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365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65화
우선 미리내의 컴백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그러니까 어그로의 측면에서 말이다.
-솔직히 파우티 좀 의식한 것 같아 곡 느낌도 비슷하고
└엥 반대지 파우티 빠들 노양심 너무하네ㅠ
└ㅋㅋ미리내 데뷔 때부터 트렌디+강렬 컨셉이었는데 개소리 작작
-아 근데 진짜 서바출신돌들 끼 지리네 파우티랑 비교 안 됨ㅋㅋㅋ
예상대로 비교군이 있으니 여론이 달아올랐다.
원래 사람이란 게 같은 선상에서 가늠할 수 있는 서열이 있으면 더 재밌어해서 말이지.
게다가 각 그룹이 포지션은 비슷해도 강점이 다르니 보는 사람마다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이 많아졌다.
‘난리군.’
확실한 건 미리내의 컴백 소식이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되었다는 것이고, 시들해지던 흥미와 관심에 불이 붙었다는 점이다.
‘노이즈 마케팅 제대로 들어갔네.’
덕분에 미리내는 간만에 음원 차트에서 기세 좋게 상승 중이다.
미국 노린 곡이라는 것은 전과 별다를 점이 없었지만, 미국에서 히트에 성공한 파우티와 비슷한 ‘글로벌 친화’ 포지션이란 효과를 받아서 팝송처럼 받아들여진 모양이다.
‘곡 자체가 좋기도 하고.’
나는 한참 불붙은 둘의 여론 싸움을 보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테스타는 완전히 이 판 언급에서 빠졌군.’
같은 서바이벌 출신에 동일 성별이 붙어주니, 자연스럽게 우리가 거론될 여지가 사라졌다.
그리고 가… 망할, 아무튼 그 예능이 제대로 자리 잡은 덕분에 테스타 화제성은 다른 방면으로 타오르는 상태다.
-옥장판 완판돌 (사는 입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정이 좀 예상과 달랐으나 어쨌든 목표 비슷하게는 오긴 했다.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해외에서도 은근히 반응이 괜찮았다.
애초부터 글로벌 공략을 두고 합의를 거쳤기 때문에, T1은 자사 OTT 서비스가 아니라 넷플러스에 이 예능을 넘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적이 좋았다고 한다. 제작진이 감히 직접 문자까지 보냈으니 말 다했지.
-넷플러스 월드 TV쇼 부분 순위 6위! 다 테스타 여러분이 잘 나서죠 축하드립니다 (웃는 이모티콘)
-문대 씨? 다음에는 진짜 온천 갈게요 저희의 사과와 사랑을 받아주세요ㅠㅠ (선물 확인하기)
온천? 안 믿는다. 이 호구 짓이 해외에서까지 공인되다니 가만두지 않겠… 아무튼, 그래서 내가 그렸던 그대로 판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
‘그리고 언론플레이가 막 들어갔고.’
마지막 화가 방영되기도 전에 이미 회사와 컨택해서 시기 조절을 다 끝냈다.
[테스타, 빌보드 더블 진입부터 예능까지… 국내 외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도티파이부터 빌보드까지. ‘대상 아이돌’ 테스타의 두 곡은 어떻게 흥행했나.]
우리 활동기도 이제 끝물이었다.
빌보드 순위도 유지력 괜찮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는 반향 없이 자연스럽게 정착할 것이다.
‘팬들도 좋아하겠고.’
폭발적인 영향력의 예능으로 얻은 호감 이미지 덕에 지금이 가장 부드럽게 소식을 퍼뜨리기 좋다.
‘좋아.’
그리고 며칠 후.
상태창이 떴다.
[미션 클리어!]
[보상을 정산 중입니다….]
나는 씩 웃었다. 예상한 일이 잘 맞아떨어지는 건 언제나 기껍지.
당연히 이랬어야 하는데 그놈의 예능은 대체….
“후.”
나는 한숨을 짧게 끝내고 상태창을 다시 보았다.
예상했던 문장이 튀어나와 있다.
[형!]
그래, 상태창 부르면 네가 튀어나올 줄 알았다.
큰달.
“잘 지내냐.”
간혹 연락은 했으나, 이놈이 발령받은 구청이 상당히 일이 많은 데다 나도 해외 다니느라 각 잡고 대화하는 건 오랜만이다.
[그럼요! 미션 클리어 정말 축하드려요!]
여전하군. 나는 신난 것처럼 빠르게 불어나는 글자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축하부터 할 놈이지.
[그리고 예능 진짜 재밌게 잘 봤어요. 뭉게도 너무 귀엽고… 반전도 웃기고요! 어떻게 그런 스토리를 생각하셨는지 너무 신기했다니까요!]
“…….”
나는 입을 다물었다.
상태창 팝업이 진동한다.
[다 다들 짜고 친 거 아니였]
“아니다.”
[죄송합니다….]
이놈이 죄송할 건 없지만. 한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처웃는 걸 봐야 하는 게 확정이군. 나는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 넘긴 다음 팝업 옆을 보았다.
정산이 끝나 있었다.
내가 적어 넣었던 목표 보상 문구가 고스란히 적힌 채로.
[보상 완료!]
보상 : 상태창의 간섭력 강화
이것만은 대단히 만족스럽다.
상태창 팝업이 더 자세히 그것을 보듯이, 혹은 의아한 것처럼 위아래로 흔들린다.
[형, 근데 대체 이 보상은 왜 원하신 거예요…? 강화? 혹시 보여드리는 항목을 세분화하는 그런 걸 원하신 건가요? 그건 그냥도 할 수 있었는데!]
“아니.”
그런 걸로 레코드 경신같이 어려운 미션을 수락할 리가 있나.
나는 손가락을 들었다.
“잘 봐라. 주어는 내가 아니야.”
[네?]
“상태창 자체지.”
그렇다. 상태창이 스스로 간섭력을 강화하는 것을 보상으로 삼았다.
[헉]
“한마디로, 상태창으로서의 네 능력을 강화한 거야. 넓은 의미로.”
혹시라도 시스템에 걸리지 않기 위해, 일부러 네게 답을 알려주지 않고 모호하게 ‘간섭력’이란 문구까지 써가면서 말이다.
[왜, 왜요?]
“쓸 곳이 있으니까.”
이놈이 상태창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시스템을 없애야 한다.
나는 권희승, 골드 2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로 현 시스템 보유자다.
* * *
“와 뼈가 다 아프다.”
“우리 덥앱 꼭 오늘 해야 해? 내일 하면 안 되나.”
일본 투어 끝자락인 ‘스페이서’, 권희승이 속한 그룹은 첫 투어의 후유증으로 골골대는 중이었다.
물론 새로 살 기회를 한 번 얻었다고 생각하는 한 인물은 여전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다.
“야야, 그 나태한 마음에서부터 하락세가 오는 거야.”
“으아아아.”
권희승의 말에 스페이서는 흐느적거리면서도 납득하고 움직였다.
‘우리 팀에도 인성 나쁜 사람은 이제 없는데 말이야.’
권희승은 내심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드럽게 안 맞는 애들이 있어서 그렇지!’
스페이서는 테스타보다도 인원이 많았다. 선아현의 학창 시절 악몽이었던 채서담의 탈퇴 이후로도 그랬다.
그리고 팀에 인원이 많으면, 제대로 통솔하지 않을 시 갈등도 그만큼 제곱으로 늘어나는 법이다.
참… 힘들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
스페이서는 대히트했던 재상장 시즌의 테스타보다 대중성은 좀 약해도, 서바이벌 출신답게 팬덤은 탄탄했다.
그리고 권희승은 자칭 멘탈 리더로서 훌륭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자자, 형님 동생들, 우리 오늘도 한 건 합시다!”
“오케이….”
컴백도 코앞이라 다들 지쳤지만, 직업정신을 발휘해 개인 방송은 잘 진행되었다.
“우리 또 봐요~”
“금방 다시 올게요!”
간단한 먹방 이후, 멤버들이 각자 호텔 방으로 흩어졌다.
“아이고야.”
그리고 권희승도 성공적인 하루를 자축하고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단잠에 빠지려던 순간이었다.
전화가 왔다.
[테스타 문대 형??]
“헐?”
이렇게 갑자기?
물론 사람에 따라 일단 전화부터 때리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언컨대 이 형은 아니었다.
‘굉장히 침착하고 쿨하고 계획적인 형인데.’
그렇다고 권희승이 박문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좀 무섭기도 했지만 좋은 선배였기 때문이다.
-거기선 싸우지 말고 그냥 빠지는 편이 낫다.
-실수로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말고.
-그냥 둘 방을 갈라놓으면 될 것 같은데.
가끔 권희승의 고민이나 근황을 먼저 물어보기도 했고, 그가 상담을 요청할 때면 제법 성실하게 답변해 주었다.
일견 선 안에 든 사람에게는 친절한 성격 같았다. 권희승은 코 밑을 쓱 문질렀다.
‘뭐 그건 때부터도 그러긴 했지.’
그는 태연하게 최원길의 수작질을 넘기면서도 주변 사람을 챙기던 당시의 일반인 참가자 박문대를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최근에는 박문대를 통해 연락한 최원길에게 사과까지 받았으니, 진짜 박문대는 배포가 큰 건 맞았다.
‘…라디오에서 헛소리할 뻔한 걸 들켰을 때도 제법 너그럽게 넘어가 줬고.’
-일 터지면 수습하면 그만이지. 수습 못 할 수도 있어서 문제지만.
…등골에 식은땀이 날 만큼 팩트 하나가 뼈아팠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 형이 주변에 자기 사정을 밝힐 줄은 몰랐는데….’
헉, 이제 보니 설마, 그것도 라디오에서 공개적으로 우리 조직(?)을 이야기할 뻔한 나를 신경 써서 결정한 거였나!
혹은 본보기를 위해 ‘이런 식으로 밝혀야지’ 하고 말해주려는 거였을지도 몰랐다.
타이밍이 딱이었다.
‘크으, 너무 멋진데.’
미래에서 돌아온 1군 아이돌의 위엄에 눈이 먼 권희승은 가당치도 않은 추리를 마쳤다.
아닌 게 아니라, 박문대는 이제 그의 롤모델에 가까웠다!
비단 ‘미래를 아는 아이돌 모임’ 때문만은 아니었다.
‘진짜 아이돌로 존경할 만한 사람이기도 하잖아.’
그 멋진 성격에 이번 예능에서 져준 것만 해도 그랬다. 그렇게 쿨한 사람이 그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댕댕댄쓰~ 뭉게문대댄쓰~ (영상)
-박뭉댕과 6인의 괴도ㅋㅋㅋㅋㅋ (캡처)
‘이야, 아이돌은 역시 예능도 잘해야 1군 한다니까. 아주 산증인이셔!’
자신의 팬들 계정에도 흘러들어오던 그 유머성 귀여운 글들을 떠올리며 권희승은 거의 웃을 뻔했다.
삐리릭.
“아차차.”
잠깐 생각에 빠진 사이 벨소리가 한 바퀴 돌았다.
권희승은 더 늦기 전에 얼른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했다.
“안녕하세요, 문대 형님!”
-그래.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렸다.
“어쩐 일이세요?”
-잠깐 확인 좀 할 게 있어서.
“네엡~”
군소리 없이 본론에 들어갈 것 같았다. 급한 일이었구나!
그리고 박문대는 예상치 못한 질문은 꺼냈다.
-너 이번 미션이 정확히 뭐라고 했지.
바로 미래에서 새 삶을 얻은 대가로 치르는 미션 말이다. 박문대는 이전에 다 끝냈다고 하는.
그리고 권희승에겐 아직 남아 있는 그것.
‘왜 이걸 갑자기?’
그래도 권희승은 바로 대답을 내놨다. 스스로도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니었지만.
“…어으, 자체 제작 앨범이요.”
크흡.
왜 하필 이런 게 끌리는지 모르겠다. 아니, 자신이 끌리는 게 아니라, 이게 ‘미션’으로 주어져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라고 했던가?
‘어느 쪽이든 별로야….’
팀이 다 참여해서 나오는 앨범… 이런 건 연차가 더 쌓여야 하는 게 보통이다.
어떻게든 약간씩 참여해서 만들긴 했는데, 솔직히 발매가 코앞인 지금 시점에선 좀 걱정이었다.
“사실….”
그래서 권희승은 그 고민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지금까지 박문대와 했던 상담 경험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랬지.
박문대는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런데… 어딘가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웃음?’
왜?
그리고 천천히 말이 이어진다.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넹?”
권희승은 눈을 껌벅였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몇 초가 흐른 후.
“그아아아악!”
그의 눈앞에 뭔가가 떴다.
[!상태이상 : 메이크 잇 워크]
-아이돌이면 역시 팀워크가 답인가?
: 기간 내로 팀이 공동 작업물을 발매하지 못할 시, ‘실패’.
반투명하며 스파크가 튀는 회색 글씨.
곧 지지직거리며 사라졌지만, 확실히 보였다.
“바, 바바방금 그거…!”
-잠깐 보여줬다.
휴대폰 속 목소리가 침착하게 말했다.
-네 ‘미션’을.
권희승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으아아악!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65화
우선 미리내의 컴백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그러니까 어그로의 측면에서 말이다.
-솔직히 파우티 좀 의식한 것 같아 곡 느낌도 비슷하고
└엥 반대지 파우티 빠들 노양심 너무하네ㅠ
└ㅋㅋ미리내 데뷔 때부터 트렌디+강렬 컨셉이었는데 개소리 작작
-아 근데 진짜 서바출신돌들 끼 지리네 파우티랑 비교 안 됨ㅋㅋㅋ
예상대로 비교군이 있으니 여론이 달아올랐다.
원래 사람이란 게 같은 선상에서 가늠할 수 있는 서열이 있으면 더 재밌어해서 말이지.
게다가 각 그룹이 포지션은 비슷해도 강점이 다르니 보는 사람마다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이 많아졌다.
‘난리군.’
확실한 건 미리내의 컴백 소식이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되었다는 것이고, 시들해지던 흥미와 관심에 불이 붙었다는 점이다.
‘노이즈 마케팅 제대로 들어갔네.’
덕분에 미리내는 간만에 음원 차트에서 기세 좋게 상승 중이다.
미국 노린 곡이라는 것은 전과 별다를 점이 없었지만, 미국에서 히트에 성공한 파우티와 비슷한 ‘글로벌 친화’ 포지션이란 효과를 받아서 팝송처럼 받아들여진 모양이다.
‘곡 자체가 좋기도 하고.’
나는 한참 불붙은 둘의 여론 싸움을 보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테스타는 완전히 이 판 언급에서 빠졌군.’
같은 서바이벌 출신에 동일 성별이 붙어주니, 자연스럽게 우리가 거론될 여지가 사라졌다.
그리고 가… 망할, 아무튼 그 예능이 제대로 자리 잡은 덕분에 테스타 화제성은 다른 방면으로 타오르는 상태다.
-옥장판 완판돌 (사는 입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정이 좀 예상과 달랐으나 어쨌든 목표 비슷하게는 오긴 했다.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해외에서도 은근히 반응이 괜찮았다.
애초부터 글로벌 공략을 두고 합의를 거쳤기 때문에, T1은 자사 OTT 서비스가 아니라 넷플러스에 이 예능을 넘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적이 좋았다고 한다. 제작진이 감히 직접 문자까지 보냈으니 말 다했지.
-넷플러스 월드 TV쇼 부분 순위 6위! 다 테스타 여러분이 잘 나서죠 축하드립니다 (웃는 이모티콘)
-문대 씨? 다음에는 진짜 온천 갈게요 저희의 사과와 사랑을 받아주세요ㅠㅠ (선물 확인하기)
온천? 안 믿는다. 이 호구 짓이 해외에서까지 공인되다니 가만두지 않겠… 아무튼, 그래서 내가 그렸던 그대로 판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
‘그리고 언론플레이가 막 들어갔고.’
마지막 화가 방영되기도 전에 이미 회사와 컨택해서 시기 조절을 다 끝냈다.
우리 활동기도 이제 끝물이었다.
빌보드 순위도 유지력 괜찮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는 반향 없이 자연스럽게 정착할 것이다.
‘팬들도 좋아하겠고.’
폭발적인 영향력의 예능으로 얻은 호감 이미지 덕에 지금이 가장 부드럽게 소식을 퍼뜨리기 좋다.
‘좋아.’
그리고 며칠 후.
상태창이 떴다.
나는 씩 웃었다. 예상한 일이 잘 맞아떨어지는 건 언제나 기껍지.
당연히 이랬어야 하는데 그놈의 예능은 대체….
“후.”
나는 한숨을 짧게 끝내고 상태창을 다시 보았다.
예상했던 문장이 튀어나와 있다.
그래, 상태창 부르면 네가 튀어나올 줄 알았다.
큰달.
“잘 지내냐.”
간혹 연락은 했으나, 이놈이 발령받은 구청이 상당히 일이 많은 데다 나도 해외 다니느라 각 잡고 대화하는 건 오랜만이다.
여전하군. 나는 신난 것처럼 빠르게 불어나는 글자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축하부터 할 놈이지.
“…….”
나는 입을 다물었다.
상태창 팝업이 진동한다.
“아니다.”
이놈이 죄송할 건 없지만. 한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처웃는 걸 봐야 하는 게 확정이군. 나는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 넘긴 다음 팝업 옆을 보았다.
정산이 끝나 있었다.
내가 적어 넣었던 목표 보상 문구가 고스란히 적힌 채로.
보상 : 상태창의 간섭력 강화
이것만은 대단히 만족스럽다.
상태창 팝업이 더 자세히 그것을 보듯이, 혹은 의아한 것처럼 위아래로 흔들린다.
“아니.”
그런 걸로 레코드 경신같이 어려운 미션을 수락할 리가 있나.
나는 손가락을 들었다.
“잘 봐라. 주어는 내가 아니야.”
“상태창 자체지.”
그렇다. 상태창이 스스로 간섭력을 강화하는 것을 보상으로 삼았다.
“한마디로, 상태창으로서의 네 능력을 강화한 거야. 넓은 의미로.”
혹시라도 시스템에 걸리지 않기 위해, 일부러 네게 답을 알려주지 않고 모호하게 ‘간섭력’이란 문구까지 써가면서 말이다.
“쓸 곳이 있으니까.”
이놈이 상태창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시스템을 없애야 한다.
나는 권희승, 골드 2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로 현 시스템 보유자다.
* * *
“와 뼈가 다 아프다.”
“우리 덥앱 꼭 오늘 해야 해? 내일 하면 안 되나.”
일본 투어 끝자락인 ‘스페이서’, 권희승이 속한 그룹은 첫 투어의 후유증으로 골골대는 중이었다.
물론 새로 살 기회를 한 번 얻었다고 생각하는 한 인물은 여전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다.
“야야, 그 나태한 마음에서부터 하락세가 오는 거야.”
“으아아아.”
권희승의 말에 스페이서는 흐느적거리면서도 납득하고 움직였다.
‘우리 팀에도 인성 나쁜 사람은 이제 없는데 말이야.’
권희승은 내심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드럽게 안 맞는 애들이 있어서 그렇지!’
스페이서는 테스타보다도 인원이 많았다. 선아현의 학창 시절 악몽이었던 채서담의 탈퇴 이후로도 그랬다.
그리고 팀에 인원이 많으면, 제대로 통솔하지 않을 시 갈등도 그만큼 제곱으로 늘어나는 법이다.
참… 힘들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
스페이서는 대히트했던 재상장 시즌의 테스타보다 대중성은 좀 약해도, 서바이벌 출신답게 팬덤은 탄탄했다.
그리고 권희승은 자칭 멘탈 리더로서 훌륭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자자, 형님 동생들, 우리 오늘도 한 건 합시다!”
“오케이….”
컴백도 코앞이라 다들 지쳤지만, 직업정신을 발휘해 개인 방송은 잘 진행되었다.
“우리 또 봐요~”
“금방 다시 올게요!”
간단한 먹방 이후, 멤버들이 각자 호텔 방으로 흩어졌다.
“아이고야.”
그리고 권희승도 성공적인 하루를 자축하고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단잠에 빠지려던 순간이었다.
전화가 왔다.
“헐?”
이렇게 갑자기?
물론 사람에 따라 일단 전화부터 때리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언컨대 이 형은 아니었다.
‘굉장히 침착하고 쿨하고 계획적인 형인데.’
그렇다고 권희승이 박문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좀 무섭기도 했지만 좋은 선배였기 때문이다.
-거기선 싸우지 말고 그냥 빠지는 편이 낫다.
-실수로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말고.
-그냥 둘 방을 갈라놓으면 될 것 같은데.
가끔 권희승의 고민이나 근황을 먼저 물어보기도 했고, 그가 상담을 요청할 때면 제법 성실하게 답변해 주었다.
일견 선 안에 든 사람에게는 친절한 성격 같았다. 권희승은 코 밑을 쓱 문질렀다.
‘뭐 그건 때부터도 그러긴 했지.’
그는 태연하게 최원길의 수작질을 넘기면서도 주변 사람을 챙기던 당시의 일반인 참가자 박문대를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최근에는 박문대를 통해 연락한 최원길에게 사과까지 받았으니, 진짜 박문대는 배포가 큰 건 맞았다.
‘…라디오에서 헛소리할 뻔한 걸 들켰을 때도 제법 너그럽게 넘어가 줬고.’
-일 터지면 수습하면 그만이지. 수습 못 할 수도 있어서 문제지만.
…등골에 식은땀이 날 만큼 팩트 하나가 뼈아팠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 형이 주변에 자기 사정을 밝힐 줄은 몰랐는데….’
헉, 이제 보니 설마, 그것도 라디오에서 공개적으로 우리 조직(?)을 이야기할 뻔한 나를 신경 써서 결정한 거였나!
혹은 본보기를 위해 ‘이런 식으로 밝혀야지’ 하고 말해주려는 거였을지도 몰랐다.
타이밍이 딱이었다.
‘크으, 너무 멋진데.’
미래에서 돌아온 1군 아이돌의 위엄에 눈이 먼 권희승은 가당치도 않은 추리를 마쳤다.
아닌 게 아니라, 박문대는 이제 그의 롤모델에 가까웠다!
비단 ‘미래를 아는 아이돌 모임’ 때문만은 아니었다.
‘진짜 아이돌로 존경할 만한 사람이기도 하잖아.’
그 멋진 성격에 이번 예능에서 져준 것만 해도 그랬다. 그렇게 쿨한 사람이 그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댕댕댄쓰~ 뭉게문대댄쓰~ (영상)
-박뭉댕과 6인의 괴도ㅋㅋㅋㅋㅋ (캡처)
‘이야, 아이돌은 역시 예능도 잘해야 1군 한다니까. 아주 산증인이셔!’
자신의 팬들 계정에도 흘러들어오던 그 유머성 귀여운 글들을 떠올리며 권희승은 거의 웃을 뻔했다.
삐리릭.
“아차차.”
잠깐 생각에 빠진 사이 벨소리가 한 바퀴 돌았다.
권희승은 더 늦기 전에 얼른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했다.
“안녕하세요, 문대 형님!”
-그래.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렸다.
“어쩐 일이세요?”
-잠깐 확인 좀 할 게 있어서.
“네엡~”
군소리 없이 본론에 들어갈 것 같았다. 급한 일이었구나!
그리고 박문대는 예상치 못한 질문은 꺼냈다.
-너 이번 미션이 정확히 뭐라고 했지.
바로 미래에서 새 삶을 얻은 대가로 치르는 미션 말이다. 박문대는 이전에 다 끝냈다고 하는.
그리고 권희승에겐 아직 남아 있는 그것.
‘왜 이걸 갑자기?’
그래도 권희승은 바로 대답을 내놨다. 스스로도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니었지만.
“…어으, 자체 제작 앨범이요.”
크흡.
왜 하필 이런 게 끌리는지 모르겠다. 아니, 자신이 끌리는 게 아니라, 이게 ‘미션’으로 주어져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라고 했던가?
‘어느 쪽이든 별로야….’
팀이 다 참여해서 나오는 앨범… 이런 건 연차가 더 쌓여야 하는 게 보통이다.
어떻게든 약간씩 참여해서 만들긴 했는데, 솔직히 발매가 코앞인 지금 시점에선 좀 걱정이었다.
“사실….”
그래서 권희승은 그 고민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지금까지 박문대와 했던 상담 경험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랬지.
박문대는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런데… 어딘가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웃음?’
왜?
그리고 천천히 말이 이어진다.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넹?”
권희승은 눈을 껌벅였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몇 초가 흐른 후.
“그아아아악!”
그의 눈앞에 뭔가가 떴다.
-아이돌이면 역시 팀워크가 답인가?
: 기간 내로 팀이 공동 작업물을 발매하지 못할 시, ‘실패’.
반투명하며 스파크가 튀는 회색 글씨.
곧 지지직거리며 사라졌지만, 확실히 보였다.
“바, 바바방금 그거…!”
-잠깐 보여줬다.
휴대폰 속 목소리가 침착하게 말했다.
-네 ‘미션’을.
권희승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으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