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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371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71화
차유진.
‘특성 : 블랙홀(S)’을 가진 센터.
실력부터 멘탈까지 아이돌에 최적화된 미친 조건 조합으로 어린 나이에 트리플 A를 스탯으로 달고 있다. 심지어 군대까지 안 가서 공백기도 없을 예정.
시스템이 이놈에게 별 다섯 개를 단 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그 외의 조건이 말이다.
[차차유진 님은 아무것도 모르시죠?]
“어 몰라.”
이놈은… 몸이 바뀌고 과거로 돌아오고 상태창이 뜨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다.
그리고 그걸 제대로 설명하기 제일 난감한 부류의 인간이라고.
-OK. 그러니까 나랑 원래 알던 사이었는데, 과거로 돌아왔고 다른 사람 됐다?
-911 불러요?
‘망했다.’
나는 침음하며 얼굴을 문질렀다.
그러나 상태창은 아주 신나게 번쩍거린다.
[이대로 맞이하시겠습니까?]
“…어.”
X발, 그래, 안 받을 순 없다.
[첫 동료 모집]
: 이 해금되었다!
-> 이동
또 새로운 탭이 열렸다.
나는 단번에 해당 팝업을 띄웠다. 이번엔 배너 대신 게임의 동료 목록 같은 것이 주르륵 뜨는데…….
[각성 가능한 동료]
신재현 : 오늘의 운동 중 (*^^*)
차유진 : 푹 자는 중 (ㅡpㅡ)zZ
“…….”
이모티콘처럼 보이는 각 놈들의 도트 이미지가 보인다. 이것도… 을 열화 판으로 구현해둔 것 같군.
좀 어처구니는 없지만 정보 탐색 용도로는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허접하지만.
…간만에 차유진 이름을 보니 좀 반갑기도 하고. 어쨌든 여기서도 다른 놈들은 다 있는 모양이다.
“후.”
나는 한숨을 쉬며 남은 Exp를 체크했다. 2000이라.
‘설마 레벨업에서도 실패가 뜨지는 않겠지.’
그건 ‘127섹션’ 본 게임에서도 안 한 선 넘는 짓 아닌가. 물론 별 등급 같은 제도를 도입한 시점에서 글러 먹었다만.
‘강화 개념으로 생각하면 실패 가능성 있다.’
그리고 실패하면 그냥 증발이라 이거지.
“혹시 여기 확률표 같은 거 없냐.”
실패는 몇 퍼센트, 별 다섯 개는 몇 퍼센트 이런 거 말이다.
최소한 기댓값은 알고 계산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잠시만요!]
허둥지둥 사라진 큰달의 팝업은, 잠시 뒤 기어들어 오듯 슬쩍 다시 나타났다.
[그런 건… 없는데요.]
“…….”
최소한의 기대치… 박살.
하긴, 애초에 아까 동료 모집 배너에서도 뭐가 없긴 했다.
이제 빡치지도 않는다. 이 미친 시스템에 상도덕을 기대한 내가 X신이다. 나는 방 천장을 보고 한숨을 참았다.
그러다 상태창 맨 위 구석에 우편 표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깐.’
혹시 저걸로 뭘 고지하나?
클릭했다.
[실패 위로금이 왔다….]
+ 10G
+ 10G
“…….”
참고로 이 상태창에 골드 탭은 없다.
즉 허위매물이다. 기존 127섹션 스킨을 덮어씌우는 과정에서 생겼겠지.
‘텍스트 쪼가리 골드로 때우고 있어 이 망할 새끼가….’
더 하면 혈관이 터질 것 같아서 눈을 뗐다. 그리고 본론으로 돌아갔다.
동료 각성!
[동료: 차유진을 각성하시겠습니까?]
-Exp 1000 사용
오냐.
나는 확인을 눌렀다.
그러자, 차유진의 도트 이미지에서 예사롭지 않은 빛이 감돈다.
[비상을 향한 도약….]
그리고 몇 초 후.
차유진의 글씨에서 팡파르가 터진다.
[첫 각성 성공!]
됐다.
나는 주먹을 쥐었다. 성공의 짜릿함 때문은 아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붙여넣은 설명이 얼마나 유효한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동료라고 소집해놓고 이놈들 이모티콘 외에는 현실적인 언질이 없다.
‘동료로 뭘 어쩌라는 거지?’
그때였다.
팝업이 슬그머니 하나 더 뜬다.
[이 해금되었다!]
“…!”
설마 큰달처럼 동료와 상태창으로 대화하도록 만드는 건…….
[연락처가 생겼다….]
차유진 : 858-XXX-XXXX
“…….”
다짜고짜 진짜 번호를 때려주네.
아니, 자세히 보니까… 이거 심지어 지역 번호가 미국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망할.’
나는 침대를 주먹으로 갈겼다.
차유진 미국에 있냐.
그래서 상태가 자고 있던 거냐고!
* * *
차유진은 꿈을 꿨다.
꿈속에서 그는 자신의 고향을 떠나 혈통의 출신지인 외국에서 직업을 가졌다.
-Take your STAR. 안녕하세요, 테스타입니다!
그는 KPOP 아이돌이었다!
그건 자신의 삶에 등장할 것이라 상상하지 못한 직업이었다.
학기가 끝난 후 갑자기 들어온 스카웃 제의를 충동적으로 승낙한 순간부터 모든 건 순식간에 결정되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재밌었다!
그리고 기어코 그는 좋은 팀으로 데뷔를 했다….
-유진이가 이런 건 제일 잘하지.
좋은 멤버들이었다.
항상 좋은 일만 있던 건 아니었지만, 결국 좋은 결과로 끝나는 매 순간.
짜릿한… 더없이 역동적인, 자신의 삶!
그 순간, 그는 알아차렸다.
‘이건 꿈이 아니잖아.’
차유진은 눈을 떴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이 꿈이 아닌 과거를 기억했음을 깨달았다.
“후우우.”
새벽 6시.
그는 팔을 뻗어 아직 울리지 않은 알람을 지웠다.
그리고 주방으로 걸어 나와 물을 마시며, 일어난 일을 되새겼다.
‘아.’
염색모가 아닌 머리가 어쩐지 어색했다. 그러니까….
자신은 누구인가?
‘KPOP 그룹 테스타에 소속된 23살 차유진.’
그러나 현재 차유진의 몸은 전혀 다른 상황을 살고 있다. 자신은 지역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풋볼팀 소속이었다….
KPOP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바로 어제까지는.
‘잠깐, 그게 정말 어제인가?’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그는 오랜만에 휴가를 받아 친구의 집에 함께 놀러 갔었는데….
사실 지금이 꿈속인가?
그는 별 망설임 없이 손을 얼굴로 가져갔다.
퍽.
“아우.”
겁나 아팠다.
그는 얼굴을 친 자신의 판단을 비난하며, 왜 비난했는지도 깨달았다.
무대에 오를 텐데 얼굴에 흉이 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음.”
그는 물잔을 내려놓고, 어깨를 으쓱했다.
‘난 아이돌이 맞아.’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맞았다.
기억난 그 모든 지식과 정보, 요령은 결코 가짜가 아니다. 정신 이상자가 지어낼 수 없는 정교하고 실제적인 경험.
‘도리어 이쪽이 더 의심스럽단 말이야.’
그는 턱을 문질렀다. 자신의 삶치고, 이 지역 고등학교의 삶은 너무나 밋밋하지 않은가?
중학교 때와 다를 게 없다니.
‘뭐, 어쨌든.’
일단 그는 테스타 다른 멤버들의 번호로 문자를….
‘……모르는데?’
하긴, 누가 요즘 세상에 남의 번호를 외운단 말인가?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다음 방법을 고민하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스마트폰에 알람이 떴다.
띵동.
페이스룩 계정으로 온 메시지였다.
그것도 다짜고짜 한국어로.
-Apple : 안녕하세요
-Apple : 나 박문대인데, 혹시 기억하면 답장해라
익숙한 말투의 활자.
“맙소사.”
차유진은 실소했다.
어떻게 매번 가장 완벽한 타이밍에 등장할 수 있을까?
그는 한 손으로 화면을 두드렸다.
-저 미국이에요lol
-내일 한국 가요!
저금해 놓은 걸 비행기값으로 날리는 건 어쨌든 똑같이 일어나는 모양이었다. 차유진은 킥킥 웃었다.
* * *
“…그래서 지금 미국에서 입국하는 이전 멤버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 멤버라는 표현은 썩 기껍지 않았다만, 공항까지 따라붙어 온 놈에게 퉁명스럽게 굴 필요는 없겠지.
“랜덤으로 지난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다니, 특이한 변수긴 하네요. 꼭 써야 할까 싶지만.”
청려는 심드렁한 얼굴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조작 중이다. 저 새끼는 여기가 현실이라고 완전히 가정한 채로 행동하는 것 같다.
‘…이해는 한다만.’
한두 번이 아니었을 테니까.
나는 잠시 이놈에게… 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까 하다가 그만뒀다.
‘돌아갈 해결책이 보여야 이야기를 꺼내야지.’
지금 해봤자 그냥 더 돌아버리게 만드는 것 아닌가. 나는 한숨을 참고 플래카드나 들었다.
[테스타 차유진 환영]
…민망하지만 내 얼굴이 전과 다르니 별수 없다.
‘그나마 전화번호로 페이스룩 계정을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
그리고 다행히 이걸 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놈이 게이트를 지나 신나게 달려 나왔다.
스키복 같은 점퍼를 걸치고, 캐리어를 한 손으로 붕붕 휘두르다시피 끌고 오는 놈.
“형!”
일반인 차유진.
나는 잠시 말문이 막힌 채, 묘한 감회에… 잠깐, 저 새끼 몇 살이야?
새파랗게 어린 차유진은 중간에 멈춰서더니 미간을 찌푸린다.
“문대 형?”
“어. 나다.”
정신 차리고.
이 새끼가 몇 살이든 일단 왜 몸이 다른지 설명부터 해야 진행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입 열기 전에 저놈이 먼저 열었다.
“문대 형 닮았는데 다른 사람이에요. 혹시 성형 수술받았어요?”
“…비슷해.”
“오우….”
“큼.”
청려 새끼가 쪼개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미간을 누르며 중얼거렸다.
“아무튼… 우리 숙소 암호라도 댈 테니까 뭐든 시험부터 해봐.”
“그것은 필요 없어요. 형 맞아요!”
“……그래?”
“네. [그런 말은 우리 중에 문대 형만 하잖아요.]”
차유진이 빙긋 웃었다.
“나 알아요. 그러니까 설명 부탁합니다!”
“……그래.”
나이가 좀 어려졌다고 도로 때의 문어체 표현을 섞어 쓰는 놈을 데리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서울의 한 게임방.
“…그렇게 된 거지.”
나는 장장 한 시간 만에 헛소리 같은 상황 설명을 어떻게든 끝마쳤다.
식은땀이 다 난다.
‘요약하는 데도 점점 수치스러운 게 말이 안 될 정도군….’
나는 경련하는 입을 커피로 막았다. 차유진이 뭐라고 대답할지 가늠도 안 갔다.
그러나 놈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일종의 평행차원, 멀티버스 같은 거네요. 그렇죠?]
“……??”
차유진이… 이걸 이해해?
그것도 저런 용어로?
놈은 어깨를 으쓱했다.
[게다가 에일리언 정신 기생충까지… 라임스톤 영화가 그런 거 좋아하잖아요. 저도 그 정도는 알죠.]
동시에 뭐 이런 찌질한 걸 좋아하냐고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아무튼 납득해 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군. 라임스톤 덕을 이렇게도 보다니.
물론 증거가 지금 피부로 느껴지니 가능한 것이다.
삶이 바뀌었으니까.
[아무튼, 어쩐지 난 여기가 내 현실 같진 않았어요.]
‘모든 기억을 다 찾았다’는 차유진은 핫초코를 원샷하며 고개를 저었다.
[너무 심심하거든요. 뭐랄까, 마치 테이프를 반복 재생한 것처럼?]
그러냐.
[그리고 내가 이렇게 쉽게 쿼터백 후보일 리가 없어요. 거긴 6피트 3인치 이상의 세계라.]
6피트인 자기가 성공하려면 좀 더 멋진 역경과 뛰어넘을 산이 있어야 했다며, 차유진은 투덜거렸다.
나는 동의했다.
“적당히 조건을 맞춰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나이도 안 맞고.”
“맞아요. 저 선배님? 이제 선배 아닌 선배님 원래 나이 더 많았어요.”
차유진이 제법 공손히 청려를 가리켰다.
“…….”
그놈은… 네 생각보다도 훨씬 오래 살았다만.
어쨌든, 지목된 청려는 별 동요 없이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처리 중이다.
“바쁘냐?”
“조금. 슬슬 데뷔 일정 조정해야죠.”
네가 일정을 조정해…?
그때 차유진이 불쑥 끼어들었다.
“데뷔?”
“내가 유명해져야 애들 기억을 돌려줄 수 있는 모양이야. 그게 게임 경험치 같은 건가 본데.”
“으음….”
차유진의 얼굴에 순간 떨떠름한 기색이 지나갔으나, 곧 납득 했다.
“OK 알았어요.”
뭘.
“저도 데뷔해요!”
차유진이 씩 웃었다.
“저 있으면 그룹 더 빨리 유명해져요.”
“…!”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말이었으나, 반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빨리 테스타 다시 돼요! 다들 찾아서 뭐 해봐요!”
“…뭘?”
차유진은 씩 웃었다.
[뭐든지! 돌아갈 길을 찾아야죠. 테스타로!]
이 자식….
지금 17살이라는 새끼가 제법 믿음직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다른 놈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음.”
청려는 차유진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가축 견적 내듯이 잠깐 말이 없더니, 짧게 결론을 내렸다.
“안 되겠는데.”
“…!”
그러나 차유진은 타격감이 없었다.
“모두에게 도전의 기회 있어요. 아직 그 그룹 데뷔 안 했어요. 그러니까 선배님 거 아니에요.”
팩트로 패려고 든다.
그러나 청려 역시 타격감이 없다.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청려는 빙긋 웃었다.
“내가 아니라 회사에서 유진 씨를 안 받아줄 거예요.”
“…!?”
그리고 사형선고처럼 말한다.
“그쪽은 LeTi가 선호하는 외관이 아니라서.”
“…….”
“…….”
나는 지금 데뷔조와 신오, 주단, 청려를 떠올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현재 외양을 생각했다.
…다 어딘가 음침하고 서늘한 느낌이 들지 않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에 앉아 있는 17살짜리 차유진을 보았다.
안광이 터질 것 같은 놈이다.
음.
확실히… 이놈 하나가 들어오면 좀 위화감이 들긴 한다.
“저 정말 잘해요. 그래도 그래요?”
“글쎄요. 나한테 물어봐도… 내가 회사 주인은 아니라서.”
청려가 빙긋 웃었다.
“그쪽 말처럼요.”
아, 이 새끼 빡쳤네.
솔직히 차유진 능력치면 당장 데뷔는 안 시켜주더라도, 소속사가 눈이 있다면 어떻게든 킵해놓을 것이다.
‘LeTi도 그러겠지.’
그런데 다 아는 놈이 저러는 걸 보니 본인 선에서 쳐내겠다 이거다.
차유진은 청려를 뻔히 쳐다보더니, 곧 미련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OK. 그럼 형 저기 나와요. 나랑 새 소속사 찾아요!”
“잠깐.”
소속사가 분기마다 신인 찍어내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가면 또 언제 데뷔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단 말이다.
‘미치겠네.’
나는 미간을 눌렀다. 청려는 웃음기를 지우지 않고 말했다.
“그렇다는데요.”
차유진은 잠시 말없이 청려를 쳐다보다가, 제법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왜 이렇게 적대적으로 나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당신의 그룹은 이미 있잖아요. 그들이 그립지 않아요?]
“…….”
둘 중에 한 놈 입을 틀어막아야 했나?
[돌아갈 방법을 우리가 같이 찾아볼 수 있는데, 왜 안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청려는 표정 없이 차유진을 쳐다보았다. 나는 여차하면 움직일 준비를 했다.
‘지금… 불발탄을 쇠꼬챙이로 후빈 거 아닌가.’
그러나 잠시 후. 놈의 입에서 나온 말은 산뜻했다.
“그래요?”
“…!”
“그렇네. 생각해 보니… 너무 안주하고 있었나 싶기도 하고.”
청려는 입을 뒤틀었다.
“미션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하하!”
아, X발…….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찰나, 청려는 웃음을 멈췄다.
“그러니까 적자생존 논리로 가죠.”
뭐?
청려가 웃었다.
“그러고 보니, 이런 말은 처음인데… 원래 내 그룹이 몇 명이었는지 알아요?”
다섯 명.
그러나 이놈이 의미하는 건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이 녀석이 손대지 않은… 최초의 VTIC.
“아홉 명.”
“…!!”
“제법 많죠? 하하. 지금 데뷔조 일곱에 두 명이 더 포함된 구성인데… 그 두 명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라 생각해요?”
“…….”
왜 막판에… 팀 변동이 있었는가.
‘시기를 고려해서 판단하자면.’
나는 반사적으로 답을 뱉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맞아요.”
청려가 스마트폰을 다시 들었다.
“LeTi에서 Tnet과 제휴해서 진행한… 소속사 사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원래 있었어요.”
초반에 팬덤 형성에 도움이 되지만, 더 자극적인 아이돌 서바이벌이 난무하며 테스타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많이 기세가 죽은 형태였다.
그러나 이 시점에선 아직 유행 중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건 참 제어하기 어려워요. 그렇죠? 불특정 다수가 될수록 변수가 보이고.”
청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그냥 무산시켜 버렸는데….”
놈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가볍게 말했다.
“이번에는 그냥 둘게요.”
“……!”
“누구든, 거기서 살아남는 사람만 데뷔하는 거예요.”
“그건.”
“합리적이죠? 효율적이고.”
나는 침을 삼켰다. X 됐다.
-사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이기는 사람이 데뷔하자.
언뜻 듣기에 청려의 말은 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포기하는 자유처럼 들린다. 누구든 살아남는 놈과 데뷔하자는 거니까.
하지만 사실 아니다.
‘이놈이 소속사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말도 안 되는 수준이야.’
약점을 잡은 건지 나비효과를 다 기억해서 쓰는 건지, 아니면 둘 다 하는 건지는 모른다. 그럼에도 확실했다.
그런데 이놈이 서바이벌을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둘 리가 있겠는가?
‘애초에 그건 미친 짓이지.’
그 서바이벌을 그냥 두면 어떤 꼴이 되는지는 이놈도 이미 많이 봤을 것 아닌가.
‘분명 내정자를 둔다.’
그리고 이번엔 이놈이 그 내정자를 다 구성할 것이다. 이놈이 최정예로 뽑아둔 VTIC에… 메인보컬을 대체할 나 정도로.
한 마디로… 저건 그냥 ‘널 데뷔 전에 X 되게 해주겠다’는 선언이다.
‘X발.’
나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71화

차유진.

‘특성 : 블랙홀(S)’을 가진 센터.

실력부터 멘탈까지 아이돌에 최적화된 미친 조건 조합으로 어린 나이에 트리플 A를 스탯으로 달고 있다. 심지어 군대까지 안 가서 공백기도 없을 예정.

시스템이 이놈에게 별 다섯 개를 단 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그 외의 조건이 말이다.

“어 몰라.”

이놈은… 몸이 바뀌고 과거로 돌아오고 상태창이 뜨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다.

그리고 그걸 제대로 설명하기 제일 난감한 부류의 인간이라고.

-OK. 그러니까 나랑 원래 알던 사이었는데, 과거로 돌아왔고 다른 사람 됐다?

-911 불러요?

‘망했다.’

나는 침음하며 얼굴을 문질렀다.

그러나 상태창은 아주 신나게 번쩍거린다.

“…어.”

X발, 그래, 안 받을 순 없다.

: 이 해금되었다!

-> 이동

또 새로운 탭이 열렸다.

나는 단번에 해당 팝업을 띄웠다. 이번엔 배너 대신 게임의 동료 목록 같은 것이 주르륵 뜨는데…….

신재현 : 오늘의 운동 중 (*^^*)

차유진 : 푹 자는 중 (ㅡpㅡ)zZ

“…….”

이모티콘처럼 보이는 각 놈들의 도트 이미지가 보인다. 이것도… 을 열화 판으로 구현해둔 것 같군.

좀 어처구니는 없지만 정보 탐색 용도로는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허접하지만.

…간만에 차유진 이름을 보니 좀 반갑기도 하고. 어쨌든 여기서도 다른 놈들은 다 있는 모양이다.

“후.”

나는 한숨을 쉬며 남은 Exp를 체크했다. 2000이라.

‘설마 레벨업에서도 실패가 뜨지는 않겠지.’

그건 ‘127섹션’ 본 게임에서도 안 한 선 넘는 짓 아닌가. 물론 별 등급 같은 제도를 도입한 시점에서 글러 먹었다만.

‘강화 개념으로 생각하면 실패 가능성 있다.’

그리고 실패하면 그냥 증발이라 이거지.

“혹시 여기 확률표 같은 거 없냐.”

실패는 몇 퍼센트, 별 다섯 개는 몇 퍼센트 이런 거 말이다.

최소한 기댓값은 알고 계산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허둥지둥 사라진 큰달의 팝업은, 잠시 뒤 기어들어 오듯 슬쩍 다시 나타났다.

“…….”

최소한의 기대치… 박살.

하긴, 애초에 아까 동료 모집 배너에서도 뭐가 없긴 했다.

이제 빡치지도 않는다. 이 미친 시스템에 상도덕을 기대한 내가 X신이다. 나는 방 천장을 보고 한숨을 참았다.

그러다 상태창 맨 위 구석에 우편 표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깐.’

혹시 저걸로 뭘 고지하나?

클릭했다.

+ 10G

+ 10G

“…….”

참고로 이 상태창에 골드 탭은 없다.

즉 허위매물이다. 기존 127섹션 스킨을 덮어씌우는 과정에서 생겼겠지.

‘텍스트 쪼가리 골드로 때우고 있어 이 망할 새끼가….’

더 하면 혈관이 터질 것 같아서 눈을 뗐다. 그리고 본론으로 돌아갔다.

동료 각성!

-Exp 1000 사용

오냐.

나는 확인을 눌렀다.

그러자, 차유진의 도트 이미지에서 예사롭지 않은 빛이 감돈다.

그리고 몇 초 후.

차유진의 글씨에서 팡파르가 터진다.

됐다.

나는 주먹을 쥐었다. 성공의 짜릿함 때문은 아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붙여넣은 설명이 얼마나 유효한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동료라고 소집해놓고 이놈들 이모티콘 외에는 현실적인 언질이 없다.

‘동료로 뭘 어쩌라는 거지?’

그때였다.

팝업이 슬그머니 하나 더 뜬다.

“…!”

설마 큰달처럼 동료와 상태창으로 대화하도록 만드는 건…….

차유진 : 858-XXX-XXXX

“…….”

다짜고짜 진짜 번호를 때려주네.

아니, 자세히 보니까… 이거 심지어 지역 번호가 미국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망할.’

나는 침대를 주먹으로 갈겼다.

차유진 미국에 있냐.

그래서 상태가 자고 있던 거냐고!

* * *

차유진은 꿈을 꿨다.

꿈속에서 그는 자신의 고향을 떠나 혈통의 출신지인 외국에서 직업을 가졌다.

-Take your STAR. 안녕하세요, 테스타입니다!

그는 KPOP 아이돌이었다!

그건 자신의 삶에 등장할 것이라 상상하지 못한 직업이었다.

학기가 끝난 후 갑자기 들어온 스카웃 제의를 충동적으로 승낙한 순간부터 모든 건 순식간에 결정되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재밌었다!

그리고 기어코 그는 좋은 팀으로 데뷔를 했다….

-유진이가 이런 건 제일 잘하지.

좋은 멤버들이었다.

항상 좋은 일만 있던 건 아니었지만, 결국 좋은 결과로 끝나는 매 순간.

짜릿한… 더없이 역동적인, 자신의 삶!

그 순간, 그는 알아차렸다.

‘이건 꿈이 아니잖아.’

차유진은 눈을 떴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이 꿈이 아닌 과거를 기억했음을 깨달았다.

“후우우.”

새벽 6시.

그는 팔을 뻗어 아직 울리지 않은 알람을 지웠다.

그리고 주방으로 걸어 나와 물을 마시며, 일어난 일을 되새겼다.

‘아.’

염색모가 아닌 머리가 어쩐지 어색했다. 그러니까….

자신은 누구인가?

‘KPOP 그룹 테스타에 소속된 23살 차유진.’

그러나 현재 차유진의 몸은 전혀 다른 상황을 살고 있다. 자신은 지역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풋볼팀 소속이었다….

KPOP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바로 어제까지는.

‘잠깐, 그게 정말 어제인가?’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그는 오랜만에 휴가를 받아 친구의 집에 함께 놀러 갔었는데….

사실 지금이 꿈속인가?

그는 별 망설임 없이 손을 얼굴로 가져갔다.

퍽.

“아우.”

겁나 아팠다.

그는 얼굴을 친 자신의 판단을 비난하며, 왜 비난했는지도 깨달았다.

무대에 오를 텐데 얼굴에 흉이 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음.”

그는 물잔을 내려놓고, 어깨를 으쓱했다.

‘난 아이돌이 맞아.’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맞았다.

기억난 그 모든 지식과 정보, 요령은 결코 가짜가 아니다. 정신 이상자가 지어낼 수 없는 정교하고 실제적인 경험.

‘도리어 이쪽이 더 의심스럽단 말이야.’

그는 턱을 문질렀다. 자신의 삶치고, 이 지역 고등학교의 삶은 너무나 밋밋하지 않은가?

중학교 때와 다를 게 없다니.

‘뭐, 어쨌든.’

일단 그는 테스타 다른 멤버들의 번호로 문자를….

‘……모르는데?’

하긴, 누가 요즘 세상에 남의 번호를 외운단 말인가?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다음 방법을 고민하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스마트폰에 알람이 떴다.

띵동.

페이스룩 계정으로 온 메시지였다.

그것도 다짜고짜 한국어로.

-Apple : 안녕하세요

-Apple : 나 박문대인데, 혹시 기억하면 답장해라

익숙한 말투의 활자.

“맙소사.”

차유진은 실소했다.

어떻게 매번 가장 완벽한 타이밍에 등장할 수 있을까?

그는 한 손으로 화면을 두드렸다.

-저 미국이에요lol

-내일 한국 가요!

저금해 놓은 걸 비행기값으로 날리는 건 어쨌든 똑같이 일어나는 모양이었다. 차유진은 킥킥 웃었다.

* * *

“…그래서 지금 미국에서 입국하는 이전 멤버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 멤버라는 표현은 썩 기껍지 않았다만, 공항까지 따라붙어 온 놈에게 퉁명스럽게 굴 필요는 없겠지.

“랜덤으로 지난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다니, 특이한 변수긴 하네요. 꼭 써야 할까 싶지만.”

청려는 심드렁한 얼굴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조작 중이다. 저 새끼는 여기가 현실이라고 완전히 가정한 채로 행동하는 것 같다.

‘…이해는 한다만.’

한두 번이 아니었을 테니까.

나는 잠시 이놈에게… 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까 하다가 그만뒀다.

‘돌아갈 해결책이 보여야 이야기를 꺼내야지.’

지금 해봤자 그냥 더 돌아버리게 만드는 것 아닌가. 나는 한숨을 참고 플래카드나 들었다.

…민망하지만 내 얼굴이 전과 다르니 별수 없다.

‘그나마 전화번호로 페이스룩 계정을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

그리고 다행히 이걸 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놈이 게이트를 지나 신나게 달려 나왔다.

스키복 같은 점퍼를 걸치고, 캐리어를 한 손으로 붕붕 휘두르다시피 끌고 오는 놈.

“형!”

일반인 차유진.

나는 잠시 말문이 막힌 채, 묘한 감회에… 잠깐, 저 새끼 몇 살이야?

새파랗게 어린 차유진은 중간에 멈춰서더니 미간을 찌푸린다.

“문대 형?”

“어. 나다.”

정신 차리고.

이 새끼가 몇 살이든 일단 왜 몸이 다른지 설명부터 해야 진행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입 열기 전에 저놈이 먼저 열었다.

“문대 형 닮았는데 다른 사람이에요. 혹시 성형 수술받았어요?”

“…비슷해.”

“오우….”

“큼.”

청려 새끼가 쪼개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미간을 누르며 중얼거렸다.

“아무튼… 우리 숙소 암호라도 댈 테니까 뭐든 시험부터 해봐.”

“그것은 필요 없어요. 형 맞아요!”

“……그래?”

“네. [그런 말은 우리 중에 문대 형만 하잖아요.]”

차유진이 빙긋 웃었다.

“나 알아요. 그러니까 설명 부탁합니다!”

“……그래.”

나이가 좀 어려졌다고 도로 때의 문어체 표현을 섞어 쓰는 놈을 데리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서울의 한 게임방.

“…그렇게 된 거지.”

나는 장장 한 시간 만에 헛소리 같은 상황 설명을 어떻게든 끝마쳤다.

식은땀이 다 난다.

‘요약하는 데도 점점 수치스러운 게 말이 안 될 정도군….’

나는 경련하는 입을 커피로 막았다. 차유진이 뭐라고 대답할지 가늠도 안 갔다.

그러나 놈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차유진이… 이걸 이해해?

그것도 저런 용어로?

놈은 어깨를 으쓱했다.

동시에 뭐 이런 찌질한 걸 좋아하냐고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아무튼 납득해 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군. 라임스톤 덕을 이렇게도 보다니.

물론 증거가 지금 피부로 느껴지니 가능한 것이다.

삶이 바뀌었으니까.

‘모든 기억을 다 찾았다’는 차유진은 핫초코를 원샷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냐.

6피트인 자기가 성공하려면 좀 더 멋진 역경과 뛰어넘을 산이 있어야 했다며, 차유진은 투덜거렸다.

나는 동의했다.

“적당히 조건을 맞춰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나이도 안 맞고.”

“맞아요. 저 선배님? 이제 선배 아닌 선배님 원래 나이 더 많았어요.”

차유진이 제법 공손히 청려를 가리켰다.

“…….”

그놈은… 네 생각보다도 훨씬 오래 살았다만.

어쨌든, 지목된 청려는 별 동요 없이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처리 중이다.

“바쁘냐?”

“조금. 슬슬 데뷔 일정 조정해야죠.”

네가 일정을 조정해…?

그때 차유진이 불쑥 끼어들었다.

“데뷔?”

“내가 유명해져야 애들 기억을 돌려줄 수 있는 모양이야. 그게 게임 경험치 같은 건가 본데.”

“으음….”

차유진의 얼굴에 순간 떨떠름한 기색이 지나갔으나, 곧 납득 했다.

“OK 알았어요.”

뭘.

“저도 데뷔해요!”

차유진이 씩 웃었다.

“저 있으면 그룹 더 빨리 유명해져요.”

“…!”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말이었으나, 반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빨리 테스타 다시 돼요! 다들 찾아서 뭐 해봐요!”

“…뭘?”

차유진은 씩 웃었다.

이 자식….

지금 17살이라는 새끼가 제법 믿음직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다른 놈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음.”

청려는 차유진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가축 견적 내듯이 잠깐 말이 없더니, 짧게 결론을 내렸다.

“안 되겠는데.”

“…!”

그러나 차유진은 타격감이 없었다.

“모두에게 도전의 기회 있어요. 아직 그 그룹 데뷔 안 했어요. 그러니까 선배님 거 아니에요.”

팩트로 패려고 든다.

그러나 청려 역시 타격감이 없다.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청려는 빙긋 웃었다.

“내가 아니라 회사에서 유진 씨를 안 받아줄 거예요.”

“…!?”

그리고 사형선고처럼 말한다.

“그쪽은 LeTi가 선호하는 외관이 아니라서.”

“…….”

“…….”

나는 지금 데뷔조와 신오, 주단, 청려를 떠올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현재 외양을 생각했다.

…다 어딘가 음침하고 서늘한 느낌이 들지 않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에 앉아 있는 17살짜리 차유진을 보았다.

안광이 터질 것 같은 놈이다.

음.

확실히… 이놈 하나가 들어오면 좀 위화감이 들긴 한다.

“저 정말 잘해요. 그래도 그래요?”

“글쎄요. 나한테 물어봐도… 내가 회사 주인은 아니라서.”

청려가 빙긋 웃었다.

“그쪽 말처럼요.”

아, 이 새끼 빡쳤네.

솔직히 차유진 능력치면 당장 데뷔는 안 시켜주더라도, 소속사가 눈이 있다면 어떻게든 킵해놓을 것이다.

‘LeTi도 그러겠지.’

그런데 다 아는 놈이 저러는 걸 보니 본인 선에서 쳐내겠다 이거다.

차유진은 청려를 뻔히 쳐다보더니, 곧 미련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OK. 그럼 형 저기 나와요. 나랑 새 소속사 찾아요!”

“잠깐.”

소속사가 분기마다 신인 찍어내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가면 또 언제 데뷔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단 말이다.

‘미치겠네.’

나는 미간을 눌렀다. 청려는 웃음기를 지우지 않고 말했다.

“그렇다는데요.”

차유진은 잠시 말없이 청려를 쳐다보다가, 제법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

둘 중에 한 놈 입을 틀어막아야 했나?

청려는 표정 없이 차유진을 쳐다보았다. 나는 여차하면 움직일 준비를 했다.

‘지금… 불발탄을 쇠꼬챙이로 후빈 거 아닌가.’

그러나 잠시 후. 놈의 입에서 나온 말은 산뜻했다.

“그래요?”

“…!”

“그렇네. 생각해 보니… 너무 안주하고 있었나 싶기도 하고.”

청려는 입을 뒤틀었다.

“미션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하하!”

아, X발…….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찰나, 청려는 웃음을 멈췄다.

“그러니까 적자생존 논리로 가죠.”

뭐?

청려가 웃었다.

“그러고 보니, 이런 말은 처음인데… 원래 내 그룹이 몇 명이었는지 알아요?”

다섯 명.

그러나 이놈이 의미하는 건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이 녀석이 손대지 않은… 최초의 VTIC.

“아홉 명.”

“…!!”

“제법 많죠? 하하. 지금 데뷔조 일곱에 두 명이 더 포함된 구성인데… 그 두 명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라 생각해요?”

“…….”

왜 막판에… 팀 변동이 있었는가.

‘시기를 고려해서 판단하자면.’

나는 반사적으로 답을 뱉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맞아요.”

청려가 스마트폰을 다시 들었다.

“LeTi에서 Tnet과 제휴해서 진행한… 소속사 사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원래 있었어요.”

초반에 팬덤 형성에 도움이 되지만, 더 자극적인 아이돌 서바이벌이 난무하며 테스타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많이 기세가 죽은 형태였다.

그러나 이 시점에선 아직 유행 중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건 참 제어하기 어려워요. 그렇죠? 불특정 다수가 될수록 변수가 보이고.”

청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그냥 무산시켜 버렸는데….”

놈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가볍게 말했다.

“이번에는 그냥 둘게요.”

“……!”

“누구든, 거기서 살아남는 사람만 데뷔하는 거예요.”

“그건.”

“합리적이죠? 효율적이고.”

나는 침을 삼켰다. X 됐다.

-사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이기는 사람이 데뷔하자.

언뜻 듣기에 청려의 말은 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포기하는 자유처럼 들린다. 누구든 살아남는 놈과 데뷔하자는 거니까.

하지만 사실 아니다.

‘이놈이 소속사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말도 안 되는 수준이야.’

약점을 잡은 건지 나비효과를 다 기억해서 쓰는 건지, 아니면 둘 다 하는 건지는 모른다. 그럼에도 확실했다.

그런데 이놈이 서바이벌을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둘 리가 있겠는가?

‘애초에 그건 미친 짓이지.’

그 서바이벌을 그냥 두면 어떤 꼴이 되는지는 이놈도 이미 많이 봤을 것 아닌가.

‘분명 내정자를 둔다.’

그리고 이번엔 이놈이 그 내정자를 다 구성할 것이다. 이놈이 최정예로 뽑아둔 VTIC에… 메인보컬을 대체할 나 정도로.

한 마디로… 저건 그냥 ‘널 데뷔 전에 X 되게 해주겠다’는 선언이다.

‘X발.’

나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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