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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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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72화
“서바이벌을 네 말대로 변수가 너무 많아. 굳이 그럴 것 없잖아.”
“그래요? 후배님도 서바이벌로 데뷔해 봤으니 오히려 선호할 줄 알았는데.”
청려가 물끄러미 나와 차유진을 번갈아 보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너무 걱정 마요. 될 사람은 되지 않겠어요? 하하!”
“…….”
소름이 끼친다. 이 새끼 아예 결론을 내려놨네.
안 되겠다.
“잠깐만.”
나는 차유진의 팔을 잡고 일어났다.
“너 열받은 건 알겠는데, 좀 머리 식고 다시 이야기하자.”
“음, 딱히 화가 나진 않았는데. 맞는 말이잖아요?”
제대로 빡쳤으면서 아닌 척하지 마라.
“다 똑같이 동등한 기회를 주겠다는데 왜 과민반응이지.”
“저는 그거 좋아… 으읍!”
넌 좀 가만히 있고.
“알았으니까, 내일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자.”
나는 황급히 차유진을 챙겨서 일어나다가, 청려를 돌아보았다.
에라 모르겠다. 말해라.
“…오늘 공항까지 와줘서 고맙고. 잘 들어가라.”
“…….”
청려가 약간 동요하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이 망아지처럼 날뛰는 놈을 잡는 게 먼저다.
“너는, 입 좀, 조심해라.”
“아아! 문대 형 아파요!”
나는 게임방을 나오자마자 차유진의 등을 후려갈겼다.
“지금 상황이 개판인데 맞는 말도 분위기 봐 가면서 해야지.”
“저 선배님도 안 봤어요! 나만 볼 이유 없어요!”
“…….”
그건… 하여간 이 새끼 맞는 말만 하는군.
‘청려가 생각보다 대놓고 공격적이긴 했지.’
예상외일 정도였다. 차라리 살살 구슬려서 자기 소속사 연습생으로 처박아두고 ‘경쟁자 제거’ 같은 소리를 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이용할 계산보단 다짜고짜 서열 정리부터 들어온다…라.
나는 혀를 찼다. 입이 썩 달진 않았다.
‘…그 새끼도 멘탈이 나간 거겠지.’
그렇게 주둥아리 맞아가며 겨우 개 키우고 단 하나의 현실에 적응했더니, 갑자기 또 재시작하게 됐다?
미치지 않은 게 용할 노릇이었다.
나는 차유진에게서 손을 떼며 한숨을 참았다.
“…그래. 네가 잘못한 건 아니지. 하지만 그놈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는 거야.”
차유진이 어깨를 으쓱한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사정을 가졌지만 그게 쌍놈처럼 굴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
정말 맞는 말만 해서 대꾸할 게 없어지는군.
“그래. 어쨌든 오늘은 너도 시차 적응을 해야 할 테니 잠부터 자라. 숙소 어디 잡았냐.”
“없어요!”
“…….”
“비행기 표 비쌌어요. 저 모텔 가요?”
참 해맑게도 말한다.
“그냥… 따라와라.”
류청우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벌써부터 까마득하다만, 그렇다고 한국 오느라 돈 없다는 놈을 길바닥에 재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새끼가 17살만 아니었어도….’
나는 차유진을 끌고, 나도 몇 박 안 보낸 오피스텔로 귀가했다.
띵-동.
예의상 초인종도 한번 눌러 주고.
“형?”
그리고 현관에 나온 류청우를 보고 차유진이 반색한다.
“청우 형 있어요? 먼저 왔어요?”
“친척이라 같이 자취 중이라니까.”
“OK…….”
차유진이 약간 김이 샌 얼굴로 류청우에게 말한다.
“저 몰라요?”
“응?”
류청우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잠깐 고민한 것 같았으나, 곧 웃음을 터트렸다.
애가 어려 보이니 별 의심은 안 드나 보군.
“형이 내 소개해 줬어?”
“그래. 얘는 차유진.”
대충 학교 프로그램 일환으로 국제펜팔 중이었는데 다짜고짜 한국에 왔다고 설명했다.
류청우는 감탄했다.
“용기 있는 친구네.”
“용기는 무슨.”
실제 그런 상황이었으면 빗자루로 두들겨 맞고 집에 끌려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저놈 집에서도 말이 많았던 모양이지만, 워낙 가풍이 자유로운지 선 탈주 후 허락을 받았다고.
나는 눈가를 눌렀다.
‘…생활비는 부쳐주시겠지.’
그나마 최악은 아니다. 보호자가 계속 신경 써준다니까.
“이놈 집 구할 때까지 며칠만 있어도 될까.”
“당연하지. 내 친구도 자고 갔는데 뭘.”
“감사해요! 잘 부탁합니다!”
차유진은 그대로 손님방 겸 다용도실을 차지했고, 나는 내 방에 들어와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했다.
대체 이 꼴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은가.
혹시 해서 한 번 확인해 본 상태창은… 말을 말자.
[동료]
[신재현 : 열심히 일하는 중 (//-^)]
[차유진 : 새로운 방에 적응하는 중 (>ㅅㅅ</)]
김래빈과 연락처를 교환한 뒤 서울로 복귀하자마자, 차유진은 간헐적으로 저 상태를 띄우고 있다.
‘잘 되긴 했지.’
나는 헛웃음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그 성격에 그 재능이니 순식간에 사기 계약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살벌한 인상이 밸런스를 맞춰준 모양이다.
물론 설득 방식도 독특했다만.
‘그건 나중에 회상하고.’
우선은… 이놈을 어떻게 해야겠다.
나는 차유진의 설명 위로 시선을 옮겼다.
[신재현 : 강아지를 생각 중 (//~^)]
“…….”
미치겠네, 진짜.
나는 머리를 휘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야밤에 오피스텔을 나가게 생겼다.
예상대로, 놈은 회사 연습실에 있었다.
그것도 그 연습실에 혼자.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놈은 미동도 없다.
“자정이 넘었는데 왜 아직도 남아 있냐.”
“…글쎄.”
청려는 표정 없이 벽면 거울을 응시하고 있었다.
“별 이유는 없는데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연습이라도 하려던 게 아니라?
나는 그렇게 말하는 대신, 놈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이전에 하려다 안 한 말이 있는데.”
그리고 말을 골라서 천천히 입 밖에 낸다.
“전에… 콩이 사진 보내줘서 고마웠다.”
“…….”
“개를 키울 조건이 안 돼서 못 키웠는데, 사진 보는 건 괜찮더라고.”
청려는 말없이 잠시 허공을 보다가, 짧게 물었다.
“잘 지낼까요.”
콩이.
“나는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쪽을 믿는데.”
“글쎄요.”
청려는 흥분하거나 화를 내진 않았다. 단지 느리게 중얼거렸을 뿐이다.
“믿음은 확률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렇지.”
네가 뭘 믿든, 진짜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나 나도 나름대로 이 며칠 생각한 게 있다.
“하지만 심증은 있어.”
“어떤?”
나는 팔짱을 낀 뒤, 심호흡했다.
“시스템이 지나치게 우호적이야.”
청려가 눈만 돌려 시선을 마주친다.
“너 같으면 널 죽이려던 놈한테 우호적으로 나오겠냐? 없애 버리려고 하지.”
시스템이 진짜 전지전능해서 아예 통째로 세계를 구현할 수 있다면, 이런 골칫거리는 사고사 처리하고 끝낼 것이다.
“그런데… 그 대신 좋은 조건만 채워놨지. 나이, 환경, 능력, 경제적 여건…….”
나는 목을 치는 울컥거림을 눌렀다.
“부모님까지.”
“…….”
청려가 잠시 몸을 움찔거렸다.
“적에게 이유 없는 호의는 없지. 아쉬운 점이 있는 거야. 달래주고 비위 맞춰줄 만한 이유가.”
“선택권.”
“…!”
청려가 한 손으로 턱을 덮은 채 말을 잇는다.
“이쪽을 선택하도록 만들고 싶어 한다는 건가요.”
“그래.”
나는 담담히 추리를 이어갔다.
“나갈 방법이 없다면 굳이 사람들 선택이 중요할 필요가 없어. 여기서 나갈 수 있으니 그냥 남으라고 유혹하는 거라고.”
“…….”
“그리고 구조상 확률이 가장 높은 건… 마지막이겠지.”
“마지막.”
“그래. 게임 클리어. 아이돌로 또 성공하면, 뭐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
퀘스트가 다 끝나고 엔딩을 보는 그 지점에.
종료하고 현실로 나갈 것인지, 계속 엔딩 후의 세계에 남을 것인지를 선택하는 게 아닌가.
나는 연습실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꼭, 원래 내 회사 연습실에 누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이건 가정일 뿐이지만. 어쨌든 심증 자체는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때.”
“…….”
청려는 턱을 가리고 있던 손을 풀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뭐.”
“그냥 여기 남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요.”
“현실로 돌아가고 싶으니까.”
나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너도 사실은 그러고 싶잖아.”
“…….”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개 이야기 꺼내기 전에는 언급도 안 한 거 아니냐.”
쓸데없는 정신적 타격을 입느니 그냥 이도 저도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리고 싶단 무의식 아니었냔 말이다.
“…….”
청려가 벽에 몸을 기댔다.
처음 이 몸으로 깨어났을 때와 비슷한 구도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연다.
“잘 모르겠는데.”
저 망할 놈의 방어기제가 진짜.
하지만 초 치는 대신 입을 닫았다. 저놈이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좌절된 적이 한두 번이었겠는가. X발, 이 정도는 좀 용납해야지.
그리고 그럴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콩이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니까.”
“…!”
“그전에 만나야겠는데요.”
“그렇게 만들어야지.”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래서, 그런 그룹을 만들자는 거야.”
VTIC도 테스타도 아니라, 그냥 당장 최단기 최고효율 뽑아먹을 수 있는 그룹.
미래에 일어날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안정보다 이득을 우선하는 리스크 감당형 그룹.
“데뷔하자마자 그해 신인상과 대상을 같이 탈 수 있는 그룹.”
나는 선언했다.
“그리고 바로 엔딩 보고 돌아가자.”
단기 프로젝트 그룹 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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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름이 끼친다. 이 새끼 아예 결론을 내려놨네.

안 되겠다.

“잠깐만.”

나는 차유진의 팔을 잡고 일어났다.

“너 열받은 건 알겠는데, 좀 머리 식고 다시 이야기하자.”

“음, 딱히 화가 나진 않았는데. 맞는 말이잖아요?”

제대로 빡쳤으면서 아닌 척하지 마라.

“다 똑같이 동등한 기회를 주겠다는데 왜 과민반응이지.”

“저는 그거 좋아… 으읍!”

넌 좀 가만히 있고.

“알았으니까, 내일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자.”

나는 황급히 차유진을 챙겨서 일어나다가, 청려를 돌아보았다.

에라 모르겠다. 말해라.

“…오늘 공항까지 와줘서 고맙고. 잘 들어가라.”

“…….”

청려가 약간 동요하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이 망아지처럼 날뛰는 놈을 잡는 게 먼저다.

“너는, 입 좀, 조심해라.”

“아아! 문대 형 아파요!”

나는 게임방을 나오자마자 차유진의 등을 후려갈겼다.

“지금 상황이 개판인데 맞는 말도 분위기 봐 가면서 해야지.”

“저 선배님도 안 봤어요! 나만 볼 이유 없어요!”

“…….”

그건… 하여간 이 새끼 맞는 말만 하는군.

‘청려가 생각보다 대놓고 공격적이긴 했지.’

예상외일 정도였다. 차라리 살살 구슬려서 자기 소속사 연습생으로 처박아두고 ‘경쟁자 제거’ 같은 소리를 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이용할 계산보단 다짜고짜 서열 정리부터 들어온다…라.

나는 혀를 찼다. 입이 썩 달진 않았다.

‘…그 새끼도 멘탈이 나간 거겠지.’

그렇게 주둥아리 맞아가며 겨우 개 키우고 단 하나의 현실에 적응했더니, 갑자기 또 재시작하게 됐다?

미치지 않은 게 용할 노릇이었다.

나는 차유진에게서 손을 떼며 한숨을 참았다.

“…그래. 네가 잘못한 건 아니지. 하지만 그놈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는 거야.”

차유진이 어깨를 으쓱한다.

“…….”

정말 맞는 말만 해서 대꾸할 게 없어지는군.

“그래. 어쨌든 오늘은 너도 시차 적응을 해야 할 테니 잠부터 자라. 숙소 어디 잡았냐.”

“없어요!”

“…….”

“비행기 표 비쌌어요. 저 모텔 가요?”

참 해맑게도 말한다.

“그냥… 따라와라.”

류청우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벌써부터 까마득하다만, 그렇다고 한국 오느라 돈 없다는 놈을 길바닥에 재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새끼가 17살만 아니었어도….’

나는 차유진을 끌고, 나도 몇 박 안 보낸 오피스텔로 귀가했다.

띵-동.

예의상 초인종도 한번 눌러 주고.

“형?”

그리고 현관에 나온 류청우를 보고 차유진이 반색한다.

“청우 형 있어요? 먼저 왔어요?”

“친척이라 같이 자취 중이라니까.”

“OK…….”

차유진이 약간 김이 샌 얼굴로 류청우에게 말한다.

“저 몰라요?”

“응?”

류청우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잠깐 고민한 것 같았으나, 곧 웃음을 터트렸다.

애가 어려 보이니 별 의심은 안 드나 보군.

“형이 내 소개해 줬어?”

“그래. 얘는 차유진.”

대충 학교 프로그램 일환으로 국제펜팔 중이었는데 다짜고짜 한국에 왔다고 설명했다.

류청우는 감탄했다.

“용기 있는 친구네.”

“용기는 무슨.”

실제 그런 상황이었으면 빗자루로 두들겨 맞고 집에 끌려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저놈 집에서도 말이 많았던 모양이지만, 워낙 가풍이 자유로운지 선 탈주 후 허락을 받았다고.

나는 눈가를 눌렀다.

‘…생활비는 부쳐주시겠지.’

그나마 최악은 아니다. 보호자가 계속 신경 써준다니까.

“이놈 집 구할 때까지 며칠만 있어도 될까.”

“당연하지. 내 친구도 자고 갔는데 뭘.”

“감사해요! 잘 부탁합니다!”

차유진은 그대로 손님방 겸 다용도실을 차지했고, 나는 내 방에 들어와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했다.

대체 이 꼴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은가.

혹시 해서 한 번 확인해 본 상태창은… 말을 말자.

김래빈과 연락처를 교환한 뒤 서울로 복귀하자마자, 차유진은 간헐적으로 저 상태를 띄우고 있다.

‘잘 되긴 했지.’

나는 헛웃음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그 성격에 그 재능이니 순식간에 사기 계약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살벌한 인상이 밸런스를 맞춰준 모양이다.

물론 설득 방식도 독특했다만.

‘그건 나중에 회상하고.’

우선은… 이놈을 어떻게 해야겠다.

나는 차유진의 설명 위로 시선을 옮겼다.

“…….”

미치겠네, 진짜.

나는 머리를 휘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야밤에 오피스텔을 나가게 생겼다.

예상대로, 놈은 회사 연습실에 있었다.

그것도 그 연습실에 혼자.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놈은 미동도 없다.

“자정이 넘었는데 왜 아직도 남아 있냐.”

“…글쎄.”

청려는 표정 없이 벽면 거울을 응시하고 있었다.

“별 이유는 없는데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연습이라도 하려던 게 아니라?

나는 그렇게 말하는 대신, 놈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이전에 하려다 안 한 말이 있는데.”

그리고 말을 골라서 천천히 입 밖에 낸다.

“전에… 콩이 사진 보내줘서 고마웠다.”

“…….”

“개를 키울 조건이 안 돼서 못 키웠는데, 사진 보는 건 괜찮더라고.”

청려는 말없이 잠시 허공을 보다가, 짧게 물었다.

“잘 지낼까요.”

콩이.

“나는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쪽을 믿는데.”

“글쎄요.”

청려는 흥분하거나 화를 내진 않았다. 단지 느리게 중얼거렸을 뿐이다.

“믿음은 확률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렇지.”

네가 뭘 믿든, 진짜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나 나도 나름대로 이 며칠 생각한 게 있다.

“하지만 심증은 있어.”

“어떤?”

나는 팔짱을 낀 뒤, 심호흡했다.

“시스템이 지나치게 우호적이야.”

청려가 눈만 돌려 시선을 마주친다.

“너 같으면 널 죽이려던 놈한테 우호적으로 나오겠냐? 없애 버리려고 하지.”

시스템이 진짜 전지전능해서 아예 통째로 세계를 구현할 수 있다면, 이런 골칫거리는 사고사 처리하고 끝낼 것이다.

“그런데… 그 대신 좋은 조건만 채워놨지. 나이, 환경, 능력, 경제적 여건…….”

나는 목을 치는 울컥거림을 눌렀다.

“부모님까지.”

“…….”

청려가 잠시 몸을 움찔거렸다.

“적에게 이유 없는 호의는 없지. 아쉬운 점이 있는 거야. 달래주고 비위 맞춰줄 만한 이유가.”

“선택권.”

“…!”

청려가 한 손으로 턱을 덮은 채 말을 잇는다.

“이쪽을 선택하도록 만들고 싶어 한다는 건가요.”

“그래.”

나는 담담히 추리를 이어갔다.

“나갈 방법이 없다면 굳이 사람들 선택이 중요할 필요가 없어. 여기서 나갈 수 있으니 그냥 남으라고 유혹하는 거라고.”

“…….”

“그리고 구조상 확률이 가장 높은 건… 마지막이겠지.”

“마지막.”

“그래. 게임 클리어. 아이돌로 또 성공하면, 뭐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

퀘스트가 다 끝나고 엔딩을 보는 그 지점에.

종료하고 현실로 나갈 것인지, 계속 엔딩 후의 세계에 남을 것인지를 선택하는 게 아닌가.

나는 연습실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꼭, 원래 내 회사 연습실에 누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이건 가정일 뿐이지만. 어쨌든 심증 자체는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때.”

“…….”

청려는 턱을 가리고 있던 손을 풀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뭐.”

“그냥 여기 남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요.”

“현실로 돌아가고 싶으니까.”

나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너도 사실은 그러고 싶잖아.”

“…….”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개 이야기 꺼내기 전에는 언급도 안 한 거 아니냐.”

쓸데없는 정신적 타격을 입느니 그냥 이도 저도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리고 싶단 무의식 아니었냔 말이다.

“…….”

청려가 벽에 몸을 기댔다.

처음 이 몸으로 깨어났을 때와 비슷한 구도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연다.

“잘 모르겠는데.”

저 망할 놈의 방어기제가 진짜.

하지만 초 치는 대신 입을 닫았다. 저놈이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좌절된 적이 한두 번이었겠는가. X발, 이 정도는 좀 용납해야지.

그리고 그럴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콩이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니까.”

“…!”

“그전에 만나야겠는데요.”

“그렇게 만들어야지.”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래서, 그런 그룹을 만들자는 거야.”

VTIC도 테스타도 아니라, 그냥 당장 최단기 최고효율 뽑아먹을 수 있는 그룹.

미래에 일어날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안정보다 이득을 우선하는 리스크 감당형 그룹.

“데뷔하자마자 그해 신인상과 대상을 같이 탈 수 있는 그룹.”

나는 선언했다.

“그리고 바로 엔딩 보고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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