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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363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63화
다음 주.
우리가 제작진에게 뒤통수를 맞는 내용은 2화 후반에 가서야 윤곽을 드러냈다.
‘그렇겠지.’
5화 편성이었는데 2화 초부터 코인이 다 털리면 분량 균형이 안 맞으니까.
덕분에 평화로운 힐링 분량 다음으로 뒤통수 맞는 장면의 임팩트가 더 강해졌다.
테스타가 희희낙락하게 웃으며 페널티 쪽지를 여는 순간.
[김래빈 : 오늘 새벽, 정체불명의 밤손님이 들어서… 테스타의 소중한 을 다 털어갔습니다?]
[!!!!]
…코인 털리며 얼굴에서 웃음이 싹 사라지는 걸 클로즈업으로 하나씩 다 잡더라고.
실시간 반응이 폭발한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애들 표정 봐
-문대 얼굴 뒤로 놀란 뭉게 합성하지 말라고욬ㅋㅋㅠㅠㅠ
-아니 제작진 세상 신난 듯ㅋㅋㅋ
…그리고 타이핑 효과와 함께 제작진의 입장으로 다시 기획이 재구성되는 것이다.
[사건의 전말]
[40일 전]
탁자에 둘러앉은 제작진이 심각하게 대화를 한다.
[PD : 아니, 얘네가 너무 많이 당했어! 분명 또 안 당하려고 아주 눈에 불을 (켜고)]
[이 작가 : 그렇지, 그렇지.]
[박 작가 : 굉장히 구조적으로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흡사 야생동물 포획반 같은 분위기]
이놈들 이걸 다 찍을 정도로 작정을 했었네.
“Wow.”
“저렇게까지 하셨었다고?”
어처구니가 없는 듯 웃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지금 차 안에서 이동하면서 다들 동시 시청 중이거든.
어쨌든, 화면의 제작진 놈들은 박진감 넘치는 BGM과 함께 자기들끼리 웃으며 브리핑을 계속한다.
[PD : 일단 경계심이 보통 정도인 멤버들부터 좀 보자.]
그리고 임무 설명서처럼 자막이 뜬다.
[난이도 ★★]
[선아현, 배세진]
[특징 / 일단 한번 속이면 잘 넘어가 줌]
“…내가?!”
“으. 으음…….”
“크하흐흡.”
배세진의 당황과 선아현의 민망함에 잔잔한 웃음이 퍼진다.
[PD : 여기는 무조건 한 번만 논리적으로 납득시키면 돼.]
[박 작가 : 그렇죠. 너무 착한 사람들이라 (가능해요).]
[이 작가 : 도덕적이야 도덕적.]
그리고 그 발언이 나온다.
[PD : 아니, 그냥 우리… 뒤통수 맞으면 고소하라고 하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미팅 자리에서 작가들의 고소 드립이 이어진다.
“…!”
[잘 통했습니다.^^]
“으으윽…!”
둘이 배신감에 얼굴이 벌게지는 것도 잠깐, 화면은 다음 타자로 휘리릭 넘어간다.
[난이도 ★★★]
[류청우]
[특징 / 티를 안 냄]
“하하.”
화면에 지나가는 자신의 온화한 표정 모음을 보고 류청우가 머쓱하게 웃었다.
[박 작가 : 약간… 굳이 속일 필요가 없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면 되겠죠?]
[이 작가 : 안 믿어도 티를 안 내니까 오히려 괜찮아(?)]
아무 소리라는 식의 편집이었으나 의외로 정확히 핵심을 뚫고 있군.
[난이도 ★★★★?]
[차유진]
[특징 / 종잡을 수 없는 아메리칸 손자]
[이 작가 : 나 진짜 모르겠어요. 근데 여기는 사기고 뭐고 신경 안 쓰지 않을까요?]
[PD : 오케이]
[그리고 정말로 차유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화면에서는 차유진의 해맑은 먹방 및 운전 모음집이 쓱 지나간다. 그저 하는 일만 즐기기 바빠 보인다.
‘한결같군.’
나는 다시 ‘ㅋ’으로 도배되는 실시간 반응을 보다가 다시 화면을 봤다.
별 다섯 개가 등장했다.
[난이도 ★★★★★]
[이세진]
[박 작가 : 이미… 다 알 것 같으신데요.]
[(ㅋㅋㅋㅋㅋㅋ)]
[PD : 아니, 오히려 우리가 뒤통수 쳐 주기를 기다리는 거 아니야? 예능을 아는 친구잖아.]
[이 작가 : 그래도 속여 봐야지. 무조건 잡아떼면 분명 힐링에 맞춰서 활약할 사람이에요.]
정답이었다. 이 자식들 의외로 분석력이 좋군.
[특징 / 예능에 진심]
화면에서는 힐링 예능을 200% 즐기는 이세진의 얼굴이 컷씬으로 지나갔다.
“잘생겼다~”
‘흠.’
나는 턱을 괬다. 내 경우엔 개로 충분히 분량을 뽑았으니….
‘이대로 지나가나.’
아니었다.
화면에 시뻘건 별점이 또 뜬다.
[난이도 ★★★★★]
[난이도 ★★★★★ + ★!]
그리고 때려 박히는 효과와 함께 글씨가 등장한다.
설마.
[박 문 대]
“……!”
“으하하하!”
무시하자.
화면은 신나게 또 자막을 쏟아낸다.
[AKA 티벳문대, 문댕댕]
[특징 / 제작진의 술수를 항시 의심함]
[PD : 그게 거의 본능인 것 같아.]
[작가 : 강아지라 그런가? 진짜 코가 개코 크흐흐흨 (ㅋㅋㅋㅋㅋ)]
…그다음에 나오는 건 제작진의 술수를 묻는 내 모습을 주르륵 편집해 붙여놓은 것이다.
[박문대 : 버스 목적지가 확실히 시골 가정집이 맞죠?]
[박문대 : 코인 빌려주신 거 아닌가요.]
[박문대 : 제작비를 두고 내기하게 되는 건….]
[의심]
[의혹]
[절대 믿지 않는다…!]
“크하하핫!”
“박문대 표정…!”
“…….”
CG랑 편집을 거쳐서 그렇지, 저렇게 노골적으로 의심스럽단 눈깔로 보진 않았을 텐데.
[절대 속인다, 반드시…!]
어쨌든 제작진이 결심을 다짐하는 것으로 웅장한 BGM은 끝난다. 화면도 한 번 끊겼다.
그러자 주변에서 의아한 소리가 나온다.
“어, 래빈이는?”
“그러게. 왜 래빈이만….”
그리고 좀 하찮은 BGM과 함께 쓱 다음 장면이 등장한다.
[부록]
[난이도 ★]
[김래빈]
“…!”
[PD : 나는 래빈 씨가 참 좋아.]
[박 작가 : 저도요.]
[이 작가 : 약간 모든 예능 제작자들의 꿈 같은 캐릭터성.]
화면에서는 머리에 물음표 하나 띄우고 혼자 알아서 납득하는 김래빈의 컷이 수없이 지나간다.
“으하학!”
“아이고야.”
“…….”
나는 슬쩍 옆을 보았다. 김래빈이 또 동공을 떨고 있다. 못 본 척해주자.
[감사합니다 래빈 씨 by 제작진 일동]
어쨌든, 그 후로는 1화의 내용을 제작진의 입장에서 재구성해 스릴러 분위기의 유머가 펑펑 터졌다.
[의심의 눈초리]
[이 작가 : 안 되겠어. 문대 씨랑 세진 씨 아직도 (의심하고 계셔)]
[막내 작가 : !! 감독님! 감독님 댁에 그 강아지!]
[동족을 보급하기로 결정됨]
그리고 마침내 걸려든 순간 제작진들이 월드컵에서 골 넣은 것처럼 부둥켜안고 함성을 지르는 모습까지.
[으아아악!!↗ (환희)]
[이렇게 진행된 일입니다. ^^]
“야 사람들 진짜.”
다시 봐도 얄밉긴 하군.
그 후로 온갖 곳에서 미친 물가에 고통받다가 결국 드넓은 당근밭에 끌려가 뻗어버린 테스타의 모습은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사기가 이래서 무섭습니다
-코인 하지 마라
-ㅋㅋㅋㅋㅋㅋㅋㅋ
급변한 속도감과 분위기에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면서도 재밌어하는 게 여실히 보인다.
그리고 여기서 절묘한 예고편 삽입.
바로 야밤에 삽을 든 김래빈의 모습이다.
-???
-뭐임
-왜 갑분 스릴러
대사도 절묘하다.
[김래빈 : 갑니다….]
[콰광!]
삽입된 천둥과 번개를 끝으로, 다시 프로그램은 발랄한 BGM과 함께 엔딩을 맺는다.
그래서 극명한 대비가 더 부각된다.
-아니ㅋㅋㅋㅋ
-으아아ㅇ아아악
-뭐냐고 대쳌ㅋㅋㅋ
-설마 가는 게 주님 곁임?
-제작진이 가는 듯
“김래빈 얼굴 이상해요!”
“조, 조명 때문에 그럴 거야, 래빈아….”
“저는 괜찮습니다….”
나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소파에 고개를 처박는 김래빈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어그로 오지네….’
어쨌든 사람 묻으러 갈 것 같은 김래빈의 분위기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웃긴 추측을 하는 게 며칠.
그리고 다음으론 상식적인 추측이 나온 게 또 며칠이었다.
-야근 아님? 당근 캐기 야근ㅋㅋ
-맞는 듯 아이고 애들 고생했겠다…
그러나 둘 다 아니었다.
‘드디어 왔군.’
[박문대 : (참을 수 없다.)]
재구성된 나와 김래빈의 야반도주 코인 복제는 다음 주에 결국 방송을 탔다.
그리고 시청자 반응은 폭발했다.
-박문대 ㅅㅂㅋㅋㅋㅋ
-아이돌이라 다행이다 다행이야
-정의의 위조펀치
-누가 래빈이 좀 구해줘 홀라당 낚였네 애가ㅋㅋㅠㅠ
그런데 왜 나는 또라이고 김래빈은 사기 피해자가 됐냐.
-아니 박문대 X나 카메라 전문적으로 잘 찍었네 안 흔들려서 더 웃김 전문 위조범 같음ㅋㅋㅋㅋㅋ
-혁명 <- 문댕댕 언제부터 화폐 위조가 혁명이었죠?
-뭉게 합성 그만하라고 진짴ㅋㅋ
이걸로 확정이다. 내 예능 이미지는 완전히 이상한 놈으로 정착했다. 속된 말로 미친놈이다.
나는 한숨을 참았다.
‘그래도 나쁜 놈은 아니니 다행인가.’
이런 것은 때 이후로부터 익숙했다. 나는 담담히 이 왜곡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제작진도 희생 좀 했고.’
이미지적으로 말이다.
제작진은 철저히 자신들을 얄미운 포지션으로 편집해놨기 때문에, 도리어 이번 화 전까지는 욕도 좀 먹었다.
그리고 이번 화에서 테스타가 전세를 뒤집은 에피소드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퍼부은 것이다.
‘그건 좀 고맙군.’
테스타의 화제성과 이미지 둘 다 잡는 편집이었다.
‘반격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이 정도면 다음에도 같이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SNS에서는 ‘코인 찍는 동물농장’이란 드라마 예고편처럼 편집된 풍자적 개그 패러디가 핫해진 뒤.
다시 힐링으로 돌아온 4화를 건너… 드디어 마지막 화.
우리는 다시 거실에 모였다.
“우리 TV 보려고 이렇게 시간 내서 모인 건 또 오랜만이네.”
“정말요~ 시차 때문에 좀 힘들긴 한데… 재밌는데요?”
“소리 더 키워요!”
5화는 리액션 비디오를 찍어서 위튜브용 컨텐츠로 하자는 제작진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유는 하나겠지.
‘또 반전이 있는 거야.’
안 풀린 떡밥은 하나뿐이니 뭐 더 생각할 것도 없다. 당근 코인 누가 훔쳐 갔는지에 대해서 나올 것 아닌가?
그리고 누가 범인인지는 이미 짐작 가는 놈이 있다.
“음? 문대문대 왜~?”
“아니.”
나는 고개를 원위치시키고 도로 TV나 보기 시작했다.
초중반부는 어르신들 앞에서 공연하고 재롱떠는 모습이 수치스럽도록 귀엽게 편집되어 나왔다.
우리도 슬슬 평균이 20대 중반인데 이래도 괜찮은가 모르겠다만, 어쨌든 중요한 건 다음이다.
우리가 돌아가는 버스를 탄 순간.
[PD : 그런데 여러분, 결국 범인은 못 잡으셨네요?]
[류청우 : 하하, 그러게요. 혹시 실컷 속이고 이제 알려주시게요?]
[PD : 죄송합니다.]
과장되게 비굴한 피디의 목소리와 달리 의미심장한 자막이 뜬다.
[과연…?]
전환되는 것은 다시 제작진의 회의 장면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나올 때가 됐지.’
그리고 큰세진의 등장을 기다렸….
[PD : 일단 박문대 씨랑 이세진 씨는 제외하고.]
[박 작가 : 너무 눈치 빠른 사람은 좀 그렇죠. 의외성이 있어야 사람들이 의심을 안 할 것 아니야.]
“…?”
[이 작가 : 아니, 잠깐만. 아무도 래빈 씨는 의심 안 하지 않을까?]
[!!!!]
그리고 잠시 적막이 흐른 뒤.
화면의 시점이 바뀐다.
바로 김래빈이… 제작진과 함께 서있다.
[당근 코인이 털린 당일]
[PD : 래빈 씨가 범인이에요.]
[김래빈 : 예??]
[PD : 아니, 코인이 없어지는 쪽지를 래빈 씨가 뽑으셨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래빈 씨가 범인이죠!]
[김래빈 : …!!]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김래빈의 얼굴 뒤로 자막이 쏟아진다.
[PD : 그리고 생각해 보세요. 어젯밤에 래빈 씨 뭐 하셨어요? 복주머니 저희에게 주셨었죠?]
[PD : 그게 뭐다? 바로~ 코인을 옮긴 거죠!]
그리고 회상 씬이 들어간다.
잠깐 카메라 데이터를 교환하는, 잠들기 직전의 상황.
[이 작가 : 저희 소품 체크 좀 하실게요~ 죄송한데 래빈 씨 그것도 좀!]
[김래빈 : 예!]
그리고 김래빈이 서슴없이 당근 코인이 담긴 주머니를 제작진에게 넘겼다.
“…….”
저런 방법을 썼다니.
‘너무 그럴싸해서 말도 안 나오는데.’
그냥 사기잖아.
배세진이 입술을 떤다.
“너, 너…!”
“죄송합니다! 저도 몰랐습니다!”
그래, 그냥 봐도 그래 보인다.
‘저래서 그렇게 자책했나….’
마침 코인 훔쳐 간 이야기 나올 때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주춤거리는 김래빈의 컷 모음이 슥슥 화면을 지나간다.
[박문대 : 범인 잡으면 경찰에 넘겨야지.]
[김래빈 : 그… 렇습니다.]
[범인↑]
애처롭게 웃겼다.
다들 그런 것 같다.
-당근 코인을 상납한 토끼
-ㅅㅂ제작진 완전 악의 무리잖아요ㅠㅠ우리 중세토끼 어쩔거야
-털어먹을 게 없어서 김래빈을 터냐!
그리고 어쨌든 김래빈은 반박은 하려고 했다.
[김래빈 : 자수하겠습니다!]
[PD : 잠깐!]
물론 이것도 제작진이 예상했던 그림이던 것 같다.
[PD: 지금 들키면 코인이 그냥 증발하는 거예요!]
[김래빈 : !!]
[PD : 하지만 마지막까지 들키지 않으면!]
[김래빈 : 아, 않으면…?]
어느새 또 홀린 김래빈에게 PD가 경쾌히 외쳤다.
[PD : 이 마을의 모든 코인을 두 배로 불려서 마을회관에 기부하겠습니다! 안마의자로!]
[김래빈 : 허어억.]
[PD : 래빈 씨는 의적인 거예요! 정의의 괴도!]
[회심의 발언]
그리고 동작이 멈춘 김래빈이 서서히 더 클로즈업된다.
“…….”
“…설마.”
설마가 사람 잡았다.
[김래빈 : 아, 알겠습니다!]
“으아악!”
“역시!”
“죄송합니다!”
화면 속의 김래빈은 결국 주먹을 불끈 쥐고 제작진에게 대답해 버렸다.
그리고 선고처럼 큼직한 자막이 뜬다.
[당근 코인을 훔치는 괴도, 중세토끼 출격]
[이 작가 : 코인 또 훔치게 미션 줘서 완전 공범으로 만들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완전 범죄가 이루어지나 했으나….]
박살이 났지.
야밤에 철물점에 가서 내게 상세히 이용법과 수령 방법을 알려준 게 김래빈이라서 말이다.
[????]
[PD : 래빈 씨 왜 여깄어?]
[당황한 제작진]
결국 제작진은 긴급으로 김래빈을 몰래 호출하기까지 한다.
[PD : 아니, 그런데 왜 래빈 씨가 그걸 도와줘요? 래빈 씨 괴도라니까요?]
김래빈은 진지하게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김래빈 : 괴도이기 때문에 코인의 생산이라는 범법적 행위도 할 수 있었습니다!]
[PD : 잠깐만.]
[김래빈 : 코인의 양이 많아지면 마을회관에 드릴 양도 많아질 테니 이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PD : …….]
입 벌린 PD의 얼굴 위로 도장이 찍힌다.
[결론]
[원래는 안 했을 사람이 움직이게 만듦]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업자득
-업보샷ㅋㅋㅋㅋㅋㅋ
-잠깐 이러면 결국 박문대가 세뇌로 범인 감화한 거잖아 뒷걸음질로 쥐잡기ㅋㅋㅋ
절망하는 제작진에 시청자들이 즐거워한다.
그리고 나는 바닥에 앉은 김래빈을 내려다보았다.
“죄송합니다! 형! 속이려고 한 건 아니며 들키면 코인이 전부 증발한다고 하셔서 부득이하게….”
“그래.”
나는 그냥 웃고 말았다.
‘애썼군.’
이놈 성격에 저거 하려면 마음고생 좀 했을 것이다. 덕분에 재밌게 뽑혔지만.
하나가 좀… 걸리긴 하는데.
‘…큰세진이 아니었다니.’
배세진에게 입 턴 것을 없던 일로 만들고 싶다. X발.
어쨌든, 나는 김래빈의 어깨를 쳤다.
“잘했어.”
“…예!”
김래빈은 겨우 인상을 펴고 밝게 대답했다. 화면에서는 다시 밝은 내용이 전개되고 있다.
[래빈 씨 고생하셨습니다~]
그러나 나 외에 그것에 반응하는 놈이 없다.
“…?”
주변을 보자 차유진을 제외한 다른 놈들의 얼굴은 여전히 떨떠름하다.
아니… 떨떠름보다는 당황인가.
‘뭐야.’
이럴 놈들이 아닌데.
의아해서 입을 열려던 순간, 다시 화면의 BGM이 빨려들 듯 사라진다.
[차유진 : Yes! But…….]
[BUT]
[: 하지만]
[앞 내용과 뒤 내용이 상반될 때 쓰임]
“…??”
[여러분 즐거우셨나요?]
[끝난 게 아닙니다.]
[3]
[2]
[1]
그리고 검은 화면에서 PD의 목소리가 들린다.
[PD : 근데 꼭 한 사람일 필요는 없지 않나?]
“…!!”
뭐…?
[사건의 전말 2]
자막이 뜨고, 클로즈업된 고정 카메라가 들어간다.
그리고 같은 카메라 잡히는 5명의 다른 얼굴.
[배세진 : 아, 알았습니다.]
[선아현 : …! 그럼 제가… 훔친 건가요?]
[이세진 : 오~ 재밌네요, 재밌네!]
[류청우 : 그러니까 코인을 훔친 게 누군지 들키지 말아야 하는 거네요.]
[차유진 : OK.]
모두가 대단히 중요한 임무라도 받은 듯이 ‘알겠다’는 얼굴로 카드를 수령해 갔다.
그리고 카드의 내용.
[당신은 괴도 스파이입니다!]
“…….”
야, 잠깐.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63화

다음 주.

우리가 제작진에게 뒤통수를 맞는 내용은 2화 후반에 가서야 윤곽을 드러냈다.

‘그렇겠지.’

5화 편성이었는데 2화 초부터 코인이 다 털리면 분량 균형이 안 맞으니까.

덕분에 평화로운 힐링 분량 다음으로 뒤통수 맞는 장면의 임팩트가 더 강해졌다.

테스타가 희희낙락하게 웃으며 페널티 쪽지를 여는 순간.

…코인 털리며 얼굴에서 웃음이 싹 사라지는 걸 클로즈업으로 하나씩 다 잡더라고.

실시간 반응이 폭발한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애들 표정 봐

-문대 얼굴 뒤로 놀란 뭉게 합성하지 말라고욬ㅋㅋㅠㅠㅠ

-아니 제작진 세상 신난 듯ㅋㅋㅋ

…그리고 타이핑 효과와 함께 제작진의 입장으로 다시 기획이 재구성되는 것이다.

탁자에 둘러앉은 제작진이 심각하게 대화를 한다.

이놈들 이걸 다 찍을 정도로 작정을 했었네.

“Wow.”

“저렇게까지 하셨었다고?”

어처구니가 없는 듯 웃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지금 차 안에서 이동하면서 다들 동시 시청 중이거든.

어쨌든, 화면의 제작진 놈들은 박진감 넘치는 BGM과 함께 자기들끼리 웃으며 브리핑을 계속한다.

그리고 임무 설명서처럼 자막이 뜬다.

“…내가?!”

“으. 으음…….”

“크하흐흡.”

배세진의 당황과 선아현의 민망함에 잔잔한 웃음이 퍼진다.

그리고 그 발언이 나온다.

그리고 미팅 자리에서 작가들의 고소 드립이 이어진다.

“…!”

“으으윽…!”

둘이 배신감에 얼굴이 벌게지는 것도 잠깐, 화면은 다음 타자로 휘리릭 넘어간다.

“하하.”

화면에 지나가는 자신의 온화한 표정 모음을 보고 류청우가 머쓱하게 웃었다.

아무 소리라는 식의 편집이었으나 의외로 정확히 핵심을 뚫고 있군.

화면에서는 차유진의 해맑은 먹방 및 운전 모음집이 쓱 지나간다. 그저 하는 일만 즐기기 바빠 보인다.

‘한결같군.’

나는 다시 ‘ㅋ’으로 도배되는 실시간 반응을 보다가 다시 화면을 봤다.

별 다섯 개가 등장했다.

정답이었다. 이 자식들 의외로 분석력이 좋군.

화면에서는 힐링 예능을 200% 즐기는 이세진의 얼굴이 컷씬으로 지나갔다.

“잘생겼다~”

‘흠.’

나는 턱을 괬다. 내 경우엔 개로 충분히 분량을 뽑았으니….

‘이대로 지나가나.’

아니었다.

화면에 시뻘건 별점이 또 뜬다.

그리고 때려 박히는 효과와 함께 글씨가 등장한다.

설마.

“……!”

“으하하하!”

무시하자.

화면은 신나게 또 자막을 쏟아낸다.

…그다음에 나오는 건 제작진의 술수를 묻는 내 모습을 주르륵 편집해 붙여놓은 것이다.

“크하하핫!”

“박문대 표정…!”

“…….”

CG랑 편집을 거쳐서 그렇지, 저렇게 노골적으로 의심스럽단 눈깔로 보진 않았을 텐데.

어쨌든 제작진이 결심을 다짐하는 것으로 웅장한 BGM은 끝난다. 화면도 한 번 끊겼다.

그러자 주변에서 의아한 소리가 나온다.

“어, 래빈이는?”

“그러게. 왜 래빈이만….”

그리고 좀 하찮은 BGM과 함께 쓱 다음 장면이 등장한다.

“…!”

화면에서는 머리에 물음표 하나 띄우고 혼자 알아서 납득하는 김래빈의 컷이 수없이 지나간다.

“으하학!”

“아이고야.”

“…….”

나는 슬쩍 옆을 보았다. 김래빈이 또 동공을 떨고 있다. 못 본 척해주자.

어쨌든, 그 후로는 1화의 내용을 제작진의 입장에서 재구성해 스릴러 분위기의 유머가 펑펑 터졌다.

그리고 마침내 걸려든 순간 제작진들이 월드컵에서 골 넣은 것처럼 부둥켜안고 함성을 지르는 모습까지.

“야 사람들 진짜.”

다시 봐도 얄밉긴 하군.

그 후로 온갖 곳에서 미친 물가에 고통받다가 결국 드넓은 당근밭에 끌려가 뻗어버린 테스타의 모습은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사기가 이래서 무섭습니다

-코인 하지 마라

-ㅋㅋㅋㅋㅋㅋㅋㅋ

급변한 속도감과 분위기에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면서도 재밌어하는 게 여실히 보인다.

그리고 여기서 절묘한 예고편 삽입.

바로 야밤에 삽을 든 김래빈의 모습이다.

-???

-뭐임

-왜 갑분 스릴러

대사도 절묘하다.

삽입된 천둥과 번개를 끝으로, 다시 프로그램은 발랄한 BGM과 함께 엔딩을 맺는다.

그래서 극명한 대비가 더 부각된다.

-아니ㅋㅋㅋㅋ

-으아아ㅇ아아악

-뭐냐고 대쳌ㅋㅋㅋ

-설마 가는 게 주님 곁임?

-제작진이 가는 듯

“김래빈 얼굴 이상해요!”

“조, 조명 때문에 그럴 거야, 래빈아….”

“저는 괜찮습니다….”

나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소파에 고개를 처박는 김래빈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어그로 오지네….’

어쨌든 사람 묻으러 갈 것 같은 김래빈의 분위기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웃긴 추측을 하는 게 며칠.

그리고 다음으론 상식적인 추측이 나온 게 또 며칠이었다.

-야근 아님? 당근 캐기 야근ㅋㅋ

-맞는 듯 아이고 애들 고생했겠다…

그러나 둘 다 아니었다.

‘드디어 왔군.’

재구성된 나와 김래빈의 야반도주 코인 복제는 다음 주에 결국 방송을 탔다.

그리고 시청자 반응은 폭발했다.

-박문대 ㅅㅂㅋㅋㅋㅋ

-아이돌이라 다행이다 다행이야

-정의의 위조펀치

-누가 래빈이 좀 구해줘 홀라당 낚였네 애가ㅋㅋㅠㅠ

그런데 왜 나는 또라이고 김래빈은 사기 피해자가 됐냐.

-아니 박문대 X나 카메라 전문적으로 잘 찍었네 안 흔들려서 더 웃김 전문 위조범 같음ㅋㅋㅋㅋㅋ

-혁명 <- 문댕댕 언제부터 화폐 위조가 혁명이었죠?

-뭉게 합성 그만하라고 진짴ㅋㅋ

이걸로 확정이다. 내 예능 이미지는 완전히 이상한 놈으로 정착했다. 속된 말로 미친놈이다.

나는 한숨을 참았다.

‘그래도 나쁜 놈은 아니니 다행인가.’

이런 것은 때 이후로부터 익숙했다. 나는 담담히 이 왜곡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제작진도 희생 좀 했고.’

이미지적으로 말이다.

제작진은 철저히 자신들을 얄미운 포지션으로 편집해놨기 때문에, 도리어 이번 화 전까지는 욕도 좀 먹었다.

그리고 이번 화에서 테스타가 전세를 뒤집은 에피소드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퍼부은 것이다.

‘그건 좀 고맙군.’

테스타의 화제성과 이미지 둘 다 잡는 편집이었다.

‘반격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이 정도면 다음에도 같이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SNS에서는 ‘코인 찍는 동물농장’이란 드라마 예고편처럼 편집된 풍자적 개그 패러디가 핫해진 뒤.

다시 힐링으로 돌아온 4화를 건너… 드디어 마지막 화.

우리는 다시 거실에 모였다.

“우리 TV 보려고 이렇게 시간 내서 모인 건 또 오랜만이네.”

“정말요~ 시차 때문에 좀 힘들긴 한데… 재밌는데요?”

“소리 더 키워요!”

5화는 리액션 비디오를 찍어서 위튜브용 컨텐츠로 하자는 제작진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유는 하나겠지.

‘또 반전이 있는 거야.’

안 풀린 떡밥은 하나뿐이니 뭐 더 생각할 것도 없다. 당근 코인 누가 훔쳐 갔는지에 대해서 나올 것 아닌가?

그리고 누가 범인인지는 이미 짐작 가는 놈이 있다.

“음? 문대문대 왜~?”

“아니.”

나는 고개를 원위치시키고 도로 TV나 보기 시작했다.

초중반부는 어르신들 앞에서 공연하고 재롱떠는 모습이 수치스럽도록 귀엽게 편집되어 나왔다.

우리도 슬슬 평균이 20대 중반인데 이래도 괜찮은가 모르겠다만, 어쨌든 중요한 건 다음이다.

우리가 돌아가는 버스를 탄 순간.

과장되게 비굴한 피디의 목소리와 달리 의미심장한 자막이 뜬다.

전환되는 것은 다시 제작진의 회의 장면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나올 때가 됐지.’

그리고 큰세진의 등장을 기다렸….

“…?”

그리고 잠시 적막이 흐른 뒤.

화면의 시점이 바뀐다.

바로 김래빈이… 제작진과 함께 서있다.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김래빈의 얼굴 뒤로 자막이 쏟아진다.

그리고 회상 씬이 들어간다.

잠깐 카메라 데이터를 교환하는, 잠들기 직전의 상황.

그리고 김래빈이 서슴없이 당근 코인이 담긴 주머니를 제작진에게 넘겼다.

“…….”

저런 방법을 썼다니.

‘너무 그럴싸해서 말도 안 나오는데.’

그냥 사기잖아.

배세진이 입술을 떤다.

“너, 너…!”

“죄송합니다! 저도 몰랐습니다!”

그래, 그냥 봐도 그래 보인다.

‘저래서 그렇게 자책했나….’

마침 코인 훔쳐 간 이야기 나올 때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주춤거리는 김래빈의 컷 모음이 슥슥 화면을 지나간다.

애처롭게 웃겼다.

다들 그런 것 같다.

-당근 코인을 상납한 토끼

-ㅅㅂ제작진 완전 악의 무리잖아요ㅠㅠ우리 중세토끼 어쩔거야

-털어먹을 게 없어서 김래빈을 터냐!

그리고 어쨌든 김래빈은 반박은 하려고 했다.

물론 이것도 제작진이 예상했던 그림이던 것 같다.

어느새 또 홀린 김래빈에게 PD가 경쾌히 외쳤다.

그리고 동작이 멈춘 김래빈이 서서히 더 클로즈업된다.

“…….”

“…설마.”

설마가 사람 잡았다.

“으아악!”

“역시!”

“죄송합니다!”

화면 속의 김래빈은 결국 주먹을 불끈 쥐고 제작진에게 대답해 버렸다.

그리고 선고처럼 큼직한 자막이 뜬다.

박살이 났지.

야밤에 철물점에 가서 내게 상세히 이용법과 수령 방법을 알려준 게 김래빈이라서 말이다.

결국 제작진은 긴급으로 김래빈을 몰래 호출하기까지 한다.

김래빈은 진지하게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입 벌린 PD의 얼굴 위로 도장이 찍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업자득

-업보샷ㅋㅋㅋㅋㅋㅋ

-잠깐 이러면 결국 박문대가 세뇌로 범인 감화한 거잖아 뒷걸음질로 쥐잡기ㅋㅋㅋ

절망하는 제작진에 시청자들이 즐거워한다.

그리고 나는 바닥에 앉은 김래빈을 내려다보았다.

“죄송합니다! 형! 속이려고 한 건 아니며 들키면 코인이 전부 증발한다고 하셔서 부득이하게….”

“그래.”

나는 그냥 웃고 말았다.

‘애썼군.’

이놈 성격에 저거 하려면 마음고생 좀 했을 것이다. 덕분에 재밌게 뽑혔지만.

하나가 좀… 걸리긴 하는데.

‘…큰세진이 아니었다니.’

배세진에게 입 턴 것을 없던 일로 만들고 싶다. X발.

어쨌든, 나는 김래빈의 어깨를 쳤다.

“잘했어.”

“…예!”

김래빈은 겨우 인상을 펴고 밝게 대답했다. 화면에서는 다시 밝은 내용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나 외에 그것에 반응하는 놈이 없다.

“…?”

주변을 보자 차유진을 제외한 다른 놈들의 얼굴은 여전히 떨떠름하다.

아니… 떨떠름보다는 당황인가.

‘뭐야.’

이럴 놈들이 아닌데.

의아해서 입을 열려던 순간, 다시 화면의 BGM이 빨려들 듯 사라진다.

“…??”

그리고 검은 화면에서 PD의 목소리가 들린다.

“…!!”

뭐…?

자막이 뜨고, 클로즈업된 고정 카메라가 들어간다.

그리고 같은 카메라 잡히는 5명의 다른 얼굴.

모두가 대단히 중요한 임무라도 받은 듯이 ‘알겠다’는 얼굴로 카드를 수령해 갔다.

그리고 카드의 내용.

“…….”

야,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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