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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364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64화
나는 고개를 돌렸다.
옆의 놈들이 하나같이 식은땀을 흘리거나 입을 떡 벌리고 있다.
다시 고개를 돌려서 TV를 보았다.
화면 속에서는 각자 비밀 지령을 받은 놈들이 하나씩 움직이는 모습이 연달아 편집되어 나오고 있다.
[내가 괴도?]
[류청우 : 마을에서 나올 때까지 끝까지 들키지 않으면 성공….]
[이세진 : 에이 쉽네. 어차피 어제 제가 훔친 걸 누가 본 것도 아니고, 저도 몰랐잖아요?]
[선아현 : 으음, 네. 열심히 할게요…!]
그리고 검은 화면에 자막이 뜬다.
[누구도]
[당신이 당근 코인을 훔쳤다고 말한 적은 없다…….]
시청자들이 폭소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러니까 찐범인은 김래빈인데 모두 다 자기라고 착각하게 만든 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악마같닼ㅋㅋㅋㅋ
-교수님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거실은 TV 소리를 제외하면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그러나 TV 속 피디의 소리는 악귀같이 활기차다.
[배세진 : 근데 어젯밤에 제가 뭘 한 게 없어서… 대체 어떻게 코인을 훔친 건지를 모르겠는데요.]
[PD : 어젯밤에 범인이 어떻게 훔치신 건지까지 추리하시면 더 큰 상품도 기다리고 있어요~]
[배세진 : 아, 역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와 피디들이 고개를 처박고 최대한 조용히 몸을 떠는 것이 과장된 편집으로 잘 보인다.
다만 막중한 역할을 부여받은 놈들은 쪽지를 읽느라 그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정의의 괴도 스파이 (가짜)]
[개인전 시작!]
이세진이 카메라에 눈을 찡긋거린다.
[이세진 : 어휴~ 우리 멤버들, 예능이니까 봐주세요!]
퍽.
현실의 이세진이 말없이 자기 허벅지에 주먹을 박는다. 동명이인도 마찬가지로 주먹을 쥐고 있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숨 막히는 눈치싸움]
[선아현 : 실이 있으니까 제가 뭐라도 만들어서, 그, 사실 분 있을지 알아볼까요?]
[↑양심에 찔리는 사람]
[배세진 : 네가 대단한 건 맞는데… 그것보단 범인 잡아내는 쪽이 최우선 아니야? 제작진도 그렇게 말했고. 대놓고 잡으라는 거잖아.]
[↑ 연기파인 사람]
[김래빈 : 해코지라도 당하면….]
[↑ 본인이 당하는 상상 중]
화살표를 단 자막이 둥둥 떠다니며 부가 설명을 하고 시청자들은 포복절도한다.
[류청우 : (냉큼) 그건 안 되지.]
[선아현 : (냉큼2) 네. 위험할 수도 있고….]
[이세진 : (냉큼3) 그렇지. 위험할 수도 있어.]
[왠지 모르게 잘 맞는 의견]
그리고 혼자 머리에 물음표가 합성된 내가 화면에 등장한다.
[박문대 : (그런가…?)]
[↑무슨 일인지 모르는 사람]
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문대만 안 알려주냐고요 제작진 놈들아ㅋㅋㅋㅠㅠㅠ
-아 불쌍햌ㅋㅋㅋㅠㅠ
“…….”
포복절도하는 시청자 실시간 채팅과 달리, 거실에서 웃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나는 고개를 우두둑 꺾었다. 주변이 움찔거린다.
[류청우 : 우선은 일 도와드리고 코인을 버는 걸로 할까. 그러면서 누가 도둑일지 좀 살펴보자. 분명 힌트가 있을 거야.]
[김래빈 : (안도) 좋은…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각자가 그리는 큰 그림]
화면에서는 놈들이 좌충우돌 범인이라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이세진 : 아무래도 우리가 첫날 일하러 다닌 집 중에 범인이 있지 않을까?]
[김래빈 : …과연!]
[배세진 : 검토해 볼 만한 생각이야.]
계속해서 범인에 대해 그럴싸하지만 틀린 추측을 꺼내는 이세진.
당연하지만 열렬한 동조를 받고 통과되었다.
웃는 놈의 인터뷰가 삽입된다.
[이세진 : 이런 건 제가 또 잘하거든요.]
“아으악.”
이제 거실의 큰세진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카메라에 비치는 건 류청우.
[박문대 : 마을회관으로 갈 생각인데요.]
[류청우 : 아, 당연히 같이 가야지.]
[↑감시할 생각]
“감시는 아니고 정말 도와주려는 거였는데.”
당황한 목소리가 거실을 울렸으나 누구 하나 받아주는 사람이 없다.
이어서 화면의 선아현이 주변에서 범인에 대한 추론이 나오자 놀라서 고기에 불을 질러 버렸기 때문이다.
[불… 불이 붙는다?]
[??? : 그아아악!]
야밤에 인터뷰까지 따놨다.
[Q. 혼란을 의도한 거였나?]
[선아현 : 아니요….]
선아현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현실의 선아현도 비슷한 포즈를 하고 있다.
개판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빡침을 누르고 힘겹게 결론을 내렸다.
‘이 자식들 전부 자기만 범인인 줄 알았다는 거지.’
그래서 지금 수치심에 고개를 못 드는 거고.
아니, 근데 지금 내가 X발 제일 쪽팔리단 말이다. 이 새끼들은 속이는 기분이라도 냈지 나는 왜….
‘잠깐.’
이제 보니까 얼굴이 멀쩡한 놈이 하나 있는데.
‘차유진.’
마침 화면에 설명이 나온다.
[그리고 이 사람….]
[아메리칸 손자]
화면에서는 차유진이 지금 거실이랑 다를 게 없는 뚱한 얼굴로 제작진 주변에 카메라와 함께 서 있다.
그리고 대뜸 말한다.
[차유진 : Hey, 저 알아요.]
[PD : 예?]
[차유진 : 저 말고 범인 많아요! 저 범인 아니에요. PD님과 작가님 저한테 거짓말했어요.]
[!!!!]
이 새끼….
“다 몰라요? 저 알았어요.”
“…!!”
“어, 어떻게??”
“다들 범인 안 찾고 싶어 해요. 그리고 굉장히 열심히 해요. 그거 양심 때문이에요!”
이놈이 안 걸… 나는 몰랐다고.
[필사적으로 변한 제작진]
[PD : 안 말하면 고기!]
[PD : 상품인 척하고! 한우 줄게요, 한우!]
슬로우 효과가 들어간 화면 속.
차유진이 천천히 입을 연다.
[차유진 : 좋아요!]
[쉽다…!]
“야!!”
양옆에서 난리가 났다.
“너 우릴 고기에 팔았어!”
“판 거 아니에요! 같이 먹었어요!”
“그 고기 내 돈 주고도 살 수 있었어…!”
소파 저편에서 배세진이 발끈해서 외치는 순간이었다.
[제작진이 뽑은 MVP]
[배세진]
[↑ 명품 배우]
“쿨럭.”
배세진은 사레가 들렸다.
[Q. 스파이에 임하는 각오?]
[배세진 : …우선 저 스스로의 캐릭터부터 잘 구성해서… 이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 저는 어떻게 행동했을지를 연기할 생각입니다.]
진지한 배세진의 얼굴 위로 딱지처럼 자막이 떡 붙는다.
[나 자신을 연기한다…!]
“큽.”
그리고 배세진의 절묘한 완급조절과 몰입도 넘치는 연기가 감탄 반 놀림 반 편집으로 전파를 탄다.
[배세진 : 범인부터 잡아야 하는데… 아니, 물론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세진 : 양심이 있다면 지금 자수하는 게 맞잖아!]
[이 사람… 진짜 연기 맞나?]
[그리고 다가오는 최초의 위기]
…위기?
그 순간, 다시 또 화면이 전환된다.
살짝 흔들리는, 수평도 어긋난 카메라 화면은 저화질이었다. 어디선가 스마트폰으로라도 간신히 찍고 있는 것 같았다.
비치는 것은… 배세진과, 허연 뒤통수…….
“…….”
설마.
[배세진 : 결국 당근 코인을 가져간 범인은 누구였을까. 애초에 그래서 이 모든 일이 발생한 거잖아.]
옆모습만 슬쩍 나오는 허연 머리통이 입을 쪼개는 게 보인다.
나다 X발.
[박문대 : 뻔하죠. 내부자였을걸요.]
자막이 호들갑을 떤다.
[!!!!]
[설마…?]
입에 침이 마른다.
-대대대박
-설마 박문대 눈치챔??
추측 그만해라 진짜….
[배세진 : 그, 그… 우리 중에 있다고?]
[긴장함]
[박문대 : 예.]
그리고 화면 속의 허연 머리가 그럴싸한 말을 몇 번 지껄이더니, 배세진이 ‘그’ 질문은 한다.
[배세진 : …혹시 나라고 생각해서 말하는 거야? 그, 연기력이 필요하니까.]
[자폭…?]
X발, X발!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TV 속 새끼는 계속 나불댄다.
[박문대 : 아뇨. 형은 아니신 것 같고.]
닥쳐 멍청한 새끼야!
[박문대 : (자신감) 형은 너무 안 태연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댕댕이 1퍀ㅋㅋㅋㅋㅋ
-개코 오작동
-ㅅㅂ배세진 안도하는 거 개웃겨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문대 이불 차고 있을 듯
자막이 터진다. 시청자가 더없이 즐거워한다.
그 와중에도 TV 속 놈은 주둥이를 안 다문다.
[박문대 : 사실 의심스러운 놈이 있기도 하고요.]
하지 마!
[!이세진 지목!]
[경! 축!]
“…….”
“박, 박문대….”
…폭죽 효과가 터지는 화면에서 또 자막이 흐른다.
[박문대 : 그냥 의심이에요. 저희끼리 알고 끝내죠.]
[엄청난 스마트함]
개X끼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능 요정 박문대! 예능 요정 박문대! 예능 요정 박문대! 예능 요정 박문대! 예능 요정 박문대! 예능 요정 박문대!
“아니, 그, 나도 들켰을까 봐….”
“…….”
“미안해! 아니, 방송이니까…. 그런데 저게 찍힐 줄은! 정말 몰랐는데!”
“…….”
“나도 이러는 게 그렇게 즐겁지는 않았다니까…!”
그러나 화면에서는 내가 나간 후, 배세진은 제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약간 덩실거린다.
[완전 범죄 세리머니]
“…….”
배세진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고개를 돌리자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놈이 보인다.
검게 변한 화면에서는 또 자막이 나오고 있다.
[여기서 시청자분들이 떠올리셨을 의문]
[왜 박문대는 열외 되었는가.]
이제 그만 좀 해라.
[사건의 전말3]
제작진의 회의 모습이 또 나오기 시작한다. 부수고 싶다.
[박 작가 : 저 근데 좀 불안한데요.]
[PD : 뭐가?]
[박 작가 : 문대 씨요.]
마스크 쓴 작가가 심각하게 말한다.
[박 작가 : 괜히 범인 지령 주면 힌트 더 주는 게 돼서 문대 씨는 눈치채는 거 아니에요? 그럼 꽝인데.]
[…….]
[…….]
[별 6개짜리 위험 출연자에 대한 대처 방법은 무엇인가.]
잠시간 의미심장한 침묵 후, 피디가 화끈하게 말한다.
[PD : 그러면… 빼자!]
[이 작가 : 네??]
[PD : 그냥 빼버려! 문대 씨는 특별히 시민 시켜드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답 / 열외]
“…….”
입을 다문 거실과 대조적으로, TV에서 제작진의 폭소가 들린다.
[이 작가 : 그러네, 그러면 되네!]
[PD : 우리 한번 제대로 속여보자!]
[박 작가: 와아아아!]
화면에 미친 듯이 ‘ㅋ’이 지나가더니 폭죽이 터진다.
[그렇게 됐습니다.^^]
[?박문대만 괴도 아님?]
[나 홀로 선량한 시민이 되신 걸 축하드려요, 문대 씨~]
그리고 괴도 지령받은 놈들 사이에서 나 혼자 얼빠진 꼴로 휩쓸리는 모습이 빠른 편집으로 지나간다.
“…….”
“무, 문대야 숨, 숨 쉬고…….”
5화 분량을 다 처넣어서 끝나질 않는다. 아니, 끝나는 대신 내가 마을회관에서 춘 팝콘을 거기 삽입해 놨다.
[시민 인증 댄스]
그리고 그게 흐릿해지면서 위에 거대한 글자가 뜬다.
[★☆박문대 트루먼쇼 대성공☆★]
[제작 지원 : 테스타 전원, 뭉게]
“…….”
“문대야? 문대야?”
“박문대 얘 넋이 나갔는데요?!”
이… 새끼들이.
***
대파란의 마지막 화 이후.
예능은 여러… 의미로 화제가 되었다.
-상상도 못 한 스파이 (전원)
└이걸 빠트리셨네 (박문대 제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두번 죽이네
-제작진 진짜 악마같은 스타성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테스타 리액션 캠 꼭 봐야됨 개웃겨 진짜 박문대 표정ㅋㅋㅋㅋㅋㅋ
-애들 다 서로 ‘이제 들키는구나’하는데 김래빈만 단독 범인 나올 때부터 미쳤음 20분이 모두 하이라이틐ㅋㅋㅋ
그리고 테스타는 아이돌 역사상 다시 없을 수준의 호구 새끼들이 되었다….
특히 내가.
내가!
‘X발!’
게다가 이 용의주도한 놈들은 마지막 화 다음 날에 맞춰서 선물까지 보내서 화해 분위기까지 조성했다.
[읍내 사진관에서 찍은 테스타의 가족사진 (+ 뭉게)입니다! *^^*]
이걸 SNS에 인증 글로 올릴 때의 패배감을… 잊지 않겠다.
나흘 만에 대화를 허가한 큰세진이 얼쩡거리며 묻는다.
“문대문대, 좀 괜찮아? 이번에 좀 심했지? 우리 다음에는 다른 사람들이랑 해도….”
“아니, 다시 같이할 건데.”
“오오~ 역시 문대….”
“같이해서 그땐 반드시 제작비를 부여잡고 질질 짜게 만든다.”
“…….”
박살 낼 것이다.
“그…렇지! 내가 무조건 협력해야지 무조건~!”
“어.”
나는 거실에 둔 단체 사진을 보고 눈썹을 꿈틀거렸다.
볼 때마다 열받긴 하다만 사진은 죄가 없긴 하다.
죄 없는 놈도 하나 찍혔고.
…개 말이다.
나는 하얀 털 덩어리에 시선을 줬다.
참고로, 저놈을 데려오자는 의견이 멤버들 사이에서 꽤 나왔었다.
-아~ 우리 뭉게 그냥 두고 가면 누가 와서 훔쳐 가는 거 아니에요, 진짜?
-음, 방송에 나왔으니까 그럴 가능성도 없진 않지….
-휴.
그렇다고 숙소에서 키우기도 애매하다.
‘투어도 있고… 너무 자주 여길 비우니까.’
대체 청려 그 새끼는 무슨 수로 개를 키우는 건지 모르겠군.
다행히 금방 해결책이 나왔다.
-그, 우리 어머니가 키우고 싶으시다는데….
-…!
마침 배세진 어머니께서 개를 데려오려고 알아보시다가, 배세진의 사진과 문자들, 그리고 예능 1화를 보고 결심을 하신 모양이었다.
-그거 좋네요. 가끔 우리가 보러 갈 수도 있고~
-…어, 음. 그렇지.
-…….
배세진이 당시 금방이라도 ‘이세진 네가 우리 집에 온다고…?’라고 대답할 것 같았긴 했으나, 어쨌든 흔쾌히 방문을 환영해 준다고 한다.
‘휴가받으면 하루 정도는… 말해볼까.’
간혹 숙소에도 데려온다니, 그건 나쁘지 않았다.
“…….”
어쨌든, 각설하고.
진정한 상태로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이 예능으로 이루려던 소기의 목적은 다 달성한 건 맞았다.
화제성은 말할 것도 없고, 시청률도 꽤 괜찮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화가 7.1%였지.’
케이블이라는 걸 고려하면 대단히 훌륭했다.
다시 말하자면, 뚜껑을 열어볼 때가 됐단 뜻이다.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해 볼까.’
나는 미리내의 상황을 체크하며 상태창을 켰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64화

나는 고개를 돌렸다.

옆의 놈들이 하나같이 식은땀을 흘리거나 입을 떡 벌리고 있다.

다시 고개를 돌려서 TV를 보았다.

화면 속에서는 각자 비밀 지령을 받은 놈들이 하나씩 움직이는 모습이 연달아 편집되어 나오고 있다.

그리고 검은 화면에 자막이 뜬다.

시청자들이 폭소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러니까 찐범인은 김래빈인데 모두 다 자기라고 착각하게 만든 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악마같닼ㅋㅋㅋㅋ

-교수님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거실은 TV 소리를 제외하면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그러나 TV 속 피디의 소리는 악귀같이 활기차다.

작가와 피디들이 고개를 처박고 최대한 조용히 몸을 떠는 것이 과장된 편집으로 잘 보인다.

다만 막중한 역할을 부여받은 놈들은 쪽지를 읽느라 그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세진이 카메라에 눈을 찡긋거린다.

퍽.

현실의 이세진이 말없이 자기 허벅지에 주먹을 박는다. 동명이인도 마찬가지로 주먹을 쥐고 있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화살표를 단 자막이 둥둥 떠다니며 부가 설명을 하고 시청자들은 포복절도한다.

그리고 혼자 머리에 물음표가 합성된 내가 화면에 등장한다.

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문대만 안 알려주냐고요 제작진 놈들아ㅋㅋㅋㅠㅠㅠ

-아 불쌍햌ㅋㅋㅋㅠㅠ

“…….”

포복절도하는 시청자 실시간 채팅과 달리, 거실에서 웃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나는 고개를 우두둑 꺾었다. 주변이 움찔거린다.

화면에서는 놈들이 좌충우돌 범인이라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계속해서 범인에 대해 그럴싸하지만 틀린 추측을 꺼내는 이세진.

당연하지만 열렬한 동조를 받고 통과되었다.

웃는 놈의 인터뷰가 삽입된다.

“아으악.”

이제 거실의 큰세진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카메라에 비치는 건 류청우.

“감시는 아니고 정말 도와주려는 거였는데.”

당황한 목소리가 거실을 울렸으나 누구 하나 받아주는 사람이 없다.

이어서 화면의 선아현이 주변에서 범인에 대한 추론이 나오자 놀라서 고기에 불을 질러 버렸기 때문이다.

야밤에 인터뷰까지 따놨다.

선아현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현실의 선아현도 비슷한 포즈를 하고 있다.

개판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빡침을 누르고 힘겹게 결론을 내렸다.

‘이 자식들 전부 자기만 범인인 줄 알았다는 거지.’

그래서 지금 수치심에 고개를 못 드는 거고.

아니, 근데 지금 내가 X발 제일 쪽팔리단 말이다. 이 새끼들은 속이는 기분이라도 냈지 나는 왜….

‘잠깐.’

이제 보니까 얼굴이 멀쩡한 놈이 하나 있는데.

‘차유진.’

마침 화면에 설명이 나온다.

화면에서는 차유진이 지금 거실이랑 다를 게 없는 뚱한 얼굴로 제작진 주변에 카메라와 함께 서 있다.

그리고 대뜸 말한다.

이 새끼….

“다 몰라요? 저 알았어요.”

“…!!”

“어, 어떻게??”

“다들 범인 안 찾고 싶어 해요. 그리고 굉장히 열심히 해요. 그거 양심 때문이에요!”

이놈이 안 걸… 나는 몰랐다고.

슬로우 효과가 들어간 화면 속.

차유진이 천천히 입을 연다.

“야!!”

양옆에서 난리가 났다.

“너 우릴 고기에 팔았어!”

“판 거 아니에요! 같이 먹었어요!”

“그 고기 내 돈 주고도 살 수 있었어…!”

소파 저편에서 배세진이 발끈해서 외치는 순간이었다.

“쿨럭.”

배세진은 사레가 들렸다.

진지한 배세진의 얼굴 위로 딱지처럼 자막이 떡 붙는다.

“큽.”

그리고 배세진의 절묘한 완급조절과 몰입도 넘치는 연기가 감탄 반 놀림 반 편집으로 전파를 탄다.

…위기?

그 순간, 다시 또 화면이 전환된다.

살짝 흔들리는, 수평도 어긋난 카메라 화면은 저화질이었다. 어디선가 스마트폰으로라도 간신히 찍고 있는 것 같았다.

비치는 것은… 배세진과, 허연 뒤통수…….

“…….”

설마.

옆모습만 슬쩍 나오는 허연 머리통이 입을 쪼개는 게 보인다.

나다 X발.

자막이 호들갑을 떤다.

입에 침이 마른다.

-대대대박

-설마 박문대 눈치챔??

추측 그만해라 진짜….

그리고 화면 속의 허연 머리가 그럴싸한 말을 몇 번 지껄이더니, 배세진이 ‘그’ 질문은 한다.

X발, X발!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TV 속 새끼는 계속 나불댄다.

닥쳐 멍청한 새끼야!

-댕댕이 1퍀ㅋㅋㅋㅋㅋ

-개코 오작동

-ㅅㅂ배세진 안도하는 거 개웃겨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문대 이불 차고 있을 듯

자막이 터진다. 시청자가 더없이 즐거워한다.

그 와중에도 TV 속 놈은 주둥이를 안 다문다.

하지 마!

“…….”

“박, 박문대….”

…폭죽 효과가 터지는 화면에서 또 자막이 흐른다.

개X끼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능 요정 박문대! 예능 요정 박문대! 예능 요정 박문대! 예능 요정 박문대! 예능 요정 박문대! 예능 요정 박문대!

“아니, 그, 나도 들켰을까 봐….”

“…….”

“미안해! 아니, 방송이니까…. 그런데 저게 찍힐 줄은! 정말 몰랐는데!”

“…….”

“나도 이러는 게 그렇게 즐겁지는 않았다니까…!”

그러나 화면에서는 내가 나간 후, 배세진은 제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약간 덩실거린다.

“…….”

배세진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고개를 돌리자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놈이 보인다.

검게 변한 화면에서는 또 자막이 나오고 있다.

이제 그만 좀 해라.

제작진의 회의 모습이 또 나오기 시작한다. 부수고 싶다.

마스크 쓴 작가가 심각하게 말한다.

잠시간 의미심장한 침묵 후, 피디가 화끈하게 말한다.

“…….”

입을 다문 거실과 대조적으로, TV에서 제작진의 폭소가 들린다.

화면에 미친 듯이 ‘ㅋ’이 지나가더니 폭죽이 터진다.

그리고 괴도 지령받은 놈들 사이에서 나 혼자 얼빠진 꼴로 휩쓸리는 모습이 빠른 편집으로 지나간다.

“…….”

“무, 문대야 숨, 숨 쉬고…….”

5화 분량을 다 처넣어서 끝나질 않는다. 아니, 끝나는 대신 내가 마을회관에서 춘 팝콘을 거기 삽입해 놨다.

그리고 그게 흐릿해지면서 위에 거대한 글자가 뜬다.

“…….”

“문대야? 문대야?”

“박문대 얘 넋이 나갔는데요?!”

이… 새끼들이.

***

대파란의 마지막 화 이후.

예능은 여러… 의미로 화제가 되었다.

-상상도 못 한 스파이 (전원)

└이걸 빠트리셨네 (박문대 제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두번 죽이네

-제작진 진짜 악마같은 스타성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테스타 리액션 캠 꼭 봐야됨 개웃겨 진짜 박문대 표정ㅋㅋㅋㅋㅋㅋ

-애들 다 서로 ‘이제 들키는구나’하는데 김래빈만 단독 범인 나올 때부터 미쳤음 20분이 모두 하이라이틐ㅋㅋㅋ

그리고 테스타는 아이돌 역사상 다시 없을 수준의 호구 새끼들이 되었다….

특히 내가.

내가!

‘X발!’

게다가 이 용의주도한 놈들은 마지막 화 다음 날에 맞춰서 선물까지 보내서 화해 분위기까지 조성했다.

이걸 SNS에 인증 글로 올릴 때의 패배감을… 잊지 않겠다.

나흘 만에 대화를 허가한 큰세진이 얼쩡거리며 묻는다.

“문대문대, 좀 괜찮아? 이번에 좀 심했지? 우리 다음에는 다른 사람들이랑 해도….”

“아니, 다시 같이할 건데.”

“오오~ 역시 문대….”

“같이해서 그땐 반드시 제작비를 부여잡고 질질 짜게 만든다.”

“…….”

박살 낼 것이다.

“그…렇지! 내가 무조건 협력해야지 무조건~!”

“어.”

나는 거실에 둔 단체 사진을 보고 눈썹을 꿈틀거렸다.

볼 때마다 열받긴 하다만 사진은 죄가 없긴 하다.

죄 없는 놈도 하나 찍혔고.

…개 말이다.

나는 하얀 털 덩어리에 시선을 줬다.

참고로, 저놈을 데려오자는 의견이 멤버들 사이에서 꽤 나왔었다.

-아~ 우리 뭉게 그냥 두고 가면 누가 와서 훔쳐 가는 거 아니에요, 진짜?

-음, 방송에 나왔으니까 그럴 가능성도 없진 않지….

-휴.

그렇다고 숙소에서 키우기도 애매하다.

‘투어도 있고… 너무 자주 여길 비우니까.’

대체 청려 그 새끼는 무슨 수로 개를 키우는 건지 모르겠군.

다행히 금방 해결책이 나왔다.

-그, 우리 어머니가 키우고 싶으시다는데….

-…!

마침 배세진 어머니께서 개를 데려오려고 알아보시다가, 배세진의 사진과 문자들, 그리고 예능 1화를 보고 결심을 하신 모양이었다.

-그거 좋네요. 가끔 우리가 보러 갈 수도 있고~

-…어, 음. 그렇지.

-…….

배세진이 당시 금방이라도 ‘이세진 네가 우리 집에 온다고…?’라고 대답할 것 같았긴 했으나, 어쨌든 흔쾌히 방문을 환영해 준다고 한다.

‘휴가받으면 하루 정도는… 말해볼까.’

간혹 숙소에도 데려온다니, 그건 나쁘지 않았다.

“…….”

어쨌든, 각설하고.

진정한 상태로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이 예능으로 이루려던 소기의 목적은 다 달성한 건 맞았다.

화제성은 말할 것도 없고, 시청률도 꽤 괜찮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화가 7.1%였지.’

케이블이라는 걸 고려하면 대단히 훌륭했다.

다시 말하자면, 뚜껑을 열어볼 때가 됐단 뜻이다.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해 볼까.’

나는 미리내의 상황을 체크하며 상태창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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