘 돌아가고 있는지 눈으로 봐야겠다.
나는 쓰린 속을 다스리며, 그 길로 차유진과 김래빈에게 합류해 한나절 루틴 연습을 함께했다.
“김래빈 잘했어! 한 번 더 하자!”
“아, 알았어!”
서로에게 바보라고 고함지르지 않는 두 놈은 참 희귀한 광경이었으나, 그날 밤쯤엔 둘 다 테스타 때와 별다를 게 없는 꼴로 돌아왔다.
그리고 진짜 17살인 김래빈은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본래 이렇게까지 제가 처음 뵙는 분들께 함부로 편히 말씀드리는 무례한 사람이 아닙니다만, 저도 모르게 이런 상황을…!”
“마음이 편하다면 좋은 거지. 앞으로도 계속 얼굴 봐야 할 텐데.”
“예….”
“맞아, 김래빈 함부로 막 해!”
“너는 너무 막…!”
김래빈은 반사적으로 대꾸하려다가 아차 싶은 얼굴이 되었다.
어느 상황에서도, 심지어 기억이 날아가도 제일 일관적인 놈이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잘해보자.”
“예!”
류청우가 MT에 가며 방이 빈 덕에 김래빈은 오피스텔에서 잘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새로운 촬영이 시작되었다.
* * *
두 번째 서바이벌 촬영의 시작은 별것 없었다.
“여러분의 숙소를 소개합니다!”
“우와악!”
숙소 입성.
물론 서바이벌답게 가학적으로 차별화되긴 했다.
뭐긴 뭐겠냐. 우등반과 열등반으로 좋은 방과 나쁜 방이 나뉘었지.
“아, 여기가 우등반….”
“근데 걔네, 열등반 간 애들 이름도 다 붙어 있는데?”
“우등반에 올라와야 쓸 수 있다, 이거겠지!”
거실을 중앙에 두고 나눠진 두 구역엔 14명의 이름표가 중복으로 다 붙어 있었다.
‘뭐, 열등반도 그리 나쁘진 않다만.’
내 대학 때 자취방보다도 몰골이 괜찮아 보였다. 그냥 모텔급이다. 호텔이 따로 없는 우등반과 비교하니 문제지.
“…….”
그래도 열등반에게 굳이 우등반의 자기 자리를 보여준 다음 짐 못 풀게 하고 다른 숙소로 데려간 건 방송국다웠다.
우울한 얼굴로 가는 놈들을 보고 우등반 놈들이 속 시원하게 좋아하기도 애매하지 않은가.
-인성질 부각하는 편집 써먹냐.
-회사에서 선호하지 않는 연습생이라면.
나는 청려와의 사전문답을 떠올리며 표정을 관리했다.
마침 옆에 놈이 있기도 했다.
“잘 부탁드려요, 형.”
“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청려와 같은 방을 사용하기로 했다. 계획대로 이름표는 나란히 붙어 있었다.
‘좋아.’
깔끔하다. 나는 어차피 떠내려갈 나머지 우등반 놈들과는 일부러 말을 많이 섞지 않았다.
‘저 새끼가 무조건 수 써서 보낼 거야.’
아무리 능력 따라 컷 한다고 해도 3년 내로 폭탄 터졌던 놈들을 데려갈 리가 있는가.
어떻게든 보내 버릴 테니 굳이 지금은 후반에 독이 될 친목질을 할 필요가 없다.
어쨌든, 그 후의 촬영도 순조로웠다.
“한 번 더 갑니다.”
“넵!”
우등반은 우등반끼리, 열등반은 열등반끼리 무대를 스페셜 무대를 하나 꾸미는 정도.
바로 주제가다.
-Yes I am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
Gear를 당겨 저 위로
(Who can be a star?)
Yes I am
어디 중학교 1학년 영어학습용 타이틀 같은 제목이지만, 나름대로 리얼리티쇼 오프닝같이 잘 뽑아놓긴 했다.
게다가 다짜고짜 던지고 외우라는 와 달리 어차피 다들 연습해 놓은 거라 하루 동선 맞추면 끝이다.
‘평온하군.’
좀 매운 척하긴 하지만 역시 몇 년 전 사내 서바이벌답게 덜 악랄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미안하지만 오해다.
진짜 캡사이신은 바로 이날 저녁, 애들이 무대 마치고 의지를 다지는 순간 대가리에 쏟아진다.
“고생하셨습니다!”
“와아아!”
주제가 촬영을 마친 놈들이 쏟아지는 핀 조명과 꽃가루 사이에서 날뛸 때.
새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잘하셨어요. 여러분. 앞으로도 이렇게 나갑시다.”
“넵!”
무대 앞에 앉은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이크를 잡았다.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여러분에겐 끊임없이 난관이 찾아올 거예요.”
작가가 ‘위치 정리’라는 스케치북을 든다. 분위기를 파악한 참가자들이 슬금슬금 움직이며 각을 맞춰서 선다.
딱 의미심장한 BGM 깔릴 분위기다.
“여러분이 데뷔해서 오랜 기간 사랑받으며 잘 활동해도 결국 새 신인들이 나오며 계속 경쟁해야 하니까요.”
여기저기서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놈들을 잡는다.
슬슬 본론이 나오겠군.
“는 데뷔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 연예계의 축소판으로서 현실적인 평가 방법을 여러분께 적용하겠습니다.”
사장은 손을 들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여러분의 첫 번째 경쟁자입니다.”
파팡!
“어어!”
놀라서 움찔거리는 놈들의 옆에서, 드라이아이스가 깔린 거대한 무대 장치가 열리며 7명이 걸어 나온다.
“여러분의 정원은 현재 일곱, 일곱으로 총 14명.”
사장이 멋진 척 표정을 짓는다.
“이분들은 그 정원 외 인원. 입니다.”
“…!”
“보충반이 여러분 중 한 명을 지목해서 이기면, 의 참가자로 참여하게 됩니다.”
옆에서 헉 소리가 들렸다.
여기까진 연습생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든, 보충반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은 탈락 위기입니다.”
드라이아이스가 걷히고 7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자신만만한 미소가 만면에 가득한 차유진.
그리고 표정이 날아가 어디 중간 보스같은 인상이 된 김래빈.
그렇다.
지난 촬영, 참가자 14명 중엔 저놈들이 없었다. 저놈들은 LeTi 연습생들이 아니니까.
그 녀석들이 합류하는 타이밍은 바로 지금이었다.
보충반 투입으로 아수라장이 되는 이 촬영장에서.
“이겨서 살아남으세요.”
보충반이 걸어와서 무대 맞은편에 정렬한다.
눈동자를 떨고, 표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참가자들이 보충반과 대치한다.
긴장되는 분위기.
그리고 나는 심드렁히 생각했다.
‘뭐, 대부분은 긴장감 조성용 버리는 패지.’
치열할수록 어그로 끌기도 좋고, 이긴 놈 부각하기도 좋지 않은가. 당연히 이용해 먹을 용도니 대부분은 부적합 후보들이다.
그러니 차유진, 김래빈을 제외한 나머지는 내가 모르는 얼굴일 수밖에…. 잠깐.
[어어어! 저 사람!]
하나 더, 아는 얼굴이 있다.
“…!”
[브이틱 맞죠?]
채율.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던 VTIC 멤버.
1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눈을 반짝이는 갈색 머리 어린놈이… 맨 끝에 서 있었다.
“…….”
저게 여기서 투입되는 놈이었다고?
그래서 청려가 찾지 않았던 건가. 원래 이쯤 나오니까? 아니면 이번만 일부러 투입한 건가.
내가 머리를 어떻게 굴리고 있든, 촬영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자, 보충반 여러분은 대결하고 싶은 참가자를 찾아서 그 앞에 서주세요.”
차유진과 김래빈은 발을 옮긴다. 분명 누굴 지목하면 되는지까지 대화를 나눠놨…….
저 새끼 왜 저기로 가냐.
차유진이 발을 멈춘 것은… 청려의 앞이었다.
“아.”
“잘 부탁드립니다!”
[끄아아아아!!]
“…….”
이 미친놈이…!
나는 혀를 물어 변하려던 표정을 잡았다.
그러나 돌발 상황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저저저 사람 왜 여기로 와요?]
…보충반 중에 내 앞으로 걸어와 선 놈도 있던 것이다.
놈은 긴장으로 상기된 얼굴로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더니, 곧 들뜬 얼굴로 내 앞에서 서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예.”
채율.
이놈이 상대로 날 지목했다.
“…….”
나는 눈을 돌렸다.
차유진을 앞에 둔 청려가 웃고 있었다.
[신재현 : 계획 세우는 중 (*^^~♪)]
그게 이거였냐.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74화

때를 생각해 보자.

나는 첫 무대에 플래티넘으로 나오고도 댓글 몇 개로 끝날 만큼 초반 관심을 크게 받진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프로필만 공개됐는데도 새 글까지 뜬다.

이런 글 클릭할 때마다 대부분 내가 포함되어 있다고.

“…….”

나는 스크롤바를 내리다가, 스마트폰을 내리고 침음을 참았다.

진짜 외모 스탯이… 전부였냐.

물론 직전에 말랑달콤 댄서로 선 것이 ‘무대에서 자연스러워 보인다’로 어필되며 촉매제 역할을 해주긴 한 것 같지만….

‘그래도 버즈량 차이가 이렇게까지 난다니.’

떨떠름히 내 얼굴을 더듬었다. 그리고 세면대로 가서 거울을 봤다.

“음.”

처음부터 생각했다만 확실히, 전에 공시생이던 나보단 나은 것 같다.

박문대에서 자연 증가시켰던 스탯이 그대로 붙은 덕인지, 아니면 이쪽 류건우가 잘 먹고 산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겠지.’

스탯 등급에 알파벳 하나 정도는 차이가 날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이 정도로?

-존나 레티상이잖아 ㅅㅂ성골ㅠㅠㅠㅠㅠ

-신재현 류건우 둘 오늘부터 내 망태기에 넣고 존버함 레티1 레티! 레티!

-이게 바로 남돌 근본 기획사구나

‘…취향 문제도 있는 것 같군.’

테스타 때 내 외양이 섞이며 좀 부드럽게 중화된 것 같지만, 류건우는 좀 삭막한 인상이다.

그리고 그게 소위 말하는 ‘레티상’인가 보다.

LeTi 사내 서바이벌에 아직 방영 전이다. 당연히 그 기획사에 원래부터 관심이 있던 사람만 글을 클릭하니, 그 요인이 작용한 것 같았다.

‘이번 연습생들이 다들 예외 없이 그런 편이라 더 시너지 효과도 난 것 같고.’

일부러 뽑아놓은 것처럼 14명이 다 비슷하게 음침한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비단 류건우뿐만 아니라 네댓 명 정도는 프로필 사진만으로도 꽤 글이 올라온다.

‘VTIC 놈들도 언급량이 꽤 되고.’

주단이나 신오에 대한 언급도 제법 눈에 띄긴 한다. 한 놈은 프로필 사진이 실물보다 영 못 나와서 손해를 본 것 같긴 했다만.

어쨌든 프로그램은 사내 서바이벌치고는 꽤 대규모 관심을 받으며 순조롭게 언급량을 키우고 있었다.

덕분에 나도 이걸 받았고.

+Exp 15000

이번에도 명성은 후하게 증가했다.

‘동료 모집 15회 분량인가.’

나는 팝업을 치우고 그 아래 상태창 기본 목록을 보았다.

신재현 : 계획 세우는 중 (*^^~♪)

차유진 : 맹훈련 중 (+ㅅ+=3)

둘 다 신났군.

차유진은 아마 김래빈을 끌고 특훈 중일 것이다. 김래빈은 춤도 알려주면 곧잘 추는 타입이라 루틴이나 돌리고 있겠지.

“흠.”

그래도 기왕이면 김래빈도 여기 표기되면 좋겠는데 말이다.

나는 이번에 찬 명성 팝업을 보며 잠깐 고민하다가 결심했다.

그래.

김래빈이 뜨면 상황상 제일 괜찮겠으나, 첫 타로 차유진 나온 시점부터 종잡을 수가 없다. 그래도 확률적으로 따져보면….

‘차유진도 8회 만에 나왔으니.’

아직까진 통계상 아는 놈이 뜰 가능성이 괜찮아 보였다. 좋아.

나는 10연속 뽑기 버튼을 늘렸다.

그리고 현실을 보았다.

…….

안 나온다.

겨우 10회? 택도 없었다.

그렇게 허망하게 경험치 만점을 날렸다.

“…….”

이게 게임이냐?

아니, 이게 현실은 맞냐? 확률도 모르고 앞으로 이 확률에 명성을 다 꼬라박게 생긴 게?

그 와중에 더 열받게 알림까지 뜬다.

Exp 2000 사용

“…….”

1, 2성으로 벌써 인벤토리 다 찼다 이거냐. 알차게도 뜯어가려고 하네.

꺼져 새끼야.

이별 위로금이 왔다….

+20G

나는 남은 5000은 쓰지 않고 그냥 두기로 했다. X 같았다. 큰달이 큼직한 팝업을 띄운다.

이놈은 또 어디서 가져왔는지 자기도 이모티콘을 쓰고 있다.

“…그래.”

나는 얼굴을 문지르다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전부터 생각하던 질문을 던졌다.

어쩌면 현 상황에 대한 힌트가 될 수도 있는 대답을 듣기 위해서.

“그런데, 지금 네가 정확히 어떤 상태인 거지.”

큰달의 현 상태 말이다.

나와 대화를 하고는 있지만, 활자일 뿐이다. 몸도 없을 텐데 대체 어떤 상황인지 내가 알아야지.

애매한 대답이었다.

나는 몇 가지 질문을 이었다.

시스템이 간섭하려고 하진 않는지. 꺼림칙한 점이나 의문스러운 점, 쓸 수 있는 능력의 변화는 없는지.

대부분 애매한 부정이 답으로 돌아왔다.

‘모호하지만 나쁘지 않다 정돈가.’

마지막 질문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네 몸에 접근하거나 그럴 수는 없지.”

이 대답은 짐작했다. 문제는 다음.

“…혹시 몸이 사라진 느낌이야?”

상당히 독특한 비유였지만 이해는 했다. 그리고 꽤 안심되는 발언이기도 했다.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내가 테스타로, 네가 공무원으로 지내던 세계가 사라진 게 아니라는 뜻이니까. 막힌 거라면 그 너머엔 있다는 뜻이지.”

팝업이 희망차게 커진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상태가 너무 불편하면 이야기해라. 그래도 들어줄 수는 있으니까.”

몸 없는데 정신만 한 놈과 연결되어 있는 게 상쾌한 기분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

그래도 아직까진 제법 평온한 상태인 것 같아 다행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세면대에서 몸을 뗐다. 그리고 옷을 챙겨입었다.

“애들 보러.”

뽑기가 망했으니 계획이라도 잘 돌아가고 있는지 눈으로 봐야겠다.

나는 쓰린 속을 다스리며, 그 길로 차유진과 김래빈에게 합류해 한나절 루틴 연습을 함께했다.

“김래빈 잘했어! 한 번 더 하자!”

“아, 알았어!”

서로에게 바보라고 고함지르지 않는 두 놈은 참 희귀한 광경이었으나, 그날 밤쯤엔 둘 다 테스타 때와 별다를 게 없는 꼴로 돌아왔다.

그리고 진짜 17살인 김래빈은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본래 이렇게까지 제가 처음 뵙는 분들께 함부로 편히 말씀드리는 무례한 사람이 아닙니다만, 저도 모르게 이런 상황을…!”

“마음이 편하다면 좋은 거지. 앞으로도 계속 얼굴 봐야 할 텐데.”

“예….”

“맞아, 김래빈 함부로 막 해!”

“너는 너무 막…!”

김래빈은 반사적으로 대꾸하려다가 아차 싶은 얼굴이 되었다.

어느 상황에서도, 심지어 기억이 날아가도 제일 일관적인 놈이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잘해보자.”

“예!”

류청우가 MT에 가며 방이 빈 덕에 김래빈은 오피스텔에서 잘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새로운 촬영이 시작되었다.

* * *

두 번째 서바이벌 촬영의 시작은 별것 없었다.

“여러분의 숙소를 소개합니다!”

“우와악!”

숙소 입성.

물론 서바이벌답게 가학적으로 차별화되긴 했다.

뭐긴 뭐겠냐. 우등반과 열등반으로 좋은 방과 나쁜 방이 나뉘었지.

“아, 여기가 우등반….”

“근데 걔네, 열등반 간 애들 이름도 다 붙어 있는데?”

“우등반에 올라와야 쓸 수 있다, 이거겠지!”

거실을 중앙에 두고 나눠진 두 구역엔 14명의 이름표가 중복으로 다 붙어 있었다.

‘뭐, 열등반도 그리 나쁘진 않다만.’

내 대학 때 자취방보다도 몰골이 괜찮아 보였다. 그냥 모텔급이다. 호텔이 따로 없는 우등반과 비교하니 문제지.

“…….”

그래도 열등반에게 굳이 우등반의 자기 자리를 보여준 다음 짐 못 풀게 하고 다른 숙소로 데려간 건 방송국다웠다.

우울한 얼굴로 가는 놈들을 보고 우등반 놈들이 속 시원하게 좋아하기도 애매하지 않은가.

-인성질 부각하는 편집 써먹냐.

-회사에서 선호하지 않는 연습생이라면.

나는 청려와의 사전문답을 떠올리며 표정을 관리했다.

마침 옆에 놈이 있기도 했다.

“잘 부탁드려요, 형.”

“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청려와 같은 방을 사용하기로 했다. 계획대로 이름표는 나란히 붙어 있었다.

‘좋아.’

깔끔하다. 나는 어차피 떠내려갈 나머지 우등반 놈들과는 일부러 말을 많이 섞지 않았다.

‘저 새끼가 무조건 수 써서 보낼 거야.’

아무리 능력 따라 컷 한다고 해도 3년 내로 폭탄 터졌던 놈들을 데려갈 리가 있는가.

어떻게든 보내 버릴 테니 굳이 지금은 후반에 독이 될 친목질을 할 필요가 없다.

어쨌든, 그 후의 촬영도 순조로웠다.

“한 번 더 갑니다.”

“넵!”

우등반은 우등반끼리, 열등반은 열등반끼리 무대를 스페셜 무대를 하나 꾸미는 정도.

바로 주제가다.

-Yes I am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

Gear를 당겨 저 위로

(Who can be a star?)

Yes I am

어디 중학교 1학년 영어학습용 타이틀 같은 제목이지만, 나름대로 리얼리티쇼 오프닝같이 잘 뽑아놓긴 했다.

게다가 다짜고짜 던지고 외우라는 와 달리 어차피 다들 연습해 놓은 거라 하루 동선 맞추면 끝이다.

‘평온하군.’

좀 매운 척하긴 하지만 역시 몇 년 전 사내 서바이벌답게 덜 악랄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미안하지만 오해다.

진짜 캡사이신은 바로 이날 저녁, 애들이 무대 마치고 의지를 다지는 순간 대가리에 쏟아진다.

“고생하셨습니다!”

“와아아!”

주제가 촬영을 마친 놈들이 쏟아지는 핀 조명과 꽃가루 사이에서 날뛸 때.

새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잘하셨어요. 여러분. 앞으로도 이렇게 나갑시다.”

“넵!”

무대 앞에 앉은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이크를 잡았다.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여러분에겐 끊임없이 난관이 찾아올 거예요.”

작가가 ‘위치 정리’라는 스케치북을 든다. 분위기를 파악한 참가자들이 슬금슬금 움직이며 각을 맞춰서 선다.

딱 의미심장한 BGM 깔릴 분위기다.

“여러분이 데뷔해서 오랜 기간 사랑받으며 잘 활동해도 결국 새 신인들이 나오며 계속 경쟁해야 하니까요.”

여기저기서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놈들을 잡는다.

슬슬 본론이 나오겠군.

“는 데뷔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 연예계의 축소판으로서 현실적인 평가 방법을 여러분께 적용하겠습니다.”

사장은 손을 들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여러분의 첫 번째 경쟁자입니다.”

파팡!

“어어!”

놀라서 움찔거리는 놈들의 옆에서, 드라이아이스가 깔린 거대한 무대 장치가 열리며 7명이 걸어 나온다.

“여러분의 정원은 현재 일곱, 일곱으로 총 14명.”

사장이 멋진 척 표정을 짓는다.

“이분들은 그 정원 외 인원. 입니다.”

“…!”

“보충반이 여러분 중 한 명을 지목해서 이기면, 의 참가자로 참여하게 됩니다.”

옆에서 헉 소리가 들렸다.

여기까진 연습생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든, 보충반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은 탈락 위기입니다.”

드라이아이스가 걷히고 7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자신만만한 미소가 만면에 가득한 차유진.

그리고 표정이 날아가 어디 중간 보스같은 인상이 된 김래빈.

그렇다.

지난 촬영, 참가자 14명 중엔 저놈들이 없었다. 저놈들은 LeTi 연습생들이 아니니까.

그 녀석들이 합류하는 타이밍은 바로 지금이었다.

보충반 투입으로 아수라장이 되는 이 촬영장에서.

“이겨서 살아남으세요.”

보충반이 걸어와서 무대 맞은편에 정렬한다.

눈동자를 떨고, 표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참가자들이 보충반과 대치한다.

긴장되는 분위기.

그리고 나는 심드렁히 생각했다.

‘뭐, 대부분은 긴장감 조성용 버리는 패지.’

치열할수록 어그로 끌기도 좋고, 이긴 놈 부각하기도 좋지 않은가. 당연히 이용해 먹을 용도니 대부분은 부적합 후보들이다.

그러니 차유진, 김래빈을 제외한 나머지는 내가 모르는 얼굴일 수밖에…. 잠깐.

하나 더, 아는 얼굴이 있다.

“…!”

채율.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던 VTIC 멤버.

1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눈을 반짝이는 갈색 머리 어린놈이… 맨 끝에 서 있었다.

“…….”

저게 여기서 투입되는 놈이었다고?

그래서 청려가 찾지 않았던 건가. 원래 이쯤 나오니까? 아니면 이번만 일부러 투입한 건가.

내가 머리를 어떻게 굴리고 있든, 촬영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자, 보충반 여러분은 대결하고 싶은 참가자를 찾아서 그 앞에 서주세요.”

차유진과 김래빈은 발을 옮긴다. 분명 누굴 지목하면 되는지까지 대화를 나눠놨…….

저 새끼 왜 저기로 가냐.

차유진이 발을 멈춘 것은… 청려의 앞이었다.

“아.”

“잘 부탁드립니다!”

“…….”

이 미친놈이…!

나는 혀를 물어 변하려던 표정을 잡았다.

그러나 돌발 상황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보충반 중에 내 앞으로 걸어와 선 놈도 있던 것이다.

놈은 긴장으로 상기된 얼굴로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더니, 곧 들뜬 얼굴로 내 앞에서 서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예.”

채율.

이놈이 상대로 날 지목했다.

“…….”

나는 눈을 돌렸다.

차유진을 앞에 둔 청려가 웃고 있었다.

그게 이거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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