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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369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69화
한번 본인이 ‘재부팅’이라 명명한 무언가를 한 후, 큰달은 다시 적극적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형 저 괜찮아진 것 같아요!]
확실히, 놈이 띄우는 팝업은 더 이상 불안하지 않고 안정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내 대가리는 더없이 복잡하다. 이러다 터지는 게 아닌가 싶은 정도다.
‘여기서 새 게임 시스템이 떠?’
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이 게임 상태창은 네가 아니라 시스템 스스로 만든 거란 뜻이지.”
[네…. 저는 그걸 변형만 좀 시킨 거고요.]
아무래도 섞이는 과정에서 큰달이 시스템에 간섭하는 것처럼, 시스템도 상태창에 간섭할 수 있게 된 모양이었다.
‘아니, 아예 새롭게 응용하는 건가.’
어느 쪽이든 반가운 일은 아니다. …다만 의아한 점이 있다.
나는 턱을 만졌다.
“왜 이게 처럼 보이지.”
그렇다. 이 ‘동료 모으기’를 어디서 봤다 했더만, 인터페이스부터 항목들이 묘하게 겹친다.
우리가 콜라보했던 그 게임과 말이다.
[그건 저예요! 최소한 게임 형태라도 형에게 친숙했으면 해서… 따와 봤어요.]
“그래? …고맙다.”
그렇다면 어쨌든 이 구조와 내용 자체는 원래 시스템이 주려고 하긴 했다는 뜻이다.
‘찜찜한데.’
나는 눈살을 찌푸린 채로 홀로그램을 하나씩 넘기며 내용을 살폈다.
우선 상태창의 표기 사항은 전과 유사하다.
[플레이어 : 류건우 (박문대)]
가창 : A+
춤 : B
외모 : A
끼 : A-
특성 : 잠재력 무한
다음 각성 기회까지 / Exp 1000
특성이 싹 사라지고 모든 능력치가 등급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나이를 고려한다면 무시무시한 성적표였다.
‘버릴 게 없는 올라운더다.’
혹시 이게 지금까지 내가 받았던 시스템 보정이 없는 내 본래 능력치인가? 뿌듯해하기엔 상황이 쓰레기 같으니 넘기자.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모집한 동료 : 신재현]
다음 모집 기회까지 / Exp 1000
이 새끼가 왜 여기 표기되냐.
그 전에 대체 동료 모집이라는 건 무슨 뜻이냔 말이다. 각성은 또 뭐고?
나는 큰달에게 몇 가지 더 물어봤으나, 본인도 혼란스러운지 제대로 확신하는 건 없다.
‘어쩔 수 없지.’
지금 현실의 이놈이 어떻게 됐는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상태다. 이놈에게 더 큰 도움을 기대할 수는 없다.
없는 건 내가 머리로 때운다.
나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질이 괜찮은 침대에 누워서 생각에 잠겼다.
일단 있는 단서의 조합.
‘…으로 생각하자면.’
거기선 레벨업을 각성이라 불렀다.
다음 각성 기회까지 / Exp 1000
내 상태창 아래 표기된, 이게 그거겠지.
각성할 때마다 랜덤으로 능력치나 스킬을 얻는 형태다. 지금까지 했던 선택지 행동이 쌓인 확률성이라고 들었다.
큰달이 그 매커니즘까지 제대로 구현했다면, 여기도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각성을 위해 쓰는 경험치가… .
‘뻔하지.’
유명해지고, 상 타고, 성적이 좋으면 찰 것이다. 내가 박문대였을 때의 시스템을 더 쉽고 이해하기 편하게 개편한 것과 다름없다.
한마디로, 노림수가 보인다.
‘데뷔하라는 거야.’
이 시스템이 원하는 게 누가 봐도 이 세상에서의 내 데뷔다.
데뷔해서, 명성을 꼬박꼬박 쌓으며 지난번보다 편하게 잘 나가라는 말이다.
‘그냥 여기서 정붙이고 살라는 것처럼 말이지.’
불쾌할 정도로 노골적인 제안이었다.
‘내가 돌았냐?’
네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여기서 이대로 사냐. 그리고…….
‘…그렇게 많은 게 현실에 있는데.’
그걸 다 버릴 수가 없었다. 절대로.
나는 눈을 감았다.
내일부터 뭘 할지 계획이 빠듯한 게 도리어 반가웠다. 쓸데없는 고민과 생각으로 기력 낭비할 틈이 없었으니까.
* * *
다음 날 아침.
나는 어린 류청우와 밥을 먹게 되었다.
“…….”
아니… 원래도 숙소에서 하는 일인데, 사람 없이 이렇게 밥 먹으니 진짜 집구석 같다.
류청우는 침묵이 익숙한 듯 편안하고 심드렁한 표정이다.
‘큰달은 휴식한다고 했고.’
너무 큰 힘을 써서 일종의 잠을 자는 것 같았다. 덕분에 더 조용하다.
“나 간다.”
“잘 다녀와, 형. 저녁에 보자.”
정보를 얻기 위해 이놈에게 끈질기게 질문하는 대신 쉽게 집을 나섰으나, 이쪽이 가성비가 좋았다.
지금 이 길로 서비스센터로 가서 스마트폰 잠금을 풀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 안에 정보가 있겠지.’
데이터는 거짓말을 안 한다.
그리고 서비스센터에서는 15분 만에 잠금 패턴을 해지해 줬다. 깔끔하군.
‘이게 정답이 맞았어.’
이 새끼가 나라면 패턴 연속으로 틀리면 데이터 증발하는 보안 옵션을 걸어놨을 테니 함부로 여러 번 시도도 안 했다.
나는 시원한 감정으로 스마트폰을 열었다.
“흠.”
일단 카톡 내역에서는 별것 없다. 주로 조별 과제용, 동기용 단체 메시지방의 흔적뿐이다.
‘……청려가 가장 최신 연락이라니.’
이 새끼는 대체 대인관계가 어떻게 된 거냐? 심지어 사진 동아리는 잠정 탈퇴한 상태였다.
[연사 이유진 : 류건우 씨?? 사진 동아리 그만뒀나여 왜 안 옴?]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연사 이유진 : ??? ㅇㅋ ㅊㅋㅊㅋ]
나한테 데이터팔이 일을 소개해 준 녀석과의 대화를 미루어보아, 이곳의 내가 하고 싶다는 일은 아이돌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방식은 대리 직캠 촬영 중 길거리 캐스팅.
[LeTi 16기 신재현 : 저 드림콘서트에 이용재 실장님과 같이 갔던 신재현입니다. 기억하실까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형 ^^]
청려와의 첫 메시지다. 아마 이때부터였겠지.
‘…겨우 3개월 전이다.’
그러면 정말 픽업하자마자 데뷔조에 꽂았다는 건데, 사실 능력치를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쓸 만한 보컬 찾기가 어렵지.’
심지어 청려도 메인보컬에서 타협해서 그놈이 사고를 치지 않았는가.
‘대충 인과관계는 알겠고, 다음.’
……류청우.
나는 놈과 주고받은 메시지 내역을 쭉 훑었다.
[류청우 : 공학관 순두부찌개?]
[ㅇㅇ]
놈은 20살이 아니라, 21살이었다.
‘그렇겠지.’
류건우가 1년간 대학 생활을 안 흔적이 있으니, 동갑인 이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현실에서처럼, 이곳의 류청우도 양궁은 그만둔 상태였다.
그러나 부상 후유증은 발생하지 않았고, 단순히 본인의 의지로 대학 진학을 선택한 케이스였다.
‘금메달은 땄어.’
[류청우 : 좀 더 학술적으로 연구해도 재밌을 것 같아서.]
류청우는 그냥 열린 선택지 중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걸 고른 것이다.
‘그렇다면.’
…이놈에겐 이쪽이 더 행복한 세상 아닌가?
나는 스마트폰을 쥐고, 잠시 가만히 서 있었다.
당황했던 것 같다.
너무… 모두에게 좋은 선택지가 아닌가.
‘아니.’
꿈이니까 그런 것이다.
상태창을 띄울 때마다 상단에 표기된 영어문장에선 현실이라고 지껄이고 있지만, 그걸 믿을 순 없다.
‘그래도 쓰레기 같은 상황인 것보단 낫지.’
백일몽 때는 X발, 만나는 새끼들마다 멘탈이 나가 있지 않았는가.
나는 상념을 버리고 다시 카톡을 봤다.
그리고 스크롤바를 내리다가.
내리… 다가.
봤다.
[우리 가족]
“아.”
……가족 단톡방.
나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부모님의 연락처를 휴대폰에서 지우지 못했다.
나중에 그 번호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걸 확인하고서야 지웠다.
그리고 이쯤이면… 내가 이런 메시지방을 파서 글을 쓰는 의미 없는 짓을 하고 있기는 했던 것 같다.
‘X발.’
하지만, 머리 구석 어딘가에서 누가 지껄이는 것이다.
뭐든 다 좋게 돌아가는 세상이면, 혹시, 혹시….
“…….”
나는 ‘알았어요’라는 마지막 메시지가 떠 있는 방을 들어갔다.
그리고 봤다.
[엄마 : 밥 거르지 말고 챙겨 먹고. 알았지?]
바로 지난달에 주고받은 메시지가….
“…!”
나는 허겁지겁 프로필을 클릭했다. ‘해외에 있어서 답장이 매우 느립니다’라고, 소개글이 적힌… 꽃 사진이 보인다.
그리고 그 밑에 뜬 번호가.
나는 통화를 눌렀다.
띠리릭.
낯선 기본음이 연결되며, 시간이 흐르고 머리에선 아무런 논리가 연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연결음이 끊긴 순간.
-건우야?
목이 막혔다.
어느 날부턴가 정확히 떠올리지 못했으나, 익숙한 목소리가 부드럽게 전화기를 타고 흘러나온다.
-건우야 무슨 일 있니?
“그…….”
나는 침을 삼켰다.
스마트폰이 떨리며 귀가 눌린다.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우리 아들이 웬일이야!
목소리가 커졌다. 그리고 기쁜 것처럼 끝이 올라간다.
그리고 뒤늦게 기억이 찾아온다.
원래 이런 톤으로 말씀하셨었구나.
-마침 지금 통화가 돼서 다행이다. 매번 남극서 무전기만 쓰다가 이렇게 딱 타이밍이 맞네.
이번에 목소리는 다시 낮아진다.
-미안해. 우리 건우 너무 보고 싶어 엄마 아빠도.
망할, 망할.
“예, 저도요.”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지?
-아이고, 정말 웬일이야. 사춘기 다 지났네! 우리 아들. 엄마 이제 가야 하는데.
눈이 아렸다.
-그럼 올해 크리스마스엔 꼭 보자. 알았지?
“네…….”
신기루처럼 통화가 끊겼다. 그러나 통화 내역은 분명하다.
[01:04]
이게 바로 진짜라는 듯이.
“…….”
손이 덜덜 떨린다.
사고가 미친 듯이 팽창한다.
어디라고 하셨지? 남극?
메시지방을 거슬러 올라간다. 연구 목적으로 2년간 남극기지에 가게 된 부모님들이 1년간 꾸준히 연락한 흔적이 남아 있다….
그리고 올해 월동대원이 되어서 자주 연락은 어렵다는 말까지.
“…….”
남극.
송곳처럼 아이디어가 뇌에 찍힌다.
‘가도 괜찮지 않을까?’
이젠 상태이상 같은 강제성도 없다. 나는 여기서 데뷔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대로, 휴학계를 내고, 어떻게든 변명을 만들어서 뵙고 싶었다고 찾아가면…… 그 근방이라도 일단 가면, 얼굴을 보러 나오시지 않을,
“…….”
나는 스마트폰을 껐다.
그리고 심호흡했다.
‘아니야.’
뇌가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사리 분별이 먼저다. 이건 수작질이다.
아무리 연구원이라도 뜬금없이 부모님이 남극까지 왜 간단 말인가. 다 만들어낸 것이다.
“꿈이다. 꿈이다…….”
그러니까, 꿈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마음대로 다 때려치우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잖…….
“닥쳐.”
입이든 뇌든 좀 닥쳐.
‘돌아가야 해.’
나는 비틀거렸다.
이건… 안 되겠다. 여기서 한시라도 빨리 나가야 한다.
못 버틴다.
나는 스마트폰을 껐다. 그리고 주머니에 넣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LeTi. 류건우의 소속사로.
“…….”
손아귀가 땀으로 축축했다.
* * *
“표정이 안 좋은데.”
“괜찮다.”
나는 짧게 대꾸했다. 청려가 어깨를 으쓱했다.
LeTi의 연습은 이름값대로 빡세긴 했으나, 오늘은 트레이닝이 거의 잡히지 않고 자율 연습을 하는지 제각기 퍼져 연습하는 상태였다.
“딱 비는 타임으로 잘 돌아왔네요. 팀으로 연습 중이 아니잖아요?”
“…그래.”
생산성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놈이 제정신이 아닌 건 맞는 것 같지만… 이 미친 상황에서도 천연덕스러운 평이함이 묘하게 사람을 진정하게 만든단 말이지.
‘일하자.’
일만을 생각한다. 다른 건 안 된다.
나는 평정심을 끌어올렸다.
“내 집엔 별다른 특이한 점은 없었는데, 후배님은요?”
“새 상태창이 떴는데.”
“흐음.”
나는 현 상황을 되도록 상세히 설명했다. 여기엔 이 새끼가 뒤통수칠 만한 요소도 없으니까.
그리고 이해를 돕는 예시까지 들어줄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혹시 해봤냐.”
“게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그럴 줄 알았다.
어쨌든 맥락을 알아먹기는 한 건지, 청려는 제법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후배님 보컬 능력치를 완전히 회복하려면 명성을 얻어야 한다는 거네요. 흐음.”
“…….”
그게 너한텐 가장 중요하다 이거군. 알았다.
게다가 이 새끼 급발진까지 한다.
“바로 데뷔할래요?”
네가 사장이냐? 뭔 일개 연습생이 그런 걸 자연스럽게 묻고 있냐고.
‘고인물이라 이건가.’
서로 목적지만 맞으면 이만한 효율도 없긴 했다.
그러나 그렇게 바로 이 시스템이 원하는 루트를 쭉쭉 밟는 조심성 없는 짓을 할 생각은 없다.
“잠깐.”
나는 퀘스트 탭을 불러왔다.
[퀘스트 : 동료 각성 1/?]
-동료를 모집해 각성해라
각성 가능한 동료 : ?
필요한 명성치 : 1000 Exp
동료 각성 퀘스트.
그리고 어제 잠들기 직전 큰달과 했던 대화를 회상한다.
-각성 가능한 동료라는 게 무슨 뜻일까.
-저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 형이 추리하셨던 것처럼, 능력치와 관련된 내용이 아닐까요? 127섹션에선 그랬으니까….
-그렇겠지.
무조건 이 세상에 적응하기 쉽게, 아예 내 동료까지 단체로 팍팍 레벨업을 시켜주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했는데 말이다.
심지어 강제성도 없이.
‘그렇다면, 파고들 틈이 조금 있지 않나.’
후한 만큼 공백이 있다.
-그러면 혹시 여기 약간만 글을 추가할 수도 있을까. 맥락이 맞는 수준에서 설명문 한 줄 정도만.
-……! 야, 약간은요?
그래서 이 설명 문구를 추가했다.
[각성한 동료는 전 시간 선을 기억해 성장합니다.]
에 있던 내용이다.
그 게임에서는 동료를 각성시킬 때마다, 이전 회차의 내용을 기억해서 강해진다… 는 설정이 있거든.
“…….”
나는 주먹을 쥐었다.
‘시험해 봐야 해.’
명성치를 약간만 늘려서, 제대로 통하는지 확인만 한다.
나는 청려에게 해당 내용을 설명했다.
그리고 반응은 이렇다.
“그래요? 알았어요.”
“…….”
이렇게 순순히 나온다고?
“으음, 반응이 별로인데. 그냥 해본 소리였나.”
“그럴 리가.”
이놈이 협조할 때 최대한 뽑아먹자. 나는 팔짱을 꼈다.
“일단… 대형 기획사면 데뷔 전에 1군 연습생 몇 명은 유출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긴 하죠. 일부러 풀기도 하고.”
여기 오기 전에도 한번 검색해 봤다. 가령 신재현은 이미 알음알음이 LeTi 계보의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진 상태다.
그 정도 명성치만 일단 얻어본다.
“나도 비슷하게 정보가 풀리면 되겠지.”
“아, 직접 인터넷에 글이라도 올리게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쳐다보았다.
“그것만 할 리가 있냐.”
“하하!”
이 새끼도 알면서 괜히 이러네. 인터넷 글로 관심 끄는 건 논란이 동반되어야 해서 조절이 어렵단 말이다.
그보다 공식적인 루트가 나았다.
“이 회사도 연습생에게 일감을 주잖아.”
아직 데뷔하지 않은 놈들을 데리고 대형 기획사들이 자주 하는 짓이 있다.
무대 경험을 위해 선배 아이돌의 댄서로 세우거나, 인지도를 위해 뮤직비디오에 출연시키는 것이다.
주로 다른 성별의 선배로 팬층이 겹치지 않는 선에서.
그리고 내가 알기로 LeTi도 신비주의 노선 VTIC이 데뷔하고 지침 갈아엎기 전까지는 그런 짓을 꽤 했다.
‘마침 시상식 시즌이다.’
지금 이 시점, 과거에서 LeTi에서 제일 잘나가는 직속 여자 아이돌은 누구이겠는가?
‘말랑달콤.’
히트곡 의 그룹.
그러니까, 데뷔조인 류건우는 말랑달콤의 댄서를 한다.
“그걸 좀 밀어줬으면 하는데.”
나는 이 기획사의 모든 것을 통달했을 고인물, 신재현을 돌아보았다.
놈은 제법 믿음직스럽게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 메인보컬 포지션은 굳이 그런 경험이 필요 없을 텐데… 그래요. 그렇게까지 하고 싶다는데.”
“…….”
아, 이 새끼 진짜 안 맞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69화

한번 본인이 ‘재부팅’이라 명명한 무언가를 한 후, 큰달은 다시 적극적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확실히, 놈이 띄우는 팝업은 더 이상 불안하지 않고 안정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내 대가리는 더없이 복잡하다. 이러다 터지는 게 아닌가 싶은 정도다.

‘여기서 새 게임 시스템이 떠?’

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이 게임 상태창은 네가 아니라 시스템 스스로 만든 거란 뜻이지.”

아무래도 섞이는 과정에서 큰달이 시스템에 간섭하는 것처럼, 시스템도 상태창에 간섭할 수 있게 된 모양이었다.

‘아니, 아예 새롭게 응용하는 건가.’

어느 쪽이든 반가운 일은 아니다. …다만 의아한 점이 있다.

나는 턱을 만졌다.

“왜 이게 처럼 보이지.”

그렇다. 이 ‘동료 모으기’를 어디서 봤다 했더만, 인터페이스부터 항목들이 묘하게 겹친다.

우리가 콜라보했던 그 게임과 말이다.

“그래? …고맙다.”

그렇다면 어쨌든 이 구조와 내용 자체는 원래 시스템이 주려고 하긴 했다는 뜻이다.

‘찜찜한데.’

나는 눈살을 찌푸린 채로 홀로그램을 하나씩 넘기며 내용을 살폈다.

우선 상태창의 표기 사항은 전과 유사하다.

가창 : A+

춤 : B

외모 : A

끼 : A-

특성 : 잠재력 무한

다음 각성 기회까지 / Exp 1000

특성이 싹 사라지고 모든 능력치가 등급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나이를 고려한다면 무시무시한 성적표였다.

‘버릴 게 없는 올라운더다.’

혹시 이게 지금까지 내가 받았던 시스템 보정이 없는 내 본래 능력치인가? 뿌듯해하기엔 상황이 쓰레기 같으니 넘기자.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다음 모집 기회까지 / Exp 1000

이 새끼가 왜 여기 표기되냐.

그 전에 대체 동료 모집이라는 건 무슨 뜻이냔 말이다. 각성은 또 뭐고?

나는 큰달에게 몇 가지 더 물어봤으나, 본인도 혼란스러운지 제대로 확신하는 건 없다.

‘어쩔 수 없지.’

지금 현실의 이놈이 어떻게 됐는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상태다. 이놈에게 더 큰 도움을 기대할 수는 없다.

없는 건 내가 머리로 때운다.

나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질이 괜찮은 침대에 누워서 생각에 잠겼다.

일단 있는 단서의 조합.

‘…으로 생각하자면.’

거기선 레벨업을 각성이라 불렀다.

다음 각성 기회까지 / Exp 1000

내 상태창 아래 표기된, 이게 그거겠지.

각성할 때마다 랜덤으로 능력치나 스킬을 얻는 형태다. 지금까지 했던 선택지 행동이 쌓인 확률성이라고 들었다.

큰달이 그 매커니즘까지 제대로 구현했다면, 여기도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각성을 위해 쓰는 경험치가… .

‘뻔하지.’

유명해지고, 상 타고, 성적이 좋으면 찰 것이다. 내가 박문대였을 때의 시스템을 더 쉽고 이해하기 편하게 개편한 것과 다름없다.

한마디로, 노림수가 보인다.

‘데뷔하라는 거야.’

이 시스템이 원하는 게 누가 봐도 이 세상에서의 내 데뷔다.

데뷔해서, 명성을 꼬박꼬박 쌓으며 지난번보다 편하게 잘 나가라는 말이다.

‘그냥 여기서 정붙이고 살라는 것처럼 말이지.’

불쾌할 정도로 노골적인 제안이었다.

‘내가 돌았냐?’

네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여기서 이대로 사냐. 그리고…….

‘…그렇게 많은 게 현실에 있는데.’

그걸 다 버릴 수가 없었다. 절대로.

나는 눈을 감았다.

내일부터 뭘 할지 계획이 빠듯한 게 도리어 반가웠다. 쓸데없는 고민과 생각으로 기력 낭비할 틈이 없었으니까.

* * *

다음 날 아침.

나는 어린 류청우와 밥을 먹게 되었다.

“…….”

아니… 원래도 숙소에서 하는 일인데, 사람 없이 이렇게 밥 먹으니 진짜 집구석 같다.

류청우는 침묵이 익숙한 듯 편안하고 심드렁한 표정이다.

‘큰달은 휴식한다고 했고.’

너무 큰 힘을 써서 일종의 잠을 자는 것 같았다. 덕분에 더 조용하다.

“나 간다.”

“잘 다녀와, 형. 저녁에 보자.”

정보를 얻기 위해 이놈에게 끈질기게 질문하는 대신 쉽게 집을 나섰으나, 이쪽이 가성비가 좋았다.

지금 이 길로 서비스센터로 가서 스마트폰 잠금을 풀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 안에 정보가 있겠지.’

데이터는 거짓말을 안 한다.

그리고 서비스센터에서는 15분 만에 잠금 패턴을 해지해 줬다. 깔끔하군.

‘이게 정답이 맞았어.’

이 새끼가 나라면 패턴 연속으로 틀리면 데이터 증발하는 보안 옵션을 걸어놨을 테니 함부로 여러 번 시도도 안 했다.

나는 시원한 감정으로 스마트폰을 열었다.

“흠.”

일단 카톡 내역에서는 별것 없다. 주로 조별 과제용, 동기용 단체 메시지방의 흔적뿐이다.

‘……청려가 가장 최신 연락이라니.’

이 새끼는 대체 대인관계가 어떻게 된 거냐? 심지어 사진 동아리는 잠정 탈퇴한 상태였다.

나한테 데이터팔이 일을 소개해 준 녀석과의 대화를 미루어보아, 이곳의 내가 하고 싶다는 일은 아이돌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방식은 대리 직캠 촬영 중 길거리 캐스팅.

청려와의 첫 메시지다. 아마 이때부터였겠지.

‘…겨우 3개월 전이다.’

그러면 정말 픽업하자마자 데뷔조에 꽂았다는 건데, 사실 능력치를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쓸 만한 보컬 찾기가 어렵지.’

심지어 청려도 메인보컬에서 타협해서 그놈이 사고를 치지 않았는가.

‘대충 인과관계는 알겠고, 다음.’

……류청우.

나는 놈과 주고받은 메시지 내역을 쭉 훑었다.

놈은 20살이 아니라, 21살이었다.

‘그렇겠지.’

류건우가 1년간 대학 생활을 안 흔적이 있으니, 동갑인 이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현실에서처럼, 이곳의 류청우도 양궁은 그만둔 상태였다.

그러나 부상 후유증은 발생하지 않았고, 단순히 본인의 의지로 대학 진학을 선택한 케이스였다.

‘금메달은 땄어.’

류청우는 그냥 열린 선택지 중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걸 고른 것이다.

‘그렇다면.’

…이놈에겐 이쪽이 더 행복한 세상 아닌가?

나는 스마트폰을 쥐고, 잠시 가만히 서 있었다.

당황했던 것 같다.

너무… 모두에게 좋은 선택지가 아닌가.

‘아니.’

꿈이니까 그런 것이다.

상태창을 띄울 때마다 상단에 표기된 영어문장에선 현실이라고 지껄이고 있지만, 그걸 믿을 순 없다.

‘그래도 쓰레기 같은 상황인 것보단 낫지.’

백일몽 때는 X발, 만나는 새끼들마다 멘탈이 나가 있지 않았는가.

나는 상념을 버리고 다시 카톡을 봤다.

그리고 스크롤바를 내리다가.

내리… 다가.

봤다.

“아.”

……가족 단톡방.

나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부모님의 연락처를 휴대폰에서 지우지 못했다.

나중에 그 번호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걸 확인하고서야 지웠다.

그리고 이쯤이면… 내가 이런 메시지방을 파서 글을 쓰는 의미 없는 짓을 하고 있기는 했던 것 같다.

‘X발.’

하지만, 머리 구석 어딘가에서 누가 지껄이는 것이다.

뭐든 다 좋게 돌아가는 세상이면, 혹시, 혹시….

“…….”

나는 ‘알았어요’라는 마지막 메시지가 떠 있는 방을 들어갔다.

그리고 봤다.

바로 지난달에 주고받은 메시지가….

“…!”

나는 허겁지겁 프로필을 클릭했다. ‘해외에 있어서 답장이 매우 느립니다’라고, 소개글이 적힌… 꽃 사진이 보인다.

그리고 그 밑에 뜬 번호가.

나는 통화를 눌렀다.

띠리릭.

낯선 기본음이 연결되며, 시간이 흐르고 머리에선 아무런 논리가 연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연결음이 끊긴 순간.

-건우야?

목이 막혔다.

어느 날부턴가 정확히 떠올리지 못했으나, 익숙한 목소리가 부드럽게 전화기를 타고 흘러나온다.

-건우야 무슨 일 있니?

“그…….”

나는 침을 삼켰다.

스마트폰이 떨리며 귀가 눌린다.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우리 아들이 웬일이야!

목소리가 커졌다. 그리고 기쁜 것처럼 끝이 올라간다.

그리고 뒤늦게 기억이 찾아온다.

원래 이런 톤으로 말씀하셨었구나.

-마침 지금 통화가 돼서 다행이다. 매번 남극서 무전기만 쓰다가 이렇게 딱 타이밍이 맞네.

이번에 목소리는 다시 낮아진다.

-미안해. 우리 건우 너무 보고 싶어 엄마 아빠도.

망할, 망할.

“예, 저도요.”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지?

-아이고, 정말 웬일이야. 사춘기 다 지났네! 우리 아들. 엄마 이제 가야 하는데.

눈이 아렸다.

-그럼 올해 크리스마스엔 꼭 보자. 알았지?

“네…….”

신기루처럼 통화가 끊겼다. 그러나 통화 내역은 분명하다.

이게 바로 진짜라는 듯이.

“…….”

손이 덜덜 떨린다.

사고가 미친 듯이 팽창한다.

어디라고 하셨지? 남극?

메시지방을 거슬러 올라간다. 연구 목적으로 2년간 남극기지에 가게 된 부모님들이 1년간 꾸준히 연락한 흔적이 남아 있다….

그리고 올해 월동대원이 되어서 자주 연락은 어렵다는 말까지.

“…….”

남극.

송곳처럼 아이디어가 뇌에 찍힌다.

‘가도 괜찮지 않을까?’

이젠 상태이상 같은 강제성도 없다. 나는 여기서 데뷔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대로, 휴학계를 내고, 어떻게든 변명을 만들어서 뵙고 싶었다고 찾아가면…… 그 근방이라도 일단 가면, 얼굴을 보러 나오시지 않을,

“…….”

나는 스마트폰을 껐다.

그리고 심호흡했다.

‘아니야.’

뇌가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사리 분별이 먼저다. 이건 수작질이다.

아무리 연구원이라도 뜬금없이 부모님이 남극까지 왜 간단 말인가. 다 만들어낸 것이다.

“꿈이다. 꿈이다…….”

그러니까, 꿈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마음대로 다 때려치우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잖…….

“닥쳐.”

입이든 뇌든 좀 닥쳐.

‘돌아가야 해.’

나는 비틀거렸다.

이건… 안 되겠다. 여기서 한시라도 빨리 나가야 한다.

못 버틴다.

나는 스마트폰을 껐다. 그리고 주머니에 넣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LeTi. 류건우의 소속사로.

“…….”

손아귀가 땀으로 축축했다.

* * *

“표정이 안 좋은데.”

“괜찮다.”

나는 짧게 대꾸했다. 청려가 어깨를 으쓱했다.

LeTi의 연습은 이름값대로 빡세긴 했으나, 오늘은 트레이닝이 거의 잡히지 않고 자율 연습을 하는지 제각기 퍼져 연습하는 상태였다.

“딱 비는 타임으로 잘 돌아왔네요. 팀으로 연습 중이 아니잖아요?”

“…그래.”

생산성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놈이 제정신이 아닌 건 맞는 것 같지만… 이 미친 상황에서도 천연덕스러운 평이함이 묘하게 사람을 진정하게 만든단 말이지.

‘일하자.’

일만을 생각한다. 다른 건 안 된다.

나는 평정심을 끌어올렸다.

“내 집엔 별다른 특이한 점은 없었는데, 후배님은요?”

“새 상태창이 떴는데.”

“흐음.”

나는 현 상황을 되도록 상세히 설명했다. 여기엔 이 새끼가 뒤통수칠 만한 요소도 없으니까.

그리고 이해를 돕는 예시까지 들어줄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혹시 해봤냐.”

“게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그럴 줄 알았다.

어쨌든 맥락을 알아먹기는 한 건지, 청려는 제법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후배님 보컬 능력치를 완전히 회복하려면 명성을 얻어야 한다는 거네요. 흐음.”

“…….”

그게 너한텐 가장 중요하다 이거군. 알았다.

게다가 이 새끼 급발진까지 한다.

“바로 데뷔할래요?”

네가 사장이냐? 뭔 일개 연습생이 그런 걸 자연스럽게 묻고 있냐고.

‘고인물이라 이건가.’

서로 목적지만 맞으면 이만한 효율도 없긴 했다.

그러나 그렇게 바로 이 시스템이 원하는 루트를 쭉쭉 밟는 조심성 없는 짓을 할 생각은 없다.

“잠깐.”

나는 퀘스트 탭을 불러왔다.

-동료를 모집해 각성해라

각성 가능한 동료 : ?

필요한 명성치 : 1000 Exp

동료 각성 퀘스트.

그리고 어제 잠들기 직전 큰달과 했던 대화를 회상한다.

-각성 가능한 동료라는 게 무슨 뜻일까.

-저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 형이 추리하셨던 것처럼, 능력치와 관련된 내용이 아닐까요? 127섹션에선 그랬으니까….

-그렇겠지.

무조건 이 세상에 적응하기 쉽게, 아예 내 동료까지 단체로 팍팍 레벨업을 시켜주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했는데 말이다.

심지어 강제성도 없이.

‘그렇다면, 파고들 틈이 조금 있지 않나.’

후한 만큼 공백이 있다.

-그러면 혹시 여기 약간만 글을 추가할 수도 있을까. 맥락이 맞는 수준에서 설명문 한 줄 정도만.

-……! 야, 약간은요?

그래서 이 설명 문구를 추가했다.

에 있던 내용이다.

그 게임에서는 동료를 각성시킬 때마다, 이전 회차의 내용을 기억해서 강해진다… 는 설정이 있거든.

“…….”

나는 주먹을 쥐었다.

‘시험해 봐야 해.’

명성치를 약간만 늘려서, 제대로 통하는지 확인만 한다.

나는 청려에게 해당 내용을 설명했다.

그리고 반응은 이렇다.

“그래요? 알았어요.”

“…….”

이렇게 순순히 나온다고?

“으음, 반응이 별로인데. 그냥 해본 소리였나.”

“그럴 리가.”

이놈이 협조할 때 최대한 뽑아먹자. 나는 팔짱을 꼈다.

“일단… 대형 기획사면 데뷔 전에 1군 연습생 몇 명은 유출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긴 하죠. 일부러 풀기도 하고.”

여기 오기 전에도 한번 검색해 봤다. 가령 신재현은 이미 알음알음이 LeTi 계보의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진 상태다.

그 정도 명성치만 일단 얻어본다.

“나도 비슷하게 정보가 풀리면 되겠지.”

“아, 직접 인터넷에 글이라도 올리게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쳐다보았다.

“그것만 할 리가 있냐.”

“하하!”

이 새끼도 알면서 괜히 이러네. 인터넷 글로 관심 끄는 건 논란이 동반되어야 해서 조절이 어렵단 말이다.

그보다 공식적인 루트가 나았다.

“이 회사도 연습생에게 일감을 주잖아.”

아직 데뷔하지 않은 놈들을 데리고 대형 기획사들이 자주 하는 짓이 있다.

무대 경험을 위해 선배 아이돌의 댄서로 세우거나, 인지도를 위해 뮤직비디오에 출연시키는 것이다.

주로 다른 성별의 선배로 팬층이 겹치지 않는 선에서.

그리고 내가 알기로 LeTi도 신비주의 노선 VTIC이 데뷔하고 지침 갈아엎기 전까지는 그런 짓을 꽤 했다.

‘마침 시상식 시즌이다.’

지금 이 시점, 과거에서 LeTi에서 제일 잘나가는 직속 여자 아이돌은 누구이겠는가?

‘말랑달콤.’

히트곡 의 그룹.

그러니까, 데뷔조인 류건우는 말랑달콤의 댄서를 한다.

“그걸 좀 밀어줬으면 하는데.”

나는 이 기획사의 모든 것을 통달했을 고인물, 신재현을 돌아보았다.

놈은 제법 믿음직스럽게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 메인보컬 포지션은 굳이 그런 경험이 필요 없을 텐데… 그래요. 그렇게까지 하고 싶다는데.”

“…….”

아, 이 새끼 진짜 안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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